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패밀리>는 세 신인감독 박광현, 박상원, 이현종씨의 단편들을 모은 옴니버스 코미디 영화다. 기획 및 전체 프로듀서를 장진 감독이 맡았다. 꼼꼼한 구성의 <내나이키>가 가장 눈에 띈다. ‘전두환 대통령 각하’가 뻔질나게 텔레비전에 등장하던 80년대 초, 가난한 달동네 대가족의 소박한 꿈을 담았다. 중학생 명진은 개인택시 운전하는 게 꿈인 아버지와, 개인택시 운전사 사모님이 되는 게 꿈인 어머니와, ‘어여’ 죽는 게 소원인 할머니와, 1등 해보는 게 꿈인 큰 형과, 싸움 이겨보는 게 꿈인 작은 형과, 예뻐지는 게 꿈인 누나를 두고 있다. 13살 소년의 꿈은 반짝이는 나이키 운동화.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온 가족을 행복하게 하는 명진의 이야기는 절로 미소짓게 만든다. 한 여관을 무대로, 각 방에서 펼쳐지는 인간군상들을 재기발랄하게 그린 <사방에적>은 영화 <포룸>의 설정을 연상시킨다. 배신한 애인을 불태워 죽이려는 남자, 불륜관계의 남녀, 조폭들을 죽이려는 킬러, 이들에 치이는 여관 종업원 등등의 코미디가 독특한 분위기다. <교회누나>는 마지막 반전은 좋지만, 결말까지가 좀 지루하다. 배우들의 신나는 놀음 한 판 같은 <묻지마 패밀리>는 은근히 보는 이들의 기분까지 흥겹게 만든다.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출연한 배우들은 ‘막가는’ 역할들을 마다않는다. ‘자기들끼리의 잔치’라 볼 수도 있고, 사회성이 쑥 빠져버린 코미디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고립된 개인들이나 소통 불가능한 인간들의 희극은 그 자체가 현실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보기에 영화가 만드는 웃음은 허탈하지 않다. 김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