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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신민아, “현실 담은 청춘이 충격인가요?”

“좋으니까 한다, 끝!” 영화 <마들렌>에서 25살 미용사 희진은 솔직담백명쾌하다. 19살 배우 신민아씨는 어떨까. “저한테 부족한 건 ‘연륜’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감정도 직접 경험한 것이기 보다는 책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빌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는 거요. 전 공부하면 할 수 있다, 자신 있어요. 정말 타고난 연기자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들만 연기 한다면 세상에 영화가 몇편이나 만들어지겠어요” 6살의 나이 차이지만 똑부러지는 신씨의 모습에 희진이 겹쳐졌다. 중학교 2학년때 잡지 모델로 데뷔했지만 연기는 영화 <화산고>와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이 전부다. “나이가 들기를 기다렸어요. 연습도 많이 하고. 앞으로 평생 할 거니까 천천히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세상을 누려가면서, 느끼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올해 대학교(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입학하는 그에겐 이런 감정이 각별한 듯 했다. “중·고 시절이 별로 없어요. 영화에서 만일 학창시절을 찍어야 한다면 그것도 책이나 드라마로 간접적으로 느껴야 하는 게 가슴아파요.” <마들렌>의 희진은 그런 점에서, 신씨에게 ‘출발선’인 셈이다. 희진은 십여 년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 지석(조인성)에게 먼저 “딱 한달만 사귀자”고 제안하고, 뜻하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 사이에서 아기가 생겼지만 눈물을 쓱 닦고 혼자 낳아 키우겠다고 당돌하게 말하는 인물이다. 신씨는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20대의 임신문제를 그린 방식이 충격일 수 있지만 반면 더 현실일 수도 있지 않나요. 나쁜 거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오히려 영화나 텔레비전이 지금까지 그 문제를 너무 심각하게 그린 것 아닌가요.” 신씨가 보여주고자 한 희진은 임신문제 등으로 어두운 모습이 아니라, 자신과 전혀 다른 지석을 만나가며 두 사람이 함께 ‘공유’하며 변해가는 모습이다. “지석은 희진이 전혀 쓰지 않는 어려운 단어들을 쓰잖아요. 과잉일반화의 오류, 로드무비, 공유… 점차 나름대로 그런 단어들을 써보는 희진 모습, 너무 귀엽지 않아요” 단순히 당돌한 인물로서가 아니라 희진이라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엄마와의 대화장면을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다. 약간은 각진듯 하지만 맑디맑은 얼굴의 신씨는 일찌감치 차가운 성격도, 밝은 성격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느낌을 주는 배우로 주목받았다. 일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을 가진 모습은 배우로서 그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신씨는 곧 영화 <두사람이다>의 촬영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디지털 새옷 입고 스크린서 부활

잠정적으로 파악된 지난해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은 소매가 기준으로 1천억원 규모다. 이른바 마니아 시대에서 대중화 시대로 접어든 디브이디 타이틀 시장에서 ‘디브이디 시연회’나 ‘디브이디 기획전’이 중요한 홍보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개봉 이전 영화들의 시사회가 흥행성적을 좌우하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 계속 유통되는 디브이디 타이틀의 특성상, 시네마테크와 연계해 속속 마련되는 기획전들은 관객들에게도 반가운 소식이다. 출시사에겐 타이틀 홍보의 일환이지만, 관객들로선 큰 화면으로 만나기 힘든 희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7~9일까지 서울 홍익대 부근 시네마테크 떼아뜨르 추는 폴란드의 크쥐시토프 키에슬롭스키의 영화 <십계>(원제 Dekalog)의 10부작을 상영한다. 5편과 6편은 각각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과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이라는 제목으로 영화용으로 재편집되어 개봉됐었지만, 전체를 감상할 기회는 드물었다. ‘비관론적인 운명론자’ 키에슬롭스키는 깊은 철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이상의 충돌을 우울하게 그렸었다. 그 가운데서도 1988년 텔레비전용 영화로 만들어진 <십계>는 그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다. 종교적 계명을 빌어왔지만, 이 작품이 이야기하는 건 종교적 교훈이 아니다. 바르샤바 주택단지의 입주자들을 조각조각 비추며 그는 탐욕과 상실, 선택 등 인간 세계의 윤리와 철학에 대해 총체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피니티 필름이 이 영화를 지난해 디브이디 세트박스로 출시했지만, 고가라 구입에 엄두를 못냈던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획전을 이용해봄직 하다. 떼아뜨르 추는 지난해 여름부터 다양한 테마를 통해 ‘디브이디 기획전’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탠리 큐브릭, 우디 앨런, 잉그마르 베르히만 등 작가감독들의 영화들이나 마릴린 먼로 영화, 스타들의 어린시절 등 주제별 상영을 기획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기획팀의 안승호 대리는 “서플먼트 등 부가적 가치보다는 영화적 완성도를 위주로 결정한다”고 말했다. 디브이디라는 디지털 시대의 매체를 통해 고전영화나 작가영화들이 새롭게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시네마테크의 기획전과 별개로 ‘대박’ 타이틀이 나오기 전 출시사들이 주최하는 시연회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워너브러더스가 개최한 <아마데우스 스페셜 에디션> 시연회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객석 6백석 정도가 가득 찼다. 모짜르트 당시의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며 16세기 궁중음악회의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모았다. 워너 브러더스의 정한기 대리는 “디브이디 인구가 늘어나며 ‘구전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며 “점차 시연회와 이벤트가 규모도 커지고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2003년 최강 프로젝트 해외영화 12편 (2)

터미네이터, 세 번째 귀환조너선 모스토의 <터미네이터3: 기계들의 반란> (Terminator3: Rise of Machines) 용광로 속에서 그의 뼈대가 녹아 사라지는 순간에도 감히 그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믿은 관객은 없었을 것이다. “돌아온다”는 것은 그의 입버릇이었으니까. 터미네이터의 세 번째 귀환은 무려 12년이나 걸렸다. 2002년 4월 제작에 돌입해 9월 촬영을 마친 <터미네이터3>는 50대 중반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다시 T800의 이름으로 소환해 2003년 여름 시즌 제패의 출사표를 던졌다. “오사마 빈 라덴의 집 전화번호만큼 알아내기 힘들다”는 소리가 나돌 만큼 의 보안은 철통 같지만 이야기의 구조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3편의 시계는 <터미네이터2>로부터 10년 뒤. 20대 초반의 청년으로 성장한 존 코너를 죽이기 위해 2029년을 지배하는 기계들은 다시 암살자를 보내고 인간 레지스탕스는 사이보그 T800을 보호자로 파견한다. 세 번째 킬러 T-엑스, 일명 터미나트릭스(크리스타나 로켄)는 여성형 사이보그로 T800이나 T1000을 능가하는 전투력과 변신을 넘어 에너지 형태가 되거나 사라지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디지털 특수효과의 선조라고 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특수효과가 상향 평준화된 시대에 얼마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는 1억7천만달러의 사상 최고 제작비(슈워제네거 개런티 3천만달러)의 지출 내역과 맞물려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청년 존 코너 역에는 마약문제를 겪고 있는 에드워드 펄롱 대신 닉 스탈이 선택됐고 존의 연인으로는 애초 캐스팅됐던 소피아 부시가 너무 어려보인다는 이유로 도중하차하고 클레어 데인즈가 자리를 메웠다. <터미네이터2>가 속편으로 훌륭했던 열쇠는, 무적의 악당이었던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T1000에 비해 열등한 약자이자 존 코너의 보호자로 변모한다는 영리한 트위스트에 있었다. 그에 비해 <터미네이터3>에 굵직한 반전의 기회는 얼핏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T1000의 선조격인 모델 T800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문은 신선한 놀라움을 은근히 예고한다. <브레이크다운>에서 액션 하나하나에 플롯을 추진하는 동력을 실어주었던 조너선 모스토 감독의 구성력 역시 영화 테크놀로지의 귀재 제임스 카메론과는 다른 승부수를 기대하게 만든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검은 상처의 블루스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미스틱 리버>(Mystic River) 인간 심리의 어두컴컴한 강기슭에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 겸 감독 3인이 모인다. 2003년 9월 공개되는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스물네 번째 영화 <미스틱 리버>는 데니스 르헤인의 2001년작 동명 베스트셀러에 기초한 사이코스릴러다. 이스트우드의 근작 중에는 <미드나잇 가든> 이후 처음으로 이스트우드가 직접 카메라 앞에 서지 않았는데 이는 숀 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의 주연 명단만 봐도 납득이 가는 선택이다. 지미(숀 펜)와 숀(케빈 베이컨), 데이브(팀 로빈스)는 어린 시절 친구. 돌아보기도 끔찍한 소금기둥과도 같은 과거의 사건으로 인해 25년간 단절됐던 셋의 관계는 지미의 맏딸 케이티가 살해되는 새로운 비극으로 말미암아 다시금 운명의 실을 얽는다. 형사가 된 숀은 케이티의 사건 수사를 담당하면서 겨우 봉인했다고 믿었던 악의와 폭력의 구렁텅이로 끌려 들어가고 거칠게 살아온 전과자 지미는 법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고 딸의 핏값을 손수 받아내고자 한다. 그리고 수십년 전 유괴돼 성적으로 학대당했던 세 번째 친구 데이브는 용의자로 트라이앵글을 완성한다. 이 밖에 로렌스 피시번이 케빈 베이컨의 파트너 형사로, 로라 리니가 숀 펜의 아내로 분한다. 보스턴에서 2002년 9월 촬영에 들어간 <미스틱 리버>는, 제작진의 오스카 수상 및 노미네이션 경력만으로도 포스터가 빽빽해질 영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비롯해 작가 브라이언 헬겔런드(국내 미개봉된 이스트우드 전작 <블러드워크>의 시나리오를 썼다), 아트디렉터 헨리 범스테드, 조연 마르시아 게이 허든이 역대 오스카 수상자다. 스릴러 장르를 골라잡을 때마다, 번잡한 범죄현장에서 인간과 사회의 흥미로운 단면으로 끊임없이 한눈을 팔아온 도덕주의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깊이를 더한 통찰을 기대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저주받은 초능력, 손을 잡다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2>(X-Men2) 2002년 박스오피스를 옴쭉달싹 못하게 포획한 스파이더맨은 슈퍼맨처럼 강하지도 않고 배트맨처럼 부티나는 무기도 없는 초라한 ‘슈퍼 히어로’라는 점에서 개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그나마 명성이라도 있다. 한발 앞서 할리우드로 진출한 마블코믹스의 캐릭터 엑스맨들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아차리는 슈퍼스타도 못 된다. 극중에서도 엑스맨은 초능력자들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불길한 소수자로 핍박받는다. 그리고 <엑스맨> 시리즈만의 가장 걸출한 매력도 거기서 솟는다. <엑스맨>은 매우 정치적인 판타지이며 어떤 슈퍼 히어로 스토리보다 지적 흥미를 자극하는 이야기를 보유한 블록버스터다. 집단수용소 캠프에서 벌어지는 첫 장면부터 <엑스맨>에 내재된 인종주의와 관용에 대한 메타포를 전면에 세웠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연이어 연출한 <엑스맨2>는, 1편에서 정치 견해 차이로 반목했던 자비에 박사의 엑스맨들과 매그니토의 수하들이 외부의 박해를 맞아 연합전선을 결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 시리즈 중 1982년작 <신은 사랑하고 인간은 죽인다>에 크게 기댄 <엑스맨2>에서 ‘공적’(公敵)은 안티 돌연변이 단체를 결성해 “당신의 아이, 지금 테스트해보세요!” 따위의 표어를 건 인종주의적 공세를 퍼붓는 전 육군장성 겸 방송선교가 윌리엄 스트라이커. 자비에 박사를 납치한 스트라이커가 박사의 텔레파시를 이용해 보통 사람과 돌연변이를 식별하는 작업에 나서자 매그니토 일파와 엑스맨은 대립을 잠시 접고 연대한다. 로그와 갬빗의 로맨스, 울버린과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의 삼각관계도 잔가지를 친다. <엑스맨> 시리즈의 불가결한 재미는 캐릭터 앙상블. 스톰, 사이클롭스, 진 그레이, 울버린, 로그, 파이로, 미스틱 등 낯익은 멤버가 외모와 능력을 업그레이드한 가운데, 앨런 커밍의 나이트 크롤러, 대니얼 커드모어의 콜로수스, 켈리 후의 레이디 데쓰스트라이크가 2편에서 신고식을 치른다. 속편의 원칙에 따라 스턴트와 세트, 메이크업이 고급화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매트릭스>와 <터미네이터3>가 인간의 반란을 선동하는 2003년, 인간에 대한 반란을 보여줄 <엑스맨2>는 더욱 매력적일 듯. 이십세기 폭스코리아는 5월 개봉을 계획 중이다. 김혜리 vermeer@hani.co.kr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나이는 18 이하, 생각은 18 이상

18세 미만영화제 토리노에서 열려, 다양한 내용과 형식 돋보여어린이와 청소년의 창작영화제인 18세 미만 영화제(Sottodiciotto Film Festival)가 지난해 11월30일부터 12월6일까지 자동차의 도시 토리노에서 열렸다. 18세 미만 영화제는 행사 명칭 그대로 18세 미만의 초·중·고교생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카메라에 담아내고, 그 성과물을 선보이는 행사. 올해 3회를 맞는 이 영화제는 여느 영화제와 다른 특색을 가진 토리노영화제와 토리노시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올해 이탈리아 전역에서 158개의 작품이 출품됐다.어린 필름메이커들의 작품은 학교 생활과 친구들의 이야기, 부모와의 갈등, 여행, 아기와 동물 등 신변잡기적 소재의 영화로부터 음악과 미술 등을 활용한 색다른 영상 실험을 선보인 작품까지 매우 다양했다. 또 전쟁과 기아 등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의 또래 친구들에 대한 걱정과 관심을 표명한 작품이나 전쟁 등을 소재로 한 시사적인 다큐멘터리까지 선보여 영화제를 찾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이 영화제에선 학생들의 창작품은 물론, 학교 생활과 청소년을 주제로 한 교육적인 내용의 기성 영화들이 초청돼 특별 상영됐다. 피터 보그다노비치 감독의 성장 영화 <페이퍼 문> 등이 특별상영됐으며, 개막작으로는 인도계 영국 감독 거린다 차다의 <슈팅 라이크 베컴>이, 폐막작으로는 학교생활에 관한 다큐멘터리로 프랑스에서 2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화제작 <존재와 소유>(Etre et avoir)가 상영됐다.또한 어린이에 관한 영화를 즐겨 만든 루이지 코멘치니 감독의 특별전이 열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에선 <놀이 공원의 창>(La finestra del Luna Park), <카라브리아의 소년>(Un ragazzo di Calabria) 등의 장편과 감독이 자녀들과 함께 만든 단편 작품들이 소개됐다. 코멘치니 감독은 영화제 기간에 어린이와 청소년영화를 만든 공로를 인정받아, 특별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영화계뿐 아니라 언론과 교육기관 등의 주요 인사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은 158편의 경쟁작 중 초·중·고교생 작품을 구분하여 각각 최우수작품상을 수여하였는데, 초등학생 부문의 최우수작품상은 부레샤초등학교에서 출품한 <영상을 통한 소리의 흔적>(Tracce sonore trame visive)에 돌아갔다. 단순한 도구들을 이용하여 어린이의 창조성과 환상을 표현했다는 것이 선정 이유.중학생 부분 최우수작품상으로는 밀라노 비메르카데중학교 학생들의 사진과 그림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몬스터스 뮤직>이 선정됐다. 고등부문에서는 토리노고등학교의 <화면의 분노>가 선정됐는데, 문제아의 생활을 거칠게 흔들리는 화면으로 구성한 이 영화는 ‘영상의 힘’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영화제 기간 동안 다채로운 부대행사도 열렸는데, 특히 현직 교사들이 참석해 “영화와 텔레비전의 공포와 감동”이라는 주제로 뜨거운 토론이 열렸다. 또한 이번 영화제를 통해서 영화의 교육적 수단이라는 실험을 제시하였던 “학교 안팎에서 영화하기”가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번 영화제는 주최쪽의 조직과 운영면에서도 많은 질적 향상이 있었고, 2001년에 비해 주최쪽의 조직성에서도 많은 질적인 향상이 있었고, 지난해에 비해 관객도 25% 이상이 늘어나는 등의 좋은 성과를 올렸다.18세 미만 영화제는 해가 갈수록 그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청소년의 교육에 해악을 미친다고 치부되던 영화라는 매체가 청소년들이 그 창조의 과정을 체험함으로써 적잖이 교육적인 효과를 주는 아이러니를, 이탈리아 교육계에서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로마=이상도 통신원

밤 10시면 유혹하는 안방 성인전용관

“고감도 에로티시즘” “성인 전용관” “월드 에로틱 시리즈” “매일 밤 은밀한 유혹이 시작된다” …. 케이블텔레비전과 위성(스카이라이프)의 영화채널에 리모컨을 맞추면 밤낮 가리지 않고 낯뜨거운 화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특히 유료채널은 성인채널을 표방하며 남녀가 알몸으로 얽혀 야릇한 신음소리를 내는 장면이나 알몸쇼, 여성의 몸을 학대하기도 하는 등의 갖가지 성적 행위를 담은 장면들로 시청자를 유혹하고 있다. 많은 시청자들은 ‘성인 전용극장 설립도 막는 이 나라에서 무슨 안방 성인 전용관’하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이렇게 민망하고 자극적인 화면이 안방에 넘쳐나는 것은 지난해 3월 출범한 위성(스카이라이프)과 케이블의 가입자 확보 각축전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유료 채널들의 가입자 잡기 경쟁은 새해 들어 더욱 치열해져 갈수록 안방은 낯뜨거운 영화 ‘상영관’을 방불케 할 듯하다. 미드나잇 채널은 지난 1일부터 방송시간을 6시간에서 8시간으로 늘렸다. 지난해말 스파이스티브이가 밤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 방송하던 성인영화 방송 시간대를 밤 10시부터 새벽 6시까지로 2시간 늘린 데 대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현재 케이블과 위성의 영화채널은 모두 23개. 이 가운데 캐치온 플러스, 스파이스티브이, 미드나잇채널 등 6개 채널이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채널이다. 방송법상 누구나 방송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사업자가 될 수 있어 비디오만 틀어주면 되는 영화 채널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케이블과 위성 가입세대는 750만(케이블 700만, 위성 54만) 정도로 이 가운데 유료영화 채널 가입자는 케이블 30만여세대, 위성 5만여 세대등 35만여 세대에 이른다. 유료채널 성인물로 심야시간대를 채워가자 ‘유료 영화채널=성인채널’이라는 인식이 시청자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자연 시청자는 유료채널에 대해 좀더 야한 것을 기대하며 케이블이나 위성을 신청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결국 유료채널에서 신작이나 예술적 영상을 기대했던 시청자는 멀어지고 지상파가 됐건 위성·케이블이 됐건 어디에서도 작품성 있는 영화를 보기 힘들게 됐다. 넘쳐나는 영화들 속엔 에로의 ‘뿌리’만 길고도 깊숙이 자라 안방은 갈수록 이런 영화로 도배되다시피하는 셈이다. 스파이스쪽은 “일반 영화채널에서도 에로 영화가 나가고 있어 시청자로부터 유료 채널의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고, 스카이라이프쪽도 시간을 늘려주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미드나잇 채널쪽은 “인터넷에 익숙하지 않은 40대들을 중심으로 가입자가 꾸준히 늘어가는 추세”라며, “밤 10시는 지상파에서 위성으로 시청자들이 채널을 돌리는 시간인데다 밤 11시는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가입자들에게 너무 늦다는 항의가 많았다”고 방송시간을 늘린 이유를 댔다. 그는 “사실 방송시간을 연장하면 컨텐츠 비용과 송출료 등 한달에 수천만원의 돈이 들지만 상대사가 시간을 늘리는 상황에서 가입자 이탈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유료 영화채널이 아닌 일반 영화채널들도 심야시간대에 채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저질 에로물을 내보내고 있다. 또 지역유선방송국(SO)이 홈쇼핑 광고를 틀어주면서 값싼 ‘성인용’ 영화를 끼워넣기로 방송하고 있다. 영화관도 아닌 안방에 이렇듯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화면이 파고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방송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영화채널이 마구 쏟아지는 상황에서 지상파와 별도로 위성, 케이블에 맞는 심의규정조차 없다는 것이다. 물론 청소년시청 보호시간대를 제외한 시간, 즉 성인 시청시간대 프로그램에 대한 심의규정도 별도로 없다. 이에 대해 시청자단체들은 “아무리 유료채널이라 하더라도 가족이 공동사용물인 텔레비전에 방송을 내보내는 위성이나 케이블은 ‘방송의 공적책임 조항’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한 채널 문제는 등록제에 별도 심의기준 없어 방송위 징계조처 안먹혀 “남녀 주인공의 정사와 애무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해 경고조치함.” “노골적인 성기 애무장면을 여과없이 방송해 경고 및 해당 방송프로그램 관계자에 경고 조치함.” 지난해 방송위원회가 유료채널에 성표현 장면을 문제삼아 내린 징계건수는 채널당 많게는 80건에 이른다. 그러나 방송위는 거듭된 경고나 시청자에 대한 사과명령 징계외에는 채널 폐쇄등 강력한 조처를 취할 수 없다. 또 같은 영화로 서너번의 징계를 받지 않는 한 벌과금도 없다. 방송위는 “올해 방송법 개정을 통해 유해프로그램에 대해 바로 벌과금을 물리는 경제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방송사업자 연수를 실시해 자체심의를 강화하는 한편 방송 등급제를 제대로 정착시켜 시청자 스스로 프로그램을 가려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방송위가 심의를 게을리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유료채널들은 돈내고 보는 성인시청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인 심의만 하고 있다고 불만이다. 방송위원회 심의부쪽은 “외국도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며, “등록취소 등 법적 제재를 해도 등록제 상황에서는 유사채널이 수없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유료채널의 볼거리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심의 기준이 필요하다”면서도, “아직까지 일반 국민정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심의의 곤혹스러움을 내비쳤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토종 애니메이션·게임 대작 쏟아내며 대박 꿈

새해엔 어떤 문화콘텐츠산업이 별을 쏠까? 올해엔 진짜 황금알을 낳을까 지연되는 일정과 반짝이익을 기대하는 자본들의 변덕스런 들락거림으로 지난해 문화콘텐츠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2003년은 몇 해 동안 준비해 왔던 대작들이 게임과 애니메이션계에서 쏟아질 해임엔 틀림없을 듯하다. 문화콘텐츠 분야를 ‘들뜨게 하는’ 기대 프로젝트들을 중심으로 올해를 전망해본다. ■ 애니메이션 “토종들이 쏟아진다” 지난해 〈마리 이야기〉로 세계시장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애니메이션계는, 올해 극장판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대중적 검증을 받을 채비를 하고 있다. 예정된 라인업만 보더라도 4월 〈오세암〉 〈원더풀 데이즈〉, 여름 이전 〈스퀴시〉, 6월 〈엘리시움〉, 9월 〈해머보이 망치〉 〈아크〉, 하반기 〈오디션〉 등 7편 이상이다. 큰 흐름은 우선 가족물. 고 정채봉 선생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긴 〈오세암〉(마고21)은 수채화풍의 그림과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돋보이며, 〈스퀴시〉(루크필름)는 6살 전후 연령층에게 어필할 아기자기한 그림이 특징이다. 허영만씨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해머보이 망치〉(캐릭터플랜)는 10대 초반 소년들의 모험담을 그린 유쾌한 작품이다. 또다른 흐름은 공상과학물로, 〈원더풀 데이즈〉(양철집)와 〈아크〉(디지털드림스튜디오)는 한국 애니메이션계의 현주소를 가늠할 작품으로 꼽히고 있다.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전범준 과장은 “올해가 지나면 제작사별로 제작 시스템 사이클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크〉나 〈원더풀 데이즈〉는 5~6년 동안의 제작 기간과 70억~1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왔다. 텔레비전용은 ‘방송시간 총량제’ 도입 여부가 시장을 판가름할 가능성이 크다. ■ 게임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게임은 호조건이 많다. 우선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플레이스테이션2, 엑스박스, 게임큐브 등이 모두 한국에 출시돼 3대 비디오게임기의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공급된 게임기는 30만대 정도지만, 올해가 지나면 약 100만대까지 이를 전망이다. 게임브리지의 유형오 대표는 “특히 북미와 일본에서 서비스가 개시된 비디오게임기의 온라인 서비스가 올 하반기 한국에서 본격화되면 새 바람이 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등 영화에 기반한 게임들은 비디오게임기의 콘텐츠 시장도 늘려놓은 상태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2001년 350억원대에서 2002년 1천억원대로 급성장한 것도 큰 특징이다. 아무래도 온라인게임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올해 기대작들은 이쪽에 몰렸다. 우선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혼돈의 역사〉가 있다. 전편보다 150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3차원 기법으로 암울한 중세 팬터지풍의 매력을 더한다. 소프트맥스가 ‘드라마틱 온라인 액션 롤플레잉게임’이라 이름붙인 〈테일즈위버〉도 만만찮은 상대다. 액토즈 소프트의 성인 전용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인 〈 A3 〉도 명확한 타깃층이 있어 주목되는 작품이다. 유형오씨는 “한국 게임시장의 핵심 소비자라 할 수 있는 10대, 20대 남성 게이머 시장이 거의 개척되어 있기 때문에 올해는 시장 다변화가 업계의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그리고 암중모색 캐릭터, 영화, 음반, 만화는 올해 시원한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만화는 올해 도서정가제가 실시되고, 대여점이 저작권을 허가받은 뒤 영업해야 하는 대여권 도입 움직임이 있어 변동이 예상된다. 영화는 지난해 작은 영화들의 성공에 힘입어 작고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이 주요 흐름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자본의 철수에도 불구하고 제작과 기획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희망적 현상이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가슴에 붕대를 감은 사연은? <마들렌> 배우 강래연

안녕하세요. 연기파 배우 강래연입니다.(^O^) 꾸벅~ m(_ _)m 요 며칠 날씨가 무척 추웠죠 감기 안 걸리셨나요 그리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셈. (*^_^*) 전 지난 한해 무척 바빴걸랑요. 여러분 머릿속에 ‘강래연’ 세 글자를 박느라 브라운관과 스크린 양쪽을 뛰어다닌데다 잘 나지 않던 여드름까지 제 일정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었답니다.(^_^;)(T_T) 그래도 <내 사랑 팥쥐>와 <막상막하>를 끝내고 나니 제 얼굴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져 기분은 좋아요. (^_^)v 아마 거의 기억하시는 분들이 없으실 줄로 압니다만, 제 데뷔작, 그러니까 드라마, 영화 가릴 것 없이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게 영화 <짱>입니다. 그전에 거리 캐스팅으로 <쎄씨> 등의 잡지모델 활동을 하긴 했지만, 연기의 ‘연’자도 모르던 제가 어찌어찌 오디션에 붙는 바람에 영화 나들이까지 했던 셈이죠. 그때 맡았던 배역은 이름도 없었습니다. 그냥 ‘칠공주파 멤버’…. 얼굴 클로즈업신이 딱 하나 있었고, 나머진 계속 뒷배경에 슬쩍 걸리는 ‘운 좋은’(;_;) 조연이었습죠. 하지만 어찌나 신나던지요. 촬영장에 놀러가는 심정으로 벼락치기 스크린 데뷔를 하긴 했지만, 가족들도 별로인 눈치고, 제 자신도 그 당시엔 배우가 될 생각이 없었답니다. 제가 화교라는 건 다 아시죠 모르시나(-_-;) (-.-;)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중국 산둥이고 국적이 대만이라 외국인 주민증을 갖고 있어요. 외국인 체류 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대만에 나갔다 와야 하고요. 그래도 이 얼굴이 대만에선 뜨는 얼굴이라니까요. 미안합니다. <(__)> _(._.)__ 당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전 평소 한의학을 전공하고 싶던 마음을 바꿔 세종대 호텔경영학과로 진학을 했습니다. 연기는 거의 포기했더랬죠. <짱> 끝내고 <학교1>을 찍을 때였나,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카메라에 불 들어오는 게 안 보이는 거예요. 선배들은 곁눈질로 다 보인다고 하지만, 전 늘 버벅댔더랬죠. 첨엔 조금만 하다 말 거니까 하고 자위를 했지만, 혼나는 것도, 연기를 못하는 것도 자꾸 맘에 쌓이는 거 있죠. 그래서 아예 미련없이 1년인가 쉬었어요. 근데 텔레비전을 통해 함께 연기했던 장혁, 배두나 등이 나오니까 기분이 묘해지면서, 다시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맘이 불끈불끈 치솟더라고요. (^_^)ㅋ 하고 싶은 맘이 최고조에 이를 때 <꼭지> 출연제의가 들어왔고, 그때부터 연기력도 차츰 속도를 올리며 늘었습니다. <마들렌>의 ‘유정’은 극중에선 납작 가슴이 최대 콤플렉스인 말라깽이지만, 실은 매우 뚱뚱하고 작달막한 말 그대로 ‘폭탄’인 캐릭터였어요. 여배우 섭외도 다 해놓았는데, 제가 하고 싶다고 감독님께 마구 졸랐어요.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캐릭터였거든요. 민아씨보다 큰 가슴을 감추느라 붕대까지 감고 연기한 거 아시면 넘어지실 거예요. 비슷비슷한 역할들로 한창 갈증을 느낄 때 제게 찾아와준 <마들렌>은 작은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여러분께도 제가 작지만, ‘웃음’이라는 선물을 드리고 싶은데, 어때요. 보러 와 주실 거죠?'

오시마 나기사(大島渚) 회고전 [1]

거장 오시마는 어떻게 몰락했나 오시마 나기사(1932-)는 지금 와병중이다. 일본에선 그가 병상에서 다시 일어나는 일이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전후 일본영화계 아니 일본사회 전체를 뒤흔들었던 당대의 반역아요 미학적 혁명아였던 그래서 평생 늙을 수 없을 것같던 오시마도, 그렇게 생로병사의 마지막 지점까지 오고 말았다. 문화학교서울에서 열리는 그의 회고전은 그래서 뜻깊다. 우리는 잔인하게도 그의 전락의 이유를 따져보기로 했다. 이건 한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천재 감독에게 바치는 또다른 헌사다. 2000년 칸영화제에서 선보인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는 이 영화에 특별한 기대를 가진 많은 이들을 다소 실망시킨 영화였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비평적 지지를 전혀 얻지 못했던 것만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영화평론가 조너선 로젠봄 같은 이는 <고하토>의 미국 개봉을 앞두고 쓴 리뷰에서 “시적 스타일의 승리” 운운하며 이 영화가 단연 별 네개짜리 ‘걸작’이라고 상찬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많은 저널리스트들과 평자들은 이 영화를 그리 좋게 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영화는 1860년대를 배경으로 신센구미(新鮮組)라는 사무라이 집단의 괴멸을 그린다. 묘한 중성적 매력을 풍기는 미소년 카노 소자부로가 이 집단에 들어오면서 사무라이들은 열정과 애욕, 그리고 질투의 늪을 헤매게 된다. <고하토>가 다루는 것들, 즉 엄격한 법도를 준수하는 억압적 조직의 내부 붕괴, 그 조직 안에서 만들어지는 에로틱한 공간, 그리고 죽음과 성적 욕망 사이의 고리 등은 오시마가 충분히 관심을 갖고 다룰 만한 주제들이었다(유사한 관심사를 다룬 오시마의 영화로는 우선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1983)가 떠오른다). 그러나 여기서 오시마가 이것들을 다루는 태도는 지나치게 조심스럽거나 갈팡질팡해하는 듯이 보이고 자연히 영화의 캐릭터와 내러티브는 필요한 추동력을 제대로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고하토>는 탐미적이긴 하되 오시마 특유의, 혹은 내심 그에게서 기대했던, 도발을 보여주진 못한 영화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칸영화제 당시 어떤 언론에서는 이 영화를 두고 도발이라기보다는 ‘난센스’에 가깝다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런 실망의 이면에는 물론 영화 자체가 비범하지 못하다는 이유 외에도 오시마에 대해 갖고 있는 어떤 평균 이상의 기대 같은 것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의 전작 <막스 내 사랑>(1986)은 정말이지 실망스런 영화였다. 그러나 그뒤 14년 만에 만드는 신작은 다르지 않을까 아무리 오랫동안 메가폰을 놓고 있었대도, 그래도 오시마 아닌가’ 하는 기대. 그런데 그 오시마가 이번에도 걸작을 가지고 나타나지 못했고 그만큼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변질된 듯싶다(어떤 면에서는 그와 비슷한 연배인 이마무라 쇼헤이가 예전만은 못하더라도 여전히 평균 이상 되는 수준의 작품들을 내놓고 있음을 함께 상기하면서). 그렇다면 오시마란 이 영화감독이 대체 어떤 존재이(였)기에 평자들로 하여금 실망을 심화시킬 만큼의 기대 혹은 주목을 갖게 했던 것일까? 이마무라는 농부, 오시마는 사무라이 오시마의 면모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그를 어떻게 정의할까, 하는 문제부터 이야기해보자. 그를 간명히 정의할 때 자주 이용되는 것은 이마무라가 이야기했다고 하는 이런 문구이다. “내가 시골 농부라면 오시마는 사무라이이다.” 용맹스럽게 칼을 휘두르며 굽힘없이 싸우는 자로서 사무라이는 일견 오시마에게 꼭 들어맞는 이미지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오시마는 일본의 지배 체제와 그 이데올로기와 맞서 싸웠고, 일본영화의 전통, 그리고 기존의 ‘낡은’ 영화형식과도 전투를 감행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사무라이에 충직하게 주군을 섬기는 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음을 생각한다면 이건 오시마에게 그리 어울리지 않는 별칭이 될 수도 있다. 오시마는 기존의 것들과 치열하게 싸운 존재이긴 했지만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를 좀더 제대로 정의하려면 다른 말이 필요할 것 같다. <오시마 나기사의 영화들>이란 책을 쓴 모린 투림은 오시마를 ‘우상파괴주의자’(iconoclast)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것을 제안한다(따라서 이 책의 부제는 ‘한 일본인 우상파괴주의자의 이미지들’이다). 이 말이 뜻하는 바가 ‘사람들이 신봉하는 믿음들과 전통적인 제도들에 대해 끊임없이 공격을 감행하는 사람’이라면 오시마에게 이보다 적절한 단어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오시마라는 이 우상파괴주의자의 면모는 영화경력의 초창기부터 드러났다. 쇼치쿠 스튜디오에 입사해 조감독 생활을 하던 시절에 이미 그는 현실성 없고 틀에 박힌 멜로드라마나 만들어내는 회사의 안이한 경영방침을 격하게 비판했다. 예컨대 영화평론가 사토 다다오 등이 50년대 후반의 쇼치쿠를 비판하면서 ‘잠자는 사자’라고 표현했을 때, 오시마는 그런 표현은 너무 점잖다며 한술 더 떠서 자신의 소속 영화사를 가리켜 ‘죽은 사자’라고 불렀을 정도다. 물론 그의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쇼치쿠의 영화들만이 아니라 뻔한 장르의 틀 안에서 만들어진 이른바 ‘프로그램 픽처’, 그리고 전체로서의 일본영화였다. 한때 오시마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일본영화에 대한 나의 증오에는 확실히 일본영화의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다.” 부정적 의미에서의 일본 상업영화들만이 아니라 서구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는 정제된 미학의 일본영화들(예컨대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들)과 값싼 휴머니즘의 색채를 띠는 거장들의 일본영화들(예를 들어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까지 정말이지 일본영화의 모든 것들이 오시마가 배격한 대상이었던 것이다. 오시마는 자신이 쓴 어떤 글에서 스튜디오는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내적 의식을 가진 새로운 일군의 감독들에게 자기 표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런 주장이 자신에게 되돌아와 결국 현실화되었을 때 그는 과거의 것과는 다른 영화를 만들어냄으로써 자신의 주장이 결코 헛된 게 아니었음을 입증해냈다. 특히 1960년 한해에만 보여준 오시마의 영화적 에너지는 굉장히 놀랄 만한 것이었다. 이 해에 그는 <청춘잔혹이야기> <태양의 묘지> <일본의 밤과 안개>로 이어지는 세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세편 모두 단명했던 이른바 ‘쇼치쿠 누벨바그’의 걸작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으리만치 활력이 넘치는 작품들이었던 것이다. 앞의 두 영화가 상업적이라고 할 만한 영화적 틀 안에다가 당대 일본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환멸의 의식을 녹여낸 다소 절충적인 영화였다면, <일본의 밤과 안개>는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급진적인 방향으로 굉장히 멀리 나간 영화였다. 처음에 쇼치쿠쪽에서는 오시마가 결혼식이 소재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기에 멜로드라마 정도를 만들려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를 보고 간부들을 당혹스러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각각 구좌파와 신좌파의 일원이었던 신랑 신부의 결혼식장에서 정치투쟁의 과오에 대한 말 그대로의 논쟁이 벌어지는 영화, 그래서 정치영화라고밖에는 달리 부를 도리가 없는 유의 영화인 것이었다. 90년대의 오시마 나기사휠체어에 의지해 <고하토>를 찍기까지 한 중산층 주부가 침팬지와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를 그린 루이스 브뉘엘식의 코미디 <막스 내 사랑>을 내놓은 지 장편극영화로는 무려 13년 만에 발표한 오시마의 신작이 <고하토>이다. 그럼 그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오시마는 과연 어떤 일을 했었던 것일까 사실 오시마 자신도 <막스 내 사랑> 이후의 영화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나오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90년에 그는 <할리우드 젠>(Hollywood Zen>이란 프로젝트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전장의 메리 크리스마스>의 제작을 맡았던 제레미 토마스가 다시 관여할 이 프로젝트는 무성영화시대 할리우드에서 활약했던 일본인 배우 하야가와 셋슈에의 삶을 다룰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이낸싱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이 프로젝트는 백지화되고 말았다. 90년대에 오시마는 영국의 텔레비전 방송사에서 기획한 두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BBC 스코틀랜드가 기획한 영화감독들의 전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교토, 내 어머니가 사는 곳>(1991)과 BFI 영화 100년 다큐멘터리의 일본편인 <일본영화 100년>(1995)이 그것들. <일본영화 100년> 같은 경우는 일본영화의 전개를 연대기적으로 살펴보는 다큐멘터리인데, 이것을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시리즈의 다른 편인 <프랑스 영화 2×50년>과 비교해보아도 이제 오시마의 창의력이 다소 쇠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게 된다. 한편으로 90년대에 오시마는 일본쪽 대변인의 자격으로 미국영화의 지배에 대해 세계 영화감독들이 반대하는 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자신이 영화경력을 시작했던 쇼치쿠로 돌아와 <고하토>를 찍기로 했던 오시마는 95년 뇌졸중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이 프로젝트에도 당장 매달릴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오시마는 휠체어에 의지해 결국 <고하토>를 완성해냄으로써 90년대의 끝에서야 또 한편의 장편극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추가할 수 있었다.

DVD 프라임이 추천하는 베스트 타이틀 3편

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2001년 12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DVD를 만든 제작사에서 연락이 왔다. 곧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너무 낮아 걱정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나쁜 영화>를 찍고 남은 자투리 필름까지 공수받으며 완성된 16mm 저예산영화에 어느 누가 DVD로서의 완성도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건네받은 샘플 DVD를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DVD 제작에 너무나 많은 정성과 노력이 투입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련된 메뉴화면은 코드 1번의 어떤 레퍼런스 타이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고 본편 영화의 열악한 AV적 퀄리티를 보완하기 위해 수록된 풍성한 서플먼트는 당시까지 발매되었던 한국영화 DVD 중 최고수준이었다. 재치넘치는 류승완 감독의 음성해설은 자신의 영화와 DVD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고 서플먼트로 수록된 <다찌마와 LEE>는 본편보다 더 좋은 화질을 보여준 최초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DVD 출시에 임박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은 “제작 당시 영화가 과연 완성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먼저였기 때문에 (웃음) DVD로 만들 생각을 전혀 못했었다. 네거필름은 내 방 장롱 속에 처박혀 있었는데 DVD 제작을 위해 텔레시네를 거친 화면을 보니 나도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과연 DVD의 본편 퀄리티는 아마도 ‘최악’이라고 표현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엄지손가락만한 스크래치가 비오듯이 화면을 가득 수놓는가 하면 모든 음향이 센터 채널에서만 출력되는 1채널 모노 사운드는 저예산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DVD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류승완 감독과 제작진은 DVD 제작에 모든 열성을 다했고 DP는 인터뷰-프리뷰-공동구매로 이어지는 3연타 지원으로 아낌없이 ‘팍팍’ 밀어주었다. 더불어 류승완 감독 또한 공동구매에 참여한 DP 회원들을 위해 200장의 오리지널 포스터에 손수 친필사인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2. <파이란> DVD로 제작된 <파이란>은 개봉 당시의 흥행성적을 고려하면 꽤나 많은 사랑을 받은 케이스다. 이전에 잡지사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DVD의 프로듀서로 참여했기에 자연스레 관심이 높았지만 DP 운영진 전체가 그해 최고로 꼽은 한국영화이기도 했기 때문에 출시 한달 전부터 이틀에 한번꼴로 전화를 걸어 ‘샘플 디스크가 언제 나오느냐’며 이른 제작을 ‘독촉’했다. 지금 봐도 그다지 부족함이 없는 타이틀이지만 당시에 처음 접한 <파이란>의 DVD는 무엇보다도 헐리우드영화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화질을 보여주었고 송해성 감독과 주연배우 최민식, 프로듀서, 음악감독까지 무려 네명의 제작진이 음성해설에 참여한 것 또한 당시로서는 신선한 시도였다. 또한 파사모(파이란을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직접 DVD 제작에 참여해 인터뷰 클립 등을 촬영하는 등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의 제작진과 DVD 제작진, 팬들의 애정이 똘똘 뭉친 <파이란> DVD는 영원한 한국영화 타이틀의 모범이다. <파이란>은 현재 진행 중인 DP 어워드의 ‘BEST 한국영화 DVD’ 부문에서 가장 높은 추천율을 보이고 있다. 3.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확장판 <두개의 탑> 개봉으로 지난해 겨울에 이어 전세계가 다시금 ‘절대반지’의 열풍에 휩싸여 있는 지금 시점에서 굳이 이 타이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없을지도 모르겠다. 극장 개봉시 볼 수 없었던 30여분의 미공개 장면이 더해진 확장판을 두고 제작사인 뉴라인은 “<두개의 탑>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반지원정대> 확장판 DVD의 사전 감상은 필수적인 코스”라고 밝히고 있다. 무려 28명이 참여한 네 개의 음성해설과 100% 16:9 아나모픽을 지원하는 스페셜 피처는 그 구성면에서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원작에 대한 체계적인 조명과 크랭크인까지의 사전제작, 촬영, 편집, 음향, 특수효과, 의상, 개봉 뒤 반응에 이르기까지 영화제작 전 분야에 걸친 다양한 메이킹 다큐멘터리는 그 양과 질적인 면에서 지금까지 발매된 모든 타이틀과 비교하여 그 격을 달리한다. DP가 굳이 밀어주지 않아도 다들 알아서 구입할 타이틀이지만 ‘설마‘ 아직까지도 이 DVD를 구매하지 않은 애호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할 것을 권한다. 피터 잭슨과 배우들, 이하 스탭진들이 이루어낸 영화적인 성과에 찬사를 보냄과 동시에 DVD 애호가들은 DVD라는 매체의 가능성을 최대한도로 이끌어낸 DVD 제작진에게도 동일한 평가를 해주어야 함이 마땅하다.백준오/ DVD 칼럼니스트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