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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중간결산'...현실의 균열 속에서 영화는 탄생한다

7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해변에 화려한 불꽃 쇼가 펼쳐졌다.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를 축하하는 바스티유데이 불꽃놀이를 기점으로 7월 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칸영화제도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열린 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없진 않았지만 순조롭게 축제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씨네21>에서는 올해 칸영화제의 전반적인 흐름과 함께 유난히 치열했던 경쟁부문의 추세를 점검했다. 24편의 작품 중 16편이 공개된 가운데 개막작 <아네트>,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높은 평가를 받으며 두각을 드러내는 중이다. 현지 통신원이 전해온 74회 칸영화제 중간 평가와 함께 <베네데타> <드라이브 마이 카>의 기자회견을 정리해보았다. 올해 칸을 장식한 말들을 통해 영화제의 고민과 나아갈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세찬 파도 앞에서도 스크린의 불은 꺼질 줄 모른 채 밝기만 하다. 우리가 알던 일상으로의 복귀와 영화제의 정상화. “지구상에서 영화는 한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던 봉준호 감독의 선언으로 문을 연 2021년 칸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영화제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다.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자를 굳이 모셔와서 연속성을 부여하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완벽히 예전 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코로나19로 극장이 문을 닫고 모든 것이 멈췄던 만큼 예전보다 다소 많은 24편의 경쟁작에도 불구하고 영화 한편이 공개될 때마다 꼼꼼한 관심과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레드카펫 행사와 스타들의 연이은 포토콜, 관객과의 만남이나 영화마다 이어지는 기자회견까지 최소한 겉보기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영화제의 일상을 되찾은 것만 같다. 코로나, 스트리밍 서비스, 환경보호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현실은 익숙한 듯 미묘하게 달라졌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크고 작은 변화들이 코트다쥐르 해안의 풍경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우선 입장할 때마다 확인하는 코로나19 패스는 물론이고 인터넷 티켓 예약이 의무가 되면서 영화를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이 사라졌다. 바뀐 규칙에 맞춰 유연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크고 작은 마찰과 변화를 따르지 못한 균열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칸의 코로나19 방역이 의외로 촘촘하지 못하다는 <뉴욕타임스>의 지적을 시작으로 프랑스 언론에서도 칸의 상황에 연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칸이 속한 알프마리팀 지역은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곳(10만명당 61명)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백신에 대한 불안감도 번졌다. 프랑스 배우 레아 세두가 백신을 맞고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영화제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레아 세두는 세편의 경쟁작(<프렌치 디스패치> <더 스토리 오브 마이 와이프> <프랑스>)과 한편의 프리미어 초청작(<디셉션>)에 출연하여 행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칸 곳곳에선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악수와 포옹 등 밀접 접촉을 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개막작이 시작되자 주변 관객 중 4분의 3이 마스크를 벗었고, 기립박수가 길어지자 레오스 카락스와 애덤 드라이버는 극장 안에서 담배를 피웠다”며 극장 풍경을 전했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스타와 관객을 향한 항의가 SNS를 통해 번지자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마스크가 칸영화제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법”이라고 호소했다. 조직위원장 피에르 레스큐어는 아예 상영 시작 전 내보낼 메시지를 녹음하기도 했다. 다행히 영화제의 반환점을 돈 지금까지도 확진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운영위원회측에서도 초반 다소 느슨했던 방역 규칙을 점차 강화해나가는 중이다. 코로나가 바꿔놓은 건 거리의 상황뿐만이 아니다. 칸영화제가 구체적으로 당면한 도전 과제는 어쩌면 코로나가 아니다. 표면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한 플랫폼 산업과의 관계 재정립, 그리고 기후 재앙에 대비한 환경문제에 대한 화답이 더 두드러졌다. 영화 수입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던 마켓의 풍경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데,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긴장관계는 일정 부분 여전한 가운데 이들과의 공존이 불가피한 만큼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들이 발견된다. 일례로 개막작 <아네트>와 경쟁작 중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 미국 독립영화계의 신성이자 한국계 영화감독 코고나다의 <애프터 양>의 판권을 단독으로 사들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한국의 스트리밍 업체 왓챠다. 또 하나의 화두인 환경보호에 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칸은 이른바 ‘슈퍼 그린’을 제창하는 중이다. 특히 이번 칸영화제에서는 과시적인 행사를 축소하는 것은 물론 환경영화를 위한 섹션을 마련하고 필요성을 홍보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의 한 라디오 매체는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이 2018년 칸에 들고 왔던 <블랙클랜스맨>이, 환경영화제가 주는 상(그린 실 EMA 어워드)을 수상한 바 있음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치적이고도 예술적인 익숙한 듯 미묘하고 사소한 변화는 24편의 경쟁작을 둘러싼 분위기에서도 감지된다. 16편의 작품이 공개된 7월 14일 현재, 확실한 황금종려상 후보라고 할 만한 화제작이 나오지 않아 누구도 수상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단독으로 치고 나가는 작품이 없는 대신 몇편을 제외하곤 후보들 사이에 편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 올해 도드라지는 특징 중 하나다. 대체적으로 작품마다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고르고 무난한 반응을 얻고 있지만 지배적인 예측이 없는 건 아니다. 결국엔 심사위원단이 정치적인 주제를 다룬 작품에 손을 들어줄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반응이다. 조망하는 주제, 세계관, 인물과 시대를 다루는 방식 등이 서로 겹치지 않는 가운데서도 거의 모든 작품에서 사회적인 균열을 포착하고자 하는 열망과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평론가 장 미셸 프로동은 “직접적이건 그렇지 않건 올해 칸에 소개된 작품들은 사회적 균열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 여기서 균열이란 사회구성원간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하는 계층의 분리 현상을 말한다”라고 진단했다. 계층 분리에 따른 균열은 올해만 특별한 것이 아니다. 2019년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기생충>이 대표적이다. 그 영향인지도 모르지만 올해는 특히 유사한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 편수가 늘어난 상황이다. 비단 경쟁작뿐 아니라 감독주간에 선보인 에마뉘엘 카레르 감독의 <위스트르앙>, 비평가주간 사뮈엘 테이스 감독의 <리틀 네이처> 등 여타 섹션에서도 사회적 균열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경쟁부문에서도 카트린 코르시니 감독의 <분열>이나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6번의 칸>, 어머니의 죽음과 자유의 상실을 고찰하는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 소비에트연합 해체 시기의 비이성과 폭력을 정면에서 응시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의 <페트로프의 플루>,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 등 적지 않은 작품이 계층 갈등에서 촉발된 개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러시아에서 출국금지당한 키릴 세레브렌니코프 감독의 경우 화상으로 기자회견을 가지기도 했으며 칸측은 극장에 그의 자리를 상징적으로 비워두었다. “가택 연금을 받는 동안 쓰여진 이 영화는 억압을 향한 당당하고 짜릿한 복귀”(<버라이어티>)라 할 만하다. 그중 대표적으로 <분열>은 이별을 앞두고 있던 두 여자가 프랑스의 노란조끼운동 시위로 병원에 갇히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룬다. 단순하지만 명료한 방식으로 개인과 집단 사이의 충돌을 표현한 이 작품은 “사회운동이 개인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예리하게 포착”(<스크린 인터내셔널>)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평단의 반응은 평범하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두드러지는 <분열>이 황금종려상에 오른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고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두각을 드러내는 작품은 개막작 <아네트>와 폴 버호벤 감독의 <베네데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 정도다. <르 필름 프랑세즈>는 “레오스 카락스가 아직 칸에서 한번도 상을 받지 못했다”는 걸 상기시키며 애덤 드라이버의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어떤 상이든 주어질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여우주연상 후보로는 <베네데타>의 비르지니 에피라, <최악의 사람>의 레나트 레인스베, <분열>의 발레리아 브루니 테데스키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승자는 <드라이브 마이 카> 한편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이자 오랜 기대작이었던 웨스 앤더슨의 <프렌치 디스패치>는 대체로 평이한 반응이다. 68혁명을 배경으로 하되 프랑스의 한 가상도시를 무대로 한 이 영화는 <뉴요커> 스타일의 잡지 뒤에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짧은 챕터들을 여러 개 이어나가는 방식은 마치 영화를 하나의 잡지처럼 보이도록 구성했다. “즉각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웨스 앤더슨의 스타일은 여전한 가운데 프랑스 뉴웨이브 실험에 가까워진, 혼란스런 앙상블”(<인디와이어>)이라는 평이다. “에피소드는 물론 다채로운 캐릭터들을 콜라주, 재창조하는 과정에서 여러 영감을 제공하지만 한편으론 익숙한”(<텔레라마>) 연출과 주제라는 한계도 지적된다. 화제작 중 하나인 폴 버호벤의 <베네데타>는 아마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일 것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 중 한편이었던 이 작품은 1987년 발간된 논픽션 <수녀원 스캔들: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을 원작으로 한다. “숭고함에 도달하기 위해 성적 환상과 에로틱한 장면을 뒤섞는 위험을 감수하는”(<포지티프>) 이 영화를 두고 <프리미어>는 “역사적인 동시에 로마네스크적 특성을 지닌 버호벤식의 훌륭한 이야기”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반면 프랑스 시사 일간지 <르 피가로>는 “이런 유치함은 놀이터나 광대쇼에서나 허용된다”라며 폴 버호벤의 작가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여러 각도에서 촬영된 에피라의 육체는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일 만큼 명료하다”는 <텔레라마>의 평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이 영화의 성취와 한계를 짐작할 수 있다. <스크린 데일리>는 물론 <카이에 뒤 시네마> <르 필름 프랑세즈>의 별점 모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이끌어낸 건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다. <포지티프> <텔레라마> <레쟁록> 등 프랑스 언론 중 세곳이 이 영화를 황금종려상의 주인공으로 전망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이 영화는 아내를 잃은 연극 감독의 여정을 따라간다. 각본을 쓰던 파트너이기도 했던 아내를 잃은 남자는 작품 연출을 위해 히로시마로 간다. 말이 없는 한 여성이 그의 운전기사로 고용되면서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고요한, 하지만 산산이 부서지는 고통을 응시하는 이 영화는 “3시간의 러닝타임이 모자랄 정도로 농밀하다”(인디와이어). 산산이 부서진 세계에서 오늘을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시간은 히로시마라는 상징적인 공간과 연극 무대라는 극적인 상황을 배경으로 찬찬히 흩뿌려진다. “3시간 동안의 완벽한 경험, 꿈처럼 흘러가는 러닝타임, 죽은 시간도 없고 단 한번의 서두름도 없는 마스터의 솜씨”(<프리미어>), “연금술과도 같은 침묵”(<르 몽드>) 등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시간을 찍은 뒤 편집이라는 영화적 운동을 통해 리듬을 창조해내는 하마구치의 연출이 정점에 달했다는 평이다. 하마구치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작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심스럽게 황금종려상에 제일 가까운 영화로 거론 중이다.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지만 숀 베이커의 <레드 로켓>, 일디코 에네디의 <내 아내의 이야기>,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 브루노 뒤몽의 <프랑스> 등 쟁쟁한 기대작들이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만큼 섣부른 예측은 금물이다. 올해 칸의 성과가 풍요 속의 빈곤이 될지, 기념비적인 풍년이 될지는 아직 좀더 지켜볼 일이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총정리…되짚어 본 주요 이슈와 경향

올해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에서 가장 아찔하고 짜릿했던 순간은 폐막식에서 벌어졌다. 단편부문과 명예 황금종려상 등의 시상이 이루어진 뒤 본격적으로 경쟁부문 결과 발표가 시작될 참이었다. 사회자는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에게 배우상, 심사위원상, 각본상, 감독상, 심사위원대상, 황금종려상 중 어떤 상부터 시상하면 되냐는 의미로 질문을 건넸다. “어떤 게 첫 번째 상(first prize)이죠?” 수상자 명단이 적힌 종이를 펼쳐보던 스파이크 리는 중간 과정은 생략한 채 최종 결과로 직진해버렸다. “황금종려상은 <티탄>.” 사회자는 다급하게 “잠깐만!”을 외쳤고, 동석한 심사위원들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제일 마지막에 발표해야 할 최고상을 제일 먼저 공개하다니. 수습이 불가능한 대형 사고였다. 결과적으로 시상식은 70분짜리 혼돈의 스릴러가 돼버렸고, 스파이크 리는 폐막식을 망쳐버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발표 과정이 아찔했다면 결과는 파격적이었다. 스파이크 리가 의도치 않게 서둘러 <티탄>을 호명한 건 명백한 미스 커뮤니케이션의 결과지만, 한편으론 스파이크 리의 뇌리에 <티탄>이 강렬히 박혀 있어 심사위원단의 과감한 선택을 빨리 알리고픈 조급증이 무의식중에 작동한 결과가 아닌가 짐작해보게 된다. 그만큼 <티탄>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티탄>이 처음 공개된 뒤 평론가들의 반응은 극단으로 갈렸다. 문화 주간지 <텔레라마>는 “<티탄>이 영화제에 전기 충격을 가할 거라 알려졌는데 그 소문이 딱 맞았다.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이들도 많고 성급하게 거부하는 이들도 있지만 미지근한 반응은 없다”며 이 영화가 만장일치를 받기는 힘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참고로 영화제 영어 공식 데일리인 <스크린 데일리>의 평점은 1.6점으로 낮았고, 프랑스 공식 데일리 <르 필름 프랑세즈>의 평점에선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 다음으로 총점이 높았다). 문화 시사 잡지 <레쟁록>은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탈리아의 거장 마르코 벨로치오가 영화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로 “상상력과 용기”를 꼽은 것을 언급하며 “상상력과 용기에 관해서라면 <티탄>은 부족할 게 하나도 없다. 사실 이 두 가지가 <티탄>의 가장 큰 덕목이다. 심사위원들의 이 선택은 현대영화의 지배적 미적 기준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을 확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시사 일간지 <르 파리지앵> 또한 “<티탄>에 황금종려상을 주는 건 시적 선언이다. 작열하는 이미지에 대한 송가이며, 트라우마를 겪은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하는 젊은 여성감독의 용기를 칭송하는 송가다”라고 평했다. <티탄>, 영화제에 전기 충격을 가하다 화제의 중심에 선 젊은 여성감독은 1983년생 프랑스 여성감독 줄리아 뒤쿠르노. 참고로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감독 중 가장 젊다. 줄리아 뒤쿠르노는 <티탄>으로 칸영화제의 역사를 새로 썼다. 지금까지 칸에서 여성감독이 단독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이 여성감독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지만, 당시 제인 캠피언은 <패왕별희>의 첸카이거 감독과 공동으로 수상했다. 올해 24편의 경쟁작 중 여성감독의 영화가 단 4편뿐이라는 사실은 실망스러웠지만, 결과적으로 경쟁부문뿐만 아니라 주요 부문의 최고상이 모두 여성감독에게 돌아간 것은 기억할 만하다. 단편 황금종려상(<세상의 모든 까마귀들>(감독 탕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언클렌칭 더 피스츠>(감독 키라 코발렌코)), 황금카메라상(<무리나>(감독 안토네타 알라마트 쿠시야노비치))까지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해였다. <티탄>은 <로우>에 이은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2016년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서 소개된 첫 장편 <로우>는 채식주의자였던 소녀가 성적 욕망과 카니발리즘에 눈뜨는 잔혹한 성장의 과정을 충격적으로 제시하는 호러영화였다. 자동차와의 교배, 젠더 유동성(gender fluid), 부성애의 탐색 등을 한데 뒤섞는 <티탄>의 이야기는 <로우> 못지않게 파격적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머리에 티타늄을 심은 알레시아(아가트 루셀)는 자동차에 특별한 애정을 느낀다. 모터쇼의 에로틱 댄서로 살아가던 그녀는 초자연적 임신을 하고, 연쇄살인을 한 뒤 남자로 위장해 도망다니는 신세가 된다. 그러다 소방관 뱅상(뱅상 랭동)을 만나는데, 뱅상은 그(녀)가 10년 전 사라진 자신의 아들이라 생각한다. 줄리아 뒤쿠르노는 “스스로는 아주 전형적인 장르영화를 만든다고 얘기하지만 사실 모든 관습을 날려버리는”(<프랑스 텔레비전>) 감독이다. 심사위원 밀렌 파르메르가 “영화제에서 장르영화는 언제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말했듯, 관습을 파괴하는 장르영화, 그것도 파격적 호러영화에 칸영화제 최고상이 돌아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줄리아 뒤쿠르노 감독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수상 직후 무대에서 눈물을 보이며 “괴물에게 자리를 내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불어 그는 자신의 영화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기괴함은 누군가를 공포에 떨게 하지만 이것은 우리를 가두고 서로를 분리시키는 정상성의 벽들을 밀어낼 수 있는 무기이며 힘”이라 말했다. 반골정신과 젊음이 주요 키워드 스파이크 리, 마티 디옵, 예시카 하우스너, 밀렌 파르메르, 매기 질런홀, 멜라니 로랑, 송강호,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타하르 라힘까지 올해 심사위원들의 선택에 대해선 놀랍지만 균형잡혔고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는 반응이 다수다. 특별히 수상을 하지 못해 슬퍼해야 할 작품은 없다는 것인데, 다만 심사위원상과 심사위원대상이 모두 공동 수상이었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 상을 주고 싶어 하는 ‘팬들의 학교’ 같은 면이 보였다”(<르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의 수상작들, 심사위원대상을 공동 수상한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와 유호 쿠오스마넨의 <6번 칸>, 감독상을 받은 레오스 카락스의 <아네트>, 각본상을 수상한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브 마이 카>, 심사위원상을 공동으로 받은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와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은 모두 현대적인 문법과 고유한 예술적 제스처를 취한 작품들이다. 폐막 이후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라디오 채널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티탄>은 폭력적인 영화가 아니라 그저 다른 영화”이며 “올해 칸의 선택은 오늘날의 영화가 어떤 것인지 잘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오늘날의 영화. 그것은 관습을 거부하고 열린 태도를 보이는 ‘젊은’ 영화, 그래서 기존의 영화와 ‘다른’ 영화를 칭하는 말일 것이다. 다수의 거장들이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반골정신과 젊음이라는 키워드에 부합한 <아네트>로 감독상을 받았다. 개막작으로 공개된 <아네트>는 레오스 카락스가 선보인 첫 영어영화인 데다 무려 장르는 코미디 뮤지컬이다. 60살이 되었지만 여전히 독창적인 레오스 카락스의 ‘젊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외신의 평이다.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와 유호 쿠오스마넨의 <6번 칸>은 사이좋게 심사위원대상을 나눠 가졌다. 칸 경쟁부문에 네 번째 초대받은, 칸이 사랑하는 이란 감독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히어로>는 영화제 내내 수상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이다. 도덕적 딜레마를 집요하게 다루는 아시가르 파르하디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장기는 이번에도 여전해 보인다.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 간 라힘이 이틀간 휴가를 얻어 밖에 나왔다가 여자 친구가 발견한 돈가방 때문에 점점 복잡한 미로에 빠지는 이야기다. <인디와이어>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이후 최고작이라 평하기도 했다. <6번 칸>은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로 2016년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던 핀란드 감독 유호 쿠오스마넨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북극권의 고고학 발굴 현장에 가기 위해 기차를 탄 핀란드 여성 로라가 러시아 남자 광부와 좁은 침대칸 객실을 나눠 쓰게 되면서 긴 여행의 한 자락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을 따라간다. “느린 속도로 만경을 찍는 작품”(<프랑스 텔레비전>)이다. 고유의 리듬과 템포가 돋보이는 화제작들 각본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와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 또한 고유의 리듬과 템포가 돋보이는 영화들이다. 3년 전 <아사코>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처음 초대받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해 3시간짜리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완성했다. 아내를 잃은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남자와 그의 전속 운전기사로 고용되는 여성의 로드트립을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 영화와 연극의 이야기가 혼합된다. 정교한 영화적 언어로 채워진 이 작품에 단순히 각본상만 주는 건 아쉽다는 반응도 확인할 수 있었다. <메모리아>는 <열대병>으로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고 <엉클 분미>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처음으로 모국 태국이 아닌 남미에서 찍은 영화이며,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과 협업한 영화다. 동생을 만나러 콜롬비아의 보고타에 도착한 제시카(틸다 스윈튼)가 어느 날 미스터리한 감각 증후군의 일종으로 수면 중 큰 폭발음을 듣게 되고, 알 수 없는 소리의 근원을 찾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곳을 방문하는 이야기다. 실제로 콜롬비아를 방문했다 남미와 사랑에 빠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이 여행 중 폭발성 머리 증후군(Exploding Head Syndrome)을 경험한 것이 영화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시너님즈>로 2019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한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는 <아헤드의 무릎>을 통해 이스라엘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정부로부터 검열을 당하는 영화감독이 자유의 죽음과 어머니의 죽음을 동시에 맞닥뜨리는 이야기로, 역시나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바탕이 된 영화다. 나다브 라피드 감독은 이 영화를 두고 “어머니에 대한 애도이자 조국에 대한 애도”라 했다. 여우주연상은 <최악의 사람>의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돌아갔다. 요아킴 트리에의 <최악의 사람>에서 라인스베는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사는 방황하는 서른살의 줄리를 연기한다. 놀랍게도 이번 영화가 타이틀롤을 맡은 첫 번째 영화다. 영화가 공개된 뒤 외신은 일제히 ‘스타 탄생’을 외쳤다. 남우주연상은 <니트람>의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수상했다. 저스틴 커젤의 <니트람>은 1996년 호주에서 발생한 포트 아서 학살 사건을 다룬 영화로, <쓰리 빌보드> <플로리다 프로젝트> 등으로 익숙한 미국 배우 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참혹한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를 연기했다. 비극적 결과를 향하는 외로움, 분노, 광기를 비범하게 연기했다는 평을 들었다. 많은 이야기를 남긴 채 74회 칸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 칸영화제는 용기 있는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과감한 선택을 보여주었고, 이 선택이 앞으로의 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이 영화들을 하루빨리 국내 극장에서 만나고 싶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를 빛낸 한국 영화인들…봉준호 감독이 열고 이병헌 배우가 닫고

제74회 칸영화제를 찾은 한국 영화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개막식의 봉준호 감독과 폐막식의 배우 이병헌, 영화제 기간 내내 심사위원으로 바빴던 배우 송강호, 올해 칸에서 소개된 2편의 한국영화 <비상선언>과 <당신 얼굴 앞에서>의 프랑스 현지 반응도 함께 싣는다. 봉준호 올해 칸영화제는 봉준호 감독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1년을 쉬었던 칸영화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 2019년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만 한 적임자도 없었다. 봉준호 감독은 칸영화제가 마련한 마스터클래스 행사인 ‘랑데부 아베크’에도 참석해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병헌 <비상선언>의 배우 이병헌은 폐막식 무대에 시상자로 나섰다. 여우주연상 부문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등장한 그는 불어로 꽤 긴 인사말을 전하는 센스를 보였다. 이어서 “올해 칸영화제는 내게 무척 특별하다. 영화제의 문을 연 봉준호 감독과 올해 심사위원인 배우 송강호는 내 동료이고, 마침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와 나는 성(LEE)도 같다”며 한 스푼의 유머를 더해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시상을 마치고 무대에서 퇴장할 땐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송강호와 가볍게 손바닥을 마주치기도 했다. 임시완 2017년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던 임시완. 올해는 <비상선언>으로 칸영화제에서의 두 번째 추억을 쌓았다. <비상선언>의 프리미어 상영이 끝난 직후엔 “긴장하며 영화를 봤다. 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해 정말 영광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의 젊은 배우로서 또 한번 세계 영화인들에게 존재를 알렸다. 한재림 <더 킹> <관상> <우아한 세계> 등을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신작 <비상선언>은 칸 현지에서 시의적절하고 긴장감 넘치는 재난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뤼미에르 극장에서 관객의 실시간 반응을 체감했던 한재림 감독은 “장면마다 박수를 치고 영화를 즐기는 모습에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송강호 2년 전 봉준호 감독과 함께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의 기쁨을 만끽했던 송강호는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이자 <비상선언>의 배우로 칸을 찾았다. 스파이크 리를 심사위원장으로 한 9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매일 2~3편의 영화를 보고 심사회의를 해야 했던 그는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환한 얼굴로 <비상선언>의 레드카펫 행사 등에 참석했다. <비상선언> 단체사진 한재림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 임시완 배우까지 <비상선언>팀이 칸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과 크리스티앙 전 부집행위원장은 포토콜 행사 직전 <비상선언>팀을 만나 한국영화 및 한국 영화인들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직접 전했다고.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비상선언>은 프랑스 현지시간으로 7월 16일 칸에서 최초 공개됐다. <비상선언> <당신 얼굴 앞에서> 현지 반응 올해 칸영화제에선 두편의 한국영화 <비상선언>과 <당신 얼굴 앞에서>가 공개됐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은 초유의 재난 상황에 직면해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항공재난영화다. 송강호가 항공재난의 뒤를 좇는 형사로 출연하고, 이병헌은 비행기 공포증이 있지만 딸을 위해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비상 사태에 맞서는 장관, 김남길은 비행기의 부기장, 임시완은 홀로 비행기에 오른 승객으로 출연한다. 영화가 공개된 뒤 주간지 <텔레라마>는 “비행기 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와 지상의 위기 처리 상황을 고전적 방법으로 다루는 효과적인 스릴러영화”라며 성공적 장르영화라 소개했고, 영화비평 사이트 <시네마티저>는 “할리우드영화가 더이상 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한국 대중영화의 힘”이라고 호평했다. 홍상수 감독의 26번째 장편영화 <당신 얼굴 앞에서>는 올해 신설된 칸 프리미어 섹션에 초청됐다. 1980년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던 배우 이혜영이 미국에서 오래 살다 한국에 돌아온 인물 상옥을 연기한다. 한때 배우였던 상옥은 동생(조윤희)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영화감독(권해효)을 만나면서 우리 얼굴 앞에 놓인 것들을 올바로 보고 주어진 시간을 감사히 보내자고 마음먹는다. 영화비평 사이트 <크리티카>는 이 영화를 두고 “영화의 제목은 이 정갈하고 감동적인 작품으로 들어가는 중요한 열쇠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가난해지고(다분히 일차원적인 의미로, 후반작업에 크게 기대지 않고 날것으로 보여지는 디지털 이미지), 감독은 한층 더 깊고 숙련된 작품 세계로 발전해간다”라고 했다. 영화비평 사이트 <르 폴리스터>는 이혜영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칭찬하며 “만약 이 영화가 경쟁부문에 초청됐다면 여우주연상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한 뒤 “<당신 얼굴 앞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걸작이 되었고, 그의 작품 중 가장 즉각적으로 감정을 파고드는 영화”라고 했다.

[장영엽 편집장] 너의 이름은

‘이것은 게임인가 영화인가, 지금껏 이런 콘텐츠는 없었다’. 이다혜 편집팀장이 이번호 기획 기사를 위해 멋지게 뽑아준 제목이다. 게임 회사 크래프톤이 얼마 전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 콘텐츠 <그라운드 제로>와 <미스터리 언노운>을 보면 기사의 제목처럼 이들 작품을 어떻게 명명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일례로 크래프톤의 인기 게임 의 기원을 다루는 단편 <그라운드 제로>는 김지용 촬영감독(<남한산성> <밀정>)이 감독과 각본, 촬영을, 배우 마동석이 제작과 주연을 맡고 모그 음악감독과 허명행 무술감독 등 영화 스탭들이 대거 참여한 작품으로 흡사 한국 상업 액션영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하다. 게임의 스토리와 맵이 단편 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배틀그라운드’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팬들에게는 세계관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준다. <씨네21>은 지난해에도 게임을 닮은 영화, 영화를 닮은 게임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를 준비한 바 있지만, <그라운드 제로>의 사례와 같이 올해는 매체를 넘어선 문화 콘텐츠의 융합이 훨씬 더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일어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게임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작업이 게임 업계와 영화계의 유기적인 협업을 촉진하고 있는 것이다. 게임 내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겠다는 포부로 ‘펍지 유니버스’를 확장 중인 크래프톤, 영화 <신과 함께>의 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협약을 맺고 조인트벤처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한 스마일게이트, ‘넥슨 필름&텔레비전’이라는 신설 조직을 출범시킨 넥슨 등 본격적으로 IP 생태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게임 회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게임과 영화의 미래를 상상해보시길 바란다. 덧붙여 독자 여러분이 ‘이것은 지면 인터뷰인가, 영상 인터뷰인가’라고 질문하게 될 새로운 연재를 이번호부터 시작한다. 오랜만에 복귀한 김혜리 편집위원이 연재를 맡은 ‘김혜리의 콘택트’로, 한달에 한번 <씨네21> 공식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통해 대중문화예술 창작자들과의 심도 깊은 인터뷰를 소개할 예정이다. 첫화의 게스트로 초대한 <킹덤: 아신전> 김은희 작가와의 인터뷰(유튜브에는 7월 30일 공개된다)는 이번호 지면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특색을 가진, 그리하여 이름을 부르기 난감한 콘텐츠가 더 많이 기획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IP 유니버스의 미래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에 묻다

게임 IP ‘유니버스’의 구축이 게임 업계에서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이 지난 7월26일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공개했고, 크래프톤은 자사의 인기 게임 (이하 <배틀그라운드>)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과 웹툰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 세계관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게임사의 공격적 행보는 게임의 영화화 시도와는 확실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난 3월, 게임사와 영화사가 손을 잡아 주목받았던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의 출범도 이 돌풍 속에 있다. 넥슨은 지난 7월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게임 IP에 기반해 거대한 유니버스 구축을 진행 중인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넥슨, 크래프톤을 만나 게임 IP의 쓸모와 미래를 물었다. 크래프톤, '생존' 테마 중심으로 게임 넘어서는 세계관 구축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서바이벌 슈팅 장르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중심으로 한 펍지 유니버스를 구상 중인 크래프톤은 조너선 프레이크스가 진행자로 나선 페이크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과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필두로 대중 타깃의 세계관 확장 콘텐츠에 불을 붙였다.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은 “펍지 유니버스는 ‘배틀그라운드’에서 싹을 틔운 세계관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펍지 유니버스의 일부가 구현된 형태가 ‘배틀그라운드’라고 보면 적절할 것이다. ‘생존’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라고 크래프톤의 시도가 단순 2차 창작물이나 다른 플랫폼으로의 전환 형태가 아님을 강조했다. 교도소 폭동 스토리를 담은 <그라운드 제로>의 기획 단계부터 마동석의 이미지를 염두에 둔 크래프톤과, 기획·제작을 겸하는 배우 마동석의 만남은 절묘했다. 이성하 총괄은 “마동석 배우는 제작자에 가까울 정도로 의견을 주었고 감독과 스탭도 직접 꾸렸다”라고 전했다. 스토리모드가 따로 없는 생존게임인 <배틀그라운드> IP에서 점차 세계관을 구축 중인 크래프톤은 최근 <저지 드레드>(2012), <론 서바이버>(2013),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캐슬바니아>(2012) 등을 프로듀싱한 할리우드 제작자 아디 샨카를 애니메이션 부문 총괄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로 임명하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에도 시동을 걸었다. 넥슨, 팬덤 넘어서는 대중 타깃의 콘텐츠 노린다 넥슨이 신설 조직인 ‘넥슨 필름&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에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이 총괄도 겸임하도록 임명한 것은 넥슨이 보유한 대표 게임 IP와 유럽 무대를 노리는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개발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IP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넥슨은 유저들이 직접 나서 2차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해 참여형 IP 확장의 사례를 열긴 했지만, 이는 콘텐츠 제작을 토대로 한 IP의 사업 확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향이었다. 넥슨의 권용주 IP 사업팀장은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IP의 확장을 위해 게임의 세계관을 정비하고 새로운 서사를 입히는 콘텐츠 영역까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답했다. 올해 8월에 선보일 넥슨의 신작 <프로젝트 HP>외에도 신규 MMORPG 게임, <테일즈위버M> 등의 대형 프로젝트, 그리고 등 독특한 게임성을 앞세운 타이틀까지 향후 넥슨 필름&텔레비전에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될 지 기대를 모은다. 권용주 팀장은 “유니버스화를 단순히 마케팅적 접근으로 시도하면 위험할 수 있다. 게임은 특히 팬덤에 의해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게임 유저들의 공감대에 집중하기 쉽지만 유니버스화를 꾀하려면 특정 IP의 유저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 재미와 퀄리티가 담보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철저한 현지화 통한 게임과 영화의 상생 스마일게이트의 핵심 IP인 <크로스파이어>는 국내 기업이 오리지널 FPS(First Person Shooting) 게임 IP로 해외에 진출해 성공한 첫 사례로 꼽힌다. 특히 중국 내 인터넷 보급이 지금처럼 활발하지 않았던 2000년대 말, 스마일게이트는 현지화를 공략해 중국 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선점하고 IP 확장을 이어갔다. 2020년 중국에서 첫선을 보인 드라마 <천월화선>에 이어 할리우드의 콜롬비아 픽쳐스에선 영화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3월엔 영화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와 협약을 맺고 조인트벤처(Joint Venture)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를 설립해 본격적인 문화 산업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백민정 대표이사는 “<신과 함께> 시리즈는 시즌제 드라마를 목표로 기획 중인데, 리얼라이즈픽쳐스가 3개 시즌 드라마를 제작할 때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는 IP의 글로벌 확장 계획을 고민하는 식”이라며 양사의 긴밀한 시너지를 예고했다. 콜롬비아 픽쳐스와의 <크로스파이어> 영화화에 관해선 “게임 세계관 내에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 . 유니버스를 구축한다 생각하고 세계관을 유지하는 선에서 다양하게 IP를 확장”할 것이라고 현지화 전략을 밝혔다. 극영화, 페이크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테마파크와 가상의 홈페이지 등 하나의 IP에서 뻗어나온 콘텐츠가 모여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유니버스’ 콘텐츠가 화두로 떠오른 지금, 한국 게임 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한국의 마블’이 게임 회사에서 싹을 틔울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결코 섣부른 것이 아니다. 이성하 크래프톤 펍지 유니버스 총괄, 넥슨의 권용주 IP 사업팀장, 스마일게이트리얼라이즈 백민정 대표이사의 인터뷰, 게임 산업이 먼저 주목한 IP 유니버스의 미래에 대한 심층 리포트는 <씨네21> 1217호 기획 ‘게임 산업이 주목하는 IP 유니버스의 미래'(송경원, 김현수 기자)를 통해 더욱 자세히 만날 수 있다.

넥슨, ‘넥슨 필름&텔레비전’이라는 도전

넥슨은 IP 유니버스로 향하는 거대한 게임 업계의 흐름 속에서 최근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해왔다. 7월 16일, 월트디즈니와 액티비전블리자드 스튜디오를 거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닉 반 다이크를 수석 부사장 겸 최고 전략 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넥슨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IP 관리 및 파트너십 등을 총괄하게 될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은 신설 조직인 ‘넥슨 필름&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 총괄도 겸임하게 된다. 이는 <던전 앤 파이터> <바람의 나라>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넥슨이 보유한 대표 IP와 넥슨의 유럽 진출에 박차를 가하게 될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의 신작 개발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IP 사업 확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넥슨이 주력해온 IP 확장 사업 중 대표적으로 손에 꼽을 성과는 애니메이션 제작 프로젝트였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애니메이션 시장 활성화와 IP 충성 고객을 늘리는 전략을 취함으로써 게임에 참여하는 유저들의 경험을 확장시키고자 했다. 한편으로는 기업이 IP 사업 확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이 직접 나서 2차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했던 것도 업계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어줬다. 유저들이 직접 2차 창작물을 공유하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굿즈를 제작하는 등 이른바 참여형 IP 확장을 시도했던 것이다. 게임을 함께 즐기는 충성 고객의 만족도는 확실히 올라갔지만 콘텐츠 제작을 토대로 한 IP의 사업 확장과는 다소 거리가 먼 방향이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더해서 넥슨 필름&텔레비전의 설립은 세계 시장을 겨냥해 본격적으로 IP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마침 넥슨의 권용주 IP 사업팀장은 “자사가 확보하고 있는 IP의 확장을 위해 게임의 세계관을 정비하고 새로운 서사를 입히는 콘텐츠 영역까지 고민해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미 넥슨이 갖고 있는 자사 IP의 가치는 책정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기존 IP 활용뿐만 아니라 신규 IP를 확보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 8월에 선보일 넥슨의 신작 <프로젝트 HP> 외에도 <테일즈위버M> 등의 대형 프로젝트 등 독특한 게임성을 앞세운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다. 이 게임들이 앞으로는 넥슨 필름&텔레비전에서 새로운 형태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넥슨의 더 나은 미래가 IP 확장 사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권용주 넥슨 IP 사업팀장, IP 생태계 구축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중

1등 기업 넥슨의 히트작들은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타이틀명이 귀에 익을 정도로 대중적인 파급력이 크다.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바람의 나라> <일랜시아>를 비롯해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던전 앤 파이터> <마비노기 영웅전> 등이 넥슨의 대표작이다. 자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 전개에 모든 기업이 골몰하고 있는 요즘, 넥슨은 그보다 한발 먼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아직은 베일에 꽁꽁 싸여 있는 넥슨 필름&텔레비전에 대해 많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IP 사업팀을 이끄는 권용주 팀장에게서는 어떤 답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넥슨 또한 IP 확장 사업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걸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넥슨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사랑받아온 게임 IP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보다 IP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데 유리할 것 같다. =오랜 기간 서비스한 게임의 경우 그동안 축적된 유저 경험이 IP 사업을 추진하는 데 매우 큰 자산으로 작용한다는 걸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 넥슨은 장기적으로 IP의 큰 틀 안에서 제2, 제3의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 등 프랜차이즈 게임이 지속적으로 개발되어 기존의 IP가 공고해지고 우리만의 유니버스가 자연스럽게 확장되어나가는, 생태계 구축을 꿈꾸고 있다. -넥슨은 별도의 IP 사업팀을 두고 있는데 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관여하고 있는 사업들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넥슨의 IP 관리에서부터 저작권, 상표권, 콘텐츠, 굿즈, 제휴 사업에 이르기까지 게임 서비스 외에 IP 사업의 모든 프로세스를 관여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캐릭터와 게임의 세계관들을 사업적 관점에서 빌드업해가는 과정들을 진행하고 있다. IP 사업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 구축이나 굿즈 제작에 필요한 매뉴얼가이드 같은 인프라에 투자를 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IP 사용가이드를 마련해 넥슨 IP 관리의 프로세스 및 매뉴얼을 정비하고 있다. -넥슨은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화 사업을 해온 지 오래됐다. 디알무비의 <엘소드 엘의 여인>, 스튜디오 애니멀의 <클로저스> 등의 컬래버레이션 작업이 대표적인데 지금까지 이룬 자사의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 사업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전개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유저들과 소통하는 것은 넥슨이 지금껏 해온 방식이다. 기존 게임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을 유저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작가적 관점에서 보면 게임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까지 넥슨이 해온 영상화 사업은 게임의 세계관을 따라가고 게임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독자적인 대중성까지 확보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다. 게임을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임, 영화, 드라마를 넘어 많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디즈니의 마블과 같은 세계관 구축을 통해 콘텐츠를 확장하는 것을 고민 중이다. ‘유니버스화’를 성공시키기 위한 가장 중요한 구심점 역할을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캐릭터일까? 게임의 장르일까? 유저가 느끼는 어떤 재미 요소일까. =‘유니버스화’의 성공은 캐릭터, 장르, 연출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융합되었을 때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유니버스화를 단순히 마케팅적 접근으로 시도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은 특히 팬덤에 의해 성장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기존 게임 유저들의 공감대에 집중하기 쉽다. 유니버스화를 꾀하려면 특정 IP의 유저뿐만 아니라 대중적으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보편적 재미와 퀄리티가 담보되는 방향성이나 결과물이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누벨바그가 사랑한 배우, 별이 되다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59)가 누벨바그의 선언문이었다면, <미치광이 피에로>(1965)는 한마디로 혁명이었다. 2021년 9월6일 월요일, 장 폴 벨몽도가 88살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문득 <미치광이 피에로>의 포스터가 떠올랐다. 이 영화의 한 장면에서 벨몽도는 바다와도 같은 선명한 푸른색을 얼굴에 뒤집어쓰고 나타난다. 죽음과 예술이 글쓰기로 소통하는 영화의 내용처럼, 그가 연기하는 피에로는 마치 오르페우스처럼 움직인다. 현실과 가상의 풍경을 오가면서 글을 읊고, 잔인하고 야만적인 감정을 노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밝은 태양은 지옥을 닮았다. 진정한 시는 다른 목표를 상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의 영화는 증명해 보인다. <네 멋대로 해라>, 역사의 시작 그는 1933년 4월9일 부르주아 예술가 부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다. 청소년기를 파리의 14구에서 보내며 스포츠에 빠져든 그는 특히 ‘권투’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한때 프로선수가 되려고 연습하기도 했지만 스스로의 언급처럼 “그 정도의 재능은 없었다”는 점이 밝혀지며 그 꿈은 멈춘다. 이 시기에 그는 코뼈를 다친다. 이 상흔은 이후 그의 외적인 트레이드마크가 되는데, 생각해보면 미묘한 조합이다. 살짝 구부러진 코, 두툼한 입술, 매끈하지 않은 귓불, 기본적으로 선량한 인상에 어긋남이 새겨졌다. 결코 본격적으로 진지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얼굴은 바라보는 것만으로 진지한 생각을 이끌어냈다. 깃털처럼 가볍게 움직였지만 결코 경박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치 태생처럼 우아한 그의 모습을 프랑스인들은 사랑했다. 한마디로 ‘쿨한’ 몸짓을 닮고 싶어 했다. 처음에 그가 배우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것은 학업을 중단하고 파리 음악원 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음악원의 청강생이 되어 몇몇 연극 무대에 올랐는데, 비로소 1952년에 음악원의 정식 학생이 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졸업시험 당시의 일화가 유명하다. 극작가 조르주 페이도의 구절을 연기한 공연에서 관중의 반응과 달리 심사위원의 평가가 야박하자, 결과적으로 벨몽도는 코메디 프랑세즈 입학권을 따내는 데 실패한다. 즉각 그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욕설을 의미하는 팔의 제스처를 선보였고, 이 소문은 퍼져갔다. 그럼에도 당시 그의 연기자 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하필이면 이후에 그가 만났던 감독이 장 뤽 고다르였기 때문이다. 고다르는 클로드 샤브롤의 <레다>(1959)를 보고 그에게 연락했고, 그 결과 누아르를 변형시킨 자신의 연출작에 캐주얼한 벨몽도를 담기로 결정한다. <네 멋대로 해라>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챙이 작은 펠트 모자를 쓰고 검은 바지를 입은 채 나타나서, 담배를 불고 삐딱하게 운전한다. 기존의 영화문법을 뒤흔든 불멸의 명작에서 그는 자신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네 멋대로 해라> 이후부터 대중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이후의 일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점차 클로드 샤브롤, 클로드 소테, 알랭 레네, 장 피에르 멜빌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과 일하면서 그는 ‘누벨바그가 가장 사랑한 연기자’가 된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작품 수가 월등하게 많았고, 성공률 또한 높았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영화가 가장 두드러진 시기에, 그는 예술가들이 가장 편애하는 자유의 아이콘이 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단지 ‘누벨바그의 추억’으로만 소개하기는 어렵다. 당시 연기자들 중에서 누벨바그 이후에 가장 독보적으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게 되는 인물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누군가에게 있어 벨몽도라는 배우는 전혀 다른 인물로 인식되어 있다. 대부분의 국내 팬들은 그를 흑백영화 속의 자유로운 ‘피에로’로 기억하지만, 프랑스의 팬들은 그를 ‘베벨’이라 부른다. 그의 몸짓이 보여주는 유연성과 에너지, 세련된 과시미가 예상외의 분야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사이에 출연한 대중영화에서 그는 당대의 액션 스타로 성장한다. 당시의 별명이 베벨이었다. 이 호칭은 이른바 ‘또 다른 벨몽도’로 상징되는, 특정 캐릭터의 원형이 된다. 예술영화의 스타에서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알랭 레네의 1974년작 <스타비스키>가 상업적으로 실패하며 벨몽도의 변화는 시작된다. 1년 후부터 그는 방향을 틀어 대중영화 <공포의 도시>(1975)에 출연해 크게 성공하는데, 이 작품을 필두로 그때부터 작가영화와의 단절을 시도한다. <스타비스키>는 1930년대 프랑스 사교계를 흔든 거대한 사기 스캔들을 재구성한 영화로, 그는 영화에서 화려하고 매혹적인 사기꾼 캐릭터를 연기한다. 제2의 시작이었다. 이후 부자들을 찌르며 도약하는 장르영화의 의적이 된다. 간혹 경찰로 혹은 광대로, 스포츠맨십의 발휘하며 그는 등장인물을 자신과 동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영화의 관계자들이 위험한 액션을 만류했지만, 그는 거절하고 직접 움직였다. 대중은 용기에 비례해 환호했다. 한마디로 그는 시대의 승자였다. 누군가는 그를 알랭 들롱과 비교해 소개한다. 한때 계약건으로 소송을 주고받았던 당대의 라이벌들은, 실제로 이후 가장 친한 동료가 된다. 둘의 매력은 서로 달랐고 상대방의 성장을 자극했다. 사람들은 들롱에게서 침울한 빛을 보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벨몽도에게서 유쾌한 에너지를 느꼈다. 만일 들롱이 조각처럼 아름다웠다면, 벨몽도는 직관적으로 따스해 보였다. 들롱의 검은 카리스마는 결코 벨몽도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의 산들바람도 들롱의 것은 아니었다. 벨몽도의 사망 직후, 들롱은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나는 완전히 황폐해졌다”고 말하며 흐느졌다. 들롱의 목소리를 통해 생각한다. 어쩌면 벨몽도의 인생은 커다란 간극을 통해 완성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움의 또 다른 극단, 한때 아주 먼 예술영화의 스타였던 그가 어느새 대중문화의 한가운데로 와 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지만 이제 세상에 없다고 한다. <네 멋대로 해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그는 장난인 듯 진짜처럼 사람들의 앞에서 쓰러진다. 2001년 8월의 뉴스에서 그가 코르시카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20년이 지났다. 간혹 영화제 등 행사를 통해 간간이 소식을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사실은 상상되지 않는다. 치명적인 활달함과 따스한 에너지, 영화계의 오르페우스가 삶의 공간 뒤편으로 떠났다고 한다. 어쩌면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는 그를 더 명백하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 그의 삶의 파편은 그 숨결을 오늘도 붙잡고 있다.

디즈니+, 11월 12일 월 9900원에 국내 상륙 外

디즈니+, 11월 12일 월 9900원에 국내 상륙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가 국내에서 11월 12일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 , ‘픽사’ , ‘마블’,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며, 폭넓은 시청층이 즐길 수 있는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스타’도 포함된다. ABC, 20세기 텔레비전,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이 제작한 영화와 TV프로그램을 비롯, 독점 제공 오리지널 시리즈와 국내 제작 콘텐츠 등이 ‘스타’를 통해 공개될 예정. 디즈니+의 구독료는 한국에서 월 9900원 또는 연 9만9천원으로 책정됐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9월 9일 개막,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온라인 상영 9월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개최되는 제13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 ‘VoDA’(voda.dmzdocs.com)에서 온라인 상영을 한다. 상영작 중 78편을 온라인으로 제공하며 대여료는 장편 3천원, 단편 1500원으로, 구매한 작품은 결제 후 48시간 동안 관람 가능하다. 78편의 상영작 리스트는 홈페이지 내 ‘온라인 상영관’ 탭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한 영화제 폐막 이후 10월 1일부터는 180여편의 국내외 작품을 상시로 선보이며 ‘VoDA’를 다큐멘터리 전문 OTT로 운영할 계획이다. 역사 왜곡 논란 영화 <1953 금성대전투> 배급사 계약 파기, 등급심의 취하 한국전쟁 당시 참혹했던 금성전투를 중공군 입장에서 다룬 중국영화 <1953 금성대전투>의 수입사 위즈덤필름이 9월 8일, 국내 상영 등급분류 취하 요청을 한 뒤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정연 위즈덤필름 대표는 “적군의 영웅담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해당 영화를 수입한 것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해당 영화의 해외 저작권자와 판권 계약을 파기”, “국외비디오 등급심의가 취하되었다”고 후속 조치 사실을 알렸다. 이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도 보도자료를 내고 “관련 제도와 규정에 따라 8월 30일 ‘15세이상관람가’ 등급으로 분류”했으며, “‘상영허가(영상물 사전 심의제로 사료)’ 및 ‘수입허가’는 각각 1996년, 2005년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이미 폐지되었으며, 등급분류를 보류하는 제도 또한 2001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되었다”고 전하면서 <1953 금성대전투> 국내 상영 허가를 영등위가 내준 것이 아님을 밝혔다.

<산장미팅-장미의 전쟁>부터 <돌싱글즈>까지 ‘연애 예능’의 역사

가루 비타민 하나를 건넸을 뿐인데 그 뒤로 영양제 이야기가 30분 동안 이어졌다. ‘나한테 별로 흥미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 건, 상대방이 “신체 외부의 균형을 잡기 위해 근육 코어 운동을 하듯이 신체 내부의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미네랄 섭취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할 때였다. 소개팅을 마치고 주선해준 친구에게 이 상황을 보고했더니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그런 사람이 어디 있나? 사랑이란 첫눈에 서로를 알아보는 건데…! 그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었다면 처음 만난 날 ‘유산균은 여에스더’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걸…? 사랑을 <자유선언 토요대작전> ‘산장미팅-장미의 전쟁’으로 배운 나는, ‘구애의 춤’을 추지 않는 상대가 야속했다. 온주완이 산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해>를 불렀을 때, 비로소 나는 사랑의 형체를 찾은 것 같았다. 그맘때 읽고 듣던 귀여니의 소설과 임창정의 노래도 모두 그게 사랑이 맞다고 했다. 상대를 향한 작은 관심을 200배로 부풀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명대사를 남발하는 남자…! 그러다 끝내 상대를 향한 사랑보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매력에 도취되어 끝없이 아파하는 남자…! 그리고 무릎 꿇은 남자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이 바보…!’라는 말로 그를 받아들이는 여자…! 나는 사랑의 힘을 긍정하지만, 미디어가 보여주는 사랑의 형체는 나를 언제나 폭소하게 만들었다. ‘얼레리꼴레리’에 담긴 정서를 생각해보면 로맨스는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예능이다. 임성훈이 진행하던 <사랑의 스튜디오>는 그 오래된 유희를 ‘짝대기’로 형상화했고, <강호동의 천생연분>과 <실제상황 토요일-리얼로망스 연애편지>는 약간의 기류만 감돌아도 얼굴이 터질 것처럼 웃고 떠들던 강호동을 국민 MC로 만들었다. 지금은 보편화된 ‘관찰 예능’ 포맷의 시초 또한 ‘연애 예능’이었다. 박미선의 ‘망상’ 코멘트가 완성시킨 <우리 결혼했어요>, ‘애정촌’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전 국민을 열광케 했던 <짝>은 각각 한국 예능사의 센세이션으로 기록된 프로그램이다. 공중파 예능이 이렇게 사랑을 예찬하는 사이, 케이블 방송사는 좀더 ‘아찔한’ 것을 통해 본인들의 루트를 만들었다. 전문 방송인이 아닌 출연자를 데리고 1대 다수의 ‘시간제 데이트’를 하던 <아찔한 소개팅>은 사는 곳, 가지고 다니는 물건의 가격, 심지어 털의 유무 등으로 사람의 ‘급’을 나누고, 데이트 도중 상대의 목에 부착된 사이렌을 울려 탈락시키고, 탈락 후 저주를 퍼붓는 출연자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은 고귀하다’는 전제를 박살냈고 시청자들의 사랑과 지탄을 동시에 받으며 오랜 시간 시즌을 거듭했다. 동거형 예능+한국형 오리지널리티+결혼 권장 사회 2014년 불미스러운 일로 종영한 <짝>을 끝으로 잠시 소강상태였던 ‘짝짓기 예능’은 2017년 <하트시그널>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미국 의 <더 힐즈>, 일본 <후지TV>의 <테라스 하우스>와 맥을 함께하는 ‘동거형 연애 리얼리티’ <하트시그널>은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한강이 보이는 근사한 저택에 방송인이 아닌 출연자들을 초대해서 동화 같은 카메라 필터로 그들을 담아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서사에 감각적인 배경음악을 입혀서 ‘판타지 같은 현실’을 만들었고, 그 모순을 통해 젊은 시청자들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시대가 변하는 사이 등장한 ‘썸’이라는 개념은 기존의 짝짓기 예능처럼 만난 지 하루 만에 서로에게 ‘짝대기’를 드리우거나 ‘커플 성사’를 재촉하는 형태를 무너트렸다. <하트시그널>은 ‘연애보다 재밌는 썸’이라는 관계를 느긋하게 관찰하며 한달간의 동거 생활 속에서 출연자간에 흐르는 다양한 기류를 멜로드라마처럼 포장해, 여전히 ‘로맨스’가 가장 강력한 예능의 소재임을 확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사람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부추겼을까? <하트시그널> 시즌3가 종영한 2021년의 텔레비전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종류의 연애 리얼리티가 방송되고 있다. 공중파, 케이블, 종편에 이어 다수의 제작사와 OTT 플랫폼까지 가세한 이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선점한 것은 티빙의 오리지널 프로그램 <환승연애>다. 실제로 사귀다 헤어진 연인들이 출연해 몇주간의 동거를 통해 ‘재회를 할 것인지, 새로운 사랑을 택할 것인지’ 선택하게 하는 이 충격적인 포맷은 연애 리얼리티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용 범위를 실험하는 것처럼 보인다. 같은 시기 방송된 카카오TV 오리지널 <체인지 데이즈> 역시 마찬가지다. 결별 위기에 놓인 세쌍의 커플을 제주도의 별장으로 초대해 파트너를 바꾸어 데이트를 시키는 방송은 연애 과정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연애의 끝에서부터 거슬러 올라 관계의 지겨움과 처참함을 비추며 사랑의 형체를 다시 만든다. 이혼 경력이 있는 출연자들이 재혼을 염두에 두고 모인 <돌싱글즈> 역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변형 포맷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짝>을 제작한 남규홍 PD의 <스트레인저>와 <나는 SOLO>는 <하트시그널>과 같은 동거형 예능의 인기에 ‘한국형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인지 보여주듯이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 촬영 형식을 고수하고, 고전적인 미팅과 데이트를 주선한 뒤 중매꾼처럼 결혼을 권장하기까지 한다(실제로 결혼까지 이른 커플이 생겨 화제였다). 이것은 포맷에 관계없이 ‘로맨스’라는 본질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요구임을 증명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출연하는 이들의 변화는 나름의 의미를 이끌어낸다. <하트시그널>의 오영주, <환승연애>의 혜선은 여성이 선택당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사랑의 주체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나는 SOLO> 1기의 ‘영식’은 남성이 여성 파트너를 찾기 위해 어필하는 가치관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것은 ‘짝짓기 예능’ 자체가 유익하다는 판단의 당위가 되어주지는 못한다. 약 20년 동안 ‘연애 예능’은 인간의 관음적인 욕망에 ‘로맨스’라는 외피를 둘러 그것을 편리하게 충족시켜주었고, 사람을 재고 평가하고 싶은 시청자들의 속물 같은 근성을 자극해왔다. ‘로맨스’라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소재와, 시청자와의 안전 거리가 절대로 형성될 수 없는 ‘리얼리티’의 결합은 출연자들을 향한 지나친 관심과 사랑이라는 개념을 저속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방송은 다양한 층위의 윤리를 고려하기보다, 틀 안의 문법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선점한다. ‘사랑’으로 웃기기, 그다음은 ‘사랑’이라는 소재로 제작되는 리얼리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에게 ‘안전한 거리’란 만들어질 수 있을까? 거리를 만들 수 없다면 ‘사랑’이란 형체를 시청자가 고민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히는 것은 어떨까? 남성과 여성 사이의 에로스나 ‘결혼’이 최종 목적인 고전적인 형태를 벗어나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다양한 교류를 비추며 ‘사랑’의 정의와 범위에 시청자들이 질문을 품게 만드는 시도는 분명 로맨스 예능에 의미 있는 확장을 가져올 것이다. 이것은 연출자의 좀더 적극적인 개입과 안전을 위한 극적 구성이 필요한 문제인데, ‘사랑’을 가지고 웃기기로 작정한 기존 연출자들에게 그 일은 오히려 쉬울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로맨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박살내는, 훨씬 더 낭만적인 ‘연애 리얼리티’를 원하기에 이런 기대를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