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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2002-04-11

비디오/메인과단신

Bones

감독 어니스트 디커슨 출연 스누프 도그, 팸 그리어 장르 공포 (우성시네마)

‘스폰’은 상사에게 배신당하고 죽은 뒤, 악마의 힘을 빌려 추악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캔디맨’은 백인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가 백인들에게 린치를 당하고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뒤 사람들이 거울 앞에서 캔디맨을 세번 부르면, 거대한 갈고리를 들고 나타난다. 흑인 영웅, 흑인 괴물의 대부분은 ‘복수’에서 출발한다. <본즈>의 괴물, 지미 본즈 역시 출발은 선량한 시민이었다. <할로윈>이나 <나이트메어>의 ‘백인’ 괴물처럼, 애초에 사악한 존재로 부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사회적 약자인 흑인을 ‘사이코’로 묘사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일까?

1979년, 지미 본즈는 흑인 거리를 지배하는 ‘대장’이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제레미아의 주선으로, 다른 도시에서 온 마약상 맥과 악덕형사 루포비치가 찾아온다. 맥은 값싼 마약의 판매를 제안한다. 하지만 본즈는 자신의 거리에는 결코 마약을 들여놓을 수 없다며 거절한다. 루포비치는 총을 꺼내들고 시비 끝에 본즈를 죽여버린다. 그뒤 제레미아는 백인들이 사는 중산층 마을로 떠나갔고, 본즈의 저택은 폐허가 되었으며 흑인들의 거리는 맥이 마약을 파는 슬럼가로 변해버렸다. 세월이 흘러 아무런 사연도 알지 못하는 제레미아의 아들 패트릭이 본즈의 저택을 인수하여 클럽으로 개조할 계획을 세운다. 본즈의 애인이었던 펄은 패트릭에게 저택에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한다.

<본즈>는 전통적인 공포영화에, 70년대 유행했던 블랙스플로테이션영화의 공식을 삽입한다. <본즈>는 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들이 연속으로 나온다. 본즈의 영혼이 담겨 있는 사나운 개가 사람의 살점을 뜯어먹자 앙상한 해골에 피와 살이 부활하는 장면은 <헬레이저>를, 나이트 클럽의 천장에서 구더기가 가득 쏟아져내리는 장면은 다리오 아르젠토의 작품들을, 배신자 제레미아를 밀어넣는 기괴한 형상의 사람들이 서로 물어뜯는 조각품은 H. R. 기거의 디자인을 떠오르게 한다.

펄 역으로 나오는 팸 그리어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재키 브라운>의 히로인으로 부활시킨 70년대 블랙스플로테이션영화의 여주인공이다. 그리고 <본즈>의 핵심인 지미 본즈 역의 스누프 도기 독은 실제 악의 세계와 아주 근접한 것으로 알려진, 유명한 갱스터 래퍼. 이 정도면 <본즈>가 어떤 전략으로 만들어진 영화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본즈>는 선정적인 요소들이 풍성하게 뒤섞여 있다. 조화가 썩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 ‘선정성’만으로도 킬링타임은 충분하다. 물론 흑인과 공포에 거부감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