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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9404)

<슈렉> LA프리미어 [1]

새로운 동화의 나라, 드림웍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3시30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4월이라 해도 이미 여름볕 같은 샌타모니카의 강렬한 태양 아래 고맙게도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야자수, 그 아래 파란색 벤치에 앉은 동양의 이방인은 4시에 열릴 <슈렉>(Shrek)의 LA프리미어 행사장에 늦을까 조바심을 내며 오직 버스가 오는 방향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보채는 아이들에게 무어라 소리지르는 히스패닉 아줌마의 빠른 스페인어와 흘러내릴 듯한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한 무리의 흑인청년들이 랩을 하듯 쏟아내는 강한 악센트의 영어가 정류장의 대기를 정신없이 가르는 가운데, 몇년 묵은 듯한 악취를 풍기는 거지가 “담배있수?”라고 물어온다. 처음으로 시선을 그들에게로 건넨다. 우성인자로만 조합된 듯 큰키에 흰 살결의 백인들이 SABB니 BMW니 하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쌩쌩 달리는 해변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초라하고 남루한 행색의 사람들. 그 모습은, 이제와 돌이켜보건대 미남 미녀들만이 행복한 엔딩을 맞는 동화 속 세계에서 살아가야 하는 못생기고 지저분한 초록색 괴물 슈렉과 참 많이도 닮아 있었다. 칸 경쟁부문 진출, 드림웍스 최대의 축포 5월18일 미국개봉을 앞두고 있는 드림웍스의 신작 3D애니메이션 <슈렉>은 현지기자시사 이틀 전인 지난 4월20일, 세계기자를 상대로 한 시사회를 먼저 열었다. 베벌리힐스 로데오거리에 자리한 찰스 아디코프 극장에서 아침부터 열린 시사회장은 대만, 일본, 한국, 유럽 등지에서 날아온 기자들로 북적거렸고 전날 칸에서 온 초청장은 영화에 대한 기대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었다. <쉬렉>은 5월9일부터 열릴 제5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23편의 작품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이다. 더 나아가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기는 1973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와 프랑스가 공동제작한 르네 랄루(Rene Laroux)의 <미개의 행성>(La Planete Sauvage)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시사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드림웍스SKG의 창립자이자 <슈렉>의 프로듀서인 제프리 카첸버그가 “<아메리칸 뷰티>와 <글래디에이터>가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보다 영광”이라고 표현할 만큼 칸이 <슈렉>을 지목했다는 것은 드림웍스 7년사, 4번째 애니메이션에게 내려진 최대의 축포였다. 아름다운 공주와 왕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 담긴 사랑스러운 동화책. 그 책장을 넘기는 투박한 초록색 손이 영 심상치 않다. 화면이 넓어지면 여기는 슈렉의 화장실 안. 무심하고 퉁명스런 얼굴의 괴물 슈렉은 그 페이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뿌욱’ 찢어서 휴지 대용으로 써버리고 만다. 이 심상치 않은 오프닝을 통해 <슈렉>은 앞으로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것인지 명확히 밝히고 들어간다. 모든 동화를 찢어버릴 것. 모든 컨벤션을 뒤집어엎을 것. 그러나 디즈니동화의 모든 관습을 깨고 부수는 <슈렉>의 도전은 머리채 잡는 시장바닥 싸움이 아니다. 그보다는 철저히 계산되고 트레이닝된 선수가 모래판에서 건네는 정중한 안다리걸기다. 이야기의 진보, 기술의 진보 크리스마스를 부정하고 산 속에 숨어살던 초록색 괴물 ‘그린치’처럼, 외따로 떨어진 늪지대에서 혼자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삶을 영위하던 괴물 슈렉(마이크 마이어스)에게 어느 날 불청객들이 찾아든다. <빨간모자>의 여우할머니는 자기 침대에 누워 있고, <꼬마돼지 삼형제>의 돼지들이 마당을 뛰어다닌다. 설상가상으로 뒷마당에는 피노키오, 백설공주, 일곱난쟁이, 신데렐라, 피터팬 할 것 없이 모든 동화 속의 피조물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자신만의 완벽한 세상을 꿈꾸던 포악한 영주 파쿼드(존 리트고)가 모든 동화 속 주인공들을 자신의 성 밖으로 쫓아낸 것. 예전의 평화와 고독을 찾고 싶은 슈렉은 파쿼드를 찾아가고 파쿼드는 슈렉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나깨나 왕이 되는 것이 꿈인 영주 파쿼드. 왕이 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공주와 결혼하는 것이다. 하여 신데렐라, 백설공주와의 경합을 거쳐 간택된 공주 피오나(카메론 디아즈)를 익룡의 성에서 구해오는 것이 슈렉에게 떨어진 ‘미션’이다. 결국 불뿜는 익룡의 성에서 피오나를 구출한 슈렉은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공주구출형’ 이야기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슈렉>은 피오나 공주가 노을이 지면 슈렉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추한 외모로 바뀐다는 변수를 던지며 새로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게다가 동화 속 공주라면 얌전한 것이 상례련만 피오나가 엉뚱한 슈렉과 함께 펼치는 행각은 엽기도 이런 엽기가 없다. 트림이나 물 속에서 방귀 뀌기는 슈렉의 기본. 어두운 곳에 들어서자 귀에서 굵고 더러운 귀지를 ‘쓱’ 뽑더니 촛불삼아 불을 밝힌다. 게다가 개구리배에 바람을 집어넣어 둥그렇게 풍선처럼 만들어 공주에게 선물이라며 건넨다. 이에 질세라 공주는 뱀 입에 긴 풍선처럼 바람을 집어넣더니 비틀고 꼬아서 강아지 풍선모양으로 만들어 쉬렉에게 전한다. 피오나의 째지는 듯한 노래소리에 근처에 있던 새가 터져죽고 피오나와 슈렉이 그 새알로 프라이를 해서 다정히 나눠먹는 장면도 가관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동화패러디는 물론이고 <매트릭스> <와호장룡> <드래곤 하트> <인디아나 존스> 등의 실사영화를 차용하고 비트는 솜씨, 마치 방송사 스튜디오처럼 관객을 향해 시시때때 “박수”, “함성” 등의 피켓을 쳐드는 위트, 민망하지 않을 만큼의 가벼운 성적 조크 등은 줄곧 성인취향을 지향해온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을 ‘아이들용’으로 치부되어왔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완전히 차별화시키는 정점에 이른 듯하다. 게다가 아트디렉터인 덕 라저스와 기욤 아레토스가 자랑하는 “옷의 결이나 주름, 자연스럽고 정교한 질감, 몸을 뼈와 근육 피부층 3부분으로 구분하여 확연히 달라진 인물의 움직임” 등의 기술적 진보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드림웍스, 소외된 캐릭터들의 해피랜드 그러나 정작 <슈렉>이 사랑스러운 이유는 기술적 진보도, 디즈니를 향한 야심만만한 도전장도 아니다. 그것은 늘 스포트라이트 뒷면에 자리잡았던 외로운 이들을 향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시선이다. “사람들은 나를 알기도 전에 판단해…. 그녀는 공주, 나는 괴물….” 타고난 추한 모습을 슬퍼하며 쓸쓸히 눈을 떨구는 슈렉 옆으로 다정스럽게 다가앉는 당나귀(에디 머피)와 슈렉의 모습 위로 휘둥그레 떠 있는 은은한 달빛의 빛깔은 영화가 시종일관 이들에게 유지하는 시선의 색채다. 그리고 마법이 풀렸지만 여전히 추녀인 채 남아 있는 자신을 보며 “나는 아름다워야 하는데…”라고 울먹이는 추녀 피오나를 향해 “당신은 지금도 충분히 아름다워요”라고 말하는 슈렉의 미소는 영화 전체를 훈훈하게 덥힌다. 이런 사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 소외받은 것들에 대한 동정 아닌 사랑이, 철저한 상업영화로서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슈렉>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75년사에도 이루지 못했던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이루어낸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디즈니의 성곽 밖에서 돌멩이를 던지던 작은 꼬마 드림웍스는 7년 만에 그 성 안으로 들어와 위협하는 무시못할 청년이 된 것이다. 키작은 영주, 사랑에 목말라하는 암룡, 말만 많은 당나귀, 덩치 큰 초록괴물, 해가 지면 뚱녀괴물로 변하는 공주. 결점투성이들의 캐릭터들이 모여 그 어떤 변화도 원치 않은 채 그들 모습 그대로 사랑해도 ‘해피엔드’인 새로운 동화의 나라. 그 동화책의 첫장은 드림웍스의 손에 의해 넘어간다. 국내 개봉 7월14일.

우리가족은, 따로 또 하나

다케나카 나오토 신작 <이중주>, 조용히 상영마쳐 지난 4월27일 다케나카 나오토 감독의 신작 <이중주>(連彈)가 도쿄에서 상영을 마쳤다.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서도 상영된 이 작품은 극장에서 흥행기록을 발표하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3월31일 개봉 당시 배우와 감독이 무대에서 관객에게 인사하는 행사를 가진 데 이어 개봉 뒤에도 관객을 모으기 위해 감독과 출연자 토크쇼까지 열었던 것으로 보면 크게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중주>는 부부와 아이 둘로 이뤄진 가족의 이야기다. 아내는 큰 건설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며, 셋방에서 나오는 수입을 관리하는 남편은 가사를 전담하고 있다. 언뜻 보기에 평화롭게 보이는 가족이지만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는 사진을 남편이 본 뒤로 분열이 시작된다. <쉘위댄스> 등으로 개성적 연기를 보여온 인기배우 다케나카는 1991년 <무능한 사람>으로 감독 데뷔했다. 만화가 두게 요시하루의 독특한 세계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베니스영화제에서 국제영화비평가상을 수상했으며 일본과 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뒤 94년에는 , 97년에는 한국에서도 공개된 <도쿄 맑음>을 발표했다. 이들 세 작품은 다케나카 감독이 기획부터 참가해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중주>는 이들과 달리 전통있는 각본상인 제23회 기도상 수상작인 교즈카 마루오의 오리지널 각본의 영화화 의뢰를 수락한 것이었다. 다케나카 감독은 “각본을 읽고 지금까지의 작품과 다른 가족드라마를 찍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감독 자신이 집을 지키는 남편 사사키 쇼타로 역으로 출연했고 아내 미나코 역은 95년 다카라주카 가극단을 나온 뒤 영화계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는, 그리고 다케나카가 “이 역을 맡을 배우는 그녀밖에 없다”고 했던 아마미 유우키가 맡았다. 딸과 아들을 둔 어머니 역의 아마미는 촬영현장에서 아역배우들과 친하게 지냈고, 감독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에 대응하는 등 이 영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아내 미나코는 결국 이혼을 결심하고 아이들을 남겨둔 채 집을 나가지만 피아노 발표회에서 딸 마리와 같이 이중주로 브람스의 작품을 꼭 연주하겠다고 한다. 영화 속에는 두 사람이 연습하는 피아노 소리가 항상 들린다. 다케나카 감독은 이 소리를 효과적으로 쓰기 위해 영화음악을 따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대신 촬영중 감독이 즉흥으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출연자가 콧노래로 부르고 있다. 이 노래를 담은 CD는 팸플릿과 함께 극장에서 판매됐다. <이중주>는 잘 정돈된 미술, 유머가 있는 음악사용 등 다케나카 감독의 아이디어가 많이 소화된 작품이다. 영화평론가 가와모토 사부로의 이야기처럼 스토리 전개와 관계없는 장난이 있고 심각한 이혼문제를 미화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부부 각각의 마음이 관객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다케나카 나오토는 배우로서 올해도 많은 작품에 출연중이고 연말에는 무대공연에도 등장할 예정이다. 감독으로도 기획이 몇개 더 있는 모양이다. 그는 “내 희망은 1년에 한편씩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기획을 진행하면서 그중 할 수 있는 작품부터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도쿄=사토 유 통신원

<진저스냅>

Story 16살 진저(캐서린 이자벨)와 15살 브리짓(에밀리 퍼킨스)은 절친한 자매다. 자상한 어머니와 무심한 아버지가 있는 평범한 가정에서 둘은 어른이 되기 전에 함께 죽자고 다짐하곤 한다. 보름달이 뜬 밤, 진저와 브리짓은 외출을 했다가 흉칙한 괴물을 만난다. 진저는 괴물에게 물어뜯기지만 지나가던 차가 괴물을 치는 바람에 살아난다. 마을의 개들을 해치던 이 괴물은 늑대인간. 늑대인간에게 물린 뒤로 진저의 몸에 이상이 생긴다. 몸에 털이 나고 꼬리가 자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변화를 지켜보며 브리짓은 진저를 구할 방도를 강구한다. Review 캐나다산 공포영화 <진저 스냅>은 10대 관객을 위한 늑대인간 이야기다. 공포물의 해묵은 소재를 부활시키기 위해 이 영화가 거는 주문은 막 월경을 시작한 10대 소녀의 불안과 반항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캐리>가 그랬듯 <진저 스냅>의 소녀는 남들보다 늦게 생리를 겪는다. 그날 밤 늑대인간이 그녀를 물어뜯고 소녀는 자기 몸에 생긴 변화를 보며 당황한다. 상처에서 털이 나고 꼬리가 자라는 이상한 일을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소녀는 이제 남자를 찾는다. 오르가슴을 원하지만 섹스 역시 만족스런 일은 못 된다. 그녀는 대신 살아 있는 자의 피를 보며 흥분한다. 남은 것은 불행을 모르는 자들에게 자신의 나쁜 피를 주입하는 일이다. 소녀의 여동생은 언니에게 닥친 일을 모른 척할 수 없다. 그녀는 언니를 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쓴다. 언니는 그녀의 거울이며 미래이기 때문. 남성적 캐릭터인 늑대인간을 10대 소녀로 탈바꿈시킨 발상이 신선한 영화지만 <진저 스냅>은 쾌감의 참맛을 일러줄 만큼 성숙한 영화는 아니다. 감독의 손길은 애매한 데 머무른 채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다. 어른이 되기 전 죽겠다던 소녀들의 감상, 모든 걸 공유하는 자매의 우정, 앞뒤 안 가리고 그녀를 도우려는 소년의 사랑 등 여러 갈래로 뻗어갈 수 있는 영화의 혈맥은 나이답지 않게 늙은 티를 낸다. 농담을 해도 좋으련만 시종 엄숙한 표정을 짓는데다 뭔가 있을 듯 잔뜩 힘주고 만든 분위기도 무서운 것과 거리가 멀다. 상큼한 장르의 변신을 보여줄 수도 있었던 <진저 스냅>은 늑대인간이 되면서 점점 섹시해지는 소녀, 캐서린 이자벨을 보는 B급영화적 재미에 만족하는 걸로 자기 운명을 제한하고 말았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바람을 가르며 그들이 온다!

Driven 제작 엘리 사마하 감독 레니 할린 각본 실베스터 스탤론 촬영 마우로 피오레 편집 스튜어트 레비, 스티브 길슨 음악 브라이언 트란세아우 출연 실베스터 스탤론, 버트 레이놀즈, 에스텔라 워런, 지나 거손 수입·배급 코리아 픽쳐스 개봉예정 7월 “노장 실베스터 스탤론 구하기.” <클리프 행어>에 이어 레니 할린 감독이 다시 총대를 멨다. 결과는 아직 속단할 수 없지만, <드리븐>의 첫주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지난 4월27일 개봉, 3일 동안 1300만달러를 거둬들여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북미 최대의 카레이스인 ‘카트’(Campionship Auto Racing Teams)가 영화의 무대. 때론 정해진 레이스를 이탈, 시가지에서 목숨 건 경주를 벌이기도 한다. 1등이 아니면 안 된다는 승부욕 강한 프로모터 형 때문에 부진을 면치 못하는 신인 카레이서 지미(킵 파르듀). 설상가상으로 라이벌 관계인 보 브란덴부르그(틸 슈바이거)의 여자친구 소피아(에스텔라 워런)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는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 그를 돕기 위해 전설적인 카레이서 조(실베스터 스탤론)가 가세한다. 시원스런 카레이스 장면을 기대해볼 만하지만, 과연 7천만달러라는 제작비를 전부 회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스탤론이 직접 각본을 쓴 것 때문이었을까. 개봉 당시 <뉴욕 타임즈> 등은 ‘부실한 스토리’도 그렇거니와 “카레이싱이라는 소재에 관대한 관객들조차 별 흥분을 느끼지 못할 영화”라고 꼬집었다. 이영진 기자

영화 <친구> 최다관객 눈앞

지난 3월 31일 극장에 간판을 내건 영화 「친구」가 최단기간에 전국 관객 600만명을 돌파함으로써 한국 영화사를 다시 쓰게 됐다. 「공동경비구역 JSA」(583만명)의 기록적인 성공을 축하한 지 불과 1년도 채 안돼 생긴 일이다. 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에 따르면 「친구」는 개봉 39일째인 8일 전국 관객 603만1천884명, 서울 관객 203만8천823명을 동원했다. `15세 관람가'였던 「…JSA」나 「쉬리」와 달리「친구」는 `18세 관람가' 판정을 받아 `온전히' 성인들만 관람했다고 친다면 대략 4명중 1명꼴로 「친구」를 만난 셈이다. 특히 개봉 6주째인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루 7만명씩 관객이 들고 있어 최다 관객을 동원한「쉬리」(620만)의 기록을 깨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로 보인다. 코리아픽처스의 김길남 팀장은 "빠르면 11일쯤 최다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이달 말까지 이렇다할 대작들이 없는 형편이어서 「친구」가 현재와 비슷한 수준인 서울 42개(스크린 71개), 전국 122개(스크린 194개) 극장에서 계속 상영된다면 750만명 돌파도 넘볼 수 있게 됐다. 코리아픽처스는 오는 23일께 `「친구」 최고 기록 경신 축하연'을 여는 데 이어올 7월쯤에는 국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이다. 사실 개봉 전에 「친구」가 이처럼 `대박'을 터뜨릴 거라 예측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영화사의 한 관계자는 "전국 150만 정도는 예상했지만 `친구 신드롬'까지 일으킬 줄은 꿈도 못꿨다"면서 "「친구」는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친구」가 요즘 우리 사회 전반에 유행하고 있는 복고의 감성을 적절하게 살려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했다는 데는 이의가 없을 것 같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최근 불안한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흥행에 반영됐던 것 같다. 특히 `폭력'의 미화를 통해 남성들이 한번쯤 꿈꿔보는 `비장미 넘치는 남성상'을 형상화시킨 점이 남성 관객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내 극장가를 긴장시켰던 「한니발」이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겪으며 개봉일이 늦춰지는 바람에 「친구」의 독주 체제가 형성됐던 것도 흥행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평범한 일상으로의 초대

세종증권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세종증권 대행사 코래드 제작사 까치&까치(김영배 감독) 특별한 트렌드가 없다는 게 트렌드인 요즘이다. 복고니, 키치니, 무협이니, 엽기니 하는 온갖 트렌드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고 ‘오! 놀라워라’라는 감탄사를 동반한 대박이 없는 가운데 익숙한 양식의 광고들이 소비자의 마인드에 좀더 넓고 확고한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리얼리티 광고도 이미 충분히 주목받은 형태다. 연출없는 연출이라는 고도의 연출기법으로 자연스럽게 메시지를 노출하는 이 방식은 몰래카메라를 보는 듯 은근한 관음증을 유발하며 신선한 반응을 자아냈다. 리얼리티 광고의 모범답안은 한미은행 CF가 제시한 바 있다. 주인공은 주로 부부, 혹은 가족이었는데 발톱을 깎아주는 행위 같은 그들의 지극히 일상적인 단면을 드러내며 소비자들 사이에 ‘내 얘기 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도토리 키재기에 안분지족하는 무림을 평정할 어떤 비책이 없다면 기존 양식을 익숙하지만 새롭게 업그레이드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권 광고에 불고 있는 ‘리얼리티 바람’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연인의 소소한 일상사를 원신 원컷으로 따라잡는 현실 채록 형식의 리얼리티 광고는 사실 변주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이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준 한미은행 CF는 사실성을 살리되 기존의 극단적 리얼리티에서 조금 벗어난 형태로 새 길을 개척하고 있다. 오히려 기존 한미은행 CF의 틀을 빌려온 최근 사례는 외환은행 CF. 다른 점이 있다면 시청자들이 실제로는 그런 관계가 아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한석규-설수진에게 부부 역할을 맡겼다는 것. 그럼에도 무심코 보면 속아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남편을 위해 빵에 잼을 바르는 부인(설수진)과 신문을 펼쳐든 남편(한석규)의 모습을 통해 ‘일상의 단면 가운데 하고 싶은 말(광고 메시지) 슬쩍 집어넣기’의 수를 제법 능란하게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은행 CF는 ‘메모’편에서 어느 신문의 독자투고란에 실린 실제 미담을 영상에 옮겼다. 예쁜 전원주택으로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그런데 아내가 부엌에서 그릇을 정리하다가 전 주인이 남겨놓은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의 내용은 이렇다. ‘이 집은 목련꽃이 피면 참 예쁘고요. 과일은 오른쪽 슈퍼가 싱싱하고 소아과는 길 건너가 잘 봐요.’ ‘나도 이런 이웃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법한 사려심 깊은 이웃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광고는 흐뭇한 기분을 안겨주는 가운데 말미에 정작 하고 싶은 말을 자연스럽게 이어붙였다. ‘음∼ 그리고 은행은 요앞 한미은행이 참 좋더라구요.’ ‘한미은행 좋아요’란 얘기가 나오자 하마터면 ‘속보인다’란 배신의 감정이 들 뻔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재치있는 카메라 워크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 메모를 읽은 뒤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 아내의 모습에서 서서히 줌 아웃하더니 집 외관과 저 멀리 집 뒤로 보이는 빌딩의 한미은행 간판을 자연스레 포착한다. ‘좋은 만남, 굿 뱅크’(Good Bank)라는 간결한 카피도 마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 한미은행 제작연도 2001년 광고주 한미은행 대행사 제일기획 제작사 동진(김승환 감독) 아무리 실제 얘기를 소재로 삼았다지만 이번 한미은행 광고가 이전 것보다 작위적 연출의 냄새를 더 풍기는 것은 사실. 그러나 예전의 리얼리티 기법도 어차피 설득력 배가의 기술이었을 따름이다. 악센트를 살린 이번 CF의 전개방식이 여운있는 호감을 주는 데 오히려 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듯 보인다. 개그맨 남희석의 코믹한 표정으로 기억에 남는 세종증권 광고도 일상에 눈을 돌려 변신을 꾀했다. 주인공은 영화배우 설경구. 지명도는 높지만 튀지 않는 평범한 이미지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일상성을 살리는 데 적절한 모델이다. 설경구의 배역은 아기아빠. 그것도 아이를 너무나 끔찍히 사랑하는 초보아빠 역을 맡았다. 봄햇살의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거실에서 설경구가 갓난아기의 목욕을 준비한다. 파우더, 수건, 장난감 등을 세심하게 준비한 아빠는 마지막으로 욕조의 물 온도를 점검한 뒤 발가벗은 아기를 씻기기 시작한다. 물이 싫은 아기는 울음을 터뜨리고 설경구는 우는 아이 달래느라 어쩔 줄 모른다. 감동은 다음부터. 손가락 하나하나, 엉덩이 사이 등 아이의 몸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닦인 다음 곤히 잠든 아이에게 입맞춤하는 보통 아빠의 모습에서 일상의 행복감이 묻어난다. 광고에서 아기아빠 설경구는 세종증권의 분신. 아기를 보살피듯 고객을 위해 애쓰겠다는 ‘고객 곁에 스탠바이’란 광고 메시지를 비유법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고정한 뒤 아기의 목욕과정을 다큐멘터리형식으로 따라잡은 이 광고는 귀여운 아기를 외면할 시청자는 많지 않다는 통설을 증명한다. 광고의 다감한 분위기에 젖어들다보면 부모의 마음을 가진 기업이 어디 있겠느냐라는 냉정한 의구심을 조금 양보하고 싶어진다. 금융권 광고가 일상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좀더 친밀하게 고객과 근접조우하겠다는 희망사항의 표현일 것이다. 사실 일상으로의 초대장을 보내고 있는 이들 광고의 경향은 수익률 얼마 따위의 실제적 이익 전달보다 돈 냄새를 덜 내서 그런지 정서적으로 호의도를 제고하는 힘이 만만치않다. 현실적 이해관계에 가장 밀착해 있는 금융권 광고가 일상성과 휴머니즘으로 승부하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율배반적인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조재원|스포츠서울 기자

옷자락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달 전 대학교 동기를 우연히 만났다. 먼저 전화가 걸려왔다. “요즘엔 뭐하냐?” “친구가 회사 차려서 거기 일 도와주고 있어.” “나는 지금 논다.” “그래?” “가끔씩 나오는 사무실이 있는데, 지금 거기다. 여의도야.” “그래? 나도 여의도인데.” “그래? 나는 L빌딩 옆의 K빌딩이야.” “어, 나도 거긴데.” “808호야.” “나, 809혼데.” “당장 와라!” 마주보고서는 이 우연이 너무나 놀라워서 이리 묻기도 했다. “너 혹시 신기(神氣) 있는 것 아니냐.” 5년 동안 연락이 없었는데 이렇게 연락이 되네, 했더니 옆 사무실이라니.옷깃을 스치는 것은 전생의 인연이 억겁으로 쌓여야 한다는데 이생의 인연 역시 선녀의 옷깃이 바위를 깎는 끈기로 쌓여야 이루어지는 것 같다. 우리는 그래서 약속을 하고, 10분 늦으면 약속 장소를 빙빙 돌며 알아보지 못한 건 아닐까 하며 전화를 하고, 헤어질 때는 연락하지 않으면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게 분명하기에 연락처를 교환한다. 혹시나 천생연분을 ‘우연’이 닿지 않아 만나지 못할까 고심하며 중매쟁이를 찾고 미팅을 하고 소개팅을 한다. 우리가 우연히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단지 우리가 할 일은 길을 나서거나 지하철을 타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보라. 드라마의 배경은 명동이고 종로고 강남인데도 서로 길가다 부딪혀서 만나서 사랑한다. 만나서 사랑하다보니 과거에 그들은 서로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로 그 사람이었거나 출생의 비밀이 얽힌 사이다. 그들이 잘생긴 선남 선녀이어서인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자여서인가, 이타적인 선인이어서인가.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연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을 얻지는 못하는 법인데. 점쟁이도 아닌데. 필시 언제 올지를 알고 그 장소에서 ‘기다릴’ 수 있는 것은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현실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우연들이 그곳에선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현실성을 판가름하는 지수로 ‘우연 지수’를 제안한다. 이 지수는 높을수록 드라마적이다. 단순하게 우연이 생길 때마다 1씩을 더했고 우연이 겹칠 경우에는(“알고보니”로 표시. “하필이면”은 지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2를 더했다(확률 계산에서는 제곱이 더 적당하겠지만). 엄밀함은 없으니 1이나 2가 뒤졌다고 안타까워할 필요도 없고, 공정치 못한 계산이므로 억울해할 필요도 없다. “하필이면” 죽고, “알고보니” 그 남자 <비단향꽃무>(KBS2 월·화 9시50분)에서영주(박진희)는 교생선생님인 민혁(이창훈)과 사랑에 빠진다. 대입을 치른 뒤 엄마는 사기를 당하고 그 충격으로 쓰러진다. 고아가 된 영주(박진희)와 민혁은 살림을 차리지만, 행복도 잠시 임신한 영주를 남겨두고 “하필이면” 민혁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영주는 아이를 낳아서는 혼자 기른다. (여차저차하여) 그녀는 법적 소송을 준비하다가 의리의 변호사(한진희)를 만난다(1). 그 변호사가 능력있는 변호사 아들 승조(류진)를 소개시켜주는데(2) “알고보니” 승조는 영주가 사랑했던 남자의 고등학교 동창(+2=4)이다. 영주의 당당함에 승조는 사랑을 느낀다. 그녀는 문구회사의 공모전에 응모를 하고 그 회사에 입사한다. 영주의 직속 상사는 “알고보니” 승조를 좋아하는 여자(+2=6)이며 이 회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것이다. 민혁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는 영주가 입사한 회사와 라이벌 회사(7)다. 우연 지수 7. 하지만 지수로도 계산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우연이 이 드라마의 전제조건이다. 그건 민혁의 동생 우혁이 영주가 사랑하는 남자와 동행하는 현장을 항상 숨어서 지켜본다는 것이다. 민혁이 혹시나 영주의 손을 잡아서 호주머니에 넣어주면 전봇대 뒤에는 우혁이 있고, 승조가 영주를 집에 데려다주는 날에는 우혁이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영주는 눈이 동그래져서는 그런 우연에 “(놀란 목소리로) 우혁아”라고 대처한다. 우혁은 승조나 우혁의 아버지가 설마, 설마했지만 “딴 마음을 먹”고(영주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니 우연을 만드는 제1법칙은 뭐니뭐니해도 사랑이다. 여기서는 “사랑하는 남편을 여의고 혼자 자식을 키운다”는 대물림이 일어나는데, 이는 “상속되는 업보”로 우연을 만드는 제2법칙이다. <우리가 남인가요>에서는 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우연은 나의 운명, 나의 숙명 <우리가 남인가요>(KBS1 월∼금 8시25분)에서 윤주(배종옥)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은 아버지의 회사에 취직한다. 그 회사를 다니는(1) 동욱(김호진)은 윤주보다 5살이 어림에도 그녀를 따라다니며 구애를 한다. 실향민인 오분희(나문희)가 키운 고아 인자의 자식이 윤주이다. 오분희는 세들어 살다가 부모가 북으로 가는 바람에 고아가 된 상호(이정길)를 인자와 맺어주려 하는데 인자가 낳은 자식이 상호의 아이라고 생각한다. “알고보니” 상호의 아들이 동욱(+2=3)이다. 작은아버지의 회사에는 윤주의 동생인 윤호(박광현)(4)도 다니고 있는데, 그의 여자친구(미애)의 동생과 동욱이 만나게 되고 그 동생은 동욱을 좋아한다(5). 우연지수 5. 상속되는 업보. 윤주의 계모인 정숙(박원숙)은 계모 밑에서 자랐다. 정숙은 윤주가 재복(주현)의 자식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받는다. 미애는 고아인데 오분희 여사는 고아를 많이 거둬들여 키웠다. 그게 이 드라마의 시작이 된 셈이고. 자기 며느리가 고아라서 탐탁지 않게 여긴다. 우연, 드라마시티의 필연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우연지수의 왕좌에 오를만한 드라마는 <아름다운 날들>(SBS 수·목 9시55분)이다.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연수(최지우)와 세나(이정현). 빅토리 레코드사의 사장 이성춘(이정길)은 해마다 고아원을 찾는데 어느 해 둘째아들 선재가 그곳에 따라간다. 그곳에서 연수와 세나의 생일파티에 끼어들게 되고(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 연수는 선재에게 그림을 선물로 준다. 성장한 연수는 나래와 음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동생 세나가 가수가 되겠다며 가출을 했는데, 언젠가 그곳을 찾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역시 세나는 그곳에서 음반을 훔치다가 들킨다(1). 인기가수 엄정화를 위장하기 위해서 빅토리 레코드의 이민철 실장은 연수를 픽업한다(2). 그날 빅토리 레코드의 축하연이 벌어지는 디스코텍에서 연수는 춤추는 민지를 보고, 세나 생각이 나서 보호해주는데 “알고보니” 그는 민철의 동생(+2=4)이다. 민지를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일찍 집을 빠져나온 연수는 민철를 다시 한번 더 만난다(5).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연수는 빅토리 레코드사 사장 아들이라는 기억이 남아 있어서 민철에게 호감을 느낀 점도 있다. 그런데 “알고보면” 그 남자는 선재의 형(+2=7)이다. 역시 선재는 자신이 고아원을 방문했을 때 받은 그림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을 만큼 그 소녀를 좋아했는데, 그 소녀가 연수라는 사실을 알고 기뻐한다. 세나는 킥보드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를 타고 오던 선재와 부딪히고(8) 그와 함께 밤거리를 쏘다닌다. 세나는 가수 훈련을 오정훈(이상우)에게 받는데 정훈이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다고 데려간 곳에 선재가 나타난다(9). 세나 선생님! 이제 얘기해주세요. 소개시켜준다는 사람 누구예요? 정훈 어… 내 후밴데요. 세나씨가 가수 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녀석이에요. 그 녀석… 빅토리 레코드 둘째아들이거든요. (그때, 카페 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세나 출입구를 등지고 앉아 있기 때문에 선재 얼굴 보지 못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선재 (세나 앞에 와서) 안녕하…(하다가 세나를 보고 깜짝 놀라는) 세나씨! 세나 (선재를 올려다보고 깜짝 놀란다) 오빠! (정훈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어리둥절하고) 물론, 세나는 어릴 때 고아원을 방문했던 사람이 선재란 사실을 알게되면서 감동의 도가니다. 세나 (선재를 쳐다보다가 문득 생각나는) 오빠! 지난번에 나한테 그랬죠? 어렸을 때, 아버지하고 고아원에 간 적이 있다구…. 그러니까, 사장님하고 같이 갔었다는 거죠? 선재 네! 세나 거기가 혹시 은혜원 아녜요? 선재 이름은 잘 기억 안 나구요. 크리스마스 때 갔었는데…. 세나 크리스마스요? 그날 혹시 여자애 하나가 병원에 실려간 일 없었어요? 뜨거운 물에 데어서… 선재 맞아요! 내가 병원까지 따라갔었어요. 세나 나예요! 나! 그 꼬마가 나예요! 선재 (놀란다.) 민철는 민지의 교육을 위해서 연수를 가정교사로 들인다. 왜냐하면 민지는 연수와 똑같이 미술학도(10)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서 음악을 발표하는 작곡가인 ZERO는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별로 놀랍지 않겠지만, “알고보니” 그는 선재(+2=12)이다. 평소에 제로의 팬이던 세나는 까무러칠 지경이다(“오빠가 제로라는 거, 나한텐 꿈같은 일이야. 내가 좋아하는 오빠가 바로 제로라니 나한테 기적 같은 일이라구!”). 우연지수 12. 여기서 발견되는 우연의 제3법칙은 “같은 우물”이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서로 아는 사람이 생기고 그러면 “여기 이 동네가 좁아서 말이지”라고 한다. <아름다운 날들>의 우물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사람들도 약속을 하면 참 못 만난다. 세나와 연수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가 약속이 안 지켜져서다. 세나와 만나기 위해 서울타워로 가던 연수는 갑자기 차에 부딪히고 말았다. “재수없다”고 해야 하나, “하필이면”이라고 해야 하나. 드라마에서 존재하는 병원은 하나고, 법률사무소도 하나고 등장하는 업종도 하나다. 주인공은 적어도 두명에게서 프로포즈를 받고, 적어도 한쪽 부모가 없거나 일찍 죽었다. 그것이 드라마 시티다. 그렇게 적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살아가니 안 부딪힐 수가 없다. 우연은 드라마 시티의 필연이다. 구둘래|객원기자

비너스도 그들을 막지 못하리

벌들도 질투를 했던 것일까? 큐피트가 어느 날 장미의 아름다움에 반해 키스를 하려는 순간, 꽃에서 벌들이 튀어나와 그의 입술을 쏘아버렸다. 화가 난 큐피트의 어머니, 비너스는 그 벌들의 침을 장미 줄기에 붙여버렸는데, 이것이 결국 장미의 가시가 되었다. 장미를 사랑한 벌들은 결국 영원히 그 장미에 붙어, 장미를 탐하는 키스를 막고 있는 것이다. 첫키스, 무섭고도 강압적인 만화 속의 주인공들도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키스의 목전에서 방해를 받기 일쑤다. 잔혹한 라이벌에 의해 얼굴에 화상을 입기도 하고, 운명의 장난으로 멀어져 가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손바닥 키스를 날리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기억 속에 떠오르는 최고의 방해꾼은 역시 알량한 심의의 가위질이다. 불과 5, 6년 전만 해도 사랑에 불타는 두 주인공의 입술 위에 의미없이 올라붙은 검은 막이나, 기묘한 효과 선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입술이 닿는다’는 사실에도 강박적인 불쾌감을 표시해온 몇몇 어른들 때문에 수많은 만화 독자들은 스스로 상상의 입술을 내밀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점점 베일은 벗겨지고 있다. 영화 <시네마천국>처럼 잘려나간 키스장면만을 모아 한편의 만화로 엮어보면 어떨까? 역시 로맨스 만화를 먼저 들추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내에 로맨스 만화가 폭풍우처럼 밀려왔던 70년대, 운명의 주인공들이 가장 얇은 살갗을 서로 맞추는 그 순간에 소녀들은 얼마나 전율을 느꼈는가? 그런데 그 첫 키스들이란, 왜 그렇게도 강압적이고도 무서웠던지?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오스카를 가까이 두면서도 언제나 친구 이상을 넘어서지 못해 가슴아파하던 앙드레. 드디어 “너를 사랑해왔다”고 고백하며 입을 맞추는데. 그 한순간은 너무나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몰아온다. 당혹감에 앙드레를 밀치는 오스카, 한번 쏟아낸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오스카의 옷을 찢는 앙드레. 그러나 그녀는 냉담하게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흘리고, 앙드레는 손을 놓고야 만다. <캔디캔디>는 또 어떤가? 아직 죽은 안소니와의 추억에 사로잡혀 있던 캔디, 오월 축제의 무도회에서 테리우스와 춤을 추다 말한다. “이 곡, 안소니와 처음 춘 곡이야.” 그러자 화가 난 테리우스, 입을 꼭 다물더니 다부진 힘으로 캔디의 입술을 덮는다. “불량배”라며 뺨을 때리는 캔디. 그러자 테리우스 역시 그녀의 뺨을 사정없이 때린다. “안소니라면 다른 키스를 했다는 건가? 아무리 불러도 그 녀석은 올 수 없어.” 그리고 그녀를 강제로 말에 태우고 안소니가 죽은 그 기억을 통과하도록 한다. 아무래도 앙드레보다는 테리우스가 한수 위였던 것이다. 철이와 메텔은 정말 키스를 했을까? 한순간의 키스로도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던 시대. 그러나 그 시절 금단의 황금지대에는 더욱 격렬한 키스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람과 나무의 시>에서 ‘소악마’ 지르벨은 자신을 돌봐주러온 세르쥬를 단숨에 자신의 체취로 마비시키고, 진한 키스로 감염시킨다. 그것은 단순한 ‘애정의 증표’가 아니라, 금지된 육욕과 쾌락의 세계로 안내하는 붉은 문이다. <포의 일족>에서 흡혈 미소년 에드가가 앨런의 목에 입을 갖다대는 그 순간 역시, 가볍지만 치명적인 키스 마크를 만든다. 그것은 인간 앨런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며, 영원한 젊음을 누리는 흡혈귀의 삶으로 들어서는 의식과 같은 것이다. 소년들의 꿈 속에서도 키스는 환상의 별처럼 하늘 높이 가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는 신비의 여인 메텔과 여행하며, 가끔 그녀의 알몸을 눈요기하지만 육체적인 친밀감의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년 철이가 테리우스나 앙드레처럼 메텔의 입술을 뺏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언젠가 한번쯤 메텔이 철이에게 서비스해주지는 않을까? 역시 마지막 편에 실현이 된다. 좀 이상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기계 제국의 여왕에 의해 나사모양의 기계 몸이 되어버린 철이. 메텔은 눈물을 흘리며 그 나사 몸에 입을 맞춘다. 그러나 그 나사는 친절한 마노 씨에 의해 바꿔치기 된 것. 결국 메텔은 철이에게 키스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도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메텔의 루주가 묻은 붉은 나사는 기계 제국을 붕괴시키는 촉발점이 된다. 그리고 드디어 이별 인사를 하는 순간, 메텔은 진짜 철이에게 키스를 해준다. 금지된 행위가 아닌 ‘용기’의 증표 시간이 흐르며 키스라는 것이 상식적인 것이 되면서, 별달리 진한 감정을 쏟아붓게 만드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80년대 만화인 <토이>에서는 미소년 토이와 미소녀 소노코가 카페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사람들이 ‘용감하다’며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그걸 쳐다보는 소녀 니야는 “나도 토이하고 키스하고 싶어, 좋겠다, 좋겠다, 좋겠다…”를 연발한다. 이제 첫 키스의 짜릿함보다는 남의 눈치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키스하는 자유분방함이 사랑받게 된 것이다. <동경대 이야기>에서는 무라카미가 다른 남자에게 미즈노를 뺏기지 않기 위해 초인적으로 풀숲을 헤치고 달려가 그녀와 첫 키스를 나눈다. 온몸에는 나뭇잎과 핏자국이 덕지덕지, 분명히 처절하다 못해 우스꽝스러운 모습.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 열정적이고 진지하게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보고 라이벌과 친구들은 열렬한 박수를 쳐준다. 남의 키스장면을 보는 것은 민망하기도 한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에서 크리스마스 파티에 늦게 도착한 마사무네의 동생들은 형과 노조미 엄마의 키스장면을 보고 자리를 피해준다. 그러나 <울어라 휘파람새>의 주인공은 참지 못한다. 공공장소에서 러브러브한 장면을 연출하는 녀석들은 피범벅을 만들어준다. 그들이 너무 못생겨서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명석|프로젝트 사탕발림 운영중 www.sugarspray.com

`깡패 영화` 전성시대

한바탕 멜로 영화가 휩쓸고 지나간 충무로에 뒷골목 깡패 영화들이 속속 자리를 메우고 있다. 최근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영화의 주인공들은 태반이 건달,깡패, `양아치' 아니면 `조폭'(조직폭력배)이다. 현재 상영 중인「친구」와「파이란」을 필두로 기획, 제작 중인 작품만 해도「조폭마누라」「신라의 달밤」등 줄잡아 10여편이 넘는다. 한국 영화의 가장 빈번한 소재가 `깡패 영화'라고는 하지만 이처럼 한꺼번에 비슷한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과히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조폭마누라」는 `조폭'의 보스인 아내(신은경)가 우여곡절 끝에 `순둥이' 남편(이범수)과 결혼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결혼 생활을 코믹하게 담은 작품. 터프한 여자 보스 역을 맡은 신은경이 최근 촬영 도중 조폭들과 격투신을 찍다전치 3주의 부상을 입는 등 온 몸 연기를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화사 ㈜좋은영화는 두 편을 준비 중이다. 김상진 감독의「신라의 달밤」과 류승완 감독의 두번째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그 것. 경주에서 촬영이 한창인「신라…」는 두 고교 동창생이 학창 시절과는 정반대로건달과 선생이 돼 10년 만에 해후한 뒤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해프닝을 담은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는 건달 세계의 두 여자가 투견장의 돈의 행방을 좇는 과정을 그린 액션 느와르로, 전도연과 이혜영이 일찌감치 캐스팅돼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영화사 씨네월드의「달마야 놀자」(박철관 감독)는 사고를 친 뒤 깊은 산속 암자로 숨어든 `조폭'일당과 스님의 한발 승부를 그린 휴먼 코미디로, 올 7월께 크랭크 인한다. 이밖에 일본의 '야쿠자'를 소재로 한 한일합작영화「미션 바라바」, `칠수와 만수' `비언소' 등을 유명한 연극연출가 이상우 감독의 영화 데뷔작인「조폭들의 MT」,장진 감독의「킬러들의 수다」, 조민호 감독의「정글주스」등이 목록에 올랐다. 이처럼 `깡패 영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기획, 제작되고 있는 것에 대해 영화전문가들은 사회 현상과 연관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정치혼란과 경제침체 등 국내 현실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사회가 불안해지면 호러 영화와 깡패 영화가 많이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 불만이 괴물의 이미지나 폭력으로 반영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기획이 다양하지 못한 `빈약한' 국내 영화계의 현실과 쉽게 인기에 편승하려는 안일한 기획 태도 탓이라는 주장이 보다 설득력 있게 들린다. 「쉬리」가 흥행에 성공하자 블록버스터 바람이 일었던 것처럼 「친구」의 흥행에 힘입어 비슷한 `아류작'들이 속속 기획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기다리렴, 대만의 로저 에버트를”

황팅(黃 女+亭·24) 1977년 대만 타이베이 출생 1998년 <중국시보>에 영화평론 게재 1999년 대만대학 외국어학과 졸업, 미국 마셜대학 신문방송학 석사 과정 입학 2001년 석사 졸업. 현재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 첸궈푸(陳國富) 감독의 <쌍동>(雙瞳)의 제작과정에 관한 책 정리 중 안녕하십니까, 한국의 친구 여러분. 황팅이에요. 저는 어리다면 어리다고 할 수 있지만 영화계에서 공식적인 직함은 영화평론가랍니다. 저는 얼마 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의 마셜대학이란 곳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끝마치고 그리운 고국에 와 있습니다. 사실 요즘엔 너무 피곤해 내가 영화평론가인지 연출부 막내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입니다. 지금 하는 일은 첸궈푸라는 감독이 만드는 <쌍동>(雙瞳)이라는 작품에 관한 책을 쓰는 것입니다. ‘저술’이라니까 책상 머리에서 고상 떠는 것을 상상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매일 촬영장을 들락거리며 감독과 배우, 그리고 스탭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정리하고 사진으로 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영화 프로덕션에 관한 책은 대만에선 꽤 잘 팔리는 축에 속해요. 아마 영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가 없는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존경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밀레니엄 맘보>의 촬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6월 정도면 대만에서 출판될 예정입니다. <쌍동>은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극으로, 이런 영화는 대만에서 처음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뭐 내용이 내용이다보니 촬영이 매일 밤 시작돼 새벽에 끝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전 많은 것을 배워요. 물론 대부분의 스탭처럼 난생 처음 보는 특수효과 신도 신기하지만 무엇보다 한동안 대만영화가 침체했던 이유를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대만영화가 예술성 일변도로 치달아 관객을 할리우드영화쪽으로 떠나보낸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만일 진작 이런 스릴러, SF, 호러영화가 만들어졌다면 대만 관객이 이토록 우리 영화를 외면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에겐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인력이 없었거든요. 때문에 <쌍동>은 대만영화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전조라고 생각합니다. <쌍동>에서 느껴지는 대만영화의 좋은 징조 또 하나는 <와호장룡> 때처럼 컬럼비아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단순한 자본 조달뿐 아니라 아무래도 선진적인 제작 노하우와 마케팅 기법을 익힐 수 있겠죠. 저는 대만영화가 점점 나아지고 있으며,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엄밀히 말해 대만영화는 아니지만 리안 감독의 <와호장룡>을 기점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제가 학부와 석사 과정에 진학할 때마다 영화를 전공하겠다고 했을 때 “그러면 굶어죽는다”며 만류하시던 어머니가 박사 과정에서 영화 전공하는 것을 허락하셨겠어요? 물론 거기에는 “그래도 학위만 따면 교수 자리는 딸 수 있겠지”라는 생각도 있으셨겠지만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전 어릴 때부터 영화를 워낙 좋아했어요. 영화광, 그거죠. 대학에 들어온 뒤에도 늘 마음속에 품고 있던 영화의 길을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서라도 풀어보자는 생각에 <중국시보>라는 대만의 유력 신문에 평론을 투고했어요. 대만에서는 일반인의 원고도 내용만 좋으면 신문에 실린답니다. 대학 4학년 때던가 내 글이 신문 지면에 올랐고 그뒤로는 자주 제 평론이 실리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나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답니다. 아직 학교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는 꼭 대만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영화평론을 시작할 거예요. 꿈이 있다면, 훗날 “대만의 로저 에버트”로 불리는 것이랍니다. 그럼 나중에 봐요. 아참,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한국에서도 명성이 높다면서요? 제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된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 아시아의 씨네키드 ▶ 타이의 씨네키드- 불법 비디오 팔며 영화 배운 몬트리 새로 ▶ 아시아 씨네키드의 편지 1 - 크리스토퍼 워싱턴 ▶ 중국의 씨네키드 - 유명감독의 콘티 그리며 감독 꿈꾸는 우밍 ▶ 일본의 씨네키드- 스즈키 세이준을 운명으로 삼은 이나미 가즈시게 ▶ 도쿄영화미학교 ▶ 아시아 씨네키드의 편지 2 - 황팅 ▶ 대만의 씨네키드 - 아역배우 출신으로 감독 데뷔작 준비중인 커유이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