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가 찾는 영화 정보를 손쉽게!

‘바람' 검색결과

기사/뉴스(9404)

“코믹배우만 되진 않겠다”, <천년호>의 정준호

한동안 얼굴값 하지 못한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오던 정준호(34)는 <두사부일체>와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배우 반열에 올랐다. 비록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받지는 못했지만 <흑수선>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하얀 방> 등에 출연하며 자칫 코믹영화 전문배우로 낙인찍힐 뻔한 덫도 용케 피해나갔다. 11일 오후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 근교의 린안(臨安) 호텔과 야외촬영장에서 만난 정준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흐르면서도 겸손함을 잃지 않는 스타로서의 풍모가 갖춰지고 있는 듯했다. 김혜리와 연방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어주는가 하면 가끔 김효진의 등을 토닥이며 용기를 북돋워준다.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여유가 뚝뚝 묻어난다. “99년 <아나키스트>에 이어 제가 유일하게 중국 로케에 두 번씩이나 온 배우입니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어려운 점이 많지만 해외로케의 성공사례를 반드시 만들고 싶어요. 물론 기대하셔도 좋을 겁니다. 겉포장만 요란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속이 꽉찬 영화거든요.” 지난 10월 10일부터 이곳에서 촬영을 시작한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는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삼각사랑을 그려낸 멜로물. 여기에 무협과 팬터지와 호러까지 가미했다. 이광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오는 7월 개봉할 예정이다. 그가 맡은 역할은 멸망으로 치닫는 신라의 마지막 버팀목인 비하랑 장군. 산골의 신비로운 처녀 자운비(김효진)와 사랑에 빠지나 질투에 눈이 먼 진성여왕(김혜리)은 그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것은 물론 나라까지 위기에 몰아넣는다. “비하랑은 천년사직을 지켜내는 장군이지만 정작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내지 못한 회한 때문에 번민하는 인물이지요. 마지막에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비극적 운명에 맞닥뜨리게 되지요. 지금까지 한번도 해보지 못한 연기라 지금도 할 때마다 마음이 설렙니다.” 이날 밤 정준호가 처음 촬영한 신은 말을 타고 요귀로 변한 자운비를 뒤쫓는 장면. 밤공기를 뚫고 숲길을 헤치며 말을 달리는 모습이 “말은 적토마요, 말탄 장수는 여포라” 하는 고어체 소설 대목을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위풍당당하다. 그의 운동솜씨는 충무로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 영화를 위해 몇달간 액션 연습을 해야 했다. 정두홍 액션스쿨에서 석 달간 격투기를 익혔고 한국검예도 관장으로부터 검술을 배웠다. 말은 중국에 오기 전에 속보로 몰아본 것이 고작이지만 이제는 바람을 가르며 쌩쌩 달릴 정도가 됐다. 95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기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무렵 이란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으나 본격적인 스크린 데뷔작은 <아나키스트>라고 할 만하다. 그뒤 늦깍기 출발을 만회하려는 듯 <사이렌>에 이어 숨가쁘게 촬영장을 누비며 불과 4년 만에 필모그래피를 두툼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아쉬움이 없을 만도 한데 그의 가슴 한쪽에는 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지난해 12월 31일 저녁 선배 연기자 내외분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저만 혼자 나갔지요. 너무 부러워서 못참겠더라구요. 올해는 꼭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고 싶어요.”

영화 <천년호>의 김혜리·김효진

11일 오후 영화 <천년호(千年湖)>(제작 한맥영화)의 촬영이 한창인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杭州) 근교의 린안(臨安)호텔과 인근의 야외촬영장에서 여주인공인 김효진(20)과 김혜리(34)를 만났다. 연령으로 보나 연기경력을 따져도 까마득한 선후배지만 연기에 임하는 자세만큼은 서로 양보하는 기미가 없다. 신인인 김효진은 물론 4번째 영화에 도전하는 김혜리에게는 스크린 데뷔작이나 마찬가지인데다 주인공 비하랑(정준호)을 사이에 두고 사랑다툼을 벌이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다시 신인으로 데뷔하는 기분이에요. 사극은 한동안 안하겠다고 머리를 싹둑 잘랐는데 시나리오의 매력에 이끌려 다시 1천년 전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그동안 TV 사극에서 주로 보여준 인고(忍苦)의 여인상과는 달리 카리스마를 한껏 풍기는 역할이거든요.”(김혜리) “첫 영화로 사극을 택하게 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그것도 당초 캐스팅된 김민정씨의 부상 때문에 뒤늦게 합류하다보니 부담이 훨씬 컸지요. 정준호 오빠와 김혜리 언니, 그리고 이광훈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도움으로 그런대로 적응하고 있어요.”(김효진) 지난해 10월 10일부터 중국에서 촬영을 시작한 <천년호>는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비극적인 삼각사랑을 그려낸 무협 팬터지 멜로물. 김효진은 신라 장군 비하랑과 사랑에 빠졌다가 죽음을 당해 천년 전 원혼이 깃든 요귀로 부활하는 자운비 역을 맡고, 김혜리는 비하랑을 독차지하려는 질투심으로 자운비를 죽음으로 내모는 진성여왕으로 등장한다. 김혜리는 사극 전문배우답게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신라 국운이 다하던 시기의 진성여왕에 대해 좋지 않은 측면을 부각시켰을 것”이라고 말한 뒤 “한 나라을 책임지는 왕이면서도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인으로서의 고민을 어떻게 잘 그려낼 수 있을지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김효진은 “청순한 산골 처녀에서 무서운 요귀로 변해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설정이 초보 연기자인 저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가장 걱정한 와이어 액션 장면에서는 오히려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완벽한 동작을 보여줘 중국측 무술 스태프들로부터도 갈채를 받았다. 김혜리는 베테랑 연기자답지 않게 베드신 대목에서 신인처럼 바짝 긴장해 제작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날 따라 김혜리의 남자친구가 촬영장을 방문하는 바람에 김형준 한맥영화 대표가 다른 핑계를 대며 격리시키느라 애를 먹었다. “정준호씨가 은근히 러브신을 즐기는 것 같아 저도 프로답게 하려고 했는데 너무 떨리더군요. 준호씨나 감독님은 하던 대로 해보라고 주문하지만 안해본 걸 어떻게 하던 대로 하겠느냐구요. 키스신 때도 나는 양치질에 가그린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데 반해 준호씨는 일부러 쥐포와 멸치를 씹고 나오더라구요.” 김효진도 “이번처럼 리얼한 키스신은 처음이어서 당황했으나 준호 오빠가 배우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할 과정'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줘 눈 딱 감고 했지요”라고 수줍게 털어놓았다. 해외 로케의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것. 그러나 <천년호>의 제작진들은 김혜리와 김효진 덕분에 입이 행복했다고 한다. 김혜리의 방에서는 연일 김치찌개와 부대찌개 등 한국음식 파티가 벌어져 ‘김혜리식당’으로 불렸고 김효진은 한국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수십박스씩 과자를 공수해왔다. 88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뽑히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김혜리는 92년 「이별없는 아침」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데 이어 95년부터 「조광조」 「용의 눈물」「태조 왕건」 등 사극에 주로 출연해왔으며 「한밤의 TV연예」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김효진은 휴대전화 CF로 김민희와 함께 스타덤에 오른 신세대의 아이콘. 「RNA」 「메디컬센터」 「@골뱅이」 「우리집」 등의 청춘 드라마에도 꾸준히 얼굴을 내밀었다. 김혜리가 TV 드라마뿐 아니라 영화에서도 사극 전문배우로서의 성가를 재확인할 수 있을지, 김효진이 CF 스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비로소 연기자로 대접받을 수 있을지는 올해 7월 극장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슴에 붕대를 감은 사연은? <마들렌> 배우 강래연

안녕하세요. 연기파 배우 강래연입니다.(^O^) 꾸벅~ m(_ _)m 요 며칠 날씨가 무척 추웠죠 감기 안 걸리셨나요 그리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셈. (*^_^*) 전 지난 한해 무척 바빴걸랑요. 여러분 머릿속에 ‘강래연’ 세 글자를 박느라 브라운관과 스크린 양쪽을 뛰어다닌데다 잘 나지 않던 여드름까지 제 일정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답니다.(^_^;)(T_T) 그래도 <내 사랑 팥쥐>와 <막상막하>를 끝내고 나니 제 얼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 기분은 좋아요. (^_^)v 아마 거의 기억하시는 분들이 없으실 줄로 압니다만, 제 데뷔작, 그러니까 드라마, 영화 가릴 것 없이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게 영화 <짱>입니다. 그전에 거리 캐스팅으로 <쎄씨> 등의 잡지모델 활동을 하긴 했지만, 연기의 ‘연’자도 모르던 제가 어찌어찌 오디션에 붙는 바람에 영화 나들이까지 했던 셈이죠. 그때 맡았던 배역은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냥 ‘칠공주파 멤버’…. 얼굴 클로즈업신이 딱 하나 있었고, 나머진 계속 뒷배경에 슬쩍 걸리는 ‘운 좋은’(;_;) 조연이었습죠. 하지만 어찌나 신나던지요. 촬영장에 놀러가는 심정으로 벼락치기 스크린 데뷔를 하긴 했지만, 가족들도 별로인 눈치고, 제 자신도 그 당시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답니다. 제가 화교라는 건 다 아시죠 모르시나(-_-;) (-.-;)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중국 산둥이고 국적이 대만이라 외국인 주민증을 갖고 있어요. 외국인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대만에 나갔다 와야 하고요. 그래도 이 얼굴이 대만에선 뜨는 얼굴이라니까요. 미안합니다. <(__)> _(._.)__ 당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전 평소 한의학을 전공하고 싶던 마음을 바꿔 세종대 호텔경영학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연기는 거의 포기했더랬죠. <짱> 끝내고 <학교1>을 찍을 때였나,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카메라에 불 들어오는 게 안 보이는 거예요. 선배들은 곁눈질로 다 보인다고 하지만, 전 늘 버벅댔더랬죠. 첨엔 조금만 하다 말 거니까 하고 자위를 했지만, 혼나는 것도, 연기를 못하는 것도 자꾸 맘에 쌓이는 거 있죠. 그래서 아예 미련없이 1년인가 쉬었어요. 근데 텔레비전을 통해 함께 연기했던 장혁, 배두나 등이 나오니까 기분이 묘해지면서, 다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맘이 불끈불끈 치솟더라고요. (^_^)ㅋ 하고 싶은 맘이 최고조에 이를 때 <꼭지> 출연제의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연기력도 차츰 속도를 올리며 늘었습니다. <마들렌>의 ‘유정’은 극중에선 납작 가슴이 최대 콤플렉스인 말라깽이지만, 실은 매우 뚱뚱하고 작달막한 말 그대로 ‘폭탄’인 캐릭터였어요. 여배우 섭외도 다 해놓았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마구 졸랐어요.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거든요. 민아씨보다 큰 가슴을 감추느라 붕대까지 감고 연기한 거 아시면 넘어지실 거예요. 비슷비슷한 역할들로 한창 갈증을 느낄 때 제게 찾아와준 <마들렌>은 작은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여러분께도 제가 작지만, ‘웃음’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어때요. 보러 와 주실 거죠?'

<색즉시공> 에어로빅 코치 전은영

영화 <색즉시공>의 마지막 촬영이 이뤄진 2002년 11월3일, KAFA(Korea Aerobic Fitness Association)의 에어로빅 전용 체육관은 발 디딜 틈 없는 사람들 무리로 거의 공황상태였다. 한쪽에선 배우들이 영화 속 최대 이벤트인 경연대회 장면을 위해 마무리 연습을 하는 중이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11월19일에 있을 에어로빅, 댄스 3급, 2급 자격검증 시험을 위해 KAFA 소속 선수들이 막바지 비지땀을 쏟아내는 중이었다. 그 사이에서 배우들 자세 교정해주랴, 선수들 봐주랴 홀로 고군분투하던 정은영 코치. 3개월 만에 황무지 같던 배우들을 개간해 기름진 옥토로 바꾼 기적도 모자라 마지막 장면까지 옥에 티 하나라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그녀의 눈빛은, 대회 성적이 바로 입시로 연결되는 학생 선수들의 기술 검정에도 부족함 없이 쏟아졌다.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다는 불사 정신이 그녀를 더욱 매섭게 부추기고 있었다. 극중 코치로 등장하는 히스테릭한 코치 한유미(유채영)와 달리 폭력을 엄청 싫어하는 전 코치는 지쳐있는 선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으로 몽둥이 대신 손뼉과 환호성을 사용한다. 육체적으로 녹다운된 선수지만, 정신적으로 흥을 북돋워주면 얼마든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다는 그녀만의 처방은 배우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됐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은효(하지원)의 싱글 경기 장면만 남겨둔 시점에서 하지원이 근육통과 몸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는 소식에 그녀는 직접 감독과 대면했다. 무리한 하드 트레이닝과 에누리 없는 촬영일정으로 심신이 지친 배우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였기에 “딱 하루만 쉬게 하자”고 부탁했고, 다음날 음악소리도 분간 못하는 하지원을 향해 힘찬 구령으로 독려하며 오케이 사인을 이끌어낸 전 코치의 모습은 어머니의 그것이었다. 연습실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차력팀과 에어로빅팀의 영화 속 모습은 현실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는데, 영화와 마찬가지로 임창정 등의 차력팀이 연습시간을 조금이라도 넘길라치면 “빨리 정리하지 뭣 하느냐”고 소리치며 쫓아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 전 코치의 입술에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가 걸린다. 가장 정이 가는 인물은 전 코치와 가장 닮은 점이 많은 진재영. “힘들어도 힘들단 말 한마디 안 해요. 연습할 때마다 기합이 단단히 들어가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척척 해내고. 전 그런 악바리 근성, 깡을 가진 배우가 좋아요.” 임창정, 최성욱 등 너스레와 입담으로 무장한 차력팀에 질까봐 일부러 더 분위기를 주도하려 했다는 전 코치의 행동 뒤에는 에어로빅부 배우들을 진짜 자신의 제자로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숨어 있다. 부산여자다운 화끈함과 걸출한 성격 뒤에 자상함을 숨기고 있는 그녀는, 올해 3월에 개최될 에어로빅 대회에 배우들을 직접 출연시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본인들이 오히려 참여하고 싶어해요. 영화 찍느라 운동을 배웠지만,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걸 알게 됐다나요. 꾸준히 연습한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기에 제가 흔쾌히 오케이했죠.”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시범종목으로 스포츠 에어로빅이 채택된 것을 누구보다 기쁘게 생각하는 그녀는 <색즉시공>을 통해 사람들에게 에어로빅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작음 바람뿐이다(KAFA 에어로빅협회 02-545-4747, 02-3444-8242).글 심지현 simssisi@dreamx.net·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프로필→ 1973년생→ 94∼98 스포츠 에어로빅 국가대표 활동, 페어부문 입상→ 현 IAF 국가대표 수석 코치→ IAF, AIG 스포츠 에어로빅 심판으로 활동 중→ 영화 <색즉시공>의 에어로빅 자문

독립, 단편영화/ <샴. 하드로맨스> <스케이트>

몸이 붙어 있는 남녀가 있다. 이들은 샴쌍둥이이다. 두개의 인격체를 가지고 있지만 불행히도 몸은 하나이다.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여자는 남자에게 지겹다고 하고 심지어 남자가 죽어주기를 원한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마주보는 것이 소원이다. 하지만 그 바람은 이루어질 수 없다. <엄마의 사랑은 끝이 없어라>라는 단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김정구 감독은 <샴. 하드로맨스>(김정구/ 35mm/ 2001년)를 통해 이 세상에서 가장 엽기적이면서도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필연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는 샴쌍둥이 이야기는 단편에서 보여줄 수 있는 상상력의 절정을 드러낸다. 차분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조은령 감독의 <스케이트>(조은령/ 35mm/ 1997년)는 착한 영화이다. 시골 샛강에서 한가로이 스케이트를 타던 소녀는 눈 위의 글씨로 자신의 이름을 물어오는 소년을 만난다. 소년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소녀는 불현듯 공포감을 느끼고 도망을 간다. 하지만 곧 소녀는 자신이 한 행동을 후회하게 된다. 별다른 대사나 설명없이 간결한 구성으로 소녀의 감성을 전해주는 연출력은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이 두편의 작품을 통해 독립영화의 상반된 두 경향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순수의 세계로 떠난 광고 세편

MBC TV <전파견문록>은 딱딱한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 말랑말랑한 ‘순수’표 전략으로 특화에 성공한 예능프로그램이다.어른과 차별화된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엿본다는 캐치프레이즈로 개운한 재미를 안기는 데 성공하며 오랫동안 시청자의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새해 들어 광고계에도 <전파견문록>처럼 순수 찾기에 나선 CF가 두드러지고 있다.굳이 미인, 아이, 동물 등을 포괄하는 ‘3B 법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광고가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유용한 장치로 동심을 선호한다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그럼에도 묵은 때를 벗겨내고 가슴에 신선한 공기를 채우는 새해 즈음이어선가.순수의 세계로 떠난 CF들이 유난히 입가에 ‘빙그레’ 자국을 새기고 있다. SK텔레콤의 기업이미지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다.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선보인 ‘로봇’편과 새해 초부터 방송을 타고 있는 ‘일출’편은 ‘민이’(본명 강윤도)라는 4살의 남자아이를 주인공으로 어느 가족의 단란한 한때를 포착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무장한 디지털 기업의 CF란 측면에서 흥미롭다. 길거리에 설치된 대형 로봇을 보고 좋아 어쩔 줄 몰라하는 민이의 모습에 엄마가 아빠한테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로 민이를 위한 최상의 성탄절 선물을 귀띔하고(‘로봇’편), 동해로 일출을 보러 갔다가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해가 뜨는 순간을 놓친 민이에게 아빠가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통해 일출장면을 보여준다(‘일출’편)는 게 광고의 내용. 현실감이 넘치는 에피소드로 공감을 사고, 그 안에 휴대폰의 기능을 매끄럽게 녹여낸 것이 이동통신기업의 시의적절한 이미지 제고용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이 광고의 강렬한 호소력은 꼬마 모델에서 찾을 수 있다.‘로봇’편의 <내가 찾는 아이>란 배경음악의 제목대로 꼼꼼한 접근방식 아래 꼬마 모델을 시청자가 찾는 매혹적인 아이로 잘 포장했다.‘까르르’ 하는 아이의 천진한 웃음소리를 생동감 있게 살린 청각적 장치와 온전히 아이의 표정과 동작 하나하나에만 집중한 카메라의 시선은 안이한 베이비 전략과 거리를 두고 있다. 어린이는 꿈나무란 상투적인 비유를 떠올리면 이번 CF를 통해 새롭게 소개한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이란 슬로건은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래도 약간 거창한 감이 없지 않아 광고에 대한 부드러운 감정이입을 방해한다는 아쉬움이 있다.아무리 지난해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이 이 기업의 버리기 아까운 소중한 자산 같은 말이 됐다지만 말이다. 썬키스트NFC 광고는 민이보다 좀더 프로급에 속하는 심혜원이란 전문 아역 모델을 전면에 내세운 CF다.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법사같이 차려입은 심혜원과 탤런트 정보석이 부녀로 등장해 냉장고에 마법을 건다는 동화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부녀가 입을 맞춰 ‘사그락, 사그락’ 하는 의성어를 내는 부분이 광고의 앙증맞은 분위기를 돋운다. SK텔레콤 CF처럼 이 광고도 동심과 가족애를 한다발로 엮어 따사로운 감성을 전하고, 아이 모델의 순수한 웃음을 클로즈업해 시청자의 뇌리에 결정적 밑줄을 긋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난해 이 CF엔 정보석과 그의 실제 부인 및 아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당시 제작진은 딸 역의 모델이 한명 더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심혜원을 기용했는데 방송 뒤 심혜원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이 도드라져 이번엔 가짜가 진짜를 밀어내는 식의 모델 진용을 짜게 됐다. 순수 찾기는 비단 아이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해 성탄절용으로 방송된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케이크 CF는 원빈이란 다 자란 어른모델을 앞세워 순수 효과를 노렸다.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한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한점 그늘없는 표정으로 혼자만의 성탄파티를 즐기는 원빈의 모습은 예쁜 꼬마의 그것 못지않게 투명한 감흥을 유발했다. ‘착하다’는 표현은 분명 좋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속없다’, 혹은 ‘멍청하다’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반면 ‘순수하다’는 얘기는 똑 떨어지는 칭송이며, ‘순수하지 않다’는 말은 누구도 듣기 싫어하는 소리다.순수를 향한 열망은 다채로운 감성의 스펙트럼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것인지도 모른다.때문에 소비자의 마음 깊숙이 광고의 잔상을 찔러 넣겠다는 이들 CF의 속셈은 너끈히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듯하다. 분명한 것은 아이나 아이 같은 어른을 통해 엿보는 광고 속 순수의 세계는 어쨌거나 또 하나의 판타지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정교한 손길로 무구한 감성의 보물상자를 그럴듯하게 형상화했을 뿐 거기에는 있는 그대로 보겠다는 자세보다는 유지하고 싶고 복원하고 싶은 것에 대한 어른의 시선이 더 강하게 개입돼 있을 터다.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고나니 손에 잡힐 것 같던 광고 속 아이의 웃음이 백일몽처럼 허무한 여운을 주는 것도 같다.조재원/ <스포츠 서울> 기자 jone@sportsseoul.com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회고전 [1]

거장 오시마는 어떻게 몰락했나 오시마 나기사(1932-)는 지금 와병중이다. 일본에선 그가 병상에서 다시 일어나는 일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후 일본영화계 아니 일본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당대의 반역아요 미학적 혁명아였던 그래서 평생 늙을 수 없을 것같던 오시마도, 그렇게 생로병사의 마지막 지점까지 오고 말았다. 문화학교서울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은 그래서 뜻깊다. 우리는 잔인하게도 그의 전락의 이유를 따져보기로 했다. 이건 한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천재 감독에게 바치는 또다른 헌사다. 2000년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는 이 영화에 특별한 기대를 가진 많은 이들을 다소 실망시킨 영화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비평적 지지를 전혀 얻지 못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 같은 이는 <고하토>의 미국 개봉을 앞두고 쓴 리뷰에서 “시적 스타일의 승리” 운운하며 이 영화가 단연 별 네개짜리 ‘걸작’이라고 상찬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은 저널리스트들과 평자들은 이 영화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영화는 1860년대를 배경으로 신센구미(新鮮組)라는 사무라이 집단의 괴멸을 그린다. 묘한 중성적 매력을 풍기는 미소년 카노 소자부로가 이 집단에 들어오면서 사무라이들은 열정과 애욕, 그리고 질투의 늪을 헤매게 된다. <고하토>가 다루는 것들, 즉 엄격한 법도를 준수하는 억압적 조직의 내부 붕괴, 그 조직 안에서 만들어지는 에로틱한 공간, 그리고 죽음과 성적 욕망 사이의 고리 등은 오시마가 충분히 관심을 갖고 다룰 만한 주제들이었다(유사한 관심사를 다룬 오시마의 영화로는 우선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1983)가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서 오시마가 이것들을 다루는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럽거나 갈팡질팡해하는 듯이 보이고 자연히 영화의 캐릭터와 내러티브는 필요한 추동력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고하토>는 탐미적이긴 하되 오시마 특유의, 혹은 내심 그에게서 기대했던, 도발을 보여주진 못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칸영화제 당시 어떤 언론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도발이라기보다는 ‘난센스’에 가깝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실망의 이면에는 물론 영화 자체가 비범하지 못하다는 이유 외에도 오시마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평균 이상의 기대 같은 것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전작 <막스 내 사랑>(1986)은 정말이지 실망스런 영화였다. 그러나 그뒤 14년 만에 만드는 신작은 다르지 않을까 아무리 오랫동안 메가폰을 놓고 있었대도, 그래도 오시마 아닌가’ 하는 기대. 그런데 그 오시마가 이번에도 걸작을 가지고 나타나지 못했고 그만큼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변질된 듯싶다(어떤 면에서는 그와 비슷한 연배인 이마무라 쇼헤이가 예전만은 못하더라도 여전히 평균 이상 되는 수준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음을 함께 상기하면서). 그렇다면 오시마란 이 영화감독이 대체 어떤 존재이(였)기에 평자들로 하여금 실망을 심화시킬 만큼의 기대 혹은 주목을 갖게 했던 것일까? 이마무라는 농부, 오시마는 사무라이 오시마의 면모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그를 어떻게 정의할까, 하는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그를 간명히 정의할 때 자주 이용되는 것은 이마무라가 이야기했다고 하는 이런 문구이다. “내가 시골 농부라면 오시마는 사무라이이다.” 용맹스럽게 칼을 휘두르며 굽힘없이 싸우는 자로서 사무라이는 일견 오시마에게 꼭 들어맞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오시마는 일본의 지배 체제와 그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웠고, 일본영화의 전통, 그리고 기존의 ‘낡은’ 영화형식과도 전투를 감행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무라이에 충직하게 주군을 섬기는 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건 오시마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별칭이 될 수도 있다. 오시마는 기존의 것들과 치열하게 싸운 존재이긴 했지만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를 좀더 제대로 정의하려면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다.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들>이란 책을 쓴 모린 투림은 오시마를 ‘우상파괴주의자’(iconoclast)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것을 제안한다(따라서 이 책의 부제는 ‘한 일본인 우상파괴주의자의 이미지들’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가 ‘사람들이 신봉하는 믿음들과 전통적인 제도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격을 감행하는 사람’이라면 오시마에게 이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오시마라는 이 우상파괴주의자의 면모는 영화경력의 초창기부터 드러났다. 쇼치쿠 스튜디오에 입사해 조감독 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미 그는 현실성 없고 틀에 박힌 멜로드라마나 만들어내는 회사의 안이한 경영방침을 격하게 비판했다. 예컨대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 등이 50년대 후반의 쇼치쿠를 비판하면서 ‘잠자는 사자’라고 표현했을 때, 오시마는 그런 표현은 너무 점잖다며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소속 영화사를 가리켜 ‘죽은 사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물론 그의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쇼치쿠의 영화들만이 아니라 뻔한 장르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프로그램 픽처’, 그리고 전체로서의 일본영화였다. 한때 오시마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일본영화에 대한 나의 증오에는 확실히 일본영화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부정적 의미에서의 일본 상업영화들만이 아니라 서구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정제된 미학의 일본영화들(예컨대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들)과 값싼 휴머니즘의 색채를 띠는 거장들의 일본영화들(예를 들어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까지 정말이지 일본영화의 모든 것들이 오시마가 배격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오시마는 자신이 쓴 어떤 글에서 스튜디오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내적 의식을 가진 새로운 일군의 감독들에게 자기 표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결국 현실화되었을 때 그는 과거의 것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입증해냈다. 특히 1960년 한해에만 보여준 오시마의 영화적 에너지는 굉장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이 해에 그는 <청춘잔혹이야기> <태양의 묘지> <일본의 밤과 안개>로 이어지는 세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세편 모두 단명했던 이른바 ‘쇼치쿠 누벨바그’의 걸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으리만치 활력이 넘치는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앞의 두 영화가 상업적이라고 할 만한 영화적 틀 안에다가 당대 일본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환멸의 의식을 녹여낸 다소 절충적인 영화였다면, <일본의 밤과 안개>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급진적인 방향으로 굉장히 멀리 나간 영화였다. 처음에 쇼치쿠쪽에서는 오시마가 결혼식이 소재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기에 멜로드라마 정도를 만들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간부들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각각 구좌파와 신좌파의 일원이었던 신랑 신부의 결혼식장에서 정치투쟁의 과오에 대한 말 그대로의 논쟁이 벌어지는 영화, 그래서 정치영화라고밖에는 달리 부를 도리가 없는 유의 영화인 것이었다. 90년대의 오시마 나기사휠체어에 의지해 <고하토>를 찍기까지 한 중산층 주부가 침팬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그린 루이스 브뉘엘식의 코미디 <막스 내 사랑>을 내놓은 지 장편극영화로는 무려 13년 만에 발표한 오시마의 신작이 <고하토>이다. 그럼 그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오시마는 과연 어떤 일을 했었던 것일까 사실 오시마 자신도 <막스 내 사랑> 이후의 영화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90년에 그는 <할리우드 젠>(Hollywood Zen>이란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의 제작을 맡았던 제레미 토마스가 다시 관여할 이 프로젝트는 무성영화시대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일본인 배우 하야가와 셋슈에의 삶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이낸싱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이 프로젝트는 백지화되고 말았다. 90년대에 오시마는 영국의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기획한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BBC 스코틀랜드가 기획한 영화감독들의 전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교토, 내 어머니가 사는 곳>(1991)과 BFI 영화 100년 다큐멘터리의 일본편인 <일본영화 100년>(1995)이 그것들. <일본영화 100년> 같은 경우는 일본영화의 전개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는 다큐멘터리인데, 이것을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시리즈의 다른 편인 <프랑스 영화 2×50년>과 비교해보아도 이제 오시마의 창의력이 다소 쇠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한편으로 90년대에 오시마는 일본쪽 대변인의 자격으로 미국영화의 지배에 대해 세계 영화감독들이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신이 영화경력을 시작했던 쇼치쿠로 돌아와 <고하토>를 찍기로 했던 오시마는 95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이 프로젝트에도 당장 매달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오시마는 휠체어에 의지해 결국 <고하토>를 완성해냄으로써 90년대의 끝에서야 또 한편의 장편극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할 수 있었다.

2003년 애니메이션 기대작 3편 미리보기 [4]

구원의 서, 미래의 묵시록 도시 전체를 짊어지는 거대한 로봇 방주, 이를 조종하는 성녀의 피와 함께 종족을 구원할 운명을 타고난 소녀. <아크>는 가상의 행성 알시온, 호전적인 스토리안과 그들의 침략에 저항하는 시비안이라는 두 종족의 갈등을 축으로 한 SF판타지다. ‘방주’란 뜻의 제목은 오랜 전쟁으로 황폐해진 땅으로부터 시비안을 보호하기 위해 건조됐다는 거대 로봇을 지칭하는 말. <아크>는 이 로봇을 둘러싼 싸움과 함께 미래 세계의 음울한 묵시록, 낯설고 웅장한 스펙터클로 청소년층 이상의 관객을 매혹시킬 법한 프로젝트다. 하지만 두 종족의 전쟁 한가운데에 휘말리는 여주인공 에머린스의 운명 못지않게, <아크>의 행보도 다사다난했다. 신씨네에서 제작 지원한 첫 데모 버전으로 제1회 멀티미디어컨텐트산업화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끈 게 97년. 당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드물게 100% 3D컴퓨터그래픽으로 장편을 만들겠다는 기획과 데모의 완성도는 호평을 받았으나, 제작 주체가 여러 번 바뀌는 산고를 겪었다. 컴퓨터게임을 비롯해 3D 작업으로 알려진 지금의 제작사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이하 DDS)에 안착한 것은 99년 여름의 일이다. 그 무렵 곽재용 감독이 합류하고, 이후 2D애니메이션 경력자인 황효선 감독이 영입돼 2001년 10월 제작에 착수했다. 현재 2시간 남짓한 1차 편집본을 완성한 상태. 이미 공개된 <파이널 환타지>의 기술적 진경 이상은 아닐지라도, 바람에 춤추듯 일렁이는 꽃밭이나 거대 로봇의 육중한 동작에 분진이 이는 풍경, 폐허와 첨단의 디자인이 공존하는 미래 이미지의 편린들은 기대 이상으로 섬세하다. 에머린스의 탐스러운 머리칼, 양부 잘락의 주름 등 꼼꼼한 캐릭터 묘사도 국내 CG 표현력의 일진보를 보여준다. 순제작비 70억∼80억원 규모의 <아크>는, DDS와 오우삼의 레인보우스튜디오, 미국의 윌리엄 H. 모리스 에이전시 등이 공동 설립한 디지털 림의 투자로 제작됐다. 디지털 림이 한국 이외 지역의 배급권과 흥행수익의 50%를 갖는다는 조건. 오는 3월 초까지 95분 분량으로 가편집을 끝내면, 국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어 더빙과 후반작업을 미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1천개 극장을 목표로 한다는 미국 개봉에 이어 국내에서는 9월경 그 전모를 확인할 수 있다. 거대 로봇과 미래도시,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보기 드문 규모의 3D 세계라는 게 강점. 잘락 역으로 확정된 제임스 우드 등 할리우드 연기자들의 목소리 캐스팅, 파라마운트 같은 메이저 배급망을 물색 중이라는 디지털 림의 지원사격은 해외 시장 진출에 유리한 발판. 로봇 및 캐릭터 피겨, DDS가 자체 제작 중인 RPG 게임처럼 3D 모델을 적극 활용한 부대사업도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복잡하고 산만하게 느껴지기 십상인 스토리, 실사를 닮았지만 실사의 자연스러움에 못 미치는 3D ‘인간’ 캐릭터에 몰입하기 어렵다는 선입견도 여전한 부담이다. 더구나 기술적으로 탁월했지만 흥행에 실패한 <파이널 환타지>가 김을 빼버린 뒤라니. 국내에서는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SF애니메이션이란 점과 어마어마한 제작비도 모험 요소.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추위 속 강행군,겨울 촬영현장 풍경 스케치 [5]

하얀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춥죠?” 너무 추워서 정말 그렇게 똑같이 물었는지 확신이 안 설 정도지만 돌아온 대답은 정확히 기억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덜 추운 거예요.” 거기에 있던 모든 스탭들이 그렇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옷으로 꽁꽁 동여맨 녹음기사의 짧은 답변이다. 이들은 어제도 여기에 있었다. “누구에게나 보이는 별들이지만, 누구나의 것은 아니기에 별은 보는 사람들의 보화”라는 장형익 감독의 변에서 <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쉽게 이해하게 된다. “알퐁스 도데의 <별>과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서정성, 사랑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의 시 같은 영화”가 될 거라는 감상적인 문구에까지 이르면 우리는 미처 보지 못한 영화 <별>을 ‘문학적으로’ 상상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영우(유오성)는 고아로 자랐으며, 단 하나의 친구인 강아지 알퐁스와 함께 소백산중계소에서 전화국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알퐁스를 매개로 만나게 된 수의사 수연(박진희)과 사랑에 빠진다. 사랑을 고백하는 대신 별의 신화를 들려주고, 뜨겁게 포옹하는 대신 어깨를 빌려주면서 밤을 지새운 다음날이 바로 오늘의 촬영일정이다. 신93, 산, 언덕-낮. 취재진이 본 촬영현장이 시나리오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하얗게 눈 덮인 언덕에 비닐 포대로 썰매를 타고 신나게 내려오는 영우와 수연, 넘어질 듯 불안하게 타고 내려오고 수연을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영우.” 지우고 새로 쓸 수 없는 것이 영화이다. 못 쓰게 되면 버리는 길밖에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은 언제나 찍어놓은 다음이다. 말하자면 그 문장은 다음과 같이 완성되고 있었다. 원래 영화의 배경인 소백산에 원하는 만큼의 눈이 없어 <별>의 촬영팀은 임시로 강원도 횡계까지 촬영지를 옮겨야만 했다. 당연히 무거운 기자재들도 같이 ‘모시고’ 와야만 했다. 또한, 버스 두대가 마주치면 채 지나가기도 힘들어 한 쪽이 비켜서야만 하는 눈길(정말 그랬다)을 달려와, 다시 오르막 언덕까지 눈에 발목을 적시며 힘겹게 밟아 올라와야만 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촬영은 낮 3시경 20개 정도의 컷을 소화하고 있었다. 오후의 촬영장 역시 정신없이 분주했다. 취재진이 먼저 내려오기까지 <별>의 촬영팀은 세개의 오케이 컷을 내기 위해 여러 번의 테이크를 반복했다. 영우와 수연은 소리를 지르며 즐겁게 눈썰매를 타고 내려간다. “컷.” “오케이야 한번 더”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들. 그리고 힘겹게 다시 오른다. 눈썰매를 타는 영우와 수연을 담기 위해 카메라는 앞서 내려간다. 촬영기사는 거의 눕다시피 한 자세로 카메라를 들고, 그 옆에는 또 한 사람이 카메라와 촬영기사를 부축하고, 또 한 사람은 내려가는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모포를 끌고. “컷.” 오케이가 나지 않는 한 이들은 다시 눈길을 오른다. 걸음이 엉켜 넘어지는 것은 다반사다. 카메라가 돌아가지 않을 때 제작부는 더욱 바빠진다. “제작부! 제작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그나마, 바삐 촬영하고 있는 동안에는 추위를 견딜 수 있다. 겨울이며 산 속이기 때문에 해는 더욱 빨리 질 것이다. 그런데도 해는 덩어리진 구름들 사이로 숨어 가끔씩만 얼굴을 비칠 뿐이다. 자연광으로만 찍기 때문에 모두가 하늘만 바라보며 “빵구 난다, 빵구 났다”를 외치며 대기상태이다. 스탭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이유는 눈보라에 실린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짧은 문장 하나가 이렇게 완성되고 있었다.글 정한석 mapping@hani.co.kr 사진 조석환 sky0105@lycos.co.kr 유오성과 박진희검정 귀마개와 볼빨간 찡그리지 않고 웃고 있다고 해서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인공 영우와 수연을 연기하는 유오성과 박진희는 정말 그렇다. 쉴새없이 털어보지만 유오성과 박진희의 등은 온통 눈투성이다. 검정색 귀마개를 한 채 유오성은 쉬는 틈을 타 곧잘 담배를 피운다. 때로는 촬영장에 운동화를 신고 나타났던 스탭에게 “야, 나 진짜 이런 데 운동화 신고 촬영하러 오는 애 처음 봤어!”라며 농담 반 훈계도 한다. 대기가 길어지자 아예 눈밭에 드러누워버리기까지 한다. 추위를 견디는 그만의 방식은 느긋함인 것처럼 보였다. 박진희는 이미 얼굴이 반쯤 얼었다. 양쪽 볼이 색칠한 것만큼 붉어졌다. 제작부들이 건네주는 작은 스토브 하나를 연신 얼굴에 갖다대보기도 하고, 그러고도 못 견디겠으면, 마치 회의라도 하듯 여러 명에 둘러싸여 바람을 피해보기도 한다. 눈썰매 위에 앉아 또 하염없이 해 나오기만을 기다릴 때, “선배님 이거 조금만 쬐보세요. 따듯해요”. 박진희가 웃으면서 유오성에게 스토브를 건넨다. 멋쩍은 듯 웃으면서, 그러면서도 자신있게, “괜찮아, 너 해”. “아이, 그래도 한번 해보세요. 정말 따듯해요.” “괜찮아, 나는 말야 원래 열이 많아” 하며 얼굴을 눈 위에 갖다대고 하나도 안 춥다는 듯 장난을 치는 유오성. 그때 들려오는 소리. “빵구 났다, 레디.” 또 한번 내려간다. 즐겁게 소리를 지르며 “야… 와…”. 사진설명 초행이면 곤욕을 치르는 대관령 목장의 까끌한 눈보라에도 장형익 감독은 꿈쩍않는다. 이미 동토의 러시아에서 수년간 육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야 약과죠.˝ 칠십 고령에도 불구하고 눈밭을 헤집는 전조명 촬영감독도 근성이라면 뒤지지 않는다. 직접 카메라를 들진 않지만, 앵글 하나를 건지기까지 그의 고함은 계속된다. 근사한 ˝별˝하나 따겠다고, 겨울 짧은 하루와 씨름하는 스탭들의 입김은 현장을 덥하는 뜨듯한 온풍기였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추위 속 강행군,겨울 촬영현장 풍경 스케치 [4]

바람기, 동장군 눌렀다? “춥죠?” “어휴, 그래도 이 영화는 천우신조예요” <후아유>를 찍으며 “안 도와주는” 날씨 때문에 고생이 많았던 명필름의 심보경 프로듀서는 <바람난 가족>만큼 하늘이 도와주는 영화가 없다고 말한다. 내부촬영이 있는 날엔 귀가 떨어져나가게 추웠고, 야외촬영이 있는 날엔 어김없이 날이 풀렸다. 평창동 조용한 주택가, 옆집 사는 아줌마 호정(문소리)이 ‘고삐리’ 지운(봉태규)의 뒤를 자전거로 쫓는 이날 촬영도 며칠 동안의 강추위가 누그러든 비교적 따뜻한 날이었다. 옆집 소년이 자신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사실을 안 호정이 호기심에 소년을 따르는 이 신을 찍기 위해 실제 문소리는 자전거를 탄 듯한 자세를 취하고 ‘각그랜저’를 개조한 레커차에 허리를 흰 천으로 묶어 고정시킨 신세가 되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섹시해야 한다”는 감독의 주문은 철회되지 않았지만. <처녀들의 저녁식사> <눈물>의 임상수 감독의 3번째 작품인 <바람난 가족>은 어린 애인을 둔 변호사 남편 영작(황정민),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김인문)을 뒤로 하고 뒤늦게 찾아온 첫사랑과 ‘쪼글거리는 가슴’으로나마 사랑을 나누는 시어머니 병한(윤여정), 그리고 이들을 쿨하게 인정하고 자신도 고등학생과 아슬아슬한 연애행각을 벌이는 며느리 호정까지, 세상에 둘도 없을 ‘콩가루집안’을 둘러싼 이야기다. 성대를 빼앗긴 개들이 깽깽거리는 가운데 높은 담과 완벽한 보안시스템으로 무장된 평창동 주택가를 닮은 듯, 안으로만 문제를 숨기고 있는 ‘한국형 가족’의 배를 거침없이 복개하는 이 영화는 섣부르고 도식적인 교훈을 늘어놓진 않지만, 블랙유머와 유분기 없는 태도 속에 헤집혀져 벌건 살점에 조심스럽게 빨간약을 바른다. <바람난 가족> 현장은 유난히 조용하다. 모락모락 김을 피운 밥차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릴 때도, 누군가의 표현대로 “서울역 노숙자들처럼” 벽을 보며 식판을 긁적일 때도 큰소리 한번 나는 경우가 없다. 그리고 대부분의 촬영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큐”사인 대신 “시∼작”! 이라는 독창적인 명령어 아래 일사분란하게 다시 촬영을 시작한다. 저녁식사 뒤 집안으로 이어지는 촬영 또한 조용하다. 호정이 어둠 속에 지운의 집을 슬쩍 넘겨보며 ‘암고양이’처럼 전화기로 은밀한 수다를 나누는 이 신을 찍기 위해 100평짜리 빌라로 들어온 스탭들은 밤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운의 집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지나가는 차를 막기 위해 몇몇 스탭들은 여전히 밖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인물 좋은 제작부 막내 덕에” 섭외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 있는 지운의 집은 사실 모 대학 학장님이 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예술문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이란 이유로 흔쾌히 촬영을 허락했다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가진 제작사“에 “세 번째 영화다 보니 실력이 늘어서”(웃음) 그 어느 작품보다 누수없이 빨리 찍고 있다는 <바람난 가족>은 전체분량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영작 집 촬영이 끝나면 75% 정도 촬영이 끝난다. 이제 겨우 1월, 아직 봄이 오기까진 한참 기다려야겠지만, ‘바람피우기 올림픽’이 있다면 개인전 금·은·동에다 단체전 금메달까지 휩쓸 이 ‘뜨거운’ 영화를 찍고 있는데 사실, 이런 찬바람쯤이야 우스운 일이 아니던가.글 백은하 lucie@hani.co.kr·사진 조석환 sky0105@hani.co.kr 메이킹필름 박찬규메이킹 필름은 바람 속에서도 쉬지 않는다 “내 카메라는 물레방아야! 쉴틈없이 돌아가지!” 촬영장엔 카메라가 돌기 전에 바쁜 사람들이 있고, 도는 동안 바쁜 사람이 있고, 돌고 나서 바쁜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사람은 돌기 전이나 도는 중이나 돌고 나서나 계속해서 쉴틈이 없다. 배우, 감독, 스탭 모두가 핸드헬드로 움직이는 35mm 카메라에 신경이 쏠려 있는 촬영현장에서 오히려 이들을 향해 6mm 카메라를 치켜든, 그는 바로 <바람난 가족>의 메이킹필름을 책임진 박찬규씨다. 스탭들의 작은 탄식과 추위를 녹이는 농담, 컷사인 뒤에 숨은 웃음을 놓칠세라 예민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의 카메라는 매서운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달리는 레커차 위에서도, 한신을 놓고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배우와 감독 사이에도 운동을 멈추지 않는다. “아휴, 고생하는 분들 많으신데 왜 저를….” 손사래를 치며 쑥스러워하는 그를 영작 집 부엌에 앉혀놓고 ‘심문’을 시작한다. 영상학과를 졸업한 박찬규씨는 원래 게임방송, 케이블TV 등 방송일을 해오다 우연히 <마들렌> 메이킹필름의 편집일을 도와주면서 처음으로 영화일을 맛보게 되었다. 그러니 <바람난 가족> 메이킹필름은 그의 영화계 데뷔작인 셈. 보통 하루에 2개 이상의 테이프가 채워지는 많은 양의 작업이지만 주말이나 촬영이 없는날 틈틈이 편집을 해놓고 있다. “영화보다 훨씬 재밌는 메이킹필름”이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하는 그의 첫 번째 작품은 <바람난 가족>의 개봉에 맞추어 오픈할 인터넷 홈페이지나 DVD 서플먼트에 실리게 될 예정이다. 혹 영화감독이 최종목표가 아닐까 물었더니 “그보다는 사람냄새 훈훈하게 풍기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는 박찬규씨. 조금 녹은 듯한 그의 손이 또 다시 부지런히 카메라를 찾는다. 사진설명 1. 승용차를 개조한 레커차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모니터를 보는 스탭들 2. 감독의 입에서 컷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제작부 스탭 중 하나는 부탄가스를 동력으로 하는 초소형 미니스토브를 문소리 앞으로 대령한다. 3. 한편 촬영장의 귀염둥이 봉태규는 ˝자전거 묘기 보여줄게요˝하며 초반엔 생생하더니 내리막길을 내려갔다 올라오기를 몇번 반복하고 나더니 ˝헥헥‥ 이거 타는 거 자체가 묘기예요˝라며 꽤 지친 얼굴이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