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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파리] 내가 뽑는 황금종려상

진보적 일간지의 계열사로 영화, TV드라마, 출판, 콘서트, 전시회 등 대중문화 전반을 두루 다루는 한국의 주간지는? 이 지면을 읽고 있는 한국 독자들은 대부분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혹, 답을 확인하고 싶은 분들은 읽고 있는 페이지를 잠깐 접고 표지를 보길 바란다). 재밌는 점은 같은 질문을 프랑스인들에게 던지면 열에 아홉은 <르몽드> 계열사 소속인 <텔레라마>(Telerama)라고 대답한다는 사실이다. TV와 시네마를 결합한 이름처럼 <텔레라마>는 프랑스 문화 전반을 아우르되 영화와 TV 매체에 가장 주목하는 잡지다. <텔레라마>는 여타 영화지에 뒤지지 않는 수준 높은 영화평을 게재하는 잡지로도 정평이 나 있다. 남의 나라 주간지 소개에 왜 지면을 할애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진짜 소개하고자 하는 건 <텔레라마>가 지난 17년간 매년 1월 중순(올해는 15일부터 21까지 열렸다)에 개최해온 영화 축제다. 이름하여 ‘텔레라마 영화 축제’. 이 행사의 컨셉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잡지 정기 구독자들에게 지난해 개봉한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15편 정도를 선정하게 한 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3유로로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참고로 프랑스의 평균 영화관람료는 극장에 따라 6∼11유로 정도로 다양하다). 영화 선정 기간 동안 독자들은 ‘텔레라마 종려상’ 선정에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이 뽑은 최고의 영화에 대한 짧은 평을 기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행사에 참여하는 실질적인 스크린 수는 프랑스 전국 240여개에 달하고, 이는 매년 20여개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텔레라마> 독자들이 선정한 15편의 영화 중 가장 유력한 ‘텔레라마 종려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작품은 201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다. 15편의 상영작 가운데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포함되어 있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

사춘기 청소년 특유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빗대어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언급했던 ‘중2병’이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도 더이상 낯설지 않다. 물론 우리에게는 중2병을 이겨낼 ‘마라톤’이 있지만 일본은 아직 그렇지 않은가보다. 이시하라 다쓰야의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극장판>(이하 <중2병 극장판>)은 2011년 발간된 동명의 라이트 노벨을 원작으로 한 TV용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극장 버전으로, 지난해 완결됐던 1기 방영분에 몇몇 새로운 에피소드와 등장인물을 추가한 <중2병> 시리즈의 ‘종합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다(<중2병> 2기는 현재 일본에서 방송 중이다). 스스로를 ‘다크 플레임 마스터’라고 부르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중2병 환자 유타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과거를 잊고 새 출발한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어느 날 우연히 유타 앞에 등장한 소녀 릿카는 자신이 중2병 환자임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밝히며 유타를 다시금 ‘중2병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서로를 이해하게 된 유타와 릿카는 이내 사랑에 빠지고, 이야기는 점점 더 미궁으로 흘러들어간다. 이 애니메이션이 신기한 것은 현실과 판타지를 끊임없이 오가면서도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연결고리는 매우 느슨하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의 전제에는 단지 ‘중2병’이 있을 뿐이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모르는 세계 혹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가 바로 ‘중2병의 세계’다. 때문에 유타와 릿카가 경험하는 판타지는 대부분 엉뚱하고, 그래서 더 기발하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혹은 그 이하의) 판타지가 펼쳐지곤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텔레비전 시리즈를 본 적이 없거나 이야기를 전혀 모르는 관객에게 <중2병 극장판>은 생각보다 따라가기 힘든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다. ‘조금만 더 관객에게 친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더 크게 느껴진다.

인터넷과 팬문화가 만날 때

세계 속 한류에 대해 몇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알려져 있어도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한류 현상이 시작된 동아시아와 그외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류가 텔레비전이라는 각국의 지배적 매체의 매개 과정을 통해 유통되었다면, 세계 속 한류 현상에서 제도권 미디어의 역할은 훨씬 덜 중요하다. 이것은 아직 공중파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번도 방송되지 않은 헝가리 서쪽, 서유럽의 경우에서 가장 극단적 사례를 관찰할 수 있다(이 글에서는 한류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와 K-POP에만 초첨을 맞추어 논의하도록 한다). 둘째, 한류 현상의 핵심을 이루는 드라마와 K-POP은 유통경로와 유통방식,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K-POP은 리듬앤드블루스, 랩,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을 통해 전세계인의 귀에 익숙해진 문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유니버설한 언어인 뮤직비디오의 현란한 색채와 움직임을 통해 한국어라는 언어의 장벽이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 유튜브와 아이튠즈 등 편리한 플랫폼을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전세계적인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남스타일>의 빠른 성공이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드라마의 경우 제도권 방송이라는 강력한 매개자가 자막을 단다거나 더빙을 하는 매개 작업을 해주지 않는다면, 언어의 지역적 한계를 넘는 유통은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K-POP만의 팬덤 문화 현상 K-POP은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 듣고 보는 음악이라는 남다른 특성을 지녔다. 유튜브에 새롭게 업로드되는 알록달록하기 이를 데 없는 한국의 뮤직비디오 수는 양적으로 많고, 그것과 더불어 팬들이 생산하는 리액션, 플래시몹 비디오도 K-POP 관련 엔트리 수를 높여주고 있다. 소속감에 목마르고 정체성 찾기에 급급한 청소년기에 따라 부를 노래를 공유하고, 함께 동일한 동작의 춤을 추는 것은 강력한 소속감과 정체성 형성의 도구이다. 세계 K-POP 팬들의 반응을 관찰해보면, 이들이 K-POP에 끌리는 이유는 음악 콘텐츠의 특성도 있지만 K-POP의 팬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K-POP 수용자들은 한국의 팬덤과 아이돌 스타와 그룹 사이에 형성되어 있는 팬문화의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특별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 열기와 에너지에 동참하고 싶어 한다. K-POP 아이돌들은 유명해지면서 팬들로부터 멀어지는 서구의 스타들과 달리 소셜네트워크를 이용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팬들이 보낸 선물이나 액세서리를 하고 방송에 나온다. K-POP이 단지 콘텐츠의 유통으로 유지되는 내용이 아니라 팬문화의 공유가 열기와 지속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앞으로 K-POP 한류의 지속에 공식 음반유통 사이트와 아이튠즈 같은 음악다운로드 플랫폼과 더불어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여전히 중요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싸이의 성공으로 가시성이 높아진 K-POP의 세계 속 유통에 방송 또한 한몫하리라 생각된다. 각국 텔레비전의 뮤직비디오 차트로의 진입은 쉬운 일이 아니겠으나, 전세계의 수많은 음악전문 채널들은 향후 K-POP 뮤직비디오를 세계 대중음악의 트렌드로 정당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강남스타일>이 유행일 때 와 유사한 형식의 프랑스 텔레비전의 대중음악 콘테스트에서 동아시아 대중문화 팬이라는 청년이 <강남스타일>을 록으로 편곡해 부르는 것을 보고 감탄한 적이 있는데, K-POP은 이미 전세계의 수많은 곳에서 음악을 하는 청년들의 레퍼토리가 되어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고, 이러한 지역 매개자들에 의해 계속해서 정당화 과정을 걷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포함한 방송 콘텐츠의 경우, 유통의 제약이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에서 유통 플랫폼 문제는 기술적이라기보다 ‘문화적’이다. 국내의 시청자들은 실시간 시청의 제약과 비싼 VOD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pooq’나 ‘tiving’의 N스크린서비스나 IPTV의 통합서비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 시청 등 새로운 기술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음이 관찰되는데, 방송이 한류 콘텐츠의 적극적 매개자인 동아시아 또는 세계의 일부 지역에서도 속도의 차이가 있겠으나 이러한 스마트 텔레비전을 이용한 서비스가 한류 방송콘텐츠의 미래의 플랫폼이 되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드라마 수용자를 위한 새로운 전략 그러나 한국 드라마는 각국의 방송이 관심을 가지기 전에는 팬들의 국경을 넘는 팬자막 달기 활동을 통해 유통되었기 때문에, 인터넷의 팬사이트들은 여전히 중요한 플랫폼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방송사들도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드라마 유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유튜브 채널에 방송 직후 주요 클립을 올리는 등 공격적으로 프로모션하고 있으며, ondemandkorea.com이나 tvbogo.com과 같은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과 계약을 체결, 한국 방송콘텐츠 탑재를 합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자막이 달리지 않은 ‘원자료’(raw)일 뿐, 절대다수의 세계 수용자가 이해하며 즐길 수 없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유럽의 경우, 2010년에 문을 연 유일한 드라마 VOD 사이트인 ‘드라마파시용’(Dramapassion)이 생겼을 때, 그동안 한국 드라마 비디오를 불법으로 구해 개인적 또는 집단적으로 자막을 달았던 블로거들 또는 팬서빙 그룹과 큰 마찰이 있었다. 유럽에 한국 방송사들과 계약을 맺은 유료 서비스 공급자가 생김으로써 그동안의 모든 팬서빙 활동은 불법이 되었고, 무료노동임에도 밤을 새우며 자막을 달던 이 열성팬들은 하루아침에 한류 콘텐츠의 도용자가 되고 말았다. 이때 일반 팬들의 염려는 그동안 무료로 보던 드라마를 유료로 봐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엘리트 팬(영어, 나아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방가르드 팬(이들의 대부분이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팬이었다가 드라마 팬으로 전이한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열성팬이며 전문가라는 점에서, 또한 스스로 즐기기에 만족하지 않고 팬 커뮤니티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희생을 실천한다는 점에서)들의 열정노동의 결과인 자막이 사업자에 의해 도용되지는 않을까, 그리 빠른 시간 동안 ‘드라마파시용’이 달아서 유료 서비스하는 드라마 자막이 양질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것은 드라마 제공서비스의 ‘질’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잘 말해주는 사례이다. 드라마 자막 달기는 전례 없이 활발한 자발적인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사례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드라마를 방송하는 텔레비전 채널 수가 증가하더라도, 그리고 서유럽의 문화적 장벽이 무너져 언젠가 유럽의 공중파 채널에서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되더라도, 이 공식 채널이 제공하는 한류 콘텐츠의 양과 내용은 하드코어 팬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세계의 팬들은 이 공식 루트를 기다리지 않고 여전히 제3국의 서버를 전전해 접근 루트의 불법성을 세탁해가면서 팬자막을 달 것이고, 갈수록 직접 한국어로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수용자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제작사, 방송사 등 저작권자들이 이러한 세계의 드라마 수용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는가이다. 각국 방송사나 드라마파시용과 같은 지역 사업자들과 계약을 통해 작은 수입원을 늘리는 방식, 아니면 직접 다국어 자막과 매력적인 보너스가 담긴 드라마 DVD를 제작해 수출하는 방식, 또는 영어자막이 지원되는 온라인 디지털 아카이브를 만들어 저작권자가 직접 유료 서비스를 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유럽의 한국 드라마팬을 다년간 관찰한 나의 견해는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이 장기적 전망에서 경제적, 문화적으로 유의미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드라마파시용’이 생겼을 때, 유럽 팬들의 불만 중 하나는 다운로드를 허용하지 않고 스트리밍으로 보는 데 돈을 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문화권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태도가 다를 것이 예상되지만, 컬렉션 문화를 지닌 유럽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물인 경우 ‘양질’의 것을 컬렉션하기를 원한다. 멀티미디어 서점의 비디오서가를 가득 채운 미국 드라마와 일본 애니메이션 DVD 전집들은 매우 비싼 가격의 선물로 선호된다. 한국 드라마가 동아시아를 벗어난 세계 속에서 대중문화 콘텐츠가 아니라 팬덤에 기초한 현실을 이해한다면, 드라마는 오랫동안 인터넷을 주된 플랫폼으로 하여 유통될 것이며, 한국의 저작권자는 팬문화의 이해를 바탕으로 시장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 <여배우는 너무해>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 싸우다 정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이야기의 뼈대로 삼고 있는 <여배우는 너무해>는 연예가 가십과 노출 연극이라는 소재를 적극 활용한다. 걸그룹 출신의 연기자 나비(차예련)는 출연한 텔레비전 드라마를 말아먹는 발연기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온갖 가십의 먹잇감인 나비는 톱스타로서 유명세와 부를 가졌지만 배우로는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예 홍진우(조현재) 감독은 세계 영화제에서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노출 수위 때문에 국내 개봉을 못하고 있는 처지다. 편집된 베드신 동영상이 떠돌고 있는 현실에 분개한 홍 감독은 연극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다시 올려 관객의 평가를 받겠다고 선언한다. 문제는 노출 수위가 높다보니 출연하려는 여배우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애국가 시청률’ 때문에 배역이 없어 고민인 나비와 여배우를 구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홍 감독의 첫만남은 냉랭했다. 날선 자존심을 세우며 상대를 비난하지만 현실은 서로가 구원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 필요에 의해 결합한 두 사람이니 사사건건 부딪히고 서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노출 장면에 대한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로 공연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다. 나비는 연기자를 꿈꾸는 친구 사라(이엘)를 대역으로 내세우자고 제안하고 홍 감독이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 <여배우는 너무해>에 나오는 다양한 연예가 가십은 상당히 익숙하고 어떤 장면은 실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고 아기자기한 영화지만 친숙한 것이 오히려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은 이미 기획사의 횡포, 여배우의 이면, 동영상 파문 등을 너무 많이 접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영화라 매체의 차이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김중혁의 바디무비] 시간을 고의로 잃어버렸던 적이 있나요

코언 형제의 신작 <인사이드 르윈>에는 나처럼 좌우대칭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사람이 탄성을 지를 만한 장면이 등장한다. 지질하기 이를 데 없는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가 친구의 여자친구이자 자신과 하룻밤을 보낸 뒤 임신을 하게 된 진 버키(캐리 멀리건)의 집을 찾아가는데, 좁은 복도 끝에는 두개의 문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있다. 복도는 어찌나 좁고 양쪽의 문은 어찌나 사이좋게 대칭이던지 핏줄에 연결된 인간의 뇌 같다는 생각을 했다. 복도와 두개의 문은, 말하자면 르윈의 ‘내부’(인사이드)로 들어갔을 때 만나게 되는 풍경인 셈이다. 흔히 알려진 대로 좌뇌는 말과 계산 등 논리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우뇌는 음악과 그림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능을 담당한다. 좌뇌는 논리적인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우뇌는 직관적 판단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것은 스포일러일지 모르겠지만) 진 버키의 집은 오른쪽이고, 르윈 같은 경우는 직관적 판단으로 문제를 망치는 쪽이다. <인사이드 르윈>은 어쩌면 우뇌에 옹기종기 모여서 음악하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농담이다. 지나치게 미셸 공드리적인 상상이었다. 코언 형제는 내가 이런 농담을 할 것을 미리 예측했는지, 좌와 우를 나누고 무엇이든 구분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농담을 던진다. 우리의 우뇌 사용 지질이 르윈 데이비스는 진 버키 앞에서 또 잘난 체를 해본다. “내 경험에 의하면 이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어. 우선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사람과….” 르윈의 말을 끊고 진 버키가 비아냥거린다. “그리고 루저?” 이런, 폐부를 찌르는 말이다. 우리는 어쩌면 루저가 되지 않기 위해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끊임없이 분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진 버키의 말을 자세히 생각해보면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네가 바로 루저’라는 말 같기도 하다. 세상이 전부 루저투성이다. 원래 나 같은 루저들이 그렇지. 분류하는 걸 좋아하고, 나누는 걸 좋아하고, 정의 내리는 걸 좋아하지. 시간이 무척 많으니까. 그래도 어쩌겠나, 그게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데. 나는 르윈 데이비스가 마치지 못한 말이 궁금해 죽겠다. 르윈 데이비스의 정답은 무엇이었을까. 이 세상은,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사람과 또 어떤 사람으로 이뤄져 있는 것일까. 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눈 걸 다시 네 종류로 나누는 사람일까. 그러면 상대방이 그걸 다시 여덟 종류로 나누고, 그걸 또 열여섯 종류로 나누고…. 코언 형제에게 편지라도 보내볼까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들, 그리고 내가 쓴 작품.” 오, 이건 알 듯 말 듯 오묘한 자뻑 같기도 한 말이고.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는 “문학을 하는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누면 천진무구하고 소박한(naive) 문학을 하는 사람과 성찰적인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라고 했으며, (나는 아마도 소박한 문학쪽이겠지) 부동산계의 큰손이자 매번 4천만 ‘땡겨달라’고 말하는 (개그맨 김숙이 연기하는) 난다김 여사님은 세상의 땅을 두 종류로 나눈다. “내 땅과 내 땅이 될 땅.” 세상을 두 종류로 나누는 게임을 하다보면 은연중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드러난다. 극단은, 위험하지만 명료하다. 분류는, 난폭하지만 편리하다. 아니 바꿔서 말해야겠다. 극단은, 명료하지만 위험하다. 분류는, 편리하지만 난폭하다. 야구 경기를 볼 때마다 ‘야구야말로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야구는 빠르면서 동시에 느리고, 격렬하지만 정지해 있는 순간 또한 많으며 본능적이지만 논리적인 스포츠다. “타자는 0.25초 만에 본능적으로 공의 궤적을 판단해야 하며, 공과 배트의 중심선이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폭은 1.2센티미터에 지나지 않는다.”(레너드 코페트의 <야구란 무엇인가>) 던지고 치는 일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그 사이엔 수많은 작전과 움직임이 포함돼 있다. 투수가 공을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던지고, 타자는 망설이지 않고 빨리 치고, 안타를 친 주자가 무조건 계속 달린다면 야구 경기 시간은 엄청나게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그만큼 재미없어질 것이다. 나는 박찬호 선수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7년과 2000년 사이에 야구의 묘미를 알게 됐다. 2000년에 소설가로 데뷔하기 전, 나는 여러 가지 일을 하기도 했지만 아무리 여러 가지 일을 한다고 해도 마땅한 직업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시간이 무척 많았다. 백수일 때 백수이더라도 규칙적인 생활을 하자는 취지에서 아침 9시에 눈을 뜬 다음, 야구를 봤다. 9시에 시작한 야구는 12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처음엔 박찬호 선수의 경기를 주로 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생전 처음 보는 팀들의 경기를 보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재미없는 경기를 어떻게 참고 보나 싶을 정도로 지루했는데, 나중엔 서너 시간이 눈 깜빡하는 사이에 지나갔다. 메이저리그의 중계 기술이 워낙 뛰어난 까닭도 있겠지만 텔레비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투수의 손가락, 타자의 습관, 주자의 신발 각도, 포수의 사인, 감독이 의자에 앉은 모습, 외야수의 선글라스, 그 모든 것들을 용광로에 넣어 녹인 것이 야구라는 스포츠였다. 어쩌면 그 시절의 나는 야구처럼 지루한 스포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느리게 진행되고, 휴지부가 많은 스포츠를 원했던 것인지도 몰랐다. 시간을 견디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을 얻기 위해 야구를 본 것인지도 몰랐다. 나에게는 시간이 많았고, 이야기가 필요했다. 야구는 느리게 진행되고, 빈 시간이 많고, 이야기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미국에서 야구가 발전한 이유가, <꿈의 구장>부터 <머니볼>에 이르기까지 미국에 그토록 많은 야구영화가 생산된 것은 신화와 이야기가 필요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미식축구가 몸으로 부딪치는 전투적인 미국을 상징하는 스포츠라면, 야구는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전설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기록하는 스포츠일 것이다. 야구광인 소설가 폴 오스터는 자전적 에세이인 <겨울일기>에서 야구에 대한 정의를 멋지게 내려놓았다. “공을 던지고 받기, 땅볼 처리하기, 경기 내내 매 순간 아웃이 몇개나 있고 주자가 몇명이나 출루해 있느냐에 따라 어디에 자리를 잡고 있어야 하는지 파악하기, 야구방망이에 맞은 공이 당신쪽으로 날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예측하기, 홈으로 송구하고 2루로 송구하고 더블플레이 시도하기, … (중략) … 야구 평론가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항상 기대에 차 준비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고 머릿속에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들끓었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확 폭발했다. … (중략) … 스윙을 하고 난 뒤 들려오는 바로 그 소리, 그리고 외야 멀리 날아가는 공을 볼 때의 느낌. 그 기분에 비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폴 오스터는 야구 선수로 뛰었을 때의 환희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보는 사람으로서 똑같은 환희를 느꼈다. 르윈처럼 뻔뻔하게 말해보자면, 세상에는 시간과 맞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시간을 쪼개서 얻는 것이고, 둘째는 시간을 고의로 잃는 것이다. 아마도 1997년 즈음 야구가 사라지기라도 했다면 나는 불안하고 지루하던 20대의 시간들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나는 시간을 고의로 잃으면서 다른 시간을 벌었던 것 같다. 야구가 그걸 가능케 했다. 그 시절의 내가 진정한 루저였다.

계절의 왕국을 모험하다 <하늘을 나는 강아지, 비포와 친구들>

비포는 평범한 강아지가 아니다. 골칫덩어리였던 커다란 귀를 통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용감하고 호기심 많은 비포는 친구와 함께 온 세계를 여행하고 다니며 위기에 빠진 동물들을 도와준다. 비포에겐 참으로 많은 친구가 있어, 그의 생일이 되자 전세계의 동물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 생일 파티에서 누군가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자가 낯선 시간속으로 비포와 친구들을 초대한다. <하늘을 나는 강아지, 비포와 친구들>은 시간 모험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왕국을 거쳐 신비한 스톤 에뮬릿을 모으러 다니는 비포와 친구들의 도전과 성장을 다뤘다. 본래 시간이란 네 가지 계절의 순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탐욕스러운 사계절의 수호자들은 신비한 마법의 스톤 에뮬릿을 훔쳐 한 계절만으로 된 왕국을 건설하고자 한다. 이러한 무질서가 지속되면 타임 아일랜드와 모든 계절도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타임 아일랜드의 마법사는 지혜롭고 용감한 비포의 소문을 듣고는 그를 낯선 시간왕국으로 초대해 사계절의 스톤 에뮬릿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봄의 꽃, 여름의 태양, 가을의 바람, 겨울의 추위는 비포와 친구들의 모험을 위협하고, 사악한 계절의 수호자들은 이들을 함정에 빠뜨린다. 작은 개미, 영악한 몽구스, 허영 많은 고양이 등 비포의 친구들은 각자의 단점을 극복하고 스톤을 찾는 모험을 통해 소중한 지혜를 배워간다. 더불어 초록 괴물들에게 마을을 지켜내는 정글 동물들의 이야기도 전개된다. <하늘을 나는 강아지, 비포와 친구들>은 동물들이 서로 힘을 모아 계절의 왕국을 모험하는 과정을 욕심 없이 채워나간다. 이스라엘의 텔레비전 인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극장판 애니메이션화한 작품이다. 선과 악, 미숙함과 성장, 노고와 보상 등 모험동화의 문법 같은 공식을 두루 갖췄다. 미취학 아동이나 저학년들에게 적합할 다채로움과 교훈을 선보인다.

뮤턴트들이여, 모두 모여라

감독 브라이언 싱어 / 출연 휴 잭맨, 제임스 맥어보이, 마이클 파스빈더, 제니퍼 로렌스 / 개봉 5월22일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창조주, 브라이언 싱어가 돌아왔다. 싱어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엑스맨>)가 “내 영화 중 가장 대단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의 말대로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젊은 찰스와 에릭은 물론 퀵실버, 워패스, 캣 키티, 선스팟, 블링크, 비숍 등 전편에선 등장하지 않았던 캐릭터들까지 아버지의 부름에 몽땅 소환됐다. 2023년의 미래, 트라스크사는 뮤턴트들을 소탕할 목적으로 사냥로봇 센티넬을 개발한다. 뮤턴트들은 종말의 위험에 직면하고 울버린은 1973년의 과거로 타임슬립해 찰스와 에릭에게 도움을 청한다. 젊은 시절의 찰스와 에릭은 미래의 자신들과 힘을 합쳐 뮤턴트들의 위기를 막아내려고 한다. <엑스맨> 제작진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트라스크사가 실제 존재하기라도 하는 양 적극적인 바이럴 광고를 진행했다.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시리즈의 세계관까지 확장시킨 영리한 시도다. 모두가 알다시피 1963년 11월22일 리 하비 오스왈드가 존 F. 케네디에게 총격을 가한다. 이 이후부터는 가짜로 만들어진 상황이 이어진다. 암살 시도의 배후로 에릭이 지목된다. 초능력을 이용해 빗나간 오스왈드의 총알이 케네디에게 박히도록 조종했다는 혐의다. 정부는 에릭의 케네디 암살 시도가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주요 사건이었던) 3차 세계대전을 막아낸 뮤턴트들을 정부가 외면한 데 대한 복수심에서 비롯했다고 발표한다. 이 분위기와 맞물려 트라스크사는 사냥로봇의 개발을 서두르게 되고 이것이 미래의 뮤턴트들에게 위기로 다가온다. 지금까지의 스토리는 모두 <엑스맨> 바이럴 UCC의 내용이다. 그러나 에릭이 수의를 입고 있는 스틸이 공개됐으니 어쩌면 바이럴 광고의 일부 내용이 영화에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찍부터 진행된 마케팅 덕에 많은 관객은 <엑스맨>의 배경을 미리 숙지한 채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덕후 조련’ 한번 제대로 해보겠다는 싱어의 굳은 결의가 느껴진다. <엑스맨> 이후엔 5천년 전에 탄생한 고대의 뮤턴트가 <엑스맨: 아포칼립스>로 출격을 준비 중이다. 관전 포인트 캐릭터 파티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시리즈 최대의 재미로 꼽을 수 있겠다. 디즈니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도 등장할 퀵실버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다. 같은 캐릭터를 <엑스맨>에선 에반 피터스가, <어벤져스>에선 아론 존슨이 연기한다. 워패스는 어마어마한 힘과 속도를 자랑한다. 엘렌 페이지가 맡은 쉐도우 캣 키티는 물질 통과의 능력을, 판빙빙이 연기하는 블링크는 텔레포트 능력을 지녔다. 선스팟은 태양력을 사용할 수 있고 비숍은 타인의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다. 원작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캐릭터들을 살펴둘 것을 권한다.

“다른 책으로 돈 벌고 그 돈으로 영화책 내고 싶다”

영화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한나래’ 영화책은 있을 것이다. 다시 그를 뒤적여보면 모든 책에서 ‘책임편집 이리라’라는 이름도 함께 발견할 것이다. 과거 한나래에서 ‘한나래 시네마 시리즈’, ‘한나래 언론문화 총서’, ‘필름 메이킹 시리즈’ 기획을 주도했던 이리라 편집자가 새로이 컬처룩이라는 회사를 꾸렸다. 반갑게도 최근 토머스 샤츠의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개정판인 <할리우드 장르>를 냈다. 이른바 ‘씨네룩’ 시리즈의 첫째권이다. -한나래의 모든 영화책에서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웃음) =그야말로 일만 했던, 그래도 참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웃음) 1990년대 초반 한나래 창립멤버로 일을 시작해 ‘한나래 시네마’, ‘필름 메이킹’ 시리즈 등을 기획했다. 50여종의 영화책을 기획, 편집했고, <필름 컬처>도 7호까지 냈다. 대중문화 연구 붐이 일던 때라 당시 한나래뿐만 아니라 시각과 언어, 이론과 실천, 현실문화연구 등에서도 영화를 포함한 대중문화 연구서들을 많이 냈다. 번역서의 비중이 컸는데, 당시에는 뭔가 안 팔리더라도 일단 내는 분위기였다. 좀 특별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최근 토머스 샤츠의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 개정판 <할리우드 장르>를 냈다. 컬처룩은 어떻게 꾸리게 됐나. =2005년쯤부터 ‘필름포럼’과 ‘이모션픽처스’ 일을 하면서 출판업계를 떠났었다. 그러다 다시 2010년경 한나래로 돌아와 배리 랭포드의 <영화 장르>를 냈다. 원래 영화 장르에 관한 책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맥그로힐 출판사에서 낸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의 경우 새 저작권법 발효 이후 판권료가 비싸져서 증쇄가 힘들어 절판된 거였다. 배리 랭포드의 책을 낸 것도 일종의 대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다 2011년 독립해서 컬처룩을 차렸고 다시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에 눈독을 들였다. 예전부터 독자들의 재출간 문의가 많은 책이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회사 규모로는 힘들기도 했고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나름 ‘씨네룩 총서’ 1권으로 정식계약을 맺고 출간했다. 개인적으로는 장점도 단점도 있는 책이라 생각하지만 장르 연구에 있어 그만한 책은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과거 한나래에 있던 시절 ‘흥행’이 좋았던 책들은 뭔가. =아마도 그래엄 터너의 <대중 영화의 이해>가 가장 많이 팔렸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프랑시스 바느와의 <영화 분석 입문>, 슬라보예 지젝의 <당신의 징후를 즐겨라>까지 해서 흥행 빅3 책들이었다. (웃음) 그외 수잔 헤이워드의 <영화사전>을 비롯해 <우디가 말하는 앨런>이나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도 기억에 남는다.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재미있는 건 역시 감독에 관한 책들이었다. -오래도록 영화책을 만들어온 사람으로서 느끼는 바가 있다면. =영화책이라는 게 밖에서 보면 화려한데 사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화려한 면을 보고 뒤늦게 진입한 다른 출판사 분들도 봤지만, 이내 사라진 회사들이 많다. 2000년대 들어 인기 서적이라도 1천부 이상 팔리는 책은 정말 드물다. 가령 <보이는 것의 날인>의 경우, 프레드릭 제임슨의 글이 정말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남인영 선생이 훌륭하게 번역한 책을 야심적으로 냈다. 하지만 판매는 저조했고 현재 절판 상태다. 그래도 그렇게 꾸준히 내다보면 독자층이 넓어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한국의 극장가는 1천만 관객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데 영화책 시장의 현실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다른 책은. =가장 가까이로는 영국영화연구소(BFI)에서 나온 존 힐의 <켄 로치>를 출간할 예정이고 비스콘티에 관한 책도 준비 중이다. 영화책 외에 ‘사이언스 캠프 시리즈’도 꾸준히 내고 있고 <책, 텔레비전을 말하다> 등 미디어 관련 서적도 이미 몇권 냈다. 최근에는 <비만의 진화>라는 책도 냈는데, 열심히 다른 책으로 돈 벌고 그 돈으로 평소 내고 싶었던 영화책을 내고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다. (웃음)

[LA] 돌아와요 LA에

캘리포니아의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덕션에 대한 세금감면정책이 지난 3년간 주 정부에 가져다 준 경제효과는 43억달러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 3월20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제개발운영위원단(Los Angeles County Economic Development Corp.)은, 지난 3년간 연간 1억달러를 세금 공제액으로 배당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은 예산 7500만달러 이하의 영화 및 텔레비전 프로덕션 109편은 19억달러를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했으며, 이로 인해 창출된 관련 일자리 수는 2만2300개에 이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하지만 보고서는 이 프로그램이 정해놓은 제작비 상한선 때문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주 밖으로 촬영지를 이탈하기 때문에 주 정부가 잃게 되는 경제효과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에서 창출될 뻔했던 일자리 수는 4만7600개이며, 세금 환급액은 4억1천만달러로 추정”된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는 예산 7500만달러 이상의 영화와 TV시리즈가 세금감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검토 중이다. ‘영화의 도시’라는 별칭이 무색하게 캘리포니아에서 실제로 촬영되는 영화 수는 줄어들고 있다. 1996년에는 그해의 기대작들이 거의 모두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됐다면, 최근에는 거의 모든 영화가 로스앤젤레스 밖에서 촬영된다. 이유는 다른 주에서 제공하는 세금감면 혜택이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2월 로스앤젤레스 시장 에릭 가세티는 엔터테인먼트 직종의 직업을 유치하고 시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영화 및 텔레비전 제작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을 확장할 것을 주의회에 건의했다. 가세티 시장은 현재 캘리포니아주가 제공하는 세금공제액을 2배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 중이며, 혜택 대상을 제작비 7500만달러 이상의 영화와 TV시리즈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가세티 시장은 “로스앤젤레스를 떠났던 프로덕션들이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될 것이고, 로스앤젤레스를 염두에 두지 않았던 프로덕션들도 이곳을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세금이 비싼 도시 중 하나이며 교통도 혼잡한 곳이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큼은 어느 도시 못지않은 로스앤젤레스가 세제혜택의 확대를 통해 진정한 영화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