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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드라마틱한 삶의 중심 <서칭 포 슈가맨>

1970년대 미국 디트로이트의 부둣가 뒷골목, 담배 연기 가득한 한 술집에서 손님들을 등지고 노래하던 가수가 있었다. 그의 실력을 알아본 프로듀서가 그의 앨범 두개를 냈지만 미국에서는 이렇다 할 반향을 얻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시간과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신기한 일은 여기서부터다. 그의 첫 번째 앨범 ≪콜드 팩트≫(Cold Fact)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우연히 건너가면서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남아공은 극심한 인종차별정책과 함께 나치 독재의 부활이라고까지 여겨질 만큼 끔찍한 정치적 현실에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주변에 스파이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겁에 질려 있었고, 정부 정책을 비판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잡혀갔다. 어떠한 외국 공연도 허가되지 않았으며, 유통되는 모든 음반은 일일이 검열되어 폐기되었다. 이때, 앨범 제목처럼 ‘콜드 팩트’, 차가운 현실 앞에 등장한 로드리게즈의 노래들은 남아공에서 저항운동의 시작이자 탈출구로 여겨지게 되었다. 제때에 도착한 노래. 하지만 정작 로드리게즈 자신은 노래와 함께 도착하지 못했다. 그의 앨범은 남아공에서 비틀스의 ≪애비로드≫(Abbey Road) 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만큼 많이 팔렸지만 그에 대해서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가 무대 위에서 분신자살을 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신문에서는 로드리게즈를 찾아줄 ‘음악평론가 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콜드 팩트≫에 실려 있는 노래의 제목을 따서 지은 ‘슈가맨’이라는 애칭의 가수 로드리게즈를 찾아나서는 이 다큐멘터리는 이렇게 긴 배경 설명이 끝난 뒤에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말릭 벤젤룰 감독은 스웨덴 텔레비전에서 엘튼 존이나 비욕 같은 팝스타에 대한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장편 데뷔작인, <서칭 포 슈가맨>을 만들어냈다. ‘서칭 포’로 시작되는 다큐멘터리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 영화는 슈가맨, 로드리게즈의 흔적을 쫓아가지만 결국 영화가 찾아낸 것은 로드리게즈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어긋남’이 이 다큐멘터리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 때문에 사실 질문은 ‘그는 어디에 있는가?’라기보다 ‘우리는 왜 그를 찾지 못했는가?’가 될 것이다. 그는 남아공에서 엄청난 앨범 판매고를 올렸지만 ‘돈의 흐름’ 바깥에 있었고, 유명세와 전혀 무관한 노동자의 삶을 살고 있었다. 드라마틱한 삶의 중심에 서 있었지만 정작 로드리게즈 자신은 그 ‘드라마’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때 다큐멘터리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그것이 드라마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로드리게즈를 찾는 과정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그 삶의 드라마를 담는다. 여기에 그가 발표했던 많지 않은 노래들이 로드리게즈의 40여년 삶의 이야기와 함께 배치된다. 수평 트래킹으로 도시를 걷는 외로운 로드리게즈의 모습을 담은 이 장면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그런데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다른 ‘서칭 포’ 다큐멘터리들과 다른 점은 이 모든 이야기가 다 밝혀지고 난 다음 한참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로드리게즈를 찾아나선 ‘탐정’들이 3년 만에 그를 찾아낸 것은 1997년이었으며, 그 다음해인 1998년, 로드리게즈는 남아공에서 성대한 ‘커밍 아웃’ 콘서트를 열었다. 말릭 벤젤룰이 아프리카 여행 도중 로드리게즈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것이 그로부터 8년이나 지난 2006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시차’를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영화 속 어디쯤, 왜 이 이야기를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꺼내들었는지가 설명되었더라면 좋았을걸 하며 아쉬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로드리게즈의 또 한번의 때늦은 이 도착은 감동적이라기보다 어쩐지 서글프다.

진리를 구하다 <사랑의 침묵>

언뜻 북소리처럼 들리는 규칙적인 사운드로 영화가 시작된다. 런던 노팅힐 가르멜 수도원의 수녀들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외부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 병원이나 치과를 찾을 때를 제외하면 짧은 외출조차 허락되지 않으며,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같은 현대의 문물들은 이곳에선 무용하다. 어쩌면 유물론 자체가 쓸데없어 보이는 공간, 영화 <사랑의 침묵>은 런던 한가운데 위치한 여자 수도원의 1년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이다. 계절이 변하고 새로 들어온 수련 수녀들이 무언가를 익혀가는 동안, 나이든 수녀는 세상을 떠난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소소한 변화들이 생겨난다. 영화는 우선 이 닫힌 세계의 개요를 보여준 뒤, 현대의 물질적 관념들을 토해내는 식으로 구성된다. 1878년 개관된 이후로 이곳 수도원은 줄곧 외부로부터 봉쇄된 채였다. 침묵은 그곳의 법칙이지만, 하루 단 두번의 휴식시간에 마치 구두점을 찍듯 나직한 말소리가 들려온다. 이들은 침묵이 하나님의 말씀이라 이른다. 침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직시하게 되면, 이는 도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직시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수녀가 된 것이 삶으로부터 도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연출자의 질문에 케임브리지에서 수학했다는 어느 수녀는 “신이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간다. 이것이 도피다”라고 말한다. 극장에 앉은 어느 관객이라도, 심지어 신을 믿지 않는다 해도 뜨끔할 대답이다. 만약 이들의 말처럼 믿음이 견뎌내는 것이라면, 그리하여 세상을 아름답다고 느낀다면, 우리는 자신조차 믿고 있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개개의 사건이 아니라, 수도자들이 행하는 전체적인 모습이나 행사 등을 통해 관객은 단순하지만 동시에 강력한 진리를 구할 수 있다. 구원자, 그리고 인류에 대한 헌신이 가슴에 새겨진다. 부활절 전의 성주간(Holy Week)을 중심으로 영화는 수도원의 일상을 담지만, 사건의 의미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이 닫힌 세계로의 여정이 르포르타주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타 수도원을 담은 영상물과 다르게 <사랑의 침묵>은 수녀들의 직설적인 인터뷰가 담긴 것이 장점이다. 마이클 화이트 감독이 10년간 서신을 통해 설득한 덕분인지 인터뷰를 통해 수녀들의 진솔한 내면이 공개되었다. 그 내용은 영화의 외향과 일맥상통하는데, 사건보다는 하나의 전체, 기계적이진 않지만 규칙적인 리듬이 그들이 말하는 진리 속에 담겨 있다. 따라서 영화의 시작부에 들었던 종소리는 영화 말미에 마치 생활의 운율처럼 재해석된다. 고전주의 속에서 생명력을 느끼는 기분이 든다.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몇몇의 몽타주가 적나라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여타의 장점들이 이를 가린다. 간결하지만 압축적인 메시지와 수도원의 아름다운 풍경이 관객을 100여분 동안의 피정으로 인도한다.

[충무로 도가니] 바이어들이여 제3세계에도 관심을

언제부턴가 ‘부산국제영화제=티켓전쟁’이 공식처럼 돼버렸다. 어떤 영화는 몇초 안에 표가 매진되어버리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게시판에는 인기있는 영화 표를 구하려는 사람들의 사연들이 구구절절하다. 3, 4회 정도로 제한된 상영횟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인기 폭발인 영화들도 정식 개봉을 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아예 국내 수입조차 안되는 영화도 부지기수다. 나 역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내가 제작하거나 수입한 영화를 뺀 다른 영화를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티켓을 구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매일 밤 늦도록 벌어지는 술자리다. 예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외국 작품들 가운데 유명한 감독들의 작품이나 칸, 베를린, 베니스 등에서 상 받은 작품을 제외하곤 국내 수입사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산이나 부천, 제천, 전주에서 상영된 대부분의 화제작들이 이미 수입이 되었거나, 영화제 이후에 정식 수입이 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아시아 국가 중 일본과 중국, 그리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영국, 독일, 스페인영화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영화들의 국내 정식 개봉은 여전히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의 부산국제영화제 관람 리스트에 있던 영화 가운데 아직도 주인을 못 찾은 영화는 필리핀이나 이라크, 터키, 페루 등 제3세계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사실 미국영화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영화가 국내 흥행이 힘든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가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프랑스, 인도영화 중 나름 의미있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가 나오기는 했지만 어찌되었든 제3세계 영화는 영화 바이어에겐 무관심의 대상이다. 오래전 <잔다라>라는 타이영화를 국내에 소개한 적이 있다. 아마도 그 영화가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된 타이영화일 것이다. 이후 <디 아이> 같은 흥행작도 있었지만 타이영화가 한국에서 소개되는 일은 드물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인도네시아영화 <동물원에서 온 엽서>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보자마자 구매를 결정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관심이 간 영화는 필리핀영화였다. 아직 국내에 팔리지 않았다는 소식을 듣고 감독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구매의사를 전달했다.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작으로 방글라데시영화 <텔레비전>을 선정한 사실에 무한 찬사를 보낸다. 그 일이 방글라데시에서는 엄청난 뉴스였다는 사실을 듣고 2000년에 <춘향뎐>이 칸 경쟁작으로 선정되었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은 단일민족국가이지만, 이미 이 땅에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있다. 그들에게는 한식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즐거움과 동시에 그들의 모국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국 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과정이다. 동시에 또 다른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 <텔레비전>은 볼 수 있을까? <텔레비전>은 아직 수입되지 않았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을 이틀 앞둔 10월11일 현재까지 공개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의 ACF인큐베이팅펀드와 ACF후반작업지원펀드를 통해 제작된 <텔레비전>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다. 영화는 극단적 이슬람주의자가 지배하는 어느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현대 문명을 금지하는 지배층과 TV의 매력을 알게 된 사람들간의 갈등을 유머러스하게 펼쳐놓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김지석 프로그래머는 “방글라데시영화라는 선입견만 없으면 의외로 재밌는 작품으로 받아들일 것”이라 말했다. “수입 여부를 알 수는 없지만 영화제로서는 적극적으로 영화를 알릴 것이다.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BIFF must list

1. 부산에 또 오세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내년이면 또 다시 수많은 관객들의 발길이 이곳에 머물 것이다. 2. 70여 편의 영화가 팔렸어요 아시아필름마켓 2012 기간 동안 약 70여 편의 영화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11일 아시아필름마켓 측은 “CJ엔터테인먼트의 <광해> <연가시> <용의자 X> <오싹한 연애>, 쇼박스의 <도둑들> <회사원>, 미로비전의 <가족의 나라> <멜로> <줄탁동시>, 나이너스의 <네버 엔딩 스토리> <결정적 한방> 등이 판매계약을 맺었고 약 70여 편의 영화가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CMG, 독일의 솔라 미디어와 베타시네마, 프랑스의 셀룰로이드 드림즈와 르 팍트 등의 영화사들도 아시아 여러 나라에 영화를 판매했다. 거래량과 참가자의 수를 볼 때, 올해도 아시아필름마켓의 성장세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년 기록인 585개 업체, 1080명 대비 소폭 증가한 총 690개 회사, 1098명의 배지등록자 수(BIFCOM 포함)를 기록했다. 4일간의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의 수상결과도 발표됐다. 부산시가 2만 달러를 지원하는 ’부산상’은 로이스톤 탄 감독의 <69>가 수상했다. 이 외에도 전재홍 감독(<마켓 플라워>)이 코닥상에, 양아체 감독(<중국의 붉은 피>)이 CJ엔터테인먼트 어워드를, 김태용 감독(<변사 프로젝트>(가제))이 롯데 어워드상 등에 선정됐다. 3. <남영동 1985> <가족의 나라> 마지막 상영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들을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12일 오전 11시 CGV 센텀시티 6관에서 <남영동 1985>가 상영된다. 같은 날 오후 7시에는 CGV센텀시티 2관에서 <가족의 나라>가 상영될 예정이다. 지금이라도 예매해서 소문의 진원지를 확인하자. 4. 말.말.말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들을 길들인다. 통제를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재치를 가지고 사소한 것과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텔레비전>의 배우 누스랏 임로세 티샤 “<텔레비전>을 개막작으로도 고려했다. 이 영화는 낯선 듯하면서도 가깝다.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한 것이 소통이고, 우리야말로 TV 왕국에 빠져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것을 역설적으로 풀어내준 영화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어떤 게 훌륭한 영화인지 가려낼 수 없어서 영화가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사실 전문가가 아니라 객석에 앉아 영화보기를 좋아할 뿐이다.” 소설가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5. 방글라데시 영화를 어디서 보겠어? 방글라데시 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다. 방글라데시 영화 가운데서도 유머러스하고 감동도 있고, 주제의식도 있는데 완성도도 있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건 부산국제영화제 뿐이다. 폐막작인 <텔레비전>은 그처럼 흔치 않은 기회의 영화다. 13일 오후 7시에 열리는 폐막식에서 상영된다. 6. 한국과 할리우드, 시나리오에 대한 두 가지 관점 10월5일부터 6일까지 동서대학교 센텀 캠퍼스 6층 시사실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와 미국영화협회가 ‘영화 시나리오: 할리우드 관점 vs. 한국 관점’을 주제로 ‘영화 시나리오 필름 워크숍’을 열었다. 참가자 15명이 조별 멘토링, 강의, 공개 피칭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인 워크숍에 참여했다. 이들 중 공개피칭 우승자로 선정된 1등 김석영씨는 내년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를 직접 방문 자신의 시나리오를 직접 피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7. 송중기 박보영이 해운대에 스타들의 부산 방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일 오후 6시에는 <늑대소년>의 송중기와 박보영이, 6시45분에는 <터치>의 유준상과 김지영이 비프빌리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폐막 전날이라고 해서 영화제가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8. <강심장>만큼 재밌을 걸요 김기덕 감독의 토크쇼가 마련됐다. 12일 오후 7시30분, 비프빌리지에서 김기덕 감독의 오픈토크가 열린다. 김기덕 감독이 부산에서 관객과 만난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이야기쇼 두드림>과 <강심장> 못지않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올 것이다.

[cine choice] <텔레비전> Television

<텔레비전> Television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 방글라데시, 독일 | 2012년 | 106분 | 폐막작 OCT13 야외 19:00 <텔레비전>의 무대는 방글라데시의 작은 마을인 미타누프르다. 이곳에 들어오는 신문에는 종이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이곳의 촌장인 아민은 우상숭배를 인정하지 않는 코란의 율법에 따라 “생명이 없는” 일체의 이미지를 금지시키고 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안 되고, 핸드폰은 어른들만 쓸 수 있는데, 카메라폰은 쓸 수 없다. 당연히 TV 시청도 허락되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아민의 아들과 그의 연인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마을의 규칙 때문에 이들은 21세기인 지금도 어른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고 있다. 만약 핸드폰을 쓸 수 있다면, 컴퓨터로 화상채팅을 할 수 있다면, 이들은 전 세계 연인들처럼 언제나 대화하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랑 때문에 이미지를 갈구하게 된 연인은 결국 사람들 몰래 핸드폰과 컴퓨터를 구입한다. 마을에 스며들기 시작한 기술의 매혹은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속도로 퍼진다. <텔레비전>은 <배첼러> <메이드 인 방글라데시> <제3의 인생>등을 연출한 모스타파 파루키 감독의 4번째 작품이다. 방글라데시에 사는 사람들의 사랑과 불안, 위선을 주제로 삼던 그는 <텔레비전>에서 그들의 가치관이 변하는 과정을 중계하고 있다.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현대문명과 이를 막으려는 소동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마을 청년들이 강을 건너 TV를 보러가자 촌장은 비자를 발급하려 들고, 마을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를 만들자는 생각에 TV 모양을 한 무대를 만들어 연극공연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갈등을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펼쳐놓는 방식 또한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 듯 보인다. 무엇보다 방글라데시의 영화 <텔레비전>이 방글라데시를 넘어설 수 있는 힘은 종교의 차이와 세대 간의 불화, 현대문명과 전통문화의 충돌 등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이 작은 마을에 있다. 친숙하지 않은 나라의 영화라는 선입견만 지운다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Tip. 부산국제영화제의 ACF인큐베이팅펀드와 ACF후반작업지원펀드를 통해 제작된 영화다.

[클로즈 업] 순자는 벗어나고 싶다 절박했던 나처럼

이상우 감독은 국내의 한 유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신에 관한 별별 흉측하고 해괴한 말들이 오갔음을 전하면서도 언짢기는커녕 도리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는다 .“감독이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을 거다 등등 별 얘기가 다 있더라고요. 그래도 괜찮아요. 제가 늘 말하지만 무플보다는 악플이 저는 더 좋아요.” <엄마는 창녀다> <아버지는 개다> 같은 선정성 짙은 그의 영화가 그런 나쁜 소문을 만들었을 것이다. 보통 변태 감독 이상우로 통하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바비>는 나신 하나 없는 영화이며 게다가 어린 소녀들이 등장하는 영화다. 변태 감독과 입양아 소녀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궁금했다.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영화 한국을 만나다’ 프로젝트 중 한편이었다. 한국의 도시 한 군데를 정해서 그 도시를 배경으로 찍는 프로젝트인데 포항은 아직 안 했더라. 그런데 나 같은 극악무도한 감독이 찍는 바람에 포항이 무슨 불법 입양의 본거지처럼 보이게 된 거다. (웃음) 김새론, 김아론 나오는 영화니까 훈훈한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들 했었는지 처음에 시사하고 나서는 관계자들 표정이 안 좋더라. 이탈리아 지포니영화제에서 상을 탄 다음에 그런 분위기가 반전됐다. -주인공이 이천희다. =이천희씨가 어느 날 텔레비전으로 내 영화 <엄마는 창녀다>를 볼까 말까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저런 극악무도한 영화가 다 있냐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그 다음날 <바비> 시나리오가 간 거다. 인연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동안 착한 역할만 너무 해서 악역이 하고 싶었고 이 역할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김새론, 김아론, 아역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다. 의외다. =처음에는 새론이 어머니가 허락도 안 할 줄 알았다. <엄마는 창녀다> 만든 감독한테 누가…. 그런데 놀랍게도 한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새론이 동생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런데 아론이가 같이 온 거다. 아론이는 원래 배우 할 생각도 없고 걸그룹 되는 게 꿈이라더라. 그런데 같이 하자고 꼬인 거다. 그렇게 해서 언니 순영은 새론, 동생 순자는 아론이 하게 됐다. 친자매이기를 처음부터 원했다. 배우 구인광고 낼 때도 그렇게 냈었고. 내가 만든 첫 번째 연소자 관람 영화가 될 거라고 떠들고 다녔는데 등급 받는 날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청소년 관람불가로 되어 있었다. 왜 그랬을까. 내 생각에는 그동안의 영화 때문에 괘씸죄, 뭐 그런 것에 걸린 것 같다. -감독 본인이 잠깐 출연한다. 아이한테 추태 부리는 남자로. =말도 마라. 그날 새론이가 울고불고 말도 아니었다. 물론 그게 다 내 연기가 훌륭해서라고 생각은 한다. (웃음) 나이 많은 스탭들에게 많이 혼났다. 왜 애를 울리냐고. 실은 새론이가 이 부분 보고 놀랄까봐 미리 정해진 대사 없이 애드리브로 갔다. 결국에는 영화 속 순영이 아버지에게 프라이팬으로 머리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 세게 맞아서 한 시간쯤 촬영을 못할 정도였다. (웃음) 실은 지적 장애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딸을 지켜주는 장면을 하나쯤 넣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장면이 꼭 필요했다. -그러고 보니 이 가족을 보여줄 때 느낌이 좋은 장면이 하나 기억난다. 카메라가 가족을 전면에 놓고 서서히 뒤로 빠져 집 바깥으로 나가는 장면이다. =환상처럼 찍으려고 했다. 그렇게 카메라가 문을 벗어나는 걸 환상처럼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악당인 작은아빠가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는 거다. 트랙 아웃해서 찍었는데, 예전에는 트랙을 깔 돈이 없어서 못 해본 거다. 내 돈이 아닌 돈으로 영화를 찍는 행복감을 이번 영화에서 처음 느껴봤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소재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꼭 아메리칸 드림이라기보다는, 그게 순자가 그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나고 싶어서 가진 생각 중 하나다. 내가 학교가 싫어서 극장에 간 것처럼 순자의 경우는 그게 미국인 거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각자의 탈출구가 있지 않나. 나도 한국에서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받아주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미국에 간 거다. 절박했다. 순자도 나처럼 절박하다. 이 영화를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순자가 내 관심이었다. 그래서 실은 새론이에게도 처음에는 순자 역할을 제안했었고. 지금은 아론이의 연기가 나의 후진 연출력을 도와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준비하는 작품이 많을 거다. 조선시대 성형의사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가제는 <조선 성형의 꽃>이다. 1월부터 시나리오만 10개월째 고치고 있다. 나의 첫 상업영화가 될 거다. 그리고 기존에 촬영한 <지옥화> <나는 쓰레기다>가 있고 <발기의 끝>이라는 영화도 촬영했다. <바비> 끝나면 차례로 개봉해야지. 무엇보다 관객이 많이 보는 영화를 하고 싶다.

[박시후] 아직 잘 모르는 사내

영화배우 박시후라니. 낯설었다. 지난해 겨울 <내가 살인범이다> 영풍문고 시퀀스 촬영현장에서 박시후를 만났을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오해하지 말자. 그가 스크린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 생각은 절대 아니니까. 박시후 하면 드라마 <역전의 여왕>(2011)이나 <공주의 남자>(2011) 등 텔레비전 화면 속 그가 익숙한 게 사실이다. 그 역시 자신의 첫 영화 출연이 다소 낯설게 느껴지나보다. 스튜디오의 벽에 붙은 여러 배우들의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사진기자가 찍은 테스트 컷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난생처음 경험한 표지 진행에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홍보 활동도 시작됐고. 거리에 영화 광고도 많이 하더라. 관객 반응도 궁금하고. 첫 영화라 그런지 무척 설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남자. <내가 살인범이다>에서 박시후가 연기한 이두석은 이상한 연쇄살인범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뒤 자신의 살인 행각을 담은 <내가 살인범이다>라는 제목의 참회록을 들고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돈방석에 앉고 싶어서? 아니면 대중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싶어서? 그의 속내를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이두석이 정상적인 인간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배우로서 이두석은 날마다 만날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닌 건 분명하다. 박시후가 자신의 첫 영화로 <내가 살인범이다>를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러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출연이 썩 내키진 않았다고. 당시 막바지 촬영 중이었던 사극드라마 <공주의 남자> 종영 이틀 뒤가 영화의 크랭크인 날짜였기 때문이다.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웃음) 보통 크랭크인 한두달 전에 캐릭터를 준비하잖나. 드라마 때문에 체력도 바닥났던 터라 쉬고 싶기도 했고. 그래서 처음에는 고사하려고 했다. 그런데 슬쩍 흘려준 영화의 줄거리를 듣고 시나리오를 읽어봤다. 재미있더라. 실제로 그런 살인범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야기 안에서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 또 정재영 선배도 하신다니까 그분께 살짝 묻어갈 수 있겠다 싶기도 했고.” 다소 무리한 촬영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과감하게 모험을 택했다. 대사와 행동을 밖으로 내지르는 모습이 특징인 최형구(정재영) 형사와 달리 이두석은 외부의 자극에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포커페이스 같은 역할이다. 이두석이 거의 무표정을 유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평소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무표정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실 멍때리고 있는 건데. (웃음)” 평소 자신의 습관 혹은 얼굴이 이두석의 얼굴을 만드는 데 반영이 된 것이다. 캐릭터도 캐릭터이지만 한편의 영화를 경험했다는 사실이 배우로서 큰 공부가 됐다고 한다. “드라마와 많이 다르더라. 드라마는 빨리 찍는 반면 영화는 한 신을 몇 시간씩 촬영하더라. 감정과 호흡을 계속 유지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면 첫 작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뿌듯함이 더 많이 느껴진다. “물론 일정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 그럼에도 고생도 많이 했고, 첫 작품이라 애착도 많고. 솔직히 만족스럽다. (스크린의 자신의 모습이 낯설진 않더냐고 묻자) 잘 나오던데? 안 낯설더라.” 그의 차기작은 12월 방영예정인 SBS 주말드라마 <청담동 앨리스>로, 세계적인 명품유통회사 회장을 맡아 문근영과 호흡을 맞춘다. 캐릭터가 재벌이라 ‘엄친아’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던 중, 박시후가 “망가지는 모습이 많을 거”라고 성급한 추측을 막는다. 12월은 아직 멀었다. 어쨌거나 TV 스타의 곱상하고 작은 얼굴이 큰 스크린으로 옮겨가 희대의 살인마가 된 건 흥미로운 변화인 것 같다.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사이코패스를 연기할 때 롤모델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있었다면 누구였고, 왜? _ yodnic22(트위터) =없었어요.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바로 촬영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라 롤모델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사이코패스와 관련한 인상적인 배우는 있어요.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 영화 내내 속내를 감추고 있다가 한순간에 돌변하는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언젠가 저도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입술색 관리 방법이 따로 있나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붉고 매혹적인(!) 입술색을 가질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_ 밀티크(미투데이) =(정재영이 박시후의 입술을 잠깐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입술을 따로 관리를 받거나 그러진 않아요. (웃음)

[김중혁의 최신가요인가요] 로이킴, 데프콘 혹은 김건모

로이킴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고 있다. 데미안 라이스의 노래를 불렀던 예선전 때부터 그를 점찍었던 사람으로서 지금의 인기가 반갑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주목을 끌 만한 폭발적인 가창력은 없지만, 목소리가 좋아서 어떤 노래든 잘 소화해내는 것 같다. 결승전을 앞둔(이라고 쓰지만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3강만 확정된 상태다. 당연히 결승으로 가겠지!) 지금까지의 베스트는 <서울의 달>이었다. <서울의 달>이 이렇게 달착지근한 노래였던가, 새삼 감탄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의 달>을 부른 또 한명의 가수가 있다.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군입대를 앞둔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해야 한다는 본분을 망각하고 오로지 김건모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서울의 달>을 부른 ‘데프콘’이다. 서울에서의 힘든 시절 얘기를 한참 하다가 <서울의 달>을 부르는데 음정은 어찌나 오락가락이고, 돼지 멱 따는 소리는 얼마나 처절하던지, 아, 이런 것도 <서울의 달>의 또 다른 맛이구나 싶어 마음 한켠이 찡했다. 로이킴의 노래가 와인을 마시며 바라본 서울의 달이라면 데프콘의 노래는 소주를 두병 정도 마시고 바라본 서울의 달이랄까. 원곡을 부른 김건모는 딱 중간 정도였던 것 같고…. 서울의 달 아래에서는 참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서울의 달’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노래보다도 김운경의 드라마가 먼저 생각난다. 이른바 ‘본방사수’를 하면서 본 첫 드라마가 <서울의 달>이었고, 홍식이와 춘섭이의 인생 드라마에 깊이 감화돼 드라마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최근에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다시 봤는데, 역시 재미있더라). 아무리 우물을 파도 재능이 드러나지 않아 드라마작가가 되는 길은 포기했지만, 드라마를 쓰는 게 얼마나 힘든 작업인지는 절실하게 깨달았다. 소설에서도 인물이 중요하지만 드라마는 인물로 시작해서 인물로 끝나는 장르다.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그리지 못하면 드라마는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드라마를 쓰기 위해서는 인물을 이해해야 하고, 그 인물에 공감해야 하고, 그 인물을 살아야 한다. 아집과 오기와 패기와 객기가 이상한 비율로 혼합믹스돼 단단한 돌덩이 같았던 이십대의 내가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좋은 드라마를 보고 나면 좋은 사람을 만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이야기의 본질은, 어쩌면 사람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고 소설을 읽고 연극을 보고 영화를 보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을 이해해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다. 사람들은 다 거울인 셈이다. 서울의 달 아래에서 각자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은 ‘텅 빈 가슴 안고 살아가지만’ 때로 서로의 거울이 되어, 함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