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민주당 대선후보 노무현 인터뷰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의 영화 및 영상산업에 대한 입장과 정책을 좀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대선 후보 연쇄 인터뷰를 기획했다. 5년전 대선 때도 <씨네21>은 같은 기획 인터뷰를 실었다. 그후 지금까지 한국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스크린쿼터, 독립·저예산영화 상영공간 확보, 표현의 자유 신장 등 현안이 많다. 이 문제들이 정부 정책과 문관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각 후보의 의사와 사정을 반영해, 직접 만나거나 서면으로 하거나 둘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후보마다 달리 인터뷰가 이뤄질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힌다. 여의도에서 농민시위가 있었던 11월13일 오후 6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노무현 후보를 만났다. 몇시간 전 시위현장에서 노 후보가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는 경미한 불상사가 있었지만, 노 후보는 편안한 얼굴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왔다. 일정이 바빠 오랫동안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는 말을 미리 들어, 정책적인 사안들은 질문지를 먼저 보냈다. 이날은 개인적인 영화 취향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을 중심으로 20분 남짓 인터뷰를 가졌다. -얼마 전 장애인들과 함께 <오아시스>를 보러 가셨던데요. =눈가리고 가려니까 정말로 눈앞이 깜깜하더구먼. (웃음) 단지 시각적으로 앞이 안 보인다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깜깜해져요. 영화를 볼 때는 귀를 막았는데 소리가 들리는 바람에 결국, 그 체험은 성공을 못했습니다. 바깥에 마개 덮고, 안쪽 귀도 봉했는데 다 들리더라고. -<오아시스>는 어땠는지요. =영화가 좀 무겁긴 했는데.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선입견과 무관심으로 스쳐넘어갔던 우리의 둔한 인식을 바꾸게 하는 데 도움이 됐죠. 물론 또 다르게 문제제기하는 분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영화를 봤던 많은 관객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극장엔 자주 가시나요. =어쩌다 한번이죠. -그래도 딸과 함께 극장 나들이를 잘하시나 보던데요. 극장에서 후보를 봤다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서 봤습니다. =그때 내가 본 영화가 뭐더라. 맞아. <와이키키 브라더스> 봤구나. 서민들이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는 영화였죠. 그죠 아이는 상당히 그 영화의 줄거리와 분위기, 뭐 이런 데 대해 아주 새롭게 생각하고 호기심 있게 받아들이는데 난 별로 재미없었어요. 영화가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우린 너무 익숙한 풍경이라서. (웃음) 만날 보고, 듣던 것이고,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그런데 딸아이 반응 보면서 역시 세대 차라든지 생활의 체험 차이 때문에 같은 영화를 보는데도 느낌이 다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네요. -내 인생의 영화를 소개해주신다면. =묘하게도 제가 그런 게 잘 없습니다. 감명 깊은 책도 뽑으라고 하면 마찬가지입니다. 한편, 한권을 딱 뽑기가. 대신 이것저것을, 여기저기서 주워들어서 얽어모으는 식이죠. 존경하는 사람도 그래서 여러 명입니다. -오래 전에 봤어도 꽤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 영화가 있잖습니까. =그런 영화가 있긴 하죠. <라이언의 딸>이라고, 개봉할 땐 <라이언의 처녀>라고 번역되어 나온 영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가 73, 74년 쯤됐나요. 제가 군에서 제대하고 고시공부 하고 있을 때니까. -30년이 다 되어가는데요. 기억에 남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영화를 도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고 해석했거든요. <오발탄>도 그랬고. 아니면 <엘 시드>나 <왕중왕> 등 범인들이 따라갈 수 없는 영웅이나 초인들이 이뤄낸 행적을 그린 영화를 즐겨 봤어요. 그런 영화들 대하면서 도덕적 메시지를 전달받고, 그게 아니면 그냥 재밌을 것 같은 영화로 넘어가고 그랬는데. <라이언의 처녀>라는 영화를 보고 그런 것이 깨져버린 거예요. 평범한 한 여인이 자연스럽게 남자에 대한 사랑에 끌려 선생님을 사랑하고, 또 권태를 느끼자 영국군 주둔군을 사랑하고 그러면서 그 여인은 그 마을 사람들과 갈등을 겪게 되고 반역자로 몰리는 내용인데. 그 여인의 선택을 보면 어떤 도덕적 기준에 억눌려 있지 않아요. 영화 보면서 제가 도덕률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그 여성에 처지에 대해서 깊은, 아주 깊은 공감을 하는 거예요. 그 자체로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할까. 첫 번째 남편을 배반했으니 부도덕한 사랑이고, 주둔군을 사랑했으니 공동체에 대한 배반이고. 도덕적 규범과 충돌하는 한 인간의 감성이랄까 이런 것이 어쩐지 강하게 남아 있는 거죠. -특히 어떤 장면이 잊혀지지 않나요. =그 여인이 밤에 말하자면 외간남자를 만나러 미친듯이 뛰어가거든요. 머릿속에 선해요. 역시 인간은 도덕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에요. 생은 또 한편에 욕구와 충동이라는 또 다른 축도 갖고 있는 거죠. -말씀하시는 걸 들으니 예전엔 꽤 영화를 즐겨보신 듯한데요. =빠짐없이 챙겨보진 못했어요. 그 당시에 유명한 영화들은 뒤늦게나마 재개봉관에 가서라도 보려고 노력하는 정도였죠. 아내하고 데이트하면서 극장은 많이 갔어요. 처음 연애할 때 본 영화가 <러브스토리>인데, <라이언의 딸>도 아내와 같이 봐서 조금 더 인상적일지도 몰라요. -좋아하는 배우가 있다면. =한석규씨 이야길 해야 하는데 영화는 많이 못 봐서 제가 재밌게 본 드라마 이야기로 대신 할게요. 김운경씨가 썼나요 왜 <서울의 달>이라고 있잖아요. 무엇보다 전체 극 분위기가 좋았고, 거기서 한석규씨가 맡은 캐릭터를 보면서 대리만족 같은 것을 느꼈어요. 우리도 왜, 규범을 일탈해서 좀 건들거리고 싶은 생각이 있잖아요 그런 잠재적인 충동 같은 것을 한석규씨를 통해서 대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게 어느 정도냐면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자유를 그 인물은 즐기고 사는 것 같았으니까. 그로서는 벗어던질 수 없는 인생을 처절하게 살고 있는데 제가 보기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그가 우리가 누려보지 못하는 자유를 만끽하는 이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때 분위기 때문에 한석규씨를 좋아해요. 근데 나는 좋아하는데 그분은 혹시 한나라당 지지하는 것 아닌가 (웃음) -문성근, 명계남 등 곁에서 후보를 돕는 이들말고도 노무현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등 노 후보를 지지하는 영화인들이 많은데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권력이란 게 우리 생활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많이 하죠. 유력하다고 하는 두 분(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후보를 지칭하는 듯)은 지시명령형 인생을 살았습니다. 지배형 인생을 살았습니다. 저는 지시명령형이 아니라 항상 권력의 억압에 대해 제도적으로 저항하는 사고를 가지고 있었고, 김대중대통령과도 또 다른 점은 오랫동안 총재로 군림하지 않았거든요. 군림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훨씬 더 개방적일 거다, 저를 지지하는 문화인들이 그런 판단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 지지에 대해서 보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70대 노부부의 성과 사랑을 다뤄 화제를 모은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받아 표현의 자유 침해에 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혹시 보셨나요. =아직 못 봤습니다. (부대변인에게) 언제쯤 보러 갑니까 한번 시간을 내본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아직. -인터넷에 자신의 부인과 함께 누드 사진을 찍어 올린 미술교사의 경우, 검찰이 구속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요. =사회적 논쟁이 있는 부분은 사전 구속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혼자만의 반론이 아니고 사회적 반론이 있는 사안을 구속부터 먼저해서 처벌하는 것은 검찰권의 남용이라고 보여집니다. (이하 서면 답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시는지요. =김지하 시인이 <오적> 써서 감옥 가고 많은 예술가들이 필화사건으로 옥고를 치렀던 불행한 과거를 우리는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권위주의와 독재권력이 득세하는 사회일수록 예술의 자유는 억압받게 마련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 민주화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근래 와서 문화쪽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의 분위기와 제도가 풀리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론 표현의 자유를 거의 제한없이 인정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공중파 방송 등 안방에 그대로 들어가는 것은 무차별적인 침투이기 때문에 사전 장치가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사후규제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창작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잖습니까. 제한하기 전에 수용되어야 할 권리입니다. -스크린쿼터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계십니까. =국가간에 자유롭고 호혜로운 문화교류를 막아선 안 됩니다. 장벽이 있어서도 안 되고, 서로 자극과 충격을 줘야 발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전제가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시장논리에 문화가 휩쓸리도록 맡겨 둬선 안 됩니다. 지금 미국 할리우드영화가 전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스크린쿼터는 문화정체성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한 최소 안전판이라 봅니다. -현 정부는 영화부문을 포함한 WTO 양허안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정부지원도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연합이나 캐나다 등 여러 나라들이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예 협상테이블에서 영화나 방송 등 시청각 서비스 분야는 논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협상이 상당히 진전된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제가 당선되면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국익과 문화적 정체성 보호를 기본 입장으로 해서 양허요청안을 재조정할 생각입니다. -지난해 <고양이를 부탁해> <와이키키 브라더스> 등 완성도 높은 저예산영화들이 극장으로부터 외면당했습니다. 저예산영화, 예술영화들이 극장을 잡기 힘든 상황입니다. 독립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위해 작은 영화들을 살려야 합니다.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은 없으신지요. =자율성과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문화는 죽습니다. 독립영화, 예술영화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업적 이익이 아니라 예술성과 현장성으로 무장한 실험영화들이 더 많은 관객과 만나야 영상문화 전체가 살찔 수 있다고 봅니다. 우선 전용관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영화진흥금고 중에서도 독립영화, 예술영화 지원 비율을 5∼10%까지 확대하여 독립제작 여건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정책은 비단 영화쪽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언더그라운드 밴드 등 음악쪽도 마찬가지이고. 문화예술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정책이라고 봅니다. 영상 산업 진흥 정책 공약 1) 시청각서비스 협상 적극 대처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2) 안정적인 예산 확보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전체 예산 중 문화예산 비율 2%까지 확대, 영화진흥금고 출연금 부족분에 대한 국고 출연 등 대안 마련, 영상부문에 대한 민간 기부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 3) 실질적인 지원 위해 제도, 기구, 정책 재편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 문화예술 전문인 임명, 정부가 영화진흥위원회 예산 승인권을 갖는 것과 관련해 영화계 의견 수렴하여 개선, 영화진흥금고 중 독립·예술영화 지원 비율 10%까지 확대,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확대 설치 및 운영 지원 강화. 4)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제도 완비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문화, 노동, 여성, 교육, 가정 등 시민사회 다양한 주체들이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인선 및 추천 범위 확대, 회의록 공개 등 심의 과정의 투명화 강화, 제한상영관 설치를 위한 까다로운 규제 완화. 5) 문화분권화 시대를 개막하기 위한 지역 문화기반시설 확충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부산국제영화제, 세계 5대 영화제로 육성하기 대책 마련, 서울 이외 대도시에 영상미디어센터 설치. 6) 문화기반시설의 지속적 확충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영상자료원을 확대 개편하여 국립영상아카이브 설립, 문화기반시설의 프로그램 운영 및 콘텐츠 확보 예산 지원 강화. 7) 남북문화교류 강화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영화,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 분야 남북 합작 활성화 방안 마련, 북한영상물에 대한 단계적 해금 조치 실시, 남북 영화인 교류 정례화 8) 문화콘텐츠산업 강국 구현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전문인력 양성 확대, 영상산업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 확대, 애니메이션 방송총량제 실시 9) 문화예술 외교활동 강화 문화적 예외 주장하는 유럽연합, 캐나다 등과 국제적 연대 강화, 세계문화부장관회의에 주도적 참여, 문화다양성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 활동 적극 지원. 현재 4곳에 불과한 해외문화원 확대 건립. 민간의 우리 영화 해외 소개 활동 적극 지원.

여섯감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4)

성범죄 사범의 인터넷 신상공개 제도를 두고 얼마 전까지 찬반논란이 격렬했고 지금도 불씨가 살아 있다. 성범죄 사범도 인간인데 한번 형사처벌 받은 걸 다시 공개하는 건 일사부재리나 사생활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말이 가능한 반면, 한국 사회에 유달리 성범죄가 많고 가부장적 질서가 그런 현실을 자꾸 감추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찬반이 맞선다. 절차와 방식의 민주성을 중시하느냐, 문제의 해결을 중시하느냐는 태도의 차이로 인해 평행선을 달릴 수도 있다. 겁많은 남자 같으면 입닫고 있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예민한 사안이기도 하다.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감독 같으면 어느 쪽일까. <그 남자의 사정(事情)>은 신상이 공개된 채로 사는 성범죄 사범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정 감독이 신상공개 제도에 대해 비판은 아니어도 최소한 회의를 가진 쪽일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인권 하면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소수자들을 떠올린다. 그러면서 범죄인이나 가해자, 특히 성범죄 관련자들은 인권을 보장받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인권할 때 흔히 떠올리는 그림으로는 잘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데려와서 이야기를 풀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정 감독은 지난 9월 이 프로젝트를 제안받기 전부터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에 관심이 많았다. 범죄자라고 할 때 처벌 외에 범죄사실이 공개되는 걸 어떻게 봐야 할지 답이 잘 안 찾아져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논쟁하는 글들을 읽었다. 그러던 차에 인권 프로젝트를 제안받고 러닝타임 15분 안팎을 상정하고 시나리오도 완성했다. 그러나 막상 이 제도에 대한 언급은 신중했다. “사이트의 글들을 보니까 단순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았다. 내가 신상공개 제도가 옳다, 그르다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좀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계기를 줄 수 있으면 한다.” 시나리오는 뜻밖에도 꼬마 여자애가, 성범죄 사범과 같은 비중의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야기는 그 애를 쫓아간다. 자꾸 오줌을 싸서 엄마가 내복 윗도리만 입힌 채 소금 얻어오라고 문 밖으로 쫓아낸다. 이 아이에게 가해진, 발가벗고 소금 얻어오기 벌칙과 신상공개제도가 유사하다는 데에 주목한 설정이다. 이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가 가볍고 우화적인 분위기를 띤다. “메시지가 강한 건 부담스럽고, 게다가 이건 단편이다. 우화나 동화처럼 가려고 한다. 기존의 우화는 교훈을 압축적으로 전달하지만, 이건 짧으면서 냉정하고 결론이 없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그랬듯 정 감독은 화면 구도를 중시한다. 이번에는 중앙에서 모두를 감시하는 원형 감옥처럼, 가운데가 텅 빈 ‘ㅁ’자 형태의 주상복합아파트 경관을 충분히 활용할 계획이다. “일산이나 분당에 새로 지은 주상복합아파트가 모두 ‘ㅁ’자 형태다. 거기서 조지 오웰의 같은 느낌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촬영은 정 감독의 영상원 1년 후배로, 박광수 감독의 신작 <방아쇠>로 데뷔하는 김병서씨가, 음악은 <고양이를 부탁해>의 별이 맡았다. 떨치기 힘든 궁금증 하나. 왜 정 감독은 인권이라고 할 때 강자와 약자, 메이저와 마이너 사이에 전선이 상존하는 문제가 아니라 마이너 사회 안에서도 논쟁적인 소재를 택했을까. “누가 봐도 (옳고 그른 편이)정해진 영역보다 그런 걸 다시 보게 하는 게 재밌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좋은 것, 나쁜 것, 옳은 것, 옳지 않은 것, 가해자, 피해자의 경계가 뚜렷하다. 뚜렷하게 나누고 싶은 게 사람들의 바람이겠지만 실제로는 O, X를 나누기 힘든 게 더 많은 것 같다.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그런데 주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여성감독이기 때문에 특히 이번 소재에 잘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글 임범 isman@hani.co.kr <그 남자의 사정(事情)>은 어떤영화아저씨, 소금주세요∼ 주상복합아파트에 중년남자 A씨가 혼자 산다. 그는 성범죄를 저질러 인터넷에 신상과 범죄내역이 공개된 사람이다. 사각형 모양의 아파트 가운데 마당에 그의 사진과 범죄사실을 밝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고, A씨 아파트 문에는 ‘A’자가 낙인처럼 찍혀 있다. A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표정은 경멸에 가깝다. A씨 아파트 몇집 건너에 사는 여자 꼬마애는 엄마로부터 “A씨를 만나면 무조건 못 본 채하고 도망가라”는 행동지침을 수차례 들어 숙지한 상태다. A씨를 만나면 그 지침을 익숙하게 실천한다. 이 꼬마애는 밤마다 이불에 오줌을 싼다. 어느 날 화가 난 엄마가 내복 윗도리만 입혀서 이웃 사람들에게 소금을 얻어오라고 내쫓는다. 꼬마가 방문하는 집마다 냉대하거나 놀리기만 할 뿐 소금을 주지 않는다. 꼬마는 하는 수 없이 A씨의 아파트를 두드린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제3회 서울유럽영화-메가필름페스티벌 <3>

◈ 장교의 병실 La Chambre Des Officiers핫 브레이커즈/ 프랑수아 뒤페이롱/ 프랑스/ 2001년/ 135분 1차대전 초반, 엔지니어 출신인 젊은 장교 아드리앙은 폭격으로 얼굴의 절반이 날아가다시피하는 부상을 입는다. 말을 할 수도, 먹을 수도 없는 끔찍한 고통 속에 파리의 장교들의 병실로 옮겨진 아드리앙. 하지만 육체적인 통증보다 더욱 끔찍한 것은 괴물같이 흉측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이다. 위안이라곤 어머니처럼 돌봐주는 간호사 아나이스와 자신처럼 얼굴에 전쟁의 흉포한 낙인이 찍힌 동료 장교들, 그리고 부상 전에 하룻밤의 사랑을 나눈 여인 클레망스에 대한 환상뿐. 가족들에게조차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그들이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단편영화로 세자르영화상을 수상하며 90년대부터 장편영화를 만들어온 프랑수아 뒤페이롱은 프랑스의 차세대 감독. 전쟁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는 별로 없지만, 기괴하게 일그러진 육체, 외부와 유리된 채 노란톤의 병실 공간에서 심신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데이비드 린치를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색채와 함께 전쟁과 편견의 잔혹한 폭력성에 경고를 던진다. ◈ 만날 수 없는 세상 Paralelni svety핫 브레이커즈/ 페트르 바클라프/ 체코/ 2001년/ 100분 아주 오래된 연인들, 함께 나눈 시간과 체온만큼 가깝고도 권태와 불완전한 소통의 거리만큼 먼 그들 사이의 ‘만날 수 없는’ 평행선에 대한 영화. 건축가인 크리스토프는 영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하지만, 국적 때문에 체코에 발이 묶여 있다. 그의 연인인 테레자는 프랑스 소설 번역가. 오랫동안 동고동락해온 그들이지만, 인생을 즐기자는 크리스토프와 조심스럽게 그 이상을 바라는 테레자가 그리는 미래의 그림은 점점 어긋난다. 크리스토프는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와의 관계에 불안을 느끼는 테레자는 혼자 임신 중절을 한 뒤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으로 떠날 준비를 한다. 이야기는 전혀 새로울 것 없지만, 세련된 색감과 명암 연출, 매끄러운 촬영은 특별한 이유없이도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탐색을 보여주며 유럽 예술영화의 유산을 감지하게 한다. ◈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This Is Not a Love Song라이징 디렉터스/ 빌 엘트링검/ 영국/ 2002년/ 94분 이건 정말 사랑영화가 아니다. 사랑영화는커녕, 사랑노래 비슷한 것도 안 나온다. 원제와 같은 가사의 테크노 음악이 흐르긴 하지만, 가사의 의미보다는 잘게 쪼개진 비트처럼 이리저리 튀는 청춘들에 대한 우울한 낙서에 더 가깝다고 할까. 자동차털이인 히튼은 마약 때문에 수감됐던 단짝 스파이크가 출소하던 날 차를 훔쳐 마중을 간다. 기분전환 삼아 런던의 교외로 여행을 떠난 두 사람. 스파이크는 왜 소식 한 장 없었냐는 말부터 끊임없이 떠들어대지만, 과묵한 히튼은 부치지 못한 편지들을 떠올리며 웃을 뿐이다. 하지만 휘발유가 떨어져 우연히 들른 농가에서, 스파이크는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복수를 결의한 주민들은 무장한 채 추격해오고, 설상가상으로 히튼이 다치면서 이들의 우정은 시험대에 오른다. <풀 몬티>의 사이먼 보포이가 각본을 쓰고, 그와 2편의 영화를 공동연출했던 동료 빌 엘트링검이 감독한 작품. 디지털카메라로 12일 만에 찍었다는 왜곡된 화면과 잦은 흔들림은 환각 혹은 의식의 흐름을 드러낸다. 출구없는 영국 젊은이들의 삶을 담는 드라마의 뒷받침도 만만치 않다. ◈ 크리스마스 캐롤 Christmas Carol:The Movie라이징 디렉터스/ 지미 테루 무라카미/ 영국, 독일/ 2001년/ 81분 “여러분, 이야기의 대가 찰스 디킨스를 소개합니다!” 1857년 보스턴, 사회자의 소개에 이어 디킨스가 자신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을 들려주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때마침 나타난 쥐 때문에 작은 소동이 일자, 디킨스는 재치있게 바로 그 ‘쥐’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디킨스와 청중들의 실사영상에서 ‘가브리엘’이란 이름의 쥐가 혹한의 런던, 빈부의 표정이 교차하는 거리를 누비는 애니메이션으로 바뀌면서 너무나 유명한 구두쇠 스크루지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펼쳐진다. 얼어붙은 런던의 잿빛 풍경화와 캐릭터는 디킨스 시대 영국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살려내는 한편, 유령들을 따라 자신을 돌아보는 스크루지의 시간여행은 차츰 가슴의 온기를 되찾아가는 그의 변화와 함께 부드럽고 화사한 색의 유희와 판타지를 선보인다. 국내에도 소개된 바 있는 <바람이 불 때>의 애니메이션 감독 지미 테루 무라카미, <스노우맨>을 제작한 프로듀서 이언 하비와 일루미네이티드 필름의 전력이 조화롭게 녹아든 장편애니메이션. ◈ 나폴리의 열정 Cuore napoletano라이징 디렉터스/ 파올로 산토니/ 이탈리아/ 2002년/ 94분 오 솔레 미오! <나폴리의 열정>은 나폴리 민요에 바치는 헌사와 같은 다큐멘터리다. 카메라는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진 뮤지션들을 찾아 나폴리와 북미 여러 주를 넘나들며, “아랍의 애가(哀歌)와 스페인 민요에서 유래했다”는 나폴리 전통음악의 역사를 되짚어간다. 이탈리아어와 다른 나폴리 방언을 살린 민요는, 명테너였던 카루소의 목소리와 <푸니쿨리 푸니쿨라> <오 솔레 미오> 같은 히트곡 등으로 폭넓은 인기를 누려왔다. 라디오밖에 없던 시절부터 연주해왔다는 바이올리니스트, 결혼을 앞둔 커플을 축하하며 창 아래에서 연가를 부르는 풍경, 베수비오산의 시정을 해친다며 신설된 케이블카를 꺼리던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고자 만들었다는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탄생 비화, 전통을 이어가는 작곡가가 사라져간다는 우려와 새로운 세대의 가수들에 의해 끊임없이 불린다는 희망이 교차하면서,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애환과 낭만을 음악으로 들려준다. ◈ 동창회 Klassfesten라이징 디렉터스/ 멘스 헤른그렌/ 스웨덴/ 2002년/ 103분 자신이 서른다섯인지, 서른여섯인지도 모를 정도로 일상에 찌들어 사는 보험회사 직원 마그누스는 어릴 적 여자친구 힐레비를 오랫동안 잊고 지내왔다. 동창회가 열린다는 소식이 날아들고 자신의 어린 시절이 이끄는 대로 마그누스는 동창회를 찾아간다. 억지스럽고 형식적이며 어색한 동창회의 행사들이 이어지지만, 마그누스 앞에 나타난 힐레비는 그의 과거의 충만함과 열정을 되살려낸다. 그러나 현재의 삶은 버릴 만한 것이 아니라 버티고 가꾸어야 할 만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동창회를 찾은 마그누스가 얻어오는 교훈이다. 각양각색으로 변화되어 있는 동창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들 속에서 노스탤지어의 섬을 찾은 마그누스는, 그러나 진정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변화의 의지를 갖게 된다. 글 정사헌/ 영화평론가 taogi@freechal.com·황혜림 blauex@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코미디 감각의 전환기 맞은 김상진 감독(1)

6년간 숟가락으로 땅굴을 파서 탈옥한 사내가 있다. 장대비가 쏟아지고 번개가 치는 하늘을 향해 포효하는 진흙투성이의 남자 차승원, 그의 벌린 입에 빗물이 가득 고인다. <쇼생크 탈출>의 팀 로빈스 못지않게 폼을 잡지만, 그 순간 함께 탈옥한 사내가 한마디 한다. “지랄을 해라. 지랄을.” <광복절 특사>는 두 탈옥수, 차승원과 설경구의 이야기다. 알려진 대로 천신만고 끝에 감옥에서 나온 두 남자는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발견한다. 그들은 감옥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설경구의 바람난 애인 송윤아의 결혼식도 막아야 한다. 그들의 탈옥사실을 감추려는 교도소에서 없어진 죄수를 대신해 교도관들이 감방에 갇혀 있는 동안, 과연 설경구와 차승원은 감옥으로 무사귀환할 것인가 이야기 설정에서 드러나듯 <광복절특사>는 물구나무선 탈옥영화다. 탈출이 아니라 감옥으로의 귀환이 절박하다는 사실로부터 시작되는 코미디, 김상진 감독의 영화에서 이처럼 뒤집힌 상황을 보는 것은 낯선 일이 아니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4인방이 기껏 하는 일은 주유소의 질서를 뒤죽박죽으로 흔들어놓는 것이었고, <신라의 달밤>의 선생님은 깡패보다 거친 말투와 행동으로 학생들의 ‘형님’이 되지 않았던가 아이디어로 보면 <광복절특사>는 김상진 영화가 즐겨 다뤘던 아이러니를 적당한 변주를 곁들여 되풀이하는 영화다. 탈옥한 죄수는 교도소로 돌아가지 못해 안달하고, 교도관은 죄수들 머릿수를 맞추느라 감방에 갇히는 우스꽝스런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로 치닫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 더 들어가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한마디로 <광복절특사>는 <주유소 습격사건>의 정반대편에 있는 영화다. <주유소 습격사건>의 4인방이 주유소를 점령해놓고 유유자적 즐기는 것과 달리 <광복절특사>의 두 주인공은 원래 위치로 돌아가기 위해 기를 쓴다. <신라의 달밤>이 모범생에서 조폭 보스로, 깡패에서 선생님으로 엇갈린 운명을 태연히 받아들이는 데 비해 <광복절특사>는 소동이 일어나기 전, 운명이 갈리기 전의 평정상태를 간절히 소망한다. 무엇보다 <광복절특사>에는 “어려운 말 하는 새끼들, 다 죽여버려야 돼”라고 내뱉던 과격함이 없다. 대신 “우리가 정말 쓰레기냐 우리가 정말 인간 말종이냐”는 호소가 교도소의 폭동을 진압한다. 그것은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딴따라로 나왔던 강성진이 연기하는, 폭동의 주동자 용문신을 통해 강력한 암시를 던진다. 엔딩에서 용문신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조용히 물러난다. 상징적인 의미지만 <광복절특사>는 <주유소 습격사건>이 일으킨 반란을 잠재우는 영화인 것이다. “이젠 유행을 다시 앞서가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는 김상진 감독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스스로 <주유소 습격사건>이 조폭코미디의 원조라 주장한 적은 없지만, 그는 조폭코미디 유행의 시발점이 <주유소 습격사건>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실제로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 <달마야 놀자>의 박신양, <두사부일체>의 정준호, <가문의 영광>의 유동근은 <주유소 습격사건>의 4인방이 보여준 단순, 무식, 과격함을 닮았다. 무엇보다 김상진-박정우 콤비의 두 번째 영화가 <신라의 달밤>이라는 사실은 <주유소 습격사건>의 태반에서 잉태한 것이 무엇인지 한눈에 보여줬다. 단순한 캐릭터와 엉뚱한 상황이 빚어내는 폭력과 욕설의 카타르시스는 평단의 비판을 따돌리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하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은 유행의 첨단을 걷는 캐릭터를 등장시킴과 동시에 충무로 영화의 뿌리깊은 악습 하나도 되살려놓았다. 바로 대충 찍고 이야기의 논리를 무시해도 캐릭터만 재미있으면 관객이 찾는다는 믿음이다. 90년대 중반 유행했던, 박중훈 주연의 코미디 <할렐루야> <똑바로 살아라> <돈을 갖고 튀어라> 등은 대표적인 예다. 한때 박중훈표 코미디로 불렸던 이들 영화는 배우 박중훈이 아닌 캐릭터 박중훈의 영화였다. 그리고 이중 <돈을 갖고 튀어라>는 김상진 감독의 데뷔작. ˝<주유소 습격사건>에 비하면 파괴적인 쾌감이 적고 <신라의 달밤>에 비하면캐릭터의 감칠맛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주류 코미디의 유행에안주하지 않겠다는 <광복절특사>의 태도는 전작들보다 성숙한 것이다.<광복절특사>는 새로운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주유소 습격사건>이후 김상진 영화의 또 다른 전환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상진 영화의 궤적이 90년대 중반 이후 주류 코미디의 변천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보이는 것은 우연일까 그가 강우석 감독의 수제자이며 <투캅스3>의 연출자였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그렇다고 말하긴 힘들 것이다. <주유소 습격사건>이 개봉하고 나서 김상진 감독은 “<투캅스3>를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이런 유의 코미디로는 강우석 감독을 넘을 순 없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자신의 색깔을 발견했다고 여겼고 그래서 <주유소 습격사건>의 코미디 스타일을 스스로 ‘쌈마이’라 부르며 즐겁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조폭코미디들은 <주유소 습격사건>식 코미디가 김상진 감독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입증했다. <광복절특사>가 <주유소 습격사건>의 반대편으로 이동한 맥락도 여기 있다. 그는 범람하는 유행에서 벗어나기로 작정했고 그런 결심은 김상진 영화에선 처음 보는 깔끔한 화면을 만들어냈다. 그는 “정광석 촬영감독이 조명까지 통제하며 찍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만 조폭코미디와 선을 그으려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런 변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물론 <광복절특사>를 통해 김상진 감독이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다. 이 영화가 시도하는 풍자는 아직 무르익은 표현수단을 얻지 못했고 이야기나 캐릭터의 결함도 쉽게 눈에 띈다. <주유소 습격사건>에 비하면 파괴적인 쾌감이 적고 <신라의 달밤>에 비하면 캐릭터의 감칠맛이 떨어진다. 그렇지만 주류 코미디의 유행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광복절특사>의 태도는 전작들보다 성숙한 것이다. <광복절특사>는 새로운 유행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는 아니지만, <주유소 습격사건> 이후 김상진 영화의 또 다른 전환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글 남동철 namdong@hani.co.kr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DVD 박스세트로 출시된 <로보트 태권브이>

지금은 대중들의 관심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딴지일보>는 아직 ‘명랑사회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딴지일보>는 호색정당을 표방하는 남로당, ‘구라’를 앞세운 방송국 등 다양한 관련 사이트를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다양하고 해괴한 물품들을 파는 딴지몰 혹은 딴지점빵이다. 이 딴지점빵을 통해 <딴지일보>는 문화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주목을 끌 만한 몇 차례의 독특한 시도를 했다. 신문에 연재될 당시 검열을 통해 누더기가 되었던 고우영 화백의 <삼국지>를 원래대로 복원해 CD롬으로 출간한 것, 딴지의 인터넷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웹토이 ‘우르부르’를 선보인 것,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웠던 여성용 자위기구 ‘부르르’를 직접 제작해 판매한 것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지난 9월에 발간한 <로보트 태권브이> VCD타이틀만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은 없었을 것이다. 약 25년간 사라져 있었던 <로보트 태권브이>의 극장 개봉판을 어렵사리 복원해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로보트 태권브이>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기 때문에, <딴지일보>의 이런 성공은 여러모로 칭찬받아 마땅했다. 하지만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세대들이 보기에, 그 VCD 타이틀은 아쉬운 면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컴퓨터가 아닌 VCD 플레이어나 DVD 플레이어에서 작동되지 않았고, 남아 있는 비디오테이프에 의존해 복원되었기 때문에 화질 자체가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나빴기 때문이다. 그런 <딴지일보>의 소중한 시도가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로보트 태권브이> DVD 타이틀의 출시를 준비하는 제작사가 있다는 사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지난 90년대 말부터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까지 태권브이의 부활을 외쳐온 골수팬들에게, 그런 DVD 타이틀의 출시 소식은 하나의 복음처럼 빠르게 전파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1년여의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드디어 <로보트 태권브이>의 DVD 타이틀이 발매되었다. 한 태권브이 팬사이트는 ‘우리에게는 영원한 친구이자, 영웅인 로보트 태권브이가 드디어 DVD로 재탄생하였다’는 말로 첫 페이지의 첫 문장을 장식해, DVD의 출시를 뜨겁게 환영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사이트조차 ‘비록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적어도 옛날 그 영웅의 모습을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모습이 아닐까’라는 말로 DVD의 아쉬운 면들을 애써 감추진 않고 있다. 그런 아쉬움의 근원은 <딴지일보>가 풀지 못한 숙제와 연장선상에 있다. 바로 DVD 소스에 적합한 원본 필름을 구하지 못했다는 점. 1976년에 개봉된 이후 김청기 감독을 비롯한 주요 제작진 누구도 프린트를 보관하지 않은 상태였고, 미국에 수출이 되면서 네거필름마저 함께 발송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 몇년 전부터 공개적으로 수배해 어렵사리 찾은 프린트들조차도, 보관상태가 참담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이 참담한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원작을 최대한 복원한다는 의미에서 프린트를 기초로 하되, 도저히 DVD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장면들은 비디오 소스를 가져와 메우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때 사용된 비디오 소스로는 80년대 초반에 국내에서 출시된 비디오와 이라는 제목으로 출시된 미국 버전의 비디오가 사용되었다. 그런 짜깁기에도 불구하고 출시된 DVD 타이틀은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아파질 정도로 화질이 엉망이다. ‘고목나무에 그린 애니메이션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 하지만 그런 원본 소스의 부족함으로 인한 단점들을 제외하면, 이번에 출시된 <로보트 태권브이> DVD 박스세트는 네티즌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인터넷을 통해 리뷰를 올린 이들의 공통된 평가다. 일단 TV에 방영되었던 김청기 감독에 대한 다큐멘터리 은 물론, 김청기 감독의 소중한 오디오 코멘터리까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판인 의 전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점도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와 함께 별도의 디스크 2장에 82년에 개봉되었던 <슈퍼 태권브이>와 84년작 <로보트 태권브이>가 비교적 깨끗한 화질로 함께 실려 있다는 사실 또한, 그동안 <로보트 태권브이>를 어떤 식으로든 소장하고 싶어했던 이들에겐 과분할 정도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DVD 프라임의 리뷰가 밝혔듯이 ‘<태권브이>라 하더라도 DVD로서의 최소한의 미덕은 갖춰야 된다고 믿는 사람, 아무 생각없이 <태권브이>를 구입하게 된 청소년들, 고퀄리티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사람’ 등에게 이 타이틀은 ‘열받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들은 이번 타이틀의 출시로 다시 불붙은 <로보트 태권브이>에 대한 관심이, 여러 차례 시도되다 엎어진 <로보트 태권브이>의 재탄생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몇년 뒤에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을 가진 21세기의 로보트 태권브이를 DVD로 만날 수 있으면 하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이철민/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 <로보트 태권브이> DVD 박스세트 리뷰 사이트 : http://gotaekwonv.com.ne.kr/dvd.htm ♣ 신화창조 <태권브이> 팬클럽 : http://www.gotaekwonv.wo.to ♣ 레인보의 <로보트 태권브이> 사이트 : http://rainb.com/tkv ♣ <로보트 태권브이> 팬사이트 : http://myhome.naver.com/pointp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명동문학카페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한 명동문학카페 2002. 9. 6∼11. 27 밀리오레 백화점 전무이사 장달수는 독립투사 후손이고 독립운동의 연장이 70∼80년대 민주화운동이라고 믿으며 예술과 술을 구분없이 좋아하고, 더 중요하게는 술값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다. 그가 어찌어찌 운동-예‘술’권을 휘젓고 다니다가 술과 시와 운동권 냄새를 풀풀 풍기는 강형철(민족문학작가회의 상임이사)을 만나 의기투합, 데모(음모) 회고전쯤으로 착안한 것이 바로 위 행사다. 강형철은 성질깨나 깐깐한 KBS 라디오 <문화읽기>의 서현숙 PD를 꼬셔서 행사가 매주 금요일 녹음 방송되게 주선했고, 장달수는 ‘너무 많은’ 예술가들 앞에서 다소 제 페이스를 잃는가 싶더니 10월 말 갑자기 겨울 추위가 닥치니 반(半)노천 공연장에 60년대식 열풍기를 돌렸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백화점 직원을 (강제) 동원, 뚫린 위 벽과 지붕을 6·25풍 천막으로 틀어막고 ‘도라무깡’ 4개의 배를 갈라 숯을 피워댔다. 바비큐 파티 분위기가 섞여들었지만 그는 정말 여전 사령관 같았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들과 가장 ‘아티스틱’한 가수들의 만남을 빛나는 신예 여성 평론가-소설가-시인들이 꾸려가는 광경은 양의 동서를 막론하고 전례가 없지만 막상 겪고보니 당연히 있어야 할 행사고, 오히려 너무 늦은 감마저 들었다. 기록으로 생명을 보장받는 문학과 단지 노래가 아니라 단칼에 생명의 불꽃을 발하고 사라지는 ‘공연’이 충돌한다는 것, 아니 상대방 속에 처한다는 것이 양쪽에 공히 충격적일 것은 예상했지만(이제까지 출연자들은 모두 쑥스러워하거나 두려워했다, 상대방과 상황 자체를) 순간순간 짜릿한 감동까지 자아냈다. 오래되어 희미해진 삶의 우여곡절을 닮은 클래식 선율에 실린 시와 소설 낭독,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 수기 낭독까지 이미 고전에 달한 명품 노래와 명품 가창력의 ‘공연성’에 달하기를 바랐고, 문학을 만난 가수들의 ‘발언’이 섬광 같은 ‘음악의 시’에 달하기를 바랐다. 그것은 단 한번의 행사 혹은 출연으로 가능하지 않지만, 몇번의 기적이 있었고, 출연자들은 모두 그 바람을 공유하게 되었을 것이다. 막간 춤패불림이 춘 막간 2인무 <만남>(의 아름다움)이 그 바람을 이어주는 동시에 육화했으므로 더욱 그렇다. 이제 11월22일 고은-이은미-김선우 팀의 ‘공연’(서현숙 PD는 여전히 ‘토크쇼’를 주장하겠지만)이 남았고 11월27일 강은교-윤선애-김수이팀이 주재()하는 쫑파티쇼가 있을 예정이다. 장달수와 강형철은 숯불 도라무깡에다 최소한 감자를 굽거나 돼지고기 바비큐 잔치를 ‘획책’하고 있다. 그것 참. 김정환/ 시인·소설가 maydapoe@thrunet.com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건립 가시화

부산국제영화제가 도쿄영화제를 제치고 아시아 정상의 영화제로 성장하기 위한 최대 과제인 전용극장 건립이 가시화되고 있다. 25일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조직위 등에 따르면 국제영화제 전용관건립을 위해 센텀시티와 중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부지를 놓고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해운대 센텀시티내에 있는 2만6천여㎡ 의 시유지에다 전용관을 건립하는 방안이 가장 타당성이 있다는 게 일단 영화계와 시의 입장이다. 전용관 건립을 위해 부지를 새로 마련하지 않아도 될 뿐아니라 땅 크기나 위치도 1천500석에서 2천석 규모의 대형 영화관을 짓는 데 적절하다는 것. 중구는 그동안 영화제의 주무대인 남포동 극장가가 인접해 있고 상영관이 충분하기 때문에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하는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금융결제원 부산지부 부지 3천995㎡에다 전용관을 건립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곳은 지리적인 입지는 좋지만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우려되면서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시는 내년에 영화제 전용관 건립을 위한 용역을 실시하고 가계의 의견을 수렵해 오는 2004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건립을 추진하다는 방침이다. 전용관이 건립되면 영화제 개최시기를 매년 일정하게 할 수 있는 등 부산영화제가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정상의 영화제로 자리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은 “부산시가 전용관 건립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일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1천500석이상의 전용관이 건립되면 부산영화제의 숙원이 해결됨과 동시에 영화제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겨울극장가 대작외화 - 한국영화간 ‘대박’ 경쟁 치열할듯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과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의 바람이 거센 12월 극장가에 한국영화들이 맞대결에 나선다. 12월은 여름 시즌과 함께 극장가의 성수기로 꼽히지만 지난해 ‘반지’와 ‘해리’등 대작외화가 극장가를 휩쓸었던 기억을 되새겨보면 제작자로서 이 시기에 영화를 극장에 걸기는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지난해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두사부일체>(제작 필름지)가 전국 380만 관객동원의 성공신화룰 기록한 적도 있다. 12월 대박 신화를 노리는 몇 편의 한국영화들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첫 테이프를 끊은 영화는 21일과 22일 개봉한 영화 <광복절 특사>(제작 감독의 집)와 <해안선>(제작 LJ필름). <주유소 습격작전>과 <신라의 달밤>의 김상진 감독의 새 영화로 기대를 모았던 <광복절특사>는 개봉 첫 주말 14만1천531명을 동원하며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탈옥에 성공한 두 모범수가 자신들이 광복절 특사 명단에 들어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려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 코미디. 장동건과 김기덕의 만남으로 화제가 됐던 <해안선>도 첫 주말 서울관객 3만7천559명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해안선>은 한 병사가 간첩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한 후 보여주는 광기를 그린 작품으로 장동건의 연기변신과 박지아와 유해진의 열연이 돋보인다. 12월 6일에는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제작 메이필름), <피아노 치는 대통령>(제작 CINE WILL),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제작 에그필름)가 동시에 관객 몰이에 나선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3차례 관람등급 심의 끝에 개봉하는 <죽어도 좋아>는 더 이상 개봉을 늦출 수 없는 입장. 70대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선거를 2주 앞둔 시점에서 개봉된다. 젊은 대통령(안성기)과 통통 튀는 학교선생님(최지우)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철없는 아내와 …>는 박찬욱 감독 등 국내 유명 감독들과 전속 계약을 체결해 화제가 됐던 영화사 에그필름의 창립 작품으로, <휴머니스트>이후 이무영 감독의 두번째 영화. <해리포터…>가 개봉하는 13일에는 임창정, 하지원 주연의 섹스코미디 <색즉시공>(제작 두사부필름/필름지)이 개봉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 개봉했던 <두사부일체>의 윤제균 감독의 저력에 쇼박스의 배급력으로 <해리포터…>에 맞불을 놓겠다는 계획이다. 배급 규모는 같은 회사가 배급했던 <중독>보다 더 클 전망이다. <색즉시공>은 대학 캠퍼스 내 차력 동아리와 에어로빅 동아리 간에 벌어지는 야한 해프닝을 다룬 영화로 <몽정기>에서 불기 시작한 섹스 코미디의 열풍이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일 <반지의 제왕…>과 같은 날 관객들을 찾는 한국 영화는 지진희, 염정아 주연의 스릴러 영화 (제작 영화사봄). “장르도 스릴러 영화고 작품에 대한 믿음도 강해서 개봉을 강행하기로 했다”는 것이 제작사의 설명이다. 는 연쇄살인이 발생한 지 1년 후 다시 같은 수법의 연쇄살인이 발생하자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영화다. 후반부를 공략하는 영화는 <휘파람공주>(24일. 제작 마로픽쳐스ㆍ마로이엔티) 와 <품행제로>(27일. 제작 케이엠컬쳐). <휘파람공주>는 정략결혼을 피해 남한으로 내려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딸(김현수)과 남한의 로커(지성)의 사랑이야기. 류승범과 임은경, 공효진이 출연하는 <품행제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고교생들의 풋사랑을 담는 복고풍 로맨틱 코미디다. 이들 영화의 한 관계자는 “워낙 대작인 두 편이 한꺼번에 개봉하지만 관객들이 판타지 영화만을 찾는 것은 아니다”며 “관객들이 2안으로 선택하는 영화가 우리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