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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공모전] 비디오와 VOD 사이 당신의 추억을 파세요~

들었는가? 디지털케이블 TV VOD CF 스토리보드 공모전 소식. 접수마감이 4월30일까지다. 발 등에 불 떨어졌다. 그래서 빛의 속도로 준비했다. ‘디지털케이블 TV VOD CF 스토리보드 공모전’ 공략 특강.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우선 이 공모전을 주최하는 회사의 담당자를 찾아갔다. 올해 처음 열리는 이 공모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더불어 관련 분야 전문가를 수소문해 수상전략을 위한 공략법도 엿들었다. 다음 준비는 행동 개시다! 자세한 공모전 소식은 cafe.naver.com/vodstory에 있다. 주최 담당자에게 묻는다 홈초이스 사업전략실 사원, 양재호 -케이블TV VOD 스토리보드 공모전이란? =케이블TV VOD 광고 제작을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모으는 공모전입니다. 영상물을 직접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보드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집하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의 개최 목적은? =우선은 VOD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케이블 TV VOD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합니다. 또 VOD에 대한 아이디를 제공받아 향후, 저희 회사의 광고 제작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함이고요. 결론적으로 케이블TV가 갖고 있는 VOD 서비스를 널리 알려 관심을 모으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VOD 서비스를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VOD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다들 ‘비디오’가 무엇인지는 알고 계실 겁니다. 반면에 ‘VOD’는 모르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VOD란 Video On Demand의 약자로, 한글로는 주문형 비디오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과거 비디오와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죠. 예전에는 비디오 가게 진열대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와서 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TV에 연결된 케이블 셋톱박스가 비디오 가게 역할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TV, 컴퓨터, 휴대폰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통한 비디오 서비스를 통칭하여 VOD라고 합니다. 이중 케이블TV VOD 서비스는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집에서 편안하게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주최 담당자로서 어떤 작품을 기대하나? =최근에 주목받았던 콘텐츠를 보면 핵심 주제에 ‘추억’이라는 테마가 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트렌드를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비디오에 대한 ‘추억’이 현재 VOD와 연결되는 스토리보드 작품을 기대합니다. 과거 대중적으로 즐겼던 비디오라는 서비스가 현재는 텔레비전 안의 VOD 서비스라는 것으로 변화됐다는 점과 VOD가 무엇인지 알릴 수 있는 아이디어가 중요합니다. 이밖에도 VOD를 알릴 수 있는 모든 창의적인 스토리를 기다립니다. -공모전 수상자에게 당사 인턴십 기회를 제공한다. 인턴십 기간 동안 무슨 일을 하게 되나? =먼저 홈초이스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홈초이스는 디지털케이블TV에 VOD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월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회사입니다. 인턴을 하게 될 경우, 케이블TV 시청자들의 VOD 구매 촉진을 위한 마케팅 업무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과 더불어 적재적소에 시청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VOD를 편성하는 업무를 진행하게 될 예정입니다. 또한 VOD 한편이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집 텔레비전에서 볼 수 있는지 그 포괄적인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단언컨대 인턴 경험이 홈초이스 정규 채용 혹은 VOD와 관련된 미디어 업계로 진출하는 데 큰 안목을 길러줄 겁니다. -이번 공모전 공략 팁을 준다면? =요즘 대학생들은 비디오를 이용해서 각종 만화 애니메이션을 접한 세대들입니다. 과거 비디오에 대한 추억과 현재 VOD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험을 잘 어우러지게 구성해보세요. 본인들이 겪은 독창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광고기획 전문가에게 듣는다 하쿠호도제일 수석국장, 최상운 -스토리보드란 무엇인가? =쉽게 설명하면 TV나 동영상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대략의 스토리와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동영상 크리에이티브 설명서’라고 보면 됩니다. 스토리보드의 구성은 전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간단한 비주얼 컷과 제시된 비주얼 컷에 맞는 상황 설명 그리고 오디오 멘트와 배경음악에 대한 설명으로 이루어집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스토리보드를 토대로 세부 콘티 작업을 거치고, 촬영에 들어갑니다. 스토리보드는 방송 촬영은 물론이고 이벤트 프로모션이나 경쟁PT 등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매우 유용한 크리에이티브 표현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토리보드 제작 시 주의사항은? =스토리보드는 대략 10장 정도의 비주얼 컷으로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첫 번째는 전체 상황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중요한 비주얼 컷을 무엇으로 정하는가가 중요합니다. 내용은 너무 늘어지거나 짧지 않도록 10컷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좋고, 충분히 이해할 만한 스토리 구성이면 더 좋습니다. 두 번째는 비주얼 컷에 맞는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부연설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로맨틱한 분위기의 음악이 흘러나온다라고 할지, 둘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조된다랄지 비주얼 컷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분위기나 감정적인 부분을 설명하면 효과적인 스토리보드가 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비주얼과 오디오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여,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스토리보드를 구성하면 좋습니다. -이번 공모전의 공략 팁을 준다면? =스토리보드의 생명은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디어입니다. 스토리보드는 그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수단일 뿐입니다. 따라서 스토리보드상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와 메시지가 무엇인가가 우선적으로 중요하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전체적인 흐름과 적절한 비주얼 컷을 활용한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앤의 유년 시절 <빨간머리 앤: 네버엔딩스토리>

<빨간 머리 앤> <소공녀> <비밀의 화원> <작은 아씨들>은 소녀들의 책장을 빛낸 대표적인 동화책들이다. <빨간 머리 앤>의 원작자가 캐나다 여성 작가라는 사실을 아는 경우는 드물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1970년대부터 <빨간 머리 앤>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했고 국내 시청자들도 그 이미지에 익숙하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창조한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대체로 그렇듯 <빨간 머리 앤>도 원작의 공간적, 시간적 배경이 잘 의식되지 않는다. 캐나다의 원작자, 일본의 시청자, 그리고 한국의 독자까지 서로의 존재를 잘 모른채 기묘하게 얽힌 문화적 현상의 중심에 <빨간 머리 앤>이 있었다. 20세기 초 캐나다의 시골 마을에 고아인 앤이 입양된다. 입양을 신청한 마릴라와 매튜 남매는 남자아이가 아닌 여자아이가 오자 당황한다. 일손이 필요했던 남매가 남자아이를 부탁했는데 여자아이인 앤이 오게 된 것이다. 발랄하고 쾌활한 앤은 남자아이 못지않게 잘 해낼 수 있다고 마릴라와 매튜를 설득한다. 남매는 갈등하지만 붙임성 있고 의욕적인 앤을 내치지 못한다. 앤은 모두의 신임을 얻으며 마을의 일원으로 잘 적응한다. 어느새 4년의 세월이 흐른다. 앤은 장학금을 받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는 것은 물론, 모두가 바라는 상급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모든 일이 잘 풀리지만 매튜 아저씨의 건강이 악화되어 앤의 유년 시절은 서글프게 마감된다. 길고 긴 앤의 인생사 중 <빨간머리 앤: 네버엔딩스토리>는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다.

[tvN을 가다] 지상파의 고민이 시작됐다

신촌역에서 연대 근방 하숙집까지 택시(!)를 탄 ‘삼천포’(김성균)가 종로를 지나 서울역의 야경을 스치면서도 택시기사에게 뭐라 항의도 못하던 그 시각. 하숙생을 기다리다 지친 성나정(고아라)의 가족들이 보던 텔레비전에도 홍식(한석규)의 꾐에 넘어가 갓 상경한 춘섭(최민식)의 긴장한 표정이 겹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MBC <서울의 달> 외에도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의 드라마가 자주 노출된다. 나정의 엄마(이일화)가 잠시 KBS <한명회>를 언급했지만, 당시의 유행과 정서를 이야기할 때 주로 부름받는 건 MBC 드라마였다. 1991년 SBS의 개국에 MBC는 고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콤비의 <여명의 눈동자>로 맞섰고, 일본 버블경제 시절의 트렌디 드라마를 이식한 <질투>에 이어 신데렐라 드라마의 조상 격인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 차인표를 배출하기까지 ‘드라마 왕국’의 아성은 흔들림이 없었다. <응답하라 1994>의 시간선에는 MBC 드라마의 좋았던 시절도 겹치는 셈이다. 패권을 쥐고 있던 MBC 드라마에 95년 <모래시계>로 역습을 가했던 후발주자 SBS의 전략은 tvN의 현재와 매우 유사하다. 개국 초기 SBS는 타 방송사와 동시간대 편성을 피하고 자극적인 소재 경쟁을 주도했으며, 적은 제작비로 효율을 높이는 <오박사네 사람들> 등의 시추에이션 코미디 형식으로 시장의 틈새를 공략했다. tvN 역시 유연한 편성과 지상파 아침드라마 못지않은 선정적인 드라마를 내놓는 한편, <막돼먹은 영애씨> 등 저비용으로 출발한 시즌제 드라마의 가능성을 놓지 않았다. 평범한 30대 직장여성의 인간관계로 현재 시즌12까지 이어온 <막돼먹은 영애씨> 이후, 타깃을 좁히고 공감을 끌어내는 디테일에 주력한 기획은 ‘군디컬 드라마’ <푸른 거탑>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SBS가 80년대의 정서를 공유하는 이들의 열광을 끌어낸 <모래시계>로 판세를 뒤집었듯, tvN은 90년대에 청춘을 보낸 이들을 같은 문화를 소비했던(혹은 같은 소비가 문화가 되었던) 기억으로 묶어낸 2012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개국 초기엔 대표가 국감장에 불려갈 정도로 선정성 시비가 끊이질 않았던 채널이 어느덧 사회적 신드롬을 낳는 시리즈를 안착시킨 비결은 무엇일까? 비슷한 시기에 개국해 2008년까지 의욕적으로 자체 제작 드라마를 선보이던 드라맥스의 편성표는 현재 지상파 드라마 재송출로 채워진 형편. 온미디어 계열 채널의 흡수·합병 이후, 사실상 적대자가 없는 CJ E&M이 모기업이란 점도 tvN 드라마가 살아남는 데 이점으로 작용했다. 케이블에서 지상파 수준의 광고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CJ E&M은 시청층을 분리하고 채널을 특화시킨 뒤, 드라마로 결합하는 방식의 기획에도 분주하다. 미리 만들어둔 몇곡을 극의 분위기에 맞춰 반복 사용하는 틀을 뒤집고, 드라마 캐릭터들이 음원을 만들어낸 tvN의 음악드라마 <몬스타>는 CJ E&M 계열인 Mnet과 공동제작한 경우. 오디션 프로그램 <꽃미남 캐스팅 오! 보이>의 우승자를 <꽃미남 라면가게> <닥치고 꽃미남 밴드> 등 ‘꽃미남’을 전면에 세운 드라마에 투입하는 기획도 강점인 쇼·오락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결합하는 시너지를 노렸다. 신원호 PD처럼 비드라마국 출신 연출가를 영입해 드라마를 제작한 점도 지상파 조직에선 쉽지 않은 시도다. 기획단계에서 작품의 규모에 합당한 제작비를 조율하는 CJ E&M의 시스템 또한 안정적인 제작을 담보한다. 외주 제작사는 일정 시청률을 넘어야만 광고수익으로 제작비를 보전하며 연출가나 작가 또한 시청률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지상파 드라마 환경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고 그만큼 새로운 시도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김병수 PD와 송재정 작가의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나 김병욱 감독의 시트콤 <감자별 2013QR3>가 tvN에서 방영되는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개국 7주년을 맞은 tvN은 KBS에서 CJ E&M으로 자리를 옮긴 곽정환 PD의 시대극 <빠스껫 볼>을 지상파 미니시리즈와 동시간대에 편성 하는 강수를 두었다. 지금 궁금한 것은 시청률보다 이들이 어느 수준의 제작역량을 보여줄 것인가다. 지상파에서 내놓을 맞수는 무엇일까? 공채 PD와 작가 공모전 시스템으로 쌓은 인력을 제대로 성장시키고 있는지, 또 외주 제작사와의 관계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은 아닌지 먼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 선배가 말하는 ‘ 내가 경험한 홈초이스 ’

-본인 소개 부탁한다. =사업전략실에서 프로모션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시즌별로 특집관을 구성하거나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다. 사내 포지션으로는 막내인 입사 9개월 차의 신입사원이다. -디지털 케이블TV 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신문방송학 전공자로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하기에 방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점점 자리를 잡고 있는 VOD 서비스가 영상 콘텐츠를 접하는 대세 플랫폼이 될 것이라 판단되어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 일을 하며 좋은 점은 무엇인가. =수많은 콘텐츠들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것?(웃음) 내가 기획한 프로모션을 통해 시청자들의 접속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가 장 흥미롭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공부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전문가가 되어간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와 TV를 켤 때마다 감격을 느낀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하는 노래처럼 내 얼굴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내가 구성한 콘텐츠들이 우리 집 TV에 구현되어 리모컨으로 이것저것 눌러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VOD 서비스 기획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특별한 기술이나 능력을 요구하는 직업은 아니다. 방송이나 영화를 상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안목과 영상 콘텐츠에 대한 남다른 관심이 제일 중요하다.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우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때 파악해낼 수 있는 기획자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영화관과 함께 디지털 케이블TV까지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이다.

[영화제] 광화문에펼쳐지는 그린파노라마

“영화를 통해 환경과 인간의 공존을 생각하는 축제”인 서울환경영화제가 열린다. 제11회를 맞이한 서울환경영화제는 5월8일부터 15일까지 광화문 일대 공간에서 펼쳐진다. 씨네큐브 인디스페이스를 비롯한 세곳의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며, 환경 관련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서 진행된다. 올해 서울환경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는 총 35개국 111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환경영화제인 서울환경영화제는 전체적으로 비경쟁영화제의 성격을 갖지만 국제 환경영화 경선은 유일한 경쟁부문이다. 비경쟁부문은 ‘그린 파노라마’,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지구의 아이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으로 나뉜다. 서울환경영화제를 대표하는 ‘그린 파노라마’에서는 직접적인 환경 문제를 다룬 작품부터 환경 관련 소재를 망라한 최근 2∼3년간의 세계 환경영화가 상영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두배 이상 많은 영화가 소개되며 몇개의 서브섹션이 추가되었다. 핵/원자력을 주제로 다룬 영화들을 모은 ‘오래된 미래’와 스릴러물의 성격을 갖춘 영화들을 따로 모은 ‘에코스릴러’가 올해 신설된 서브섹션이다. 경쟁에 오르지 못했으나 놓치기 아까운 영화들은 ‘널리 보는 세상-그린 아시아’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마련했다. 제11회 서울환경영화제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극영화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환경영화제라고 하면, 무겁고 딱딱한 주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만 상영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다. 하지만 실제 상영 목록을 보면 극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이 고루 섞여 있으며, 상업영화의 대표적인 장르로 여겨지는 스릴러까지 있다. ‘환경’이라는 단어는 매우 넓은 스펙트럼을 포괄하므로 이번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들도 감동적인 성장영화부터 인류의 역사를 성찰하는 철학적인 다큐멘터리까지 무궁무진한 범주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개막작인 <킹 오브 썸머>는 조던 복트-로버츠 감독의 데뷔작으로, 2013년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괴로운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10대 소년 세명은 집에서 탈출해 숲속에 집을 짓고 살기로 의기투합한다. 일종의 소년 모험담으로, 성장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환경영화경선’ 부문에는 16개국 21편의 작품이 본선에 올랐다. 21편 중 장편은 11편이고 나머지는 단편이다. 장편에 한국영화가 3편이나 올랐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철의 꿈>(감독 박경근), <망대>(감독 문승욱), <우포늪의 사람들>(감독 신성용)이 본선에 오른 한국영화들이다. 국제환경영화경선은 출품편수가 1천편을 넘어 영화제의 양적, 질적 성장의 지표를 보여주었다. 이 부문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성장’이다. 성장의 그늘, 성장에 대한 회의, 대안 모색 등을 보여주는 다양한 영화들은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전세계적인 이슈라는 것을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도시개발, 기후변화, 빈곤 등 전세계의 환경 문제들을 접할 수 있다. 경선에 오른 장편 11편은 모두 다큐멘터리다. 아름다운 자연의 위용을 담아내고, 담담하게 일상을 관조하며, 경쾌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등 각각의 작품들은 다채로운 스타일을 갖고 있다. 중국 석면 광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구름을 만드는 산>, 1930년대부터 시작된 미국의 거대한 댐 건설의 역사를 돌아보는 <댐네이션-댐들이 사라지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된 말의 운명을 좇는 <후쿠시마의 말들> 등이 본선에서 경쟁한다. 본선에 오른 단편들은 다큐, 극영화, 애니메이션 장르가 고루 섞여 있으며 기발한 상상력과 놀라운 통찰이 빛나는 작품들이다. 올해 ‘그린 파노라마’ 부문에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영화들이 선정되었다. 이는 관객이 보다 편하고 쉽게 영화제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고심한 결과다. ‘푸드’, ‘물’이 올해 이 부문 핵심 키워드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다룬 로맨틱 코미디 <푸드 가이드 투 러브>, 다이어트 식단을 제공하여 직원들의 체중을 감량시킨다는 내용의 코미디 <타니타의 사원식당>은 굳이 환경영화라는 범주를 의식하지 않고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극영화다. <얀 베르트랑의 여행: 목마른 대지>와 <워터마크>는 수질 오염과 물 부족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스릴러물의 성격을 띠는 단편을 모아 상영하는 ‘에코 스릴러’는 장르영화를 즐기는 관객을 위해 마련되었다. 일본 공포영화 관습을 따르는 <마지막 정거장, 유령 굴뚝>, 엄마의 죽음을 맞이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단편 <고양이>, 부도덕한 사업가의 장례식으로 시작되는 <망자의 고백>, 좀비영화 <사무엘 크롬의 저주>가 상영된다. 핵/원자력 문제와 관련된 영화를 모아 상영하는 ‘오래된 미래’ 부문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그레고리 펙, 앤서니 퍼킨스, 에바 가드너가 주연한 할리우드 고전영화 <그날이 오면>(1959)을 60년 만에 35mm필름으로 상영한다. <그날이 오면>은 핵으로 오염된 가까운 미래의 모습을 담은 SF영화다. 흥미롭게도 영화 <그날이 오면>의 원작 소설인 <해변에서>의 작가 네빌 슈트에 관한 다큐멘터리 <낙진>도 이번 영화제에 함께 상영된다. 두 작품을 함께 보면 상호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부문 단편 상영작에도 <낙진>이 있다. 핵사고 이후 상황을 상상하는 짧은 실험영화인데 제목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영화다. ‘널리 보는 세상-그린 아시아’는 장/단편을 막론하고 아시아 지역의 환경영화를 모아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부문이다. 환경 문제를 사고하고 대안을 모색할 때 지역, 국가별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발견된다. 이 부문은 아시아의 공존을 모색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올해 처음 만들어졌다.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은 국내 환경영화 제작진을 격려하고 그 성과를 소개하는 창구다. 강정마을에 책을 기부하는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배에 오른 한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는 <미라클 여행기>는 동승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이야기한다. 육식과 공장형 축사에 대해 고민하는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매우 사적인 시각에서 시작되지만 결코 사적인 이야기에 머물 수 없는 내용을 다룬다. 한국환경영화의 흐름 단편 부문에서 눈에 띄는 특징은 극영화가 많아진 점과 재개발 소재가 집중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난 몇년 우리 사회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포커스’라는 서브섹션에서는 타 영화제에서 이미 소개되었지만 다시 상영할 만한 의미가 있는 한국영화 세편을 특별 초청해 상영한다. 밀양 송전탑 문제를 다룬 <밀양전>, 포이동 재건마을 사람들을 담은 <텃밭>, 팔당 농민의 투쟁을 보여주는 <두물머리>가 주인공이다. ‘지구의 아이들’ 부문에는 4편의 장편애니메이션이 선보인다. 숲의 파괴를 다룬 판타지 <에픽>, 북극 이누이트 신화를 담은 <이디야와 얼음왕국의 전설>, 해양 생태계를 살리려는 소년의 모험담 <위시 피쉬!>, 작은 곤충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슈퍼미니> 등 4편이다. 영화제를 찾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다.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부문은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해 생각하는 영화들로 채워진다. 늑대에게 매혹된 소년의 이야기 <드루이드 피크>, 동물의 권리에 대해 생각하는 <우리 체제의 유령들>이 장편영화로 상영되며, 단편모음은 반려동물, 철새 등을 소재로 다루는 애니메이션 세편과 실험영화 한편을 모아 상영한다. 서울환경영화제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마련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시네마그린틴’이 있다. 영화제 기간 무료로 영화를 감상하고,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특별 전시와 환경영화 백일장도 포함된다. 서울시 및 수도권의 모든 청소년이 신청할 수 있다. 시민들을 위한 야외행사도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광장에 캠페인, 전시, 공연, 체험활동 부스가 마련되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할머니가 간다> Tow Raging Grannies 노르웨이 / 2013년 / 77분 / 다큐멘터리 / 감독 호바르 부스트니스 / 국제 환경영화 경선 부문 제목처럼 성난 할머니 둘이 ‘경제적 성장’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다닌다. 할머니들이 화가 난 이유는 경제적 성장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아무도 대답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절친한 친구지만 성격은 다른 두 할머니는 서로 “멍청하다”, “지루하다”며 티격태격하지만 인생의 동반자다. 두 할머니는 성장이라는 화두를 공유하며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신문과 텔레비전을 열심히 보지만 답을 얻지 못한다. 직접 발품을 팔기로 한 할머니들은 대학 강좌에도 참석하고 유명한 학자를 찾아가기도 하지만 역시 아리송하다. 할머니들은 성장의 중심지인 뉴욕의 월 스트리트로 가기로 결심한다. <할머니가 간다>는 경쾌한 분위기지만 노인 문제, 경제성장의 그늘 등 주제의식은 무겁다. <유언> The Will-IF Only There Were No Nuclear Power Plan / 일본 / 2014년 / 225분 / 다큐멘터리 / 감독 도요다 나오미, 노다 마사야 / 그린 파노라마-오래된 미래 부문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인류의 대재앙이다. <유언>은 벚꽃 흐드러진 봄날 마을축제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한 할아버지는 마이크를 잡고 유행가를 부른다. 평화로워 보이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다. 그러나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깊은 슬픔이 드러난다. 각 장이 나눠져 있고 소제목이 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 <유언>의 1장 제목은 ‘오염’이다. 마을 곳곳을 다니며 방사능 오염 지수를 확인하는데 눈에 보이는 것보다 현실은 심각하다. 낙농업자 시게키요 가노는 “원자력 따위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다. <유언>은 가노의 동료, 가족, 마을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삶을 담아낸다. 긴 상영시간이 주는 압박이 크지만 그만큼 진정성도 깊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어> Sorrow Unknown / 한국 / 2014년 / 15분 / 애니메이션 / 감독 류무선 / 한국 환경영화의 흐름-단편 부문 재개발되는 철거촌에 살고 있는 두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성장 중심 개발의 폐해를 지적한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집을 지키는 명희는 학교에 갈 수 없다. 빈집은 철거되어버리기 때문에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부탁을 받은 신애는 명희 집으로 찾아온다. 옆 동네에 사는 신애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알 수 없는 슬픔이 있어>는 재개발 동네의 소음에 특히 주목한다. 명희 엄마는 소음을 견디다 병이 들었고 명희도 매일 들리는 소음에 고통받는다. 사물들의 사실적인 디테일을 강조한 그림체가 눈에 띄는 애니메이션이다. 모기향, 바퀴벌레약, 도로표지판, 플래카드, 뉴슈가 봉지 등 명희가 살고 있는 동네와 집안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물들은 사진처럼 정확하게 표현된다. <드루이드 피크> Druid Peak / 미국 / 2013년 / 115분 / 극영화 / 감독 마니 젤닉 / 동물과 함께 사는 세상 부문 문제아 오웬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술을 마시고 친구들과 차를 타고 가던 오웬은 차 사고를 당한다. 오웬은 무사했지만 친구가 사망한다. 더이상 자신의 힘으로 아이를 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한 엄마는 오웬을 아빠에게 보내기로 결정한다. 오웬은 오래전 엄마와 헤어진 아빠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옐로스톤 국립공원 관리원으로 일하는 아빠를 만난 오웬은 하룻밤만 머물고 떠날 생각이다. 그러나 우연히 늑대와 마주친 오웬은 생각을 바꾼다. 회색 늑대 무리 ‘드루이드 피크’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오웬은 늑대에 대해 공부하고 늑대를 찾아다닌다. 신비한 동물 늑대를 보면서 오웬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된다. 불만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오웬은 늑대와 교감하고 애정을 느끼면서 성장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그림 같은 절경.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을 치유한다.

[김민정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슬픔에 유통기한이 있으랴

한달 사이에 체중이 2kg쯤 는 것 같다. 도무지 맨 정신으로는 잠을 못 이루겠는 날들의 연속이었다고 하니 지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랬다. 유가족도 아닌 주제에 엄살떨지 말고 그 주둥이 좀 다물지 그래. 사랑하는 이들의 말이니 오죽 옳으랴. 그들의 충고대로 벙어리 민정이가 되고 보니 침묵 속에 당기는 건 오로지 술뿐이었다. 잔인한 이 계절의 늦봄과 초여름 사이, 늘어난 게 주량과 뱃살이라면 줄어든 건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다. 텔레비전의 거의 모든 채널은 뉴스와 지구촌 환경이나 휴먼 스토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로 채워져 갔고, 라디오의 거의 모든 채널 또한 사운드의 볼륨을 제로로 딱 맞춰놓은 듯했다. 눈이 멀고 귀가 먹은 막막한 정신적 공황 아래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작게 입 오므린 노란 리본을 가슴에 혹은 심장에 새긴 채 이제나저제나 하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일뿐이었다. 왜 아니 그러하겠는가. 이런 국가적 초상에 완장을 찬 채 전두 지휘하는 상주가 없으니 애도하는 마음 말고 달리 방도를 모르는 착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가만히 기다리는 것밖에는 없을 터. 물론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책을 만드는 손도 바지런함을 잃었다. 지금 내가 한가하게 책장이나 넘길 때인가 하는 압박감이 매일같이 매섭게 짓눌렀던 거다. 그럼에도 밥벌이로 삼고 있는 출판사에 출근하면 매일같이 찍어보는 게 출고 부수였다. 최악으로 곤두박질치는 판매 부수에 한숨을 내쉬다가도 그런 내 자신이 탐욕스럽게만 보여 다시금 슬퍼 죽는 소의 눈망울을 흉내내곤 했다. 때마침 오랜 팬이었던 한 성악가의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졌다. 연일 취소 또 취소, 온갖 무대가 그 흔한 변명 없이 사라져가던 참이었는데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클래식이라 하면 먹어주는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1회 공연을 위해 영국에서 날아오는 예술인을 그대로 돌려보내기는 어려웠겠지. 왜 이 공연은 되고 저 공연은 안 되는지 악다구니는 나중에 칠 예정이고 어쨌거나 객석은 사람들로 터져나갈 듯했다. 지금이 어떤 때인데 노래나 듣고 앉았어? 라는 질책과 힐난을 뒤로할 만큼 사랑을 갈구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감동적이었고, 훌쩍거리는 사람들의 눈물 찍어내는 소리에 힘입어 나 또한 자유롭게 내 감정을 맘껏 터뜨릴 수 있었다. 그래서 행복했냐고? 물론 행복했다. 그래서 잊고 만 거냐고? 아이 참,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다만 나는 온전한 슬픔에 온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우리에게 시간을 내준 적이 없구나 하는 슬픈 사실을 뒤늦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슬픔은 지금 출발했다 약 27분21초71 뒤에 도착하면 끝이 나는 1만m 달리기가 아니다. 슬픔은 저도 모르게 찔끔 지리는 오줌처럼 웃음과 평생 그 타이밍을 함께하는 인생의 든든한 파트너여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나 붙잡고 알코올중독된다고들 걱정 마시라. 나만의 애도 주량은 나만이 아는 까닭 아니겠는가.

[영화제] 제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16회를 맞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역사와 동시대의 첨예한 이슈를 다루고 차이와 감성의 영역을 개척하는 총 30개국 99편의 초청작이 상영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신촌 메가박스에서 5월29일부터 6월5일까지 진행된다. 개막작 <그녀들을 위하여>(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보스니아 내전에서 자행된 폭력의 역사를 고발한 <그르바비차>(2006)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았던 야즈밀라 즈바니치의 성찰적 로드무비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학살이 자행되던 곳은 이제 이국적인 풍경을 전시하는 관광지가 되어 외국인들을 불러들인다. 호주의 연극배우 킴은 동유럽의 유적과 풍광을 관조하며 주민들의 선량한 환대 속에서 보스니아를 여행하지만 이상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녀는 자신이 관광객의 시선으로 경유하던 곳이 보스니아 내전 당시 강간이 자행됐던 호텔과 학살이 자행됐던 유적지였음을 이후 알게 되고 깊은 정서적 고통과 죄책감을 느낀다. 관광객의 시선을 거두고 성찰자의 시선으로 보스니아를 다시 찾아 카메라를 든 그녀에게 주민들은 공격적이고 풍경은 잔혹하다. 주연을 맡은 실제 연극배우 킴 버르코의 경험을 소재로 하여 폭력의 기억을 불러내며 시선의 윤리를 모색한다. 여성주의적 시선에서 연대와 공감, 성찰과 액티비즘을 제시하는 ‘새로운 물결’ 섹션에는 현재 가장 역동적으로 활약하는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포진해 있다. 폴란드 최초로 시집을 낸 집시 여성 브로니스와바 바이스의 실화를 엮어낸 <파푸샤>(폴란드, 요안나코스 크라우제/크지슈토프 크라우제)는 1, 2 세계대전에서의 집시 박해와 사회주의 폴란드에서의 집시의 헐벗은 삶을 매혹적인 흑백 영상에 담아냈다. 파푸샤로 불린 바이스는 후설이 “유럽의 영성”이라고 일컬었던 보헤미안의 영혼을 여성적 언어로 노래한 시인이었으나, 집시 공동체의 관습에 반했기 때문에 불행한 삶을 살았다. <어메이징 캣피쉬>(멕시코, 클라우디아 세인트-루스)와 <호텔>(스웨덴, 리자 랑세트)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이 타인의 삶을 공감하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사회주의식 프로파간다 연출법을 배우기 위해 북한으로 간 감독의 엉뚱하고 색다른 체험을 다룬 <프로파간다가 영화를 덮쳤을 때>(호주, 안나 브로이노스키)는 논쟁적인 영화다. 석유 개발에 반대하는 선동적 단편영화를 찍고 싶던 감독은 김정일의 북조선식 영화연출론을 전수받기로 한다. 단편영화를 기획하는 과정에 대한 세미다큐멘터리와 북한식 프로파간다 단편영화가 혼합된 영화적 형식도 흥미롭다. 북한의 영화 자료화면, 영화 제작 실태, 인민들의 실생활 등 박물학적 정보들도 가득한, 맹렬하다기보다 유머러스하고 키치적인 작품이다. ‘쟁점: 사랑과 경제’ 섹션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사랑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다. 중국의 신예 류운문의 데뷔작 <과계>(홍콩, 플로라 라우)는 절제된 정서로 정갈하고도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홍콩과 중국의 갈등과 차별을 배경으로 하여 가난한 대륙 출신 젊은 가장인 운전사와 정서적/경제적 곤란을 겪고 있는 부유층 중년 여성이 겪는 파국과 공감의 과정을 따라간다. 톤과 화면 구성을 통해 고독한 무드를 창출해내는 크리스토퍼 도일의 카메라워크와 중년 여성을 맡은 유가령의 내면 연기가 인상적이다. <경유>(필리핀, 한나 에스피아)는 텔아비브에 살고 있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의 가족과 육아의 문제를 다루었다. 불법노동자 단속과 이주노동자 자녀 강제 추방령으로 인해 가족은 이산의 위기에 처한다. 불가피한 운명에 처한 이들의 막막한 처지는 엔딩 신에서 오래 관객을 잡아끌 것이다. ‘아시아 스펙트럼’에서는 주변부로 몰린 중국 하층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중국 여성감독들의 실험적인 독립영화들을 소개한다. ‘회고전: 카메라 앞의 삶’에서는 1949년 데뷔하여 1950~60년대 일본영화 황금기에 전성기를 보냈고 이후 독립영화나 텔레비전에서 활약해온 일본의 여배우 가가와 교코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미조구치 겐지, 구로사와 아키라에서부터 동시대 여성감독 이케다 지히로까지 그녀와 함께했다. <동경이야기>(오스 야스지로, 1953)나 <엄마>(나루세 미키오, 1952) 등 거장과 협업한 걸작을 비롯해 오키나와 전투를 배경으로 청춘과 반전을 내세운 좌파적 영화 <히메유리의 탑>(이마이 다다시, 1953)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패전과 냉전의 트라우마를 반영한 ‘고질라’식 특수촬영물 <모스라>(혼다 이시로, 1962)도 숨겨진 볼거리다. ‘퀴어 레인보우: 열망과 매혹, 포비아를 넘어’ 섹션은 일상에서 성소수자가 겪는 불안을 담는 동시에 사회적 편견에 맞서는 열혈 액티비즘까지 제시한다. 퀴어영화가 지닌 대중성의 한계를 돌파해내려는 시도는 코미디 장르를 차용한 레즈비언영화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질, 이성애도전기>(미국, 미셸 엘렌)는 이성애자가 되기로 결심한 질이 전 애인이자 레즈비언 단역배우인 제이미에게 엉뚱한 시험을 하는 과정을 유러머스하게 따라간다. <마가리타>(캐나다, 도미니크 카르도나/로리 콜버트)는 멕시코 불법체류 가사도우미가 중산층 가족 및 동성애인과 겪는 우여곡절을 따뜻한 시선으로 품는다. 동성애를 향한 차별과 혐오감은 반동성애법으로 악명 높은 러시아의 호모포비아를 다룬 <영 앤 게이, 푸틴 러시아>(영국, 밀렌 라르손)와 남아공의 인종, 종교, 젠더 차별을 파고든 <레즈모포비아>(스웨덴, 미 발케스탈 외)와 같은 다큐멘터리들에서 가장 쟁점적으로 드러난다. ‘아시아 단편경쟁’ 섹션에서는 재능 있는 아시아 여성감독을 발굴하여 시상하고 있다. <청소시간>(이스라엘, 알라모크 마르샤)과 <말라리아와 모스키토>(타이, 핌파가 토위라)는 아시아 여성의 노동, 경제, 이주의 문제를 다룬다. 고아원에서 성장한 소녀가 난생처음 자신의 부모를 살해한 조부와 치매에 걸린 조모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따라간 <나이아가라>(일본, 하야카와 지에)는 단정한 프레임에 인간에 대한 절제되고 속 깊은 이해를 담아낸 인상적인 단편으로, 올해 칸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되었다. <콩나물>(한국, 윤가은)은 할아버지의 제삿날 심부름을 간 소녀의 경이로운 모험담이다. 독립영화의 흔한 배경인 달동네를 식상하게 만들지 않는 알찬 공간 활용과 아역배우 김가은의 범상치 않은 연기가 돋보인다. 청각장애 남매의 고달픈 하룻밤을 다룬 <미드나잇썬>(한국, 강지숙)에서는 보이지만 들리지 않는 세계를 사는 사람들의 감각을 잡아내는 시네마틱 터치가 감지된다. <뮤즈가 나에게 준 건 잠수병이었다>(한국, 김세인)는 만듦새는 다소 투박하지만 감성을 구현해내는 직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부터는 아시아 단편경쟁에 10대 여성영화인들을 발굴하기 위한 ‘아이틴즈상’이 신설되어 창의적이고 발랄한 10대들의 영화도 소개된다. 시민의식과 공동체의 공감대가 약해지면서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불합리를 합리적이고 개방적인 담론 공간에서 논의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강퍅한 경제논리와 동일성의 폭력, 근본주의적 맹신에 밀려 절망하는 이들에게 단편 <탈리타 쿰>(한국, 박헌영)이 제시하는 잠언이야말로 본 영화제의 취지에 맞는 가장 정치적인 슬로건이 될 것이다. 우리가 왜 여기서 절망해야 하는가? 해방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으므로 탈리타 쿰, 소녀여 일어나라!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병에 담긴 시간

*5월16일 일기에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로크>는 매우 독창적인 85분 길이의 캐릭터 스터디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인물 유형에서 벗어나는 주인공(톰 하디)의 성격도 흥미롭고, 그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장거리 운전의 단일한 설정으로 탐구한 형식도 확신에 넘친다. 한데 승용차 운전석 중심으로 공간이 설계된 <로크>는 적절한 마스킹 시설을 갖추지 않은 상영관에서 훼손되기 쉬운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밤의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2.35:1의 비율로 촬영된 <로크>의 구도는, 화면 속 암부(暗部)나 차창의 테두리가 마스킹되지 않은 스크린의 검은 여백과 뒤섞이면 흐트러지기 십상이다. 5/16 7년 만에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출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보고 뭉클했다. 한 영화의 훌륭함을 판단하는 일과 별개로, 사적으로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경우는 해당 영화를 마치 한 사람의 살아 있는 인간처럼 느끼는 과정을 포함하는데, 브라이언 싱어판 <엑스맨> 영화들도 내겐 그렇다. 하지만 왜? 싱어가 연출한 세편의 <엑스맨> 영화와 직접 메가폰을 잡지 않은 프랜차이즈의 나머지 사이의 차이는 뭘까? 엑스맨의 차별성은 타고난 초능력이 수치와 영광, 둘 모두의 근원이라는 설정에 있다. 한데 브라이언 싱어의 연출은 액션 블록버스터에 필수적인 스펙터클과 쾌감을 책임지는 영광의 요소 못지않게, 주류 사회에서 축출된 뮤턴트들의 모멸감에 작가/감독으로서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 <엑스맨> 창세기의 1장1절 격인 어린 매그니토의 유대인 수용소 장면은 이 경향을 함축한 예고편이다. 첫 번째 <엑스맨> 서사의 큰 부분은 기댈 사람도 갈 곳도 없는 처지인 울버린과 로그가 눈 덮인 캐나다를 방랑하는 이야기다. <엑스맨2>의 명장면 중 하나는 아이스맨 바비(숀 애시모어)가 가족 앞에서 정체성을 커밍아웃하고 사실상 절연당하는 실내 시퀀스이다. 2편에서 브라이언 싱어는 자연사 박물관에 견학 간 자비에 영재학교의 학생과 교사들이 호모 사피엔스 관람객들로부터 받는 두려움과 경멸의 시선 사이를 빠져나오는 일화를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기도 했다. 달리 말해,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 있고 다른 <엑스맨> 영화에 없는 요소는 바로 다수자 호모 사피엔스의 시선으로 대상화된 뮤턴트의 이미지다. 싱어의 엑스맨들은, 설정만 마이너리티고 일단 영화 내부로 들어가면 부러운 능력을 뽐내는 우월한 권력자들이 아니다. 다수자의 시선으로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뮤턴트들은 무서운 괴물 아니면 동정해야 할 존재로 주변화된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파리평화협정 조인식 장면이 눈길을 쓴다.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의 무기개발자 암살을 예방하려고 달려간 엑스맨들의 시도는 빗나가고, 예기치 못한 소동이 뒤따른다. 창밖으로 탈출한 미스틱은 조인식을 보러 몰려든 기자들과 시민들의 무리 가운데 돌연변이의 파란 몸으로 떨어지고 그녀를 뒤쫓아 뛰어내린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비스트(니콜라스 홀트)도 뮤턴트의 모습을 노출한다. 브라이언 싱어는 이 대목에서 옳다구나 앞다투어 뮤턴트들을 촬영하는 70년대 방송 카메라의 4:3 비율 화면으로 스크린 사이즈를 바꾼다. 관객은 갑자기, 신기하고 징그러운 구경거리 앞에 경악하며 웅성대는 군중의 시점숏으로 우리의 주인공들을 쳐다보게 된다. 액션의 상황도 상황이지만, 사실적인 질감으로 흔들리는 뉴스 카메라 화면에 잡힌 엑스맨들은 훨씬 불리하고 연약해 보인다. 겨우 도망친 미스틱은 레이븐의 모습이 되어 파리의 한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는다. 이때 조금 전 우리가 본 뉴스 카메라 화면이 TV에 보도되자 간호사가 동정을 표한다. “저렇게 태어나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그녀에게도 가족이 있을까요?” 브라이언 싱어는 외부자의 시선이 엑스맨들에게 주는 차가운 금속성의 촉감을 안다. 그는 액션 복판에서도, 더 넓은 세계에서 돌연변이들에게 배정된 좌표를 잊지 않는다. 다수자들은 마이너리티와 마주칠 때에만 스스로가 지닌 관점을 깨닫지만 소수자들은 삶의 모든 순간 ‘정상인’들의 시선을 통렬히 의식한다. 싱어 스스로가 게이라는 사실도 이 결과를 끌어낸 하나의 필요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서명이 담긴 <엑스맨> 영화들이, 이야기 밖 연출자의 스토리텔링이라기보다 엑스맨의 일원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세계처럼 느껴지는 까닭은 영화 내부에 있다. 5/19 브렛 래트너, 매튜 본 감독의 3, 4편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1, 2, 5편을 선호하는 <엑스맨> 관객 열명 중 일곱명은 ‘우아함’을 거론한다. 새삼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우아(優雅)하다는 표현을 쓰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보다 넓은 의미이긴 하지만 철학자 테오도르 립스는 오래전 ‘우미’(優美)라는 미적 범주를 “딱딱하거나 날카롭거나 거칠지 않은 것”, “숭고를 배척하지 않고 크기와 고요함, 깊이를 갖는 것”과 연관해 설명했다. 반면 더 좁은 의미의 우미, 그러니까 우리가 요즘 흔히 말하는 우아함과 비슷한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철학자 E. V. 하르트만은 “숭고와 대립되는 가련함”, “도덕적 의지에 대한 떳떳함”을 조건으로 나열한 바 있다. <엑스맨2>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우아하다는 전반적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각각의 요소를 전체로 통합하는 방식과 액션 시퀀스의 특징에서 찾아볼 수 있을 법하다. 싱어의 슈퍼히어로영화는 가장 큰 쾌감을 개인 숭배적인 캐릭터 묘사나 최종적인 승리의 후련한 스펙터클에서 구하지 않는다. 재미에 접근하는 스타일이 간접적이어서 덜 아등바등해 보인다고도 말할 수 있다. (좀더 부정적인 관객은 이 특성을 “잔재미만 많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앙상블 영화로서 당연한 요건일 수도 있지만 <엑스맨> 시리즈의 큰 재미는 주요 인물 두셋의 카리스마나 일대일 갈등이 아니라, 사방으로 가지를 치며 사안에 따라 합종연횡하는 인물들의 유동적 그물망에 있다. 예컨대 미스틱은 극중에서 많은 남성 뮤턴트들과 각각 다른 의미로 연결된다. 프로페서 X 찰스는 그녀에게 아빠 같은 오빠고 비스트는 로맨틱한 남자친구지만 생각의 차이로 인해 관계가 답보된 상대이며 매그니토는 연상의 연인 분위기를 풍기는 정치적 멘토다. 울버린과는 국면에 따라 격투를 벌이기도 하고 유혹하기도 하는데, 무정부주의 단독자인 미스틱이 보기에 본인과 닮은 면이 있으면서도 줄곧 프로페서 X 진영에 머무르는 울버린은, 공연히 그냥 도발하고 싶어지는 상대가 아닐까 짐작하게 된다. 한편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는 미스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표면적 경쟁 아래에서, 서로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자극하는 친구를 향한 애증 싸움을 전개한다. 인물들의 관계는 좀처럼 고정되지 않는다. 심지어 울버린은 <엑스맨> 1, 2편에서 프로페서 X로부터 배운 지혜를,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이르러 젊은 프로페서 X에게 거꾸로 가르친다. 멋진 서클이다. 브라이언 싱어는 영화 잡지 <엠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는 장면을 사랑한다”고 취향을 밝힌 적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 수긍이 간다. 브라이언 싱어판 <엑스맨> 영화 세편을 통틀어 최종 액션 클라이맥스를 가장 인상적인 신으로 기억하는 관객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는 솔직히 약점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싱어는 누가 봐도 최고의 액션감독이 아니다. 다만 싱어의 대표적 액션 신들은, 세부를 소거하고 나면 궁극적으로 ‘주먹 싸움’ 내지는 큰 물리력의 충돌로 수렴되는 여타 슈퍼히어로영화 속 전투와 확실히 구별된다. 예컨대 <엑스맨2>의 오프닝에서 백악관에 침투한 나이트 크롤러(앨런 커밍) 액션에서 무술보다 기억에 남는 요소는, 텔레포트 궤적을 따라 펑펑 터지는 푸른 잔상의 시각효과와 존 오트먼의 유려한 편집, 그리고 관능적으로 꿈틀대던 자객의 꼬리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시간을 미분하는 능력을 지닌 퀵실버(에반 피터스)의 펜타곤 주방 액션은 사실 액션 장면이라고 부르기도 주저된다. <매트릭스> 이후 ‘불릿 타임’을 제일 멋지게 시각화한 이 장면은 그냥 소년의 유희다. 액션은 우리 머릿속에서 비로소 일어난다. 초고속 움직임이라는 점을 공유하는 두 장면을 브라이언 싱어는 전자는 인간의 관점으로 아주 빠르게, 후자는 뮤턴트의 시점으로 아주 느리게 연출했다. 이는 물론 나이트 크롤러의 파워는 텔레포트고 퀵실버의 능력은 “그냥 빠른 것”이라는 차이점과도 맞물린다. 두 장면은 한스 짐머 스타일의 쿵쾅대는 액션영화 스코어와 딴판인 음악으로 반주된다. 아니, 정의된다. 싱어가 두 액션을 위해 고른 모차르트 레퀴엠의 <신의 분노>와 70년대 팝송 <타임 인 어 보틀>은 관객에게 매우 친숙한 곡들로서, 영화 밖으로부터 강력한 정서를 끌고 들어와 두 액션 장면의 목표를 완성한다. 백악관 신의 목표는 비장미이고, 펜타곤의 그것은 유머다. 브라이언 싱어의 야심만만한 액션 신들은 싸움이라기보다 공연이다. 5/20 목적지까지 약 12시간 비행기를 타야 하는 출장길에 올랐다. 연도는 가물가물하지만 항공기 이코노미 클래스에 개인용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도입된 걸 처음 보았을 때 세상이 좋아지고 있다고 자못 흥분했던 기억이 있다. 언제 어떤 영화를 볼지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차하면 착석하자마자 기내지를 뒤적여 나만의 미니 영화제를 프로그래밍할 수도 있지 않은가? 미개봉작도 꽤 있고! 하지만 이상과 현실의 낙차는 여객기 비행 고도 3만 피트보다 크다. 우선, 나이 듦에 따라 장거리 비행의 실체는 돈 내고 자초한 고문과 비슷해지고,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공간은 어째 점점 좁아진다(고 적어도 체감한다). 겨우 이륙해서 아침부터 공항에 지각하지 않으려고 경직했던 근육이 풀리는가 싶으면, 이내 무릎 밑으로 피가 통하지 않는 시간이 도래하고 안구는 바짝바짝 메말라간다. 재활용 산소를 들이쉬고 내쉬다 보면 정신은 점점 몽롱해진다. 요컨대 도저히 지적, 감정적 도전을 요구하는 영화를 감당할 컨디션이 아니다. 아무리 영화평론계의 태두라 해도 장거리 비행 중에는 가벼운 영화를 고를 게 분명하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게다가 태두의 반열이라면 장년에 접어들었을 테니까). 게다가 손바닥 두개만 한 스크린에 최적화되느라 좌우상하가 잘린 화면과 조악한 화질도 예전과 달리 심각하게 마음에 걸린다. 오로지 새 영화를 공짜로 본다는 사실에 몰입해 눈에 보이는 게 없던 순수의 시대가 내게도 있었건만. 결국 비행기 여행 중 선택하는 영화는 “지상에서는 일부러 보러 갈 일이 없을 듯한, 그러나 향후 업무에는 도움이 될 타이틀”로 귀착되고 만다. 그리하여 최근 끝까지 관람한 영화가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리스본행 야간열차> <잭 라이언: 코드 네임 쉐도우> 등이다. 오히려 영화가 훌륭해지려는 조짐을 보이면 좋은 영화의 풍미를 관람의 악조건이 망칠까봐 겁나 창을 닫게 된다. <머드>가 그랬다. 나는 ‘하늘을 나는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의 가치가 달라지는 현상을 화장실에 다녀오다 다시 실감했다. 하얗게 빛나는 수십개 스크린의 1/4 정도가 <뽀롱뽀롱 뽀로로>와 <겨울왕국>에 점령돼 있었고, 그들이야말로 어린 승객들의 짜증과 보챔으로부터 우리 비행기의 쾌적함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다. ‘나만의 작은 영화제’라는 애초의 낭만적 상상 가운데 실현된 대목이 없잖아 있긴 하다. 연속으로 서너편을 꾸역꾸역 관람한다는 것, 졸다가 깨다가 하며 영화를 본다는 것, 한번 그 안에 들어가면 떠날 수 없다는 강제 등이 영화제와 항공기 영화 감상의 공통점이다. 그렇지만 이번 여행 중 개인용 스크린에서 내가 본 가장 감격적인 영상은, 비행기 전방과 하부에 설치된 카메라에 잡힌 창공과 저 아래 펼쳐진 지상의 풍경 이미지였다. 언제부터 시작된 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폐소공포증 해소에 큰 보탬이 됐을뿐더러 무척 아름다웠다. 내가 죽기 전에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다른 대륙의 나라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면 어떤 액정도 스크린도 아닌 차창 밖만 바라보고 싶다. 그 풍경의 띠가 나만의 영화가 될 것이다. 좋아요 <오큘러스>의 훌륭한 누나 마이클 플래너건 감독의 <오큘러스>는 흑마술을 부리는 거울을 모티브로 삼은 오컬트 호러지만, 어린아이들에게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린 부모와 그들의 불화가 얼마나 거대하고 근원적인 공포가 되는지 생생히 그리는 애절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현재와 과거 시제가 교차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애틋한 인물은, 주인공 남매 중 누나 케일리(아날리즈 바소)다. 이 빨간머리 말괄량이는 동생과 비비탄 싸움에 열중하고 무서운 걸 보면 도망치는 평범한 소녀지만 집안에 위기가 닥치자 가장으로 손색없는 용기를 발휘한다. 동생을 위해 목숨을 거는 희생을 불사하고 참담한 결과 앞에서도 가족의 불명예를 억울해하며 “나중에 커서 강해지면 꼭 우리가 바로잡자”고 다짐한다. 사랑과 논리로 무장한 그녀는 악마의 거울이 수세기 동안 대적한 최강의 적수였을 게 분명하다.

가족과도 만나지 않고 이브의 목소리와 제스처 유지했다

이브 생로랑의 전기영화가 만들어진다고 할 때 그를 누가 연기할 것이냐 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었을 것이다. <이브 생 로랑>이 프랑스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걸 감안하면 주연배우 피에르 니네이는 합격점을 받은 것 같다. 2000년대 후반에 배우로 데뷔하여 몇편의 텔레비전 드라마와 코미디영화 등에서 재능을 발휘한 그는 마침내 <이브 생 로랑>을 통해 보다 진지하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주연을 맡기 전, 당신은 이브 생로랑이라는 ‘사람 그리고 예술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이브 생로랑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를 알아갈수록 놀라웠다. 개인적인 고통을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브 생로랑 역을 맡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패션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위대한 예술가 역을 맡게 된 것은 아무리 말해도 행운이다. 이브 생로랑은 다양한 면모를 지닌 성숙한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를 연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가 내면적인 고통과 고난을 통해 새롭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냈다는 점에 가장 끌렸다. 한편, 그는 매우 연약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조울증을 앓았는데 이 점이 연기하기에 가장 힘든 점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생애에 큰 영향을 주었으므로 잘 묘사하고 싶기도 했다. -이브 생로랑이 되기 위해 참고한 것이 있나. =많은 리서치를 했다. 촬영 전 다섯달 정도 준비를 했다. 많은 다큐멘터리를 보고 관련 서적들을 읽었다. 이브처럼 되려고 항상 노력했다. 3명의 코치에게서 바느질하는 법, 스케치하는 법을 배웠고,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단어들과 움직임과 걸음걸이 등을 공부했다. 촬영 현장에서는 이브의 모습과 의상이 찍힌 사진들을 보드판에 걸어놓고 매일 아침 보았다. 그는 그의 유약한 성격이 그대로 담겨 있는 매우 독특한 목소리를 지녔는데 그것도 그대로 지키고 싶었다. 그런 목소리와 제스처를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나의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지 않았을 정도다. -당신은 영화 속의 어떤 장면을 연기할 때 가장 짜릿했나. =70년대 모로코 시절.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매우 특별한 때였다. 히피 시절이랄까. 디자이너로서도 이전과는 다른 것을 창조해내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이브 생 로랑>은 베르트랑 보넬로가 연출한 <생 로랑>과 다르게 이브 생로랑 재단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으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신의 연기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된 건 어떤 것들이었나. =이브의 평생 동반자였던 피에르 베르제가 도와주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었다. 피에르와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사적인 부분, 그리고 그들이 공유했던 사람들과 장소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다. 그 덕에 이브 생 로랑의 작업실을 구경하고 오래전부터 함께 작업한 사람들, 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다. -당신은 이브 생로랑에게서 연기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세상에 없으니까. 대신 피에르 베르제에게서 그들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피에르 베르제와 이야기를 나눴다면 주로 어떤 것들이었나. 그리고 그 대화 속에서 당신이 알게 된 이브 생로랑의 내밀한 면모는 어떤 것들이었나. =사실 프랑스에서는 피에르 베르제에 관해서 무례한 사람이라는 평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피에르는 매우 똑똑하고 명료했으며 도움 주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다. 그는 나에게 이브와 자신 사이에 있었던 많은 사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이브의 유머감각에 대해 강조했다. 이브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것들을 처리하는 것에 매우 힘들어하고 견디기 어려워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브에게는 피에르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피에르가 자신이 말하고 싶은 부분만 골라 말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그것은 이브 생로랑에 관한 여러 가지 시선 중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브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베티 카트루스(이브와 절친했던 모델)가 훨씬 더 쉽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녀는 이브에 관련한 마약, 파티, 섹스, 술 등 어떤 금기사항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말해주었다. -가스파르 울리엘은 베르트랑 보넬로의 <생 로랑>에서 이브 생로랑을 연기한다. 당신은 이 영화를 보았는가. 그의 연기와 당신의 연기가 지닌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아마도 다른 이야기와 출연진과 감독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다른 영화일 것이다. 개봉하면 극장에서 볼 생각이다.

[국내뉴스] 아시아영화의 미래를 지원한다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 아시아영화펀드(Asian Cinema Fund, 이하 ACF) 선정작 29편을 발표했다. 아시아영화의 우수한 자원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육성해온 ACF에는 올해 총 52개국에서 565편의 프로젝트가 접수되어 해마다 높아지는 관심과 위상을 증명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한 수치인데 특히 인도와 중국쪽 프로젝트가 211편이나 된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단순히 편수가 많은 게 아니라 좋은 프로젝트도 많다는 게 올해의 특징”이라며 지원작 증가에 대해서는 “특별한 홍보의 결과라기보다 전반적으로 아시아권 독립영화제작 펀딩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했다. 시나리오 개발 중인 장편 극영화를 지원하는 ‘장편 독립영화 인큐베이팅펀드 부문’에는 필리핀 한나 에스피아 감독의 <불을 만드는 법>을 비롯해 5편의 아시아영화 외에 신이수 감독의 <이민자들>, 오멸 감독의 <인어전설>, 박이웅 감독의 <용문신을 한 소녀> 등이 기회를 얻었다. ‘다큐멘터리 AND펀드 부문’에는 중국 자오리앙 감독의 <먼지처럼>, 인도의 셜리 아브라함 감독의 <설탕을 좇는 개미처럼> 등 아시아영화 9편과 박경근 감독의 <군대놀이> 외 한국영화 5편이 선정됐다. 그간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레바논영화(마리 저마노스 아바 감독의 <파티마>)가 선정된 것도 눈에 띈다. 후반작업 지원으로 완성된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프리미어 상영하는 ‘장편독립영화 후반작업지원펀드 부문’에는 총 7편의 작품이 뽑혔다. 17회 부산영화제 때는 방글라데시 출신 모스타파 사르와르 파루키 감독의 <텔레비전>이 바로 이 부문의 지원을 받고 폐막작으로 상영되었는데, 올해는 같은 방글라데시 감독 아부 샤헤드 이몬의 <잘랄 이야기>가 선정되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졸업생인 아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홍효숙 프로그래머는 “아시아의 젊은 감독이 AFA 교육을 받고 ACF의 지원으로 영화를 개봉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손승웅 감독의 <영도>, 이광국 감독의 <꿈보다 해몽>, 박석영 감독의 <들꽃>이 선정되어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