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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서울서 펼쳐지는 유럽영화 향연

서울 한 가운데서 유럽의 향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제3회 서울유럽영화제(메가필름페스티벌)가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강남 코엑스의 메가박스에서 열린다. 거장들의 최신작들부터 유럽에서 올해 흥행한 화제작, 신인감독의 작품까지 14개국 28편이 상영된다. 유럽영화의 미래를 가늠케 하며 할리우드식 영화에 식상한 이들의 눈길을 끌어모을 것으로 보인다.개막작인 <인택토>는 스페인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떠오른 후안 카를로스 프레나스딜로의 데뷔작으로 스페인 고야상에서 신인감독·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비행기 추락사고의 유일한 생존자, 러시안 룰렛게임에서 항상 이기는 도박사 등 믿기 힘들 정도로 운이 따르는 이들이 자신의 운을 걸고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인다는 팬터지 스릴러 영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풍부한 상상력과 유럽적 감수성이 살아있다.유명감독들의 최신작을 중심으로 묶은 ‘내셔널 초이스’ 7편 가운데는 먼저 옴니버스 영화 <텐 미니츠-첼로>(사진)가 있다. <텐 미니츠-트럼펫>에 이어 8명의 감독들, 베르나르도 베르톨로치·마이크 피기스·장 뤽 고다르·마이클 래드포드가 이 ‘시간의 명상’에 참여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빔 벤더스의 신작 <비엘 파시에르트-쾰른에의 송가>를 놓칠 수 없다. 이번엔 쿠바재즈가 아니라, 독일 내 전설적인 록밴드 BAP를 통해 로큰롤로 들어갔다. 대니 보일의 <천국에서 홀딱 벗고 청소하기>는 텔레비전용 디지털 영화지만, 끊어지는 리듬 때로는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어지러운 영상으로 감독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준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못 가는 이들에겐 아키 카우리스마키, 마이클 윈터버텀, 프랑수아 오종의 신작들도 반갑다.올해 유럽 흥행작·화제작 10편을 상영하는 ‘핫 브레이커스’에는 한국에서 태어나 독일로 입양된 미카엘이 겪는 정체성을 따뜻하게 풀어낸 수작 <죽도 밥도 아니다>(마티아스 카일라히 감독), 위기에 빠진 수도원을 구하기 위해 3명의 수도사가 세상밖에서 벌이는 좌충우돌의 이야기 <신과 함께 가라>(촐탄 스피란델리) 등이 있다. 사회성 짙은 작품을 만들어온 지미 테루 무라카미 감독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도 관심을 모으는 작품이다.영화제 행사장 주변에선 유럽 각국의 민속공연과 로데오 게임, 미니축구 시합 등 유럽인들의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부대행사들도 마련된다. 예매는 20일부터 영화제 홈페이지( www.meff.co.kr)나 극장 예매 사이트에서 할 수 있다.김영희 기자

마니아들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애니 두편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디브이디 타이틀이 대원 C.I(뉴타입)와 대원 C&A에서 18일과 내달초 각각 출시된다. <신세기…>는 ‘컬트’를 넘어서 일본 에스에프 애니메이션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고, <센과…>는 올해 개봉되어 한국에서 일본영화 가운데 최다관객을 끌어모았던 미야자키 하야오의 최신작이라 애니메이션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 성장에 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의 규모는 <매트릭스><해리포터> 등 화제작 출시를 계기로 급증해왔다. 안노 히데야키의 <신세기…>는 95년 일본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28회를 4회씩 나눠 7장으로 출시된다. 18일 1, 2집을 시작으로 12월 중순까지 모두 나올 예정이다. ‘세컨드 임팩트’이후 남극의 빙산이 녹아버리고 순식간에 20억명의 인구가 사라져버린 2015년의 지구가 배경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투병기군단인 사도에 의해 전멸의 위기에 처한 인류는 생체 거대로봇 ‘에반게리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그 조종자로 신지, 레이, 아스카 세 소년·소녀가 선택된다. 수수께끼같은 스토리와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은 언제봐도 사람을 끈다. 이 타이틀의 매력은 선명한 화질과 함께 텔레비전 방영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을 무삭제로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에바를 탄 레이가 자폭하는 순간, 방송분과 달리 디브이디판에선 잠깐 거대한 레이의 형태로 변하는 에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장면 하나, 대사 하나까지 기억하는 ‘에바’ 마니아들에겐 관심거리일 수밖에 없다. <센과…>는 이상한 터널로 들어가 온갖 귀신들이 목욕을 하러 오는 마녀 유바바의 여관에서 일하게 된 소녀 치히로의 모험을 그린 작품. 2장으로 발매되는 이 타이틀은 여느 일본 애니 디브이디에 비해 그림콘티, 극장 예고편 모음 등 서플먼트가 풍부하다. <니혼TV>에서 방영됐던 <센과…>의 48분짜리 제작다큐멘타리는 한국에서 발매되는 타이틀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다. 발매사쪽은 첫 발매양(초도)이 4만장 정도 될 것이라 밝혔다. 일본 애니 가운데는 <공각기동대>의 1만5천장을 훨씬 뛰어넘고 디즈니의 <몬스터 주식회사>의 3~4만장에 맞먹는 수치다. 대원 C&A에 따르면 2002년도 디브이디 시장 규모추정치는 년 800억원 정도다. 이 가운데 디즈니류의 애니메이션이 80억원대, 애니 마니아층의 시장은 60억원대로 잡고 있다. 전통적인 만화산업을 주도해왔던 대원은 내달 게임큐브를 내놓는 등 게임과 디브이디 발매를 토대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그 가운데서도 C.I는 마니아층을 대상으로 한 ‘뉴타입 디브이디’라는 브랜드로 텔레비전 애니·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분야의 로봇물, 미소년물 등을 내놓고, C&A는 지브리 스튜디오 계열의 대중적인 극장애니메이션 위주로 작품들을 출시하는 분리전략을 채택했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 <신세기 에반게리온>(1995) 감독-안노 히데야키/화면비율-4:3/더빙, 자막-한국어, 일본어/오디오-돌비 디지털 스테레오/지역코드-3/제작사-뉴타입 DVD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감독-미야자키 하야오/화면비율-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16:9)/더빙, 오디오-일본어(DTS-ES DIscrete 6.1), 한국어(돌비 디지털 5.1)/지역코드-3/제작사-대원C&A

<거칠게 잠자기> - 정재은 감독

<거칠게 잠자기> 네덜란드/ 2002년/ 84분/ 감독 유제니 얀센 20일 오후 8시 메가박스 6관 작년 1월말 나는 첫 장편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들고 로테르담영화제에 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로테르담영화제가 신인감독들에게 매우 중요한 영화제라는 얘기를 해주었지만 나에겐 현실감없는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난 영화나 많이 보리라 마음먹고 영화제 내내 여러대륙의 신인감독들이 만든 영화를 보면서 지냈다. 사실 네덜란드나 로테르담에 대해선 솔직히 별로 관심가져본 일이 없었지만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진 영화 한편 보는 것도 괜찮지 싶었다. 그렇게 선택해서 보게된 영화가 유제니 얀센 감독의 <거칠게 잠자기>였다. 이 영화 역시 <고양이를 부탁해>와 마찬가지로 로테르담영화제의 경쟁부문인 타이거상의 후보이기도 했다. 난 영화를 보고 ‘이 영화에게 타이거상이 돌아가겠군’이라고 속으로 예측했었다. 감독의 영화속 인물들을 보는 어른스러운 시선과 관찰자적인 접근이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나의 예상대로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후후후…. 이 영화는 심술많고 뒤틀린 자아를 가진 퇴역군인 할아버지와 소처럼 슬픈 눈을 가진, 수단에서 온 흑인 소년이 조금씩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거의 과장없이 끌고나간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나는 그 못된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네덜란드나 로테르담에 대해서 잘알지는 못하지만 그들도 내가 이해할 수 있을만한 인생을 살고있는 것이다. 몇몇 장면들이 떠오른다. 푸른초원에서 커다란 젖소의 목을 끌어안은 흑인소년의 얼굴표정, 병원에 문병 온 친구들에게 심술부리던 노인의 표정, 커다란 창으로 소년이 있는지를 몰래 내다보던 노인의 뒷모습 같은 것들…. 며칠후 나는 식사 자리에서 감독인 유제니 얀센, 그녀를 만났다. 나는 그녀의 작품이 좋았다고 인사했고 그녀도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았다고 인사했다. 우리는 잠시 영화 만드는 방식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는 다큐멘터리쪽에서 일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은 거의 아마추어라고 했다. 난 주로 아마추어배우들의 연기 연출의 비결에 대해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착한 미소로 웃기만했다. 난 바로 이 착한 미소가 연기 연출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했다. 후후후…. 내가 암스텔담에서 며칠 놀다가 영국에 친구를 만나러 놀러갈 예정이라고 했더니 선뜻 암스텔담에 오면 공짜로 재워주겠다며 웃는다. (으윽 그때 주소만 받았어도 밤늦은 암스텔담에서 싼 숙소를 찾아 온 거리를 헤메이진 않았을 텐데….) 그녀의 영화는 영화제와 텔레비전을 시장으로 보고 만들어진 영화라고 느껴졌다. 한국에서 영화제가 아니라면 그녀의 영화를 보기 어려울것이다. 이 영화는 조용하고 사려깊은 미소를 가진 감독이 만든 영화이다. 파티를 즐기러 가기 전에 보는 것보다 광란의 파티를 마치고 혼자 집에 가는 길에 보면 더욱 좋을 영화이다. 정재은 감독 - <고양이를 부탁해>

<임소요> Unknown Pleasures

<임소요> Unknown Pleasures 아시아 영화의 창/ 일본·한국·프랑스/ 2002년/ 113분/ 감독 지아장커/ 오후 8시 대영시네마 1관 <임소요>는 보는 내내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지만 예기치 않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들어서는 끝내 한없이 슬픈 기분에 잠기게 만든다. 어쩌면 그것은 이 영화가 단지 중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소요>는 여기 이곳 아시아에 덧입혀진 자본의 시간을 눈과 귀를 통해 생생히 체험하게 만든다. <소무>와 <플랫폼>에 이은 지아장커의 세 번째 장편 <임소요>는, 그가 디지털 카메라로 제작한 단편들인 <공공장소>와 <개들의 처지>의 무대가 되었던 바로 그곳, 산시성(山西省) 따퉁(大同)에 거주하는 19살 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서로 동갑내기인 빙빙과 샤오 지는 영락한 탄광촌인 따퉁 이곳저곳을 하릴없이 쏘다닌다. 빙빙은 가끔 여자친구를 만나 함께 비디오방에 가서 영화를 보곤 하는데 그녀는 곧 대학입시를 치를 예정이며 합격하게 되면 이 도시를 떠나게 될 것이다. 샤오 지는 어느 날 댄서 차오차오를 만나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에겐 자신의 고등학교 선생님이었으나 지금은 기둥서방 노릇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다. 빙빙과 샤오 지의 비루한 삶은 출구가 없어 보이고 결국 그들은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그들의 서툰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샤오 지는 도주하고 빙빙은 홀로 공안에게 붙잡힌다. <임소요>는 보는 내내 답답함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이지만 예기치 않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들어서는 끝내 한없이 슬픈 기분에 잠기게 만든다. 어쩌면 그것은 이 영화가 단지 중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에서의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임소요>는 여기 이곳 아시아에 덧입혀진 자본의 시간을 눈과 귀를 통해 생생히 체험하게 만든다. 우리가 <임소요>의 이미지들에 해석을 가하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전에 그들은 어느새 아픈 칼날이 되어 우리의 심장으로 날아든다. 특히 <임소요>에서 지아 장커가 일상의 소리들을 영화적으로 운용하는 솜씨는 탁월하다. 여전히 과거의 흔적을 드러내고 있는 배경들과 더불어 어울리지 않게 뒤섞여 있는 동시대의 징후들 - 댄서를 내세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주류홍보이벤트, 따퉁의 공기를 가르는 복권광고, 미군기의 중국영공침범이나 베이징까지의 철도건설계획을 알리는 텔레비전 뉴스 등 - 은 또한 인물들과도 충돌하면서 모순과 균열의 지점들을 때로 우스꽝스럽게 때로는 가슴아프게 노출시킨다. 차오차오와 식당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샤오 지가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에 대해 떠들어대는 장면과,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역시 <펄프픽션>을 모방한 그들의 댄스장면은, 정말이지 젠체하는 오마쥬나 우스개로 끼워 넣은 패러디가 아니라 비통한 진심이 담긴 자화상인 것이다. 미학적 과시로 넘쳐나는 거장들의 영화들 틈에서, 지아 장커의 <임소요>는 영화작가 자신이 놓인 현실에 대한 냉철한 사유의 흔적을 보여주는 보기 드문 영화이자, 포스트 천안문세대의 작업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리는 증거이며, 부산을 찾은 여러분이 꼭 봐야 할 영화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글/ 유운성

부산, 오늘의 단신

‘한국과 대만 독립영화의 현황’오픈토크 오픈토크 ‘한국과 대만 독립영화의 현황’이 20일 오후 2시 부산 대영극장 6관에서 열렸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오픈토크에는 <아름다운 시절>로 대만 금마장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장초치 감독과 <몽환부락>의 청웬탕 감독이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욕망>의 김응수 감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세 감독이 각자의 입장에서 한국과 대만 독립영화의 현재를 간략히 소개한 뒤, 오픈토크는 관객과 감독의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장초치 감독은 “독립영화 감독은 돈은 없지만 시간은 많다. 힘들더라도 즐겁게 일해야 한다”고 말해 의지와 끈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대만 감독 야외무대 대만의 영화 감독들이 21일 오후2시 PIFF 광장에서 무대인사를 했다. 대만영화계의 ‘따거’ 허우샤오시엔 감독을 비롯해 <베텔넛 뷰티>로 지난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던 린쳉솅 감독, <방아쇠>의 알렉스 양 감독, <함두장>의 왕밍타이 감독 등이 무대에 올라 부산 관객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씨네21 손홍주 기자 호주영화 세미나 21일 오후2시 해운대 매리어트 호텔에서 주한 호주대사관 주최로 호주영화 세미나가 개최된다. 최근들어 세계영화계에서 촬영지와 후반작업지로 각광받고 있는 호주 영화산업의 현황과 호주 정부의 정책, 각종 지원단체들의 역할, 영화 인력의 양성 등에 관해 논의하는 이 행사에는 뉴사우스웨일즈 필름&텔레비전 오피스의 킹스턴 앤더슨, 호주필름커미션연합(AusFilm) 대표 트리샤 로드크란스 등이 발제와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이날 오후4시에는 콜린 헤슬타인 주한 호주 대사 주최로 리셉션도 열릴 예정이다. 부산영화제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 부산국제영화제는 11월30일까지 ‘부산국제영화제 발전을 위한 공모’를 실시한다. 부산영화제가 더욱 발전하기 위한 방안이나 세계적인 영화제가 되기 위한 경영전략, 발전방향 등을 홈페이지(www.piff.org)를 통해 응모하면 된다. 12월9일 홈페이지를 통해 결과가 발표될 이번 공모의 우수작 1편에는 디지털 캠코더, 가작 2편에는 DVD 플레이어가 주어진다. <사랑해> 대신 <로드무비> 야외무대 21일 오후 3시에 잡혀 있던 <사랑해> 야외무대(PIFF 광장 야외무대) 행사 일정이 감독과 일행의 방한이 늦어져 취소됐다. 20일 도착하기로 한 장위엔 감독과 제작자 핑 동이 각각 스케쥴 문제로 21일 오후 늦게 도착할 예정이어서 불가피하게 야외무대 행사가 취소된 것. <사랑해> 야외무대 일정 변경으로, 22일 오후 2시에 예정된 <로드 무비>가 하루 앞당겨 관객들에게 인사를 올린다. <로드무비> 야외무대에는 김인식과 황정민이 오르기로 했으나, 황정민 대신 서린이 방문한다. 폐막작 기자시사, 기자회견장 변경 폐막작 <돌스>의 기자시사장과 기자 회견장이 변경됐다. 당초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22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리기로 했으나, 메가박스 4관으로 변경됐으며, 기자 회견장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파라다이스 호텔 카프리룸으로 바뀌었다. 기자 회견 역시 시간은 변동 없이 7시에 진행될 예정. 한국영화의 밤 개최 20일 밤10시30분 해운대 J-Pop 라이브 하우스에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가 열렸다. 주최자인 이충직 영진위 위원장을 비롯,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용관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영화의 성장세와 미학적 성취 등에 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남포동 거리 사람 줄었다 영화제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영화의 거리가 비교적 한산해졌다. 가장 많은 관객이 몰렸던 주말 16일과 17일 당일 평균 예매·현매 편수가 대영 시네마의 경우 2500건이던 것이 19일 하루 동안에 500건이 준 2000건 정도, 해운대의 경우 대부분 인터넷 예매로 매진이 된 터라 현장에서 표를 구하는 인파는 주말 도합 서른 명 정도에 불과했으며, 평일은 더욱 줄어든 모습이었다. 남포동과 해운대를 합친 전체 예매·현매 인원을 비교하면, 16일에 7922명, 17일 6794명에 비해 19일 6167명, 20일 5289명으로 주말 최고 인원에서 무려 2천명 가까이 떨어졌다. 주말에 비해 평일 영화 예매수가 줄어든 것은 당연하지만, 티켓팅을 담당한 현장 자원봉사자들은 입을 모아 “예매 문화가 완전히 정착했고, 피프 캐시의 성공적 활용이 현장 발매율을 낮춘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여섯감독의 인권영화 프로젝트(2)

광화문 네거리를 뇌성마비 중증장애인이 ‘횡단’한다. ‘대륙횡단’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예를 들어 동화면세점쪽에서 교보문고쪽으로 건너기 위해서 그는 얼마나 많은 위험에 노출될지 모른다. 그가 지하도를 이용한다는 생각은 버려라. 리프트라곤 하나도 없는 지하도로 건너는 것은 아예 불가능해, 그는 그냥 차 쌩쌩 다니는 지상도로를 목발에 의지해 걸어 건넌다. <대륙횡단>의 마지막 에피소드 <대륙횡단>의 장면이다. 여균동 감독의 <대륙횡단>은 장애인을 테마로 한 인권영화다. “어렸을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가 우연히 나았다”는 여균동 감독은, 자신의 경험에다가 언젠가 광화문 네거리를 술에 취해 그냥 지상으로 건너던 선배의 이미지가 떠올라 어렵지 않게 이 주제를 선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이런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을 때 ‘윤리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처음엔 아무런 장치없이 실제로 횡단을 하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장애인에 관한 영상물을 찍어온 단체들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라. 사실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결국 종로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허가를 받고 반쯤만 실제상황으로 찍었다. <대륙횡단>은 <대륙횡단>을 포함한 1분 정도의 짤막짤막한 원신 원컷 에피소드 13개와 주인공 배우인 김문주씨의 셀프카메라로 이루어지는 16분가량의 영화다. 지하철 자동사진촬영기에서 정상인 같은 표정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주인공이 한두방 뜻대로 되어서 기분이 좋아 웃는데 그 순간 가장 장애인다운 모습으로 마지막 사진이 찍힌다는 에피소드 <이력서>를 비롯, 외출을 하기 위해 어렵사리 현관문을 잠그고는 열쇠를 떨어뜨린 주인공에게 한 아주머니가 다가와 집에 들어가려는 것인 줄 알고 문을 따고 집안에 들여보낸다는 등 장애인의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세밀한 사건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단편 안에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조각조각 붙어 있는 이 영화의 형식을 여균동 감독은 ‘엽편영화’라고 부른다. 이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에서 어떤 방식을 취해 이 영화를 찍을 것인가 생각하던 끝에 나온 결과. “다큐를 할 것인가, 극을 할 것인가 얘기가 많았다. 결국 극은 극대로 찍되, 전체 촬영 과정을 6㎜카메라에 메이킹 다큐 형식으로 따로 기록하기로 했다. 또 이번 단편에 담길 극 안에도 일반시민을 상대로 한 몰래카메라 등 다큐적인 요소가 들어있다”라고 그는 말한다. 주인공 배우인 김문주(30)씨는 자신이 뇌성마비로 18년 동안 집안에서만 지내다가 스물이 다 되어 사회에 나온 이다. 노들야학에서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노들야학 MT에서 “아 어쩌란 말이냐” 하는 <가슴앓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여균동 감독이 자료조사용으로 찍던 테이프에서 보고 캐스팅했다. 여균동 감독은 그에게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자연히 <대륙횡단>에는 그가 실제 겪은 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대륙횡단>은 인권영화 프로젝트 중 가장 빨리 진행돼 이미 셀프카메라를 제외한 촬영이 모두 끝났다. 그리고 공개여부는 모르겠지만 메이킹 다큐가 앞으로 주인공 배우의 일상까지 추가로 찍어 완성될 것이라고 여균동 감독은 밝혔다.글 최수임 sooeem@hani.co.kr·사진 이혜정 hyejung@hani.co.kr <대륙횡단>은 어떤 영화내가 겪은 세상은 중증장애인을 둘러싼 이야기 열세편이 모자이크된다. 황당하거나, 속상하거나, 때로는 행복한 일들. <이력서>에서는 자동사진촬영기에서 사진찍기, <횡재>에서는 힘들어서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아이가 동전을 주고 가는 일, <한 시간 동안 구라를 푼 후>에서는 어느 여자와의 대화, <친구>에서는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귀갓길, <인어공주>에서는 채팅을 하다 일어난 일, <내가 본 것>에서는 장애인이동권 보장시위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가족들과 함께 보는 장면, <누가 나를 볼 때>에서는 텅빈 집에 혼자 있는 한때, <음악감상시간-즐거운 우리집>은 지하철 리프트 타기, 에서는 현관문을 잠그다 일어난 일, <예행연습>에서는 2차선 도로 건너기, <약혼식>에서는 여동생의 결혼식날 혼자 집에 남던 일, <굳은 살>에서는 양말신기가 그려진다. 그 이야기들은, 마지막 에피소드 <대륙횡단>에서 주인공이 광화문 네거리를 홀로 횡단하는 심리적인 이유를 은연중에 말해준다. 모든 에피소드에서 김문주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 에피소드 사이에는 첼로로 연주한 ‘도레미파솔라시도’ 소리가 한음씩 삽입된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화려하게, 혹은 음산하게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하이브리드 축제’ 표방하는 제3회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11월29일부터 연세대에서영화와 음악과 디자인, 그리고 예술의 모호한 점이지대, 개념의 틀을 성큼 넘어선 영상의 파티를 즐겨볼까. “다양한 문화적 장르와 요소를 함께 아우르는 하이브리드(hybrid: 혼성) 축제”를 표방하는 ‘레스페스트디지털영화제 2002’(이하 레스페스트)가 11월29일부터 12월5일까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올해로 3회를 맞이한 서울의 레스페스트는 세계 각국 디지털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영상실험을 소개하는 영화제. 1995년 샌프란시스코의 아트갤러리에서 조촐하게 출발한 행사로 98년부터 미국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영화제로 확대됐고, 2000년부터 한국에서도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의 개막작은 비욕 등 유명 뮤지션들의 실험적인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진 크리스 커닝햄의 뮤직비디오 특별전. “순수하게 사운드에 반응하는 것이야말로 내 상상력을 활성화한다”는 커닝햄의 뮤직비디오는 음울한 판타지와 블랙 유머를 품은 영상과 음악의 결합이다. 폐허 같은 아파트 앞 공터, 자유자재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모니터 안의 ‘악마 같은’ 존재와 괴물 같은 얼굴의 아이들이 난장을 벌이는 에이펙스 트윈의 는 그의 뮤직비디오 출세작. 좁고 어두운 공간, 일렁이는 머리칼부터 신발끈까지 물 속을 유영하는 듯한 인물의 이미지와 음산하면서도 몽환적인 포티스헤드의 트립합이 근사하게 어울린 , 청회색조의 황량한 들판에서 까만머리, 까만옷과 숄 차림으로 마녀의 의식처럼 주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돈나의 <프로즌>, 실제 로봇과 CG, 비욕의 연기를 합성한 로봇들의 인간적인 사랑을 담아낸 <올 이즈 풀 오브 러브> (사진) 등 클라이브 바커와 스탠리 큐브릭을 비롯해 10여년간 영화현장을 거쳐온 커닝햄 특유의 기이한 몽상세계를 엿볼 수 있다. 크게 글로벌 섹션과 국내 섹션, 특별초청 섹션으로 나뉘는 상영작은 모두 150편 이상. 글로벌 섹션은 소주제를 단 7개의 단편영화 섹션과 2개의 뮤직비디오 섹션으로 구성된다. 투명막에 쌓인 채 옆으로 움직이는 게인간들이 서로의 막을 깨뜨리며 싸우는 과정을 코믹하게 묘사한 전쟁에 대한 우화 <크랩워>, <웨이킹 라이프>처럼 로토스코핑 기법을 이용해 마당의 자연풍경과 소리를 수채화풍의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 <야드> 등 12편.교통체증에 묶인 채 전화로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된 남자의 이야기인 <어느 겨울날> 등 9편이 각각 ‘영화 같은 인생’과 ‘운수 없는 날’이란 주제 아래 일상의 틈새에서 다양한 풍경을 끌어내 보인다. ‘디자인 세계’는 실사 영상을 군데군데 들어내고 이질적인 요소를 콜라주한 기법으로 현대 직장인들의 소외된 심리를 드러낸 <프리스타일 디스코> 등 시각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에로틱 무비’는 포르노그라피처럼 찍었지만 여성의 육체를 에나멜로 지워버림으로써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에 반격을 가하는 <지워진 육체>(사진) 등 성적 소재를 다루되 전형성을 벗어난 영화들을 모았다. ‘감독 클럽’에서는 REM 등 뮤직비디오와 <존 말코비치 되기>로 주목받은 감독 스파이크 존즈, 힙합 그룹 ‘파사이드’의 전 멤버 팻립이 의기투합해 래퍼의 삶에 대한 환상과 현실을 들추는 가짜 다큐멘터리 <왓츠 업, 팻츠립> 등 2편이 소개된다. 그 밖에 맨해튼의 바에서 10년 이상 찍어온 고객 사진들을 재구성한 뉴욕의 초상화 <터미널 바>와 그래피티를 지우는 덧칠 작업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낳았다는 익살스런 풍자를 들려주는 <反그래피티 캠페인> 등 ‘미니 다큐멘터리’, 다양한 풍경과 기법을 동원한 길 위의 영화들을 모은 ‘로드무비’도 마련돼 있다. 왕가위의 화사한 색채가 돋보이는 DJ 섀도의 <식스 데이즈>, 흑백 일러스트 느낌이 나는 더 하이브즈의 <메인 오펜더> 등 이미지 실험과 음악이 어우러진 ‘시네마 일렉트로니카’와 ‘락 뮤직 비디오’의 상영작들도 놓치기 아까운 부문. 극/실험 단편 2개 부문과 단편애니메이션, 모션그래픽/뮤직비디오로 나뉘는 국내 섹션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의 의식을 현란한 색감으로 드러낸 <앨리스>, 크라프트 베르크의 전자 리듬에 맞춰 새로운 소통을 시도하는 세 인물을 만화적인 실사영상으로 담은 <데르 텔레폰 안루프: 크라프트 베르크> 등 국내 디지털 화제작을 망라하고 있다. 거리 부랑자와 주민 등을 대상으로 연기 워크숍을 꾸려온 텐더로인 액션그룹의 지원과 함께, 택시 기사들의 일상을 담은 <시그널7> 등 비전문배우와 직업배우가 조화를 이룬 사실주의적인 디지털장편영화를 제작해온 롭 닐슨의 회고전, ‘프랑스 단편 모음: 클레르몽 페랑 초청작’, 세계 TV광고 우수작을 모은 ‘Shots 2002 베스트 컬렉션’, 켄 이시이의 뮤직비디오를 포함해 레스페스트 일본의 공모작을 묶은 ‘도쿄 레스 믹스’ 등 초청 섹션의 프로그램도 푸짐하다. 폐막작은 “입을 사용해 일반적으로 기계에 의해 생성되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비트박스 음악의 유래와 스타들에 대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브레스 콘트롤>. 더그 E. 프레시, 팻 보이즈 등 어떤 악기 못지않게 화려한 비트와 소리를 지어내는 뮤지션들의 생생한 실연까지, 자기 표현에 경계를 두지 않는 상상력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 황혜림 blauex@hani.co.kr▶ 레스페스트 영화제 상영시간표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돌아온 배우 최지우

“호호, <겨울 연가> 같아요. 그때 정말 추웠거든요.” 초겨울 쌀쌀한 날씨,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공원에서 사진을 찍으며 최지우는 소녀 같은 목소리로 호호거렸다. 3년 만에 <피아노 치는 대통령>으로 스크린에 돌아올 참이지만, 무심결에 <겨울 연가> 얘기를 꺼내는 그녀에게선 아직 ‘텔레비전’ 냄새가 물씬 났다. <신귀공자> <아름다운 날들> <겨울연가>… 그동안 1년에 한편 정도씩 꾸준히 드라마를 하며 최지우는 ‘예쁜 탤런트’로 착실히 입지를 다져왔다. 그때, “드라마 할 때는 영화 시나리오 볼 시간도 없었다”. 최지우를 다시 스크린으로 데려온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그런데 최지우를 그냥 ‘예쁜 탤런트’로 가만히 놔두지 않을 듯하다. 지금까지의 최지우가 곱게곱게 단장된 모습이었다면,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그녀는 확실히 보기와 다르게 터프해진다. 대통령의 말 안 듣는 딸 영희를 가르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은수가 그녀의 역. 대통령을 일개 학부모로 대하며 과감하게 교사직을 ‘수행’하는 그녀는 한편 엽기적인 선생님이자, 한편으로는 딸 교육에 관한 상담을 하며 대통령도 어느새 눈물을 흘리게 하는 따뜻한 여자다. 과연, 학부모와 교사로 시작된 만남은 그 이상으로 진전하고, 영화는 코미디와 멜로를 뒤섞게 된다. “완전히 캐릭터 변신이죠. 처음 이걸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최지우가 저런 걸 할 수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걱정과 달리 선생님이 잘 이끌어줘서 재밌게 했어요.” 선생님이라고 최지우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을 ‘선생님’과 함께 찍었다. 바로 안성기 ‘선생님’. 영화 내용과는 반대로 촬영장에서 안성기는 최지우가 보고 배우고 의지하는 ‘선생님’이었다. 안성기와는 이미 <박봉곤 가출사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함께 출연한 적이 있지만, 전작에서는 거의 같이 찍는 장면이 없었던 데 비해 이번에는 나란히 남녀 주연이라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피아노 치는 대통령>을 하게 된 것도, 먼저 캐스팅되어 있던 안성기가 최지우에게 같이 해보자고 하여 이루어졌다고, 최지우는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저는요, 사실 유부녀 언니들하고 친해요. 유호정, 신애라, 오연수… 언니들하고 계모임하면서 별 고민도 다 들어주고 그래요. 또래들보다 더 편한 거 있죠.” 인터뷰 도중 최지우가 가장 신이 나서 말한 건 ‘언니들’ 이야기였다. 이번 ‘캐릭터 변신건’과 관련해서, 미리 포석을 좀 까는 걸까. 자신은 원래 소탈하고 편한 사람이라고, 사실은 이게 참모습이라고 말이다. 마침 인터뷰 시간이 식사시간이라 김밥이며 떡볶이를 사다가 먹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사실 아닌 게 아니라 최지우가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것만큼 새초롬하기만 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금세 느낄 수 있었다. 잘 웃고, 잘 먹고, 이야기도 조잘조잘 잘하고. 여고생들이 서로 나누는 친화력 같은 것을 최지우는 성격적으로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선 의외로 ‘푼수끼’ 같은 것도 느껴졌다. “패션쇼요 앙드레 김 선생님 것만 해요. 그런 옷, 재밌어요. 드레스니까 워킹도 필요없고 그냥 걸어갔다 걸어오면 되거든요.” 이런 식의 평범한 이야기도, 최지우가 하면 어딘가 코믹한 기운을 띠는 거였다. 과연, 영화에서는 어떨지. “그냥 이렇게 있는 것도요, 카메라 앞에서 하려면 굉장히 어려워요”라는 그녀이기에, 아직 최지우의 연기변신은 ‘설’로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원래 성격대로만 나온다면, 아마도 최지우는 아주 색다른 코믹 여배우로 진짜 변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군대는 필수 아닌 선택?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을 보고 싶지만 안 보기로 작정했다. 장동건 때문이다. 텔레비전 광고에 나와 장동건이 씩 웃을 때마다 허약체질이라 군대 안 갔다는 소문이 생각나서 남들은 군대가서 썩는 동안 돈 벌고 인기끌고 좋겠다며 채널을 돌려버린다. 아들을 전방으로 보내고나서 병역면제자에 대한 분노가 이성을 잃고 있는 수준인 것 같아 자제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남자배우나 가수를 평가할 때 군대에 다녀왔냐 안 다녀왔나가 기준이 되고,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을 군대 갔다온 사람과 안 갔다온 사람으로 구분하는가 하면, 친지나 동창생 동료들에게 아들을 군대에 보냈는지 은근히 물어본 연후에 군대를 안 보냈으면 등을 돌리게 되니 중증도 심한 중증인 것 같다. 까라면 무조건 까고, 기라면 군소리 없이 기고, 영장 나오면 툭툭 털고 군대에 가는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전날까지 철책근무는 너무 싫어 카투사로 갈까 의경으로 갈까 버팅기는 아들을 등 떠밀어 군대에 보냈다. 사흘이 지나 인터넷사이트를 뒤져보니 아들은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의 원통에 있는 전방부대로 떨어졌다. 철책근무 7~8개월은 필수라는 곳이다. 2주일만 지나면 편지가 온다더니 스무날이 지나도록 소식도 없고 군사기밀이라 주소도 나와 있지 않아 편지도 못 보냈다. 열흘쯤 지나 입고 간 옷을 담은 소포가 왔는데 웃도리 아랫도리 할 것 없이 주머니가 열댓개 되는데 구석구석 샅샅이 찾아보아도 쪽지 한장 나오지 않았다. 잽싼 놈들은 그 와중에도 한자 써서 집어넣는다던데 매사에 느릿느릿한 성격이 군대밥 사흘에 변할 수는 없지 하며 쓸쓸해졌다. 한 여론조사에서 고교생들의 34%만이 군대는 반드시 가야 한다고 했고 54.3%는 능력에 따라 갈수도 안 갈수도 있다고 답했다. 병역이 의무가 아니고 선택이고 능력이라니 죽어도 가야 한다고 아들들에게 누누이 강조해온 것이 무색해진다. 아마도 지난 몇년 동안 고위층이나 특권층들의 병역면제가 흔한 것으로 드러나고 그것이 ‘능력‘으로 간주될 뿐 아니라 출세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병역면제는 더이상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아니라 부러움의 대상으로 변질되고 있는 까닭일 것이다. 그것은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두 아들이 병역면제를 받았는데도 아버지가 여전히 대통령 후보로 건재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5년 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는 소록도로 아들을 보내 나환자촌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했다. 소록도로 떠날 때 많은 부모들이 동정심을 보였다. 그런데 대통령선거에서 떨어지고 몇달 안 되어 소록도에서 나와 이곳저곳에서 경력을 쌓고 하와이에서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 국민들은 배반감을 느꼈다. 5년 뒤 대통령 선거에 다시 나올 거라면 군대면제가 아무리 정당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몇년 동안의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것이 병역의무가 국민의 의무인 나라의 대통령 후보로서 떳떳한 자세였을 것이다. 아들들은 군대 때문에 인생 꼬인다고 푸념하고, 부모들은 자녀를 군대에 보내놓고 노심초사하는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법에 따라 군대에 안 갔으니까 꿀릴 것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결코 ‘대쪽‘이나 ‘법대로‘ 정신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후보의 두 아들이 인생에서의 많은 계획들을 잠시 유보하고 지난 5년 동안 병역의무기간만큼씩 소록도건 어디에서건 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지금의 대선국면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 보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김선주/ <한겨레> 논설위원

정성일,지아장커를 만나다 <5>

1995년의 중국, 2002년의 중국 정성일: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겠습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소무>의 1995년 중국과 <임소요>의 2002년 중국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입니까 지아장커: 가장 큰 차이는, 1995년에는 사람들이 현대화 사회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감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임소요>에 들어와서는 그런 기대와 희망은 이미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소무>에는 현실적인 고민이 있고, 중국 안에서 산다는 것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나 2002년 중국을 산다는 것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잘산다고 말하는데 실제 삶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소무> 안에 TV에서 나오는 내용은 거의 다 중국 지역, 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임소요>에 나오는 것들은 현대사회의 부호 같은 소식들만 전합니다. 더 추상적인 듯한 내용들이고 실제로 내 생활과 관계없는 내용들, WTO 가입이 이 사람들과 무슨 관계가 있겠습니까. 베이징올림픽 개최가 이 소년소녀들과 무슨 상관입니까. 사회가 만들어낸 하나의 담론이 이 사람들의 생활, 실제 생활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중국 사람들에게 지구는 부호입니다. 인터넷도, 인공위성도 중국의 변방의 소년소녀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이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만은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소무>가 물과 모래가 같이 혼재 되어 있는 것이라면 <임소요>의 경우에는 물이 위에 떠 있고 모래가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성일: 2년 전에 인터뷰를 했었을 때, <플랫폼>의 마지막 장면은 희망이라고 얘기했습니다. <임소요>의 마지막 장면은 절망입니다. 말하자면 이렇게 변하게 한 것은 중국의 상황입니까, 당신의 시선의 변화입니까 지아장커: <임소요>의 결말부분은 특히 비관적인데, 그것은 나의 개인적인 느낌, 개인적인 심리상태를 드러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는 실제로 어떠한 가능성이, 어떠한 일이 과연 중국의 현재를 바꿀 수 있는가를 전혀 못 느끼겠습니다. 그런 비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어떠한 상황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다는 것이죠. 그러나 다음 영화가 또 다른 것을 보여줄 수가 있습니다. 어떤 생활에 대한 한 사람의 생각은 매번 변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있다면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느꼈던 것을 한순간에 극복해 내기도 합니다. 항상 사람들은 직접 몸으로 이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느끼고 싶어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무언가 변화를 하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이 한 세대에 거쳐서 노력을 거친 게 아니라 몇 세대를 거쳐서 기나긴 시간을 통해야만 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떻게 보면 이러한 과정 중에 한 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시대가 바로 변화하고 있는 바로 그 과정입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지금은 무슨 일을 할 때 아주 평온한, 평정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이 당장 그 결과를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또다시 희망적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점점. 정성일: 지금 준비 중인 다큐멘터리 다음에 찍을 다음 극영화는 어떤 내용이며 언제쯤 촬영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까 지아장커: 원래는 내년 설 이전에 극영화를 하나 만들려고 했는데, 아쉽게도 유릭와이가 후반작업을 하느라고 바쁩니다. 그게 바로 나의 사촌동생에 관련된, 탄광에서 일하는, <플랫폼>에 나왔던 그 광부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못 찍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내가 무척 좋아하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내년 가을에 찍게 될 것입니다. 정성일: 그 영화도 디지털로 찍게 될까요 지아장커: 슈퍼 35mm로 찍으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슈퍼 35mm로 찍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슈퍼 35mm로 찍어 가지고 필름이 국경선을 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직 결정을 안 했는데, HD로 찍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슈퍼 35mm로 찍고 싶습니다. 결국에는 슈퍼 35mm로 찍게 되지 않을까요. (웃음) 정성 일: 허우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를 혹시 봤는지요 지아장커: 봤습니다. 정성일: 당신 자신도 그렇게 얘기를 했고, 당신 세대들도 다들 이구동성으로 허우샤오시엔의 영화를 화어권 영화 전체의 일종의 좌표처럼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밀레니엄 맘보>를 보면 허우샤오시엔의 영화가 완전히 변해버렸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렇게 변해버린 허우샤오시엔을 바라보는 당신이나, 당신들 세대의 느낌은 어떤 것입니까 지아장커: 저같은 경우에는 허우샤오시엔 작품의 변화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 감독이 우리가 원하는 영화만을 찍기를 바랄 수는 없습니다. <밀레니엄 맘보>는 사실 허우샤오시엔 작품 중에서 그렇게 좋은 작품은 아니지요. 하지만 그 작품이 감독의 변화하는 전환기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밀레니엄 맘보>를 통해서 허우샤오시엔이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 그것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엿보이고 있습니다. 허우샤오시엔 자신도 그것을 찾지 못했다고 얘기합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그것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그 다음의 영화가 될 수도 있구요. 정성일: 자, 마지막 질문입니다. 그런 동시대의 흐름 속에서 당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테마 의식은 무엇입니까 또는 당신 영화 속에서 절대 이것만은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아장커: 진실한 본토의 경험, 중국에서의 내가 보는 그 사실적인 경험. 이러한 경험들을 가장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본토의 기본적인 토양을 벗어나면 창조력의 그 힘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문화적인 귀속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의 영화도 그런 귀속감이 있는 영화 중의 하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도 한 사람의 중국의 배운 사람, 인텔리로서, 영화 이외에 어떤 책임감도 많이 느낍니다. 난 요즘 최근에 중국에서 이 책임이라는 말을 갈수록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갈수록 중국에서 이 책임감이 적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피하고 싶지만 결국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최근 2년 동안 생각한 게 나의 이 지하전영 방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야 된다는 겁니다. 최근에 중국 지하전영에서 출발한 감독들이 지하전영을 스스로 비판하는 것에서 대단히 충격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장위안은 지하전영 감독에서 이제는 정부의 공식영화 성격을 강하게 가진 감독으로 변절했는데, 앞으로 나는 나만의 지하전영 방식을 끝까지 지켜나갈 것입니다. 그렇다고 장위안의 선택을 비판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모든 사람들이 선택할 권리가 있는 것이니까.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면 모든 사람들은 또 그 문제에 부딪혀서 해결을 해야 합니다. 지하전영의 대표적인 감독 중 한 사람인 장위안이 제작방식을 바꾸니까 중국의 영화관리국에서도 아, 지하전영을 하는 애들도 바뀔 수 있겠구나, 그래서 더 엄격하게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나마 얻었던 한계가 있는 공간과 자유가 이제는 더 위축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마음대로 원하는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실제로 자유를 표현할 수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권리가 아닙니까 만약에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우리는 지금 이 예술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는 오늘날 중국의 지하전영에서는 무책임하고, 때로는 이용하고, 감시당하고, 자기의 원칙을 버리고 타협하는 명분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 영화를 만든다는 것, 책임을 진다는 것은 정신을 무척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정성일: 긴 시간 인터뷰에 감사하고, 그리고 다음 영화를 좀더 빨리 봤으면 좋겠고, 그리고 인터뷰는 끝난 것이 아니라 다음 영화까지 미뤄지는 것입니다. (이 인터뷰는 2002년 11월22일과 23일에 이루어졌다. 베이징어로 인터뷰하였으며, 박연진씨가 통역을 하였다)사진 임종환 f301s@keb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