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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이미지의 여자 모델 내세운 소주 광고 두편
2002-04-11

명랑자매 전성시대

<진로> 제작연도 2002 광고주 진로 제품명 참이슬 대행사 인터막스애드컴

<잎새주>제작연도 2002 광고주 보해양조 제품명 잎새주 대행사 베이직거손

광고계는 지금 명랑자매의 전성시대다. 밝고 맑은 이미지가 일맥상통하는 김정은(26)과 장나라(21)가 광고계를 갈짓자로 휘젓고 있다. 현재 TV를 켜면 방긋방긋 웃는 이들의 모습을 만나기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없다. 지난해엔 ‘산소 같은’ 이영애가 ‘이영애의 하루’란 유머스토리를 낳을 만큼 다작모델로 이름을 날렸다. 올해에는 단연 두 사람이 그 몫을 담당하고 있다.

먼저 명랑자매의 언니인 ‘김정은’. 올해 초 BC카드 광고의 ‘부자 되세요’란 덕담으로 홈런을 날리면서 ‘CF퀸’이란 영예를 새롭게 거머쥔 주인공이다. 그의 ‘맛있는 입’을 통하면 모든 광고카피가 유행어로 변한다는 통설이 있다. ‘딱 좋아’(하이주 CF),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캄사합니다’(대우전자 김치냉장고 CF), ‘만지지마’(장인가구 CF) 등이 ‘김정은 입’ 주연의 히트카피. 아무리 밋밋한 내용일지라도 김정은이 소화하면 갑자기 통통 튀는 마력을 발휘, 소비자의 뇌리에 쏙쏙 박힌다. 마법 같은 입담 및 표정연기의 소유자. 정상급 스타로 부상하기 전 이미 한솔엠닷컴의 018 CF에서 ‘묻지마, 다쳐!’를 진지한 코믹어투로 연주해 뛰어난 말재주를 과시한 바 있다. 현재 주류, 카드, 가구, 화장품 등 10여개의 광고에서 맹활약중.

다음은 명랑자매의 동생인 ‘장나라’.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로 유명한 파파이스 CF에서 맷돌 가는 처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언니 김정은이 광고 속 활약에 힘입어 ‘톱’이란 수식어를 단 데 비해 장나라는 시트콤,가수 활동 등 연기자 겸 가수로 본업 무대에서 인정을 받은 다음 광고계의 빗발치는 초대를 받기 시작했다. 현재 ‘요 알은’으로 시작해 ‘알차구나’로 끝나는 KTF의 10대전용 이동통신 브랜드 비기 CF를 비롯 주류, 제과, 음료, 화장품, 면류 등 주요 광고분야를 섭렵. 교복 입은 소녀(비기 CF), 귀여운 공주(해태제과의 하몬스 CF), 실연당한 대학생(웅진식품의 초록매실 CF) 등 희비극을 오가는 다양한 이미지를 표출중이다. 강아지 같이 순진무구한 눈빛 빛내기, 병아리처럼 입 삐죽거리며 투덜거리기 등이 장기.

이렇게 현 광고계는 ‘명랑숙녀’ 김정은과 ‘명랑소녀’ 장나라를 탐욕스럽게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명랑자매의 득세에 일각에서는 의아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광고가 사랑해온 전통적인 여신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매력 때문이다. 광고의 빅모델 하면 으레 심은하, 이영애, 김희선, 고소영 등 뭔가 특별한 게 있는 미모와 신비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스타가 꼽혀왔다. 김지호, 채림 등 탁월한 외모가 없어도 통통 튀는 이미지로 CF를 누빈 예가 있지만 이들은 일정 시기를 풍미한 뒤 급격히 쇠락하는 부침을 보였다. 생기발랄한 이미지는 순간의 파급력 못지않게 휘발성도 강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아무리 선망하는 여신 이미지가 변화를 겪는다고 해도 우러러볼 수 있는 신전의 핵심부는 늘 타고난 공주(같은 스타)의 차지였다.

김정은과 장나라는 도도하지도, 조각 같은 이목구비와 몸매를 타고나지도, 개성이 철철 흐르지도 않는다. 심지어 김정은은 B급 이미지로 분류되기 십상인 푼수끼도 지녔다. 그러나 진정한 주연은 헤프게 만발하지 않고 한번에 깊숙이 찔러넣는다는 통념을 뒤집으며 아주 잘 나가고 있다. 종횡무진하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을 ‘깊은 맛이 없다’고 평가절하하기는 곤란해보인다.

광고 속 김정은과 장나라는 친절한 치어리더 같다. 김정은은 ‘부자 되세요’란 덕담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싫지 않은 바람을 넣는가 하면(BC카드 광고) 직장동료가 와이셔츠를 제대로 빨아입고 왔는지를 요리조리 살피는 오지랖을 발휘한다(옥시 광고). 그는 소소한 일상의 영역에 침투해 관심의 촉수를 들이대며 소비자를 다독거린다.

김정은에 비해 다소 낮은 연령대의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는 장나라 역시 제품의 장점을 친구처럼 또박또박 설명하며(비기 광고) 주입식과 다른 공유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 이들은 내숭없는 맨얼굴로 승부한다. 술집이 떠나가라 ‘나 술 못 마신다’고 목청을 높이거나(김정은의 하이주 광고) 게으른 한량 남자친구를 구박하는(장나라의 파파이스 광고) 모습 등은 솔직한 감정표현의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때로는 이들도 ‘공주’티를 낸다. 김정은은 참이슬 광고에서 얼굴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이슬만 먹고산다’고 천연덕스럽게 외치고 있으며, 장나라는 잎새주 광고에서 깜찍하게 윙크하면서 스스로를 ‘싱그럽다’고 주장한다. 과장법을 섞은 이들의 귀여운 잘난 체는 무게를 잡는 기존 공주의 모습과 차이가 있다. 술 권하는 미녀가 섹시한 캘린더 걸에서 명랑자매로 달라졌다는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명랑자매의 득세는 만만한 대중적인 화법이 유행하고 있는 광고계의 조류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명랑자매는 잡초 같은 꿋꿋함과 생명력으로 적극적인 세일즈맨십을 발휘하고 있고, 소비자는 여신이 아닌 비슷한 눈높이의 친근한 미녀에게 마음을 열고 있다.조재원/ 스포츠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