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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다큐멘터리와 사랑에 빠진 관객

<볼링 포 콜롬바인> 등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약진 ‘리얼리티’가 미국 텔레비전뿐 아니라 극장가에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들이 무인도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고, 백만장자의 약혼반지를 놓고 경쟁하는 내용의 리얼리티 쇼가 텔레비전을 점령한 미국사회에서 현실을 담은 다큐멘터리영화들이 주목할 만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 <버라이어티> 최신호는 <볼링 포 콜럼바인>의 성공을 전후해, 오랫동안 ‘의미있고 재미없는 영화’로만 여겨졌던 논픽션영화가 최근 들어 미국 관객과 투자, 배급사에 상품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14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린 <볼링 포 콜럼바인>의 성공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았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소니픽처스 클래식의 <위대한 비상>이 북미지역 절반에 해당하는 소규모 시장에서 느린 속도로 배급되었음에도 300만달러의 짭짤한 입장수입을 올렸고, 전미철자법대회에 출전했던 어린이들의 후일담을 추적한 <스펠바운드>도 최종 수입 300만달러를 점치고 있다. 롱아일랜드의 유대계 가족의 성범죄 추문을 취재한 <프리드만 가족 따라잡기>도 성공 사례. 배급사 마그놀리아픽처스는 이 다큐멘터리가 적어도 25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실 100만달러를 ‘매직 넘버’로 보는 다큐멘터리들의 흥행은 1억달러 수입을 올려야 ‘고지’에 올랐다고 평가되는 스튜디오영화에 견주면, 물론 보잘것없는 규모다. 그러나 이들의 성과는 다큐멘터리 역사상 희귀한 결실인 동시에 잘해야 250만달러 선을 턱걸이하는 인디영화나, 외국어영화들과 비교해도 우수한 성적이다. 흥행의 터부로 통했던 다큐멘터리가 이처럼 상업적 매력을 발휘하고 있는 비결은 뭐니뭐니해도 최근 다큐멘터리들이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데 성공했다는 점. 자연 다큐멘터리 <위대한 비상> 정도를 제외하면 기개봉 다큐멘터리들과 연말까지 개봉 스케줄을 잡은 신작 다큐멘터리들은 모두 흥미로운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제공하는 오락의 성격은 판이하지만, 현실이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퍼뜨린 TV 리얼리티 쇼의 유행과 9·11 이후 미국인들의 의식에 침투한 진짜 휴먼드라마에 대한 갈증도 관객 취향 변화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독창성과 완성도가 없었다면 최근 다큐멘터리들의 극장 선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다. 소니픽처스 클래식의 공동대표 마이클 바커는 “인디 영화계로부터 사람들이 기대하는 신선함과 새로움이 최근에는 다큐멘터리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에서도 다큐멘터리는 나름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따놓은 프리미엄이라 할 수 있는 평단의 호의적 리뷰 위에 최근의 논픽션영화는 전에 없이 미디어의 관심까지 끌고 있다. <프리드만 가족 따라잡기>는 <피플> 기사로 주목받았고, <스펠바운드> 역시 2003년 전미철자법대회와 시기가 맞아떨어져 <오프라 윈프리 쇼> <투데이쇼> 등에 노출됐다. 교육적 성격을 살려 조류 동호회나 교사협회 등 관련 단체를 표적 공략할 수 있다는 것도 다큐멘터리만의 강점. <버라이어티>는 배급사가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인식함에 따라 올해 더 많은 양질의 기록영화를 미국 극장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전직 미 국방장관 로버트 맥나마라를 통해 미국사를 다시 보는 <전쟁의 안개>, 국내에서도 개봉된 <마지막 수업>, 브라질의 하이재킹 사건을 소재로 한 <버스174> 등이 오락영화 시즌이 끝나는 가을부터 크리스마스까지 개봉날짜를 받은 영화들이다. 김혜리

선생 김봉두+질투는 나의 힘

산골아이들 오디션 볼만 <선생 김봉두>는 ‘촌지 킬러 불량 티처 고군분투 오지 탈출기’라는 홍보카피 한 줄로 모든 내용이 표현될 만큼 명확한 코미디물이다. 그에 비해 <질투는 나의 힘>은 한 남자에게 두 번이나 여자친구를 빼앗긴 대학원생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본편 영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성격만 본다면, 두 영화는 극과 극이라고 할 만큼 다르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된 <선생 김봉두>와 <질투는 나의 힘>의 디브이디는 서로 닮은 점이 의외로 많아 눈길을 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적재적소’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음성해설들. 두 디브이디 모두 감독이 늘어놓는 영화의 제작 당시 상황이라는, 천편일률적인 음성해설을 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선생 김봉두>의 경우, 주요 제작진 4명이 함께 참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기획에서부터 제작 전반을 관장하는 프로듀서, 제작에 맞춰 연출을 진행하는 감독, 그와 함께 모든 장면을 찍어나가는 촬영감독 그리고 김봉두 역을 맡은 주연배우 차승원이 어울려 풀어 가는 영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다. 그리고 부록의 중요 코너들에 별도의 음성해설이 들어 있다는 점도 색다르다. 예를 들어 ‘영화보다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라는 제목의 제작 다큐멘터리는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내용물로 여자 성우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지만, 동시에 프로듀서의 음성해설이 따로 지원된다. 또 실제 촬영현장에 관련된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메이킹 선생 김봉두’와 ‘삭제 장면’ 코너에는 감독의 음성해설이 별도로 지원되기도 한다. 봉준호 감독 해설 '협연' 한편 <질투는 나의 힘>의 타이틀은 또 다른 형태의 매력적인 음성해설을 선보인다. 바로 두 명의 감독이 함께 진행하는 버전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옥 감독과 함께 하는 또 다른 감독은 <살인의 추억>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으로, 같은 직업에 종사하는 인물답게 꼼꼼한 질문을 쉼없이 던진다. 흥미로운 것은 그 질문들이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 화면 속에 담겨져 있던 박찬옥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사실이다. 이밖에도 박찬옥 감독과 주연배우들이 함께 진행하는 음성해설과 디브이디 타이틀에 삭제 장면을 수록해야만 하느냐에 대한 감독의 고민이 독특한 ‘삭제 장면’ 코너의 음성해설도 놓쳐서는 안 된다. 두 타이틀은 음성해설 외에도 탄탄한 구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선생 김봉두>의 경우 스토리의 중심이 되는 다섯 산골아이들의 오디션 장면, 영화 음악에 대한 해설, <산골마을 작은학교>를 쓴 작가의 변을 중심으로 시골 분교에 대한 추억과 보존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정말 특별한 부록까지 가득 실려 있다. <질투는 나의 힘> 또한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메뉴 디자인, 감독의 단편 영화 등이 실려 있어 타이틀의 색깔을 분명하게 만들어준다. 김소연/디브이디 칼럼니스트 Teacher, Mr. Kim, 2003감독 장규성화면 아나몰픽 2.35:1오디오 돌비디지털 5.1 & DTS지역 코드 3출시사 시네마서비스 Jealousy Is My Middle Name2003, 감독 박찬옥화면 아나몰픽 1.85:1오디오 돌비디지털 5.1지역 코드1, 3출시사 명필름 ▶▶▶ [구매하기] ▶▶▶ [구매하기]

옛날 TV 스타들의 역습

<미녀 삼총사> 등 70년대 TV 시리즈 줄줄이 영화화 1970년대 미국 텔레비전의 히트 시리즈들이 무덤에서 일어나 스크린으로 돌진하고 있다. 은 7월1일치 LA발 기사에서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개봉에 즈음해 1970년대 인기 TV시리즈의 영화화 붐에 주목했다. <고인돌 가족 플린스톤> <환상특급> <아이 스파이> 같은 1950, 60년대 TV물이 할리우드에서 재활용된 역사를 생각하면 TV 유산의 발굴은 그리 새로울 것 없는 트렌드다. 그러나 최근 1970년대 TV시리즈의 영화화는 1995년의 <브래디 번치 무비> 같은 경우와 달리 호화로운 예산과 규모로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 <헐크>에 이어 영화로 만들어지는 추억의 TV시리즈 중 가장 개봉이 빠른 영화는 < 특수기동대 S.W.A.T. >와 <스타스키와 허치>. 1970년대 그리 오래 전파를 타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액션신을 선보였던 < 특수기동대 S.W.A.T. >는 새뮤얼 L. 잭슨과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고, <스타스키와 허치>는 벤 스틸러와 오언 윌슨이 타이틀 롤로, 스눕이 조연인 허기 베어 역으로 분한다. 이미 개봉한 조지 클루니 감독의 <컨페션>도 1970년대 TV쇼 호스트 척 배리스의 이야기다. 이 밖에, 1970년대 안방극장 히트작인 <판타지 아일랜드> <부부탐정>이 프로젝트 계발 중이고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던 는 브라운관에서 거대한 스크린으로 옮겨가는 사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라는 부풀린 제목으로 영화화된다. 4년째 소문만 무성한 <원더우먼>도 제작자 조엘 실버가 필립 레벤스를 작가로 고용하면서 3개월 안에 감독, 배우 진용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원더우먼>과 <미녀 삼총사> 시리즈의 프로듀서인 레너드 골드버그는 최근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인터뷰에서 후보로 거론되던 샌드라 블럭 대신 20대 초반이나 중반 여배우를 다이애나 프린스 역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할리우드 참새들이 거명하는 유력 후보는 ‘뱀파이어 사냥꾼’ 사라 미셸 겔러. 할리우드가 갑자기 나팔바지와 디스코 리듬에 끌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과 인터뷰에서 프로듀서 레너드 골드버그는 “현직 영화사 간부의 많은 수가 그 TV시리즈들을 시청하며 성장했고 호의적인 추억을 갖고 있다. 그 TV시리즈들은 지금보다 훨씬 스트레스가 적었던 시대를 회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튜디오와 제작자의 향수가 이유의 전부일 수는 없다. 당대에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로맨틱하고 과장스럽고 요란한 1970년대 대중문화의 키치적 스타일은 오늘날 할리우드의 기획자들에게 달콤함과 자극을 요하는 대형 오락영화의 좋은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상업 TV네트워크가 3개밖에 없었던 시대 덕분에 미국인의 집단 무의식에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영화 소재로서 1970년대 시리즈가 자랑하는 강점이다. 일례로 흥청망청한 재미와 액션을 등지고, 리얼리티와 캐릭터를 강조하기 시작한 80, 90년대 미국 TV시리즈들은 한 세대가 흐른 뒤 다시 영화의 소재로 각광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은 분석했다. ‘싸구려’라고 혹평받아온 1970년대 미국 TV시리즈를 재평가하는 시선도 등장하고 있다. 미디어 학자 피터 바르다지는 “70년대 TV시리즈들은 그 과감성과 혁신성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 <미녀 삼총사>는 범죄와 싸우는 여성 영웅을 보여줬고 < 특수기동대 S.W.A.T >의 폭력 묘사는 시대를 뛰어넘었다. 이 작품들이 없었다면 오늘날 그같은 내용이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혜리

날아라, 피곤한 29살아..<싱글즈>

누구에게나 ‘9’자가 들어간 나이야 싱숭생숭한 법이지만, 그 중에서도 남자의 39살 만큼이나 우울한 게 여자의 29살이다. 거기다 미혼이라면. 가족과 주변의 온갖 결혼 압력도 그렇지만 길거리만 나서면 팽팽한 20대 초반 아이들이 까르르거리고 다니는데 누가 뭐라 하지 않는데도 은근히 새침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직장 말이 커리어우먼이지, 잘나가는 몇 명 빼놓는다면 위아래로 치이기 십상인 나이다. <싱글즈>의 나난(장진영)과 동미(엄정화)도 딱 이런 대한민국 29살 직장여성이다. 직장 스트레스로 머리에 난 구멍을 발견한 날, 나난은 남자친구에게 차인다. 거기다 디자이너실에서 밀려 레스토랑 매니저로까지 발령난다. 확 그만둬버려 “대출금 이자 내야지, 공과금 내야지, 카드값 메꿔야지” 한달에 100만원은 꼭 필요한 나난, 눈물 머금고 레스토랑에 출근한다. 그런 나난에게 트렁크를 열어야 차문이 열리는 고물차를 끌고다니며 ‘작업’엔 능숙한 남자 수현(김주혁)이 접근한다. 보증금이 없어 어렸을 적부터 친구 정준(이범수)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는 동미(엄정화), 매번 사귀는 남자를 당당히 집안에 데려올 정도로 분명한 연애관과 섹스관을 가진 그다. 직장 상사는 그가 몇달을 매달린 프로젝트의 성과를 빼앗고 은근히 유혹까지 한다. 확 그만둬버려 동미는 해낸다. 유혹하는 상사의 바지를 벗겨 사람들 앞에 패대기친다. 동미와 정반대로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순수한 사랑을 그리는 정준과 어쩌다가 동침, 덜컥 임신을 하게 된다. <싱글즈>는 칙칙한 현실과 허무맹랑한 판타지의 균형을 잘 잡아나간다. 그동안 텔레비전 트렌디 드라마에서 싱글들은 소비문화의 첨단처럼 그려져왔다. 혼자 살아도 일하는 사람 쓰는 것보다 더 깨끗하고 윤기나는 집안 가구와 주방, 깔끔히 정리돼 있는 침대 시트까지. 아침에 깨워주는 이도 없이 자명종에 의존해 회사에 뛰어가야 하는 싱글들에게 이런 집안 환경이 가능한 일인가 영화 속 동미와 정준의 집은 흔히 보는 다세대 주택이고, 나난의 방은 깨끗하긴 하지만 적당히 여기저기 물건들이 쌓여 있다. 그런 현실적 환경의 묘사에서 영화는 사실감 있는 상황들을 구축해간다. 그렇다고 대중적인 상업영화의 규모를 넘진 않는다. 눈길을 끄는 배우들(특히 엄정화)의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는 연기와 생활밀착형 대사, 텔레비전 드라마 같은 카메라의 움직임은, 현실의 고민을 끌어오되 경쾌한 스타카토처럼 짧게 끊어 넘긴다. 아는 남자와의 섹스 꿈을 꾼 친구에게 “그러다 병 걸린다, 지랄밝힘증”이라고 대꾸해주거나, “우리 나이에 목돈 마련하는 길은 결혼하는 것밖에 없다”는 말은 이즈음 나이라면 누구나 해봄직한 말들이다. 영화에서 남자는 딱 두 부류다. 나난과 동미의 직장상사처럼 수고한다고 여직원들 엉덩이나 툭툭 치고 “여자가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 봤습니까”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나쁜 남자들’과, 정준이나 수헌(김주혁)처럼 건강한 친구로 남는 ‘착한 남자들’이다. 그 중간 스펙트럼 없이 친구 아니면 적으로 나뉘는 건 아쉽지만, 적어도 이 구도는 여성의 일과 여성간의 우정이라는 주제를 명확히 드러내는 데는 일조한다. 미혼모의 길을 선택한 동미와, 인간성 좋고 조건도 좋은 남자친구와의 결혼·유학의 길을 미룬 채 동미의 옆에 남은 나난이, 영화처럼 밝게 살아갈 수 있을까. 온갖 선입견과 여성에 대한 장애물 가득한 사회에서 그들의 선택이 과장스럽게 보일지라도, 눈내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거리를 뛰어가는 저들의 뒷모습은 무조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싶다. 11일 개봉.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영화사 신문 제14호 (1937~1938)

영화사신문 제14호 The Cine History 격주간·발행 씨네21·편집인 이유란 1937 ~ 1938 위대한 애니메이션 태어나다<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 흥행가도, 비평계에서도 높은 점수 월트 디즈니는 1937년 겨울 최초의 컬러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를 개봉했다. 이 작품의 엄청난 성공은 디즈니에 해마다 장편 만화영화 한편씩을 공개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1938년 초, 영화 사상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가 개봉 전의 모든 우려를 불식시키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한 1937년 12월21일 첫 공개된 이래 비평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은 <백설공주…>를 두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사실 개봉 전 할리우드 안팎에는 <백설공주…>가 ‘재앙’이 될 거라고 경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은 본프로 전에 ‘끼워’ 상영되는 5, 6분짜리 단편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관례를 깨고 장편을 만든다면, 그것도 <백설공주…>처럼 뻔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화한다면 대체 누구 돈을 주고 보러올 것인가 하는 회의가 팽배했던 것이다. 더구나 <백설공주…>는 애초의 제작기간과 제작비를 크게 웃돌면서 우려를 부추겼다. 7개월로 예정된 제작기간이 30개월을 끌었으며, 그러는 동안 제작비는 25만달러에서 175만달러로 치솟았던 것이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는 굴하지 않고 모든 역량을 <백설공주…>에 쏟아부었다. 스튜디오 직원들의 여자친구, 부인까지 동원돼 그림을 셀룰로이드에 옮기고 색을 칠할 정도였다. 그는 새로운 애니메이션 창조를 꿈꿨다. 그래서 풍성한 디테일 묘사를 위해 통상의 셀보다 큰 셀을 이용했고 화면의 전·중·후경을 서로 다른 속도로 촬영할 수 있는 ‘멀티플레인 카메라’라는 새 장비로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어냈다. 또한 주연과 조연, 심각한 캐릭터와 웃긴 캐릭터를 골고루 배치하고 번번이 노래와 춤을 삽입했다. 뒤늦게 디즈니호에 승선, 배급을 맡은 RKO 또한 <백설공주…>의 흥행으로 큰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원래 <백설공주…>의 배급사는 유나이티드아티스트(UA). 하지만 계약이 만료된 1937년 가을, 디즈니가 UA의 계약 연장조건인 ‘텔레비전 방영권 양도’를 거부하면서 계약은 종료된다. 이때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디즈니 스튜디오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낸 회사가 바로 RKO였다. 한편, 월트 디즈니는 앞으로 해마다 장편애니메이션 한편을 공개한다는 계획 아래, <피노키오> <밤비> <판타지아> 등 세편의 제작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에이젠슈테인, 돌아오다 9년 만에 유성영화 <알렉산더 네프스키>로 컴백 12세기 게르만족의 침략에 대항해 러시아 민중을 이끈 슬라브 영웅 알렉산더 네프스키 왕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이젠슈테인 감독의 <엘렉산더 네프스키> 마침내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이 돌아왔다. 1938년 12월 에이젠슈테인은 그의 첫 유성영화 <알렉산더 네프스키>와 함께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낡은 것과 새 것> 이후 무려 9년 만이다. 물론 그 사이에 전혀 영화를 만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32년작인 <멕시코 만세>는 제작을 맡긴 소설가 업튼 싱클레어가 에이젠슈테인을 불신해 촬영 막바지 단계에서 제작을 중단시킨 뒤 자기 멋대로 영화를 편집했기 때문에, 사실상 에이젠슈테인의 영화라고 보기 어렵다. 또 1935년에는 유성영화 <베진 초원> 제작에 착수했지만, 스탈리의 신임을 받고 있던 국립영화사 소유즈키노의 대표 보리스 슈미야츠키가 딴죽을 거는 바람에 1937년 제작이 중단됐다. 슈미야츠키가 숙청되지 않았다면 <알렉산더 네프스키>도 미완으로 끝났을지 모른다. 슈미야츠키는 집요하게 에이젠슈테인을 물고늘어졌다. 그는 모스크바에 돌아온 에이젠슈테인이 착수하려는 프로젝트마다 트집을 잡았다. 그 트집이 얼마나 집요했냐 하면, <베진 초원>을 찍을 때 <프라브다>를 통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에이젠슈테인이 과거의 오류를 인정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영화를 찍고 있다”고 비난한 적도 있다. 소문에 따르면 슈미야츠키는 괴짜 같은 성격과 불손한 유머감각을 지녔다는 이유로, 에이젠슈테인을 몹시 싫어했다고 한다. 에이젠슈테인은 슈미야츠키가 면직된 이후에야 <알렉산더 네프스키>의 제작을 허가받을 수 있었다. 대규모의 예산이 들어간 <알렉산더 네프스키>는 12세기를 배경으로 게르만족의 침략에 대항해 러시아 민중을 이끈 슬라브 영웅 알렉산더 네프스키 왕자를 주인공으로 영화. 에이젠슈테인은 프로덕션 세부는 물론 화장과 의상디자인까지 직접 맡으며, 혼신을 기울여 이 영화를 완성했다. 더러운 나치스트 다큐, <올림피아>히틀러 49번째 생일 축하 상영 레니 리펜슈탈의 <올림피아> 2부작이 1938년 4월20일 히틀러의 49번째 생일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상영됐다. 이는 나치의 선전상인 괴벨스의 아이디어였는데, 그는 <올림피아>를 보고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라고 극찬했다. <올림피아>는 리펜슈탈이 <의지의 승리>에 이어 나치의 의뢰를 받아 만든 다큐멘터리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대해 담고 있다. 나치는 리펜슈탈에게 “국가 사회주의의 이념을 칭송하는 노래처럼 보이게 올림픽을 찍어달라”고 주문했다. 나치의 전폭적인 지원하에 리펜슈탈은 엄청난 물량을 쏟아부었다. 2주간의 올림픽 동안 40명의 카메라맨이 동원됐는데, 다이빙 장면을 연속적으로 찍기 위해 카메라맨들은 몇 개월 동안 수중촬영 훈련을 받기도 했다. 또 공중촬영을 위해 비행선을 띄웠다. 그렇게 해서 촬영한 필름이 400km였으며 이를 편집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리펜슈탈은 이 필름을 2부작(총상영시간 225분)으로 완성했는데, 1부가 <민족의 향연>이고 2부가 <미의 향연>이다. 올림픽 경기를 통해 나타난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과 힘에 집중하고 있는 이 다큐멘터리에는 아리아족 선수들의 수상을 강조하고 다른 경쟁자들의 인종적 열등함을 보여주려는 정치적 의도가 곳곳에 배어난다. 프랭크 카프라-해리 콘 다시 악수1년간 법적 소송 마무리, 새 프로젝트 협약 프랭크 카프라와 해리 콘이 드디어 화해했다. 오늘의 콜럼비아를 있게 한 주역인 이 사람은 1937년 가을 근 일년을 끌어온 법적 소송을 해결하고, 새 프로젝트인 <당신은 그걸 가질 수 없어>에 착수하기로 했다. 제작자와 감독으로, 10년 넘게 함께 일해온 두 사람이 법정까지 가게 된 사연은 이렇다. 카프라의 1934년작 코미디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의 대성공 이후 ‘카프라’라는 이름은 흥행의 보증수표가 됐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아는 콜럼비아 사장 해리 콘은 B급영화인 <당신이 요리만 할 줄 안다면>를 영국에 배급하면서 제작사를 콜럼비아가 아니라 ‘프랭크 카프라 프로덕션’으로 명기했다. 흥행을 위한 꼼수였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격분한 카프라는 해리 콘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콜럼비아를 떠나기로 결심, 다른 영화사나 독립 제작자들과 협상을 벌여왔다. 하지만 해리 콘으로서는 카프라를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카프라가 누군가? 신문이나 잡지에 리뷰도 실리지 않는 싸구려영화나 만들던 콜럼비아에, 자산 규모가 파라마운트나 MGM의 수십분의 일에 불과한 이 작은 영화사에 명예와 부를 동시에 안겨다준 감독 아닌가? 카프라를 붙잡기 위해 해리 콘은 카프라의 요구대로 20만달러를 주고 <당신은 그걸 가질 수 없어>의 저작권을 사들였다. 콜럼비아로서는 파격적인 액수다. 카프라는 1930년대 초 콜럼비아와 장기계약을 맺었다. “어떤 스튜디오도 줄 수 없는 재량권을 얻기 위해서”다. 그에 대한 대가로 해리 콘은, 카프라가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카프라에게 상당한 권한을 일임했다. 그리고 카프라는 아카데미상 5개 부문을 석권한 <어느 날 밤…> <디즈씨 도시에 가다> 등 잇단 성공작을 내놓았다. 차기작인 <당신은 그걸 가질 수 없어>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현대판 코믹버전. 두 사람의 ‘애증’관계를 잘 아는 콜럼비아 내부 인사의 귀띔에 의하면, 시나리오를 쓰면서 카프라는 남녀주인공의 결합을 막는 양가 아버지에게 해리 콘의 성격을 절반씩 나눠놓았다고. 곧 한 사람은 저속하고 야비한 사업가인 반면 한 사람은 확고한 이상주의자란다. 이 사실을 해리 콘은 알까, 모를까? <거대한 환상>으로 돌풍 일으킨 장 르누아르 감독“인류의 공통된 인간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의 1936년작 <인생은 우리들의 것>을 패러디해서 말한다면 ‘1937년은 장 르누아르의 것’이다. 르누아르는 <거대한 환상>의 개봉과 동시에 프랑스 평단과 극장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나아가 이 영화는 정치·사회적으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예컨대 <거대한 환상>을 보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민주주의자라면 누구나 보아야 할 영화”라고 강추한 반면, 나치 선전상 괴벨스는 “영화 제1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거대한 성공’을 뒤로 하고 그의 두 번째 인민전선영화 <라 마르세예즈> 준비로 바쁜 그의 시간을 조금 빌렸다. 제목이 왜 ‘거대한 환상’인가. 제목도 정하지 않고 작업을 진행했다. 촬영과 편집이 끝난 다음에야 <거대한 환상>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달리 마땅한 제목이 없었다. 전쟁영화이지만 전투가 등장하지 않는다. 예외적인 상황을 선택했다. 비행사들은 진흙탕 참호와 포탄에 으깨어진 음식과 거리가 멀다. 보병들의 고생을 다루고 싶지는 않았다. 인류의 공통된 인간성을 표현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다. 독일 장교로 출연한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과의 작업은 어땠나. 제작자가 슈트로하임을 캐스팅하자고 제의했다. 그가 수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흥분했다. 원래 그 독일 장교 역은 5분이 안 되는 작은 역이었는데, 그가 캐스팅되면서 시나리오가 크게 바뀌었다. 촬영 초기엔 그와 다툼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당신과 다투느니 연출을 포기하고 말겠다’고 하자 울면서 노예처럼 나의 지시를 따르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라 마르세예즈> 준비는 잘돼가나. <인생은 우리들의 것>을 만들면서 노동자 계층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의 권력 장악 속에서 우리의 파멸적인 이기심에 대한 해독제 같은 것을 보았다. <라 마르세예즈>는 비관례적인 모금 방식으로 제작비를 모으고 있는데, 미리 표를 구입한 사람은 무료로 영화를 볼 권리를 얻는다. 정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치에 저항할 책임이 있다. <인생은 우리들의 것>을 찍을 때도 느낀 건데, <라 마르세예즈>는 내게 인민전선의 의기양양한 기운을 숨쉬게 해준다. (이 인터뷰는 르누아르의 자서전 <나의 인생 나의 영화 장 르누아르>를 토대로 한 것입니다.) 단 신 들 히치콕 할리우드 진출 영국 감독 히치콕이 할리우드로 간다. 1937년 8월 히치콕은 미국에서 제작자 데이비드 셀즈닉을 만나 타이태닉호 침몰에 관한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1939년 4월부터 발효된다. 얼마 전 <숙녀 사라지다>을 마무리한 히치콕은 미국으로 가기까지 남은 시간 동안 새 영화 <자마이카인>을 찍을 예정이다. 로마에 유럽 최대규모 스튜디오 오픈 1937년 3월28일 로마 근교에 유럽 최대의 스튜디오인 ‘치네치타’가 문을 열었다. 로마 근교 투스콜라나에서 1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치네치타는 60ha에 이르는 부지에 실험실, 강당, 9개의 사운드 스테이지, 제작진 숙박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영화의 선전성에 주목한 무솔리니는 이탈리아영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치네치타를 설립했다. 무솔리니가 1년 전 직접 건설현장에 와서 첫삽을 뜰 만큼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그런 때문. 이러한 그의 관심을 반영한 듯 스튜디오 문의 입구에는 “영화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국제영화자료실 설립 1938년 7월15일 파리에서 국제영화자료실(Federation International des Archives du Film, 이하 FIAF)가 설립됐다. 국제적인 연대와 교류를 통해 영화자료에 관한 보존과 연구를 도모한다는 것이 창설목적이다. FIAF 설립을 주도한 앙리 랑글루아는 “세계 영화유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라이브러리간에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절실히 필요하다”라고 설립배경을 밝혔다. 스펙터클의 창시자, 멜리에스 별세 1938년 1월25일 영화적 스펙터클의 창시자, 조르주 멜리에스가 파리 ‘페르 라세즈’ 묘지에 묻혔다. 향년 78살. 이날 장례식에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의 설립자인 앙리 랑글루아와 조르주 프랑쥐 등 많은 멜리에스의 추종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안개 낀 부두>에 흔들린 우정 1938년 5월 프랑스, <안개 낀 부두>가 두 친구의 사이를 벌려놓았다. 장 르누아르가 이 영화에 대해 “파시스트 프로파간다”라며 반감을 표시했기 때문. 르누아르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도덕한 인물들이 “행복하게 독재자의 손을 흔들어주는 파시스트”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스스로를 반파시스트라고 믿는 시나리오 작가 자크 프레베르는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말괄량이의 작별인사,6월29일 타계한 캐서린 헵번

1907년에 태어나 아흔여섯해를 살았고, 그중 60년을 카메라 앞에서 보냈으며, 12번의 오스카 후보에 올라, <모닝 글로리>(1933), <초대받지 않은 손님>(1967), <겨울의 사자>(1968), <황금연못>(1981)으로 4개의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손에 쥔 그녀에게 20세기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여배우라는 찬탄이 과찬은 아닐 것이다. 이제 그 찬사는 그저 영전 앞에 놓이는 조화가 되었지만…. 캐서린 헵번이 2003년 6월29일 미국 코네티컷 자택에서 조용히 숨을 거뒀다. 오드리 헵번이 치마를 입은 말괄량이였다면, 그보다 20년이나 먼저 데뷔한 캐서린 헵번은 바지를 입은 말괄량이였다. 어린 시절 가족들이 부르는 캐서린이라는 이름이 싫어 머리를 손수 깎고 자신을 ‘지미’라고 소개하던 그 이상한 소녀가 연극무대를 거쳐 영화에 도착했을 때, 1930년대 미국은 새로운 여성상을 마주해야만 했다. 모두가 롱치마와 밍크코트로 몸을 두르고 맵시를 뽐낼 때, 툭 튀어나온 광대뼈를 숨김없이 드러내던 캐서린 헵번은 과감하게 치마를 벗어던지고 헐렁한 남성용 바지와 굽 낮은 구두를 신었다. 그녀의 복장은 1930∼40년대 미국의 패션에 변화를 주었고, 그런 남성적인 의복에 어울리는 그녀의 외모는 ‘완고함, 씩씩함, 무뚝뚝함’ 같은 수사들을 동반하며 독립적이고 의지력 넘치는 여성상으로 스크린 속 자신의 이미지를 세워갔다. 1932년 조지 쿠커의 <이혼 약정서>로 데뷔한 캐서린 헵번은 단 세 번째 출연작 <모닝 글로리>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리고는 ‘말괄량이 영화’(flapper movie) 장르와 스크루볼코미디 장르를 종횡무진하며 행진을 계속했다. <작은 아씨들>(1933)에서는 말괄량이 둘째딸 ‘조’ 역을 맡았고, 하워드 혹스의 <아기 키우기>(1938)에서는 캐리 그랜트와 호흡을 맞춰 자유롭고 활발한 상속인 ‘수잔’ 역할을 맡았다. <아기 키우기>의 흥행실패가 그녀에게 “흥행 독약”이라는 악의 섞인 별명을 선사했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꿋꿋했다. <휴일>(1938)에서는 씩씩한 사교계 여성으로, <필라델피아 스토리>(1940)에서는 좌충우돌형 여성상 ‘트레이시’로 등장하여 명예를 회복했다. 1952년 <아프리카의 여왕>의 캐서린 헵번에게 아프리카 외지에 살고 있는 도덕과 의지로 똘똘 뭉친 여성상이란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씩씩함과 완고함, 도덕성은 늙어가는 그녀에게 현명함의 이미지를 덧붙였다. 캐서린 헵번의 생애 마지막 출연작 <러브 어페어>(1994)에서 그녀는 주인공 워런 비티의 다정한 아주머니로 등장하여 엇갈린 두 남녀의 사랑에 조언을 주는 인생의 현자로 남는다. <러브 어페어>의 마지막 모습이 어울렸던 건, 그녀 자신이 실제로 그런 사랑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캐서린 헵번은 <아담의 갈비뼈> 등 9편의 영화에 같이 출연한 배우 스펜서 트레이시(기혼남이었다)와 1967년 그가 죽는 순간까지 27년간 열애를 유지했으며, 끝내 죽을 때까지 ‘미스’로 남았다. 12번 오스카 후보에 올랐어도 단 한번도 행사장에 나간 적이 없고, 인터뷰를 거절하기 일쑤였던 캐서린 헵번은 1991년 말년에 <나의 모든 것>이라는 자신의 텔레비전 자서전 제작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는 거기에서 “죽음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죽음 앞에서도 당당한 그녀의 의지 때문이었겠지만, 기다림에 대한 믿음 때문은 아니었을지. 그래서, 우리의 쓸쓸함을 대신하는 말로, “천국에서도 행복하시길”. 글 정한석·사진 SYGMA

한국 애니의 새 지평 연 김문생 감독

<원더풀 데이즈> 날자, 날자꾸나 한국영화 제작비의 상한선이 깨졌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원더풀 데이즈>의 총제작비는 126억원. 110억원에 이르렀던 지난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넘어선 수치다. 그동안 제작비 50억원을 넘은 소위 ‘블록버스터’를 지향하는 영화들은 일부가 본전치기하고, 나머지 대다수가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그러다보니 <원더풀 데이즈>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더욱이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극장에서 동원한 관객은 많아야 30만명이 고작이었다.(<원더풀 데이즈>가 국내 관객수입만으로 본전을 하려면 400만명이 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김문생 (43)감독은 표정이 밝다. 우선은 이 영화의 해외판매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 미니멈 개런티 50만달러에 판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7~8개 나라에 120만달러에 수출했다. 앞으로 미국·일본·동남아에 팔면 모두 합해 650만달러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김 감독은 자신했다. “미국쪽과도 이야기가 잘 되고 있다. 제작비 126억원 가운데 20억원은 영어 더빙 비용으로 책정한 것인데, 수입사쪽에서 자신들이 직접 배우를 고용해 더빙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 제작비가 106억원인데, 해외판매 수입 제하고 국내관객 100만~150만명이면 손익분기점에 이른다.” 돈 문제 이전에, 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부심을 얻은 것 같았다. 126억원이라는 제작비는 미국의 <파이널 판타지>(1억3700만달러)나 일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350억원) 보다 많이 적다. <뉴스 위크>는 이런 제작비로 이 정도의 화면을 연출해내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일본(애니메이션)은 조심하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유럽쪽에서도 이 영화 화면의 독특함을 높이 사고 있다. 거기에 힘입어 김 감독이 차린 제작사 양철집은, 미국의 저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니켈오디온이 기획한 60부작 TV 애니메이션 <아바타>를 제작하게 됐다. 그림만 그려주는 하청이 아니라, 시나리오와 디자인 등 모든 걸 직접 맡아 ‘제작 양철집’이라는 크레딧을 달고 간다. <원더풀 데이즈>가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제작기간이 매우 길었다. 시작부터 7년 걸렸다. CF 안하고 영화 만들자고 마음 먹고 96년에 양철집을 차렸다.(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김 감독은 계원조형예술대학 교수이면서, 아카시아 껌, 주병진씨가 기침하면 입이 무지하게 커지는 기침약 하벤 광고, 텔레비전에서 기차가 튀어나오는 파브 광고 등 수십편의 CF를 만들어왔다.) 회사를 차리니까 또 CF 주문이 쏟아졌다. 노느니 돈 벌자고 CF도 하면서 <원더풀 데이즈>의 시나리오를 다듬었다. 그런데 투자자도 안 구해지고, 진척도 더뎌서 99년말엔 교수직도 그만두고 CF 다 접었다. 2000년 초에 삼성이 투자를 결정하면서 본격적엔 제작에 들어갔다. 이런 규모의 예산으로 한국에서도 손익분기점 맞추면서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어 내는 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화면이 이 정도 나오면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시 만들면 제작비를 10~2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같다. 한국에서 100만~150만명 봐주면 되는데, 꼭 손익분기점 때문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을 1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미니어처를 만들어서 실사로 찍어 2D, 3D 화면과 섞는 방식은 이전에 못 본 것 같다. 애니메이션 하겠다고 했을 때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 그쪽 것은 중량감이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질감이 있는 걸 하자. 그걸 실사에서 찾자. 그러면 무거워 보이고 독특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실사, 2D, 3D 세가지 요소가 이질적이면 안 되니까 미니어처 실사 촬영분은 사실감을 죽이려고 채색하고 색보정을 했다. 3D는 너무 반질반질하니까 더 눌렀다. 맵핑을 해서 덜 반질거리게. 유려한 배경화면에 비해 인물들은 좀 덜 유연하다. 2D 캐릭터를 만화체가 아니라 사실적으로 만들었다. 이게 스타일은 좋지만 연기 연출이 잘 안된다. 표정을 많이 주면 이상해진다. 그래서 표정을 덜 주다보니 경직된 느낌이 있다. 미키마우스는 동그라미 세개면 설명이 되는데, 이런 사실적인 캐릭터는 1미리만 어긋나도 이상하다. 그래서 세 주인공은 잘 웃질 못한다. 그런 단점이 있었다. 아쉬운 캐스팅이랄까. 내용을 볼 때, 미래도시 에코반의 전사랄까, 그런 배경 상황 설명이 적다.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의 설명이 싫었다. 그래서 구구한 설명들을 처음 내레이션에 몰아 넣고, 모든 얘길 현재시점으로 하려고 했다. 드라마는 단순하다. 사랑과 운명이라는 모티브다. 아주 보편적인. 그걸 이미지로 풀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영화의 특성 아닌가. 극장까지 와서 말 듣고 설명 듣고, 이야기만 듣겠다고 한다면 아쉽지 않은가.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편집을 도왔다는데. 녹음할 때 옆방에서 곽재용 감독이 <클래식>을 녹음하고 있었다. 가서 보니까 곽 감독은 대사를 잘 다듬고 멜로코드를 잘 살려가더라. 그래서 그때까지의 <원더풀 데이즈> 편집본을 곽 감독과 함께 봤다. 곽 감독이 그랬다.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관객들이 그 이미지의 의미에 묶일 거다, 그러면 드라마를 놓칠 수 있다고. 받아들일 얘기 같았다. 그래서 재편집을 같이 하자고 했다. 단 곽 감독에게 내 의도를 먼저 설명했다. 내 영화는 드라마 형식을 차용한 시다, 거대한 서사시다, 그러니 시의 문법을 쫓았으면 좋겠다고. 그러고서 함께 편집했다. 거기서 내가 아끼던 이미지 장면 7분을 덜어냈다. 내 피와 땀을 쳐낸 거다. 하지만 흔쾌히 동의했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영화 <원더풀데이즈>는... 오염을 먹고사는 도시, 에코반 음모에 맞서다 AD 2142년.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무너지다시피 했다가 서서히 회복돼가는 단계이다. 그러나 여전히 공해로 가득찬 하늘은 맑은 햇빛 한점도 지상에 비추도록 허락하질 않는다. 인류는 그 전에 오염물질을 에너지원 먹고 사는 도시 에코반을 건설했다. 환경정화를 위한 도시였는데, 이제는 환경이 회복돼가면서 이 도시의 에너지원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에코반의 지도자들은 생존을 위해 다른 지역을 오염시킬 계획을 세운다. <원더풀 데이즈>는 환경정화를 위해 만들어진 도시가 거꾸로 환경을 오염시키려 한다는 역설적 상황을 전제로 한다. 영화에서 ‘원더풀 데이즈’는 공해가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 날을 뜻한다. 지구를 여전히 오염상태로 두려는 에코반의 음모에 맞서, 에코반 바깥의 사람들이 ‘원더풀 데이즈’를 찾기 위해 싸운다. 그러니까 음울한 묵시록이면서도, ‘눈부시게 맑은 하늘’이라는 판타지가 있는 서정적인 SF영화다. 에코반의 음모에 맞서는 중심 인물은 수하다. 에코반에서 태어났으나, 어릴 때 어떤 사연으로 거기서 쫓겨났다. 수하의 옛 친구 제이는 에코반의 경비대원이다. 수하가 죽은 줄 알고 있던 그녀는 에코반에 침입한 수하를 만나면서 그를 향한 연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제이를 사랑하는 에코반 경비대장 시몬이 수하를 잡는 데에 앞장선다. 영화는 셋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나 여타 멜로드라마와 달리 대사가 적고 연출이 담백하다. 그래서 이 삼각관계가 되레 배경 같고, 미래 사회의 풍경이 주인공처럼 다가온다. 화면의 스케일에 비해 이야기의 규모가 적고, 드라마가 담백함을 넘어 성긴 듯한 느낌을 주는 아쉬움이 있지만 오염된 지구와 맑은 하늘을 대비시킨 발상과 그걸 시각적으로 구현해낸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황무지가 되다시피한 지구, 그 황폐한 모습이 묘하게 사람을 잡아끈다. 공해가 걷히고 맑은 하늘이 열릴 때는 가슴이 설렌다. 김문생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을 나왔을 때 하늘 한번 쳐다보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 그건 그 하늘 아래 사는 자신들을 본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더풀 데이즈>는 그 의도를 살려낸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

베일 대신 수영복을!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의 성적 금기가 허물어지나? 이집트에서 키스장면과 솔직한 성적 토론을 담은 자국영화가 큰 인기를 얻는가 하면, 베일이 아닌 수영복을 입은 여배우가 등장하는 텔레비전 드라마가 제작돼 방영될 예정이다. 하니 할리파 감독의 데뷔작 <사하르 알라얄리>(한밤의 외출)는 네쌍의 중상층 부부가 겪는 갈등과 그 해소과정을 대담하게 다룬 영화로 관객이 크게 몰리고 있다고 가 보도했다. 남편에게서 성적 만족을 얻지 못하는 여성이 이혼을 원하거나 남편이 정부와 바람피우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싸움이 일어나는 등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이집트영화에서 섹스에 대한 어떤 언급이나 키스장면도 찾아볼 수 없었던 것에 비하면 대단한 변화다. 이집트의 영화평론가 올라 샤펠은 “이혼하려던 부인이 결심을 포기하고 또 다른 여성은 간통한 남편을 용서하는 등 결론이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이집트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문제를 대담하게 다뤘다”고 말했다. 살림이라는 30대 남자 관객은 “내 세대의 문제에 대해 말하는 영화를 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집트는 많은 여성들이 여전히 베일을 쓰고 다닌다. 그러나 이집트판 <배이워치>를 준비 중인 텔레비전 프로듀서 요세프 맨수르는 수영복을 입고 연기할 배우를 캐스팅 중이다. 그는 “드라마에는 어떤 섹스장면도 없다. 다만 부드러운 키스와 사랑에 빠진 인물들이 등장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파리] 파리의 영화축제

프랑스에서 매년 여름 바캉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비슷하다. ‘바칼로리아’로 불리는 고등학교 입시시험과 대학교의 학기말 시험이 끝나는 6월 말부터 본격적인 바캉스를 떠나는 7월 말까지 한달 동안의 과도기간을 메워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원돼 찌들린 젊은이들이 긴장을 풀 수 있게 해준다. 이중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음악축제와 영화축제다. 6월 말에 열리는 음악축제가 단 하루 동안 클래식부터 테크노까지 또 아마추어와 전문가의 구분없이 길거리에서 일회성으로 카니발적인 광란의 잔치를 벌이는 것이라면, 이후 7월 초에 열리는 영화축제는 좀더 차분히 휴식을 취할 기회를 제공해준다. 파리시가 주관하는 영화축제가 올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좀더 대중적인 방향으로 방침을 바꿔 새 단장을 했기 때문이다. 포럼데 이마주의 책임자이자 지난해까지 15인 감독전의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마리 피에르 마시아의 책임으로 준비된 이 영화축제는 7월2일부터 7월15일까지 평소 관람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4유로의 가격으로 300여편의 영화를 30여개 극장에서 대규모로 소개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를 지향한다. 마리 피에르 마시아는 이 영화축제가 일반 영화제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일반 영화제들이 비평가들이나 전문가들과 같이 본격 시네필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 파리 영화축제는 일반인들이 즐길 수 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영화제라는 점이다. 문화예술지 <텔레라마>는 이 영화축제가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먼저 파리라는 전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영화 프로그램이 풍부한 도시에서 어떻게 영화축제로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냐는 점과 다른 하나는 이번 칸영화제가 부딪힌 문제처럼 어떻게 수준 높은 영화들을 찾아내느냐는 점이다. 올해의 전략은 개봉되지 않은 영화 수를 50여편으로 낮추고 회고전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영화축제 기간 동안 20만명의 파리지엥들을 동원하면 앞으로 극장 관계자들과 지속적인 협력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들을 모두 만족시켜준다는 취지에 부합되듯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부터 애니메이션까지 매우 다양하다. 올해 사라진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을 바치는 회고전도 관심을 모은다. 장국영(사진), 모리스 피알라, 다니엘 플랑티에 회고전이 준비돼 관객의 기억 속에 큰 모습으로 이들이 남겨질 수 있게 됐다. 파리=성지혜 통신원

매트릭스의 원조 <공각기동대> TV방영

텔레비전시리즈 <공각기동대> 처음 방영 영화 <매트릭스>의 토대가 된 것으로 알려진 일본 에스에프 애니메이션시리즈 <공각기동대> 26편이 케이블 영화채널 수퍼액션을 통해 21일부터 매주 월·화요일 저녁 8시20분 방영된다. <공각기동대>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같은 이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텔레비전시리즈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지난해 10월 일본 유료채널인 스카이퍼펙을 통해 처음 소개됐다. 영화 <매트릭스>를 감독한 워쇼스키 형제는 “<공각기동대>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텔레비전시리즈 <공각기동대>는 원작인 단행본 만화를 그렸던 시로 마시무네가 직접 제작자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사이보그 인간과 첨단 정보네트워크로 대표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군사기밀을 둘러싼 음모, 네트워크 파괴공작 등 각종 범죄와 맞서 싸우는 공안 9과 전문요원들의 활약상이 박진감 넘치는 화면 속에 펼쳐진다. 슈퍼액션 김의석 부장은 “<공각기동대>는 할리우드 에스에프 영화 발전에 크게 공헌한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라며 “영화를 능가하는 영상미와 탄탄한 각본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