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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콘텐츠 전쟁 3] 인재 영입 경쟁이 콘텐츠 산업에 끼칠 영향은

인사가 만사다. 영입 인사를 보면 거대 제작사들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보인다. 일단 카카오M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지상파 출신 예능 PD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카카오M은 20분 미만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할 디지털콘텐츠 스튜디오(가칭)의 제작 총괄로 <뜨거운 형제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비긴 어게인>을 연출한 오윤환 PD를 선임했다. MBC every1에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연출했던 문상돈 PD,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 같은 프로그램에서 실험대상으로 등장해서 ‘모르모트’라는 별명이 붙은 권해봄 PD도 합류했다. MBC <진짜 사나이>를 연출하고 YG엔터테인먼트에서 를 만들었던 김민종 PD도 카카오M에 둥지를 틀었다. 한수경 카카오M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지상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더라도 TV에서 보기 어려운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했던 분들이 합류 중”이라며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한국 지상파에서 없던 포맷의 예능프로그램이었고, 김민종 PD는 넷플릭스와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인정받은 프리랜서 드라마 PD들과 유연하게 계약을 맺는다. 시청자가 가장 빨리 만나볼 수 있는 스튜디오드래곤 드라마는 오는 3월23일 종합편성채널 tvN에서 방영되는 <반의반>이다. 연출을 맡은 이상엽 PD는 드라마 <쇼핑왕 루이>와 <빛과 그림자>를 연출했던 지상파 MBC 출신이다. 이상엽 PD는 <반의반> 직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나 홀로 그대>를 만들었는데, 이상엽 PD처럼 스튜디오드래곤과 계약을 맺고 방송사와 넷플릭스에 출품하는 연출자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태오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드라마 <머니게임>은 KBS 출신 프리랜서 김상호 PD가 연출했다. 오는 4월 SBS를 통해 방송될 <더 킹: 영원의 군주>의 백상훈 PD는 KBS 출신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연출 PD와 전속적으로 노동계약을 맺는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연출자를 외부에서 데려온다. 스튜디오드래곤 내부는 영화 프로듀서처럼 드라마 스탭을 꾸리고 전반적인 상황을 체크하는 프로듀서들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역할은 연출자와 다르다. 제이콘텐트리의 자회사인 JTBC스튜디오는 디즈니를 꿈꾸고 있다. JTBC스튜디오는 디즈니 스튜디오처럼 제작과 유통을 다 해내기 위해서 영화와 드라마 제작사를 레이블로 두고 있다. 과거에는 방송사가 채널에만 집중하면 됐다. 그러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인터넷방송 플랫폼과 해외 OTT 등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JTBC스튜디오는 영화 제작사 비에이엔터테인먼트, 퍼펙트스톰필름, 하우픽처스, nPIO와 드라마 제작사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지음을 레이블로 두고 있다. 소속 레이블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해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이 JTBC스튜디오 콘텐츠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면 JTBC스튜디오로서는 성공적인 구도가 될 것이다. <클로젯>(2020), <백두산>(2019), (2018) 등을 제작한 강명찬 퍼펙트스톰필름 대표는 “현재 여러 가지 드라마와 영화들을 기획하고 개발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엽 편집장] 가해자의 서사

미국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의 네 번째 시즌에는 자신이 사람을 죽이는 걸 멈추게 해달라며 범죄 현장에 도와달라는 문구를 남기는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시리즈의 주인공인 프로파일러들 대신 범죄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에피소드에는 절절한 사연이 한가득이다. 살인자의 잔혹한 범죄 행각이 불행한 유년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비롯되었고, 하필이면 그가 죽인 여성의 시각장애인 아들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을 안 살인마가 소년에게 연민의 감정을 품게 된다는 내용이다. 살인마와 소년의 지속될 수 없는 우정을 다룬 해당 에피소드(2009년에 방영되었다)는 2020년에 돌이켜 생각했을 때 경악스러운 지점이 많다. 살인자에게 과거의 트라우마라는 서사를 부여해 그의 인간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잔혹하게 살해된 피해자들의 죽음을 트라우마의 희생양으로 치부함으로써 피해자의 자리를 지우는 방식의 연출은 요즘이었다면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으리라 짐작한다.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 에피소드를 지금 이 시점에서 떠올리게 된 이유는 텔레그램 박사방 성 착취 사건의 주범 조주빈이 남긴 말 때문이었다. 그는 3월 25일 종로경찰서 포토라인 앞에 몰려든 기자들에게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악마’로 지칭하며 자신의 범죄를 밝혀낸 수사팀에 감사의 말까지 전하는 조주빈의 화법은 <크리미널 마인드>의 한 대목을 모방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황하고 과장된 자아도취의 표현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착잡하게 느껴진 건 스스로 범죄드라마의 주인공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는 성범죄자의 장단에 맞춰 가해자의 서사를 써내려가는 언론의 보도 방식이었다. 조주빈이 포토라인에 선 뒤, 기사의 초점은 그가 맥락 없이 사죄의 뜻을 언급한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를 조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옮겨갔다. 대학 시절 그의 행적과 학점을 구체적으로 보도하며 평범한 청년/흉악한 범죄자로서의 이중성을 부각하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이에 언론노조 성평등위원회와 민주언론실천위원회가 3월 24일 취재와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할 것,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할 것, 성범죄는 비정상적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님을 분명히 할 것 등의 내용을 담은 긴급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짐승, 늑대, 악마와 같은 표현을 가해자에게 적용하는 건 가해 행위를 축소하거나 가해자를 비정상적인 존재로 타자화해 예외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는 지적, ‘성 노리개’라는 표현 자체가 인간인 피해자를 물건 취급함으로써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없게 한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가해자의 잔혹함과 기이한 행각을 강조함으로써 가해자 중심의 서사를 극적으로 서술하고 피해자를 도구화하는 옐로저널리즘적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테러범에게 악명조차 불허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폭력적인 개인이 갈구하는 대중적 관심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말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결정이 한국에서는 어려운 일일지 생각해보는 한주다.

<사냥의 시간> OTT 개봉 보류한다

개봉까지 산 넘어 산이다. 4월 10일 넷플릭스에서 전세계 공개될 예정이던 <사냥의 시간>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 지난 4월 8일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사냥의 시간>의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판다가 이 영화의 해외 배급과 관련해 배급사 리틀빅픽쳐스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씨네21> 1249호 포커스 기사 ‘<사냥의 시간>의 넷플릭스행이 의미하는 것’에서 보도된 대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을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기로 결정했고, 콘텐츠판다는 약 30개국 세일즈사에 선판매된 상황에서 리틀빅픽쳐스가 충분한 협의 없이 계약 해지를 통보해왔다며 가처분 소송을 낸 바 있다. <씨네21>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는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와의 계약을 해지한 행위가 무효이고 그 효력을 정지한다”라고 판결했다.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천재지변 등에 의한 사유로 계약을 해지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영화 제작이 이미 완료돼 콘텐츠판다가 해외 배급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지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만족할 만한 수익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사정이 그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국내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극장, 인터넷,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포함한) 텔레비전을 통해 상영, 판매, 배포하거나 비디오, DVD 등으로 제작, 판매, 배포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공개해서는 안된다”며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리틀빅픽쳐스가 1일 2천만원을 콘텐츠판다에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사냥의 시간>은 한국이 아닌 해외에선 넷플릭스로 볼 수 없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자마자 4월 9일 넷플릭스는 <사냥의 시간> 공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4월 10일로 예정되어 있던 <사냥의 시간>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쟁점이 된 건,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와의 계약 해지 사유로 든 천재지변에 코로나19가 해당되는가였다. 강민주 이강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코로나19 같은 전염병 발병은 계약 해지 사유인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신청인(콘텐츠판다)의 소명이 충분히 인정되고, 가처분신청이 인용됨에 따라 피신청인(리틀빅픽쳐스)이 입는 손해와 가처분신청이 기각됐을 때 신청인이 입는 손해를 비교형량하여 신청인의 손해가 더 현저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그는 “앞으로 천재지변 사유를 해석함에 있어 전염병과 같은 위난을 계약상 해지 사유로 보기 어려운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시 이같은 사정을 감안하여 명확히 계약 해지 사유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윤희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천재지변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어떠한 사건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는지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사건으로 인하여 계약당사자가 자신의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는지 여부를 구체적인 사안 내에서 살펴야 한다”며 “이번 결정은 향후 코로나19로 발생 가능한 많은 사안에서 인용되리라 판단된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국가적 재난으로 천재지변에 해당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로 인하여 콘텐츠판다의 해외 배급이 불가능한 것인지, 당장 어렵다 하더라도 이후에 가능한 것인지 여부 등이 쟁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법원의 인용 판결로 인해 콘텐츠판다가 칼자루를 쥔 가운데, 이 판결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한 대기업 투자·배급사 임원은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명제에 충실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한 제작자는 “리틀빅픽쳐스가 콘텐츠판다와 계약을 맺은 해외 세일즈사에 대한 보상을 충분히 하겠다고 하는데도 <사냥의 시간>이 소생할 기회를 막는 건 영화계 정서에 맞지 않는 듯하다”고 얘기했다. 한편 콘텐츠판다는 “한국영화계 전체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리틀빅픽쳐스와의 협상 채널은 열려 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리벤지' 강간당한 여성이 핏빛 복수를 벌이는 스릴러영화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성 제니퍼(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는 사냥을 핑계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프랑스 남성 리처드(케빈 얀센스)와 불륜에 빠진다. 가족과 문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헬기가 필요한 모로코의 사막 한가운데의 저택에서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서로의 외적인 매력만 탐닉한다. 그러던 중 리처드가 사냥에 나설 친구들을 모아놓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리처드의 친구 스탠(빈센트 콜롬보)에게 제니퍼가 강간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니퍼는 리처드의 또 다른 친구 드미트리(기욤 부셰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 리처드에게도 싸늘한 대우를 받는다. 제니퍼만 없으면 강간을 없던 일로 할 수있다고 착각한 리처드는 급기야 그녀를 높은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제니퍼는 악에 받쳐 리처드 무리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이들도 제니퍼를 죽이는 데 혈안이 된다. 종래에는 사건에 엮인 네 사람이 서로를 사냥하기 위해 총과 칼을 겨누는 형국으로 치닫는다. <리벤지>는 강간당한 여성이 핏빛 복수를 벌이는 스릴러영화다. 제니퍼는 벼랑으로 떨어지면서 나뭇가지가 허리를 뚫고 나올 만큼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정신을 잃지 않고 가지를 부러뜨려 도망친다. 의학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싶지만 피를 동반한 복수는 한번 시작되자 멈추는 법이 없이 나아간다. 제니퍼는 배에 꽂힌 나뭇가지를 빼낸 다음 얇은 알루미늄 캔을 뜨겁게 달궈 상처 부위를 지지는데 의료용 실보다 매끈하게 상처가 아물기도 한다. 단번에 상처를 치료한 제니퍼는 세 사람을 차례로 죽여나간다. 영화의 개연성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지만, 인물들이 처한 공간과 맥락은 괄호쳐진 반면 쫓고 쫓기는 과정에 흘러나오는 핏물의 존재감만은 확실하다. <리벤지>의 주인공은 어쩌면 강간당한 여성이라기보다 끈적끈적한 핏물일지도 모르겠다. <리벤지>에는 계속된 총질로 스크린 위에 일순간에 터지는 핏물도 있고, 상처를 헤집어 유리 조각을 빼내며 울컥 쏟아지는 핏물도 있다. 카메라는 여러 물성의 핏물을 성실하게 클로즈업하는데, 주인공 제니퍼의 내면을 담기 위한 얼굴 클로즈업만큼이나빈번하게 핏물이 터지고 흐르는 모습을 담아낸다. 피는 흙먼지가 이는 황색의 모로코 사막과 대비되면서 감각적으로 재현되며, 리처드의 대리석 저택을 붉게 물들이면서 그 끈적이는 질감이 느껴질 정도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에 따르면, 대량의 핏물이 필요했기 때문에 촬영 당시 준비한 핏물을 다 써버리는 일이 왕왕 벌어지기도 하면서 미술팀의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한다. <리벤지>는 프랑스 영화감독 코랄리 파르자의 장편 데뷔작이다. 그동안 텔레비전 방송과 다큐멘터리 작업을 해온 그는 이번 영화에서 각본과 편집까지 직접 맡았다. 그는 대사를 최소화하고 액션만으로 서사를 추동시켜나가면서 평단으로부터 성공적인 여성감독의 데뷔라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주인공 제니퍼는 초반 30분가량을 제외하고는 단 한마디의 대사도 없이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고 전투에 나서는 여전사로 변신한다. 어떤 면에서는 <언더 더 스킨>(2013)에서 강한 힘을 지녔지만 말이 없고 쉽게 웃는 법이 없는 로라(스칼렛 요한슨) 캐릭터와 같아 보인다. 파르자 감독은 <리벤지>를 만들면서 실제로 <언더 더 스킨>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1990)과 니콜라스 빈딩 레픈의 <드라이브>(2011)를 영화적 레퍼런스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한 피와 폭력을 그리는 데 천부적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들도 많이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벤지>는 2017년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이트 매드니스 섹션에 공개되었으며, 시체스국제영화제에서‘판타스틱 최우수감독상’과 ‘시민 케인 주목할 감독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CHECK POINT 여성 복수극에 지극히 남성적인 시선? 영화 초반 제니퍼와 리처드가 서로를 탐닉할 때 제니퍼의 엉덩이를 집요하게 담아내던 카메라는 남성적 시선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황량한 모로코의 사막 영화의 배경이 된 황량한 모로코 사막은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각본을 쓸 때부터 이미 염두에 둔 곳이다. 저택도 사막의 비탈위에 세워져 제니퍼가 완벽하게 홀로되어 싸우는 느낌을 연출할 수 있었다. 총에 맞서는 유일한 무기는 라이터 사냥에 나선다며 총으로 무장한 남성 캐릭터들에 맞서는 제니퍼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라이터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프랑스산 ‘더 빅 라이터’로 불을 놓아서 찔린 나무를 태워 위험에서 벗어나고 상처를 치료한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한다 外

소피아 코폴라 감독이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를 연출한다 이디스 워턴의 소설 <그 지방의 관습>을 각색해 연출할 예정이다. 애플TV+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협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코폴라 감독이 연출하고 빌 머레이와 라시다 존스가 출연한 <온 더 록스>는 올해 극장 개봉한 뒤, 애플TV+에서 독점 서비스하기로 계약했다. 셧다운한 영국 영화 현장이 촬영을 재개한다 영국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가운데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재택 근무가 불가능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빨리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영화, 미디어, 스포츠 산업계에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던 가운데 5월 12일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됐다. 영국영화 제작 현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 3월 23일 이후 줄곧 록다운 상태였다.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넷플릭스 로맨틱코미디 <유어 플레이스 오어 마인>과 <더 캑터스>에 출연한다 제작사 헬로 선샤인의 대표이기도 한 위더스푼은 두 작품에서 제작자로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스웨덴 출신의 할리우드 배우 빌 스카스가드는 스웨덴에서 벌어진 유명 범죄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클라크>에 출연한다. 스카스가드는 스톡홀름신드롬이란 용어가 탄생하게 한 범죄자 클라르크 올로프손을 연기할 예정이다.

[강화길의 영화-다른 이야기] 최초의 그리고 최후의 기억

극장에 대한 내 최초의 기억은 <라이온 킹>이다. 그날 영화를 보기 전에 엄마는 매표소 직원에게 어떤 부탁을 했다. 늦게 와서 앞부분을 놓쳤으니, 다음 상영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그 부분만 보고 나오면 안되냐는 것이었다. 마음씨 좋은 그 직원은 흔쾌히 허락해줬고(그때는 이런 일이 은근 많았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우리는 약속대로 앞부분만 본 뒤 나왔다. 고백하자면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스트리밍, 다운로드 서비스 덕분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내가 상영시간에 맞춰야 했다. 조금이라도 텔레비전을 늦게 트는 바람에 만화영화 앞부분을 놓치면 그다음 날까지 내내 기분이 안 좋았다. 그건 내가 놓친 부분을 영원히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앞부분을 놓치는 바람에 그 회를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는 ‘분노’ 탓이 더 컸다. 그런데 엄마, 앞부분을 나중에 보라니요? 그래서인지 나는 <라이온 킹>을 꽤 감정적으로 기억한다. 어두컴컴한 극장에 엄청나게 큰 화면이 떠오르고,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갈 수 없어서 그저 불만스러운 기분으로 불편한 의자에 몸을 밀어넣고 있던 그런 느낌으로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나는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기억이 조금 비틀려 있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 말에 의하면 내 첫 번째 극장 경험은 <알라딘>이고, 극장에 늦었던 것도 그때였다고 했다. 이에 나는 별다른 반박을 할 수 없었는데, 실제로 <알라딘>이 <라이온 킹>보다 먼저 개봉했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논쟁 자체가 불가능했다. 물론 <라이온 킹>을 볼 때도 늦게 들어갔고, 그래서 기억이 헷갈렸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정말 그렇다. 내게 놀라운 사실은, <라이온 킹>과 달리 <알라딘>을 내가 꽤 편안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극장에서의 경험을 말이다. 정말? 전혀 집중하지 못했던 게 아니란 말이야? 그렇게 즐거운 기분으로 봤다고? 내가 정말 그랬다고? 영화 <프랑스여자>의 주인공 미라(김호정)도 비슷한 질문을 계속 한다.“내가? 정말 내가 그랬어?” 그녀는 자신의 친구들에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그러니까 한때 배우와 연출가의 꿈을 꾸며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이들에게 말이다. 네명 중 한명은 사라졌고, 두명은 각각 연극연출가와 영화감독이 되었으며 한명은 한국을 떠났다. 극중 미라는 기억의 부딪힘을 꽤 여러 번 맞이하는데, 가장 큰 계기는 남편과의 헤어짐이지만 질문을 거듭하게 만드는 건 그녀를 기억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들이 말하는 자신을 낯설게 여긴다. 그렇게 보인다. 멋있는 여자, 프랑스와 잘 어울리는 사람, 좋은 언니,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배우…. 그녀는 자신을 향한 수사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래? 정말 그래? 그 질문은 행동의 진위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 수사에 숨어 있는 자신의 모습, 이미지, 그것을 둘러싼 어떤 풍경들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매우 어색한 시선으로 친구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는 그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자기 자신 때문만은 아닌 듯한데, 그녀 역시 친구들을 실제와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질문에는 의아함이 담겨 있다. 정말? 그때 내가 그랬어? 그리고 네가 그랬어? 너는 그런 사람이야? 하지만 결국 이 질문들은 궤를 같이하고 있는 듯하다. 미라가 그 반문 혹은 질문을 통해 집요하게 쫓는 것은 자신의‘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에게 무엇을 원했던 걸까.” 그러니까 나는 어떤 사람이기를 원했던 걸까. 어린 시절, 나는 타인에게 내 모습을 설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꽤 많은 시도를 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랐고, 그걸 위해서 그만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믿었다. 사실 이것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좋은 사람, 지금보다 나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내가 게을러지지 않도록 한다. 그렇게 해준다. 동시에 이 욕망을 자각하는 것은, 진짜 내가 원하는 것과 주변에서 원하는 것의 간극을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단적으로 말해 아름답게 존재하고 싶다는 건, 요구와 생산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자의식을 유지하는 건 그 위험부담을 감지하며 정신을 붙드는 나만의 방법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까 질문하는 것. 미라처럼 계속 기억 속으로 되풀이해 들어가는 것. 정말? 내가 그랬어?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이 나 자신을 변명하는 것이 아니기를 늘 바라곤 한다. 왜냐하면 나의 욕망과 그들의 기억, 혹은 그들의 욕망과 나의 기억 사이에 존재하는 어떤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생각보다 고통스럽고 치열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자주 패배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다시 시작해보려 애쓴다. 나는 혼란까지도 나 자신의 일부임을 인정하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늘 그렇게 생각한다. 미라 역시 그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미라의 질문이 끌어내는 여정은 결코 낯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증명하듯 <프랑스여자>의 서사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복잡해진다. 미라는 자신의 기억과 타인의 기억 사이를 오가며 ‘진짜’를 찾으려 애쓴다. 그것은 사랑이기도 하고 상처이기도 하고 이별과 고독이기도 하며 우정과 배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표정이기도 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관객을 향한 어떤 얼굴. 그들을, 그러니까 나를 쳐다보던 그녀의 시선. <프랑스여자>를 본 날은 비가 많이 왔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기억. 시사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이루어졌다. 입장할 때 모두 체온을 쟀고, 서로 한열씩 비워두고 앉았으며 영화를 보는 내내 마스크를 착용했다. 미리 안내를 받은 사항이긴 했지만 막상 실제로 경험하니 기분이 남달랐다. 순식간에 어떤 이후의 시대로 훌쩍 넘어와버린 것 같았다. 내게 새로운 ‘최초’가 생긴 셈이다. 그 때문인지 나는 이전 시대의 기억을 되새길 수밖에 없었다. 불만스럽고 불편한 와중에도 어떻게든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려 애쓰던 순간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놓친 이야기를 계속 상상했다. 그래야 이해할 수 있으니까. 왜 어린 사자는 혼자 남았는지, 두려움과 죄책감에 휩싸여 있는지 계속 생각했다. 회피하고 고민하고 괴로워하다가, 끝내 돌아가서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는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때문에 <라이온 킹>은 내 최초의 극장 경험이 맞다. 이야기에 대한, 그리고 기억과 나 자신에 관한.

콜라주 영화로서의 '침입자'와 '프랑스여자'

기억과 장소에 관한 이야기로 <침입자>와 <프랑스여자>를 나란히 들여다보았다. 두 영화의 결말에 관한 누설이 있음을 밝혀둔다. 궤적이 영화를 지탱할 때 손원평 감독의 장편 데뷔작 <침입자>에 관한 주된 반응은 잘 진행되던 서사가 중·후반부에 이르러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영화가 스릴러에 기반을 둔 장르영화임을 전제한다. 스릴러영화로서의 <침입자>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이 영화가 스릴러영화와는 다른 시작을 보여준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영화는 서진(김무열)의 시선에 과도하게 기대면서도 그를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자신이 유진(송지효)이라 주장하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에 맞춰진 스릴러의 초점을 분산시킨다. 서사가 진행되는 중에도 ‘이 모든 것이 서진의 과대망상이 아닌가’라는 의문은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무엇보다 서진의 아내 실종 사건과 동생 유진의 귀환이 맞물리기 이전에, 서진의 기억을 통해 둘의 관련성이 처음으로 암시되었다는 점이 특히 의심스럽다. 서진은 뺑소니 범인을 찾기 위한 최면 치료 도중 동생을 잃은 과거의 기억과 마주한다. 그렇다면 서진은 예지몽을 꾼 것일까. 혹은 조작된 기억으로 인한 망상에 불과한 것일까. 영화는 끝까지 답을 명확히 정리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책임 회피의 결과이거나, 모호함을 의도한 장르적 제스처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에 나온 비슷한 서사들을 느슨하게 참고하되 다른 선택의 방식을 탐색하고 있으며 그것이 곧 영화의 주제와 맞물린다. 영화가 주는 기시감을 차용과 변용을 통한 콜라주 영화, 전환적 모자이크 영화의 흔적으로 읽어보려 한다. <침입자>의 서사는 갑자기 나타난 동생 유진의 정체성을 의심하고 그가 누구인지를 파악해가는 서진의 이야기로 요약된다. 미스터리한 여성을 추적하는 남성 관점의 이야기가 드문 것은 아니나, 그중에서도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1)는 비슷한 이야기 구조 속에 각각의 선택과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점에서 적절한 비교 대상이다. <화차>에서 문호(이선균)는 결혼을 앞둔 약혼자 선영(김민희)이 휴게소에서 갑자기 실종된 뒤 그가 알아온 존재가 허상이었음을 깨닫는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낯설어지는 <화차>와 달리 <침입자>에서 25년 만에 나타난 동생은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사람일 뿐이다. 두 영화의 주인공은 사라짐과 귀환이라는 대조적인 상황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들이 마주한 여성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파악해야 하는 공통의 과업을 지닌다. 계급 욕망이 사라진 이후의 카오스 두 영화에서 가장 첨예한 부분은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퇴장시킬까를 둘러싼 선택과 판단이다. 선영과 유진은 공히 추락의 운명을 맞는데, 추락의 장소와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은 대비된다. 선영이 살인을 저지른 주된 원인에는 자본과 계급 상승의 욕망이 깔려 있다. 추락하기 직전 경찰의 추격을 피해 백화점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오르는 장면은 선영의 욕망을 직접 보여주는 장치다. 추락 장면은 롱숏과 클로즈업을 통해 배경 속의 인물과 인물의 표정을 두루 비추며 자세히 시각화된다. 반면 <침입자>에는 현대 스릴러의 무대라고 하기에는 낯선 바위산이 배경으로 등장하며, 추락 장면은 기이할 정도로 생략된다. 추락하는 유진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은 단 한숏뿐이다. 서진의 눈에서 멀어지는 유진의 정면 얼굴 부감숏을 제외하고는 서진의 시선 바깥에서 추락하는 유진의 모습을 담은 비인칭적 숏은 제거되어 있다. 생략된 추락의 순간은 추락 그 자체를 의심의 대상으로 만든다. (유진은 정말 추락한 것일까.) 이와 함께 상승이라는 대조적인 의미망 역시 위태롭게 만든다. 유진의 추락은 상승을 꿈꾸는 추락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녀 안에서 상승과 추락은 결국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녀에게 상승이란 어릴 적 오빠의 손을 놓쳐버린 순간에 하늘로 떠오르던 풍선의 궤적 같은 것이다. 풍선의 맥락에서 볼 때 극단적인 상승은 결국 존재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서진이 절벽에 매달린 유진의 손을 다시 한번 놓치는 결말은 과거의 기억을 상하 반전시킨 채 반복하는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상승이냐 추락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지지기반으로서 땅을 소유할 것인가에 있다. 이때 땅은 매끈한 표면이 아니라 서진의 기억 속에서 액체의 표면처럼 왜곡된 어지러운 곡선의 움직임이거나 혹은 유진이 발 딛고 선 가파른 산 위의 돌과 같은 형태로 위태롭게 존재한다. 영화가 외딴곳에 독채로 자리한 ‘집’을 주된 공간으로 삼은 것도 상승과 추락이라는 극단 대신 단단한 평지에 대한 갈망이라는 소망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건축가 서진이 부모님을 위해 지은 이층집에서도 상승의 의미는 위협받는다. <침입자>의 집은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속 이층 가옥을 느슨하게 참고한 것처럼 보이는데, 두 작품의 공간을 비교할 때 각각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하녀>의 가옥 구조에서 1층은 병약한 아내(주증녀)와 보조 기구의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는 딸의 공간이다. 이들에게 2층은 일종의 한계가 된다. 아내는 2층에서 이뤄지는 남편(김진규)의 사적인 관계를 통제할 수 없고, 딸은 동생의 놀림을 견디면서도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하는 수치의 장소다. 각자의 욕망을 지닌 채 계단을 올랐던 하녀(이은심)와 경희(엄앵란)는 추락하거나 모욕을 받으며 욕망을 처벌받는 공간이다. 반면 <침입자>에서 계단은 1층과 2층을 잇는 층계라는 사실 외에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서진의 어머니 윤희(예수정)는 <하녀> 속 모녀가 지닌 장애를 연상시키나, 그들과 달리 윤희는 2층에 오를 이유가 별로 없다. 그보다는 유진이 데려온 보조사 덕분에 장애가 비정상적인 활기의 요소로 전환되는 순간도 있다. 2층의 서진은 창문을 통해 다른 가족들을 내려다보는 것으로 자신의 위치를 표시하려 하지만, 마당에 있던 유진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다는 듯 서진을 올려다보면서 시선의 우위는 유지되지 못한다. 소파가 놓인 1층 거실에 서진을 제외한 모든 거주자가 한데 모여 있는 광경은 감시의 전환을 명시한다. 서진이 집 안에 들어섰을 때 가족들은 마치 서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듯 각자의 위치에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들이 어색해 보이는 건 그들이 딱히 그곳에 모여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보통 시선이 모이는 거실 벽 한가운데에 텔레비전이 놓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거실에서 텔레비전은 보이지 않을만큼 한쪽 구석으로 밀려나 있다. 거실에 앉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방문자가 현관에 들어오는 장면을 직시할 수 있는 통로가 있다. 현관문을 통과해 들어온 서진은 텔레비전을 대신해 시선의 표적이 된다. 표면상으로 관찰하는 것은 서진이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시선이 아닌 다른 것으로 서진을 관찰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이층집은 잃어버린 동생의 방을 떼어다 붙이는 방식으로 복원한 집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복도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아치형의 방문은 기이한 접합의 흔적으로 보인다. 주거지 방문 모양으로는 이색적인 아치형의 문은 공간 전체의 모습을 낯선 것으로 만들며, 성당, 교회, 절 같은 종교 기관의 출입문 형태를 연상시킨다. 유진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부와 관련해 종교적인 징후가 집 내부에 이미 잠재되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집과 종교의 관계를 이야기로 풀어내기 이전에 건축적인 차원으로 구조화한다는 점에서 <침입자>는 한국형 오컬트 영화에서 사이비를 다루는 방식과는 거리를 둔다. 그보다는 집단과 종교의 기이한 형상을 그려온 <유전>(2018), <미드소마>(2019)의 아리 애스터의 방식이 연상된다. <유전>에서 아리 애스터는 한쪽 벽을 비워둔 미니어처 건축 구조물로 줌인하면서 그 속에서 실제 인물들이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히치콕의 <이창>(1954)에서 맞은편 아파트를 관찰하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기이한 집은 안락한 영화 촬영 세트의 의미를 음울하고 기괴한 것으로 비튼다. 잔혹함과 죽음, 희생과 대체 등의 종교 서사는 공간에 신비한 이미지를 덧씌운다. <침입자>에서 유진이 소속된 사이비종교는 ‘참아이’를 신의 대체물로 삼는 특징이나 대체되는 여자아이들을 통한 영속의 구도 정도가 드러날 뿐, 종교 자체의 기이함이 지나치게 강조되지는 않는다. 종교는 유진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반전의 요소이기보다는 오늘날의 문제의 원인으로 소환되곤 하는 자본과 대결하는 의지의 표명처럼 보인다. 다시 <화차>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하자면 선영의 실종 사건은 약혼 관계인선영과 문호의 결합 직전에 일어나 이들의 관계를 중지시킨다. 이를 통해 자본이 가족과 사랑의 탄생을 가로막는 요인임이 강조된다. <침입자>는 자본으로 상징되는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것에 관한 의심을 포석처럼 깔아둔다. 유진을 향해 “돈이 필요해서 그러는 거냐”고 묻는 서진의 외침은 공허할 뿐이다. 자본은 이를테면 유전자 검사 결과와 비슷하다. 99.99%의 친자 확인 결과는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이를 믿지 못하는 서진은 자의적으로 재검사를 신청한다. 하지만 검사 결과는 유진의 죽음 이후 너무 늦게 도착한다. 서진은 결과물이 든 우편물을 열어보지 않은 채 파쇄기에 집어넣는 것으로 서류적 진실에 대한 거부와 불신을 표한다. 이 장면은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2003)의 결정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형사 서태윤(김상경)과 용의자 박현규(박해일)가 철길이 보이는 아치형의 동굴 아래에서 대치 중일 때, 형사 박두만(송강호)이 미국에서 도착한 용의자 유전자 검사 결과지를 들고 달려온다. 그러나 검사 결과는 이들의 기대를 배반한다. <살인의 추억>은 서류에 입각한 합리성이라는 조건의 탄생과 자의적 해석에 기댄 육감 시대의 종말을 선언한다. 뜯지 않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파쇄기에 집어넣는 <침입자>의 결말은 서류적 진실은 땅에 떨어졌고, 그것이 필요 없다고까지 선언한다. 합리성과 육감이 공통으로 향해가던 진실이라는 목적지는 오늘날에는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훼손되었음을 보여준다. 이제 믿을 것은 기억이라는 이름의 개별적 진실일 것이나, 그마저도 불완전하며 왜곡된 형태로 드러난다.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놓인 유진은 자신이 진짜 유진임을 증명하기 위해 실종될 당시 풍선 색깔이 파란색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서진은 최초의 기억 속 파란 풍선을 노란색으로 바꾸고는 유진의 손을 놓아버린다. 그 순간에 서진이 갑작스러운 각성을 한 것인지, 의지에 의해 기억을 변환시킨 것인지 확증할 수는 없다. 자신의 과거를 속인 유진은 그로 인해 처벌을 받는 대신, 거짓을 진심으로 포장해 환심을 산다. 이는 왜소화된 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침입자>는 자본에의 욕망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던 추락과 상승의 의미를 퇴색시키면서 자신의 시선에서만 가능해지는 믿음과 진실의 현재를 비춘다.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여자>는 기억의 층위를 건드린다는 점에서 <침입자>와 나란히 놓을 만하다. 미라(김호정)는 서진만큼이나 불완전한 기억을 지닌 채 관객의 유일한 안내자 노릇을 한다. 서진의 기억이 특정 사건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것이라면, 미라의 기억은 좀더 일상적인 차원에 머문다. <침입자>의 서진이 특정 사건의 트라우마와 관련된 기억에 붙들린 인물이라면, <프랑스여자>의 미라는 유학 전과 후의 관계에 있어서 일상적인 디테일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미라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종종 “내가 그랬어?”라고 몰랐다는 듯 되묻는다. 그러나 기억은 사적인 층위에만 머물지 않고, 기억의 오류는 한계가 아닌 가능성의 차원으로 전환된다. 미라는 광화문광장을 찾아 세월호 노란 리본을 제작 중인 사람들 사이에 가만히 누워본다. 한 인물의 행위와 경험, 그리고 기억을 통해 국내의 참사는 개인을 넘어 프랑스에서 일어난 실제 테러 사건과 연결된다. 이를 통해 사적인 층위의 이야기는 공통의 기반을 잃고 무너져내리는 상태를 공유하는 기반이 된다. 여기에서 어떤 희망과 긍정이 읽힌다. <침입자>가 가족을 비롯해 자신마저 믿지 못할 정도로 피폐해진 오늘을 진단한다면, <프랑스여자>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연결과 생성의 가능성에 눈을 돌린다. 기억이라는 불안한 은신처 사적 기억과 공적 기억을 연결하는 영화의 방식은 장소의 차원에서 한국과 프랑스를 이음매 없이 연결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프랑스는 영화가 사랑해온 이국의 장소라 할 텐데, 예상과는 달리 영화는 제목에 프랑스를 언급하면서도 프랑스라는 장소의 정체성을 전혀 강조하지 않는다. 오프닝 시퀀스에 등장한 술집은 사람들이 불어를 쓴다는 것을 제외하면 한국이라고 생각해도 될 정도다. 반면 한국 역시 어딘가 낯설다. 미라가 친구들과 만난 술집에서 프랑스 사람이 미라에게 불어로 불을 빌려달라고 말하자 미라는 아무렇지 않게 불을 붙여주며 불어로 답한다. 미라가 머무는 숙소 욕실에는 휴대폰으로 녹음한 쥘과의 대화가 환청처럼 울리는데, 이처럼 국가의 경계는 언어의 차원에서만 가까스로 존재하며 그렇기에 쉽게 장소를 이동한다. 목소리의 주문은 쥘의 환영을 한국으로 불러내고 현실과 환각은 뒤섞인다. 이러한 뒤엉킴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건 이 영화가 연극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탓도 있다. 연극에서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점프하는 것이 관객의 암묵적 동의하에 허용되듯, 연극을 주요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 역시 극적 허용의 맥락 속에 프랑스와 한국, 현재와 과거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공간의 변화를 매개하는 장소는 공공화장실이나 골목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무국적의 ‘비장소’들이다. 프랑스에서 미라가 쥘과 주희를 피해 숨을 고르기 위해 찾아든 화장실은 불빛을 깜빡이며 비상 신호를 보내고, 야외로 연결된 한국의 단골 술집 옆 화장실은 벽면의 포스터를 통해 시간의 변화를 표시한다. 일상을 소재로 한 SF영화에서 의외의 장소가 시공간의 변화를 이끄는 매개로 등장한 것처럼 <프랑스여자>에서는 화장실이 SF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인 셈이다. <침입자>에서 집은 그것이 얼마나 낯설든 여전히 붙들고 싶은 거점 공간임은 여전하다. <프랑스여자>에서 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고, 이방인으로서의 인물은 외부인의 침입을 통제할 수 없는 임시 거처에 머문다. 이제 이들이 의존하는 곳은 ‘국가’라는 허상에 가까운 이미지다. 파리에 대한 동경을 품었던 해란(류아벨)이 ‘파리도 별것 없다’는 것을 알게 된 뒤 화를 낸 것이나, 미라가 남편과의 관계가 불안해지자 서둘러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것도 관계와 장소의 불안과 집착이라는 맥락을 건드린다. 지지대를 잃고 부유하며 각자의 머릿속에서 상연과 왜곡을 반복하는 기억만 남았음을 자조하는 <프랑스여자>는 <침입자>보다 한층 강화된 디스토피아로 보인다. 그런데도 <프랑스여자>는 기억이라는 장소가 존재함에 안도한다. 그것은 가장 공포스럽고도 서글픈 위안일 것이다.

'욕창' 심혜정 감독 - 돌봄노동은 왜 여성만의 몫인가

심혜정 감독은 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뒤 39살에 늦깎이 미술학도가 되어 퍼포먼스와 미디어아트 등 작품 활동을 쉼 없이 이어왔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미디액트를 찾았다가 후에 자신의 페르소나가 될 배우이자 감독인 김도영을 만났다. 그로부터 10년가량 흐른 뒤에 심혜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 <욕창>을 만들었고, 그의 페르소나인 김도영 감독은 <82년생 김지영>을 연출했다. <욕창>은 뇌졸중으로 쓰러진 노년의 여성에게 욕창이 생기면서 서서히 드러나는 가족의 욕망과 갈등을 서늘하게 재현한 극영화다. 미술계 활동을 오래해온 까닭에 심혜정 감독을 실험영화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따라서 장르가 결정되는 것 같다. 실험영화나 미디어아트만 하고 싶다고 영역을 정해두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심혜정 감독은 실제로 아픈 어머니를 돌보면서 겪은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직접 <욕창>의 각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다. 병상에 누워 있는 모든 사람들이 힘들 여름날에 심혜정 감독을 만나 영화 <욕창>과 돌봄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실제로 어머니가 아프셨다고 들었다. 다큐 <아라비아인과 낙타>에서 어머니와 간병인 중국 동포를 직접 비추기도 했는데. =<아라비아인과 낙타>는 아픈 어머니를 둔 딸인 나를 주인공으로 한, 선주민과 이주민의 관계에 대한 다큐였다. 제목은 <이솝 우화>에서 따왔다. 사막에서 추위에 떨던 낙타가 텐트 안의 주인에게 발 하나만 넣어도 되냐고 묻고 허락을 구한 뒤에 발만 넣는다. 조금 있다가는 머리를 넣어도 되냐고 묻더니 점점 텐트를 차지해나가고 주인인 아라비아인은 텐트 밖으로 쫓겨난다. 선주민이 느끼는 불안이란 알량한 텐트 자리를 뺏길까 우려하는 두려움인 것 같다. 실제로 친정에 갔을 때 내 어머니 집 같지 않아서 어떤 불편함 같은 걸 느꼈다. 다큐 작업은 그 불편한 감정이 뭘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과정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 돌봄은 85% 이상 여성이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돌봄노동의 특성은 아픈 이를 자주 보는 사람일수록 더 마음이 쓰이고, 자주 보지 않고 챙기지 않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편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돌봄노동 문제에 대해 쉽게 결정내려버리는 아들들에게 어머니 길순(전국향)과 대면하는 장면을 허락하지 않았다. =맞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픈 부모를 돌보는 일은 대부분 여자들이 담당하고 있었다. 옛날과 달리 지금은 책임지지 않는 낡은 가부장 사회라고 느낀다. 가부장이란 권위는 여전하지만 책임은 여자들이 지는 거다. 그래서 딸 지수(김도영)가 막내였으면 좋겠다 싶었다. 맏딸이라면 남매간 서열에 따른 책임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 않나. 그래서 오빠 둘에 막내 여동생으로 구성된 남매로 설정했다. 실제로 내가 집안에서 막내이기도 하다.(웃음) 가족회의에서 아들(김재록)보다 며느리(권미아)가 좌불안석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사회가 며느리에게 요구하는 게 있기 때문이다. 내 몫은 아닌 것 같은데 거절하기 편치 않아서 생기는 감정이다. 요즘 육아는 남녀가 함께해야 한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뀐 것 같다. 하지만 노인 돌봄은 여전히 여자의 몫이다. -창식(김종구)은 제자리에서 오르내리는 스테퍼를 이용해 운동한다. 수옥(강애심)은 텔레비전 뉴스와 공중파 연속극을 보면서 똑같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쩌면 노년의 삶이란 같은 것의 반복이 아닐까 싶다. =노인의 일상을 옆에서 지켜보면 계속 반복되는 패턴들이 있다. 젊은 세대가 볼 때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지만 노인들은 그걸 지키려고 굉장히 노력한다. 천보를 걷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고 현재를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실제로 노인들이 굉장히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길순이 딸기를 잘 먹는다는 설정이 등장한다. 산딸기 밭에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잉마르 베리만의 <산딸기>가 떠오르고, 돌아가시기 전에 딸기는 잘 드셨던 조부모 생각도 났다. =실제로 노인들이 부드럽고 먹기 좋은 딸기를 좋아하더라. 딸기는 사실 잘 무르는 과일이다. 금방 곰팡이가 핀다. 어쩌면 젊음은 딸기처럼 찰나적인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영화제 버전에서는 딸기가 썩어서 곰팡이 핀 장면도 있었다.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관객이 잘 이해하기 때문에 개봉을 준비하면서 뺐다. -관객에 따라 창식과 수옥이 춤추는 장면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창식만의 욕망이 아니라 두 사람의 화합처럼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로 배우들이 느낀 건 애정은 아니라더라. 나는 애정이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춤 신은 시나리오에서 한줄 정도였고 무드를 만든 건 배우 두분이다. 춤을 추면서 김종구 선배가 어깨를 토닥이니까 강애심 선배가 설움 같은 게 복받쳐 올랐다더라. 사실 수옥은 애썼다. 그런데 가족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거다. 그때 창식이 수옥의 어깨를 토닥이니까 고맙고 서러워서 눈물이 터졌다고 하더라. 창식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지낸 수옥을 지키고 싶었을 것 같다. 굳이 성적 욕망이 아니더라도 가까이에서 자신을 알아봐주고 웃어주고 위로해주고 아프면 파스 붙여주는 사람인데, 그를 잃는 건 힘든 일이다. 춤 신은 두 사람이 위로를 주고받는 장면이라 생각한다. -창식이 앉아 있는 의자와 <아라비아인과 낙타>에서 실제 감독의 아버지가 앉아 있는 의자가 매우 흡사했다. =아버지의 의자를 보여주며 미술감독에게 비슷한 흔들의자를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의자는 가부장이라고 하는 낡은 권력이 앉는 특별한 자리라 생각했다. 집집마다 단독으로 앉는 흔들의자 같은 것들이 있지 않나. 문제는 그걸 누가 차지하느냐, 주로 앉는 사람이 누구냐다.(웃음) -영화 마지막에 창식이 부엌에서 나는 연기를 걷어내려고 쓰는 도구가 방석이라 인상적이었다. 엉덩이로 무겁게 깔고 앉아 있던 방석을 손에 쥐고 휘두르면서 창석이 직접 돌봄노동에 나서게 될 앞날을 예상하게 한다. =현장에서 필요에 의해서 방석을 쓴 건데 의미들이 달라붙어서 좋더라. 김종구 선생님도 창식이 그렇게나 지키고 앉아 있던 게 작은 방석만 한 알량한 권위일 뿐이라고 하면서 좋아하셨다.(웃음) -방석을 휘두르는 엔딩 장면에서 음악은 나오지 않고 창식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준다. =창식의 마지막 감정은 불안이다. 거친 숨소리에서 느껴지는 창식의 불안을 관객이 같이 귀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음악을 쓰지 않았고, 호흡 소리가 증폭되면서 들릴 수 있게 사운드 믹싱을 했다. -김도영 감독을 딸 지수로 캐스팅한 계기가 궁금하다. 김도영 감독은 전작들에서 ‘고마운 분들’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올랐던데. =우리는 2008년 미디액트 단편영화 워크숍에서 처음 만났다. 도영은 연극영화과를 전공해서 연극계에서 많이 활동했다. 도영도 당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고 나도 미술영상을 하다가 영화를 하고 싶었다. 그렇게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는데 둘이 같은 조가 되어서 짧은 단편을 만들면서 친해졌다. 그 뒤부터는 서로 작업을 독려하고 채찍질하는 좋은 동료가 됐다. 기획이나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82년생 김지영>이 대종상에 초청됐을 때는 함께 시상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도영은 내 모든 영화에 출연하는 페르소나다. (웃음)

[런던] 영국 방송·영화계, 인종차별 반대 및 문화 다양성 확보 목소리 높여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으로 촉발된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이 그간 영국의 방송·영화산업계가 문화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데 소홀히 했다는 지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예 12년>으로 흑인 최초로 오스카상을 거머쥔 감독이자 터너상을 수상한 스티브 매퀸은 지난 6월 21일자 <옵서버>를 통해 “영국은 흑인, 아시아계, 소수민족(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BAME)을 대변하는 데 미국보다도 훨씬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문한 친구의 영화 촬영지에서, 여전히 BAME 노동자를 많이 볼 수 없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내가 미국에서 3편의 영화를 찍는 동안 영국은 변한 것이 거의 없었다. 정말 치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방송·영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700여명의 BAME 노동자들 역시 문화부 장관 올리버 다우든에게 편지를 보내, 주요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그간 미디어의 ‘문화 다양성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6월 22일에는 4천명이 넘는 영국의 제작자, 작가, 감독, 배우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영국의 방송·영화산업이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공개서한에는 배우 추이텔 에지오포, 미카엘라 코엘, 노엘 클라크, 데이비드 오옐러워, 미라 사이얼을 비롯해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 거린다 차다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백인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이야기는 규모가 너무 작거나 흥행 면에서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를 드는 것은 구차한 변명일 뿐”이라며, “BAME 감독 및 작가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제작자들에게도 좀더 많은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는 2021년부터 3년간 1억파운드(약 1486억원)의 예산을 들여 “다양하고 포괄적인 콘텐츠 제작에 힘쓸 것”이라고 발표했다. 가 모든 텔레비전 채널을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연 17억파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적은 금액이라는 비난이 있으나, 는 영국 TV산업 역사상 가장 큰 재정적 투자라고 주장했다. 는 또한 2021년 4월부터직원의 20%를 BAME, 장애인,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이들로 구성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지난 6월 28일 이드리스 엘바는 <더 타임스> 기고를 통해 “최근의 Black Lives Matter 운동 덕분에 영국 사회도 비로소 영화산업에서 문화적, 인종적 다양성의 필요성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에겐 우리가 가진 재능을 발전시키고, 나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도록 영화 문화를 살려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서로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M, 출범 이래 첫 미디어 데이 개최

“2023년까지 총 3천억원을 투자해 3년 후에는 블록버스터급 영화 포함 연간 15편의 오리지널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겠다.” 영화, 드라마, 음악, 디지털 콘텐츠를 아우르는 종합 콘텐츠 기업 카카오M 김성수 대표가 지난 7월 14일, 2018년 11월 출범 이래 첫 미디어 데이를 개최하며 밝힌 포부다. 이날 행사는 김성수 카카오M 대표의 프레젠테이션과 그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졌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CJ ENM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 대표는 케이블TV 채널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IP의 기획, 제작, 부가사업 확장까지 잇는 안정적 콘텐츠 사업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카카오M은 플랫폼의 다변화와 언택트 시대의 도래에 발맞춰 모바일 최적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MBC <황금어장>, JTBC <비긴 어게인>을 연출한 오윤환 제작총괄을 비롯해 MBC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권해봄 PD가 카카오M에 합류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한편 지난해 9월 사나이픽처스와 영화사 월광을 인수하며 영화 제작으로도 발을 넓힌 김성수 카카오M 대표는 “감독들도 극장 영화를 고집해야 하나 고민한다”며 영화 또한 모바일에 적합한 방식으로 기획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BH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숲, 어썸이앤티 등의 배우 매니지먼트를 다수 보유한 만큼 배우들을 활용한 IP를 개발하고, 할리우드식 패키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톱 탤런트 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제기된 독과점 우려에 대해 김 대표는 “뜻이 맞는 제작자들의 결합” 으로 봐달라고 답변했다. 카카오M만의 채널을 구상 중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플랫폼보다 스튜디오 성격에 집중” 한다며 카카오톡에 기반을 두고 유튜브를 병행해 콘텐츠를 선보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