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바이준2> 아냐?
김화범 심보경 이사는 <접속>의 프로듀서였기 때문에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아무래도 그 연장선상에서 차이점을 고민하셨을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도 <접속>의 작가이고. 아무래도 <접속>과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데.
심보경 <접속> 얘기를 하면 감독님이 좀 싫어하실 거 같은데. 사실은 <접속>과 <후아유>를 생각했을 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정말 ‘웰-메이드’영화가 어떤 것이냐였어요. 이야기 소재와 그것을 기술적으로 완성하는 측면이 저에게는 가장 컸고 음악이나 비주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물론 그걸 감독님이 굉장히 훌륭하게 잘하셨다고 생각해요. <접속>이 현대사회에서 소통되지 않는 현대인의 외로움에 방점을 찍었고 멜로와 사랑이라는 감정이 영화를 관통했다면 <후아유>는 청춘이라든가 정체성 문제에 대한 고민에 방점을 찍고 출발했어요. 그래서 <접속>처럼 확고한 스타시스템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좀더 과감하게 영화에 걸맞은 젊은 얼굴을 새롭게 찾아야 했고, 어떻게 생각하면 모험일 수도 있었고. <접속>이 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중요한 영화였고 흥행이나 완성도에 있어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후아유>가 영화적으로 좀더 파워풀하고 모던하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것 아닌가 해요. 이건 뭐, 만든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쑥스러운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재희 등장인물들 나이도 실제로 <접속> 때보다 어리죠?
심보경 그렇죠. 한석규씨 같은 경우는 그 당시 30대 초반, 전도연씨는 20대 중반이었는데 여기서는 형태가 26살, 인주가 23살로 돼 있어요. 중간에 농담 한마디. <접속2>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지만 <바이준2>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최호 <바이준2>라고 하면 막 침울해져가지구…. 분위기 썰렁해지구.(웃음)
백승록 주최쪽 입장에서 보면 <접속2>가 좋아요? 아니면 <바이준2>가 좋아요?
심보경 음… 둘 다 별로 내키진 않지만 정 고르라면 <접속2>가 낫죠. (웃음)
백승록 어떤 기사를 보니까 감독님이 <바이준>을 찍고 나서 스스로 많이 다치셨다고 표현한 부분이 있더군요. 그뒤 몇해 지나고 <후아유>를 거치며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최호 데뷔작을 내고 여러 지면에서 융단폭격을 받았고. 글쎄요 뭐. 개인적으로 <바이준>을 좋아하는 친구들 홈페이지도 아직 있어서 개인적인 교류를 갖고 있고, 굉장히 소수이긴 하지만. 그런데 모르겠어요. <바이준>을 통해 한편의 영화가 산업적인 흐름 속에서 구조적으로 기능하는구나를 깨달았던 거 같아요. 명필름에서 <후아유>의 컨셉을 말했을 때, 인터넷이나 그런 매체를 즐겨 했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여기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후아유>는 뭔가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드라마투르기에 편하게 끌려오면 좋겠다, 혼자 막 달려나가지는 말고, 도를 지나쳐 마구마구 강요하진 말고, 대중적으로 가자, 뭐 그렇게.
진짜, 그 둘이 안 싸웠을까?
김화범 최초의 아이디어는 누구로부터?
심보경 많은 변화를 겪었는데요. 사실은 처음에 출발은 그거였어요. 어느 날, <스크림>을 보는데, 이 영화는 범인이 과연 누군가를 가지고 영화 내내 줄다리기하는 거였잖아요. 저걸 그냥 멜로 버전으로 가면 어떨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고. 알다시피 명필름과 화이트라는 회사가 디엔딩닷컴을 만들면서 젊은 세대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그 과정에서 이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 시놉이나 트리트먼트가 나왔는데 사실상 지금 틀거리로 시나리오가 나온 건 감독님이 합류하면서부터죠. <바이준>은 제가 굉장히 좋게 본 영화였고. 저희가 주인공에 대한 몇 가지 간단한 메모를 가지고 감독님을 만났고, 그리고 김은정 작가가 붙고, 이렇게 됐죠. 또 디엔딩에 TTL 광고를 하던 강수연 실장이 있는데 그쪽에서 20대 초중반 젊은이 수백명을 인터뷰하면서 오래 취재를 했구요. 설문지를 가지고 우리가 궁금한 부분에 대한 수백명의 설문도 받았고. 인터넷에 떠다니는 이야기도 굉장히 많잖아요. 사실 청각장애의 모티브도 거기서 얻었구요. 그러면서 이 친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접근해갔지요.
이안젤라 혹시 프로듀서가 현장에 매일 나갔나요?
심보경 매일 백퍼센트 출근은 아니었고, 한 70∼80퍼센트 정도? 다른 프로듀서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로 이 영화에 대한 열정, 애정 그런게 있는데. 제가 만날 촬영장 가고 주변 분들이랑 약속도 못 정하고 그러면 ‘제작자가 현장 가면 감독이 부담스러운데 왜 가냐’ 뭐 그러시는데 제 입장에선 제가 안 나가면 감독님이 불안해하실 거 같아서…. (웃음)
이안젤라 현장에서 비디오도 같이 보나요?
심보경 네
김화범 부담스럽지 않습니까? 프로듀서가 옆에서 보고 있으면.
최호 오케이 노를 결정하는데 참여하시지는 않구요. 그냥 옆에 꼭 앉아 계시더라구요. 처음엔 내일은 안 오겠지 했는데. (웃음)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솔직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편집본을 가지고 나눴던 대화들은 상당히 좋은 경험이었다는 겁니다. 내가 생각을 약간 바꾼 측면도 있었고. 수용을 할 수 있는 토론이었으니까.
심보경 기획자나 프로듀서가 처음 영화를 시작할 때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해요.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현장에서는 감독 중심으로 가는 건 당연한 거고, 저는 스탭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는지, 그런 쪽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이 저와 동갑이지만, 영화적인 능력에 있어서는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많이 배웠고. 이제 인간적으로 좋은 친구로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그만, 일어나자
두 시간여, 계속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시간. 심보경 프로듀서는 거꾸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다른 기자분들이 물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거의 얘기한 것 같고, 바로 여러분이 보기에 공감가는 부분들, 혹은 이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들이 정말 궁금하다 했다. 영화 속에서 진정 공감갔던 상황은 인주나 형태보다 오히려 남훈이었는데 영화에서 남훈을 향한 애정은 보기 힘들었다, 라는 불만에서 채팅장면은 왜 언제나 내레이션 중심이 되어야 하는 거냐는 질문까지. 이미 온라인상의 커뮤니티를 삶의 중요한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세대에게, 영화에 잠시 등장한 ‘곱사모’ 같은 모임의 모습은 너무 가벼워 보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게 서로가 가진 리얼리티상의 문제, 공감도의 차이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동안 이제 진정한 마지막에 다다랐다.
황정현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웰-메이드’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심보경 감독과 제작자를 비롯해 전 스탭들이 찍고자 하는 것에 충실하고, 감독의 작업 연속성을 지원해나가는 누수없는 시스템,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웰-메이드’가 아닐까요.
이원재 감독님의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또 다른 식의 청춘영화가 될까요?.
최호 전 마틴 스코시즈를 좋아해요. 그는 가미가제식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는데 나 역시 그래요. 대한민국에서 상업영화를 배운다는 자세로 내 모든 걸 쏟았고 그걸 못 배우면 내가 정작 하고 싶은 다른 것도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작업에 애착을 갖게 되기도 했고. 글쎄, 다음 작품이 뭐가 되던지 간에 앞으로도 쭉 이런 기조 속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정리 이재희/ 영상원 영상이론과 ▶ 영상원 대학생, 감독·프로듀서와 <후아유>를 논하다 (1)
▶ 영상원 대학생, 감독·프로듀서와 <후아유>를 논하다 (2)
▶ 참석자들 프로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