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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매력, 첫 연기 도전한 배우 강다니엘 인터뷰
김소미 2022-02-16

청춘은 두근두근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부흥기에는 모름지기 캠퍼스 청춘물이 있었다. 영화산업에서 흥행한 장르물들이 드라마 시장의 판세까지 뒤흔든 최근 몇년간, 캠퍼스 드라마는 어느새 옛말처럼 여겨졌지만 디즈니+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로 그 빈틈을 영리하게 공략했다. 열아홉을 지나 막 스무살이 된 남녀들이 군기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경찰대 신입생이 되어 사랑하고 성장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우선, 어쩔 수 없이, 싱그러워서 눈길이 간다. 젊음이야말로 이 장르에서 가장 유효한 콘텐츠인 덕분이다. 청량한 하늘 아래 각 잡힌 제복을 입고 환하게 웃는 포스터 속 얼굴들을 보고 있자면, 현실이었든 환상이었든 너와 나의 청년 시절을 거기에다 은근슬쩍 대입하게 된다. 주 타깃층은 미래의 대학 생활을 꿈꾸는 10대 시청자이나 20대의 청춘을 지나왔거나 현재 겪고 있는 이들에게도 이 기세 좋은 캠퍼스 드라마에서 얻을 저마다의 위안은 분명 존재한다.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 <하백의 신부>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을 만든 김병수 감독과 이하나 작가가 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소소한 볼거리를 정리했다. 경찰대 수석 입학생 위승현 역을 맡아 첫 연기 도전을 시도한 배우 강다니엘과의 짧은 인터뷰에서는 담백하고 강단 있는 Z세대 스타의 매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월26일 처음 선보인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OTT 플랫폼 디즈니+에서 매주 수요일 2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신분 격차라는 멜로드라마의 관습적 설정이 캠퍼스물에 적용된다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에서는 수석 입학생과 추가 합격생이 티격태격 친구가 된다. 배우 강다니엘이 연기한 위승현은 경찰청장 아버지를 따라 자신 또한 당연히 경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엘리트 모범생이다. 모자람 없는 환경에서 구김살 없이 자라난 청년의 해사함 이면에는 아버지의 그림자를 엿보며 습득한 조숙함과 반항심도 깃들어 있다. 한편 태어날 때부터 서러운, 평범한 딸 둘 집안의 둘째딸 고은강(채수빈)은 살아온 환경도, 살아남기 위해 길러야 했던 생활의 지혜도 승현과는 모두 정반대다. 은강은 짝사랑하는 과외 오빠만을 바라보며 경찰대 입학을 결심한 천진난만 행동파인데, 동기들이 일찍이 합숙 생활을 하며 예비 교육을 받을 동안 탈락자 신세를 면치 못하다가 뒤늦게 추가합격 통보를 받고 훈련소에 입성한다. 무엇이든 자기 힘으로 얻어내는 데 익숙한 씩씩한 스무살 여자애에겐 당연히 승현에겐 없는 생기와 즐거움이 있고, 그 대비감이 서로를 함께 땀 흘리는 동료 이상으로 쉽사리 넘보지 않는 두 청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뻔하지만 사랑스러운 세계에서, 처음 만나는 얼굴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총 16부작으로 OTT 시리즈치고는 꽤나 호흡이 길다. 기존 방송사 채널의 미니시리즈에 가까운 셈인데 이런 익숙함은 극의 리듬과 전개 방식뿐 아니라 감수성의 측면에서도 기시감을 불러낸다. 동경해온 세계에 진입하는 데 성공한 여러 청년들이 저마다의 소란한 개성 속에서 부딪치고 끈끈해지는 이야기, 세상이 청춘에 기대하는 순수와 정의를 또박또박 실현해가는 모범적 인물들이 이 시리즈에 있다. 기본적으로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란 세계는 그래서 부패한 현실을 고발하는 와중에도 언제나 유토피아일 수밖에 없고 바로 이 지점에서 취향도 나뉠 터다. 어른들을 위한 청춘물이 필연적인 반항과 도태, 방황을 전제로 한다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어디까지나 성장통 속에서 밝게 결속하고 있다. 수험 생활과 경찰대 입학, 훈련소 합숙, 대학에서의 첫 시험 등 20대 초반에 통과하는 여러 사회적 미션의 격파 과정은 그러므로 이 세계를 꿈꿔 마지않는 10대들을 위한 콘텐츠로서 설계된 흔적이 역력하다. 이때 필요한 최소 조건은 원형의 안전한 재미는 유지하되 전형의 고루함은 피하는 연출과 대본의 기술일 것이다. 틴에이지 드라마의 새 장을 연 흥행 웹드라마들이 ‘요즘 감성’으로 격 없이 승부한 데 비하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모범 혹은 평범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중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뻔한 세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힘 또한 확실하다는 것. 단점을 상쇄하고 예기치 못한 장점을 솎아내는 장면의 힘이 젊은 배우들의 활기로부터 피어오른다.

강다니엘의 연기 데뷔는 물론, 이미 드라마에서 20대 초중반의 성인 배역을 여러 번 소화한 채수빈의 새롭고 풋풋한 연기가 기세 좋게 흐른다. 2010년대 들어 계속해서 젊은 배우의 기근 현상을 호소했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바람을 증명하는 시리즈들이 넷플릭스의 <인간수업> <지금 우리 학교는>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드러났다면, 디즈니+ 역시 세대교체를 포부로 내건 듯싶다. 강다니엘과 채수빈, 그리고 이신영, 박유나, 박성준, 민도희, 김우석, 천영민 등 모두가 제 몫을 확실히 해낸다. 드라마 <SKY 캐슬>에서 활약한 박유나, <사랑의 불시착>의 이신영, 웹드라마 <연애 플레이리스트> 시즌2로 데뷔한 김우석, 영화 <자산어보>와 웹드라마 <인서울> 시리즈의 민도희 등 최근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기대주들이 적재적소에 스스로를 잘 녹여낸 형세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진 못하지만 더럽힐 수는 있다”

막 열아홉을 지나 스무살이 된 <너와 나의 경찰수업> 속 초보 어른들은 각자의 성인식을 치르며 속앓이를 하는 가운데서도 예비 경찰들답게 사회의 불의와도 싸운다. 흥미를 자아내는 디테일들은 지금의 Z세대 청년들이 마주하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우리 사회의 면면들이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훈련 분위기를 자랑하는 ‘청람교육’의 전통은 더이상 학생들에게 절대 불변의 권위를 갖지 못한다. 시즌1의 서두를 여는 첫 번째 주요 사건이 폭언과 폭력을 멈춰달라는 학생들의 항의 운동인 것은 현실에서도 지속되고 있는 군대 내 가혹 행위와 폭력 사건들까지 연결지어 떠올리게 만든다. 외부 세계의 불의를 바로잡기 이전에 내부를 자정하겠다는 청년들의 밝은 움직임 뒤편에는 쓸쓸한 현실 원리도 작동하고 있다. 승현과 은강이 주도해 청람교육이 폐지되기까지, 경찰대는 졸업 후 취업률과 처우를 고려하는 과정에서 학생 상당수가 로스쿨로 빠져나가는 세태를 염려하며 언론 보도를 막고자 한다. 청년의 해사한 정의감은 조직의 존속을 사수해야 하는 기성세대의 계산기 아래서 그렇게 겨우 허락된다.

“너희들 만약에 나중에 배우라도 돼봐. 학생들 때문에 드라마가 조기 종영을 당해요, 알아?” 6화 후반부, 억울하게 폭력 사건에 휘말린 승현과 탁(이신영)의 누명을 풀어주고자 목격자를 찾던 대일(박성준)은 골목에서 우연히 비행 청소년들과 조우하고는 절절하게 다그친다. 지난해 광풍에 가깝게 몰아쳤던 스타들의 학교 폭력 이슈와 그 여파는 요즘 세대에 인권과 도덕에 대한 예리한 의식만을 부추긴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한방’이 터지면 하루아침에 드라마가 조기 종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왕따를 당하거나 퇴학을 당할 수 있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의 자잘한 사건과 위기들은 대체로 그런 소외와 박탈의 불안을 품고 있다. 당구장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는 동네 불량배들을 말리다 폭력 시비에 휘말린 승현과 탁 역시 퇴학 당할 위기에 처한 상태다. 현장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학교 선배의 음모로 부풀려진 이 사건의 일면에는 경찰청장의 아들이자 수석 입학생이라는 이유로 승현을 손쉽게 여론 몰이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편 떠들썩한 학내 사건을 해결하고자 다들 팔을 걷어붙인 상황에서 얼짱 출신의 신입생 아리(천영민)는 혼자 몸을 사린다. 평판과 학점을 잘 관리해 교환학생, 취업에도 성공해야 할 미래가 그에겐 너무나 엄중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출이 아무리 고전적이라지만, 오늘의 그림자를 반영한 디테일이 깃든 캠퍼스 안팎은 세상이 전에 없이 야비해졌다는 사실도 은근슬쩍 드러낸다. ‘낭만이 사라지고 계산된 열정만 남은 시대’이기에 어쩌면 청년의 원형 같은 승현과 은강의 초상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뜨리진 못하지만 더럽힐 수는 있다”고 믿는 겁 없는 은강과 “나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직하고 명예로운 경찰이 되겠습니다”라고 외치는 용감한 승현의 로맨스는 그래서 조금 더 판타지에 머물러도 좋을 것이다. 청춘물의 울타리가 그들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너와 나의 경찰수업> 후반부를 기대하게 하는 플롯 포인트

잘못 눌렀나? <너와 나의 경찰수업>을 클릭한 지 몇분이 지나 작품명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전형적인 한국형 누아르영화를 연상시키는 암부 짙은 화면 위로 잔뜩 비 내리는 날씨, 그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원들의 격투가 대뜸 이어진 터였다. 한 경찰대생의 억울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이 플래시백은 <너와 나의 경찰수업> 속 청춘들이 아직 초등학생이던 10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비춘다.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린 배우 곽시양의 죽음과 그에 얽힌 미스터리는 그러나 프롤로그 이후로 꽤 오랜 시간 비밀 속에 잠들어 있는 모양새다. OTT 시리즈치고는 꽤 호흡이 긴 16부작 드라마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현재 7~8회를 지나고 있어 아직 갈 길이 멀다. 오프닝의 에피소드는 긴 분량의 플롯을 매듭지어줄 종결 장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밀의 열쇠는 죽은 경찰대생의 동생인 탁과 경찰청장의 아들인 승현에게 쥐어져 있다. 관건은 둘을 지켜보는 천진난만한 은강이 그 사이에서 어떤 정의로운 선택과 탐구를 지속할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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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