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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공식을 벗어나 현실적 디테일을 획득한 <앤트맨과 와스프>

<앤트맨과 와스프>는 여성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첫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영화이다. 블랙 위도우나 스칼렛 위치와 같은 캐릭터들이 어벤저스 멤버로 등장하긴 했지만 그들은 단 한번도 자기 영화를 가진 적이 없었다. <에이전트 카터>와 <제시카 존스>는 텔레비전 시리즈다. 마블에서는 첫 흑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블랙팬서>에서 그랬듯, 2019년에 나오는 <캡틴 마블> 영화를 첫 여자주인공을 내세운 기념비적인 MCU 영화로 홍보하려고 하는데, <앤트맨과 와스프>가 그 김을 살짝 빼버렸다. 그렇다면 그 기념비적인 영화의 타이틀은 <앤트맨과 와스프>로 넘어가는가? 아니, 그 어느 것도 기념비적이지 않다. 생각해보라. 21세기도 거의 5분의 1이 지나가는 지금 초능력을 가진 여자주인공이 나오는 영화가 어떤 의미에서건 기념비적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이런 영화는 당연하고 일상적이어야 한다. 10여년 전에 MCU와 무관하게 <캡틴 마블>이 나왔다면 다들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이를 뭔가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지난 10여년의 MCU 역사가 심하게 뒤틀려 있다는 걸 의미한다. <앤트맨과 와스프>, <캡틴 마블>(그리고 <블랙팬서>)보다 더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 그 이전에 나온 마블 영화 전체이다. 당연히 좋은 의미는 아니다. 10년에 걸친 연속극과 같은 시리즈를 만들면서 모든 주인공 자리를 오로지 백인 이성애자 남자(이 시리즈의 퀴어베이팅에 넘어간 수많은 관객은 그들의 망상 밖의 세계가 실제로는 이렇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을 텐데)에게 넘겨준 그 반동적 뻔뻔스러움은 이들이 다루고 있는 우주가 마블 코믹북 우주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어이가 없다. 마블의 세계는 이렇게 일관되게 심심한 적이 없었다. 늘 빠르게 시류를 읽고 다양성을 추구했다. MCU의 영화들은 옛날 원작에 충실하느라 구닥다리가 된 게 아니라 나이 먹은 원작들보다 늘 뒤처졌다. 그리고 이 하얀 남자들의 세계는 지금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인크레더블2>, 심지어 넷플릭스의 <쉬-라> 리메이크에까지 시비를 걸며 징징거리고 있는 인종주의자/성차별주의자 팬덤에게 심적/논리적 기반을 제공해주었다. 10년이나 지나서 겨우 여자 수를 늘리고 LGBT 캐릭터를 넣어주겠다며 (어느 세월에?) 립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지난 10년의 독기가 빠지는 건 아니다. 이런 걸 병 주고 약 주고라고 하는데…. 도입부가 너무 길어졌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다. 골백번 말했지만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미셸 파이퍼가 연기하는 재닛 반 다인은 코믹북 세계에서는 어벤저스의 창립 멤버이고 리더였다. 이 캐릭터가 이렇게 뒤늦게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부터가 이 세계의 묘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리즈에선 재닛의 딸 호프가(코믹북에서 이 캐릭터가 어떻게 되었는지 사연을 읊으면 또 길어지니 넘어가자) 와스프인데 앞에 나온 영화 <앤트맨>에서 어떻게 구박을 받았는지 기억하시리라 믿는다. 감독 페이턴 리드는 우리가 앞의 스토리를 이번 영화의 전주곡처럼 여기길 바라겠지만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수 없는 게, 여전히 <앤트맨과 와스프>는 불필요한 타이틀을 단 생색내기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는 리드의 잘못이 아니다. 세계가 워낙 그렇게 생겨먹었으니. 너무 구박하지는 말기로 하자. <앤트맨과 와스프>는 걸작과는 거리가 멀지만 꽤 좋은 영화이다. 가볍고 유쾌하고 날렵하다. 가지고 있는 야심과 하려는 이야기가 보기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다소 밋밋한 MCU 영화들의 공식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슈퍼히어로 유니버스의 세계가 심심한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조금씩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졌을 뿐, 대부분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가진 비슷비슷한 역할의 사람들이라는 데 있다. MCU 영화의 악당들이 누가 있었는지 모두 구별하거나 기억할 수 있는 머글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배우가 나와도 어쩔 수가 없는 것이, 이들 대부분은 슈퍼히어로가 이들을 퇴치하면서 슈퍼파워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최대한 주인공 캐릭터를 다르게 주고 시작점을 다르게 잡아도 클라이맥스는 늘 비슷한 음향과 분노의 반복이다. 이런 비슷한 일들을 겪는 사람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룬다고 해서 그 세계가 충분히 다양해질 수 있을까? 그들을 대립시킨다고?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들 모두 라벨이 붙은 상품들이기 때문에. <앤트맨과 와스프>는 이 반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이 상대하는 빌런(한국어 사용자가 악당 대신 빌런이란 단어를 쓴다면 그들의 사고가 장르 클리셰에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이 존재하지 않는다. 고스트가 그에 가장 가깝지만 이 캐릭터에겐 (아직) 악의는 없다. 그냥 스스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소니 버치가 이끄는 악당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길을 막는 방해꾼에 가깝다. 방해꾼이란 면에서 고스트와 소니 버치는 앤트맨 스콧 랭(폴 러드)을 감시하는 연방요원 지미 우와 정확히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 이 영화의 임무는 이들을 퇴치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이들의 간섭을 피해 양자 영역 어딘가에 신비스러운 형태로 존재하는 호프의 엄마 재닛을 구출하는 것이다. 구출 플롯은 악당 타도만큼 흔하기 짝이 없는 기성품 공식인데, 이것을 슈퍼히어로 이야기에 넣자 엄청난 차별성이 발생한다. <아이언맨2>나 <토르: 다크 월드>의 줄거리를 기억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앤트맨과 와스프>는 사정이 다르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MCU에서 이런 이야기는 반복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영화에서는 회상 장면을 제외하면 사람도 죽지 않는다. 여기엔 구별하기 쉽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입체적으로 구성된 세계는 다양한 욕망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앤트맨과 와스프>의 캐릭터들이 추가되면서 MCU는 이들 머릿수만큼의 다양성을 확보하게 된다. 예를 들어 소코비아의 대소동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에게는 중요하기 짝이 없지만 다른 MCU 영화와 비교하면 하찮기 그지없는 영향력을 끼친다. 그 하찮음만큼 이 세계는 그럴듯해진다. 스콧 랭이란 주인공의 하찮음 자체도 그 디테일의 일부이다. <앤트맨과 와스프>란 영화 자체가 큰 붓으로 투박하게 그린 그림 위에 현실적인 디테일을 더해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까지 MCU에서 있어온 반복을 커버할 만큼 충분치 않으며,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전 우주의 생명을 반으로 줄이면 뭔가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 최종빌런이 벌인 대소동을 피할 수 있을 정도는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이 세계가 몇몇 히어로의 목숨을 날리면서 원상복구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이는 이들이 가진 장점을 심하게 날릴 정도는 아니다. 아마 이들의 이야기가 계속되어 다른 히어로의 이야기와 뒤섞인다면 이 디테일은 새끼를 치며 불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MCU 세계 자체를 바꿀 정도는 아닐 것이다. 이 세계는 아무리 개조해도 슈퍼히어로와 슈퍼빌런이 뒹굴기 위한 무대로 존재하는 곳이고 그 목표를 제외하면 처음부터 말이 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석종서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 국장 - 극장판은 가족극의 재미에 집중했다

최고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한국 어린이 채널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투니버스의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극장판으로 여름방학 공략에 나섰다. 2016년 7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이 처음 방영된 이후 올해 3월에 시즌2의 1부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이 종영하기까지, 초등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신비아파트>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리즈를 탄생시킨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의 석종서 국장은 2014년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유아물이나 로봇물, 배틀물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결과는 그때 석 국장이 과감하게 “호러를 밀어붙인” 덕분이다. 그는 “우리가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을 좋아한 것처럼,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는 뚝심을 지켰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하리·두리 남매가 102년 묵은 도깨비 신비와 함께 원한 많은 귀신들을 만나 억울함을 풀어주는 설정. 극장판에선 특별히 “귀신의 표현 수위를 낮췄다”. 텔레비전 화면이 아닌 “큰 스크린으로 귀신을 마주할 아이들을 위한 배려” 차원이었다. “시청률 조사 결과 부모 동반 시청률이 유독 높게 나온” 점도 눈여겨봤다. 석종서 국장은 “무섭다는 이유로 부모를 함께 텔레비전 앞에 앉히는 콘텐츠”라고 설명하면서 극장판은 이를 노려 “부모 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 개발”에 힘썼다. 영화엔 90년대의 추억을 소환할 수 있는 장치들이 뒤섞여 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질문을 할 테고, 극장 밖을 나와서도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게 된다”는 것이 그의 예상도다. 2000년에 투니버스 생방송 PD로 입사한 그는 성우들에게 연기 지도를 하는 선배의 모습을 보고 매력을 느껴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더빙 PD로 활동했다. <개구리 중사 케로로>(1~3기), <명탐정 코난>(3~5기) 같은 작품을 현지화하는 과정은 “주요 히트작들의 리듬감을 체화하는” 계기가 됐다. “패밀리 타깃으로 관객층을 확대하고, 극장판만의 스케일과 재미를 살릴 수 있는 참신한 기획이 필요하다”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진출에 의욕을 보인 석종서 국장은 “<신비아파트>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튜디오 바주카가 작은 제작사들과 협업하는 기회까지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첩과 펜 “글로 적다보면 그림이 그려진다.” 석종서 국장에게 수첩과 펜은 동심을 열어준다. 석종서 국장의 어린 시절과 3살짜리 딸아이의 눈높이로 진입하는 창구인 수첩에는 <신비아파트> 시리즈를 비롯해 현재 방영 중인 <레인보우루비> 시즌2, <로봇트레인 RT> 시즌2, 등 투니버스 인기 애니메이션들의 비밀이 빼곡하다. 애니메이션 기획 작품 2018 극장판 <신비아파트: 금빛 도깨비와 비밀의 동굴> 2017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 2016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 2016 극장판 <안녕 자두야> 2016 <파파독> 2014 <놓지마 정신줄> 시즌1 2012 <와라편의점> 2011 <안녕 자두야>시즌1 ~ 2017 <안녕 자두야> 시즌4 2008 <아기공룡 둘리> 2007 <냉장고나라 코코몽>

이요섭 감독의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 방구석에서 만난 잡탕의 진수

감독 와타나베 신이치로 / 목소리 출연 야마데라 고이치, 이시즈카 운쇼, 하야시바라 메구미 / 제작연도 2001년 2002년, 5평짜리 원룸에서 무자비한 식성으로 영화를 섭취하던 때였다. 성에 제거가 안 된 소형 냉장고의 문틈으로 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만화학원 입시반 아르바이트를 뛰며 모은 돈을 몰빵한 나의 사랑스러운 플레이스테이션2에 다양한 DVD를 박아넣고 천원짜리 만두를 씹으며 영화를 봤었다. 대부분 영화를 극장에서 보기보다 4:3 11인치 브라운관 텔레비전으로 소비한 나는 종횡비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뭐가 시네마스코프인지 비스타 비전인지 감도 없고 화면이 잘려 있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당시 내 취향을 돌아보면 말 그대로 잡탕이었다. 애니메이션부터 중국·미국·일본 영화를 가리지 않고 봤다. 나는 확실히 2시간 이상의 서사를 목격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연작을 통해 심연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탐닉하고 나면 술에 취한 것처럼 며칠 동안 그 생각만 하곤 했다. O.S.T를 반복해서 듣고, 캐릭터의 다른 자료를 찾아보고, 작품이 참고한 다른 영화들을 보는 등 일련의 덕질을 깊지 않게 즐겼다. 마지막으로 정리가 되면 머릿속 라이브러리에 저장하고 세분화해서 분류한다. 정말 주관적인 감정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샤이닝>(감독 스탠리 큐브릭,1980)이 스릴러 칸에 꽂혀 있고, <드라이브>(감독 니콜라스 빈딩 레픈, 2011)가 로맨스 칸에 꽂혀 있기도 했다. 그러다 나의 호기심을 강하게 건드린 장르가 있었는데 내 멋대로 말하면 ‘물 탄 장르’라고 불린 작품들이다. 나는 두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장르를 건드리고 있는 새로운 얘기를 하기도 하지만 고전적인 규칙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을 특히 좋아했다. 그때 나에게 잡탕의 진수를 선보여 준 작품을 꼽으라면 <카우보이 비밥: 천국의 문>이다. 비밥(bebop). 비밥은 악기간의 부드러운 조화보다는 악기 각자의 개성 넘치는 연주를 중요시하는 장르이다(나무위키, <카우보이 비밥> 참고). 미래, 우주를 여행하며 범죄자를 잡는 현상금 사냥꾼(작중에서는 카우보이)들이 주인공이다. 회마다 범죄자들을 유쾌하게 검거하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검거율은 꽤 떨어진다. 카우보이들은 범죄자들에게 측은함을 느끼고 때론 현상금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찾아 과감하게 체포를 포기한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생활을 유지하는지 궁금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여행자처럼 느껴진다. 여행 과정 중 새로운 동료가 생기기도 하고, 과거의 적대자를 마주하기도 하며, 이야기는 전형적인 구조 속에서 다채로운 표현 방법으로 장르적 서사를 재현한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는 종반부를 향할수록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직면해야 하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유쾌함 뒤에는 슬픔이 있고 이면을 알게 된 이후 주인공들을 더 애정할 수밖에 없다. 26부작이라는 긴 이야기 속에서 캐릭터가 소모되지 않고 17년 동안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게 여전히 놀랍다. 죽기 전까지 이런 작품을 딱 100개만 더 보고 싶다. 욕심이 과한 건가? see you space cowboy…. 이요섭 영화감독. 장편 <범죄의 여왕>(2015)과 단편 <더티혜리>(2013), <그의 인상>(2010), <다문 입술>(2010), <플라스틱 로봇>(2005)을 만들었다.

박영이 감독 - 평양국제영화축전에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그날까지

박영이 감독은 요코하마 조선학교 출신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다. 일본 내 혐오 세력이 조선학교 학생들의 치마저고리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실화를 담은 <걸치다>(2010)를 비롯해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조선학교 학생들을 밀착 취재한 <하늘색 심포니>(2016) 등 박영이 감독은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진귀한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DMZ국제다큐영화제, 이주민영화제 등을 찾으며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무지개다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2016)가 한국 최초로 공개 상영된 것에 깊은 감회를 표했다. -최근 남북·북미 정세가 급변한 이후 외부의 관심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겠다. =BIFAN에서 개막하기 약 10일 전쯤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 남북 영화’의 기조 강연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7월 13일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한국의 많은 매체들이 내게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특히 단순 언론 보도뿐 아니라 남북 합작영화에 관한 의지가 뜨거운 것 같다. 8월에 북에 들어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전달하려고 한다. 해외동포사업국을 비롯해 평양영화축전을 담당하는 외무성의 조선영화수출입상사에도 건의할 예정이다. -일본 언론의 반응은 어떤가. =텔레비전 방송에 출연해달라는 제의가 있었다.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느 곳이든 마다하지 않으려는 입장인데, 사전 협의 과정에서 아베 정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더니 방송국쪽에서 결국 못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BIFAN에서 공개된 북한영화들은 비교적 최신 경향도 담고 있는데, 직접 평가를 해준다면. =우선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2012)는 영국, 벨기에와 합작한 영화라 사상적으로도 열려 있고 대중적인 재미가 있다. <우리집 이야기>는 2016년에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영화인데 촬영 기술의 진일보를 감지할 수 있다. 작품 전반에서 지방의 생활양식이라든지 일반인들의 일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북한의 영화 관계자들 또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 같고, 확실히 앞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자는 분위기가 있다. <우리집 이야기>의 공동연출자인 리윤호 감독을 2014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한번 만난 적 있는데, 당시 리윤호 감독이 샌드아트를 이용해 영화제 오프닝 세리머니를 연출했었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조선학교를 다닌 재일교포들에게 북한영화는 익숙한가. =커뮤니티 내에 북한영화가 자연스럽게 유입돼 학생 시절부터 많이 보게 된다. 일본 사람들 중에도 북한영화를 보는 이들이 있는데, 유명 DVD숍에 가면 <월미도>(1982), <불가사리>(1985) 같은 ‘조선영화’들이 있다. 물론 최신 영화는 아직 없고, 주로 옛날 작품들이다. -<걸치다> 등 일본 내 재일한국인들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다룬 작품을 주로 만들어왔다. 그러다 <하늘색 심포니>에서는 북한으로 건너갔는데. =이바라키현의 조선학교 학생들이 2주간 졸업여행으로 북한을 다녀올 예정이었는데, 교장 선생님과 의논 후 북한에 우리의 촬영 의사를 전했다. 다행히 성사가 되어서 이바라키조선초중급고급학교 재학생 11명의 수학여행에 동행했다.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 초청된 후 반응이 좋았지만 당시 남북 관계가 매우 첨예했던 터라 배급 제의가 일체 없었다. -오히려 요즘 들어 다시 관심을 받을 만한 작품 아닌가. =아직 정확하게 밝힐 순 없지만 한국의 배급사와 올해 개봉을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북에는 몇번 다녀왔나. 북한영화계와 어느 정도 교류를 나누고 있는지 궁금하다. =총 18번 다녀왔고, 이제는 친구들도 많이 생겼다. 2008년 이후 매해 방문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1년에 두번씩 다녀올 때도 있다. 일본 조선대학교 재학 시절인 96년 9월부터 97년 2월까지 5개월간 북에 머물렀던 것이 단일 방문으로는 가장 오랫동안 체류한 경험이다. 그때 북한에 건립된 재일교포 기숙사를 이용하면서 전국 각지를 돌고 공장에 나가서 노동도 해봤다. -평양의 영화관은 일반 시민들에게 열려 있나. =아직은 자유롭게 티켓을 사서 들어갈 수는 없고, 단체로 모여서 미리 관람 신청을 해야 한다. 2천석 규모의 대극장이 있는 평양국제영화관, 새로 건립된 대동문영화관, 개선문 옆에 있는 개선영화관 등이 있다. -남북 영화교류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보탠다면. =2000년 6·15 남북공동성명 당시에도 영화 합작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잘 안 됐다고 알고 있다. 70년 분단 기간 동안, 사고방식은 물론 영화 사업에 관한 인식 자체도 격차가 많이 벌어지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규모가 큰 영화로 남북 합작을 해보자는 건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 자체보다는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의 인간적인 교류가 먼저다. 작은 작품이라도 상관없으니 남북 모두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을 찾아야 한다. -북한영화계는 합작에 관해 아직은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보인다. =합작영화로 수익을 올릴 것이 아니라 해외에 나가서 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남쪽의 삶에 대해 북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다. 다들 알겠지만 한국영화를 몰래 보기도 한다. 정부 단위로 움직일 조짐도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은 영화축전에 가면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화는 상영되어도 한국과 미국 영화는 볼 수가 없다. 일단은 하나씩 뚫고 나가는 시기라고 본다. -한국영화계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심스럽지만 북한 인물을 묘사하는 방식에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강철비>(2017)를 보면 권위적이고 보수적인 남성 캐릭터, 컵라면 하나에 기뻐서 날뛰는 주민의 모습 등으로 북한을 희화화해 한국 관객을 웃게 만든다. 한국이 북한에 시혜를 베푸는 듯한 시선 역시 조금은 불편하다. 지난 정권 10년간 남북 교류가 없었고, 정보가 제한되어 있었던 이유가 크리라 생각한다. -남과 북의 영화를 모두 접하는 입장에서 둘의 중요한 차이가 뭐라고 보나. =한국영화는 표현 하나하나가 세밀하고,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촬영 및 편집 등의 기술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수준 아닌가. 며칠 전에 <마녀>를 봤는데, 신인배우 김다미의 연기와 감독의 액션 연출이 정말 훌륭하더라. 반면 북한영화는 양심과 도덕, 인간의 휴머니티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올해 활동 계획은. =지금껏 꾸준히 북한으로 건너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도되지 않는 것을 전하기 위해 촬영을 해왔다. 앞으로는 이런 일을 더욱 본격적으로 하고 싶다. 가깝게는 올가을에 열리는 평양국제영화축전에 한국영화를 출품하는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물론 아직 가능성을 타진할 단계는 아니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북한에 사무실을 내서 2, 3달간 머무르면서 영화를 찍는 것이다. 대학생과 택시 운전사 등 평범한 소시민들의 삶을 촬영하고 싶다.

<어느 가족>, 서민적 홈드라마의 외견을 모방하는 동시에 담론의 드라마적 봉합을 거부하다

어떤 면에서 <어느 가족>은 가족영화로 브랜드화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안전한 작품인 양 보인다. 무구한 아이들을 동원한 <아무도 모른다>나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과 같은 영화가 왠지 불편했던 관객이라면 정서적 몰입을 활용한 공감의 인본주의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큐멘터리와 텔레비전 작업에서 시작해 극영화로 영역을 넓혀온 고레에다 세계의 전력을 감안해도, 쇼타(조 가이리)의 입원을 계기로 영화의 질감이 홈드라마에서 다큐멘터리적 취조 장면으로 뒤바뀌는 장면을 전후해서 어떠한 이물감을 느꼈다. 이 정서를 되뇌며 <어느 가족>이라는 영화가 진실을 구축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누구인가? <어느 가족>에 등장하는 하층민 가족은 잡다한 좀도둑질이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을 예외로 하면 외견상 번듯한 가족과 다름없다. 일용직 노동자인 남편 오사무(릴리 프랭키),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남편이 남긴 집과 연금으로 살아가는 할머니 하츠에(기키 기린), 섹스 노동을 하는 아내의 여동생 아키(마쓰오카 마유), 부부의 아들 쇼타가 기본을 이루고 있고, 여기에 소녀 유리(사사키 미유)가 가족에 합류한다. 얼핏 보면 기존 가족에 유리가 편입된 모양으로 보이지만 영화가 점점 진행되다 보면 기존의 가족도 사후적으로 구성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의 생존방식은 어딘가 야릇하다. 가령 오프닝에서 오사무의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물건은 일종의 위장술이며, 대형마트에서 훔쳐진 물건은 쇼타가 몰래 들고 나온 컵라면 하나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장면에서 오사무와 쇼타는 어엿하게 돈을 주고 상점가의 크로켓을 구매한다. 그리고 이 가족이 전혀 노동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오사무는 아파트 건설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지만, 부상을 입어도 고용구조상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던 노부요는 ‘워크셰어’를 구실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다못해 종내 회사에서 해고된다. 영화 속 대사처럼 “다함께 조금씩 더 가난해지는” 구조 속에서 고용상태가 가장 불안한 오사무와 노부요 같은 자들이 더 쉽게 배제된다. 그들은 진열된 상품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가게가 망하지 않을 정도”의 물건을 훔치는 것은 괜찮다고 여긴다. 이 논리에 과잉 전시된 상품을 가져오는 것은, 잉여 존재로 낙오된 이들의 생존방식에 적합한 것이라는 합리화 과정이 내장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가족을 생계형 도적 집단 혹은 윤리적으로 포용 가능한 불한당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이 글의 관심사가 아니다. 좀더 들어가보자. 각 인물이 품은 과거사의 모호성은 영화에 자잘한 미스터리를 구축하고 이것이 영화의 전반부를 견인해 간다. 여기에 몇 가지 호기심이 자리잡는다. 우선, 이들은 누구인가? 미스터리의 계기는 소녀 유리의 유입이다. 가족이 ‘주워온’ 학대아동 유리로 인해 다른 가족 구성원의 과거사에 대한 궁금증도 확대돼간다. 그리고 각자 노동을 하며 연금과 같은 부수입이 있음에도 이들은 왜 좀도둑질을 하는가? 외견상 답은 간단하다. 이들을 가족으로 구성시킨 것은 일차적으로는 할머니의 연금, 즉 돈이다. 그리고 좀도둑질은 탐욕에 의해 추동된 것이 아니라 체제 밖 존재자들의 반문화적 집단행동이다. 좀도둑질은 단독으로 행해지기보다 둘 내지 셋 이상의 단체로 수행되는 놀이로서의 ‘서리’에 가까운데, 상품들이 과잉 진열된 대형 마트에서 주로 절도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제도의 압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여기서 글 초반에 던진 이물감과 관련해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을 생각해보자. 일반적으로 영화는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쉽게 내레이션이나 플래시백을 활용하며 사건을 압축하거나 그 흐름을 역전시키는데, 이때 관객은 피동적 객체로 놓이기 쉽다. <어느 가족>을 살펴보면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은 자연적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 즉 영화는 작품에 내재된 미스터리를 해명하기 위해 플래시백을 활용하지 않는다. 가족의 과거 이력은 파편적으로 던져진 대사나 정황을 통해 관객이 적극적으로 구축해가야 한다. 영화 속 인물 각자는 고독한 단독자들이며 최소한의 인간적 생활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했다. 여기엔 ‘돈’이라는 물질적 타산, ‘정’이라는 초물질적 기대 어느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 논리가 혼재되어 있다. 가족, 복지, 고용 등 제도의 외부에서 살아가며 사소한 불법을 일삼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판타지도 더해진다. 그런데 영화는 이에 머물지 않고 판타지의 장막을 찢어낸다. 계기는 쇼타가 절도를 하다가 다리를 다치고 가족의 정체가 사회에 폭로되는 과정을 전후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후의 영화는 앞선 홈드라마의 양식을 벗어나 다큐멘터리적 기법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후반부의 차가운 해부는 전반부의 온정적 담론을 부정하는가? 병원, 경찰, 상담소 등에 고립된 개인들은 형사나 상담원을 통해 진상을 추궁당한다. 그들은 아동유괴와 시체유기에 가담하고 방조한 범죄자들이다. 이들은 공범자들이며 반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이다. 취조와 상담의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잔혹한 해부를 통해, 영화 속 인물들은 상대방의 진심과 의도에 혼란을 느낀다. 진실을 해부하고자 하는 이성적 시선에 저항하며, 유사가족의 인간적 유대를 신뢰하는 최종적 해석은 아마도 관객의 윤리적이고 심정적인 기대가 만들어낸 상상적 종합에 가까울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본 <어느 가족>은 합의 가능한 진실에 도달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구성된 가족이라는 측면에서 이 영화는 고레에다의 가장 불친절한 영화 <디스턴스>(2001)와 상통하는 점이 많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산장에서 하루를 보낸다. 점차 관객은 이들이 ‘옴 진리교 사건’을 연상시키는 신흥 종교의 무차별 범죄를 자행한 신도들의 유족임을 알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모이게 된 계기와 과거를 중간중간 취조실 장면을 통해 플래시백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어느 가족>에는 동기를 해명하는 플래시백이 없으며 영화 속 시간은 한 방향으로 흐른다. <어느 가족>은 서민적 홈드라마의 외견을 모방하는 동시에 담론의 드라마적 봉합을 거부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반문화적(생산, 노동, 공교육, 재생산의 거부) 생존방식을 좀도둑 가족을 통해 보여주는 동시에 이 가족의 영속화에 저항하며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한다. 의례와 전통의 매개로서의 가족은 여전히 문화적 제도 내의 형태이기 때문이다. 엄마 혹은 아빠라고 부르지 않는 아이에 대해 부부가 느끼는 애잔함이 묻어나는 장면에서 신파성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영화는 이들을 가족으로 상상하는 순간 다시금 제도의 압력이 반문화적 상상력을 훼손시킬 것을 알고 있다. <어느 가족>은 그렇기에 고독한 낙오자들의 연대라는 감상적 향수를 넘어 반사회적 에너지쪽으로 선회하며 차가운 세계에 놓인 단독자의 시선에서 마친다. 그러므로 소년 쇼타와 소녀 유리에게 가족은 종착점이 아니라 경유지다.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 최신규 총감독,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가 8월 1일 개봉일 스코어 16만명으로 역대 애니메이션 오프닝 기록을 경신하고 첫 주말까지 62만 관객을 불러들였다. 초등학교 1학년 차탄이 시공간을 넘나드는 시계를 통해 변신 로봇을 불러들이는 설정인 <헬로카봇> 시리즈는 2014년 TV 첫 방영과 함께 완구 판매율을 이끄는 원천 소스의 힘을 증명했다. 기존의 자동차 변신 로봇에서 변화를 꾀한 이번 첫 극장판에선 공룡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새로운 4개 캐릭터가 등장한다. 손익분기점 105만명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이름은 총감독을 맡은 최신규 전 손오공 회장이다. 최신규 총감독은 추억의 완구 ‘끈끈이’를 비롯해 발사대를 이용한 팽이 ‘탑블레이드’의 신화를 썼고, ‘헬로카봇’과 ‘터닝메카드’를 연이어 출시하며 뉴밀레니엄세대 초등학생들의 대통령으로 떠올랐다. 최 총감독은 1992년 창립한 국내 1위 완구회사 손오공을 2016년에 미국 마텔사에 매각하고, 현재 아들 최종일 대표가 운영하는 완구·애니메이션 콘텐츠 전문기업 초이락콘텐츠팩토리에 몸담고 있다. -기획, 제작 등을 총괄한 총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손오공을 이끄는 사업가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역할 변신을 꾀했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손오공 창업 후에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1999), TV만화 <하얀 마음 백구>(2000) 등 30여편의 애니메이션에 기획, 투자로 참여했다. 그중엔 내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들도 많다. 후배 양성에 집중하자는 취지였다. 이번에 총감독을 맡게 된 것은 제작에 대한 오랜 노하우와 아이디어가 쌓인 창의적인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린 애니메이터들까지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 선배의 역할로 접근했다. 나름대로 성공한 케이스니까 후배들이 따라줄 거란 생각도 있었고. (웃음) 작가, 애니메이션 감독, 그래픽 감독 등 구성원들의 장점을 융합하는 데 그동안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현대자동차의 실제 모델을 일부 등장시킨 <헬로카봇>의 탄생부터 이야기해보자. 2013년에 처음 완구를 출시했다. =현대차 모델과 관련해서는 일면에서 내 애국심이 발휘된 사례일 수도 있겠다. 과거의 로봇물을 끌어왔지만, 옛날보다 더 재밌게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주요했다. 요즘 아이들에겐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는 로봇물을 설득시키려면 자동차 같은 친근한 모티브가 필요할 거라고 봤다. <트랜스포머> 스타일이라는 오해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 <극장판 헬로카봇: 백악기 시대>는 자동차가 아닌 공룡이 직접 변신한다는 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보여줄 거라 생각한다. -공룡카봇 4총사(티라클레스, 트리톤, 테고, 테라제트)의 새로운 등장이 극장판의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7월 7일부터 TV 애니메이션 <내 친구 코리리>가 방영 중이고, 올겨울에 <극장판 공룡메카드: 타이니소어의 섬> 개봉도 앞두고 있다. 로봇물과 마찬가지로 공룡물 역시 클래식의 트렌디한 활용처럼 느껴진다. =향수를 자극하는 과거의 로봇, 공룡물을 요즘 어린이들의 시대로 다시 데려다놓으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금 <헬로카봇> 시리즈를 보고 자란 어린아이들이 나중에 키덜트층을 형성할 때까지 멀리 내다보려는 시도다. 당연히 차가 변신할 줄 알았는데 살아 있는 공룡이 변신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순간의 생경함과 놀라움도 극장판에선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봤다. 말이 그렇지 공룡을 쪼개서 변신시키는 게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웃음) -두 주제곡 <공룡 보러 가자> <엄마 얼굴>을 직접 작곡하고, 작사에도 관여했다고. =한때 음악을 하고 싶어서 피아노, 기타를 배웠다. 악상이 떠오르는 대로 휴대폰에 녹음하고 가끔은 직접 가이드까지 만들어서 작곡가들에게 들려준다. <공룡 보러 가자>는 손녀딸에게 ‘공룡 보러 가자’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줬는데, 한번 듣고는 금세 따라하는 거다. 잘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그 뒤에 ‘엄마하고 가자, 아빠하고 가자’라는 반복적인 가사를 붙였다. 어른들 입장에서는 시시하지만 아이들에겐 어딘가를 엄마, 아빠와 같이 가고 싶다는 마음이 매우 핵심적인 감정이다. 어머니가 43살에 날 낳으셨고, 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랐다. 혼자서 매일 구슬치기, 딱지치기 하면서 어린 시절에 무엇이 필요한지 절실히 느껴왔고, ‘같이 가자!’는 감성이 무척 중요하다는 걸 지금도 확신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쉽고 따라하기 좋은 콘텐츠를 최우선으로 하는 건가. =나는 <헬로카봇> 시리즈를 비폭력 가족영화라고 부른다. 기본적으로는 초등학교 2학년을 기준으로, 형과 동생이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다. 많은 한국 애니메이션이 타깃으로 삼는 연령층보다 살짝 낮춰서, 이후에 서서히 끌어올리자는 게 내 생각이다. 표면적으로 로봇물에 대해 약간은 강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모성애와 부성애 등 가족의 정감을 강조한 분위기로 순화하려고 한다. -차탄의 부모 캐릭터가 강조된 것은 아이를 동반한 부모 관객에게도 어필하는 지점인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이 강조된 가족영화의 틀 안에서 부모 관객도 뭉클함을 느끼며 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뒤편에서 아들 차탄이 돕고 있는 걸 모른 채 결과적으로 늘 엉뚱하게 영웅이 되고 마는 아빠 캐릭터 역시 아이들에게 묘한 쾌감을 준다. 부부 관계도 나름의 재미를 주고 있는데, 아빠는 의외로 약하게, 엄마를 힘 있고 개성 있게 만드는 등 요즘 시대의 정서도 첨가하려고 한다. -극장판의 제작 기간은. =10개월 걸렸다. 일반적인 극장판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매우 짧은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텔레비전에서 쌓아온 <헬로카봇>의 기본기가 있기에 가능했다. 줄거리 문제로 TV판에 적용할 수는 없어서, 극장판을 위해 미리 빼둔 것들도 있었다, 사실 제작 기간을 무한정 길게 가져간다고 더 좋은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특히 3D의 경우는 중간에 애니메이터가 교체되기라도 하면 작업이 훨씬 비효율적으로 진행된다. 밀어붙이는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일제히 투자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TV 애니메이션은 힘들어도 오로지 우리 자본으로 만들어왔다. 직접 투자를 하면 아무래도 더 간절해지니까. 그런데 극장판의 경우 외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건 안정성인데, 2013년에 완구 출시를 시작으로 5년 이상 인기를 지속해온 ‘헬로카봇’이란 브랜드의 신뢰도가 바탕이 됐다. 구두계약 이후 실질적인 투자를 받기까지 무작정 기다리지 않고 미리 제작을 한 것도 내 나름의 경력을 바탕으로 내린 결단이었다. -극장판 개봉을 앞두고 CJ 오쇼핑을 통한 영화관람권과 공룡카봇 4종 사전 판매의 반응이 뜨거웠다. 초반 흥행몰이에도 도움을 준 것 같은데, 원소스 멀티유즈 사업과 마케팅의 화력 지원이 잘 맞아떨어진 사례 같다. =과감하게 지원해야 하는 부분, 결단력이 필요한 부분에서 배급·홍보팀과의 팀워크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과거 이야기를 하자면, 당시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완구업에 도전해서 끈끈이를 탄생시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기술을 배우다가 19살에 사업을 시작했다. 어릴 땐 금은 세공이나 주물 기술 등을 무조건 금방 배우려고 했다. 빨리 패스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거지. 다른 길로 가고 싶어서 공장들도 형제들에게 다 나눠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어느 때부턴가 내가 개발을 잘한다고 소문이 났더라. 나한테 맡기면 잠을 편히 잘 잔다고 했다. 워낙 까다롭고 꼼꼼하니까. 과거나 지금이나 제작을 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냥 버린다. 덮는 것도 용기고 장인정신이라고 본다. 완구사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형제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아서 나 혼자 플라스틱 콘텐츠에 관심을 가진 거였다. 당시엔 비전이 없다고 하던 사업을 오로지 아이디어 하나만 믿고 버텼다. 그렇게 몇년간 힘들게 고생하다가 1985년에 손에 묻어나지 않고 독성이 없는 끈끈이가 제대로 터졌다. (최신규 회장이 완구사업에서 첫 번째 성공을 맛본 독성 없는 끈끈이는 1985년 당시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992년 손오공 창업의 일등공신이 됐다.) -아이들의 유행은 매우 빠르게 바뀐다. 그래서 2013년에 등장한 헬로카봇이 지금까지 인기가 뜨거운 현상은 꽤 놀랍다. 새로운 캐릭터를 꾸준히 개발하는데 그 요인이 있을 거라고 보는데, 어린이의 눈으로 트렌드를 살피는 실질적인 비결은 뭔가. =어렸을 때 외롭게 살아보면, 엄마가 없을 때의 쓸쓸함을 제대로 알게 된다. 닫힌 문 안쪽에 있을 때의 쓸쓸함 같은 것도.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는 기분은 중요하다. 옛날 아이들이나 요즘 아이들이나 어릴 때 보면 책상 밑에 들어가서 노는 걸 참 좋아한다. 그게 왜 좋은지, 나는 아직 기억이 난다. 아이들과 공감대를 이뤄야 아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감성이 나온다. -모바일 게임 시장, 유튜브, SNS 등이 2010년대 이후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 중이다. 전통적인 완구, 애니메이션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이락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다고 보나. =우린 아직 서정적인 것의 힘을 믿는다. 요즘은 뭐랄까… 뭐든지 강하고 딱딱한 것 같다. 젊은 애니메이터들은 아이들 콘텐츠마저도 소프트한 느낌보다는 빠르고 센 걸 보여주고 싶어 하더라. 내 기준에선 다소 급하다는 인상이 든다. 그래서 요즘 애니메이터들과 대화해보면 내가 훨씬 어린애처럼 느껴진다. (웃음) -디즈니 영화가 모든 아이들의 취향을 잠식해버리는 시대인데, 마블과 폭스를 차례로 인수해가는 디즈니 왕국의 행보에서 취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IP(지식재산권)를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IP를 보유할수록 유통도 활로가 트인다. 초이락 역시 전세계 브랜드로 가고자 한다. 다만 섣불리 거대 디즈니를 따라가려는 생각은 없다. 해외 시장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건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막상 마블이 제작하는 것들을 보면 의외로 타깃 연령층이 높은데, 우리는 조금 더 낮은 연령층으로 내려가서 완전히 유아 시장부터 시작하고 있다. 업계 1세대이면서 완구, 애니메이션, 온라인 게임 등의 IT분야까지 두루 거치고 아직까지 현역에 있다는 게 스스로 조금은 자부하는 지점이다. 4차 산업의 융합 측면에서 모든 노하우들을 집약시킨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2003년 초이락 게임즈 창립 후 게임 산업에 뛰어들어 쓴맛을 봤다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말한 적 있다. =콘텐츠를 많이 가진 사람이 게임을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게임 제작에 부딪쳐보고서 나는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온라인 게임 <샤이야>도 수익성을 높이 평가받아 넥센에 잘 넘겼고, 직접 게임 세계로 뛰어들어 배운 것도 아직 생생하다. 길드에 들어가서 유저들과 같이 놀면서, 1년 동안 열심히 게임을 했는데, 내가 있는 줄 모르고 돈 많이 벌었다며 욕하는 광경도 보고 그랬다. (웃음) -<헬로카봇> 시리즈는 게임화를 노려볼 만한 콘텐츠 아닌가. =조심스럽다. <헬로카봇>만큼은 천천히 하자고 생각 중이다. 엄마들이 반대할 것 같다. 게임 중독에 대한 걱정도 클 것 같고. 수익성 면에서도 <헬로카봇> 시리즈의 과금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다. 사실 게임화보다 더 현실적인 프로젝트가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헬로카봇> 실사 제작을 목표로 이미 오래전부터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30년 이상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자는 게 내 작업 신조다. -오래전부터 등산을 즐긴다고 했다. 요즘 같은 폭염엔 어떤가. =그래도 매주 간다. 한두번 빠지면 더 가기 싫어지니까. 밤새 누워서 굳어 있던 머리, 생각만 가득 찬 머리로 산에 오르면 새로운 발상이 떠오른다. 항상 산에 가서 우리 작가에게 전화를 한다. 이 부분만큼은 욕먹어도 어쩔 수가 없다. (웃음) 어릴 때부터 관찰을 좋아해서 어른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 귀찮게 한다고 자주 야단맞곤 했다. 지금도 산에 가면 개미가 기어가는 걸 유심히 보다가 메모하고 그런다. -앞으로 초이락의 미래는. =아들이 초이락 대표로 있는데 항상 돈에 욕심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돈은 많이 생겨봤자 나쁜 길로 빠지기 십상이니까 영원히 도망가지 않는 콘텐츠에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이번에 제대로 시동을 건 공룡 콘텐츠를 당분간 점점 더 발전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오프닝 스코어로 비교되었던 <겨울왕국>(2013)의 핵심은 쉼 없이 연결되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에 있다고 보는데, 음악에 관심도 많고 하니 뮤지컬에도 도전해보고 싶다.

[아시아계 배우들의 활약⑥] 존 조·켄 정·랜들 박·올리비아 문 - 할리우드가 사랑하는 아시아계 배우

존 조 John Cho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연으로 캐스팅된 것은 할리우드에서는 혁명적 사건이었다.” <해롤드와 쿠마>(2004) 개봉 당시 존 조가 한 말이다. 한국계 미국 배우와 인도계 미국 배우를 투톱으로 기용해 흥행에 성공한 코미디영화 <해롤드와 쿠마>는 아시아계 미국 배우들의 가능성을 제시한 중요한 작품 중 하나다. 이후에도 존 조는 종종 ‘혁명적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오디션을 거쳐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에 1등 항해사 술루 역으로 승선한 일이나, 최근 2~3년 사이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에 대한 비판이 계속될 때 아시아 배우도 블록버스터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전개된 SNS상의 캠페인 “존 조를 주연으로”(#StarringJohnCho)의 주인공이 된 일까지. 존 조는 아시아계 미국인의 긍정적 초상으로서 독보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제34회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한국계 미국인 가정에서 벌어진 실종사건을 그린 <서치>에 아빠 데이빗으로 출연해 ‘아시안 어거스트’(AsianAugust, 49쪽 기사 참조)에 일조했다. 차기작은 공포영화 <그루지>, 넷플릭스 드라마 <타이거테일>, 소니 애니메이션 <위시 드래곤>의 목소리 출연 등. 반갑게도 존 조의 활용법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 켄 정 Ken Jeong 웃음을 선물하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족보를 알 수 없는 댄스 실력과 알몸 시연을 마다하지 않으며 웃긴 놈(혹은 미친 놈)을 자처한 켄 정은 때로 웃음의 묘약을 선물하러 다니는 사람처럼 보인다. 데뷔 초 켄 정은 ‘미국에서 제일 웃긴 의사’로 소개되곤 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명문 듀크대학에서 공부해 의사가 되지만, 코미디 쇼에 대한 애정을 숨길 수 없어 본업과 부업을 바꿔버린다. <행오버>(2009) 시리즈와 드라마 <커뮤니티>(2009~15)는 켄 정을 대체 불가의 코미디 배우로 만들었고, 시트콤 <닥터 켄>(2015~17)은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 켄 정의 능력을 재조명하게 만들었다. 켄 정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시트콤으로 풀어내 <닥터 켄>의 제작자, 각본가, 배우로 활약했다. 최근엔 공연 도중 응급처치로 관객의 목숨을 살리는 일도 있었는데, 이제는 ‘미국에서 제일 웃긴 의사’가 아닌 ‘의사 면허를 지닌 코미디언 배우’로 소개되고 있다. <구스범스2> <보스 레벨> 등 차기작에서도 켄 정은 기꺼이 제 한몸 던질 준비를 하고 있다. 랜들 박 Randall Park <앤트맨과 와스프>의 FBI 요원 지미 우의 임무는 가택 연금된 앤트맨을 감시하는 것. 하지만 결정적 순간엔 꼭 앤트맨보다 한발 늦어 앤트맨의 집 밖 활약을 돕는다. 지미 우의 인간적 면모는 랜들 박(왼쪽 사진 오른쪽)의 매력으로 치환됐고, 그의 마블 블록버스터 신고식은 성공적이었다. <앤트맨과 와스프> 이전에 랜들 박을 설명하는 단어에는 빠지지 않고 ‘김정은’이 등장했다.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 <디 인터뷰>(2014)에서 특별한 분장도 없이 살을 찌운 것만으로 북한 최고 지도자와 흡사한 이미지를 창조해, 논란의 영화 속 논란의 캐릭터 덕을 톡톡히 봤다. 1990년대 미국에 정착한 대만 가족의 이야기인 시트콤 <프레시 오프 더 보트>(2015~18)로 대중적 인지도를 쌓기까지 긴 무명의 세월도 통과했다. 한국계 미국 배우로, UCLA에서 영문학과 문예창작을 공부하면서 학교 내 아시아계 미국인 극단을 설립해 작가로 활동하다 배우가 됐다. 최근엔 DC의 블록버스터에도 진출했다. <아쿠아맨>에서 해양학자 닥터 신 역을 맡아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보여주는 랜들 박의 매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올리비아 문 Olivia Munn 올리비아 문은 중국계 베트남인 어머니와 영국과 독일 혈통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미국 오클라호마시티가 고향이고, 일본에서 생활한 적이 있으며, 오클라호마대학에서 저널리즘과 일본어를 공부했다. 배우가 되기 전 <폭스 스포츠>에서 인턴 기자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동양적이면서 서구적인 흑발의 미녀인 올리비아 문은 건강미와 지성미를 어필하며 차츰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는데, 그 매력이 제대로 빛을 발한 작품이 드라마 <뉴스룸>(2012~14)이었다. <뉴스룸>이 배우 발견의 보고였듯, 올리비아 문 역시 경제 전문가이자 보조 앵커인 슬로언 새비스 역을 맡아 스마트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했다. <엑스맨: 아포칼립스>(2016)에선 텔레파시 능력과 검술 실력을 갖춘 사일록 캐릭터를 연기했다. 주로 커리어의 상승 곡선을 그려나가는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블록버스터의 여전사’ 역할이 올리비아 문에게 주어졌던 것.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는 <더 프레데터>로 이어진다. <더 프레데터>에서 올리비아 문은 진화생물학자 케이시가 되어 무장한 남성들과 함께 외계의 빌런 프레데터에 맞선다. 그녀의 눈빛만큼 필모그래피도 점점 강렬해지고 있다.

DC 영화를 더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 10

올해 12월 DCEU의 신작 <아쿠아맨>이 개봉한다. 곧이어 내년 봄과 가을에 <샤잠!>과 <원더우먼 1984>가 개봉할 예정이다. 플래시의 솔로 영화인 <플래시 포인트>, 할리 퀸과 DC의 여성 캐릭터들을 앞세운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된 <블랙 호크> 등 제작을 확정 지은 작품들까지, DCEU의 새로운 작품들이 DC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DCEU는 슈퍼 히어로가 지닌 책임감에 대한 고찰과 고뇌에 포커스를 맞춰 어둡고 묵직한 세계관을 형성해왔다. 해외매체 <슬래시필름>은 이런 DC의 개성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슬래시필름>에선 DC를 새로운 방향으로 만들어줄 수 있을 캐릭터들을 소개했다. 일명 ‘DC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10. 부스터 골드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는 히어로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난다. 부스터 골드는 그와 거리가 멀다. 25세기, 잘 나가는 미식축구 선수였으나 한순간에 내리막길을 걷게 된 마이클 존 카터. 그는 히어로 역사 박물관에서 온갖 장비를 훔친 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인 20세기에 정착한다. 20세기에서 그는 미래에서 본 사건 사고를 미리 예지하고 방지하며 히어로로 거듭난다. 누군가를 도우려는 선량한 마음보단 유명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히어로 업무를 수행하는 캐릭터니 현 DCEU의 가치관과 가장 동떨어지면서 가장 색다를 캐릭터가 되시겠다. 9. 플라스틱 맨 도둑질을 위해 화학약품 공장에 간 엘 오브라이언. 그는 알 수 없는 물질이 든 약품 통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이후 신체 변형 능력과 탄성을 지닌 히어로 플라스틱맨이 된다. 애니메이션 <원피스> 속 루피, <인크레더블> 시리즈 속 일라스티 걸과 비슷한 능력. 자신의 시그니처인 고글을 벗으면 앞을 잘 볼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플라스틱맨은 DC 버전 데드풀이다. 쉴 새 없는 농담과 개그를 일삼는 캐릭터. DCEU에 합류하게 된다면 저스티스 리그 일원들의 진지함을 중화시켜줄 포지션을 담당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8. 자타나 자타나는 마법 능력을 지닌 히어로 겸 마술사다. 마법사 조반니 존 자타라와 신델라 자타라 사이에서 태어났다. 자타나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기 위해 슈퍼 히어로 세계에 발을 디딘 캐릭터다. 슈퍼 히어로라기엔 다소 낯선 마법사 코스튬이 인상 깊은 캐릭터. 언제 어디서든 히어로로 의심받지 않고 제 능력을 뽐낼 수 있는 실용성 최대 코스튬을 지녔다. 마법사인 일반인인지, 마법 능력을 지닌 히어로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자타나는 DCEU가 지닌 미스터리함을 가장 효과적으로 반영해낼 캐릭터다. 7. 데미안 웨인 이름이 꽤 익숙하다고? 맞다. 데미안 웨인은 브루스 웨인, 배트맨과 탈리아 알 굴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둘의 유전자를 이용한 인공 배양을 통해 태어난 캐릭터. 날 때부터 암살자로 자란 터라 훌륭한 전투 실력을 지니고 있다. 데미안 웨인은 매사 침착한 브루스 웨인과 정반대의 설정을 지녔다. 매사 자신의 방식을 고집하며 버릇없고 거친 일상을 보내는 소년. 고전적 사고방식을 뒤튼 캐릭터 설정이 DCEU에 신선함을 불러올 건 당연해 보인다. 데미안 웨인이 로빈이 되며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날 과정 역시 관전 포인트가 될 터다. 6.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는 히어로 애로우와 플래쉬의 서사에 등장한 빌런과 사이드 캐릭터가 총집합한 작품이다. 미래에서 온 타임 마스터가 개성 강한 슈퍼 히어로와 악당들을 한 팀으로 꾸려 악당에 맞서 지구 수호에 나선 이야기를 담았다. DC 유니버스의 온갖 캐릭터가 총출동한 이 작품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가 지닌 코믹스의 멀티버스, 크로스오버 컨셉에 DCEU 역시 흥미를 보인다면 캡틴 콜드, 히트 웨이브, 아톰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대형 스크린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 드라마에서만 보기엔 아깝다는 평이다. 5. 포이즌 아이비 포이즌 아이비는 <배트맨4-배트맨과 로빈>에 등장한 바 있다. 조지 클루니를 배트맨으로 앞세운 이 영화는 폭망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포이즌 아이비만은 다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포이즌 아이비는 DCEU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에 가장 적합할 캐릭터다. 현 DC에서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캐릭터 할리 퀸(마고 로비)과 나란히 <델마와 루이스> 같은 작품을 만들어내기에 더없이 적합할 캐릭터고, 포스트 <다크 나이트> 감성의 영화 속 빌런이나 안티 히어로로 활약하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일 캐릭터다. 4. 마샨 맨헌터 과자 오레오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녹색 화성인. 드라마 <슈퍼걸>에 등장해 인지도를 높였던 마샨 맨헌터는 존 존스란 이름을 지닌 화성인이다. 이 리스트에서 가장 진지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강력한 텔레파시 능력을 지닌 마샨 맨헌터는 슈퍼맨에 버금가는 신체 능력을 지닌 저스티스 리그의 인재다. 폭력과 대량 학살을 벗어나기 위해 지구로 온 캐릭터. 현대인이 처한 위기를 반영해낸 캐릭터라는 점에서 눈이 간다. 지금 만나기에 더없이 적절한 설정을 지닌 캐릭터. 3. 미드나이터와 아폴로 브로맨스가 대세인 시대. 슈퍼맨과 로이스 레인, 배트맨과 캣우먼만큼 위대한 러브라인을 자랑하는 DC 커플로 이들을 빼놓을 수 없다. 미드나이터와 아폴로는 언뜻 배트맨과 슈퍼맨의 관계와 비슷해 보인다. 외형 역시 그들에게서 모티브를 얻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배트맨과 슈퍼맨의 관계에서보다 이들의 관계에서 더 특별한 점을 꼽자면 두 히어로는 결혼한 사이라는 것. 미국 코믹스 역사에서 최초의 동성 결혼 장면을 만들어낸 히어로들이다. 불타는 사랑만큼이나 폭력적으로 묘사되는 히어로들의 액션 신 역시 주목할만하다. 2. 캡틴 캐럿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속 로켓 라쿤(브래들리 쿠퍼)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출연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와 함께 모험하며 2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렇다면 로드니 래빗, 우주 당근을 먹고 무적 히어로가 된 DC의 캡틴 캐럿 역시 DCEU에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캡틴 캐럿은 DC 코믹스 멀티버스(다양한 차원의 지구를 다룬 코믹스)의 지구-26에 등장하는 히어로다. 의인화된 동물 세계의 캡틴. 토끼라고 무시하면 곤란하다. 어떤 공격을 받아도 죽지 않는다는 점은 그만이 지닌 무기다. 1. 배트맨 갑자기 웬 배트맨이냐고? 어둡고 우울한 배트맨은 현 DC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트맨이 엄근진의 대표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1960년대 배트맨을 떠올려보자. 무고한 시민들이 다칠까봐 폭탄을 들고 이리저리 헤매고, 자신의 한쪽 다리를 노리는 상어를 물리치기 위해 로빈에게 상어 퇴치용 배트 스프레이를 요구하는 배트맨은 개그 캐릭터 그 자체였다. <레고 배트맨 무비> 속 자기애 강한 배트맨 역시 매력적이긴 마찬가지다. 히스 레저, 자레드 레토, 호아킨 피닉스가 창조해낸 각기 다른 조커가 있는 것처럼 색다른 배트맨 영화도 나올 수 있는 법. 재미있는 배트맨의 등장이 DC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황기석 촬영감독의 <암수살인> 포토 코멘터리

익숙한 듯 새롭고, 새로운 듯 익숙하다. 10월 3일 개봉한 영화 <암수살인>(감독 김태균)의 촬영은 노련하면서도 정교해 관객을 능수능란하게 들었다 놨다 한다. 이야기가 우직하게 전개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촬영감독이 누구인지 크레딧을 확인했더니 황기석이었다. 젊은 관객에게 생소한 이름일 수 있겠다. 1990년대 말 혜성처럼 등장해 영화 <친구>에서 ‘실버리텐션 기법’(필름 현상 과정에서 색소에 붙어 있는 은 입자를 씻어내지 않고 남기면 명암의 차가 커져 밝은 부분은 더 밝아지고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두워지면서 콘트라스트가 강한 영상이 만들어진다. 보통 회상 장면에서 쓰인다.-편집자)을 처음 시도하고, 현장 편집기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였고, 이후 <와니와 준하> <형사 Duelist>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여러 영화에서 좋은 촬영을 보여준 그다. 황기석은 한때 충무로에서 승승장구하다가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현재 미국 뉴욕에서 아이 둘을 키우며 촬영 일을 하고 있는 그와 이틀 연속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의 근황과 <암수살인> 촬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편, 인터뷰 직후 <암수살인> 실제 사건의 피해자 유가족이 ‘유족의 동의가 없는 상영은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영화 배급사인 쇼박스를 상대로 영화상영금지가처분 소송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1일 피해자 유가족측 소송대리인은 “영화 제작사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고 가처분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암수살인>은 예정대로 10월 3일 개봉하게 되었음을 밝혀둔다. 프롤로그 <암수살인> 촬영 컨셉 ‘스타일보다 스토리.’ 황기석 촬영감독과 김태균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 때 시나리오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동의했던 지점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고, 모든 인물이 사실적이기에 전형적인 형사영화의 서사 구조를 좇기보다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유기적으로 따라가보자는 의도에서 내린 판단이다. 이런 결론을 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시나리오가 지금 영화보다 좀더 장르적인 흐름이 있었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미국 뉴욕에서 지내던 황기석 촬영감독은 김태균 감독으로부터 폴 세잔의 포커 치는 두 남자 그림, 안톤 브루크너의 미완성 교향곡 9번 등 두 레퍼런스와 함께 촬영 제안을 받았을 때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가 “애매하고 추상적”이라고 생각했다. 황 촬영감독은 “김 감독이 뭔가 가지고 있는 것 같았고, 애매하고 추상적인 이미지에서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지 함께 찾고 싶었던 데다가 촬영감독 데뷔작인 <억수탕>을 함께했던 김 감독(당시 조감독), 강대희 조명감독과 20년 만에 뭉치고 싶었던 까닭에 다시 한국을 찾기로 했다”고 <암수살인>에 참여한 계기를 말했다. 현재와 과거가 상반된 빛 <암수살인>은 현재와 과거가 오가며 전개된다. 현재는 형사 형민(김윤석)이 살인자 태오(주지훈)를 만나 그로부터 얻은 단서를 좇는 이야기다. 과거는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태오의 범행 사실을 재구성한 형민의 ‘상상’이다. 황기석 촬영감독은 현재를 “무채색 도시의 느낌으로 표현”하기 위해 콘트라스트를 약하게 주었다. 반대로 회상장면을 “컬러풀하고 몽환적인 느낌”으로 보여주려고 했다. 회상 신은 코와 애너모픽렌즈를 장착한 애너모픽 카메라로 촬영됐다. “코와 애너모픽렌즈는 구형 모델의 단렌즈로, 이 렌즈로 찍으면 화면에 굴곡이 많이 맺힌다. 이렇게 촬영된, 왜곡이 심한 부분을 따로 잘라내붙인 화면이 회상 신이다.” 영화에 투입된 코와 렌즈는 40, 50mm 두 종류가 투입됐다. 카메라 두대 이상이 투입되는 몇몇 회상 신은 코와 렌즈를 수급하는 게 쉽지 않아 쿡 애너모픽렌즈도 섞어 사용하기도 했다. 접견실 프로덕션 디자인 교도소 접견실은 형민과 태오가 수차례 만나 설전을 벌이는 중요한 공간이다. 황 촬영감독은 접견실이 “영화에서만 존재하는 공간”인 동시에 “어느 교도소에 가도 있을 것 같은 공간”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처음에는 프로덕션 디자이너가 설계해 보여준 공간이 황 촬영감독의 생각과 많이 달랐다. 접견실을 참고할 만한 자료가 워낙 없었던 탓에 제작진은 형민의 실존 모델인 김정수 형사가 찍은 휴대폰 동영상 속 실제 접견실을 참고해 접견실을 만들어나갔다. “스타일보다 스토리가 중요했기에 오픈 세트에서 공간을 디자인할 때 빛이 어느 방향으로 들어오는지부터 정한 뒤 카메라와 조명을 그것에 맞춰 설계했다”는 게 황 촬영감독의 얘기다. 접견실 신 촬영 설계 접견실 신에서 황 촬영감독의 촬영은 수시로 변화하는 형민과 태오, 둘의 관계와 상황을 정교하게 반영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마주 앉는 접견실 신은 서로의 속내를 알 수 없는 형민과 태오의 관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게 관건이었다. 창문 유리에 반사된 빛이 인물의 얼굴을 종종 가리고, 카메라가 180도 라인을 넘나들며 둘의 시선을 일치시키지 않은 것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됐다. 둘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장면의 의도와 인물의 감정에 따라 유리 반사와 180도 규칙 깨뜨리기는 강도를 달리한다. 카메라가 180도 라인을 넘나들 때마다 인물에 떨어지는 그림자 또한 방향이 달랐는데 황 촬영감독은 그림자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도 함께 신경 썼다고 한다. 형민이 태오의 실체를 드러내고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마지막 접견실 신은 유리 반사와 180도 규칙 깨뜨리기가 전혀 시도되지 않는다. “모든 게 선명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은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법칙대로 찍었다.” 또 창문이 많은 오픈 세트인 까닭에 조명은 기본적인 세팅을 갖추되 날씨 변화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절됐다. 조명과 색보정 색보정 작업에서 색을 빼거나 더한 건 거의 없다. 황 촬영감독은 여러 전작들에서 촬영한 부산이라는 도시를 잘 알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만큼은 부산을 무채색 도시로 염두에 두고 찍었다. 미국에서 개퍼(DP 시스템에서 조명을 담당하는 스탭)로 활동하고 있던 황 촬영감독과 당시 공연영화를 준비하느라 공연 조명에 관심이 많던 강대희 조명감독이 유독 조명에 신경 쓴 장면은 회상 신이었다. “회상 신의 거의 모든 장면이 밤 시간대라 좀더 화려하고 원색적인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 파트너로서의 김윤석 김윤석과 주지훈 모두 처음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다. 황 촬영감독은 “나는 김윤석씨와 잘 맞았다. 까탈스러움까지 나와 비슷했다. (웃음) 까탈스러움은 열정에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암수살인>을 하면서 시작된 인연은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 <미성년>으로까지 이어졌다. 황 촬영감독은 <미성년>을 촬영하고 뉴욕으로 건너갔다. “<미성년>을 찍으면서 김윤석씨와 둘도 없는 파트너가 됐다. (웃음)” 에필로그 새로운 출발 현재 황기석 촬영감독은 뉴욕에서 지낸다. 뉴욕은 중학교 1학년 때 가족과 함께 이민간 곳이다.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대학 2학년 때인 21살부터 개퍼로 뮤직비디오, CF 일을 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했던 황 촬영감독이 다시 미국으로 건너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아서다. 또 하나는 더이상 “생계형 촬영감독이 되는 게 싫”었다. “한국 사회는 나이가 들면 내 경험과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반면 미국은 아직도 활발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어서 이곳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이 그가 현재 뉴욕에서 공연 촬영, 조명 관련 일을 하고 아이 둘을 키우며 사는 이유다. 그렇다고 그가 한국영화를 완전히 손에 놓은 건 아니다. “<암수살인>처럼 좋은 기회가 들어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그 점에서 좋은 작품을 만나게 해준 김태균 감독에게 꼭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힘든 상황에서 끝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연민의 시선으로 작품을 이끌어가지 않았다면 이 영화의 진솔함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촬영을 오래 보고 싶다. 사용한 카메라와 즐겨 쓴 렌즈 카메라_ 아리 알렉사 SXT(Arri Alexa SXT) / 아리 알렉사 미니(Arri Alexa Mini) 렌즈_ 자이스 마스터 프라임 렌즈(Zeiss Master Prime Lens) / 아리 알루라 스튜디오 줌렌즈(Arri Alura Studio Zoom Lens) / 코와 애너모픽렌즈(Kowa Anamorphic Lens) / 쿡 애너모픽렌즈(Cooke Anamorphic Lens) 180도 법칙은 무엇인가 인물들의 시선을 일치시키는 방식으로 영화 편집의 기본 규칙이다. 대화하거나 마주 보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좌우 위치가 언제나 같아야 인물들이 주고받는 시선이 튀지 않고 연결된다. 보통 대화 신을 찍을 때 ‘숏/리버스 숏’ 구도로 찍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1989)나 왕가위의 <아비정전>(1990)처럼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180도 규칙을 일부러 깨뜨리기도 한다. 180도 라인을 넘나드는 장면 촬영을 할 때 특별한 렌즈를 쓰지 않았다. 촬영의 기본 컨셉이 화면 속 인물의 사이즈(클로즈업, 미들숏, 와이드숏)와 상관없이 한 발짝 떨어진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접견실 신은 롱렌즈(텔레포토 렌즈라고도 하며, 표준 렌즈보다 초점 길이가 긴 렌즈를 뜻한다) 위주로 촬영했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카메라와 피사체(인물)간의 거리가 멀어졌다. “크고 무거운 줌렌즈로 핸드헬드의 느낌을 내기 위해 번지캠(카메라를 고무줄에 매달아 흔드는 장비)을 투입해 카메라를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필모그래피 <억수탕>(1997) <친구>(2001) <와니와 준하>(2001) <똥개>(2003) <우리 형>(2004) <형사 Duelist>(2005) <아이스케키>(2006)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소년은 울지 않는다>(2008) <달려라 자전거>(2008) <통증>(2011) <후궁: 제왕의 첩>(2012) <공정사회>(2012) <열한시>(2013) <암수살인>(2018)

배우가 본업인 출연진들의 영화 속 모습

양꼬치엔 칭따오! 특파원 정상훈이 영화 <배반의 장미>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배반의 장미>는 함께 죽기 위해 결성된 클럽 멤버들의 소동을 그린 영화로, 정상훈은 한물 간 시나리오 작가, 심선 역을 맡았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쇼 (Saturday Night Live)의 국내 버전, 크루로 활동하며 전성기를 맞이한 정상훈. 이 때문에 예능인의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았지만 그는 1998년 SBS 시트콤 <나 어때>로 데뷔한 후, 쭉 연기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다. 이전에도 <화산고>, <영어완전정복>, <전설의 고향> 등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2016년 개봉한 <덕혜옹주>에서는 독립운동가 복동 역을 맞아 코미디를 벗어난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배반의 장미>로 돌아온 정상훈과 함께, 의 다른 크루들의 영화 속 모습이 궁금해진다. 본업은 배우인 그들의 스크린 속 활약을 모아봤다. 고경표 이제는 예능인보다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확실히 자리 잡은 고경표. 그는 2010년 KBS2 드라마 <정글피쉬 2>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장진 감독이 이끄는 시즌 1~3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에서 그는 군인, 범생이 등 다양한 역할들로 코믹한 모습을 보여줬다. 시즌3에서는 반듯한 이미지를 살려 장진과 함께 고정 코너인 '위켄드 업데이트'의 앵커를 맡기도 했다. 고경표는 시즌3를 끝으로 에서 하차, 연기에 전념한다. 이후 출연작으로는 드라마 <감자별 2013QR3>, <응답하라 1988>과 영화 <하이힐>, <차이나타운>, <7년의 밤> 등이 있다. 영화에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돈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 조직폭력배 치도 역을 맡아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으며, 정유정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7년의 밤>에서는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가는 서원 역을 연기했다. <7년의 밤>의 후반부, 철창 사이로 아버지(류승룡)를 마주하며 울분을 토하는 서원의 모습에서는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고경표를 볼 수 있었다. 김슬기 낳은 스타, 김슬기. 그녀는 를 통해 데뷔했다. 그러나 출연과 함께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 등 장진 감독의 연극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에서 귀여운 외모와 상반되는 걸쭉한 입담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에는 여러 드라마, 영화로 영역을 넓혔다. 영화 대표작으로는 <국제시장>, <국가대표2>, <조작된 도시> 등이 있다. 1400만 관객을 동원한 <국제시장>에서 그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덕수(황정민)의 동생 끝순 역을 연기했다. 끝순은 풍족하지 않는 가정을 한탄하는 등 오빠와 달리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드라마 중심의 영화 속 코미디를 담당했다. 부산 출신답게 완벽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밉지만 정감 가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주로 감초 역할로 활약했던 영화와 달리 <연애의 발견>, <오 나의 귀신님> 등의 드라마에서는 주연을 맡아 섬세한 내면 연기 등 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상훈 의 코너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안철수를 패러디한 '안쳤어'로 많은 웃음을 선사한 이상훈. 그는 이전, 주로 성우로 활동했다. 1990년대부터 <도라에몽>, <본 아이덴티티>, MBC 라디오 드라마 <격동 50년> 등 50개가 넘는 외화, 드라마 등에서 목소리로 활약했다. 성우 외에도 <황산벌>, <거룩한 계보> 등의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그가 코믹한 캐릭터를 그대로 살려 출연한 작품이 2013년 개봉한 <파파로티>다. 학주 역으로 등장한 그는 조직폭력배 고등학생, 장호(이제훈)에게 겁먹어 말을 더듬는 등 마치 콩트 같은 상황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김민교 눈알 연기의 달인, 김민교도 배우가 본업이다. 2001년 장진 감독의 <킬러들의 수다>의 단역으로 처음 관객들을 만나고, 2003년 영화 <동승>으로 주연에 데뷔했다. 이후 많은 작품들에 출연했지만 주로 단역으로 등장,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그는 <하이힐>, <조작된 도시> 등의 영화에서도 조연배우로 활약했다. 그리고 16년 만에 주연으로 참여한 작품이 <머니백>. 하나의 돈 가방을 두고 7명의 인물들이 꼬리 물기 식의 추격전을 벌이는 영화에서 김민교는 사채업자, 양아치 역을 맡았다. 그는 빚을 갚지 않는 민재(김무열)에게 칼을 들이밀며 협박하는 등 살벌한 연기를 보여줬다. 사백안의 커다란 눈을 무섭게 활용한 사례. 반면 상사인 백사장(임원희)에게는 살려달라 비는 등 찌질한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김원해 에서 이명박, 진중권 등 여러 인물로 빙의해 웃음을 준 김원해는 90년대 초부터 배우로 활동했다. 1991년 뮤지컬 <철부지들>들로 데뷔한 후 여러 영화, 드라마, 뮤지컬에 출연했다. 그리고 2011년 유명 뮤지컬 <난타>의 캐스팅과 함께 의 크루가 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후 <히말라야>, <로봇, 소리> 등의 작품에서는 보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했다. 그중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2016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 그는 비리 형사 한도경(정우성)의 정보원인 작대기 역을 맡았다. 마약중독자인 그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흐리멍덩한 눈과 정신 나간 듯한 웃음 등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간 쌓아온 김원해의 연기 경력이 빛을 본 순간. 김성수 감독은 김원해에 대해 "기본기와 개인기가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캐릭터를 더욱 실감 나게 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직접 삭발하는 등 실제 마약중독자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정연주 시즌 6~7의 크루 정연주. 그녀는 2011년 윤가은 감독의 단편영화 <손님>으로 데뷔한 후 <마녀의 연애>, <리턴매치> 등 여러 드라마, 단편영화를 거치며 연기 경력을 쌓았다. 로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그녀는 본격적으로 장편영화로 진출한다. 그중 주연을 맡은 <아기와 나>에서는 갑작스레 아기, 남편을 두고 사라진 여인 순영을 맡았다. <아기와 나>는 남편 도일(이이경)의 심리를 중심적으로 그린 영화다. 그러나 후반부, "무서워서" 단 한마디로 가출 이유를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사랑, 두려움 등 여러 감정이 느껴졌다. 이후 정연주는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4차원적인 공무원을, <탐정: 리턴즈>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남편이 실종된 여인을 연기하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