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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스페셜] 할리우드, 중국과 합작한 <드라마월드> 제작기

“이건 내 이야기야.”(coco_luke) “클레어가 K드라마를 볼 때 하는 행동이 나랑 똑같아. 아하하.”(lananix15_558) “‘폰 금지, 드라마 시청 금지, 진짜 인생을 살자’라니. 하하. K드라마 팬들은 재미있게 볼 듯. K드라마 속 로맨스의 일부분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cgwm808) <드라마월드> 시청 소감 게시판에는 K드라마 신도들의 ‘덕후’ 간증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마다 “꼭 나를 모델로 만든 작품 같다”는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 <드라마월드>는 지난 4월17일 동영상 스트리밍 웹사이트인 비키(VIKI, www.viki.com, 아직 한국은 감상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다.-편집자)에서 방영을 시작한 10부작 웹드라마다. 비키는 일요일마다 에피소드 두편씩을 공개하기로 했다. 시리즈가 이제 막 출발했는데 “다음주까지 기다릴 수 없다”는 팬들의 성화가 빗발치는가 하면, 한편에 10분 남짓한 러닝타임을 두고 “좀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건설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또,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막만 무려 10억여개인 사이트답게 <드라마월드>는 업로드되자마자 영어자막이 뚝딱 제작됐다. 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각기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K드라마 팬들이 목이 빠지게 일요일을 기다리는 걸까. K드라마 팬이라면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는 “너, 사람들과 대화는 하니?” <드라마월드>의 주인공 클레어 던컨(리브 휴슨)은 아버지가 걱정할 정도로 K드라마에 빠진 여대생이다. 일하고 있을 때조차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아 아버지에게서 ‘폰 금지, 드라마 금지, 진짜 인생을 살자’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받았을 정도니 말 다 했다. 그녀가 K드라마를 즐겨보는 이유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생은 즐겁고, 누구나 예뻐질 수 있으며, 또 누구나 사랑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에서는 개나 소나 키스하지만, K드라마에서 첫 키스는 사랑의 증표”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녀가 꽂힌 K드라마는 <사랑의 맛>. 사랑에 빠진 두 남녀주인공인 박준(숀 듀레이크)과 서연(배누리) 그리고 둘 사이를 방해하는 가인(김사희)의 삼각관계를 다룬 사랑 이야기다. 아버지의 가게를 보던 어느 날, 클레어는 아버지 몰래 <사랑의 맛>을 보기 위해 휴대폰을 꺼낸다. 가인이 박준을 유혹하기 위해 키스하려 하고, 서연은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보며 안타까워하던 중, 클레어는 어떤 사고(?)를 겪으며 드라마 <사랑의 맛>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사나이 세스 고(저스틴 전)로부터 자신이 드라마월드에 들어왔고, 세스 고와 함께 조력자가 되어 박준과 서연의 사랑이 이루어지게 해야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나 자신이 즐겨보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드라마월드>는 드라마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작품이다. K드라마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도 있다. 세스 고가 드라마월드에 들어온 클레어에게 K드라마의 공식을 얘기하는 장면을 보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첫 번째 법칙, 모든 드라마는 진정한 사랑의 키스로 끝난다. 두 번째 법칙, K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은 자신감, 외모, 약간의 오만함, 여자주인공을 배려하는 신사 등 네 박자를 갖춰야 한다. 세 번째 법칙, 남자주인공의 샤워 신은 필수다. 네 번째 법칙, 훼방꾼과 장애물이 많을수록 진정한 사랑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법칙, 진정한 사랑이 이루어지면 드라마가 초기화된다 등등. 엔터미디어 콘텐츠 이동훈 대표는 <드라마월드>가 K드라마 팬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고,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고 판단했고, <드라마월드> 시나리오를 쓴 크리스 마틴 감독, 조시 빌릭 작가, 두 사람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엔터미디어 콘텐츠는 한국과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제작사로, 한국 드라마 <굿 닥터> <별에서 온 그대>의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미국 드라마 <슈츠>의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훈 대표는 “전세계 2천만명이 비키라는 사이트에서 한국 드라마를 감상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숫자 아닌가. 그들이 주인공 클레어를 통해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스토리가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확장 가능한 이야기라는 점도 이 대표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구미를 사로잡았을 것이다. 엔터미디어 콘텐츠와 함께 이 드라마를 공동 제작한 서드컬처 콘텐트의 숀 듀레이크는 “드라마 광팬이라는 설정은 보편적인 소재다. 그게 클레어라는 소녀의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드라마월드>가 K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 여성팬의 이야기이듯 나중에 K드라마를 좋아하는 중국 여성팬이나 남미 드라마를 좋아하는 미국 여성팬의 이야기로도 확장 가능하다. 크리스 마틴 감독과 주인공 클레어를 연기한 리브 휴슨이 경력이 많지 않은데도 비키, 엔터미디어 콘텐츠, 서드컬처 콘텐트, 제타바나 엔터테인먼트 등 네 회사가 손을 맞잡을 수 있었던 건 <드라마월드>가 가진 설정이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동훈 대표는 “아직 자세하게 공개할 수 없지만, <드라마월드>에 중국과 관련한 설정이 전혀 없음에도 중국 투자자가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중국 팬의 이야기를 기획하기로 했다. 그건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월드>가 기존 드라마와 다른 건 러닝타임이 길어야 15분을 넘지 않는 웹드라마라는 사실이다. 편당 한 시간 가까이 되는 한국 드라마나 40분쯤 되는 미국 드라마에 비하면 호흡이 무척 짧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주요 관객층이 휴대폰을 항상 손에 쥐고 다니고, 휴대폰을 통해 30분이 훌쩍 넘는 영상에 집중하지 못하는 습관을 고려해 가볍게 감상할 수 있는 웹드라마로 만든 것이다. 크리스 마틴 감독은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2시간짜리 영화와 15분짜리 영화는 확실히 달랐다. 15분짜리 영상은 그것 자체로 관객에게 재미를 줘야 하고, 그러면서 시즌으로서 완결성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게 감독으로서 큰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 많은 웹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듯이, 할리우드에서도 웹드라마 제작 붐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북미 최대 TV쇼인 에미상은 러닝타임이 15분 정도 길이인 쇼트폼(Shortform) 부문에 코미디 혹은 드라마, 버라이어티, 리얼리티 혹은 논픽션, 애니메이션,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6개 상을 신설했다. 에미상을 주관하는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NATAS, National Academy of Television Arts and Sciences)의 브루스 로젠블럼 회장은 “에미상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창의적인 프로젝트에 상을 주는 것이다. 길이가 무척 짧은 디지털 프로젝트가 상을 받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나”라고 쇼트폼 부문을 신설한 이유를 전했다. 게다가 <드라마월드>처럼 짧은 길이는 아니지만, <하우스 오브 카드>나 <못말리는 패밀리> 같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많은 웹드라마의 등장 역시 사람들의 드라마 관람 방식이 브라운관에서 웹으로 이미 옮겨갔음을 뜻한다. 쇼트폼인 <드라마월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산업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동훈 대표는 “웹드라마나 <드라마월드> 같은 쇼트폼이 에미상에 출품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웹드라마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얼마든지 리메이크가 가능하다 K드라마 팬이 자신이 좋아하는 드라마 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 독특하고, 다른 국가에서도 충분히 리메이크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데다가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로 드라마를 시청하는 모바일 시대가 열린 덕분에 엔터미디어 콘텐츠, 서드컬처 콘텐트, 제타바나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비키 등 네 회사는 <드라마월드>를 함께 제작해 내놓을 수 있었다. 첫 시즌 에피소드 열편을 완성하는 데 27회차 촬영이면 충분했다. 시나리오와 CG 작업은 미국 LA에서, 촬영과 후반작업은 서울에서 진행됐다. 지난 4월17일 열렸던 <드라마월드> 프리미어 상영 행사도 분위기가 좋았다고 한다. 이동훈 대표는 “소니, 넷플릭스, ABC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 관계자들이 많이 봐주셨는데, <구니스>(1985), <백 투 더 퓨처>(1985) 등 1980년대 할리우드 코미디영화 같다고 칭찬해주셨다”고 전했다. 첫발을 무사히 내딛은 덕분에 시즌1.5, 시즌2 제작도 긍정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나저나 한국은 비키를 감상할 수 없는 지역인데 <드라마월드>를 어떻게 하면 볼 수 있냐고? 아직은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5월23일(예정)쯤 한국 관객도 <드라마월드>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더이상은 쉿. 어둡지만 재미있는 한국영화 좋다 크리스 마틴 감독 -감독(오른쪽)이 시나리오를 직접 쓰는 과정에서 한국 드라마와 미국 드라마의 차이점을 느꼈을 것 같다. =최근 미드는 어둡고 절망적이며 안티히어로가 주인공이다. <매드맨> <브레이킹 배드>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시리즈들 말이다. 반면 한국 드라마는 가볍고, 좀더 순수한 의미에서 즐거운 분위기다. 주인공은 당당하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좇고, 종종 사랑에 빠진다. 로버트 저메키스와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들을 보며 자랐다. <백 투 더 퓨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인디아나 존스> 같은 작품들을 좋아했고. 이후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등 한국 거장 감독들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어릴 때 가볍고 재미있는 모험물을 보고 자랐다면, 커서는 어둡지만 재미있는 한국영화들에 매료된 셈이다. <드라마월드>를 구상하게 된 건 어릴 때 취향과 한국영화, 두 가지 특징이 잘 버무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고민했던 건 뭔가.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구조가 가장 어려웠다. 드라마 속 인물들과 현실 속 인물, 두 종류의 캐릭터를 통해 삼각관계, 서스펜스, 일상을 표현해야 했다. -당신은 드라마, 독립영화, CF 등 다양한 장르에서 경력을 쌓은 신인이다. 영화감독이 된 계기가 뭔가. =어릴 때 <캘빈과 호브스>, <반대편>(The Farside) 같은 만화를 즐겨보면서 자랐다. 또, 비디오게임을 좋아해 비디오게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어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하지만 그 일은 항상 혼자서 일해야 하는 까닭에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보기 전까지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친절한 금자씨>는 매우 창조적이었고 힘이 있었으며 영화가 가진 힘을 느낄 수 있게 해줬다. 만화, 비디오게임, 스토리 같은 다양한 취향이 영화를 만드는 데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클레어처럼 드라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무슨 작품에 들어가고 싶나. =영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그 영화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새로운 환경을 사랑하게 됐다 리브 휴슨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클레어가 어떻게 다가왔나. =금세 클레어를 돌보는 데 빠져들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노력하는 친구다. 클레어라는 캐릭터와 사랑에 빠지는 게 정말 어렵고 당황스러운 일이지만, 이야기 속 그녀의 결정은 대체로 옳다. 나와 클레어 모두 다소 서투르고, 뜻하지 않게 잘못된 말을 내뱉기도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기 전, 한국 드라마는 즐겨보는 편이었나. =평소 한국 드라마를 조금 알긴 했다. 열성적으로 챙겨볼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배역을 준비하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한국 드라마를 찾아봤고, 그 숙제는 즐거웠다. 호주 출신인 내게 한국 드라마와 미드 모두 각기 다른 문화적인 경험이었다. 다만, 미드가 조금 더 어둡고 시니컬한 것 같다. -신인으로서 촬영을 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은 무엇인가. =나 자신을 현장 상황에 내던지려고 애를 썼다. 이 드라마를 찍기 전에 한국에 와본 적도 없고, <드라마월드> 같은 작품에서 많은 스탭들과 작업해본 적도 없었다는 점에서 나나 클레어나 비슷한 처지였다. 물론 둘 다 새로운 환경을 사랑하게 됐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클레어처럼 들어가고 싶은 드라마 세계가 있나. =드라마보다는 만화에 들어가고 싶다. 무슨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 실제로 SF나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 트레키(<스타트렉> 팬)이기도 하고,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사랑한다. -배우로서 이제 겨우 첫걸음을 내딛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케이트 블란쳇이나 타티아나 마슬라니(드라마 <오펀 블랙> 시리즈에 출연했다.-편집자) 같은 다양한 역할을 완벽하게 오가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 호주 단편영화 와 미드 <톱 오브 더 레이크> 두 번째 시즌에 출연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드디어 <드라마월드>가 관객을 만나게 되어 기쁘다. <모래시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저스틴 전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당신이 맡은 세스 고는 어떤 남자던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세스 고를 사랑하게 됐다. 그게 이 프로젝트에 사인한 이유다. 모든 에피소드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캐릭터를 사랑하게 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클레어와 함께 드라마 속 주인공 커플의 사랑을 이루게 해줘야 한다. 그 점에서 클레어 역을 맡은 리브 휴슨과의 호흡이 중요했을 것 같다. =리브 휴슨은 굉장히 재능 있는 배우다. 촬영이 끝난 뒤, 우리는 소주를 함께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호흡을 맞췄다. -한국계 배우가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계 배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드라마는 색달랐을 것 같다. =한국어 대사가 아닌 영어 대사를 한다는 점에서 <드라마월드>가 특별하긴 했다. 물론 참여한 다른 작품들도 다 좋긴 했지만, 한국 스탭들과 함께 촬영하게 돼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클레어처럼 드라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떤 작품에 들어 가고 싶나. =단 한 작품, <모래시계>. -지난 3월 국내 개봉한 다큐멘터리 <트윈스터즈>에서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참여했었다. 투자금을 모으고 프로덕션을 꾸렸다. 내가 연출했던 <맨 업>(2015)이라는 영화에 사만다 푸터먼이 배우로 출연한 적 있다. 그때 그녀는 자신이 받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여주었고, 그걸 보낸 사람이 그녀의 쌍둥이 자매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배우로서는 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올해 가장 신경쓰고 있는 작품은 <국>이라는 제목의 연출작이다. LA 폭동이 일어났던 1992년이 배경으로, 여성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부모를 둔 한국계 형제 이야기다. <씨네21>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싶지 않나. 하하하.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한국인들의 지혜를 믿습니다

<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게재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방글라데시 감독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입니다. 그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의 지원을 받아 완성한 작품 <텔레비전>은 지난 2012년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며 각종 국제영화제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젊은 감독들에게 일종의 롤모델로 자리잡은 모스토파 사르와르 파루키는 아시아의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부산 시민의 영화에 대한 사랑을 보며 떠오르는 경외감입니다. 그런 사랑이야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만든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영화 선정이라는 지난한 과정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들의 고유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무시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영화제의 성장과 명성은 영화제의 선정작들과 관련이 있죠. 하지만 영화제를 활기 있게 만드는 것은 관객이며, 영화제에 참가하는 게스트들을 환영하는 것은 그 도시의 시민입니다. 영화제가 선별한 작품들과 열정적인 관객이 만나는 순간이야말로 비로소 영화제가 빛을 얻고 완성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을 보면 슬픈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를 배신하고 있는 일군의 무리에게 유감을 표하고 싶습니다. 부산 시민은 부산국제영화제를 지금의 위치에 있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지난 20년간 그들이 구매한 티켓 하나하나, 그들이 받은 사인 하나하나, 그들이 전세계 영화인 그리고 게스트들과 주고받은 미소 하나하나가 지금 세계 최고 영화제 중 하나로 인정받는 부산국제영화제를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부산국제영화제는 불확실성과 창의성의 부재로 몰락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이 상황이 너무도 슬픕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이 세계영화계의 중심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를 했고 존경받아온 영화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시아의 영화 제작자, 프로듀서, 영화인들을 생각하면 슬픕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그들에게 이제껏 희망을 선사해왔기 때문입니다. 아시아영화계에 절실했던 그 희망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 창구를 잃는 게 너무 슬픕니다. 북미권과 유럽권으로 양분되어 있는 세계영화계에서 아시아의 정체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대변해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잃는 건 너무 크고 아쉬운 손실이 아닐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희망을 가집니다. 왜냐하면 한국인들과 그들의 지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며, 결국은 강인하게 버텨낼 것이며, 파괴적인 힘이 부산국제영화제를 파괴할 수 없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좋은 기운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이 희망의 빛을 비춰주기 바랍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유와 독립성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세요.

[액터/액트리스] 어른아이의 위트 -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제이슨 베이트먼

영화 2016 <주토피아>(목소리 출연) 2015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2015 <더 기프트> 2014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2> 2014 <당신 없는 일주일> 2013 <내 인생을 훔친 사랑스러운 도둑녀> 2012 <맨섬> 2012 <디스커넥트> 2011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 2011 <황당한 외계인: 폴> 2010 <스위치> 2009 <인 디 에어> 2008 <핸콕> 2007 <주노> 2004 <스타스키와 허치> 1999 <트러블 앤 섹스> 1992 <살인 본능> 1982 <아빠는 멋쟁이> 감자로 만든 장난감 총을 키득대며 가지고 놀던 벡스터(제이슨 베이트먼)는 잘못 발사된 ‘감자’를 맞아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병원에서 깨어나보니 수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부모님이 달려오는 중이다. 다급한 마음에 누나 애니(니콜 키드먼)에게 전화한 벡스터는 부모님이 오기 전에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집에 못 가겠다고 해. 그냥 당당하게 말하면 되지”라고 퉁명스레 대꾸하는 누나에게 벡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언제 그런 적 있어?”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에서 ‘감독’ 제이슨 베이트먼은 ‘벡스터’ 역에 배우인 자신을 캐스팅한다. 어느덧 중년의 초입에 들어선 벡스터는 꽤 이름을 알린 소설가가 됐지만 행위 예술가인 부모를 따라 온갖 기이한 퍼포먼스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전히 부모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벡스터는 소년에서 성장이 멈추어버린, ‘덜 자란’ 어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 속 벡스터의 모습에서 10살, 아역배우로 시작해 35년이라는 경력을 쌓은 노련한 배우 제이슨 베이트먼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케빈 윌슨의 소설 <팽씨네 가족>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에 제이슨 베이트먼이 매혹됐던 건 어쩌면, 벡스터의 삶과 자신의 삶 사이에서 찾은 유사성 때문인지도 모른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TV프로듀서이자 감독인 아버지와 아역배우인 누나를 보며 자연스럽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1981년 TV시리즈 <초원의 집>으로 데뷔한 그는 시트콤 <아빠는 멋쟁이>에서 코미디 연기를 선보여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그의 경력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작품은 2003년 <폭스>에서 제작한 TV시리즈 <못 말리는 패밀리>다(2006년 시즌3까지 이어졌던 시리즈는 긴 공백 끝에 2013년 넷플릭스에서 시즌4로 다시 부활했다). 사기꾼인 아버지가 횡령 혐의로 감옥에 가면서 남겨진 ‘금수저’ 망나니 가족들이 겪는 좌충우돌 사건을 그린 이 작품에서 제이슨 베이트먼은 아내 없이 아들을 혼자 키우며 철없는 가족을 돌보아야 하는 둘째 아들 마이클 역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2005년 골든글로브 코미디•뮤지컬 부문 남우주연상도 그의 손에 쥐어졌다. TV시리즈에서 얻은 연기의 활력은 1987년 <틴 울프2>로 스크린에 데뷔한 이후 지지부진하기만 했던 그의 영화 경력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조연에 그쳤던 영화 속 비중은 주연으로 점점 넓어졌고, 영화배우로서의 존재감도 차츰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캐릭터 설정을 반복, 변주해 재미를 만들어내는 ‘TV시트콤 시리즈’라는 형식적 특성상, 제이슨 베이트먼은 영화배우로서 자신의 색을 찾기도 전에 관객에게 (<못 말리는 패밀리>의) ‘마이클’로 각인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제이슨 베이트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당신이 떠올릴 바로 그 이미지,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옷차림에 동네 어디서든 쉽게 만날 것 같은 친숙한 외모, 여기에 반전 같은 어리숙함이 뒤섞여 가족 내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당하지만 한편으론 이유 모를 강박에 시달리기도 하며, 꽉 막혀 소통도 안 되는 고집불통의 냉소적 캐릭터는 이렇게 자리잡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아내와 제대로 된 대화 한번 나누지 못하고 친구들까지 동원해 휴양지로 떠나 우스꽝스러운 심리치료를 받는 남편(<커플 테라피: 대화가 필요해>)이나 뜬금없는 외계인을 잡기 위해 슈트 차림으로 ‘덕후’들을 추적하는, 진지해서 더 바보 같은 비밀요원(<황당한 외계인: 폴>), 혹은 사회에선 잘나가는 변호사지만 집에선 아내와 아이들 뒷바라지하느라 허점투성이인 남편(<체인지 업>), 자신의 이름을 도용한 사기꾼에 쩔쩔매며 끌려다니는 어리숙한 가장 (<내 인생을 훔친 사랑스러운 도둑녀>) 등으로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변주될 뿐이다. 이러한 전형성을 가장 잘 포착한 영화 중 하나가 1편에 이어 2편까지 제작된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일 것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최악의 상사 때문에 승진의 기회를 잃을 위기에 놓인 대기업 임원 ‘닉’으로 등장한다. 직업은 다르지만 처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세명의 친구는 각자의 상사를 서로 죽여주기로 합의한다. 이때 닉은 이 3인방 중에서 가장 이성적인 척 굴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어눌함과 어리숙함을 드러냄으로써 인물간 균형을 맞춘다. <텔레그래프>는 제이슨 베이트먼이 만들어내는 이러한 웃음에 대해 영국인인 어머니의 유머감각을 물려받은 ‘건조하고 냉소적인 영국식 위트’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쉽게 변주, 소비되는 자신의 연기 경력에 대해 그 자신이 경계를 늦춘 것은 아니었다. 한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못 말리는 패밀리> 이후 저에게 들어온 역할은 모두 다 비슷한 것들뿐이었어요. 하지만 전 그런 영화산업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이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문제예요. 제가 먼저 다른 종류의 연기를 보여주기 전에 그들이 먼저 내게 다른 걸 요구하지는 않을 테니까요.” 실제로 <못 말리는 패밀리> 이후 제이슨 베이트먼의 필모그래피는 이미 인정받은 연기를 탄탄히 쌓아나가는 한축과 반대로 자신이 쌓아놓은 이미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다른 한축으로 양분되는 듯하다. 친구의 애인과 사랑에 빠져 일주일 동안 비밀데이트를 즐기는 상류층 예술가로 등장한 <더 롱기스트 위크>에서 그가 보여주는 우아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는 마치 <매직 인 더 문라이트>(감독 우디 앨런)의 콜린 퍼스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를 숨긴 채 평온한 가정을 지켜내려는 비열한 욕망을 웃음기 하나 없는 스릴러에 담아낸 <더 기프트>도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여우 닉 와일드 역)나 <비욘드 더 브릭: 어 레고 브릭커먼트리> 등에 목소리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새로운 축의 중요한 동력은 그 자신이 직접 연출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TV시리즈로 지명도를 얻어갈 무렵, 그는 몇몇 에피소드를 직접 연출해 미국감독조합에 최연소(18살)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지만, 공식적인 장편영화 데뷔작은 2013년 <배드 워즈>이다. 영화에서 그는 초등학생만 참여할 수 있는 단어대회에 우격다짐으로 참가해 우승을 하기 위해 경쟁자인 아이들에게 온갖 치사한 방해 수작을 부리는 아저씨로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고집불통 아저씨가 대회에 함께 참가한 한 소년과 ‘우정’을 나눈다는 교과서적 스토리라인을 살짝 걷어내면 그 아래에서 우리는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의 ‘덜 자란 어른’, 벡스터의 모습을 고스란히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아역배우로 활동하느라 ‘보통’ 아이들이 겪었을 법한 평범한 일들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을 제이슨 베이트먼에게 성장의 경험은 TV드라마 속 가족과 재구성된 사건들이 전부였을 것이다. 게다가 아역 시절의 얼굴을 (희미하지만) 아직 가지고 있는 그에게 ‘성장’은 여전히 큰 숙제처럼 보인다. 겉모습만 커버린 난처한 어른, 어른의 모습을 한 소년. 그가 보여주는 위트나 유머는 어쩌면 이 괴리에서 출발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연약함 인정하기 <배드 워즈>의 괴팍한 남자 가이(제이슨 베이트먼)는 호텔방을 얻어 쓰기 위해 함께 대회에 참가한 소년 차이타냐에게 접근한다. 그리고 어느 날 밤,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던 둘은 한 멕시코 식당에 앉아 타코를 먹는다. “나는 너보다 4배쯤 나이가 많아 친구가 될 수 없다”던 가이는 어느 순간 소년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 ‘모든 여자가 젖꼭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 믿는 소년을 더없이 진지하게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못 말리는 패밀리>를 통해 배운 것은 고약한 대사를 하거나 못되게 구는 연기를 하면서 어떻게 그 속에서 인물 내면의 연약한 면을 드러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이건 혐오스러운 것과는 다른 거예요.” 중년 남자와 어린 소년이 서로의 연약함을 인정하는 이 장면, 꽤 근사하다.

프리퀄 3부작 최종장 <엑스맨: 아포칼립스> 관람 포인트 6가지 미리 짚어보기

한때 망가졌던 <엑스맨> 시리즈는 브라이언 싱어의 손을 거쳐 부활했다. 브라이언 싱어는 시간여행을 통해 기존의 시리즈를 완전히 뒤엎고 새로운 얼굴, 새로운 뮤턴트들로 팬들을 열광시켰다. 이제 찰스 자비에 하면 패트릭 스튜어트와 제임스 맥어보이, 매그니토라고 하면 이언 매켈런과 마이클 파스빈더의 얼굴이 동시에 떠오른다. 2011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시작을 알렸던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작이 드디어 공개를 앞두고 있다. 규모를 키웠다는 말에 오리지널 3부작의 엔딩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을 떠올리며 걱정하는 팬들도 있다. 먼저 공개된 북미 평단의 반응이 기대보다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브라이언 싱어가 아닌가. 일단 보고 판단할 문제다. 이에 앞서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이모저모를 먼저 짚어보자. 기대도 걱정도 그 후의 문제다. 최강의 적, 최강의 뮤턴트 아포칼립스 태초에 그가 있었다. 아포칼립스는 최초이자 최강의 돌연변이다. 5천년 전 고대 이집트에서 태어난 ‘엔 사바 누르’는 미지의 존재들(원작에서는 외계종족 셀레스티얼)에게 힘을 받아 최초의 뮤턴트로 거듭난다. 강력한 능력을 과시하며 신으로 추앙받던 그는 문명사회를 건설해 인류의 야만성을 없애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 긴 잠을 자고 깨어남을 반복하며 그때마다 파괴를 통해 인류를 새로운 곳으로 이끌려 하는 그가 처음으로 일으킨 ‘아포칼립토’는 기원전 3100년 이집트 첫 번째 왕조. 아카바 클랜이라는 충성스런 추종자 집단을 선발해 강자만이 살아남은 세상을 만들었다. 이후 기원전 1900년 소돔과 고모라, 1450년 미노스 문명의 멸망, 1200년 미케네 문명의 멸망, 1070년 이집트 문명의 붕괴, 서기 64년 로마대화재, 79년 폼페이 화산 폭발, 서기 800년 마야 문명 멸망이 모두 그와 아카바 클랜의 작품이라는 설명. 1980년에 깨어난 아포칼립스는 인류의 모습에 다시 한번 실망하고 멸망의 칼날을 휘두르고자 하고, 엑스맨이 여기에 대항한다. 오랜 세월 신으로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그저 수사적인 의미가 아니라 모두 힘을 합쳐야 겨우 저항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최강의 적이다. 팬들 사이에선 (인기 있는 끝판왕이라는 의미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타노스와도 비견되는 존재로, 강력한 힘과 텔레파시, 사이킥 능력, 자신의 몸을 분자 단위로 조정해 거대화할 수도 있다. 다른 뮤턴트의 힘을 빼앗거나 강화시킬 수도 있다. 파괴를 통해 세상을 정화하는 지고의 존재는 인류가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지 엑스맨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인사이드 르윈> <엑스 마키나>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 출연한 연기파 배우 오스카 아이삭이 배역을 맡아 한층 신뢰를 더한다. 묵시록의 네 기사들 아포칼립스는 본인의 힘도 강력하지만 종말을 몰고 온다는 묵시록의 네 기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단순히 묵시록을 흉내낸 것이 아니라 묵시록이 그를 묘사한 것이라는 추측에 걸맞게 아포칼립스는 뮤턴트의 능력을 증폭시켜 네명의 기사로 만든다. 정복의 백기사는 사이킥 에너지를 두른 칼로 물체를 절단하는 샤일록이다. 원작에서부터 인기 캐릭터로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 짧게 등장하기도 했다. 최대한 원작에 가까운 비주얼로 등장할, 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캐릭터로 올리비아 문이 캐스팅됐다. 전쟁의 적기사는 <엑스맨> 시리즈의 영원한 악역 매그니토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 이후 홀연히 사라졌던 그가 뮤턴트들이 인정받은 평화로운 시대에 왜 다시 아포칼립스의 수하가 되어 돌아왔는지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기근의 흑기사는 <엑스맨> 시리즈 최고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스톰이다. 엑스맨 원년 멤버이기도 한 스톰이 적으로 등장할 수 있는 건 엑스맨 결성 이전인 198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스톰 역을 맡아온 할리 베리 대신 신예 알렉산드라 십이 젊은 시절 스톰을 연기한다. 마지막으로 죽음의 청기사는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도 나왔던 엔젤이다. 사실 <엑스맨: 최후의 전쟁>에서 나온 엔젤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브라이언 싱어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통해 시간과 역사를 뒤바꿔놓았기 때문에 출연이 가능했다. 격투 중 날개를 잃고 상심한 엔젤에게 아포칼립스가 자신의 권능으로 기계 몸과 강철 날개를 부여해 한층 강력해진 존재로 등장한다. 익숙하고도 새로운 엑스맨들 거대해진 적에 걸맞게 엑스맨 진영도 한층 강화됐다. 엑스맨 결성 이전 주요 멤버들의 젊은 시절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영화에서는 기존에 익숙한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엑스맨의 리더 사이클롭스는 코믹스에 비해 그동안 영화에서는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활약할지 기대를 모은다.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아역배우 타이 셰리던이 어느덧 훈훈한 청년이 되어 새로운 사이클롭스를 선보인다. 진 그레이는 오리지널 <엑스맨> 시리즈의 핵심을 담당했던 캐릭터로 원작에서는 이후 초월적인 존재인 피닉스 포스로 거듭난다. 프리퀄 3부작 이후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가 나온다면 핵심이 될 유력한 캐릭터다. <왕좌의 게임>의 산사 스타크 역으로 국내에도 얼굴을 알린 소피 터너가 캐스팅됐다. <엑스맨2>(2003)에서 백악관에 침입해 대통령 암살 직전까지 갔던 순간이동능력자 나이트 크롤러도 새롭게 태어났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아직 어린 나이트 크롤러는 2편보다 좀더 생기 넘치고 영적이며 순수한 캐릭터”라고 밝혔다. 이들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로 인해 바뀐 시간 축에 있는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먼저 등장했던 오리지널 속 캐릭터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선보인 퀵실버도 다시 활약한다. 짐 크로스의 명곡

[칸 스페셜] 칸에서 첫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데뷔작 장편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은 선명한 주제와 만듦새를 갖춘 영화였다. 다만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이 이야기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야 할 필연성이 있을까? 반대로 말하면 <돼지의 왕>은, 연상호 감독이 연출한 실사영화는 어떨까 절로 상상하게 만드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행>은, 긴 시간이 흐른 다음 그 물음에 대해 마침내 돌아온 대답이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로 점화되는 재난 스릴러다. 아내와 별거 중인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일에 바빠 소원하게 지낸 딸 수안(김수안)의 생일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내가 사는 부산으로 향하는 KTX에 오른다. 그러나 열차는 좀비의 침투와 연쇄 감염으로 이내 아수라장으로 화한다. 전국을 초토화한 재앙의 뉴스를 차내 방송으로 접한 승객에게 남은 희망은, 유일하게 초기 대응에 성공한 도시 부산까지 살아남은 채 도착하는 것뿐이다. 좀비 호러는 언제나 인간의 이기적 본능과 군중심리에 대한 통찰을 내포한다. <부산행>은 그러나 메타포로 만족하지 않는다. 좀비 바이러스의 연원과 재앙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대처 방식을 통해 지금 자본주의 한국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을 요약해 보이고자 한다. 이 영화의 좀비는 ‘괴물2’라는 별명을 주고 싶을 만큼 봉준호 감독의 그것과 극적 기능이 유사하지만 연상호 감독은 직설화법을 택했다. <부산행>의 주인공도 <괴물>의 박강두(송강호)가 그랬듯, 자기 먹고살기 바쁜 평범한 시민이지만 끝내는 내 아이뿐 아니라 이웃의 아이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설국열차>가 계급에 따라 승객이 탑승할 칸을 배정했다면 <부산행>에서는 좀비와 얼마나 떨어진 칸에 있느냐가 인물들의 태도에 작용한다. 영화의 중심은 열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관객이 지켜본 석우 부녀지만, <부산행>이 그리려는 사회적 축도와 장르적 쾌감은 다양한 인물로 완성된다. <반지의 제왕>의 김리처럼 완력과 귀여움을 겸비한 남자(마동석), 그가 유일하게 쩔쩔매는 쿨한 성격의 아내(정유미), 막 사랑을 시작하려는 해맑은 10대 소년과 소녀, 결코 손해보지 않는 ‘갑’의 자리가 익숙한 중년 남자가 <부산행>의 동승자들이다. 요컨대 <부산행>이 그리려는 것은 개인의 초상이 아니라 군상이다. 극중 인물들은 주로 타인과 공동체를 대하는 태도를 기준으로 단정하고 치밀하게- 어쩌면 지나치게 일사불란하게- 빚어져 있다. 이중에서도 <부산행>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배우는, 매력을 발산하기 좋은 역할을 얻은 마동석으로 보인다. 할머니부터 소녀까지 여성 캐릭터들은 주어진 설정 안에서는 충분히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설정 자체가 구조받는 입장에 치우쳐 있다. 액션 스릴러로서 <부산행>은 열차와 철로라는 길고 좁은 공간을 활용한 동선과 안무, 좀비들의 생태에 부여한 몇몇 설정에 기초한 세트피스를 보여준다(극중 사건이 열차 안에서만 일어나는 영화는 아니다). 이야기도 잘 갈무리된 편이다. 액션은 물론 감정과 관련된 복선들도 방치되는 가닥 없이 제대로 매듭지어진다. CG 효과와 군중 신 연출은 세련된 편이 아니지만 <부산행>에는 그것을 문제삼지 않도록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은 좀비 바이러스를 그저 괴물을 불러낸 원흉으로만 쓰지 않았다. 좀비로 변태해 에고를 잃어버리고 식욕만 남은 사람들은, 이성적 자아로 통제해 온 마음 깊은 곳의 감정을 노출한다. 좀비에게 아직 물리지 않은 사람들도 대처 방식에 따라 성격의 일단을 드러낸다. 이런 섬세한 연출에 비하면, 절절한 가족애를 강조하는 장면의 과한 감상성은 다소 의아하다. 배우의 표현이나 장면의 지속시간이 관객이 느끼는 감정보다 길게 늘어진다. 제69회 칸영화제 미드나이트 스페셜 부문에서 상영된 <부산행>에 대한 반응은 감독과 배우가 참석하지 않은 언론시사에서 기자들이 박수로 의사를 표시할 만큼 호의적이었다. 어떤 조건의 관객으로부터도 웃음과 비명을 끌어내는 흥행성을 지닌 스릴러지만 <부산행>을 보면서 유독 종종 눈물을 참지 못할 관객은 한국에 있다. <부산행>의 바이러스 재앙을 암시하는 첫 에피소드가 사슴의 로드킬이라는 점은, 이 영화의 동력이 약자를 보호하지 못한 슬픔과 분노에 있음을 짐작게 한다. 전국이 혼란에 휩싸인 상황에서 “정부가 잘 대응해서 수습하고 있으니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가 방송될 때, 주인공이 “다 구할 수도 있었잖아요!”라고 분노할 때, 우리의 마음은 도리없이 영화를 통해 4월16일의 차가운 물속으로 돌아간다. 연상호 감독은 배의 자리에 기차를 놓고 물의 자리에 좀비를 놓고 픽션을 지어올림으로써 분노하는 동시에 자성하고 위안하는 듯하다. 세월호를 한국영화의 스크린이 거듭 소환하는 것은 앞으로 불가피한 수순일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거대하고 중요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부산행>은 아직 식지 않은 마음으로 직사(直射)한 그 신호탄처럼 보인다. <부산행> 현지 매체 반응 <부산행>이 공개된 뒤 해외 매체들은 “단순한 좀비영화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현실을 생생하게 풍자하는 작품”이라는 공통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조연인 마동석이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특별히 언급한 반응도 많았다. 프랑스와 북미 매체 반응을 각각 두개씩 소개한다. <텔레라마>_“영화를 보기 전까지 우리는 살아 있는 시체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다. 한국 좀비들이 서양의 동족에 비해 우세한 점이 있다면, 그들은 ZGV(프랑스의 KTX 열차.-편집자)처럼 아주 빠르다는 사실이다. 조지 A. 로메로 영화에서 찢어진 바지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얼이 빠진 듯한 얼굴로 느리게 이동하는 좀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국 좀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먹이의 뒤를 전속력으로 쫓아가는 굶주린 쥐떼 같다. <부산행>은 이같은 공포를 레일 위에 올려놓는다. 로메로 영화가 그렇듯이 이 작품이 보여주는 살육 게임의 환희는 정치판의 작은 콩트다. 이것은 단순히 전염병의 원인이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와 신뢰할 수 없는 생화학 공장의 투기로 인해 생겨난 부작용임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좀비들의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 돕는 것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아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달하고 있다.” <아르테TV>_“한국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다르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만든 이 대형 프로젝트는 B급영화의 다이내믹한 완성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정치•사회적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전달해내기까지 한다.” <트위치필름>_“전형적인 캐릭터 사이에서 인상적인 인물은 헤라클레스 같은 ‘몸짱’ 마동석이다. 거칠면서도 순수해 입체적이고, 또 유머러스한 그는 액션 시퀀스에서 가장 눈에 띈다. 영화를 보면 마동석이 주인공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것이다.” <버라이어티>_“<설국열차>가 그랬듯이 <부산행>도 계급 차이에서 오는 윤리와 계급적인 반란을 잘 풍자했다. 애니메이션 연출작들에 비하면 좀더 많은 관객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연출했지만 말이다. 아시아 장르영화를 찾는 바이어들은 <부산행>에 탑승해야 할 것이다.”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가 깨어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

매그니토(마이클 파스빈더)와 미스틱(제니퍼 로렌스)이 돌연변이로서의 능력을 세상에 공개했던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의 ‘워싱턴 사건’으로부터 10년이 흐른 1983년. 고대 이집트에서 신으로 숭배받았던 최초의 돌연변이 아포칼립스(오스카 아이삭)가 오랜 잠에서 깨어난다. 초능력을 흡수해가며 수천년을 살아온 아포칼립스는 스톰(알렉산드라 십), 사일록(올리비아 문), 아크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준 뒤, 그들과 함께 현재의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려 한다.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미스틱은 아포칼립스의 지구 종말 계획을 알아채고, 진 그레이(소피 터너), 사이클롭스(타이 셰리던), 퀵 실버(에반 피터스),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 등 젊은 돌연변이들과 함께 아포칼립스에 대항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 이은 <엑스맨> 프리퀄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사실상 프리퀄 이후, 다음 시리즈를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 울버린과 미스틱의 이후를 고려한 듯한 영화는 돌연변이들의 세대교체로 다음편을 예고한다. 이번 영화에선 강력한 텔레파시와 염동력을 지닌 진 그레이의 활약이 돋보이며, 나이트크롤러와 퀵 실버도 계속해서 눈여겨봐야 할 캐릭터다. 약점 없어 보이는 강력한 적과의 막판 대결이 조금은 허무하게 매듭지어지는 느낌이지만, 엑스맨의 세계를 확장해가는 브라이언 싱어의 태도는 여전히 흥미롭다.

[칸 스페셜]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곡성>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과 현지 반응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곡성>은 올해 칸에 초대받은 한국영화 세편 중 가장 마지막 날에 공개됐다. 지난 5월18일 기자 시사가 끝난 뒤, 이브 몽마외(기자이자 평론가이며, <한국영화의 성난 얼굴>(2006), <야쿠자 에이가, 히스토리 오브 야쿠자 시네마>(2009), <조니 토 총을 잡다>(2010) 등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연출한 바 있다.-편집자)의 사회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는 나홍진 감독, 배우 곽도원, 천우희, 구니무라 준이 참석했다. -데뷔작 <추격자>(2008)부터 신작 <곡성>까지 매 작품 관객을 조종하고, 혼란감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가. =나홍진_악의적인 의도는 없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어떤 스타일로 풀어나갈 것인가 고민하다보니 질문과 같은, 곤란한 상황이 자주 등장하는 작품을 만들어온 것 같다. 그건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곡성>은 인물의 심리를 극대화할 수 있는 클라이맥스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곡성>의 영어권 국가 개봉판 제목(, 통곡)과 프랑스 개봉 제목(, 외지인들)이 다르더라. =나홍진_그래서 영화 제목이 벌써 한국어 제목을 포함해 3개나 됐다. 이쯤에서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계자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야기가 유머러스하게 시작했다가 점점 공포가 극대화되더라. =나홍진_전작이 강한 이미지로 관객을 몰아붙이는 이야기였다면 이번 영화는 관객에게 (긴장감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전작과 다른 방식의 긴장감을 만들어가려고 했다. 그게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많았다. 스스로를 믿어야 했다. 배우들에게도 질문을 좀 해달라. -칸에 초대받은 소감이 어떤가. =구니무라 준_한국영화에 출연한 건 처음인데, 칸에 올 수 있게 돼 굉장히 영광스럽다. 감독의 재능 덕분이다. 천우희_촬영을 끝마쳤을 때 왠지 칸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 영화와 내 연기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무척 궁금하다. 곽도원_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좋아하는데, 세편 연속 칸에 온 사실을 몰랐다. <황해>는 출연작인데도 말이다. 칸에 와보고서 이곳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인지 알았다. (웃음) 우리 영화가 다루는 샤머니즘과 부성애는 전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보편적인 주제이지만 유머 코드가 외국 관객에게 잘 전달될지 걱정이 좀 된다.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은 신체적으로 쉽진 않을 것 같다. =나홍진_이런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면 그냥 혼자 대답할 걸 그랬다. (웃음) 곽도원_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과정이었다. 그 과정은 꽤 치열했고, 그래서 서로 다독이면서 작업했다. 천우희_감독님마다 성향이나 스타일이 다르지 않나. 나홍진 감독님과의 교감은 항상 열려 있었다. 맡은 캐릭터가 어떤 초월적인 존재였던 까닭에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정확한 표현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여러 시도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감독님 역시 내 연기를 본 뒤 디테일을 덧붙여가면서 만들어가셨다. 일단 몸으로 부딪힌 뒤 디테일을 함께 덧붙이는 식으로 작업했다. 구니무라 준_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 이상을 요구해 정말 힘들었다. 나홍진 감독은 스스로 만족하기 전까지 배우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그 힘든 여정의 끝에 아름다운 작품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몸은 힘들었지만 심리적으로 건강했다. 어쨌거나 감독의 재능을 믿고 뛰라고 하면 무조건 뛰었다. 나홍진_이 자리를 빌려 모든 출연배우들께 사죄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구니무라 준 선생님께서 촬영 마지막 날 나를 엄청 혼내셨다. 통역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통역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화를 내셨다.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도 통역을 안 해주더라. -대체 어떤 장면이기에. =구니무라 준_편집에서 잘린 장면으로, 영화에는 없다. 긴 얘기를 할 순 없다. 그 장면을 찍은 뒤 나는 현장을 떠났고, 나 감독은 일이 남아서 현장으로 갔다. 이후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웃음) 허무주의 사육제의 탄생 <곡성> 현지 매체 반응 <곡성>은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칸도 현혹시켰다. 프랑스 매체와 북미 매체 모두 고른 호평을 보냈다. 만장일치에 가까운 향연을 소개한다. <텔레라마>_“한국은 몇년 전, 정확히 장르영화로 분류할 수 없는, 아주 묘한 카테고리의 새로운 인사를 칸에 보내왔었다. 그가 나홍진이다. 그의 데뷔작 <추격자>는 2008년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의 관객을 마구 뒤흔들어놓았다. 나홍진은 이전의 잔인성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호러 효과의 정체, (사건의) 급격한 변화 리듬 변주, 생각지도 않은 시점에서 등장하는 유머로 무장해 칸을 다시 찾았다. 곡성이라는 시골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그는 서양영화의 장치로 장난칠 줄 안다. 가령 몇몇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슬그머니 생각나게 하고, 모던하고 전투적인 굿 장면은 윌리엄 프리드킨의 걸작과 무리 없이 비교할 수 있다. 몇몇 신은 길게 끌거나 작은 결점들이 드러나지만 올림픽(칸)에 복귀한 나홍진의 신작은 참으로 좋은 소식이다.” <르몽드>_“나홍진의 세 번째 장편은 현실에 기반을 둔 거친 수사물영화의 궤도에서 일정 부분 거리감을 두고 있는 듯하다. 거친 몽타주, 건조하면서도 과장된 슬로모션 같은 전작에서 선보였던 스타일을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전작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리얼리즘을 초현실적인 사건들에 양보한다. 샤머니즘, 기독교, 트랜스 고어, 오페라식 폭력, 기괴함과 비장미 등 허무주의 사육제를 탄생시켰다.” <메트로뉴스>_“경고, <곡성>은 2016년의 가장 순수한 충격 중 하나다. 절대악을 다룬 이 놀라운 그림은 나홍진 감독을 중요한 동시대 감독 중 하나로 격상시켰다.” <에크랑 라르주>_“진짜 걸작이다. 이건 복잡하면서도 완벽한 창작물이다. 이 유능한 감독의 다음 작품을 빨리 보고 싶게 만드는, 아주 인상적인 작품이다.” <리베라시옹>_“스타일리시한 엑소시즘영화. 나홍진의 광기 어린 재능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을 미학적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감독으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가벼운 퍼즐 제작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포지티프>_“나홍진은 전작에서 보여준 재능을 초월해 악에 대한 거대한 프레스코화를 선사한다.” <버라이어티>_“나홍진은 폭력성이 감춰진 한 시골 마을을 통해 전통적인 샤머니즘, 인간을 현혹하는 악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려낸다. <엑소시스트>와 <이블 데드> 그리고 <아웃브레이크>에서 다룬 주제들을 한데 풀어내고, 인간의 밑바닥까지 지독하게 들여다보는 클라이맥스는 로만 폴란스키를 떠올리게 한다. 또 봉준호 감독의 <마더> <설국열차>를 찍은 바 있는 홍경표 촬영감독은 강렬한 자연광과 황혼, 안개의 장막에 휩싸인 피사체를 예민하게 화면에 담아낸다. 그의 카메라는 클로즈업숏이나 특별히 강조하는 기교 없이도 인간의 본성과 (사건의) 단서를 담아냄으로써 이야기가 가진 모호함을 환기시킨다.”

[스페셜] 프리퀄 3부작의 최종,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

<엑스맨> 시리즈의 프리퀄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찰스 자비에(프로페서 X)와 에릭 렌셔(매그니토)의 과거로 돌아가, 오랜 친구였던 두 사람이 신념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을 그렸다. 아직 엑스맨 군단이 탄생하기 전의 이야기였다.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이제 엑스맨의 탄생을 보여준다.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과거사를 정리하는 작품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에 대해 살펴봤다. <엑스맨> 시리즈만큼 똑같은 주제를 고집스레 반복해온 영화도 드물 것이다.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지만 놀림이나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돌연변이들의 존재론적 고민, 특별한 소수자로서 어떤 삶의 방식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가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해온 주제다. 인간과 돌연변이의 공존을 희망하는 프로페서 X 진영과 인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매그니토 진영, 그리고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탐하는 적대적 인간의 대결이라는 기본 구도 또한 변함이 없다. <엑스맨>(2000), <엑스맨2>(2003),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으로 이어지는 오리지널 3부작은 그렇게 <엑스맨> 시리즈만의 세계를 공고히 다지는 데 주력했다. 울버린의 단독 시리즈 이후 제작진의 선택은 프리퀄이었다.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가 찰스 자비에와 에릭 렌셔의 삶을 살았던 과거로 돌아간 것이다. 오리지널 시리즈는 캐릭터보다 세계관을 부각했고 프리퀄 시리즈는 세계관보다 캐릭터를 중심에 두었다. 워낙 캐릭터의 보고(寶庫) 같은 시리즈라 물량 공세를 펼칠 캐릭터도 많지만, 그보다는 각 캐릭터의 전사를 통해 <엑스맨>의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배경을 설명하려는 선택이었다. 힘의 통제가 아닌 해방 <엑스맨>의 첫 장면과 같이 과거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의 힘을 발견하는 에릭 렌셔의 이야기로 프리퀄 1편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시작됐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에릭 렌셔(마이클 파스빈더)의 마음에 똬리를 튼 분노의 기원을 보여주고, 자비에 영재학교를 세운 찰스 자비에(제임스 맥어보이)와 세레브로를 만든 행크 맥코이(비스트, 니콜라스 홀트), 정체성으로 고민하는 레이븐(미스틱, 제니퍼 로렌스)을 내세워 프리퀄의 첫 단추를 끼웠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2014)에선 휠체어에 앉게 된 찰스의 피폐해진 마음이 드러났고, ‘돌연변이들이 이 땅의 미래’라는 생각을 굳힌 에릭의 신념이 드러났다. 인류의 멸망을 막고자 미래에서 과거로 울버린(휴 잭맨)을 보내면서 엑스맨의 역사도 바뀌게 되는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영리하게 이를 통해 기존 엑스맨들의 이야기가 새롭게 전개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이후, 찰스와 에릭의 젊은 시절을 충분히 들여다본 이후, 프리퀄 3부작의 최종장으로서 <엑스맨: 아포칼립스>가 선택한 길은 “엑스맨의 기원”을 살피는 일이다. 프리퀄 3편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엑스맨으로 활약한 진 그레이, 스톰, 스콧이 아직 자비에 영재학교의 학생이던 때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이언 싱어도 말했듯 이러한 선택은 “엑스맨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출발점”이 된다. 시간적 배경을 짚고 넘어가면,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1960년대,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1970년대,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년의 시차를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캐릭터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유용한 측면이 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찰스는 자비에 영재학교를 살뜰히 꾸려가면서 스승으로서의 역할에 몰두하고, 에릭은 폴란드의 시골 마을에서 아내, 딸과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1973년의 ‘워싱턴 사건’ 이후 레이븐은 돌연변이들의 영웅이 되었다. 각자의 삶을 살던 찰스, 에릭, 레이븐이 다시 대면하게 되는 것은 아포칼립스의 등장 때문이다. 돌연변이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훨씬 전부터 유일신으로 군림하며 자신의 문명을 건설해 세상을 다스려온 아포칼립스는 5천년간의 잠에서 깨어나 1983년의 이집트에서 눈을 뜬다. 아포칼립스는 인간에게 질문한다. “이 세상은 지금 어떤 신을 믿고 있느냐.” 거짓 신들을 믿고, 군사력 경쟁을 펼치고 있는 현 시대에 실망한 아포칼립스는 세상을 엎어버리고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세계를 건설하려 한다. 냉전의 기운이 가득했던 프리퀄 1편의 1960년대,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차용한 2편의 1970년대를 지나, 3편에선 열강들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갈등과 전쟁, 파괴의 시대”로서 1980년대를 그린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를 만들려는 아포칼립스의 사고는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사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돌연변이들의 힘을 흡수해 능력을 키우고 불멸의 존재가 된 아포칼립스는 ‘신’의 존재에 가깝게 묘사되는 악당이다. 그는 돌연변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나누어주고 그들이 자신의 힘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샤일록(올리비아 문), 스톰(알렉산드라 십), 엔젤(벤 하디) 그리고 매그니토가 아포칼립스의 네명의 기사가 된다. 아포칼립스 편에 서게 된 매그니토의 이야기는 이번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서사의 한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고 잠재웠던 분노를 일깨운 매그니토의 서사는 후반 들어 논리가 많이 생략된 채 전개된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 흥미로운 건 오히려 늘 정의롭기만 하던 찰스 자비에다. “네 능력을 최대치로 느껴보아라”라고 말하는 아포칼립스와 ‘힘은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 믿는 찰스는 동전의 앞뒷면 같은 캐릭터다. 찰스는 힘의 통제를 우선시하는 캐릭터인데, 영화 초반 스콧(타이 셰리던)에게 (의미심장하게) 이런 말을 한다. “능력을 이해하는 첫 단계는 능력의 크기를 아는 것이다. 그래야 그 힘을 조정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의 최대치를 확인하라는 것은 아포칼립스의 얘기와 통한다. 이번 영화에서 찰스는 돌연변이들에게 힘의 통제가 아닌 힘의 해방을 가르친다. 그것은 영화의 결말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브라이언 싱어는 “젊은 프로페서 X를 행복한 이상주의자로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대를 만난 행복한 이상주의자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 이르러 보호의 수단이 아닌 공격의 수단으로서 힘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새로운 시리즈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오리지널과 프리퀄 시리즈는 물론 앞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를 모두 염두에 두고 제작된 작품이다. 프리퀄 시리즈는 찰스, 에릭, 레이븐을 중심 캐릭터로 활용했다. 이번엔 훗날 엑스맨의 리더로 성장하게 되는 진 그레이(소피 터너), 스콧, 스톰 등에게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아포칼립스와 대결하기 위해 초음속 제트기를 타고 이동하는 장면에서 진 그레이는 레이븐에게 묻는다. “당신도 첫 임무 때 떨렸나요?”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서 이제 막 제 능력을 깨닫고 들떴던 레이븐이 어느덧 고참이 되어 젊은 친구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괜히 뭉클하다. 그렇게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신구 배우, 신구 캐릭터의 바통 터치를 훌륭히 해낸다. 할리 베리가 연기한 스톰 캐릭터가 여전히 익숙할 테지만 카이로의 좀도둑에서 아포칼립스의 기사로, 포호스맨에서 다시 엑스맨의 일원이 되는 젊은 스톰의 모습도 흥미롭다. “이렇게 빠른데 늘 늦기만 해요”라는 퀵 실버도 지난 시즌에 이어 다시금 맹활약을 펼치고, 벗고 쓰기를 반복해야 하는 특수안경을 쓰고 옵틱 블래스트를 내뿜는 스콧(사이클롭스), 순간이동이 가능한 나이트크롤러(코디 스밋 맥피)의 순수한 모습도 귀엽게 그려진다. 사실상 <엑스맨: 아포칼립스>의 열쇠를 쥔 캐릭터는 진 그레이다. 팜케 얀센이 연기한 오리지널 시리즈의 성숙한 진 그레이를 떠올리면 곤란하다. 텔레파시와 염력을 사용할 수 있는 진 그레이는 자신의 능력을 감당하기 두려워하는 소녀로 등장한다. 훗날 그녀는 울버린, 스콧과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데, 스트라이커 대령(조시 헬먼)의 기지에 갇힌 울버린을 직접 해방시켜주는 장면에서 이들의 훗날의 관계를 예측하게 한다. 마지막 아포칼립스와의 대결을 통해서 “진 그레이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감독의 말처럼, 진 그레이는 다음 시즌의 중요 캐릭터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좌의 게임>의 산사 스타크 역으로 친숙한 소피 터너, <머드>(2012), <조>(2013)의 타이 셰리던, <렛미인>(2010), <슬로우 웨스트>(2015)의 코디 스밋 맥피 같은 젊은 배우들도 훌륭하게 <엑스맨> 시리즈에 입성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장차 엑스맨의 주역이 될 캐릭터/배우들의 힘을 업고 새로운 시리즈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을 잘 깔아두었다.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의 핵심 요소다. 인간을 작은 세포에서 지구상 가장 진화된 종으로 발전시켰다.” <엑스맨>의 포문을 연 말이다. 히어로영화치고는 ‘돌연변이’ 같았던 <엑스맨> 시리즈의 이다음 진화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엑스맨: 아포칼립스>는 손색없다. 다만 아포칼립스라는 너무도 분명한 적이 등장하면서 거대한 악을 물리치는 이야기로 주제가 좁혀진 점은 아쉽다. 특별한 힘을 지닌 소수자 집단의 내적 갈등과 고민은 이전 시리즈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는다. 규모의 미학을 자랑하는 요즘의 블록버스터들과 <엑스맨> 시리즈가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오랜 친구이지만 신념의 차이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프로페서 X와 매그니토의 본격적 대립의 시작은 다음 장을 위해 비워둔 듯하다. <엑스맨: 아포칼립스>와 말말말 브라이언 싱어 감독과 에반 피터스, 소피 터너가 국내 기자들과 화상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나온 말들을 정리했다. 브라이언 싱어 “차기 <엑스맨> 시리즈는 10년을 건너뛰어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할 것이다. 어떤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지는 말할 수 없다. 차기 시리즈 연출에 관해서도 확답할 순 없지만 제작자로든 그 어떤 역할로든 분명 참여는 할 것이다. 20년 동안 관여해온 <엑스맨> 시리즈를 저버린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소피 터너 “오디션은 3개월 정도 진행됐다. 진 그레이라는 캐릭터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실감이 나지 않았다. 감격스러웠다. 코믹스 <엑스맨: 다크 피닉스 사가>도 어렸을 때 읽었다. 그뿐 아니라 <엑스맨> 시리즈를 전부 다 봤다. 캐릭터 준비를 위해서 진 그레이의 성장배경 등 사전 공부를 많이 했다. 감독님이 오리지널 시리즈에 기대지 말고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해서 나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에반 피터스 “퀵 실버의 매력은 가벼우면서 거만하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기에 건방질 만도 하다. (웃음) 촬영 중 퀵 실버가 되고 싶었던 순간은 글쎄… 와이어 액션으로 비행하는 장면을 찍는데, 나도 날 수 있다고 좋아하던 순간 감독님이 ‘컷’을 외쳤을 때? 순간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배순탁의 영화비평] 과거의 향수에 기대어 미래의 희망과 약속 노래한 <싱 스트리트>

※음악에 관한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부자라고 해도 현금이 없었던 시절이었다.” 감독 존 카니의 언급처럼 1980년대 아일랜드는 실업자 천국이었다. 경제가 파탄나면서 가정이 무너졌고, 가정이 무너지자 10대들은 미래를 향한 약속을 아일랜드 아닌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바로 런던이었다. 영화 <싱 스트리트>는 아일랜드라는 절망 속에서 런던이라는 희망을 찾아 떠나는 아일랜드 10대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서 런던을 상징하는 곡은 다. 신스 팝/뉴웨이브 밴드 듀란 듀란이 1982년 히트시킨 이 곡은 가족이 함께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볼 때 뮤직비디오로 나온다. 주지하다시피, 듀란 듀란은 1960년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에 이은, 제2차 브리티시 인베이전의 첨병과도 같은 밴드였다.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을 거뒀기에 영화에서는 미국에서 활동하느라 직접 출연하지 못해 라이브 연주 대신 뮤직비디오를 방영하는 것으로 대체된다. 이 뮤직비디오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바로 영국에서 최고의 뮤지션/밴드들만 나올 수 있다는 <톱 오브 더 팝스>(영화에서는 ‘인기 팝송 시간’으로 번역)이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위대한 영국 출신 뮤지션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고 보면 된다. 가 의미하는 바는 지리적으로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이루는 강인 리오그란데다. 그러니까, 는 미국에 대한 일종의 메타포인 셈이다. 기실 1980년대의 잉글랜드 역시 아일랜드보다는 좀 나았을 뿐이지 경제적으로 그렇게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아일랜드 청소년들이 런던을 꿈꿨다면, 잉글랜드 청소년들은 미국을 꿈꿨다. 즉, 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벗어나 성공을 갈망하는 심리를 상징하기 위해 쓰여진 것이다. “음악은 배우는 게 아냐” 영화는 주인공 코너가 방구석에서 어쿠스틱 기타를 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누가 봐도 엉망인 기타 실력으로 밴드 결성을 다짐하게 되는 이유는 단순하여 명쾌하다. 첫눈에 반한 여자 라피나에게 관심받고 싶어서다. 하긴, 저 위대한 기타리스트 에디 반 헤일런이 그랬던가. “온종일 기타만 연습해서 잘 치게 되니까, 여자들이 저절로 주위에 모여들더라고요.” 주위에 조력자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모두가 중요한 멤버들이지만 핵심은 멀티 플레이어로 설정된 에먼이다. 에먼을 연기한 배우 마크 매케나는 ‘실제’ 음악을 했던 아버지 덕에 ‘실제’로 온갖 악기를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 첫 만남에서 에먼은 롤랜드 주노 신시사이저로 영화 <베벌리힐스 캅>의 주제가인 해럴드 팰터마이어의 를 연주한다. 이외에 기타, 베이스, 각종 퍼커션에 이르기까지, 가히 더블린의 하림이라고 해도 괜찮을 면모를 보여준다. 자칭 ‘미래파’를 지향하는 소년들은 밴드 이름을 싱 스트리트로 최종 결정하고 연습에 몰두한다. 첫 카피곡은 당연히 다. 코너는 이 연습곡을 녹음해서 형인 브렌든에게 들려준다. 애매한 표정의 브렌든은 곡이 끝난 뒤 문을 여닫으며 이렇게 말한다. “구린내 좀 빼야겠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섹스 피스톨스는 배워서 음악했냐? 니가 뭔데? 스틸리 댄쯤 돼? 음악은 배우는 게 아냐.” 자막에서는 (아일랜드 발음으로) ‘스틸리 단’이 생략되었으니 기억해놓고 감상해보기를 바란다. 음악을 배워서 하려면 테크닉이 스틸리 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미래파’를 추구하면서 고작 카피나 하다니, 그건 내가 있었던 전설적(?) 카피 전문 밴드 ‘연말정산’이나 하는 짓일 뿐이다. 1980년대 영국 음악의 영웅들인 디페시 모드나 조이 디비전급의 밴드가 되려면 창조는 조건이 아닌 필수다. 이 돈오의 깨달음과 함께 싱 스트리트는 연말정산과는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코너와 에먼을 중심으로 작곡에 몰두하고, 뮤직비디오에 라피나가 참여하면서 조금씩 듣고 볼만한 노래와 영상을 갖춰나간다. 존 카니의 현재까지 최고작 스승이 되어준 건 당연히도 훌륭한 음악들이었다. 밴드는 조 잭슨의 ,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도 삽입되었던 잼의 , 블레이즈의 등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제법 멋들어진 자작곡을 창조해낸다. 음악이 쌓여갈수록 위축되었던 과거는 사라지고, 코너는 패션을 통해 달라진 자신을 표출하는 법도 배운다. 운명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상승하는 법이니까. 심지어 코너는 자신을 때렸던 배리를 로드 매니저로 기용하고, 앞뒤 꽉 막힌 벡스터 수사를 음악으로 디스하면서 파티에 모인 학생들로부터 커다란 환호를 얻는다. 이외에도 영화는 여러 음악을 통해 관객에게 인상적인 순간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제네시스의 와 이 곡을 작곡하고 노래한 필 콜린스는 코너의 형 브렌든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하고, 영화 속 가장 중요한 정서적 키워드라 할 ‘행복한 슬픔’은 큐어의 명곡 를 통해 대신 표현되는 식이다. 그러나 싱 스트리트가 창작곡으로 승부를 걸었듯이 기존 곡들보다 중요한 것은 당연히도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들이다. 영화를 본 관객 중 대다수가 에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글쎄, 나에게 한곡만 꼽으라면 을 선택하겠다. 1980년대 영국산(産) 뉴웨이브에서 기이한 에너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곡은 그때 발표되었어도 꽤나 주목을 얻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만큼 빼어난 완성도를 들려준다. 그다음으로는 왠지 콜드플레이풍의 구성미를 떠올리게 하는 을 놓고 싶다. 아련하고 애틋한데 발랄하고 경쾌하다. 과거의 향수에 기대어 있으면서도 미래를 향한 약속을 잊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좋은 작품들이 대개 이렇다. 서로 방향성이 다른 정서들을 솜씨 좋은 만듦새로 엮어내고, 그 만듦새 자체를 동력 삼아 저절로 굴러가게끔 할 줄 안다. 국가 경제가 파탄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현실에서도 음악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메시지는 어쩌면 고루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각성제와도 같은 영화는 위대해질 수 있지만 때론 마취제 같은 예쁜 영화도 우리에겐 필요한 법이니까 말이다. <원스>보다는 음악영화적으로 ‘더’ 탄탄하고, <비긴 어게인>보다는 ‘덜’ 상업적인 영화. <싱 스트리트>는 존 카니의 현재까지 최고작이다. 최근 개봉작에 한해서 말하자면, <곡성>으로 피폐해진 마음, 이 영화로 치유하면 딱일 것이다.

[people] “양질의 콘텐츠를 자유롭게 교류할 기회” -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

한국 버전의 <헝거게임> 시리즈(영•미 라이온스게이트) 또는 <언터처블: 1%의 기적>(프랑스 고몽)을 제작하는 일이 앞으로는 훨씬 수월해질지도 모른다. 세계 유수의 제작사와 배급사가 지적재산권을 교환해 자국영화의 제작을 추진하는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이 출범했기 때문이다. 글로벌게이트라는 창구를 통하면 굳이 현지의 낯선 로컬 프로덕션을 거치지 않아도 파트너사들끼리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으며,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해외로 수출해 현지 영화로 제작할 수도 있다. 현재 <헝거게임> 시리즈와 <나우 유 씨 미> 프랜차이즈를 제작한 미국•영국의 라이온스게이트, 남미 최대의 미디어 복합기업 텔레비사(멕시코), 프랑스의 유서 깊은 제작사 고몽과 일본의 가도카와, 독일의 토비스, 터키의 TME, 베네룩스의 벨가, 스칸디나비아의 노르디스크 등 10개국 9개 회사가 글로벌게이트와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한국에서는 롯데가 참여했다.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는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 폴 프레스버거, 윌리엄 파이퍼, 클리퍼드 워버가 큰 역할을 했다. 라이온스게이트의 전 임원(폴 프레스버거), 소니픽처스의 전 전략부문 부사장(윌리엄 파이퍼), 전 이십세기폭스, 워너브러더스 임원(클리퍼드 워버)이었던 세 사람은 수십년간 업계에서 쌓은 각 지역에 대한 노하우를 토대로 로컬영화를 보다 수월한 조건에서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냈다.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마켓을 찾은 글로벌게이트의 세 대표를 현지에서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의 칸영화제 마켓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윌리엄 파이퍼_글로벌게이트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마켓에서 좋은 영화 기획 아이템과 시나리오, 이미 완성된 양질의 영화를 찾는 것이다. 칸에서 발견한 작품을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들에게 소개하는 것도 우리의 업무다. 또 하나는 우리의 잠재적인 파트너가 될 영화사와 미팅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미 우리의 파트너인 회사들과 진행 중인 프로젝트 얘기도 한다. -전세계 많은 제작자와 프로듀서들이 지적재산권 문제 때문에 해외 콘텐츠를 가져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점에서 파트너사들간의 지적재산권을 공유한다는 글로벌게이트의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폴 프레스버거_나는 윌리엄과 20여년, 클리퍼드와 수년간 함께 일했다. 1년 반 전,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이었는데 두 사람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전문분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윌리엄은 아시아에 강점이 있었고 나는 북미와 남미, 클리퍼드는 유럽 영화사들과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왔다. 그런 우리가 함께 모이면 더 큰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에 대한 아이디어를 냅킨에 쓰며 열정적으로 토론했던 기억이 난다. (웃음) 할리우드에서는 현재 마블과 픽사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영화를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특화된 로컬 영화시장이 점점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이 시장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를 글로벌하게 다룰 수 있는 시도는 부족해 보였다. 그게 글로벌게이트 컨소시엄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국적도, 법도 다른 9개 회사의 동의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클리퍼드 워버_두 가지가 과제였다. 우리와 함께할 회사를 찾고 투자 구조를 설정하는 것. 투자 구조에 대해서는 사실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 모두 25년 동안 이 업계에서 일해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P&A(광고, 마케팅비)와 배급수수료에 대한 각 나라의 기준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점은 나라별로 고유의 산업적 환경에 따른 조항이 있었기에 그걸 해결하느라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로벌게이트의 한국 파트너로 롯데를 선택한 이유는. =윌리엄 파이퍼_한국의 다른 회사들도 만나봤지만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제안을 검토해줬던 게 중요했다. 더불어 롯데는 투자 측면에서도 규모와 경험이 있는 회사라 글로벌게이트와 공동 투자제작을 하는 데 적합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또 롯데는 극장체인(롯데시네마)을 운영 중이라 강력한 배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롯데를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롯데의 콘텐츠 중 특별히 눈여겨본 작품이 있나. =윌리엄 파이퍼_롯데와 논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몇개의 아이디어를 제안받은 상태다. 세계 시장에 소개하면 좋을 콘텐츠로, 코미디와 액션 블록버스터 등 다양한 추천을 받았다. 세계의 로컬 시장을 살펴보면 지역마다 원하는 장르가 다르다. 어떤 지역은 코미디에 주목하고, 어떤 곳은 스릴러에 주목한다. 우리는 이 각기 다른 지역의 관심사를 고려해 롯데의 콘텐츠를 매칭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 롯데가 흥미를 가질 만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다. 클리퍼드 워버_이건 한국의 감독, 프로듀서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롯데의 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예로 들면, 이 작품을 미국영화로 리메이크하겠다고 발표한 지가 벌써 수년 전이다. 그런데 진척사항이 없고, 그렇게 특정 스튜디오에 발이 묶여버린 영화들은 다른 나라에서 리메이크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박탈당하는 상황이 아닌가. 글로벌게이트를 통하면 단순히 미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영화를 리메이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예를 들어 멕시코영화 <인스트럭션스 낫 인클루디드>는 현재 프랑스와 중국, 터키와 인도에서 로컬영화로 리메이크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게이트의 파트너사를 살펴보면 할리우드와 더불어 가장 큰 영화시장인 중국과 인도의 영화사가 빠져 있다. 이들 시장에 대한 계획은 없나. =윌리엄 파이퍼_좋은 지적이다.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게이트에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는 이 지역에서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이 시장은 너무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있는 회사의 폭이 넓고, 매년 새로운 회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 대해서라면 특정 파트너를 선택하기보다 다양한 회사들과 일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봤다. 하나의 파트너사를 선택하기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기회가 적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글로벌게이트의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클리퍼드 워버_곧 브라질 회사가 우리의 신규 파트너가 될 거다. 프랑스와 스페인 회사도 지금보다 더 많은 곳이 참여할 거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파트너사를 찾는 데 집중하려 한다. 윌리엄 파이퍼_지금은 1년에 10편 정도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하지만 잠정적으로는 20편을 공동제작하는 게 목표다. 또한 지금은 영화 콘텐츠에 국한되어 있지만 향후 TV 로컬 마켓에도 주목하려 한다. 이 분야에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