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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제57회 뉴욕영화제 지상중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화제

올해에도 어김없이 아카데미를 앞두고 다수의 화제작이 뉴욕영화제(이하 NYFF)를 찾았다. 올해로 제57회를 맞은 NYFF에서는 개막작으로 수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아이리시맨>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이 작품은 미국의 유명한 노조단체 대표였던 지미 호파 실종사건에 관여된 것으로 추정되는 실존 갱스터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아이리시맨> 기자 시사회에는 미국 전역의 평론가들이 첫 상영에 참석하기 위해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 시어터를 가득 채웠다. 상영시간이 3시간 30분가량인 덕분에 조금 이른 오전 9시에 시사회가 열렸으나, 기자들은 상영시간 2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극장 앞에서 줄을 서며 영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스코시즈 감독의 작품 속 얼굴로 친숙한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조 페시, 하비 카이텔 등을 비롯해 40여년 동안 함께 작업하기를 꿈꿔왔다는 알 파치노도 캐스팅에 가세했다. 특히 이제는 70, 80대가 된 이 배우들이 ‘디에이징’(De-aging VFX) 테크닉을 통해 40~50대부터 노년까지 연기해 더욱 눈길을 모았다. 이 작품은 11월 1일 뉴욕과 LA에서 한정 개봉한 후, 11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아이리시맨>의 로튼토마토 지수는 100%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27일부터 10월 13일까지 계속된 올해 NYFF에서는 총 29편의 장편 극영화가 메인 슬레이트 섹션으로 소개됐고, 13편의 장편다큐멘터리가 스포트라이트 섹션에서 소개되는 등 17일 동안 153편의 장·단편 작품들이 상영됐다. 영화제 센터피스 부문에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 작품에는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 로라 던, 레이 리오타, 앨런 알다 등 호화 배역이 출연한다. 폐막작으로는 에드워드 노튼이 각본과 감독, 주연, 제작을 모두 담당한 <머더리스 브루클린>이 소개됐다. 이 작품에도 역시 노튼을 비롯해 브루스 윌리스, 구구 바샤 로, 윌럼 더포, 알렉 볼드윈, 체리 존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두 작품 모두 뉴욕을 배경으로 한 것은 물론 과거에 초청됐던 영화인들의 작품이라 NYFF 특유의 ‘뉴욕 사랑’은 올해도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NYFF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후 국내 개봉도 했고 각종 영화제에서 상영을 마쳤으나, <기생충>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기생충>은 NYFF 기간 중 뉴욕 프리미어를 가진 후 영화제가 끝나기 전인 지난 10월11일 뉴욕과 LA 극장 3곳에서 한정 개봉을 시작했다. 배급을 담당한 네온측에서 북미 개봉을 앞두고 토론토국제영화제부터 이어지는 대대적인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어, NYFF 기간 중 SNS에서 봉 감독이나 <기생충>에 대한 기사를 다루지 않은 매스컴이 없을 정도였다. <기생충>은 현재 로튼토마토 99%의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으며, 개봉 주말 스크린당 수익이 12만 5421달러를 기록해 올해 개봉작 중 최고의 스크린당 수익을 올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6년 개봉한 <라라랜드>의 뒤를 이어 3년 만에 두 번째 큰 수익을 올린 작품으로 꼽히게 됐다. 이 기록은 올타임 스크린당 수익 랭킹 중 18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같은 <기생충>의 흥행을 보도하는 미국 내 평론가들과 미디어 관계자들은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국어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부문에서 수상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에 이어 <기생충> 역시 외국어작품상 부문뿐만 아니라, 일반 부문 후보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NYFF 기간 중 봉준호 감독은 2회에 걸친 <기생충> 일반 상영회에 출연배우들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것은 물론, 뉴욕 개봉을 앞두고 IFC 센터에서도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영화제 상영회와 IFC 센터 특별 상영회는 짧은 시간 내에 모두 매진됐다. 또 봉 감독은 영화제에서 매년 화제의 감독에게 마련하는 별도의 행사인 ‘디렉터스 다이얼로그스’에도 참석해 작품세계에 대한 심도 깊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외에도 눈길을 끈 작품들로는 마이클 앱티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업> 시리즈 신작 <63업>, 켈리 리처드 감독의 <퍼스트 카우>, 타냐 시프리아노 감독의 다큐멘터리 <본 투 비> 등이 있다. 내년 초 미국 내 개봉예정인 <퍼스트 카우>는 리처드 감독의 차분하고 섬세한 극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남자들 사이의 우정을 독특한 스토리라인으로 아름답게 풀어가 평론가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본 투 비>는 뉴욕 마운트 시나이 병원에서 시작된 성전환 수술 전문의 제스 팅과 그의 환자들을 다뤄 호평을 받았다. 특히 트럼프 정권의 방침으로 LGBTQ 커뮤니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고, 이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의 보험혜택도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있어 이같은 문제를 조명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이번 NYFF에서는 이미 타 영화제에서 큰 성과를 거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 감독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코르넬리우 포룸보이우 감독의 <더 휘슬러스>, 마르코 벨로치오 감독의 <더 트레이터>,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와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감독의 <바쿠라우>, 올해 초 사망한 아녜스 바르다 감독의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등도 소개돼 뉴욕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한편 올해 NYFF에는 넷플릭스에서 <아이리시맨>과 <결혼 이야기>,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티크> 등을 출품했고, 배급사 키노에서 <바쿠라우>를 비롯해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시너님스>, 장 피에르 다르덴과 뤽 다르덴 감독의 <영 아메드>, 칸테미르 발라고프 감독의 <빈폴> 등을 출품했다. 반면 지난해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콜드 워>만을 소개하는 데 그쳤던 아마존의 경우 올해 아무 작품도 출품하지 않았다. ●월드 프리미어 <아이리시맨> 기자회견 - 우리는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늘 다시 모였다 제57회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아이리시맨>이 최초로 공개됐다. 시사회 후 스코시즈 감독을 비롯해 배우 로버트 드니로·알파치노·조 페시 그리고 프로듀서 에마 틸링거 코스코프와 제인 로젠탈 등이 참여한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이번 작품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제인 로젠탈_2007년 다른 작품을 준비하던 중에, 로버트 드니로가 이번 작품의 원작(찰스 브란트의 논픽션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스>)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촬영 기간도 길었다고 하던데. =마틴 스코시즈_길었지. 106일이었나? =에마 틸링거_코스코프 108일! 마틴 스코시즈_사람들 앞에서 거짓말했네. (웃음) 하지만 따져보면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로버트 드니로와는 <카지노>를 찍은 1995년부터 함께할 작품을 계속 찾았다. 늘 서로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확인하곤 했다. 계속 기회가 없다가 드디어 작품을 찾은 거다. 지인이 책(원작)을 주면서 시작된 거지? =로버트 드니로_맞다. 처음엔 캐릭터 리서치로 읽었다. 마틴 스코시즈_책을 읽고 캐릭터에 상당한 애착을 느꼈다. 그다음엔 더 얘기할 필요가 없었다. 전화를 여기저기 돌리기 시작했다. 이게 아마도 10년 전 일이지? 그때부터 알 파치노와 조 페시도 함께할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알 파치노와 늘 함께 작업하고 싶어 했다고 들었다. 마틴 스코시즈_오랫동안 그랬다. 알과 처음 만난 게 1970년이었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가 소개해줬다. 수년간 서로 다른 작품을 하다가 <모딜리아니>라는 영화로 함께 작업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그러다 한 6년 전이었나? 이 작품에 대해 얘기하려고 베벌리힐스에서 만났다. 그때 이렇게 말한 기억이 난다. “이 영화, 정말 만들 수 있는 거냐”고. =알 파치노_그랬지. 마틴 스코시즈_더 나이 들기 전에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좀 늦춰졌는데, 기술적인 면도 큰 이유였다. -알 파치노는 이번 작품에서 전설적인 인물 호파를 연기했다. 알 파치노_물론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 자료를 구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 내가 <형사 서피코>를 연기할 땐 그 사람(실존 인물)이 촬영장에 있었는데. (웃음) 지미 호파의 경우 내가 자랄 때 워낙 크게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었다. -다시 리듬을 찾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마지막으로 셋이 함께 작업한 것은 <카지노>였고 벌써 20년이 지났다. 로버트 드니로_마티(마틴 스코시즈)와 나는 몇번 더 작업할 기회가 있었는데 열매를 맺지 못했다. 이번 작품에 대해 마티, 조와 따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왔다. 마티가 작업하는 방식을 존중해주면서 제작비를 지원할 사람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마틴 스코시즈_그게 가장 중요한 키였다. 오랫동안 제작비를 지원해줄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디에이징 프로세스가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한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헬멧이나 테니스공을 쓰지 않고도 가능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테스트를 몇년 전에 해봤는데 비용이 무척 많이 들어갔다. 그러다 넷플릭스 관계자들이 ‘한번 해보자’고 결정했다. 창작적인 면에서 자유를 줬다. 물론 가끔 노트를 주기는 했지만 참조할지 안 할지는 우리의 결정이었다. 포인트는 페스티벌에서만 상영하게 되더라도 꼭 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데 모두가 의견을 모았다. 때로는 나이 들면서 사람들이 변하는 경우도 있고 서로 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았다.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늘 다시 모였다. 알과도 드디어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 반갑기도 했지만 모두가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것을 즐거워했다. ●<63업>의 마이클 앱티드 감독 인터뷰 -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 기쁘다 뉴욕영화제 기간 중 다큐멘터리계의 거장 마이클 앱티드 감독과 만났다. 앱티드 감독은 지난 60년대부터 <업> 시리즈를 통해 7년마다 사회계급이 다른 영국인들의 성장과 생활을 지켜보는 인터뷰를 선보인 바 있다. 그와 인터뷰를 잡은 10월 5일은 뉴욕에서 코믹콘이 한창 열리던 날이었다. 코믹콘 행사로 맨해튼 일대는 심한 교통체증을 겪었고, 때문에 인터뷰 일정보다 늦게 나타난 앱티드 감독은 미안해하며 일대일 인터뷰로는 제법 긴 시간을 할애해주었다. -이번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63업>은 아홉 번째 <업> 시리즈 작품이다. 지금까지 시리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까지 시리즈에 참여한 멤버들에게 지난 7년간 일어난 일들을 담았으니 늘 새로운 이야기다. 원래 별도의 연락을 하지 않는 편이다. 어떤이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독특한 방식이다. 아마도 자신의 인생 전체를 이런 필름으로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이제 없을 거다. 내 작업을 카피하려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다 도중에 그만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운이 좋았다. -한국에도 당신 작품을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언어와 국가의 장벽을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가 의미를 갖는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변화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번 <63업>은 죽음에 대해서도 많이 다룬다. 지금까지 함께해왔던 멤버 중 한명이 사망했고, 멤버 닉은 암 투병을, 재키는 거동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다행히 닉은 아직 우리와 함께 있다. 재키는 몸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강인한 성격이기 때문에 큰 걱정이 되진 않는다. 이번 시리즈 중 호주 촬영분이 있었는데 촬영 중 닉에 대한 연락을 받았다. 암에 걸렸고, 죽어가고 있다고. 그래서 이번 촬영에는 참여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내용이었다. 닉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중 호주 촬영분을 끝내기 직전에 닉이 연락해왔다. 미국에 거주 중인데, “제발 와달라. 오래 얘기하긴 힘들지만 잠깐이라도 얘기하고 싶다”고 하더라. 정말 겁나더라.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처음에 닉은 20분 동안 질문 몇 가지 정도는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닉과의 인터뷰는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됐다. -일부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촬영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을 고수하고 그들의 생활에 관여하지 않기도 하는데, 본인은 어떤지. =당연히 도울 수 있으면 도움을 준다.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사람들에게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관여하는 편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면 안 된다. -근래 재능 있는 신예 감독들의 다큐멘터리 작품을 극장은 물론이고 스트리밍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플랫폼의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나.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되도록 많은 작품을 챙겨 보는 편이다. 어떤 변화가 있고, 어떤 부분에서 변화가 가장 큰지 등에 대해서도. 내가 죽은 후에도 계속 다큐멘터리를 만들 사람들이 궁금하다.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 기쁘다. -일부 감독들은 스트리밍 서비스나 디지털 촬영 방식을 반대하기도 하는데. =디지털 방식을 통해 실시간으로 무한대 촬영이 가능해지지 않았나. 촬영시간이 자유로워졌다. 이제는 많은 스탭이 필요없다. 2, 3대의 카메라로 동시 촬영을 할 때에도 소규모 스탭을 유지한다. -한국에도 신예 다큐멘터리 감독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들에게 조언한다면.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은 대상을 위한 것이지 나 자신(감독)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거다. 많은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자신에 대해 작품을 만든다. 지금처럼 이렇게 편리한 테크놀로지가 있으니 이를 잘 활용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었으면 한다. 일종의 다큐멘터리언으로의 서약이라 생각한다. 나는 내가 작품의 한 파트가 되지 않는다. 포커스는 늘 다른 이의 인생을 담는 것에 맞춰져야 한다.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둔 패트와 매트의 소동극

1976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체코의 텔레비전 시리즈 <패트와 매트>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대명사로 무엇이든 뚝딱뚝딱 만들고 고쳐내는 패트와 매트 콤비는 40년 이상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 영화는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겨울을 배경으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앞둔 패트와 매트의 소동극을 담는다.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특별한 요리와 함께 이들만의 새해 인사를 전하는 패트와 매트. 모든 과정이 독창적이고 때로는 담대하기까지 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뭐든 만들어내고 해결해내는 엉뚱하지만 귀여운 듀오의 톡톡 튀는 행동 전반을 관망하는 즐거움이 크다. 매트에게 새로운 줄무늬 털모자를 선물하기 위해 포장지를 찾던 패트는 쭈글쭈글해진 포장지를 펴기 위해 다림질을 시작한다. 그때 패트 집의 벨을 울린 매트 때문에 포장지는 타버리고, 이를 발견한 매트는 자신이 패트를 위해 쓰려던 포장지를 기꺼이 반으로 나눠준다. 매트 역시 패트를 위해 새로운 빵모자를 준비한 것. 그럼에도 부족한 포장지에, 액자 속 사진과 그림을 잘라내 선물을 포장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에피소드는 특히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어린이 관객에게 유쾌함을 선사함과 동시에 어른 관객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며 전 연령층에 걸쳐 호응을 얻어낼 애니메이션이다.

[내 인생의 영화] 고명성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해리슨 포드, 숀 영 / 제작연도 1982년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난감하다. ‘제일’이라는 말엔 한편만이라는 무언의 압박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 입장에선 그러하다. 내 인생의 영화는? 이 질문엔 전광석화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영화가 있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82년작 <블레이드 러너>다. 기억이라는 것은 시간의 흐름과 동시에 꿈틀거린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감정과 상황, 향후 비칠 자신을 위해 그 기억은 왜곡되고 나아가 정당화되며 삭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왜곡되지 않고, 잊히지 않고, 나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를 보았을 때고 이 영화가 내 인생 영화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명화극장> <토요명화> <주말의 명화>…. 지금처럼 채널 선택권이 많지 않았던 어린 시절, 지상파의 이들 방송은 내가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임과 동시에 이국적인 세계를 브라운관을 통해 접할 수 있는 통로였으며 방송에서 보내는 시그널송은 나를 비현실적 세계로 안내해주는 문지기였다. 밤늦게 거실의 불을 끄면 언제나처럼 이국적 세계로 안내할 <주말의 명화> 시그널송이 시작되었다. 광고가 끝나고 시작된 이 영화는 2019년의 미래를 처음부터 어둡고 칙칙하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몽환적인 세계로 이끌었고 묘한 느낌마저 들게 해주었다. 데커드(해리스 포드)가 레이첼(숀 영)을 붙잡고 격정적으로 키스하는 장면에선 모호한 감정에 가슴이 두근거렸으며 동시에 시선은 안방으로 향했다. 자고 있을 엄마가 이 타이밍에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함이었다. 초등학생이 감히 이런 영화를! 죄책감이 들었지만 은밀하고 야릇했다. 그렇게 이 영화와 나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90년대 초반 감독판 <서기 2019 블레이드 러너>라는 타이틀로 재개봉 했을 땐 고등학생이었고, 극장에서 이 영화의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어릴 때 느꼈던 모호한 감정은 퇴폐미와 공허함으로 다가왔고,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흥분되었다. 영화 속 반젤리스의 O.S.T는 그 느낌을 충분히 구현해주었고, 레코드점에서 사운드트랙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등하굣길에 언제나 함께했다. 영화는 예민했던 10대 중반의 나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었다. 2000년대 중반 일본 유학 시절, 가전 양판점에서 우연히 <블레이드 러너> 한정판 DVD 세트를 발견했다. 모든 버전과 워크프린트, 메이킹필름은 물론 당시 스토리보드와 유니콘, 스피너 비행차량 피겨까지!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남아 있는 수량은 하나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하던 내겐 큰 부담이었지만, 선택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점원에게 다른 이에게 팔지 말 것을 신신당부하고 황급히 은행에서 돈을 인출했다. 추억과 함께 내 인생의 영화는 그렇게 재회했고, 그 한정판 박스는 지금도 나와 가까운 곳에 머물러 있다. 좋아서 혹은 배움을 위해 보았던 멋진 영화는 많으며 훌륭한 영화도 많다. 하지만 1989년 어느 날, 불 꺼진 거실의 텔레비전 브라운관에서 흘러나왔던 이 영화가 지금 나에게 이 일을 하게끔 안내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30년이 지난 2019년은 이 영화의 배경이며 내가 영화를 개봉한 해이기도 하다. 결과론적 우연이라 할지라도 이 영화는 내 인생 가까운 곳에서 배회하고 있었고, 삽입곡 가 몇년째 휴대폰 착신음인 건 나 역시 이 영화 가까운 곳을 배회하고 있었기 때문 아닐까. 훗날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내 인생의 영화’로 남아 있을 이 영화에 애정을 담아 감사를 표하고 싶다. ●고명성 영화감독. <사요나라 안녕 짜이 >(2009), <열두 번째 용의자>(2019) 연출.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옛날 옛적 촬영장에서

지난 10월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내 이름은 돌레마이트>는 오늘날 블랙 무비가 장르로서 발휘할 수 있는 고유한 매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영화의 주인공은 랩과 힙합의 선조로 간주되는 미국의 실존 엔터테이너 루디 레이 무어(에디 머피). 선정적 운문을 비트에 실어 공연하던 코미디언 루디는 어느 날 영화의 파급력에 눈뜨고, 필름의 ‘필’자도 모르는 채 친구와 영화과 학생들을 모아 액션 코미디 <돌레마이트>를 무작정 크랭크인한다. 영화 <내 이름은 돌레마이트>가 흥이 오르기 시작하는 것도 이때부터. 일찍이 <에드 우드>(1994)를 쓴 각본가 스콧 알렉산더와 래리 카라제브스키는 최악의 테크닉과 최선의 열정이 뚝딱뚝딱 영화 한편을 지어 올리는 광경을 사랑스럽게 그린다. 에디 머피도 최상급 연기를 보여주지만, 웨슬리 스나입스, 다빈 조이 랜돌프, 키건 마이클 키 등 조연진도 틈만 나면 영화를 가로챈다. 10/21 인간은 직접 겪지 않은 시간에 대해서도 노스탤지어를 품을 수 있다. 문화의 시차(time lag) 덕분이다. 예를 들어 세기말 즈음 1980년대생 젊은이들은 1960년대생 대중 예술가들의 과거가 당긴 성장담으로 청춘이라는 개념의 한켠을 완성하고 내면화했다. 물론 1960년대생들의 10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형성됐을 것이다. 평생 10편만 만들겠다고 예고한 1963년생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아홉 번째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원스 어폰 어 타임>)가 그리워하는 시대는,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도래로 1960년대 말에 막을 내린 고전기 할리우드다. <펄프 픽션>(1994)으로 현대영화의 게임 규칙을 갈아치우고 40대까지도 악동 소리를 들은 장본인치고는 다소 뜻밖의 그리움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황금기’의 막바지인 1969년- <이지 라이더>와 <미드나잇 카우보이>가 이해 개봉했다- 의 할리우드를 두 남자와 한 여자의 궤적을 따라 소요한다. 이중 한명은, 엇나간 일부 히피족을 흡수한 맨슨 일당에게 1969년 8월 잔혹하게 살해된 배우 샤론 테이트(마고 로비)다. <악마의 씨>(1968)로 주가를 높인 감독 로만 폴란스키와 막 결혼해 배우로서 밝은 미래를 기다리던 샤론 테이트의 생이 광포하게 찢겨나간 비극은 저널리스트들에 의해 고전기 할리우드의 낙일(落日)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그리움과 애수는 타란티노 영화와 관련해 좀처럼 끌려나오는 단어가 아니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는 영화 전반에 드리워진다. 제목부터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넓은 의미의 동화다. 당대 할리우드의 사실주의적 재현이 아니라 타란티노가 그 시대 텔레비전과 영화에 탐닉하며 상상한 그 너머의 세계다. 영화인들이 차를 몰아가는 할리우드 대로는 오렌지 빛으로 출렁이고, 들릴 듯 말 듯한 당시 라디오의 음향이 영화 초반 30분을 감싼다. 실존 영화인들의 일화를 고증했으나 고증된 일화는 타란티노가 상상한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타일로 쓰인다. 누구나 아는 패스티시의 귀재 타란티노는 그맘때 텔레비전 서부극과 범죄 시리즈, 연예 뉴스를 감쪽같이 복제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를 들락거리게 함으로써 이 동화에 완벽한 삽화를 만들어넣는다. 그리고 1960년대 말 10대 배우로서 현장에 있던 커트 러셀에게 내레이터를 맡긴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주인공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은 전성기를 지나 TV시리즈 조연급으로 밀려나는 중인 배우다. 우리는 브래드 피트가 릭의 스턴트 대역 클리프 부스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영화산업의 변화에 따라 둘의 지위가 뒤바뀌는 <이브의 모든 것>식 드라마를 예상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주역은 시대의 무드이기 때문에 그런 전개는 일어나지 않는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대놓고 보수적이다. 릭과 클리프는 한배를 타고 업계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릭의 치다꺼리를 도맡는 클리프는 “형제 이상 부부 이하” 친구이자 릭에게 질투도 경쟁도 하지 않는 관계로 그려진다. 뭐니 뭐니 해도 각자의 일을 주어진 자리에서 하는 시대인 것이다. 타란티노는 영화에서 베벌리힐스 언덕에 자리한 릭의 저택과 퇴근 후 클리프가 돌아가는 계곡에 자리한 남루한 트레일러를 뚜렷이 대비시킨다. 그러나 클리프에겐 박탈감의 흔적이 없다. 차도에 붙어 있는 릭의 집 또한 정문과 진입로를 갖춘 이웃 폴란스키 저택에 비하면 초라하다. 그럼에도 릭은 폴란스키 집에 초대받길 희망할 뿐 그에게 반감은 드러내지 않는다. 불평등은 자연스럽게 수용된다.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타란티노가 애정을 표하는 올드 할리우드는 수직통합된 스튜디오 시스템을 중심으로 스탭들이 확고한 위계 속에서 맡은 바 노동을 하며 영화 공장을 돌리는 세계다. 에이전트(알 파치노)가 배우와 미팅을 갖기 위해 35mm 셀룰로이드 필름 캔을 가져다가 영사기로 돌려보는 우아한 시절이며, 범죄자도 할리우드 배우도 저녁이 되면 똑같은 인기 드라마 를 시청하기 위해 TV 앞에 앉는 통합된 대중문화의 시대다. 10/22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경력이 내리막길에 들어선 릭과 클리프, 반대로 스타덤의 입구에 들어선 샤론 테이트를 소개한 다음, 세 사람이 따로 떨어져 보내는 1969년 2월의 하루를 세 갈래로 뒤밟는다. 뒷날 샤론 테이트와 친구들을 살해한 찰스 맨슨 일당의 모습도 주변에 어른거린다. 그러나 역사상 악명 높은 범죄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는 관객이라면 서스펜스를 느끼기 어렵다. 불길한 전조를 감지하는 정도다. 이후 릭과 클리프는 일의 돌파구를 찾으려 6개월간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을 찍고 LA로 돌아온다. 이탈리아에서 결혼한 릭이 클리프와 고별 술자리를 갖기로 한 밤, 찰스 맨슨 일당이 샤론 테이트가 사는 주소로 찾아온다. 그 집의 전 주인인 음악 프로듀서에게 악감정이 있었던 찰스 맨슨의 눈먼 지시가 어처구니없는 동기다. 릭과 클리프, 샤론이 서로 접점 없이 보내는 하루를 그린 2장에서 영화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숙취를 안고 현장에 간 릭은 대사를 까먹고 자학하다 심기일전해 작은 성취감을 누린다. 남편에게 줄 선물을 산 샤론은 <렉킹 크루>(1969)의 상영관에서 관객과 함께 스크린 속 자신을 바라보며 행복에 잠긴다. 생의 절정에 선 이 젊은 여성을 따르는 카메라의 시선은, 시신을 어루만지듯 멜랑콜리하다. 감독은 “끔찍한 죽음으로만 기억되는 배우에게 삶을 즐기는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는 요지로 샤론 테이트의 장면들을 설명했다. 그의 목적은 달성됐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의 샤론 테이트가 요정 이미지에 가까운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비단 대사가 적어서만은 아니다. 타란티노는 샤론 테이트를 범죄 피해자 명단에서 못다 핀 스타의 자리로 불러내긴 했으나, 눈부신 청춘으로부터 행복한 임신부로 이어지는 관습적 여성미의 총화를 넘어서진 못했다. 2장에서 가장 기묘하고 매혹적인 단락은 클리프의 하루다. 히피 소녀를 차에 태워준 클리프는 예전에 촬영한 농장이 소녀의 거처임을 발견한다. 그리고 거기 모여 사는 맨슨 추종자들이 농장주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결국 한명을 때려눕힌다. 이것은 흡사 하나의 미니 서부극이다. 어두운 과거를 가진 고독한 사나이가 소녀를 만나 마을에 들어왔다 불의를 감지하고 시장을 면담한다. 그리고 으름장을 놓고 돌아가는. 타란티노는 언제나 숨막히는 시퀀스 제조기였다. 그중 대부분은 도살장 앞에 줄 선 가축의 공포와 서스펜스를 자아냈다. 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의 2장에서 타란티노의 호흡은 시퀀스 단위를 훌쩍 넘어 시공간을 장악한다. 타란티노의 할리우드 동화는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2009), <장고: 분노의 추적자>(2012)를 잇는 역사 고쳐쓰기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기사 클리프의 활약으로 악당을 물리친 운좋은 왕자 릭은 친절한 샤론 여왕님의 초대를 받는다. 좋아요 매기 로저 미첼 감독의 <여배우들의 티타임>은 연기예술에 대한 공헌으로 영국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은 80대 배우 주디 덴치, 매기 스미스, 조앤 플로라이트, 아일린 앳킨슨의 티테이블 앞에 카메라를 세운 다큐멘터리다. 셰익스피어, 자연스런 연기의 정의, 무대공포증, 결혼, 노화 등 다양한 화제가 연기 어벤저스 사이에 오가는 가운데, 펀치라인을 가장 자주 터뜨리는 인물은 매기 스미스. <오셀로> 공연 중 몰입한 로렌스 올리비에로부터 갑자기 맞은 사건을 돌이키며 “국립극장에서 처음 별을 본 날”이라고 꼬집고, 클레오파트라 역을 안 하자니 아쉽고 영국에서 하자니 외모 품평 듣기가 싫어서 절충책으로 캐나다에서 공연했다고 좌중을 웃긴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 <다운튼 애비>의 레이디 바이올렛 등 예의 현명한 노부인 캐릭터만 알고 있는 영국 밖 관객으로서는, 이 배우의 신랄한 유머 감각과 반사신경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할리우드판 <살인의 추억>? 쌍둥이처럼 닮은 영화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공개 된 <윤희에게>를 향한 호평이 사람들의 입을 타고 전해졌다. 더구나 이 영화에 붙은 별명이 ‘한국판 <러브레터>’다. 하얀 설경 위에 선 배우 김희애가 카메라를 든 스틸 사진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까. 겨울과 눈, 첫사랑과 편지는 <러브레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윤희에게>의 중심 테마다. 실제로 몇몇 장면이 <러브레터>의 명장면을 상기시킨다는 관람객의 인상이 오갔고, 이용철 평론가는 “<러브 레터>의 유산”이라는 한 줄 평을 <윤희에게>에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창작 과정에서 특정 작품을 염두에 두지 않았더라도, 소재나 큰 틀의 유사성 만으로 ‘한국판 OOO’, ‘해외판 OOO’라는 별명으로 불린 영화들이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어떤 영화로부터 다른 영화의 기억을 불러내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비교 감상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되지 않을까. 한국 버전의 해외 영화, 해외 버전의 한국 영화로 불렸던 네 가지 사례를 모았다. 봉준호 <기생충> 클로드 샤브롤 <의식> 한국 영화 100주년의 해에 유의미한 선물을 남긴 <기생충>. 영화를 향한 찬사와 질문이 쏟아지고, 봉준호 감독은 레퍼런스로 삼은 몇 편의 영화를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여러 매체가 주목한 작품은 한국의 고전기 감독 김기영의 후기 영화 <하녀> <충녀> <육식동물>이다. 과연 계단의 시네마를 열어젖힌 김기영의 후예답게 <기생충>의 계단이 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비해 덜 말해지고 있으면서,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떠올리지 않기가 힘든 영화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이 있다는 점.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 소감에서 앙리 조르주와 클로드 샤브롤이라는 두 프랑스 영화감독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히 한 상류층 가정에 가정부로 취업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클로드 샤브롤의 <의식>과 봉준호의 <기생충>은 자본주의가 낳은 계급 우화의 뼈대를 공유한 한줄기 영화다. 하물며 계단은 <의식>에도 나온다. 가정부 소피(상드린 보네르)는 계단 위쪽의 작은방에 살고, 방 안엔 조그만 텔레비전 하나가 있다. 친절한 상류층 가족은 앞과 뒤가 다른 위선을 보여주며, 고상한 취미를 향유하지만 그들의 지리멸렬한 진짜 삶은 다를 바가 없다. <기생충>의 전복적인 서사와 통하는 사건 역시 <의식>의 백미다.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소피가 우체국 직원 잔느(이자벨 위페르)와 벌이는 참극은, 끝내 웃음 아닌 찝찝한 허무의 정서를 남긴 <기생충>과 일맥상통한다. 신동석 <살아남은 아이> 다르덴 형제 <아들>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 상실감을 견딜 수 없던 부부는 아들 은찬이 구했다는 친구 기현(성유빈)에 어쩐지 마음이 기운다. 인테리어 가게를 운영하는 성철(최무성)은 오갈 데 없는 기현을 데려와 도배 일, 장판 일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첫 출근 지각도 모자라 휴대폰 게임까지, 성실함이라곤 보이지 않던 사춘기 아이 기현은 내키지 않는 듯 천천히 일을 배워 간다. 이쯤 되면 유사한 줄거리를 가진 다르덴 형제의 영화 <아들>이 떠오르기 마련. 사실 성철과 미숙(김여진) 부부에게 기현이라는 존재는 달가울 리 없다. 그는 아들이 죽게 된 이유이자 아들의 부재를 거듭 상기시키는 존재기 때문이다. <아들>에도 비슷하게 난감한 상황이 등장한다. 프랜시스(모간 마린느)에게 목수 일을 가르치는 올리비에(올리비에 구르메)는 프랜시스가 죽인 아이의 아버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올리비에는 프랜시스에게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았고, 기현은 성철 부부를 처음부터 은찬의 가족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살아남은 아이>는 후반부 기현의 폭로로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게 되면서 갈등의 양상이 복잡해진다. 디테일에서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아들 죽음과 관련된 아이와의 아슬아슬한 동거, 다큐멘터리적 리얼리즘의 스타일 등 두 작품은 꽤나 닮아 있다. 두 영화가 집요하게 좇는 물음이 쉽게 답할 수 없는 윤리와 관련한다는 사실 역시 마찬가지다. 데이빗 핀처 <조디악> 봉준호 <살인의 추억> 할리우드판 <살인의 추억>이라 불리는 영화가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의 추리극 <조디악>이다. 두 영화는 끝내 범인이 잡히지 않았던 실제 미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물론 최근 <살인의 추억>의 실제 사건인 화성 연쇄 살인 사건의 진범 이춘재의 검거로 온 국민이 다시 한번 충격에 빠졌지만 말이다. <조디악>은 미국의 연쇄살인마 조디악 킬러를 추적하는 경찰들의 수사가 거듭 미끄러지는 순간들을 빚는다. 심지어 끝내 매듭지어지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진 허무와 공포감을 주시한 결말은 두 영화가 상당히 비슷하다는 인상에 이르게 만든다. <조디악>보다 4년 먼저 만들어진 <살인의 추억>을 데이빗 핀처가 참고했다는 공식적인 기록은 없다. 대신 <살인의 추억>은 과학 수사가 미흡하게 이뤄지던 당시, 진범 검거보다는 사건의 마무리에 급급했던 경찰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중심이라는 점이 다르다. 상업성과 완성도 면에서 모두 빼어난 <살인의 추억>이 시종 담담한 서술을 하는 핀처의 <조디악>에 비해 많은 유머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도 차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출한 두 감독의 명실상부한 대표작인 <살인의 추억>과 <조디악>. 밀도 있는 연기와 연출에 대한 찬사가 여전하다는 사실에서 두 영화는 한 쌍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콜린 트레보로우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 장준환 <지구를 지켜라!>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은 2014년에 국내 개봉을 했다. 집계된 관객 수는 단 42명.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고 코웃음을 친다면 손해다. 이 영화가 컬트 팬들의 꾸준한 지지 아래 있는 <지구를 지켜라!>를 닮았단 사실을 접한다면 구미가 당길지도 모르겠다. 외계인 음모론자인 괴짜 병구(신하균)가 과도한 집착 증세로 벌이는 일련의 태도들은 꾸준히 관객에게 실소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런데 이 '터무니없음'으로 차곡차곡 쌓아온 영화의 결은 엄청난 전복을 거치곤 위대한 '진정성'을 획득한다. 팬들이 매료된 <지구를 지켜라!>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일 테다. 보잘것없는 것을 한순간에 대단한 무엇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담한 상상. 바로 그 매력이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음>에도 있다. 시작은 이렇다. 시간 여행을 함께 떠날 파트너를 구하는 엉뚱한 신문 광고. 이 광고를 낸 자를 취재하기 위해 떠난 수습기자 다리우스(오브리 플라자)는 광고의 주인공인 괴짜 케니스(마크 듀플라스)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명분을 숨기고 케니스와 친분을 쌓는 다리우스는 진지한 목표를 경청하면서 점차 인간적인 신뢰를 갖게 된다. 게다가 늘 누군가에게 미행 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 엉뚱한 남자에게서는 어쩐지 병구의 향기가 강하게 풍긴다. <지구를 지켜라!>와 유사하다고 말한 것부터가 강력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겠으나, 세상의 무수한 괴짜들을 위로하는 영화의 천성만큼은 분명하다.

[성균관대학교] 인문학적 성취에 첨단영상기술을 더한다

학과소개 성균관대학교는 21세기 첨단 영상 분야를 이끌어갈 영상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1998년 국내 최초의 영상학과를 신설했다. 미국의 문화산업을 경험하고 돌아온 삼성의 젊은 임원들을 주축으로 설립된 삼성영상사업단의 권유로 영상학과를 신설했고, 이후 국내외 영상 관련 학과의 모범이 되고 있다. 인문사회적 소양을 기반으로 영상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는 다채로운 커리큘럼은 성균관대학교의 강점이기도 하다. 특히 1999년 게임 분야를 영상학과에 최초로 도입해 게임워크샵 등의 수업을 개설했다. 영상학과의 선두주자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전통적인 영상 영역과 게임을 주축으로 하는 인터랙티브영상과 복합영상을 다루는 트랜스미디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다. 영상미학과 영상스토리텔링, 정신분석과 영상연출 등의 과목은 인문학적으로 인간심리를 파고들어 개념화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 이런 과목들은 영상학과의 차별적 특성을 드러내고 있다. 촬영기초, 영상편집기초 등과 같은 도구과목 역시 빠짐없이 교육하며, 영화연출워크샵, 애니메이션연출, TV드라마워크샵 등의 실습과목과 조화를 꾀한다. 전통적 과목들을 넘어서 새로운 매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를 연구하는 과목들은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만의 또 다른 장점을 드러낸다.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안상혁 학과장은 “학생들이 많이 수강해 2분반, 3분반 하는 대표적인 과목이 영상스토리텔링이다.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정신분석과 영상연출 과목 또한 인기가 많고, 촬영이나 편집 등 기초적인 도구과목 역시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또한 매체간 융합을 통해 뉴미디어를 개발하는 인터랙티브영상과 인터랙티브아트, 디지털 영상 공간 유저들의 행위를 연구하는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디자인, 하나의 스토리를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화하는 스토리텔링을 배우는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와 뉴미디어콘텐츠워크샵 등의 수업은 다변화하는 미디어와 다채로운 플랫폼을 발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수진 역시 탄탄하다. 학과장을 겸임하고 있는 안상혁 교수는 국내 콘텐츠 분야를 일군 1세대다. 대기업에서 다양한 초기 형태의 콘텐츠 유형을 기획하거나 제작한 바 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성을 지닌 영상학과의 편제를 구성했다. <인터뷰> <주홍글씨> 등을 연출한 변혁 감독, 뉴욕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이준희 교수와 현대진 교수는 게임 인터랙티브 분야와 모션그래픽 분야를 담당하며 영상학과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탄탄하게 뒷받침된 학과 커리큘럼과 풍부한 실무경험을 갖춘 교수진과 함께 인문학적 바탕과 첨단의 조화를 통해 문화콘텐츠 산업이 요구하는 창작력과 이를 구현하는 실무능력을 겸비한 영상인력을 양성한다. 미디어 컨버전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는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큰 흐름인 통합과 융합에 발맞추고 있다. 미디어의 한 분야만을 중점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문분야와 예술, 그리고 기술적인 여러 측면을 교육함으로써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해나가고 있다. 입시전형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의 2020학년도 입학정원은 총 37명으로, 22명은 수시전형으로 선발했다. 정시 나군에서 수능 점수 100%를 반영하는 일반전형으로 15명을 선발한다. 영역별 반영비율은 국어 40%, 수학(가군 혹은 나군) 40%, 탐구(사회 혹은 과학) 20%이며, 영어 및 한국사에는 별도의 가산점을 부여해 합산한 후 총점 순으로 선발한다. 이때 탐구영역 중 1개 과목은 제2외국어나 한문 영역으로 대체할 수 있다. 원서접수는 2019년 12월 27일(금) 오전 10시부터 31일(화)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합격자 발표는 2020년 2월 4일(화)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다. "영상은 하나의 문화현상이다" 성균관대학교 영상학과 안상혁 학과장 -한국 최초로 영상학과를 설립한 지 어느덧 2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90년대 후반 IMF 경제 위기 이후 산업구조가 개편되며 영상학이라는 학문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다변화된 뉴미디어 시대로 접어들며 영상학과에 대한 관심도가 증폭되었다. 우리 학과 또한 중대형 학과로 커졌고, 영상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까지 포함해 유학도 많이 오고 있다. 국내외로 학과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느낀다. -졸업생들은 주로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대형 콘텐츠 업체에서 기획력을 발휘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학사뿐 아니라 석·박사 과정으로 유학을 오는 학생들이 많다.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각국에서 자리를 잡아가면 서로 더 좋은 상호관계가 형성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영상학과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꼭 기억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어버린 영상학이라는 학문의 큰 틀을 잡는다’는, 어떻게 보면 조금 막연한 마음으로 지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학생 때부터 영상 관련 동아리 경험 등이 있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성실히 교과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성실하고 이해력 깊은 학생들이 결국 영상학의 핵심인 높은 매체 적응력을 가지며 많은 기회를 잡게 된다. 홈페이지 ftm.kr 전화번호 02-760-0661 교수진 안상혁, 변혁, 이준희, 현대진 커리큘럼 영상학원론, 촬영기초, 영화사, 음악음향실습, 영상음향실습, 인터랙티브영상, 인터랙티브아트, 애니메이션기초, 시나리오워크샵, 영상미학, 영상스토리텔링, 인터페이스와 인터랙션디자인, 디지털디자인, 디지털비디오와 무빙이미지, 게임디자인, 캐릭터애니메이션, 미디어스터디, 영상편집워크샵, 영상편집기초, 영화사연구, 게임워크샵, 영상비평론, 영상매체경영론, 영상학현장실습, 모션그래픽워크샵, 정신분석과 영상연출, 실험영상워크샵, 광고연출, CF워크샵, 스튜디오촬영워크샵, 장편시나리오워크샵, 다큐멘터리워크샵, 영화연출워크샵, 애니메이션연출, 뉴미디어시대의 영상미학, 다큐멘터리의 이해,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 방송포맷디자인워크샵, 뉴미디어콘텐츠워크샵, 콘텐츠기획과 프레젠테이션, 영상학현장실습, 영화기획제작워크샵, TV드라마워크샵, 캡스톤디자인졸업작품연구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독립영화’에서 만난 감독들

1997년 이후 홍콩영화 더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 지난 12월 1일 오후 6시 20분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아트1관에서 ‘반환 이후의 이미지들: 1997년 이후의 홍콩독립영화’를 주제로 한 대담이 열렸다. 올해 서독제는 홍콩아시안영화제와 함께 1997년 이후 주목할 만한 홍콩 독립영화 10편을 모았다. 김성훈 <씨네21> 기자의 진행으로 열린 이번 대담은 클라렌스 추이 홍콩아시안영화제 집행위원장이자 홍콩 브로드웨이 시네마테크 디렉터, 윤영도 성공회대학교 교수, <메이드 인 홍콩>(1997)의 프루트 챈 감독, <대람호>(2011)의 제시 창 취이샨 감독, <10년>(2015)의 앤드루 초이 프로듀서가 참여했다. 1997년 이후의 홍콩과 홍콩 영화산업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가 오간 자리였다. -1997년은 홍콩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가진 해인지, 홍콩영화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클라렌스 추이_1997년 7월 1일은 홍콩이 영국 식민지에서 특별행정국으로 바뀐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정권뿐 아니라 홍콩 사람들의 심경에도 변화가 생겼다. 홍콩 사람들 스스로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거다. 1980년대부터 97년까지 수많은 홍콩 영화감독들, 특히 허안화나 왕가위 등이 대표적으로로 홍콩 반환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면서 이를 영화에 담으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자리에 함께한 프루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1998), <리틀 청>(1999) 모두 이러한 주제의 맥을 이어갔다. =윤영도_1997년이 지금 홍콩의 첫 출발인 셈이다. 1980년대부터 홍콩영화의 전성기가 시작됐다. 92년쯤부터 텔레비전을 틀면 배우 주윤발, 주성치, 이연걸, 성룡 등이 출연하는 영화가 나왔다. 당시 영화산업이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던 우리나라는 한해 50~60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홍콩은 무려 300편을 만들 정도였다. 수치로 따지면 전세계에서 할리우드와 인도 다음이 홍콩이었고, 수출액으로 따지면 홍콩이 2위였다. 홍콩이 반환 직전의 위기상황을 겪고 있던 94년, 홍콩 영화산업은 인기의 정점을 찍자마자 썰물 빠지듯 자본이 빠져나갔고, 이후 침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매해 20%씩 하락하더니, 97년에는 홍콩의 굵직한 영화사들이 전부 사업을 접기 시작했다. 일년 뒤에는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홍콩 영화시장은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유명한 배우들은 할리우드나 중국으로 넘어갔다. -<메이드 인 홍콩>은 반환 직전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과 8만달러 정도의 저예산 독립영화를 만들었다는 시도에서 큰 의미가 있다. =프루트 챈_그 당시에도 나는 한두편 정도의 상업영화를 찍고 있었다. 상업영화를 찍는 감독 중 한명도 홍콩 반환을 주제로 다루려 하지 않아 내가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메이드 인 홍콩>이다. 비록 저예산이었으나 당시 홍콩 반환에 무관심했던 홍콩 사람들에게 이러한 주제가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랬기에 내게도 더 의미 있는 영화다. 당시 영화를 찍은 후 필름이 남아서 홍콩이 반환되는 새벽에 해방군이 홍콩으로 들어오는 장면을 찍었다. 불꽃놀이 장면도. 이게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에 들어간다. 작품에 반영해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찍은 건 아니었다. 다만 찍고 나서 보니 역사는 항상 변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시아 금융위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세파(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 등 홍콩 반환 직후에도 중요한 사회적 사건이 일어난다. 프루트 챈_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홍콩 영화산업은 완전히 침체됐다. 세파 협정 이후 홍콩은 중국과 합작 영화를 만들 수 있었지만 심사라는 이름하의 검열을 거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홍콩 관객은 중국과의 합작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홍콩 정부가 독립영화에 대한 지원을 차츰 늘려가며 신진 감독들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클라렌스 추이_조금 보충하자면 80, 90년대에 활동하던 감독들은 식민지 시절과 홍콩 반환을 함께 겪었다. 그 외에도 천안문사태 등 일련의 정치사건과 사회현상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홍콩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를 표현하는 데 젊은 세대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메이드 인 홍콩>은 홍콩에서 먼저 상영하지 못하고 1997년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밴쿠버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해외 영화제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홍콩영화계의 침체 속에 아시아 금융위기까지 겪으면서 더 이상 상업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수출하지 않고 영화제를 통해 해외진출을 도모한 것이다. 윤영도_기존의 영화계에 이름난 거물급 인사들은 대륙이나 할리우드에 진출해서 활동을 이어나갔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의 환경은 더 열악해졌다. 중국과의 합작 시 정치적으로 중국을 비판하면 안되고 마약이나 미신 등도 등장시킬 수 없었다. 홍콩에서 기획해서 만든 영화지만 중국영화 같은 영화만 남게 되었던 게 당시의 분위기였다. -제시 창 취이샨 감독과 앤드루 초이 프로듀서가 바로 그 젊은 세대들이다. =제시 창 취이샨_1997년 나는 영화를 공부할 수 있는 학원에 다니고 있었다. 프루트 챈 감독의 <메이드 인 홍콩>은 내게 영감을 준 영화다. 중간에 홍콩을 떠나 베이징으로 가서 일도 하고, 내 삶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단편영화도 찍었고 저예산 장편영화도 찍으며 차츰 상업영화쪽으로 규모를 넓혀갔다. =앤드루 초이_2012년 홍콩 특별행정 정부가 중국에 대한 애국을 강조하는 과목을 필수 교과로 지정하는 국민교육을 도입하려다 시민들의 반발로 철회했었다. 이는 홍콩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정체성에 큰 깨달음을 준 사건이었다. 이후 우산혁명을 비롯한 여러 사건을 통해 젊은 세대가 정치나 사회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됐다. 제시 창 취이샨_앞서 이야기한 국민교육 사건 이후 홍콩 내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민들은 정치나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우리 또래의 젊은 세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시기 나를 포함한 홍콩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런 지점들을 자연스레 영화에 담아내게 된 것 같다. 클라렌스 추이_세대간 차이도 눈에 띄지만 독립영화와 상업영화 사이의 관계에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보인다. 상업영화를 많이 찍는 배우들이 더 적극적으로 독립영화를 지지한다. 또한 홍콩의 유명 연예인들도 사회적 이슈들에 관심을 기울이며 독립영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직접 영화에 참여하곤 한다.

[파리] 프랑스 애니메이션 <내 몸이 사라졌다>, 평단의 호평 쏟아져

애니메이션 <내 몸이 사라졌다>는 파리의 한 의대 냉장고에서 깨어나는 잘린 손과 함께 시작된다. 손은 창문으로 아슬아슬하게 탈출한 다음 잃어버린 자신의 몸을 찾아 도시 한복판으로 뛰어든다. 손의 시점으로 경험하는 파리와 그 외곽의 풍경은 모질고 참혹하지만 동시에 기이한 시적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이 괴상한 오디세이는 어린 시절 사고로 부모를 잃고 프랑스에 보내진 마로크 출신 청년 나우펠(손의 주인)이, 양파를 추가한 피자와 존 어빙 소설을 좋아하는 가브리엘이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된다. 기욤 로랑의 소설 <해피 핸드>가 원작으로, 소설에서는 손의 내레이션을 통해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제레미 클라핀 감독은 손의 목소리를 아예 없애는 대신 손의 시점에서 바라본 감각적이고 촉각적인 화면으로 거대한 거미를 닮은 이 신체의 일부에 관객이 감정이입하도록 유혹한다. 이 작품은 클라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2019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어 그랑프리상을,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부문 크리스털상을 수상했다. 영화 전문 월간지 <프리미어>는 “자크 오디아르 이후 프랑스 영화에서 이렇게 우아한 미장센을 본 적 없다”, 문화 주간지 <텔레라마>는 “익살과 시가 넘치는 훌륭하고 강렬한 애니메이션 스릴러”, 영화 비평지 <카이에 뒤 시네마>는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얼마나 열정적인 길을 열어가는지 금세 느낄 수 있다”라며 극찬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셀린 시아마 감독 – 떠오르는 감독의 초상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 <톰보이>(2011), <걸후드>(2014)까지 셀린 시아마는 동시대의 소녀들, 젊은 여성들의 정체성과 관계맺음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런 감독이 자신의 첫 시대극을 만들면서 18세기 여성들의 삶을 오늘날과 공명하도록 매우 선명한 비전을 갖고 꿰어낸 작품이다. 1980년생, 프랑스의 감독이자 각본가로 활동해온 셀린 시아마는 간결한 화면 구성과 전개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적 성향을 보여왔다. <톰보이>로 자신을 남자로 생각하는 10살 여자아이의 첫사랑과 성장기를 그려내면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테디상을 수상했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제 기간 중 가장 훌륭한 평가를 받은 작품 중 하나였기에 각본상을 수상한 것이 다소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도 받았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시기적인 면에서 셀린 시아마의 커리어에 감독상이 가장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워터 릴리스>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에 이르기까지 관객과 비평가들이 입을 모아 셀린 시아마의 매 작품이 진보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점이다. 어쩌면 칸이 이 영화에 각본상을 준 것은, 시아마의 놀라운 능력이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아마는 예술가이면서 열렬한 활동가다. 2018년 제71회 칸영화제에선 영화계의 성평등을 촉구하는 레드카펫 퍼포먼스에 참여해, 칸 뤼미에르 극장 앞에서 82명의 여성 영화인들과 행진을 벌였다. 그는 (당시) 7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감독이 오직 제인 캠피온뿐이라는 사실(명예황금종려상까지 포함한다면 아녜스 바르다도 해당한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감독 중 하나였다. 시아마는 또 2020년까지 프랑스의 영화, 텔레비전을 비롯한 미디어 업계의 남녀 성비를 50대 50으로 끌어올리자는 ‘50/50 무브먼트’의 창시자 중 한명이다. 공교롭게도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18~19세기의 시대 배경을 비롯해 거친 자연을 뚫고 외딴섬에 진입한 여성 예술가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 구조, 자연을 묘사하는 방식 등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와 비교해보고 싶어지는 작품이다. 유사한 컨셉 안에서 캠피온의 영화는 이성애를, 시아마의 영화는 동성애를 그린다. <피아노>가 섹슈얼리티에 기반해 여성의 각성과 주체성에 집중했다면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주제의 구현보다도 두 사람의 사랑과 감정 그 자체를 응시하면서 보다 현대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캐릭터로서 두 사람의 자립성과 주체성은 이미 충분히 완성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전자는 사랑을 실현하지만 후자는 시대적 제약으로 헤어지는데, 시아마의 영화는 이 과정에서 퀴어영화가 주로 부각하는 대단한 갈등이나 비극을 굳이 끌어들이지 않는다. 그저 절절한 레즈비언의 사랑 이야기, 훌륭한 멜로 장르를 어떻게 힘 있게 창조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다. 이는 셀린 시아마가 자신을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고, ‘피메일 게이즈’ 이상으로 레즈비언 중심의 영화가 이성애 중심의 영화만큼 영향력을 갖길 원한다고 고백한 것에서도 그 출처를 확인할 수 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오랜 투쟁과 분명한 의식이, 영화라는 예술에 숨결처럼 스며든 결과다.

<프로디걸 선> 연쇄살인마 아버지와 프로파일러 아들의 수사드라마

프로파일러와 연쇄살인마가 함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범죄수사드라마 <프로디걸 선>.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새롭게 재정비한 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이다. FOX 엔터테인먼트와 벌랜티 프로덕션, 워너브러더스 텔레비전이 공동 제작했으며 지난해 9월 에서 2편의 파일럿이 방영된 이후 시즌 첫 번째로 22개 에피소드의 풀시즌 오더를 받았다. 미국 드라마 <워킹데드>에서 지저스 역으로 국내에 이름을 알린 톰 페인과 <닥터 두리틀> <패신저스> 등에서 열연한 마이클 신이 주연을 맡아 부자 관계로 등장한다.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의 대립은 너무도 익숙한 설정이지만, <프로디걸 선>은 여기에 가족사를 덧입혀 기존 수사물과의 차별화를 꾀한다. 또한 <프로디걸 선>은 가을 시즌 1849타깃 시청률 1위라는 쾌거를 이루며 고유의 장르적 매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충성도 높은 팬덤 또한 두텁게 존재함을 증명해냈다. 2월 7일 캐치온에서 첫 방송되며 2월 10일 캐치온 VOD 및 모바일 앱에서 동시 공개된다. 같은 듯 다른 부자의 공조수사 <프로디걸 선>의 공식 포스터는 극의 주요 서사를 압축해 보여준다. 과일 껍질처럼 벗겨낸 말콤(톰 페인)의 표피 사이로 속살처럼 드러난 마틴(마이클 신). 마트료시카처럼 겹쳐져 있는 두 인물의 시선은 같은 장소에 안착한다. 말콤은 아버지 마틴의 살인마로서의 본성이 자신에게도 발현될까 두려워 사력을 다해 그로부터 도망쳐왔다. 그러나 피의 운명은 가혹하리만치 질겨서, 그를 자석처럼 끌어와 다시 한번 마틴 앞에 세운다. 둘 앞에 펼쳐진 살인사건은 마틴에게 피가 끓는 흥미로, 말콤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다가온다. 말콤은 FBI의 프로파일러다. 때로 의욕이 너무 앞서 자신과 동료를 위험에 빠트리기도 하는데 그 빈도가 잦아지자 FBI는 그를 권고 퇴사시킨다. 여기에는 그가 “외과의”라는 별칭의 유명 연쇄살인마의 아들이며 과거사로 인해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또한 참작되었다. 이후 그는 뉴욕경찰(NYPD)의 자문 요원 일을 시작한다. 그곳에서 맡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이 아버지의 카피캣임을 깨달은 말콤은 자문을 얻기 위해 마틴을 찾아간다. 10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함께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다. <프로디걸 선>은 여러 수사드라마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는 작품이다. 과학수사물계의 대부인 시리즈로 시작해 ‘레드존’이란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는 <멘탈리스트>, 단시간에 수많은 단서를 조합해 범죄를 재현하는 <셜록>, 범죄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사건을 풀어가는 <마인드 헌터> 등 굵직한 작품들의 흥행 요소들을 영리하게 차용한다. 특히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의 대척 관계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셜록> 이후 일종의 클리셰처럼 자리 잡은 터라 새롭진 않다. 그렇다면 <프로디걸 선>은 앞선 작품들의 동어반복일까. 이런 우려를 감지한 듯 <프로디걸 선>은 ‘가족’이란 패를 꺼내든다. 드라마는 범죄와 수사 양극단에 위치한 두 인물을 부자 관계로 엮으며 수사물이라는 레드오션에서 자기 영역을 확보한다. 그리고 그 영역의 중심에 말콤을 세운다. 사건의 중심에 선 프로파일러 말콤은 수사드라마 속 인물치고 밀도가 높다. 이유인즉 그가 다양한 시공간과 사건들의 교차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는 마틴을 밀고한 장본인이다. 그가 아버지의 ‘취미방’에서 시체가 담긴 박스를 발견한 것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다. 아버지는 체포되었으나 해당 시체는 마지막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부모는 그가 헛것을 봤다 말하지만 그는 반복해서 박스 앞으로 불려가는 악몽을 꾼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말콤이 아버지의 본성을 확인한 동시에 그 본성이 자신에게도 존재할까 두려워하기 시작한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은 그의 무의식을 지배하며 그가 여타 프로파일러 캐릭터들과 다른 궤적을 그리게 한다. 매 순간 냉정함을 유지하는 기존의 프로파일러들과 달리 말콤은 감정적이며, 사건을 과격하게 해결한다. 사건 장소에서 의견을 달리한 보안관을 폭행해 FBI에서 해고당하고, 폭탄에 묶인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손을 자르는 식이다. 잘린 손이 담긴 아이스박스를 들고 병원으로 달리는 말콤의 눈은 섬 할 만큼 반짝인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해 기뻐서가 아니라 혹시 피를 보고 흥분한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로. ‘혹시’라는 의구심은 말콤 스스로 그러했듯이, 시청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채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그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게 만든다. 살인마의 피가 흐르는 수사관의 숙명인 셈이다. 또한 그는 낮에는 현재의 사건을, 밤에는 과거의 사건을 탐구하며 시공간을 확장하는 인물이다. 낮에는 NYPD의 프로파일러로서 사건을 해결하고, 밤에는 꿈속에서 과거 실종된 시체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아버지와의 반복된 만남은 마들렌처럼 그의 과거 기억을 조금씩 불러일으킨다. 어둠 속의 조각들이 짜맞춰지면서 그는 사건의 외부자로 물러나 있던 어머니가 누구보다 깊이 개입하고 있었음을 기억해낸다. 현재와 과거의 사건들, 그에 얽힌 인물과 사연 등 말콤은 개별자로 존재하는 요소들을 하나의 실로 꿰어가며 극을 이끌어간다.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따라가기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말콤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부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캐릭터들의 비중이 적다. 특히 마틴의 경우, 사건 발생-조언-해결이라는 단순한 구조 속에서 너무 얕게 소비된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말콤 역시 짜임새가 헐거운 인물이다. 셜록처럼 예리하게 단서를 찾지만 그만큼의 논리가 부족하다. 드라마 구조상 시청자는 말콤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논리가 약할 경우 충분히 납득하며 따라가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가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말콤은 단순한 프로파일러가 아니다. 그는 매회 아버지의 자문을 통해 현재 사건을 해결하는 동시에 과거 사건을 추리할 단서를 얻는다. 말콤은 시공간을 초월해 자기 존재와 사건을 탐구하는 탐험가이자, 그 미지의 영역으로 시청자를 이끄는 인도자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살인마의 행적을 뒤쫓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말콤이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을지, 아니면 거리를 둘지 시청자는 알 수가 없다. 그가 자기 심연의 퍼즐을 완성한 뒤엔 어떻게 될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결국 마지막까지 의심하고 궁금해하며 그를 따라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