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선을 따라 가지런하게 자른 단발에 큰 눈망울과 그 아래 작은 눈물점. 웹툰 <연애혁명> 속 왕자림과 똑 닮은 외모의 배우 이루비는 도통 웃질 않는 극중 캐릭터와는 달리 인터뷰 도중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만큼 밝은 인상의 배우였다. 같은 학교 친구 공주영(박지훈)이 화이트데이에 사탕을 쏟아붓는 애정 공세를 펼칠 때 입꼬리도 올라가지 않던 모습과는 많이 대조적이다. “언제부터인지 생각 안 날 정도로 쭉 봐온 작품”인 웹툰 <연애혁명>을 바탕으로 한 동명의 웹드라마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단발머리의 첫사랑’을 연기 중인 배우 이루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첫 주연작이다. 맡은 배역인 왕자림을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했나.
=자림이는 외강내유 스타일이다. 단면만 보면 자림이는 차갑고 무뚝뚝하고 시크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주영이에게 점점 마음이 열리고 있는데 애써 부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영이를 만나기 전에 자림이가 중학생 때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남자 선배와의 에피소드가있다. 마치 주영이처럼 자림이에게 잘 대해줬던 선배인데, 그에게 배신감을 느낄 만한 일을 겪은 뒤 자림이는 남자를 못 믿게 된다. 자림이는 사실 되게 여린 친구다. 그에 대해 알아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자림이를 안쓰러워하지 않을까 싶다. 자림이는 한마디로 많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관심이 가는 캐릭터인 것 같다.
-본래 머리가 길었으나 왕자림 연기를 위해서 단발로 잘랐다고.
=단발이 안 어울릴까봐 걱정이 많았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은 것 같다. 지금껏 제일 짧은 머리 스타일이다. 긴 머리를 좋아해서 항상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오도록 길렀다. 확실히 단발로 자르니까 머리를 감을 때도 말릴 때도 편하다. 긴 머리일 때는 머리를 감고 20분 동안 말려야 했는데, 지금은 5분 만에 말리는 것 같다.
-웹툰에서 자림은 16화 만에야 겨우 한번 싱긋 웃는다.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잘 웃지 않는데.
=웹툰에 비해서는 그래도 좀 웃는 편이다. 자림이가 잘 안 웃는 건 과거에 겪은 상처가 커서 사람들에게 자기 감정을 열고 표현하는 게 많이 서투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영이 자림에게 애교를 부리는 장면을 연기할 때 얼굴에 웃음기를 싹 지우는데, 연기할 때 어렵지 않았나.
=티저 영상에도 담긴, 주영의 애정 공세 장면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주영이 옆에서 강아지 소리를 내니까 너무 웃겼다. 머릿속으로 온갖 슬픈 생각을 하면서 참다가 컷 소리가 나면 웃었다. 정말 힘들었다. 본래 웃음이 많은 편이다. 친구들이 하는 웃긴 이야기를 듣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으면 감독님이 “자림아 너는 웃으면 안돼”라고 하셨다. 촬영 초반에는 웃으면 안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요새는 덜 듣는다.
-평소 성격은 자림이와 비슷한 편인가.
=외관적인 것만 봤을 때는 자림이랑 비슷한 면도 많고 차가워 보일 수도 있는데 친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애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성격이다. 극중 자림이가 여동생과 티격태격하듯이 오빠와 전쟁을 치르듯 하며 자란 건 비슷하다. 오빠와 한살 터울이라 화장실 들어가는 순서로 싸우기도 하고, 오빠의 옷을 뺏어 입으면서 자랐다.
-예명 같은 본명이다.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다. 말할 때마다 민망한데, 오를 루(樓)에 왕비 비(妃)를 써서 ‘왕비에 오르다’란 뜻이다.
-<연애혁명>이 첫 주연작인데 언제부터 배우를 꿈꿨나.
=유치원생 때부터인 것 같다. ‘뿡뿡이’를 혹시 아는지? (웃음) EBS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나 <번개맨>에 출연해서 캐릭터들과 놀던 아기들 중 하나였다. (웃음) 구체적으로 연기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중학생 시절 친구 따라 연기학원에 갔을 때다. 그렇게 연기를 배우기 시작하며 예고에 관심이 생겼고 예고에 진학해서 졸업하게 됐다.
-향후 어떤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지 궁금하다.
=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장만월(이지은),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김태리) 같은 캐릭터.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카리스마 있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많이 해보고 싶다. 영화나 드라마를 가리지 않고 하고 싶다. 그리고 연기 잘하는 배우란 평가를 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실제로 보니 웹툰 속 자림과 똑같은 눈물점 분장이 돋보인다.
=사실 조금 더 아래에 있는 점을 컨실러로 가리고 자림이의 눈물점 위치에 아이라이너로 점을 찍고 있다. 아침마다 점을 찍는데, 한번은 깜빡하고 촬영 직전에 급히 찍은 적도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