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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의 부장들> 박정희 암살 사건을 재구성하며 그날의 기억을 되짚는다
송경원 2020-01-22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이 박정희 대통령(이성민)에게 총구를 겨눈다. 김규평은 왜 대통령을 쐈는가. 이야기는 대통령 암살로부터 40일 전, 전직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미 의회 청문회에서 박 정권의 부패를 고발하는 시점부터 시작된다. 혁명 동지의 배신으로 발칵 뒤집힌 청와대가 박용각의 처리를 명하자 김규평은 원만한 수습을 위해 직접 박용각을 만나 회유한다. 상황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지만 김규평은 맹목적인 충성으로 폭주하는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과 2인자 경쟁을 벌이는 한편 실체를 가늠하기 힘든 대통령의 비밀조직에 압박을 느끼며 점차 불안에 휩싸인다.

동명의 논픽션을 바탕으로 한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암살 사건을 재구성하며 그날의 기억을 되짚는다. 김재규가 모델이 된 김규평의 시점에서 절대권력의 부패와 몰락, 2인자들의 충성 경쟁이 어떤 과정으로 이뤄졌는지를 묘사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만 정치적인 판단을 내리는 영화는 아니다. 대신 영화는 누아르와 스릴러의 장르적 형식을 빌려 한국 현대사의 변곡점에 놓인 인물들의 심리를 그리는 데 집중한다. 감독의 전작에 비해 간결해지고 절제된 연출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묵직한 소재, 믿고 보는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를 영리하게 조율해 깊이 있는 서스펜스를 이끌어낸다. 실화와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며 한국 현대사의 심장을 해부하는, 잘 정돈된 심리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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