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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리포트]고다르의 <리어왕>, 15년 만에 개봉
2002-04-08

제작자인 메나헴 골란과 고다르의 반목 속에서 완성, 영화사 부도로 극장행감독과 제작자간의 오해로 기획된 뒤 두 사람의 완전한 반목 속에 완성되고, 이후 15년 동안 배급사 창고 속에 보관되었던 한편의 영화가 마침내 개봉돼 언론의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3일 개봉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리어왕>이 문제의 영화. 영화제목에서 오해의 발단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메나헴 골란은 1980년대 초반 미국에서 저예산 액션영화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뒤 자신의 영화사인 캐논영화사를 보다 존경받는 메이저로 키우기 위해 작가영화들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86년 고다르 감독에게 <리어왕>의 각색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유일한 조건은 1년 뒤 칸영화제에 맞춰 영화를 완성시켜달라는 것. 처음부터 고다르 감독의 의도가 원작에서 멀어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의 출발점은 유명 시나리오작가인 노먼 메일러가 자신의 친딸들과 함께 출연해 직접 리어왕을 연기하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에 대한 탐구를 진행시키는 것이었다. 촬영 며칠 만에 노먼 메일러가 불만을 표시하며 영화에서 손을 떼면서 고다르 감독과 제작자 골란에게 고통의 나날이 시작된다. 고다르 감독의 다음 계획은 닉슨 전 미국대통령을 리어왕으로 설정하고 닉슨에게 권력의 흥망성쇠 과정을 묻는 인터뷰를 촬영하는 것이었다. 20만달러의 개런티가 제시되고 당시 돈이 필요했던 닉슨이 관심을 보였지만, 마지막 순간에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완성된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비교해 아버지와 딸이 등장하고 왕이 아니라 마피아인 아버지의 이름이 리어로인 정도의 유사성만을 지닌 채, 이제 매 작품마다 한편의 개별 영화를 만들기보다 영화 매체 전체를 사유하기를 원하는 고다르 감독의 의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이후 완성된 <영화사>를 연상시킨다. 이 영화포스터는 여전히 관객의 오해를 부추긴다.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각색이라는 이름하에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우디 앨런과 레오스 카락스가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칸에서 상 받는 예술영화를 기대한 이 영화의 제작자가 완성된 영화를 보고 받았을 충격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계약조건 위반으로 고소의 위협에까지 처했던 고다르 감독은 마침 제작사가 연이은 상업적 실패로 망하면서 구제됐다. 그렇지만 상업적인 가치가 없는 것으로 낙인찍힌 이 영화의 개봉에는 15년의 세월이 걸렸다. 제작자와 제작사는 사라졌지만 영화는 결국 살아남았다. 파리=성지혜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