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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월드액션] 리들리 스콧과 브래드 피트가 뭉쳤다

감독 리들리 스콧과 각본가 스티븐 자일리언이 또 한번 뭉쳐서 힘을 써볼 계획이라고 하네요. 컬럼비아픽처스가 영국의 텔레비전 미니시리즈 <레드 라이딩>의 판권을 사들여 영화로 리메이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시나리오작가와 감독으로 물망에 오른 사람이 바로 리들리 스콧과 스티븐 자일리언이라고 하네요. 지금 구체적으로 계획에 대한 말들이 오가고 있답니다. 리들리 스콧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감독이니 다들 잘 아실 테고요 스티븐 자일리언은 <쉰들러 리스트> <갱스 오브 뉴욕> <아메리칸 갱스터> 등의 각본을 쓴 헐리우드의 유명 각본가입니다. 최근에는 마이클 루이스의 책 <머니볼>을 컬럼비아픽처스를 위해 각색했습니다. 이 영화에는 멋진 아저씨 브래드 피트가 출연을 이미 약속했답니다. 리들리 스콧과 스티븐 자일리언은 오래전에 <한니발>에서 이미 한번 뜨겁게 뭉친 바 있고요, <아메리칸 갱스터>에서 다시 만나 바래지 않은 화려한 팀워크를 선보인 바 있지요. 그들이 그려낸 1970년대 미국의 흑인 마약상과 그를 체포하려는 집념어린 형사의 이야기를 기억하시면 될 것 같네요. <아메리칸 갱스터>에서는 그 시대의 모습과 경찰의 부패 등이 유려한 이야기 속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는데 이번에도 그들은 그런 종류의 영화를 한번 만들어볼 생각인 것 같습니다. <레드 라이딩>은 원래 영국 작가 데이비드 피스의 시리즈 소설 <레드 라이딩 4중주>를 각색한 텔레비전 미니시리즈입니다. 일곱살 먹은 한 어린 여자아이의 유괴를 둘러싸고 벌어지게 된 경찰의 부패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하네요. 영화의 배경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바뀌고, 지금 두 사람의 고민은 어떻게 내용을 압축해서 잘 담을 수 있을까, 하는 거랍니다.

이지아 "연기에서 망가지는 것 두렵지 않아요"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확실히 스트레스가 컸던 모양이다. 드라마가 끝난 지 3주가 흘렀는데 갑자기 눈앞이 번쩍번쩍하더니 글을 읽을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한밤중에 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먹었다. "자고 나니 괜찮아졌다"지만 얼굴이 상기된 것이, 몸과 마음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친절한 지아씨'답게 있는 힘을 다해 사진을 찍고 성심껏 인터뷰를 했다. "약속된 인터뷰를 어떻게 취소하느냐"며 나온 그가 무척 고마우면서도 다소 미련해보였다. 낯을 잘 가리는 A형에, 자기를 혹사하는 이 완벽주의자는 힘들 텐데도 "뭐든 물어보세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데뷔작부터 대대적인 주목을 받더니 내리 세 작품 연속 흥행에 성공한 '행운아' 이지아(28)가 세 번째 작품을 끝내고 톡톡히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SBS TV '스타일' 촬영 후반 왼쪽 다리에 마비 증상이 생긴 그는 여전히 완쾌되지 않아 이날도 다리를 좀 절었다. "눈치 못 채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후반부에는 제가 거의 앉거나 잠시 서 있는 상태에서만 연기했어요. 움직이는 신이 없었죠. 그냥 어느 날 그런 증상이 왔어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는데 처음에는 발목이 잘 안 들릴 정도였어요."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드라마 끝나고 내리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는데, 촬영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이지아는 2007년 생짜 신인임에도 MBC TV 대작 '태왕사신기'의 여주인공 수지니 역으로 전격 발탁돼 톱스타 배용준과 호흡을 맞췄고, 이후 MBC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두루미 역을 맡아 '강마에(김명민 분) 신드롬'과 함께 인기를 모았다. '스타일'도 평균 17~18%의 시청률로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가 애초 기획 방향을 살리지 못하면서 그가 맡은 서정이라는 인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 논란이 됐다. 또 그보다는 박기자 역의 김혜수에게 포커스가 맞춰졌다. "포커스가 누구에게 맞춰졌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서정이라는 인물이 제대로만 그려졌다면, 그가 멋진 여자로 거듭나는 과정이 잘 그려지기만 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거예요. 그런 점은 김혜수 선배님이나, 류시원 선배님 모두 아쉬워하세요. 앞선 두 작품에 비해 더 욕심을 냈고, 가장 많이 고민을 한 작품이긴 하지만 배운 것도 많아요." 아마도 이 연예계 행운아가 겪은 첫 번째 시련이었을 듯. 사실 그의 행운은 인터뷰 날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야외에서 사진을 찍고 철수하자마자 억수 같은 비가 쏟아졌다. 말 그대로 3년 전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배우가 꿈도 아니었고, 엄두도 못내던 분야였는데 지금은 좀 더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고, 뭔가를 이제야 만난 느낌이다. '어디 있다 이제 나타났니?'라고 묻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세 작품 모두 많은 분이 봐주셨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죠. 다만 모두가 날 지켜보고 있다는 게 부담스럽기는 해요. 제가 원래 행사장에 가면 포토월에도 잘 못 설 정도로 남들의 시선을 받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해요. 사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친구들과 함께 내려갔는데, 모자 쓰고 조용히 다니니까 알아보시는 분이 별로 없어서 좋았어요.(웃음)" '스타일'에서 마음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이지아는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제작진을 감탄시켰다. '오버연기' 논란도 일었지만, 그가 여배우로서 외모나 이미지를 고려하지 않고 몸을 던져 연기한 것은 높이 살 만하다. 한마디로 그는 성실했다. "어차피 초반에는 다소 만화 같은 설정이 있었기 때문에 오버스럽게 했어요. 또 촬영장에서 다들 재미있게 봐주셔서 더 용기를 얻어서 망가졌죠.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어요. 일단 연기를 시작하면 다른 생각은 전혀 안 들거든요. 내달 선보이는 텔레시네마 '내 눈의 콩깍지'에서는 아예 뻐드렁니로 나오는 등 훨씬 더 망가져요.(웃음)" '행운아'라 불리는 것에 대해 그는 "지금껏 순탄하게 온 것에 너무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래도 나 역시 매 작품 할 때마다 말 못할 고민과 아픔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내가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게 됩니다. 늘 하나라도 더 배워 흡수할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pretty@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영화읽기] 스타일의 늪에 빠진 SF적 상상력

<지구에서 사는 법>은 안슬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다섯은 너무 많아>(2005)가 주변부 삶들이 새로운 유사 가족적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였다면, <나의 노래는>(2007)은 빈곤한 가정의 20살 청년이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였다. 두 영화 모두 소외된 삶을 다루고 있었지만, 그 삶을 대하는 카메라의 시선은 더없이 따뜻했다. 그러한 삶 속에 깃들어 있는 작은 희망의 씨앗을 감지하고 믿게 만드는 것, 이것이 그 영화들이 지닌 힘이었다. <지구에서 사는 법>은 그 영화들과는 다른 영화다. 권력자들의 외계 vs 추방자들의 지구 영화는 스스로를 ‘범우주적 불륜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불륜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에 SF적 상상력이 더해진 매우 독특하고 낯선 영화’다. 이런 메인 카피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것은,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감독의 ‘장르적 스타일’에 대한 취향이었다. 안슬기 감독은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장르적 스타일을 멋지게 활용한다. 가난한 집 소년의 가출 동기(생계를 위해 고생하는 엄마에게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첫 장면의 ‘좀비영화 스타일’, 그리고 영화의 중간 부분과 마지막 부분에서 ‘소박하고 귀여운 복수’를 표현하고 있는 ‘액션영화(혹은 코미디영화) 스타일’. ‘소박하고 귀엽다’는 것은, 비록 복수일망정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열려 있다는 것이고, 장르적 스타일은 이러한 삶에 대한 태도를 유쾌하고 멋지게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때론 의미심장하고, 때론 기발한 재치가 엿보였던 그 장면들을 떠올리며,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저예산’으로 ‘SF적 상상력’이 어떻게 구현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 감지되었던 그 재치의 본격적인 확장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대되기도 했다. <지구에서 사는 법>을 본 첫 느낌은 일종의 ‘당혹’이었다. 화면분할과 자막으로 ‘외계인들’ 사이의 텔레파시를 표현한 장면은 정말 멋진 ‘저예산 SF’의 진수였지만, 끝내 그들이 왜 굳이 ‘외계인’으로 설정되어야 했는지를 납득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그 당황스러움은 곧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질문이 되었다. 과연 이 영화는 ‘SF적 상상력’이라는 장치를 통해 ‘불륜’이라는 소재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는 자신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가? 이 영화는 SF라는 형식을 빌린 불륜에 대한 새로운 탐구인가, 아니면 불륜에 대한 탐구라는 알리바이를 갖고 펼쳐지는 진부한 장르적 유희인가? 이 영화를 ‘SF적 상상력’을 걷어내고 순수한 ‘불륜드라마’로 볼 경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인인 남편 연우(박병은)가 있다. 그에게는 안정된 직장(가령, 공무원)에 다니는 아내 혜린(조시내)이 있다. 요즘 그들은 대화가 잘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두 사람 사이에는 현실에 대한 태도의 차이, 즉 삶에 대한 코드의 차이가 있다. 가령, 혜린은 지방 전문대 강의 자리라도 얻을 수 있도록 대학원에 진학하라고 연우를 설득하려 하지만, 연우는 ‘자신이 없다’며 거절한다. 한편, 아내는 이미 직장 상사인 한 실장(선우)과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그 불륜은 열정에서 시작된 것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거래로 시작되었다. 특히 혜린쪽은 마지못해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며, 속으로는 여전히 남편인 연우를 사랑하고 있다. 어느 날 연우는 시인 모임에서 세아(장소연)라는 여자를 만난다. 말없이 눈빛만으로도 소통이 이루어질 만큼 삶의 코드가 같은 그들은 작은 일탈을 시도한다. 연우와 세아의 관계를 알게 된 한 실장은 업무 지시를 빙자해서 혜린이 둘 사이의 관계를 목격하도록 만든다. 연우와 혜린은 격렬한 갈등을 겪지만, 결국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화해한다. 결국, ‘불륜드라마’로서의 <지구에서 사는 법>은 삶의 코드는 다르지만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부부의 일탈과 갈등과 화해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불륜’에 대한 다소 통속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구에서 사는 법>에서 SF적 상상력은 일단 그 통속적인 설정을 더 도식화하고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 연우가 ‘지구라는 감옥’에 수감된 ‘외계인’이라는 SF적 설정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인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다. 남편인 연우는 지구에 살면서 ‘지구에서 사는 법’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시인이기 때문에 스스로 지구에서 추방된 자이고, 그렇기 때문에 결국 ‘외계인’이다. 아내인 혜린은 그 ‘법’에 따라 살아남으려고 직장 상사와 내키지 않는 불륜까지 감행하면서 애를 쓰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지구인’이다. 이때 이 영화는 <지구를 지켜라!>의 그것과는 정반대로 설정된 ‘지구’와 ‘외계’를 대립 구도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를 지켜라!>에서 ‘외계’가 체제의 권력과 논리가 작동하는 공간이라면, <지구에서 사는 법>에서 ‘외계’는 그 체제의 권력과 논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추방된 자들의 공간인 것이다. 전자에서의 ‘지구’가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켜야 할’ 공간이라면, 후자에서의 ‘지구’는 삶을 위해 ‘벗어나야 하는’ 공간이다. 장르적 스타일, 정서적 몰입을 방해하다 그러나 <지구에서 사는 법>은 이런 단순한 기본설정에 만족하지 않는다. 연우뿐만 아니라 연우와 대척점에 있는 한 실장 역시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이때 ‘외계’는 추방된 자들의 공간이 아니라 지배자들의 공간이 되고, 역으로 ‘지구’는 지배자들의 공간이 아니라 추방된 자들의 저항의 공간이 된다.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지구인’에도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먼저 순수 지구인이 있고, 외계에서 추방된 외계인인 지구인이 있다. 먼저 저항을 시도하는 것은 순수 지구인들(한 실장에게 이유없이 모욕당하고 구타당하는 젊은 남자와 그의 여자친구)이다. 그러나 그들의 저항은 처절하게 응징된다. 이 순수 지구인들이 허망한 저항을 시도할 때, 추방된 외계인인 연우와 그를 감시하도록 고용된 지구인인 혜린 커플은 오히려 저항이 아니라 순응을 선택한다. 세아와의 일탈에서 돌아온 연우는 혜린의 요구대로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선언하고, 둘은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체제의 수호자(지구라는 유배지의 간수, 죄수들로 하여금 외계로의 탈출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지구라는 현실에 순응하도록 만들 책임이 있는 관리자)인 한 실장이 이 커플의 순응 노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 실장은 체제의 억압성을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기능적 인물이면서, 스스로 체제의 논리에서 벗어나는 문제적 인물이 되는 것이다. <지구에서 사는 법>에서 ‘지구’와 ‘외계’라는 이분법(SF적 설정)은, 이렇듯 순간순간 그 의미를 역전시키면서 온통 자기모순과 자가당착에 빠져든다. 물론 이런 ‘논리적’인 모순과 자가당착이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때로 지배적인 통념을 넘어서기 위한 질문과 탐색의 도구, 즉 일종의 ‘화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사는 법>에서의 그 ‘논리적 모순’은 ‘불륜’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질문과 탐색의 장치라기보다는 과도한 ‘장르적 스타일’에 대한 욕망의 결과로 머물고 만다. 이 영화에는 여러 번에 걸쳐 ‘장르적 스타일’이 등장한다. 검은색 코트와 검은 안경이라는 소도구와 슬로모션으로 양식화된 화법이 그것이다. 그것은 <다섯은 너무 많아>의 한 장면에서 등장했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다섯은 너무 많아>에서의 그것이 영화가 견지하고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유쾌한 정서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었다면, <지구에서 사는 법>에서의 그것은 질문의 전제를 교란시키면서 정서적 몰입을 오히려 방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스타일’에 대한 물신적 욕망의 징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SF라는 장르’의 과제는 ‘새로운 시공간’을 창조해내는 것이며, 그 새로운 시공간은 현재의 통념과 욕망을 투사하는 무대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화시키는 것이 될 때 빛이 난다. ‘저예산’ SF인 <지구에서 사는 법>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SF인 <써로게이트>와 <게이머>. 이 ‘극과 극’의 추석 시즌 SF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결국 빛을 발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선물용 영화 <극장판 나루토질풍전: ‘불의 의지’를 잇는 자>

synopsis 닌자들이 사는 세상. 히루코라는 절대강자가 나타나 이간질로 나라들을 싸우게 하고 제4차 닌자대전을 유도한다. 자신은 닌자 5대국의 특정한 닌자들에게서 능력을 뽑아내어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강자가 되려 한다. 나뭇잎 마을에서도 주인공 나루토의 스승 카카시가 히루코의 최면에 걸려 그녀의 소굴로 들어간다. 나루토는 마을을 지키겠다는 신념으로 그 최면을 받아들여 적진으로 홀로 떠난 스승 카카시를 구하려 한다. 하지만 나뭇잎 마을의 닌자들은 그런 나루토를 막아선다. 나루토는 스승을 구하고 나뭇잎 마을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나루토질풍전: ‘불의 의지’를 잇는 자>는 나루토 탄생 10주년 기념작이다. 1999년 일본의 <주간소년점프>에서 시작된 만화 <나루토> 시리즈는 닌자소년 나루토를 주인공으로 한 닌자만화다. 텔레비전 시리즈로 만들어졌고 2004년부터는 <나루토 극장판 1기>를 시작으로 매해 극장판 시리즈를 개봉하고 있다. 국내 케이블 채널의 방영을 통해 적지 않은 나루토 팬들도 있는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영화는 각설하고 시작한다. 나루토 팬 여러분 모두 잘 알고 계시지요, 이제 올해의 극장판이 나갑니다, 라고 신속하게 말하고 시작하는 것 같다. 나루토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나선환’, ‘수인분신술’, ‘다중환영분신술’ 등 웬만한 철학용어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닌자들의 술법 이름에 당황할 수도 있지만 곧 익숙해질 것이다. 여기는 닌자들이 사는 세상이고 그들 사이에 몇번의 전쟁이 있었고 그들은 서양의 엑스맨처럼 자연을 부리고 형상을 바꾸는 각자의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도 주인공 나루토는 나뭇잎 마을에서 최고의 닌자가 되기 위해 커가는 소년이다. 이야기 전체는 느리고 단순한 면모가 있지만 그게 이 영화의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는 것 같다. 전투장면을 보는 건 재미있다. 상상력도 뛰어나고 구현도 꼼꼼하다. 캐릭터를 보는 건 더 재미있다. 나뭇잎 마을의 캐릭터가 지닌 능력들이 하나둘 선보여질 때 눈도 즐겁다. 덧붙일 만한 건 이 영화가 계몽적이라는 인상을 줄 만큼 하나의 명제 아래 있다는 것이다. “규칙을 어기는 자는 닌자로서 최악이다. 하지만 동료를 버리는 녀석은 더 쓰레기다.” 그런 가르침을 준 스승 카카시가 자기를 희생하여 마을을 구하고자 할 때, 마을을 살리기 위해 그런 그를 내버려두라는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나루토는 따르지 않는다. 그는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영화의 전체 이야기는 그 구도 아래 나루토가 카카시를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상상력 좋은 전투장면들이 있고 귀엽고 신비한 캐릭터들이 있고 착한 마음씨도 있으니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선물용 영화로 괜찮겠다.

김하늘 "떨면서 다가오는 팬에게 감동"

(하노이=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공항에서 다가오는 팬이 안아달라며 다가오는데 떨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저도 살짝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적이었어요." 영화 '7급 공무원' 홍보차 베트남을 찾은 배우 김하늘이 베트남 팬들에게 받은 사랑의 감동을 전했다. 19일 오후 '한-베트남 주간' 행사의 하나로 열린 한국 영화제 개막식에 앞서 만난 김하늘은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에 '7급 공무원' 포스터가 붙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화보 촬영차 베트남을 들른 적은 있지만, 영화 홍보를 위해 그가 베트남에 오기는 처음이다. 김하늘이 호찌민에 도착한 것은 17일 자정이 넘어서였지만 공항에는 김하늘을 보려는 많은 팬이 기다리고 있었고, 현지 언론은 이를 '한밤중 대소란'으로 전하기도 했다. "한국 팬을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다 알고 있는 것도 놀랍고, 한국말로 '사랑한다'고 하고 안아달라고 하는데 저도 감동받았어요." '7급 공무원'은 한-베트남 주간의 영화제가 끝나고서 베트남에서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김하늘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홍콩과 싱가포르를 도는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다. 그는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작품들이 베트남에서 그대로 사랑받는 것을 보면 두 나라의 정서가 비슷한 것 같다"며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는 어떤 느낌을 받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봄 영화 '7급 공무원'이 개봉한 뒤 한일 합작 드라마인 '텔레시네마' 촬영을 마치고 미국에서 화보 촬영을 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는 그는 "곧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음에 드는 드라마와 영화가 있어서 고르고 있는 중이에요. '온에어'와 '7급 공무원'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곧 찾아뵐게요." eoyyie@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허풍선이 타란티노의 거대한 농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언어 유희를 만끽하며 즐기는 다섯 단계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개봉한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역사극에 타란티노가 도전했다는 사실 자체가 흥미로운데 뚜껑을 열어보니 희한한 영화다. 타란티노는 작정을 하고 그 어두웠던 시기에 자기의 독한 농담을 던진다. 타란티노가 상상하는 2차대전 히틀러 암살 대작전은 어떤 영화인가. 그가 영화에 사용한 챕터별 방식대로 따라가보자.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영화적 포인트를 짚어봤다. 챕터1. 분탕질 우화: 타란티노식 기선제압 “옛날 옛적 나치 점령하 프랑스…”라는 자막과 함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시작한다. 이것은 진지한 역사극이 아니므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극을 보는 것과 같이 봐달라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제안이며 기선제압이다. 타란티노는 이 영화를 다섯개의 챕터로 나누고 있다. 첫 번째 챕터에서 세 자매의 아버지인 프랑스인 피에르 라파디트는 저 멀리 그의 집을 향해 오는 군용 지프차 한대를 발견하고 긴장한다. 무언가 심상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차에서 내린 나치 장교 한스 란다(크리스토프 왈츠)는 본론을 뒤로한 채 프랑스 주인장에게 예의 바르지만 위협적인 말을 이어 던진다. 그의 말은 내용이 없지만 뱉을 때마다 덫처럼 무섭고 이 집의 주인은 그 덫에 걸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다. “유대인 사냥꾼”으로 불리는 한스 란다가 이 집에 온 이유는 주인이 마룻바닥에 숨겨준 유대인 가족을 몰살시키기 위해서다. 결국 가족이 죽을 때 한 소녀만이 살아 도망치고 그녀의 이름은 뒤에 파리의 작은 극장의 사장이 되는 쇼사나(멜라니 로랑)다. 시간이 흐르고, 미군은 나치 세력을 한방에 제거할 수 있는 암살 계획을 세운다. 거침없는 승전으로 나치에 일종의 공포의 상징이 된 알도 레인 중사(브래드 피트) 일당이 히틀러와 괴벨스 등 나치 주요 인사를 암살하기로 한다. 그 임무를 나치의 선전영화 <민족의 자랑> 시사회장에서 수행하기로 한다. 쇼사나를 사모하게 된 나치의 전쟁 영웅이자 영화 <민족의 자랑>의 주인공 배우의 설득으로 쇼사나의 극장이 시사회장으로 선택되고, 히틀러도 이 자리에 참석하기로 한다. 쇼사나는 그녀대로, 알도 레인 일당은 그들대로 암살 작전을 짠다. 이야기로만 보아도 타란티노가 이 영화를 역사의 진지한 재구성물로 계획했던 것 같지는 않다. 그가 늘 잘하는 것처럼 분탕질하며 놀아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 제3제국(나치 치하의 독일)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유대계 미국인인 내 친구들에게 그 시나리오를 줬더니 ‘정말 대단하다. 멋진 상상력이다. 지금까지는 내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던 일인데’라고 말했었다. 그전에는 몰랐지만 독일인들 역시 그런 상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상은 했지만 그저 상상으로 끝냈던 것이다. 시나리오를 읽어본 사람들은 그 시나리오를 굉장히 마음에 들어 했지만, ‘과연 우리가 이 영화를 독일에서 찍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독일에서 촬영하기로 결정이 났고 다들 몸조심하자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가 흥미있어하는 건 상상력의 쾌감이지 역사는 아닌 셈이다. 그렇게 하여 <재키 브라운> 이후에 이따금씩 시나리오 작업을 해왔던 <바스터즈: 거친녀석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식 동화”(다이앤 크루거), “원기왕성하고 창의적이며 폼을 재면서도 재미있는 유능한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미국 쇼 비즈니스의 맥락에서 2차대전을 위치시킨 거의 첫 번째 영화”(짐 호버먼) 라는 평가를 듣는다. 챕터2. 괴물이 나타났다: 히어로를 찾는 법 타란티노의 이야기는 종종 이런저런 가지를 많이 친다. 혹은 그의 영화에서 주인공은 어느 때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타란티노의 인물 구도는 집단적이며 그 캐릭터마다 특징적이다. 타란티노가 이번에 선택한 방식은 출신 국적에 맞는 다국적 배우의 캐스팅이다. 미국 군인 알도 레인으로는 브래드 피트를, 쇼사나 역으로는 프랑스 출신의 멜라니 로랑을, 비밀 스파이 브리지트 폰 하머스마르크 역에는 독일 출신의 다이앤 크루거를, 그리고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인물 게슈타포 장교 한스 란다 역에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크리스토프 왈츠를 캐스팅했다. 전체를 관통해서 본다면 물론 알도 레인과 한스 란다가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이다. 미남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 더이상 미국에서 바보, 멍청이, 머저리, 단순무식의 역할을 브래드 피트보다 더 양식적으로 잘 해내는 배우는 많지 않다. 알도 레인 중사는 아파치처럼 독일군의 머릿가죽을 벗겨 승리의 쾌감을 맛보고 포로들의 이마에 나치의 상징인 만자(卍字)를 칼로 새기기를 즐긴다. 하지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진짜 히어로는 따로 있다. 게슈타포 장교 한스 란다, 누군가 “단순히 악인이 아니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라는 이 연회의 주인”이라고 칭했을 만큼 강렬한 인물, 그리고 그 역을 치밀하게 구축한 크리스토프 왈츠가 진짜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007 골든 아이> 등에도 출연했지만 영화에서는 그리 낯익지 않은 52살의 이 배우는 오스트리아 출신이며 텔레비전에서 30여 년간 연기해왔다. 그가 토끼를 몰듯이 우회하여 질문을 던지며 핵심으로 다가설 때 그의 표정과 말은 차갑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차가움은 늘 지나친 공손함으로 위장되어 있다. 그 공손함은 늘 잔혹함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그는 때때로 코믹하기까지 하다. 성인이 된 쇼사나는 우연히 한스 란다를 만나 몇 가지 질문을 받게 되는데, 그가 돌아서 나간 다음 쇼사나는 겁에 질린 울음을 터뜨린다. 숨죽이며 그 장면을 보는 건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는 그러니까 괴물이 하나 나타난 것인데, 그가 한스 란다이며, 크리스토프 왈츠다. 챕터 3. 영화 작전 Operation Kino: 어느 길로 가든 영화로 통한다 타란티노가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처음 구상할 때 그에게는 “미션을 수행하는 남자들”이라는 모티브가 있었으며 그에 해당하는 영화, 로버트 알드리치의 <특공 대작전>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아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초기 단계에서만 그랬다. 거기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긴 했지만 그 뒤 완전히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쓸 때는 나만의 <특공대작전>(The Dirty Dozen)을 써보자고 생각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에 글을 쓰게 만든 동기는 바로 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알려진 것처럼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원제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는 <특공 대작전>에서 영감을 얻어 엔조 G. 카스텔라리가 1978년에 만든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서 제목을 따왔다. 모조품을 모조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타란티노가 아니던가. 타란티노 자신이 앞선 두 영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그 영화들과 내용적으로 거의 연관이 없는 별개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만약 타란티노에게 정말 중요했던 걸 하나 꼽자면, 그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이 어느 길로 가든 영화로 통해야 한다는 것이었으리라. 예컨대 이 영화의 작은 유머 중 하나는 히틀러 암살 첩보작전에 동원되는 대원 중 하나가 전직 영화평론가라는 점이다. 단순히 독일 UFA영화에 대한 전문가이며 독일어를 잘한다는 이유로 그가 첩보작전에 동원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웃자는 뜻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물들은 종종 독일의 유명 감독 막스 린더와 레니 리펜슈탈과 G. W 파브스트에 관하여 말하고, 시사회장에는 독일의 유명 배우 에밀 야닝스가 등장하며 또 40년대 UFA 영화의 스타 같은 여배우가 존재하며 <민족의 자랑>(Nation's Pride) 이라는 나치의 선전물이 있다(히틀러가 이 선전물을 보며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나치가 선전 전략으로 영화를 이용한 것은 다 아는 일인데 그 점이 타란티노에게는 상상력의 창고가 된 셈이다. 타란티노에게 2차대전과 대학살의 의미는 사라진다. 물론 타란티노가 마지막 챕터에 이르러 가스실의 공포를 밀폐된 극장 안의 공포감으로 바꿔 상상해낸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건 유추일 뿐이다. 타란티노는 2차대전에 관한 영화들을 본 자신의 감상기와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던 나치 정권 치하에 가능한 공상에 더 관심이 있다. 니트로 필름이 폭발하여 시사회가 열리던 극장은 화재에 휩싸이고 잔혹 코믹한 동화는 이제 거의 끝나간다. 다만 이 영화의 모든 길은 영화 속 영화 <민족의 자랑>의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으로 향해 있다. 그 때문에 “영화의 힘이 제3제국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타란티노는 농담처럼 말한 것이다. “제3제국(히틀러 치하의 독일)을 무너뜨린 것이 바로 영화다. 나는 영화가 그런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영화로 인해 그들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든다. 나는 쇼사나가 불을 지르게 해야겠다(영화관 안에서)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나니 ‘무엇으로 불을 지르지? <유대인 쥐스> 필름으로? 아니면 <위대한 환상>의 필름으로?’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영화란 늘 주요한 서브 텍스트에 해당했지만 영화 세계 그 자체가 영화 속 현실이 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는 평가들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챕터4. 말하고 말하고 말하고: 총격전 보다 긴장감 넘치는 그것 만약 당신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보고 흥미로워 한다면 그건 유난히 멋진 액션신이나 특별히 아름다운 영상 때문은 아닐 것이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는 듣는 재미가 있다. 이 영화의 스탭 중 한명은 2차대전에 암살 작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기에 피가 흥건한 격투장면을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고 회고한다. 짐 호버만은 <바스터즈:거친녀석들>에 관하여 “폭력은 즉각적으로 오지 않는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빵빵 총 쏘는 것만큼 많이 말하고 또 말한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이 영화의 액션과 폭력은 말이며 많은 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대화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오고 갈 때 금방이라도 그 자리가 폭파될 것 같고, 그 말들이 쌓이는 한 순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치닫는다. 실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 폭력이란 수다의 일종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저수지의 개들>을 만들고 나서 그에게 붙여진 오래된 별명 중 하나가 헤모글로빈의 철학자였지만 그 말은 부주의했다. 타란티노의 것은 피가 아니란 말이다. <저수지의 개들>에서도 역시 그 영화의 매력은 할 일 없이 떠들어대는 초반부 대화 씬 에서 이미 조성된다. 타란티노의 인물들이 허황된 말을 하고 서로 툭툭 주고받을 때 총격전보다 더 긴장감이 넘친다는 건 이미 우리의 경험이지 않은가. 그 말들이 분위기를 만든다. 그런 점에서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에는 터질 것처럼 밀도 높게 분위기가 조성된 장면이 하나 있다. 영국군 아치 히콕스 일행이 비밀 스파이 노릇을 하는 여배우를 만나러 갔을 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라 루이지안이라는 지하의 후미진 카페다. 거기에는 하필 독일병사들이 한 친구의 득남을 축하하며 단어 게임을 하며 노는 중이다. 어쩌다 그 무리의 한 병사가 여배우가 있는 이쪽 아치 히콕스 일행에 관심을 보이면서 계획이 슬슬 꼬여간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갑자기 진지가 형성되고 긴장은 고조에 오른다. “라 루이지안 장면은 저수지의 개들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치와 독일인들이 등장하고, 창고가 아니라 지하 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라고 타란티노는 말했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말의 액션이 펼쳐지는 장면 중 하나다. 챕터5. 포커 게이머 타란티노: 그가 당신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타란티노가 흔한 말처럼 탕아라면 그가 만드는 영화는 분탕질의 영화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는 당돌한 놀이로서의 영화를 만드는데 이제 그 소재가 역사극으로 흐른 것이다. 어쨌든 그의 방식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에 있고 폭발이 아니라 폭발 직전까지 끌고가는 시간에 있다. 타란티노의 영화에는 무의미해 보이는 도중에 분위기가 생긴다. 액션/리액션의 단계별 총합이 아니라 액션 이후와 리액션 이전의 소강상태가 타란티노의 영화에서는 더 중요하다. 타란티노의 영화를 말할 때는, 그러니까 비유의 욕망이 일어난다. 테이블에 앉아 우리가 손에 든 카드패를 알아보는 데에 그리고 그의 패를 숨기는 데에 재주가 있는 도박사라고 그를 비유해보자. 그는 몇 장의 카드패를 쥐고 시가를 물고 상대를 조롱하듯 한다. 하지만 중요한건 카드게임의 승자란 늘 패를 뒤집기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패를 뒤집는 순간은 모든 승패가 갈린 뒤다. 어떻게 눙치는가. 어떻게 허풍을 치는가. 어떻게 진심을 감추는가. 어떻게 떠벌이는가. 그것이 테이블에 앉은 뛰어난 도박꾼의 재주이며 도박사 타란티노와 그의 기술이다.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대개 눙치고 허풍치고 떠벌이며 패를 뒤집기 직전까지 우리를 쾌감으로 현혹한다. 도박사의 진심이 오로지 성실한 허풍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은 즐길 만한 상상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타란티노가 부리는 기술 중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다국적으로 사용되는 언어에 있다. 독어, 영어, 프랑스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무언가 정보의 부족과 기호의 착오가 발생하며 극의 흐름을 급반전시킨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리고자 한다. 어떤 언어를 알아듣고 못 알아듣는 것(첫 번째 챕터와 다섯 번째 챕터), 혹은 관습의 기호를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세 번째 챕터)에 따라 각 챕터는 기승 전결화되고 있다. 그것이 각개의 챕터로 나눠진 이유처럼 보이는데, 거기에는 역사를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라는 기호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게임을 걸어오는 타란티노의 야심이 있다. <바스터즈:거친 녀석들>은 말의 연회장이며 기호의 착오로 놀이하는 거대한 농담이다.

[talk show] “호러로 먼저 안타 치고 <26년>으로 홈런 칩시다”

5·18 시민군의 아이들이 돌아온다. 장성한 그들은 복수를 도모하고, 타깃은 당시의 최고 권력자다. 연재 당시 일일 조회 수 200만건, 매회 댓글 2천여건 이상을 기록했던 강풀의 웹툰 <26년>. 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만화 또한 발빠르게 판권이 팔려나갔고, 이어서 영화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캐스팅까지 완료되고 모두가 크랭크인만 기다리던 때에 <29년>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할 이 프로젝트는 돌연 없던 일이 되었다. 명확한 이유를 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이 또한 아무도 없었다. <29년>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고, 메가폰도 잡았어야 했을 이해영 감독. 그리고 원작 <26년>의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린 만화가 강풀이 만났다. 두 사람의 말에 따르자면 영화 좌초 이후 첫 만남이다.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데다 ‘영화인이 다른 분야의 인사를 만난다’는 본 코너의 취지에 따라 무언가 다른 화제로 꽃을 피울 법도 했건만 좌중의 대화는 <29년>에서 출발하거나, 다시 부메랑처럼 <29년>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영화 <29년>과 강풀의 원작 만화 <26년>은 맥락에 따라 섞어 표기하였습니다-편집자). 이해영: 오늘 강풀 작가와 만난다고 주위에 이야기했더니 모두들 ‘씁쓸한 만남’이래. 강풀: 슬픈 만남이지. 사실 <29년>이라는 끈 때문에 이 만남이 얼핏 자연스러워 보입니다만, 작품으로만 보자면 두분의 성향은 정반대에 가까워요. 절제(이해영)와 감상(강풀), 또는 냉정(이해영)과 열정(강풀)이랄까. 강풀: 저는 <천하장사 마돈나> 보고도 그런 생각 전혀 안 했는데요. 해영이 형이랑 저랑 외모도 닮지 않았어요? 둘 다 하악골도 크고…. 이해영: 강 작가 부인도 저를 보시고 두세 차례 탄성을 지르더니 ‘정말 닮았다!’며 놀라더군요. 굉장히 상처받았어요. 그런데 의외로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고. 강풀: 나랑 닮았다는 건 영광이잖아. 어쨌든 강 작가님의 작품이 뜨겁다는 건 누구나 끄덕거릴 이야기고, 그에 반해 <천하장사 마돈나>만 놓고 볼 때 이 감독님께서 좋아하는 유머는 절제되어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이해영: 그때는 그랬어요. 하지만 그런 유머 코드로는 흥행이 안된다는 걸 깨닫고 뜨거워지려 하고 있어요. 강 작가는 대중이 좋아하는 뜨거운 온도를 맞추는 데는 전문가잖아요. 강 작가님은 이 감독님이 <26년>을 각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떠셨나요. 강풀: 당시 영화사에서는 저에게 감독 후보가 3명이라고 했어요. 이해영: 어? 난 나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웃음) 강풀: 몇 사람이 물망에 올랐다가, 나중에 형이 후보에 들어온 거예요. 그리고 제가 먼저 이해영 감독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때 마침 <천하장사 마돈나>를 본 지 얼마 안된 때였어요. 영화가 너무 좋아서 이해영 감독이랑 했으면 좋겠다고 했죠. 이해영: 그런데 <천하장사 마돈나>랑 <26년>은 안 어울리잖아. 강풀: 아냐. 나는 <26년>이 사람 냄새 나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개인적으로 그해에 본 영화 중 <천하장사 마돈나>가 제일 좋았어요. 이해영: 저도 사실 그해에 본 만화 중 <26년>이 제일 좋았어요. (웃음) 이 감독님께서는 <26년> 각색 의뢰를 받기 전에 강 작가의 만화를 보면서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이해영: 작가의 기가 너무 세다고 생각했어요. <26년>도 원체 센 소재를 다루긴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작가의 센 기가 느껴져서 볼 때마다 주눅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 몇번은 <26년> 못하겠다고 고사했죠. 작가의 기도 세고, 아이템도 세고, 이야기를 푸는 방식도 직설적이라 이렇게 날이 서 있는 작품을 어떻게 감당할까. 스스로 짓눌릴 것 같아 무서웠죠. 강풀: 형이 말하는 작가의 기를 만들어주는 건 독자들인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많이 본 작품이라 제 원작은 독이에요. 그런 기사도 봤어요. ‘강풀 원작은 독이 든 성배, 양날의 검이다.’ 잘 만들어도 비교당하고, 잘 못 만들면 엄청 비교당하니까. 제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개봉할 때마다 ‘만화 독자들이 아군이 될까, 적으로 돌아설까’라는 부분을 많이들 걱정하시더라고요. 이해영: 사실 강 작가의 만화들이 영화로 만들기에 쉽지 않은 텍스트예요. 어쨌든 영화에 담으려면 서사를 쳐내야 하는데, 그게 워낙 힘들어요. 캐릭터도 많고, 캐릭터마다 사연도 많고, 그 사연들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게 강풀 만화의 근간이니까요. 화제가 된 작품들이니만큼 판권을 사려고 덤비는데, 일단 사고 나서는 전전긍긍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강풀 작가의 만화를 보면 스크롤을 올리는 속도와 눈으로 보는 속도가 일치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잖아요. 그게 강풀 서사의 진수고, 사람들도 영화적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어요. 그게 사실 이야기의 속도가 아니거든요. 강풀 작가는 거대한 이야기를 직조한 다음 스크롤을 올릴 때 정확히 거기에 맞는 정보만 줘요. 그건 웹툰에 적합한 방식이지 영화적이지는 않아요. 영화는 이야기의 체공시간이 더 길다고 생각해요. 영화의 한 시퀀스 안에서 느껴지는 속도라는 게 스크롤의 속도와는 개념이 다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29년>의 시나리오를 잘 썼다고 자평해요. 긴 이야기를 잘라내고, 속도감을 살리는 데 주안점을 뒀거든요. 독자들이 스크롤에 열광하면서 느꼈던 속도감을 영화에서 구현하기 위해 뒷부분 한 시간 정도를 액션신으로만 채웠었어요. 강 작가님도 <괴물2> 시나리오작가로 데뷔하셨잖아요. 아무래도 만화의 서사를 만드는 것과 큰 차이를 느꼈을 것 같은데요. 강풀: 저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이 더 편하더라고요. 제가 안 그릴 거니까. 이를테면 제 만화에 야구장을 그려야 한다면 전 그 장면 전체를 빼버려요. 야구장, 그 사람 많은 곳을 어떻게 그려요. 그런데 영화는 어차피 감독님께서 만드는 거니까. ‘괴물 수십 마리, 집채만한 괴물.’ 이렇게 쓰면 끝이잖아요. (웃음)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어려워요. 저는 이야기를 풀다보면 끝도 없이 나오는데 그걸 2시간짜리로 줄여야 하고 그 시간 안에 감동을 줘야 하니까요. 저는 캐릭터에 사연을 만들어주는 걸 좋아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죠. 이해영: 상대적으로 볼 때 영화는 공유하는 매체고, 그렇게 공유하면서 작품의 성격이 달라지기도 하죠. 창작자라는 측면에서 만화와 영화는 비슷한 작업일 텐데, 영화는 단지 좋은 이야기만으로 완성되진 않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따져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만화가들은 훨씬 자유롭죠. 창작자들은 좋은 생각을 쌀로 바꿔서 먹고사는 사람들이잖아요.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좋은 생각만으로는 그것을 쌀로 바꾸기 힘든 것 같아요. 강풀: <26년>도 사실 만화가 아니면 나오기 힘든 작품이었어요. 사실 이건 텔레비전 드라마 제의를 받고 16부작으로 준비했던 작품이에요. 그때만 해도 제목이 <23년>이었어요. 10장짜리 시놉시스를 써서 드라마 감독님을 만났는데, 의욕적으로 진행하다가 엎어지는 바람에 그걸 만화로 만들기로 결심한 거죠. 만화로 만들고 나서는 이게 영화로 만들어지기를 간절히 바랐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고, 영화는 파급력이 크니까요. <화려한 휴가>도 개봉하고 해서, 우리 영화는 틀림없이 만들어질 거라 생각했어요. 이해영: 그때만 해도 지난 정권 때였으니까. 엎어지고 나서 영화라는 장르가 참 힘이 없다는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자본주의는 결국 돈으로 움직이는 건데, 원작의 파워나 캐스팅의 면면을 봤을 때 거기서 갑자기 작품성 운운하는 건 반칙이라 생각하거든요. 누가 봐도 돈이 될 영화임은 명백한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누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죠. 강 작가님이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을 통해 이야기를 구축하는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수많은 캐릭터들의 사연들을 꿰어내는 솜씨는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하는데요. 강풀: 방법론적인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표를 만들어요.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을 3화에서 5화마다 한번씩 등장하게 배치해요. 연재만화의 특성상 그 정도의 주기로 인물들이 등장해줘야 독자들이 캐릭터라든지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더라고요. 이야기와 인물들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일단 붙여놓으면 이야기에 맞춰서 움직이죠. 이해영: 강 작가의 만화는 굉장히 계산을 잘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게 또 치밀한 계산을 통해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아요. 3화에서 5화마다 한번씩 출연하게 한다든지 하는 것도 감에 따라 결정하는 것 같아요. 강풀: 맞아요. 감으로 해요. 저는 제가 정말 대중적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재미있다는 영화만 재미있고 어려운 영화를 못 봐요. 그래서 이해가 안되는 게 <천하장사 마돈나>가 왜 흥행에 실패했냐는 거지. 난 정말 재미있게 봤거든. 저는 제가 작품을 연재할 때도 ‘내가 재미있으면 사람들도 재미있게 본다’는 확신이 있어서 제가 재미있는 쪽으로 이야기를 써요. 연재하다가도 스토리상 필요하지만 재미없는 부분이면 ‘괜찮아, 뒷부분이 재미있으니까’ 하면서 그냥 가요. 언제나 느낌대로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이해영: 저는 지금까지 작업하면서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뜯어서 팔았던 것 같아요. <29년>은 그렇지 않았던 최초의 이야기였고요. 말하자면 무언가를 구축하자는 게 목표였어요. 그러다 사회·역사적 맥락이 강했던 <29년>에 호되게 데이고 나서 이제는 아예 사적인 영역으로 가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더라고요. 강풀: 요즘은 어떤 거 써? 이해영: 그래서 섹스코미디를 준비하는데, 강 작가가 이야기한 것처럼 내가 보기에 재미있는 것을 용기있게 드러내보자는 생각이에요. 영화화된 강풀 캐릭터들 중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있나요. 강풀: <바보>의 승룡이요. 차태현씨의 웃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어요. 처음 캐스팅 단계에서 차태현씨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갸웃했었어요. 그런데 현장에 놀러가서 보니 진짜 바보 같더라고요. 저는 원작자로서 ‘바보지만 장애인처럼 보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차태현씨가 그 묘한 경계를 잘 지켰던 것 같아요. 이해영: 저는 개인적으로 <순정만화>의 이연희씨가 제일 좋았어요. 강풀: 앗, 그렇지. 깜빡했다. 이해영: 어느 영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연희씨가 출연한 어떤 영화의 촬영감독님이 현장에서 고민을 하더래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연희씨 피부가 너무 투명해서 포커스가 맞을지 모르겠다’며. (웃음) 강풀: 너무 예쁘죠. 소녀시대(<순정만화>에 출연한 수영)도 빼놓으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이해영: 소녀시대는 대한민국의 평화지수와 행복지수를 한껏 높였지요. 영화 <순정만화>를 보면 수영씨가 누워 있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다리부터 천천히 위로 올라가요. 그때 극장에서는 남자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가 일제히 낮은 탄식을. (웃음) 강풀: 형, 수영씨와 나의 관계에 대해서 모르지? 이해영: 원래 아는 사이였어? 강풀: <순정만화> 연재할 때 팬이라고 메일을 보낸 중학생이 있었어. 나중에 커서 꼭 가수나 연기자가 될 거라고. 나는 원래 답메일을 잘 안 보내는데, 중학생답지 않게 글을 너무 잘 쓴 거야. 그래서 답메일을 보냈지. 열심히 하라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 중학생이 수영씨였던 거지. 그 뒤로 작업실에도 놀러왔고. 내 유일한 자랑거리예요. 소녀시대와 친하다는 건. 이해영: 부럽다. 나는 <천하장사 마돈나> 만들고 나서 길을 다니다 보면 씨름부로 보이는 애들이 와서 메일주소 물어보던데. (웃음) 굳이 <29년>이 아니라도, 지금 시대의 공기가 창작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강 작가님도 <그대를 사랑합니다> 이후 최근에는 두 작품 연속으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계신데요. 강풀: 딱히 의식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사회 분위기가 무거울수록 가벼운 이야기가 잘 팔려요. 그런데도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서 그리는 거예요. 워낙 호러나 스릴러 장르를 좋아해요. 그리고 지금 연재 중인 <어게인> 끝나면 다시 순정만화할 거예요. 돈 벌려면 순정을 다루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하고 싶은 걸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이해영: 그건 부럽네요. 시기나 정권에 무관하게 갈 수 있는 것. 사실 영화를 하면서도 딱히 의식을 못하고 살았는데, 최근 1~2년 사이 여러 가지가 급격히 바뀌면서 처음으로 의식하게 되었어요. <29년> 엎어지고 나서 시나리오를 많이 받았는데, 전부 사회적인 이야기들이었어요. 트라우마 때문인지, 족족 거절했어요. 이건 완전히 상관없는 작품을 해야 치유될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눈치를 보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제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주변상황과 잘 조율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하죠. 강풀: 예전에 저는 별 생각없이 삼성 광고를 그렸다가 독자들에게 혼이 난 적이 있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더군요. 광고만화도 꽤 많이 들어오는데, 대한민국 기업 중에 걸리지 않는 데가 없어요. 인터뷰도 <조선일보>와는 8년간 안 하다가, <26년> 출판일에 맞춰서 인터뷰를 요청하기에 그때는 수락했어요. 대신 조건을 달았죠. 하는 이야기는 다 실어달라고. 하지만 사옥 앞에서 포즈도 취해줬는데 결국 데스크에서 반려되어서 기사는 못 나갔어요. 그 이후로 <조선일보> 인터뷰도 사절이에요. 그런데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와는 인터뷰를 하니까 사람들이 기준이 뭐냐고 하죠. 그래서 그래요. ‘그냥 한놈만 팬다’고. (웃음) 제목이 <33년>이 되어도 좋으니 나중에라도 <26년>이 꼭 영화화되기를 바라는 입장입니다만, 혹시 그외에 두분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볼 수 있을까요. 강풀: 형, 혹시 호러영화해볼 생각 없어? 이해영: 많아. 강풀: 많아? 그럼 호러로 한번 안타를 치고, 그 다음에 <26년>으로 홈런을 치는 거야. 이해영: 그거 괜찮다. 강풀: 근데, 지금 준비하고 있다는 섹스코미디 제목은 뭐야? 이해영: <페스티벌>. 강풀: 음, 뭔가 굉장한 장면이 떠올라버렸는데…. 이해영: 카니발이 아니고 페스티벌이라니까. 이해영(1973년생) 서울예술대학 광고창작학과 졸업. 2000년 김지운 감독의 단편 <커밍아웃> 시나리오로 영화계 입문. 이후 <신라의 달밤>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안녕! 유에프오> 시나리오 작업. 2006년 <천하장사 마돈나> 연출. 현재 EBS 영화정보프로그램 <시네마천국> 진행. 강풀(1974년생) 상지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0년 참여연대에서 만화와 삽화를 그리다 2002년 ‘강풀닷컴’을 오픈하고 본격적으로 웹툰 작업 시작. 주요 작품으로 순정만화 시리즈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미스터리 심리썰렁물’ 시리즈 <아파트> <타이밍> <어게인>(연재중), 그리고 <26년>이 있다.

영웅재중 "연기는 신선한 도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연기는 신선한 도전이었습니다. 좀 더 시간이 많았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그룹 '동방신기'의 영웅재중은 9일 왕십리 CGV에서 열린 '천국의 우편배달부' 언론 시사회 뒤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로 방영되는 텔레시네마의 2번째 작품인 '천국의 우편배달부'는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PD가 연출하고, 기무라 다쿠야가 주연한 일본 드라마 '롱 베케이션'의 기타가와 에리코 작가가 극본을 쓴 작품이다. IT기업의 젊은 사장이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편지를 천국에 전해주는 우편배달부가 되고 우연히 만난 여자와 그 일을 함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에서 우편배달부 재준 역을 맡은 영웅재중은 "정극 연기는 처음이어서 어떻게 감정을 표출해야 할지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며 "감독님과 효주 씨가 연기를 모르는 풋내기인 저를 많이 가르쳐줘 촬영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방신기 다른 멤버들의 응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촬영 당시 컴백을 앞두고 있어서 멤버들 모두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멤버들로부터는 별다른 조언을 얻지 못했지만, 평소 연기에 관심이 있었던 윤호와 창민이가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고 덧붙였다. 재준을 만나 점차 사랑의 감정을 다시 찾아가는 하나 역의 한효주는 "텔레시네마라는 새로운 장르여서 흥미를 가지고 도전했다"며 "이야기나 정서가 동화 같지만 가끔은 동화가 잘 쓰인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마음에 다가올 때가 있다. 저에게는 이 작품이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돌과의 연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 "솔직히 부담이 됐지만, 촬영을 하면서 점점 그러한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이어 영웅재중의 연기에 대해 "순발력이 매우 뛰어난 분인 것 같다. 제 연기에 대한 리액션이나 적응력이 좋았다. (연기에) 가능성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uff27@yna.co.kr (끝) <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글로벌 프로젝트 ‘텔레시네마7’의 첫 타자 <내눈에 콩깍지>

synopsis 교통사고가 웬수다. 한국에서 최고 잘나가는 건축가인 강태풍(강지환)은 동물 잡지 기자 왕소중(이지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미녀들과 찰나의 불장난을 즐겨왔던 그는 외모는 물론 성격까지 ‘소중’한 그녀에게 ‘태풍’처럼 달려들지만 정작 중국 출장을 다녀온 연인을 알아보지 못한다. 알고 보니 교통사고 후유증인 일시적 시각장애로 추녀를 미녀로 인식했다는 진단이다. 상처 입은 소중은 태풍에게 복수하리라 이를 갈고, 건물의 외관보다 기능이 먼저라고 주장하던 그는 비로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퍼뜩 떠오르는 영화는 패럴리 형제의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다. 그저 그런 남자 할에 비하면 강태풍은 파트너를 엄선할 이유가 충분해 보이고, 너무 무거운 여자 로즈마리에 비해 왕소중은 평균치에 가까우며, 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최면술이 아닌 교통사고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까. 그 밖에도 추녀와 미남(혹은 그 반대)의 만남을 다루는 로맨틱코미디는 대개 비슷한 공식을 따르게 마련이다. 결점은 사랑의 힘으로 극복되거나 장점으로 승화한다. 관건은 이를 풀어내는 방식, 그러니까, 공식의 뼈대 위에 디테일을 붙여가는 능력이다. 교통사고가 시각장애를 유발하고, 그게 하필 “폭탄”을 “여신”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설정을 받아들인다 해도 <내 눈에 콩깍지>를 뻣뻣하게 굳어버린 캐릭터와 플롯으로 일관하는 영화라고 평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7급 공무원>의 강지환이나 드라마 <스타일>의 이지아를 기억한다면 대놓고 과장하는 그들의 연기도 극 초반까지는 일부 흥미로운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약혼녀를 잃은 강태풍이 마음을 닫아버렸다는 식의 설명을 늘어놓는 각본가나 이를 고민없이 찍어낸 연출가는 항의를 받을 만하다. 더 큰 문제는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중요한 건 내면이라는 진리를 깨달은 강태풍과 달리 “머스마는 아름다워야 한다!”는 이지아가 변하지 않는 까닭은 뭘까. 미와 사랑의 상관관계를 다루는 영화가 이에 대한 어떠한 관점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건 상당히 문제적이다. 그나마 마음을 끄는 건 침팬지부터 새끼 고양이까지 여주인공의 직업 덕에 함께 출연하는 사랑스러운 동물들이다. 한국 연출가와 일본 작가의 협업을 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텔레시네마7’의 첫 타자.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 <별을 쏘다> <천국의 계단>, 영화 <러브> 등의 이장수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