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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⑧ 살아가려 마음을 다잡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 <펠리시테> 알랭 고미 감독
김성훈 사진 박종덕 2017-05-08

<펠리시테>는 삶이 힘들어도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희망설파’영화가 아니다. 동정을 유발해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영화도 아니다. 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것만으로도 힘든 삶인데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펠리시테의 투쟁은 강인하고 눈물겹다. <펠리시테>는 장편 데뷔작 <에즈 어 맨>(2001), <안달루시아>(2008), <오늘>(2012)을 연출한 세네갈 출신 알랭 고미 감독의 4번째 영화다. 전작 <오늘> 이후 거의 5년 만에 내놓은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전주를 찾은 그는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한국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봐줄지 무척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해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가족 중 강한 여성”과 “콩고 킨샤사 거리에서 활동하는 밴드”에서 출발한 이야기라고 얘기한 바 있다. 가족 중 강한 여성은 혹시 어머니인가.

=펠리시테는 어머니 한 사람에게만 영향을 받아 만들어낸 인물이 아니다. 고향인 세네갈, 프랑스에서 각각 살고 있는 이모, 고모 등 여러 가족의 특징을 조합해 구축해냈다. 남자들은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반면 이모나 고모는 집안의 교육을 맡고 가정을 꾸려나가며 세상과 맞서 싸워오셨다. 그들을 지켜보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강인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극중 펠리시테가 활동하는 밴드는 실제로 콩고 킨샤사 거리에서 활동하는 밴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다. 실제 밴드의 어떤 모습이 인상적이었나.

=그 밴드의 음악은 콩고의 전통과 모더니즘이 조합된 것으로, 콩고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서 항상 들을 수 있고 사람의 영혼을 뒤흔드는 힘이 있었다. 세네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종류의 음악이었다.

-킨샤사는 콩고 내전의 한복판에 있는 공간이 아닌가.

=킨샤사는 역설적인 의미를 가진 도시라고 생각한다. 평화의 도시이기도 하면서 평화와 전쟁의 경계선에 있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평화롭지만 언제라도 똑같은 상대와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이중성을 가진 공간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킨샤사를 찾았다고도 들었다. 그곳에 간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세네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가 우연히 킨샤사 거리의 밴드 음악을 듣게 되었다. 호기심이 생겨 킨샤사에 가서 그들을 만났고, 프랑스로 돌아가 이야기를 바꾸었다.

-원래 시나리오에서 어떤 부분이 바뀌었나.

=얼개는 거의 바뀌지 않았다. 펠리시테의 설정, 펠리시테와 그녀의 아들과의 사이, 아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설정은 변한 게 없다. 다만 공간이 세네갈에서 콩고로, 디테일한 설정들이 바뀌었다.

-현실이 녹록지 않음에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펠리시테가 인상적이었다. 펠리시테를 만들 때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하나였다. 그녀가 삶을 포기하고 삶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것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가려고 마음을 다잡는 전환점을 보여주려고 했다.

-펠리시테를 연기한 베로 찬다 베야 음푸투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콩고에서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친구의 소개로 왔더라.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강한 에너지와 명민함이 느껴졌다.

-비전문배우라는 얘기인가. 놀랍다.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러워서 전문배우인 줄 알았다. 출연 제안을 했을 때 카메라 앞에 서기를 꺼려하진 않던가.

=오히려 내가 망설였다. (웃음) 촬영감독과 정한 촬영 원칙은 ‘겸손한 자세로 그녀의 에너지가 나오는 순간을 기다린 뒤 포착하자’는 것이었다.

-현장에서 계산되지 않은, 마술 같은 순간이 많았을 것 같다.

=촬영 첫날, 펠리시테가 자신의 동생과 만나는 장면을 찍었다. 편집에서 잘려나간 장면이다. 펠리시테가 자신의 남동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다. 슛이 들어가자 베로 찬다 베야 음푸투가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걸어와 2분 동안 침묵한 채 카메라를 보더라.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이 친구는 나중에 크게 될 배우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다. 또 펠리시테가 노래를 부르는 바 시퀀스에서도 마술 같은 순간이 있었다. 배우와 비전문배우가 섞여 있다 보니 여러 차례 엔지가 났다. 배우, 스탭과 함께 논의하며 수차례 시도한 결과, 나중에는 배우와 비전문배우의 구분 없이 자연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전작 <오늘> 이후 <펠리시테>를 내놓기까지 약 5년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가 무엇인가.

=일단, <펠리시테>를 펀딩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 시간이 잠깐 지체된 적이 있다. 촬영이 끝난 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완성도에 이르기 위해 무려 7개월 동안 후반작업을 해야 했다. 촬영기간은 얼마였냐고? 단 7주. (웃음)집중해서 찍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저작권 문제 때문에 아직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돌아가신 한 재즈 뮤지션을 그리는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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