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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감독의 진심과 아쉬움이 담긴, <선택>

1951년 유엔군에 체포되어 국내에서 장기 투옥생활을 한 비전향 양심수 김선명의 45년 세월을 103분 동안 담은 <선택>은 반자본주의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사상으로 중무장한 무거운 영화도 아니다. <선택>은 밖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안으로 소박한 인간 양심의 자유를 요구한다. 광복절 특사로 출옥하는 김선명을 바라보는 교도소장 오태식이 오히려 수감되는 것처럼 처리한 장면을 통하여 감독은 관객에게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0.75평에 갇혀 산 평범한 사내의 인생이 잊혀진 양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뒤흔든다. 70살이 되어 출옥한 김선명이야말로 청년의 꿈을 늙어서까지 변함없이 지켜간 영원한 청년이다. 그러한 청년이 더이상 감옥에서 탄생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DVD를 재생하면 최초로 떠오르는 유니버설의 로고에 타이틀을 잘못 집어넣었나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선택> DVD가 직배사인 유니버설에서 출시되는 최초의 로컬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은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 타이틀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프닝 화면은 극장 상영시의 푸른색 톤과는 달리 흑백 톤으로 색보정이 되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선택>은 일반 상업영화 못지않은 화질을 보여준다.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라면 최신 영화답지 않게 작은 알갱이 모양의 노이즈가 과다하게 눈에 보인다는 점과 텔레시네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장면 전환시 잠시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현상 정도뿐이다. 소량의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연주된 스코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5.1채널을 이용하고 있어 만족도는 높으나 중반 이후 두번가량 사운드가 끊어지는 흠이 있다. 서플먼트로는 1회 세네프에서 상영된 33분 분량의 단편 <바람이 분다>, 메이킹 필름, 영화 관계자들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텍스트로 꼼꼼하게 짜여진 ‘영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김선명 역을 맡은 김중기와 함께하는 코멘터리에서 감독은 좀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다. ‘메이킹 필름’을 선택했는데 영화 본편이 상영되는 서플먼트 메뉴의 오류가 있다. 조성효 2003년 I 홍기선 I 103분 I 1.85:1 아나모픽 I DD5.1 한국어 I 영어 I 유니버설 ▶▶▶ [구매하기]

진지함의 결핍, 치명적 오류 <루니툰 : 백 인 액션>

실사와 만화의 결합 <루니툰: 백 인 액션>이 놓친 것 <루니툰> 시리즈는 1960년대에 끝났지만, 벅스 버니, 대피 덕, 포키 피그와 같은 스타들의 명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루니툰> 시리즈는 텔레비전을 통해 끝도 없이 방영되며 새로운 팬들을 얻어갔고 스타들의 명성은 늘 신선했다. 그렇다면 워너사에서 이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려고 시도한 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은 단편 주인공들인데, 일반 극장용 단편애니메이션은 거의 사멸하다시피한 장르이다. 그렇다고 장편을 만들자니 셀애니메이션영화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고 또 이들은 장편 이야기엔 그렇게까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루니툰: 백 인 액션>은 그 해결책이었다. <루니툰>의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대신 그들이 나오는 실사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워너가 <스페이스 잼>에서 이미 한번 시도한 적 있는 이 방식은 두 가지 흐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그 기원은 모두 한 사람, 스티븐 스필버그로 연결된다. 1980년대 말, 스티븐 스필버그는 게리 K. 울프라는 작가가 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라는 제목의 페이퍼백 추리소설을 영화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울프의 소설은 평범한 하드보일드 탐정물이었지만 한 가지 특이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그 세계에서는 험프리 보가트와 같은 실존인물들과 만화 캐릭터들이 공존했다. 울프가 어떤 의도로 이 책을 썼건, 이 이야기가 활자매체인 책보다는 영상매체인 영화에 더 어울린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였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감독하에 만들어진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는 성공작이었다. 그건 저메키스의 빛나는 코미디 감각 때문이기도 했지만 리처드 윌리엄스라는 걸출한 애니메이터의 공로이기도 했다. 그는 순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2차원의 납작한 캐릭터들을 3차원의 실사세계에 어울리게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윌리엄스가 그린 캐릭터들은 평면 그림의 과장과 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그럴싸한 3차원의 착시도 연출해낼 수 있었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는 실사와 만화의 결합이라는 기술적 시도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쿨 월드> <스페이스 잼> <록키와 불윙클>처럼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섞은 영화들이 제작되었고 그보다 훨씬 많은 양의 텔레비전물, 광고물들이 만들어졌다. 오늘 이야기할 <루니툰: 백 인 액션>도 그런 시도들 중 하나이다. 부서지고 재조립된 <루니툰>의 전통 그러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을 창조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기술적 실험은 사실 애니메이션영화라는 장르가 막 시작했을 무렵부터 존재했다.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로 유명해지기 전에 앨리스라는 소녀를 등장시킨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단편들을 만들어왔다. 어느 정도 기술이 성숙해지자 영화사들은 자사의 애니메이션 스타들을 자기네들이 만든 영화들에 출연시켰다. MGM에서 만든 뮤지컬영화 <닻을 올려라>(Anchors Aweigh)가 대표적인 예로 이 영화에서 진 켈리는 <톰과 제리>의 제리와 춤을 춘다. 켈리는 이 경험이 마음에 들었는지 에서 애니메이션과의 댄스를 다시 시도한다. 좀더 막강한 스타진을 가지고 있던 워너브러더스에서도 여러 편의 시도가 있었는데, 벅스 버니가 카메오로 출연하는 도리스 데이 주연의 뮤지컬 가 그들 중 하나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혁명적 가치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양적인 면만 따진다면 할리우드는 그 이전에도 상당한 수의 실사·애니메이션 합성영화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에서 정말로 중요했던 건 기술적 시도가 아닌 그 스타일이었다. 윌리엄스의 실험은 분명 가치가 있는 것이었지만 그의 테크닉은 다른 방식으로도 쉽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된 <록키와 불윙클>은 얼핏 보면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처럼 셀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두 컴퓨터그래픽이다. 컴퓨터그래픽의 발달로 충분한 인력과 돈만 있으면 마음먹은 것을 무엇이든 시각화할 수 있는 시대에 윌리엄스의 소박한 수공업 테크닉은 원래의 모습을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사실 블루스크린이 블록버스터영화의 필수도구가 된 21세기 초의 할리우드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는 그렇게까지 특별한 건 아니다. <반지의 제왕> 3부작에 나오는 골룸 캐릭터는 어떻게 보면 더 정교화된 로저 래빗이라고 할 수 있다. 적어도 골룸과 같이 화면을 나누어쓰는 엘리아 우드와 숀 어스틴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밥 호스킨스나 <루니툰: 백 인 액션>의 브랜든 프레이저와 거의 같은 연기 테크닉을 사용하고 있다. <스페이스 잼>이나 <루니툰: 백 인 액션>과 같은 영화들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컴퓨터그래픽을 사용한 영화들의 차이점은 전자들이 애니메이션을 사실로 위장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다루는 편리한 방식의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린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제작 총지휘를 맡은 스필버그의 다른 애니메이션 시리즈들과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연관성을 파헤칠 필요가 있다. 그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성공 이후 만든 텔레비전 시리즈, 특히 <타이니 툰 어드벤처>와 <애니매니악스>는 스필버그가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유산을 텔레비전에서 재활용하려는 시도였다고 생각해도 된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에서 스필버그는 <루니툰> 캐릭터들에 대한 거대한 오마주를 시도했다. 이 시리즈의 무대는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툰타운과 거의 같은 곳인 애크미 동산(Acme Acres)이고 캐릭터들은 애크미대학(Acme Acres Looniversity)에 다니는 어린 만화 캐릭터들이다. 오리지널 루니툰 캐릭터들을 좀더 어리게 만들고 성별을 다양화하고 약간의 정치적 공정성을 첨가한 이 캐릭터들은 모두 철저하게 <루니툰> 전통을 이해하고 있다. 사실 벅스 버니나 대피 덕과 같은 클래식 주인공들은 이들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캐릭터들이 실사와 애니메이션 세계를 오가는 것처럼 <타이니 툰 어드벤처>의 캐릭터들은 애니메이션 세계에서 허구와 사실 사이를 오간다. 과거의 <루니툰>은 그들에게 현실 세계의 과거이기도 하지만 필름 도서관에서 구해볼 수 있는 허구이기도 하다. 벅스 버니는 그 캐릭터로서 실존인물이지만 동시에 영화스타이기도 하다. 이들의 뒤를 이은 <애니매니악스>도 마찬가지였다. 일부러 초기 <루니툰> 캐릭터들을 흉내낸 와코, 야코, 도트 워너 남매는 너무 파격적이어서 필름들이 공개되지 못하고 워너브러더스 급수탑에 감금되었다가 90년대의 현대가 되자 다시 탈출한 말썽꾸러기들이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가 존경스러운 스승들을 모방하고 따라했다면, <애니매니악스>의 워너 남매들은 가짜 역사를 만들고 그 과거를 현대와 결합시켰다. <루니툰: 백 인 액션>은 스필버그의 품 안에서 창조된 것이나 다름없는 애크미 동산과 툰타운 전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물론 우린 조 단테가 한동안 ‘스필버그 사단’이라는 그룹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이 영화에서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은 캐릭터이자 그를 연기하는 같은 성격의 배우들이다. 그들은 모두 <타이니 툰 어드벤처>나 <애니매니악스>에 나올 법한, 구식 스튜디오 시스템을 흉내내고 있는 워너브러더스사의 고용 배우들이고 브랜든 프레이저와 같은 실존 인물들이나 프레이저가 연기하는 DJ와 같은 현실세계의 가상 인물들과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루니툰>의 전통은 부서지고 재조립되며 복잡한 풍자와 패러디로 가득 찬 장편영화의 부속품이 된다. 이로써 어떻게 하면 벅스 버니와 대피 덕이 주인공인 7분짜리 액션의 불연속성을 장편영화의 플롯과 결합시키고 극장용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인기 잃은 구경거리를 넘어설 수 있느냐는 문제는 형식적으로나마 해결이 된다. 무게 잃은 실사, 순수성 잃은 애니 그러나 그것이 완성도로 연결되었는가? 유감스럽게도 아니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루니툰: 백 인 액션>은 성공적인 전작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그것은 진지함이다. 여기서 진지함이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해야 할 듯하다. 워너브러더스의 클래식 걸작 단편들은 모두 지독하게 진지한 작품들이었다. 그들이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건 이 만화들의 어처구니없는 부조리함과 우스꽝스러운 폭력, 인용들이 모두 단도직입적인 진지함으로 다루어졌기 때문이다. 정도는 덜했지만 <타이니 툰 어드벤처>와 <애니매니악스> 역시 진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경박한 농담을 던지고 생각없이 옛 캐릭터들을 현대화시키는 동안에도 <시민 케인>과 <우주의 침입자>와 같은 고전들을 전문 영화사가 수준으로 패러디하고 초창기 워너브러더스의 잊혀진 캐릭터들을 재발굴하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경쾌한 어린이 시리즈들은 어떻게 보면 <루니툰>과 스튜디오 시대의 할리우드에 대한 심각한 영화비평서와도 같았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역시 진지한 영화였다. 영화는 클래식 만화주인공들을 총동원해 어처구니없는 농담들을 터뜨리는 동안에도 훌륭한 필름누아르의 골격을 유지했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는 코미디로서도 진지했고 필름누아르로서도 진지했다. 하지만 <스페이스 잼>에서 망가진 <루니툰>의 캐릭터들에게 원래의 모습을 돌려주려고 했던 조 단테의 시도는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무너지고 만다. 단테가 성공적으로 두 장르를 결합했다고 자부했을 그의 형식이 그런 진지성과 맞지 않았던 것이다. 실사 부분은 <루니툰>을 흉내내는 동안 고유의 무게를 잃었다. 애니메이션 부분은 실사에 삽입되는 동안 원래의 순수성을 잃었다. 그러는 동안 둘은 모두 진지한 패러디의 가능성을 잃었고 리처드 윌리엄스식으로 입체화된 <루니툰>의 캐릭터들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그들의 모사가 된다. 앞에 언급된 영화들은 모두 이런 문제점을 교활하게 피한 작품들이었다.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와 <애니매니악스>는 오리지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유명한 캐릭터들을 조연이나 카메오로 배치했다. <타이니 툰 어드벤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도직입적인 패러디였다. <루니툰> 캐릭터들은 과거의 명성만 가지고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새로운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옛 명성과 스타일의 모사 이상이 필요하다. 전통의 회복이나 새로운 스타일의 발굴 어느 쪽이 나서야 할 때다. 슬프게도 <루니툰: 백 인 액션>은 어느 쪽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시아 영화 네트워크, 불꽃놀이를 시작하다 [6]

아시아 문화산업의 재편 최근 <인터-아시아 문화연구> 2003년 봄호에 아시아영화에 대한 특집을 기획, 편집하면서, 미국의 새로운 웹진 <트랜스-아시안 스크린즈>(Trans-Asian Screens)에 초청 편집자로 참여하면서, 공동 편집자인 아쉬쉬 라쟈디약샤 그리고 크리스 베리 교수와 함께 아시아영화의 쟁점이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첫 번째 쟁점은 문화산업의 재편이다. 즉, 이제까지 영화산업에 대한 영화연구가 산업자본이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졌다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만이 아니라 아시아의 지역 블록버스터들을 다룰 수 있는 틀은 금융자본이며 이것은 문화산업을 3H, 즉 고비용, 고도의 기술, 고도 투기의 장으로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충무로 양식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또는 황실주도의 영화제작이 타이형 블록버스터로 그리고 인도의 소자본 영화산업이 발리우드로 변하는 것이 그 예일 것이다. 그래서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의 아시아영화 특집으로 ‘문화산업, 정치사회 그리고 시네마’라는 제목으로 인도의 B급영화 배급 유통에서 컬트화되는 홍콩 액션영화, 인도영화의 발리우드라는 글로벌화와 지역적 정치 쟁점의 소멸, 스리랑카 텔레드라마가 보여주는 인종적 갈등, 마르코스 이후의 필리핀의 정치영화 및 대만의 여성영화제, 한국의 김동원과 오가와 신스케의 아시아적 양식의 다큐멘터리 등을 다루었다. 그리고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발리우드 그리고 타이 블록버스터 등과 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의 경합에 주목했다. 문화산업의 재편에 이어 두 번째 논점은 아시아 내부에서 유통되는 문화상품과 영화의 문제다. 일본, 홍콩, 한국과 같은 곳의 대중문화가 아시아의 젊은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면서 제작과 배급에 동아시아의 공동 프로젝트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트랜스 아시아 미디어 연구를 제안하는 고이치 이와부치 교수는 메이저 광고회사에서 실시한 2001년 조사는 동아시아 도시들의 젊은이들이 일본 소비문화와 상품을 미국 소비문화의 상품보다 “쿨”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아시아라는 지역에서 미국 주도의 대중문화의 탈중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영화쪽으로 보면 인터-아시아적 교류의 역사는 사실 전면화되거나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아 그렇지 이보다 훨씬 앞서 시작됐다. 60년대 홍콩 캐세이영화사와 일본 도호영화사의 합작인 홍콩 삼부작 또 정창화 감독과 호금전으로 대표되는 한국과 홍콩의 합작영화들이 그것이다. 또, 60년대 일본 닛카쓰영화사의 사무라이 활극이 홍콩 액션영화만이 아니라 타이, 필리핀 등에 끼친 파급력은 현재 일본 팝(J-pop), 재패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인터-아시아적 교통이라는 면에서 보자면 한류의 전사(pre-history)를 이루고 있다. 한국, 홍콩, 타이 3개국의 감독들이 참여한 <쓰리>와 같은 영화는 인터-아시아의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또한 최근 대만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이 만든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오마주 영화는, 산업적 관점을 떠나 아시아영화의 정신적 지형과 유산을 그려내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아시아간 대화의 틀 아시아 영상문화에 관계된 세 번째 쟁점은 영화라는 매체를 넘어 각종 스크린들을 포함하는 확장된 영화연구, 스크린문화연구의 필요성이다. 즉 이제까지의 시각 혹은 영상문화연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확대된 영역을 상정했다면 스크린문화연구는 전자 스크린 위의 영상문화, 즉 모바일영화나 LCD 스크린과 같은 것을 다루게 된다. 특히 일본, 한국, 대만의 인터넷과 모바일폰 문화의 급성장과 확장은 이러한 새로운 스크린문화를 다룰 수 있는 연구의 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 스크린 문화의 특징은 영화와 디지털 기술을 횡단한다는 것이다. 트랜스-스크린 문화연구는 지역 블록버스터영화들(홍콩, 중국, 인도, 남한)과 아트하우스영화(대만과 이란영화)를 포함한 급증하고 있는 인터-아시아 문화적 교통, 스크린 문화에 대한 인식이자 그에 대한 반응이다. 특히, 인터-아시아 블록버스터들은 재구성되고 있는 할리우드 문화산업에 대한 도전이며 지역적 또는 하위-글로벌(regional)한 흐름을 재고하게 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적 장치의 계보학은 산업 자본주의하에 구축되었다. 우리는 글로벌 공간의 변화하는 정치경제와 그것의 변형들과 관련하여 이 장치를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때 한국이라는 지정학적 입장에서 보자면 인터-아시아라는 매개항은 새로운 방법이며 지도이며 꿈이다. ‘동방불패’라는 것은 영화에서 신화로만 존재하지만, 제국주의와 냉전도 침묵시키지 못한 소란한 역사의 유령은 이제 아시아간의 소통으로 깨어나고 있다. 허우샤오시엔이 오즈 야스지로에게 말을 걸 때, 그리고 일본 전후 사회를 통렬하고 재기있게 비판했던 기노시타 게이스케의 작품을 보고 김기영 감독의 작품을 생각할 때, 19세기 말 이후 단절되었던 아시아간의 대화는 시작된다.

생존의 스타일화, <라스트 사무라이>

라스트 사무라이>를 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임오군란을 겪는 이야기 같다”고 한다면, 엉뚱하긴 해도 얼토당토않은 강변은 아니다. 미국의 네이든 알그렌(톰 크루즈) 대위는 1876년의 일본이라는 이상한 나라에 갑자기 뛰어들어 예기치 못한 모험을 겪는 ‘앨리스’다. 그리고 ‘앨리스’를 좌충우돌하게 만드는 일본의 정치적 상황은 구한말 임오군란과 닮은꼴이다. 구한말 찬밥신세로 떠밀리는 구식군대와 그들의 정치적 지도자는 개화파와 일본의 파트너십이 주도하는 정국에 반기를 들었다가 결정타를 맞고 소멸해간다. 메이지 천황의 배후에서 실세 노릇을 하는 개화파에 반기를 든 ‘라스트 사무라이들’의 운명이 딱 그 신세다. 알그렌 대위가 앨리스와 결별하는 지점은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칼잡이들에게 감화감복돼 획기적인 사고의 전환을 맞이하고 새로운 인생을 찾는다는 거다. 그가 겪는, 목숨을 아끼지 않는 모험은 자기 의지로 가속화된다. 알그렌은 어른이고 군인이며 알코올에 찌든 남자다. 그는 폐부 깊숙히 파고든 정신적 상흔을 치유할 길을 찾지 못한다. 이것이 생물학적 차이를 떠나 앨리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길을 가게 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알그렌을 지배하는 건 아이와 여자들까지 모조리 학살한 인디언 토벌 작전의 기억이 낳은 죄의식이다. 학살을 무공으로 바꿔준 상관이 일본인 관료와 함께 찾아온다. 서구식 군대 제도와 무기로 신식 군인을 양성하는 교관이 돼달라는 요청이다. 대가는 돈이다. 알그렌이 굳이 거절할 이유는 없다. 알그렌 대위가 일본으로 건너가 처음 한 일은 메이지 황제를 알현하는 것이다. 황제가 묻는다. 인디언들이 어땠냐고. 그들은 용감했다, 는 알그렌의 대답은 사무라이를 향한 그의 태도를 일찌감치 규정해준다. 자신이 초토화한 인디언 마을과 용감했다는 인디언 전사들의 대리물 속에서 죄의식을 씻어내는 일 말이다. 그 대리물은 사무라이 마을과 사무라이 정신이다. 알그렌 대위는 미숙련 신식군대를 이끌고 개화파의 정적을 처단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고 사무라이와 첫 전투를 벌인다. 거기서 포로가 되고 적의 소굴로 끌려간다. 천진난만하지만 야무지기 그지없는 아이들과 남편을 죽인 포로조차 지극정성으로 돌볼 줄 아는 절대복종의 여자, 자결조차 성스런 행위로 내면화하고 절도와 충성으로 똘똘 뭉친 칼잡이들이 알그렌의 몸과 마음을 서서히 정화시켜준다. 함께 피투성이가 되고 무수한 살을 베어내는 방식으로. <라스트 사무라이>가 일으키는 호기심은 알그렌이 사무라이에게 동화되는 이유와 과정에 있을 것이다. 톰 크루즈가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사무라이의 세계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사무라이에게 심취한 방식과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삶은 불가해하다. 난 교회를 다닌 적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영적이다”라고 하는 알그렌이나 “존재의 의미를 아는 게 무사도야”라고 나직이 내뱉는 사무라이의 마지막 지도자 카츠모토(와타나베 겐)의 말은 숙연하고 거창하다. 그러나 그건 ‘폼’일 뿐이다. 카츠모토가 겁나게 쌍칼을 휘두르지만 정작 대화를 좋아하고 유머를 즐긴다는 진면목이나 “생각이 너무 많아요. 마음을 비워요”라고 훈수를 두는 젊은 사무라이의 호의가 힌트처럼 이어지지만 그것이 ‘폼’의 알맹이를 채워주지는 못한다. 말하자면 <라스트 사무라이>에는 칼잡이들의 ‘생존의 스타일화’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미국이라는 타자, 할리우드 시스템의 주축인 톰 크루즈라는 타자가 골라잡은 것으로만. 에드워드 즈윅 감독은 “겉으로 드러난 폭력과 죽음 속에 내재되어 있는 복종과 헌신, 그러한 이중성이야말로 일본 문화의 핵심 코드이자 이 영화의 언어”라고 했다. 그래서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사무라이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죽음을 선택할 줄 아는 자다. 어디까지가 사무라이 정신이고 어디부터 사무라이 스타일인지 구분한다는 게 애초부터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스타일의 소비가 이 시대의 도도한 흐름이니까. 그래도 사무라이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건 불편한 일이다. 칼 든 마초의 비장미를 숭상하는 정서나 스타일의 진부함은 모두 시대와 거꾸로 가는 것이니까 말이다. 두 개의 일본도와 한벌의 기모노 <라스트 사무라이의 일본 배우들> <라스트 사무라이>에는 수백명의 일본인이 등장하지만, 단연 세명의 일본 배우가 돋보인다. 카츠모토 역의 와타나베 겐, 카츠모토의 누이인 타카 역의 고유키(사진), 톰 크루즈를 흠씬 두들겨패는 우조 역의 사나다 히로유키. 카리스마 넘치는 와타나베 겐은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다가 1982년 텔레비전에 발을 들여놓았고 1987년 NHK의 사무라이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력에서 현대극과 사극을 반반으로 나눠온 그는 사무라이 정신을 칭송한다. “오늘날 일본인들은 사무라이 정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사무라이 정신은 기본적으로 인간성과 인간의 삶에 대한 것이다. 이건 정직, 겸손, 자긍심과 부끄러움 같은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이런 가치들을 잃어버렸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서 일본의 역사와 전통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조 역의 사나다 히로유키는 말보다 행동으로 사무라이 정신을 드러내며 전사로서의 단단함을 과시한다. 아닌 게 아니라 5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그때부터 무술을 익혀왔다. 무엇보다 그는 1999년 반년 동안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 일원으로 런던 무대를 밟은 정상급 연기자다. <리어왕>에 출연한 뒤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았다. 그러나 <라스트 사무라이>에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카츠모토와 달리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그는 영화의 배경으로 깔린 역사의 의미를 영화와 이렇게 연결짓는다. “메이지 시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서구에 문호를 열었고 많은 서구 문화가 일본이란 지역 문화에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이런 두개의 문화가 협력해 위대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도쿄 거리 세트에는 서구적 빌딩과 일본의 전통가옥이 혼재하며, 기모노를 입은 사람과 서구식 양복과 모자를 쓴 이들이 뒤섞여 있다. 그 세트와 이야기가 잘 중첩돼 어울렸다고 느꼈다.” 타카 역의 고유키는 시나리오 원안에선 카츠모토의 딸이었다. 그건 이름을 부르는 일본어와 영어의 차이, 즉 카츠모토 모리와 모리 카츠모토의 혼동 같은 것이었다고 와타나베는 말했다. 아무튼 타카와 알그렌 대위는 은밀히 서로에게 빠져드는데, 그 모습에서 일본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선, 서구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선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패션잡지 <논노>의 모델 콘테스트에 뽑혀 모델로 활동하다가 텔레비전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숨어 있는 퀴어 코드를 찾아서

한 남자가 한 남자를 꼬신다. 그것도 얼굴을 맞대고. 먼저 꼬심을 당하는 남자가 근심어린 얼굴로 말문을 연다. “괜찮을까”. 단호한 표정으로 꼬시는 남자가 대답한다. “더 좋아.” 잠시 두 남자 사이에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마침내 꼬심을 당하던 남자는 결심을 굳히고, 환한 얼굴로 묻는다. “바꿀까?” “기회야.” 두 남자를 클로즈업했던 카메라가 빠지자 꼬심을 당하던 남자가 철장에 갇혀 있었음이 드러난다. 그가 철장을 훌쩍 뛰어넘어 꼬시던 남자 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두 남자가 머리를 비스듬히 맞대며 환한 미소를 짓는 헤피엔딩. 이들을 축복하는 마무리 자막이 뜬다. ‘have a good time’. 어라, 좋은 시간을 가지라고? 남자 둘이서? 때맞춰 “굿타임 찬스”라는 속삭임이 들려온다. “바꿀 기회”라니. 무엇을 바꿀 타임? “괜찮을 뿐 아니라 더 좋다”니. 뭐가 더 좋다는 거지? 더구나 근심말고 넘어 오라니. 이성애에서 동성애로? 이건 완전히 커밍아웃하라는 거군. 철창을 나오자(coming out) 저토록 행복해하다니. 이건 15초짜리 퀴어드라마다. 선남선남(김민준과 유진)을 캐스팅한 초절정 퀴어 광고다. 마지막의 KTF 로고만 없으면, 번호이동제 광고라는 컨셉만 지워버리면. 하긴 중간에 분위기 깨는 설왕설래도 있다. “전화번호는?”, “그대로야”, “단말기 값은?”, “걱정마”. 그러나 그 깨는 말조차 ‘서글픈 유혹’의 은유로 들린다. 그 은유를 퀴어적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내 삶은?”, “그대로야”, “희생은 없을까?”, “걱정마”. 자, 사시눈을 뜨고, 억하심정을 억누르지 말고, 텔레비전 속에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보자. 이따금씩 광고에서, 엉뚱한 드라마에서 숨겨진 동성애 코드를 찾는 재미는 쏠쏠하다. 어떤 사람들은 <순풍산부인과>의 권오중과 이창훈을 게이 커플로 ‘단정했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닌 것이 둘 사이가 장난이 아니다. 일단 둘은 한 지붕 아래 동거한다. 날마다 붙어다닌다. 여자들과 어울릴 틈도 없을 지경이다. 게다가 날마다 티격태격이다. 이 티격태격은 형, 동생 사이를 가장한 사랑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특히 오중이는 창훈이가 조금만 소홀하면 금방 삐친다. 오중이는 또 영란(허영란)의 집요한 구애를 한사코 마다한다. 마침내 이 커플은 오중이의 조카 의찬이까지 키우며 ‘대안 가족’을 완성했다. 물론 이창훈이 호감을 갖는 혜교(송혜교)처럼, 건강 사회와 건전 시민을 위한 ‘안전장치’도 없지는 않았다. <대장금>에서 장금이의 단짝으로 나오는 연생이(박은혜)의 캐릭터에도 레즈비언 코드가 숨어 있다. 연생이는 장금이를 ‘지나치게’ 좋아해서 꼭 장금이 옆에서 자려고 한다. 그런데 잠만 자는 것이 아닌 게 문제다. 연생이의 ‘손버릇’은 나인 동기인 영로의 말로 탄로난다. 최 상궁의 밀정으로 장금이 방으로 거처를 옮긴 영로. 영로는 이부자리를 내려놓고 연생이를 째려보며 “너 내 몸 더듬거리며 죽어”라고 커밍아웃시켜버린다. 그 전에도 장금이가 잠결에 자신을 더듬거리는 연생이에게 이불을 덮어주는 애틋한 장면이 나왔다. 장금이에 대한 연생이의 연모의 정은 여고 시절 반 친구에게 집착하는 소녀적 동성애를 떠올리게 한다. 푼수인 연생이는 장금이뿐 아니라 수라간 최고상궁이었던 정 상궁에게도 의지해 하루하루를 헤쳐간다. 그랬던 연생이가 임금의 ‘승은’을 입었다. 연생이의 팬으로 감축드려야 마땅하나 그의 성 정체성이 훼손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대장금> 초반부에는 동성애를 뜻하는 ‘대식’이라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장금이와 그 동기들이 생각시에서 나인으로 승급하던 날, 훈육상궁이 나인들을 모아놓고 궁중생활의 ‘가이드 라인’을 알려주었다. 그중에 “대식을 하지 말 것이며”라는 구절이 나왔다. 대식이란 조선시대 궁중에서 여성 동성애를 일컫는 말이었다. 마음 약한 연생이가 얼마나 찔렸을까? 돌아보니 가슴 아프다. 그뿐이 아니다. “난 네가 필요해”, “나는 너와 함께 있으니 외롭지도 춥지도 힘들지도 않구나”. 이 절절한 대사는 민정호(지진희)가 장금이에게 한 것이 아니다. 한 상궁이 장금이에게 쏟아낸 고백이다. 역시 사시눈으로 보면, 장금이와 한 상궁의 자매애도 심상치 않다는 오해를 할 만하다. 이런 절절한 대사와 넘쳐나는 자매애 탓에 <대장금>은 레즈비언들 사이에서 초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대략 황당하다고? 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좀 삐딱하게 텔레비전을 보면,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을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상상하는 만큼 즐거운 법이다. have a good time. 신윤동욱/ <한겨레> 기자 syuk@hani.co.kr

[인터뷰] 홍콩영화 출연하는 이효리

인기 가수 이효리가 스크린을 통해 중화권 공략에 나선다. 이효리와 소속사 DSP엔터테인먼트는 7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홍콩의 연예기획사 '엠퍼러(英皇) 그룹'과 올해 안에 영화 두 편에 출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출연료는 100만 달러(약 12억원) 이상이며 상대 남자 배우로는 성룡(成龍)이 호흡을 맞출 예정.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고 촬영 일정 등 세부 사항은 시나리오가 나온 뒤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엠페러 그룹은 50여명의 가수와 탤런트를 거느리고 있는 유력 연예기획사. 이날 계약은 DSP의 이호연 대표와 엠퍼러 그룹의 앨버트 영(楊守成)회장이 지난해 11월 이효리가 출연한 홍콩의 `하버페스트' 축제에서 만난 인연으로 성사됐으며 앨버트 영 회장은 6일 내한해 이효리 측과 구체적인 협의 작업을 벌였다. 엠퍼러 그룹의 앨버트 영 회장은 "이효리가 중국에서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중국 사람이 좋아할 만한 기질을 갖고 있다"며 "한국의 문화 아이콘인 이효리가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 스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기자들과 이효리의 일문일답. 첫 영화가 홍콩 영화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촬영 일정이 유동적이니 만큼 이미 출연하기로 한 <삼수생의 사랑이야기>가 첫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영화 출연에 관심은 많았지만 가수 활동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작품 선택에 고민도 많았다. 솔직히 말도 안 통하고 그쪽 문화도 잘 모르니까 외국 영화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은 크지만 열심히 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이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수라는 이미지가 굳혀지지 않은 홍콩에서 첫 영화를 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출연하기로 한 두 편의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 아직 확실히 결정되지는 않았다. 서극(徐克)감독이 준비중인 <이니셜 D>(Initial D)와 성룡의 액션영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니셜D>는 이르면 2월 말이나 3월 초께 촬영 일정이 나올 것 같다. 성룡과는 구두로 함께 출연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영화 촬영 시기는 소속사가 결정한다는 조건이 계약에 포함됐다. 성룡과 연기를 하게 된 소감은?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통해 봐오던 유명한 분이며 홍콩뿐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대스타다. 같이 일하게 된 것은 큰 부담이면서도 너무나 큰 영광이다. 출연 작품이 아직 유동적이다. 어떤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나? ▲액션영화에 나오는 몸매 좋은 양념 역할은 사실 관심이 없다. 내 능력과 `끼'와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라면 OK다. 앞으로 가수 활동은 어떻게 벌일 계획인가? ▲영화 출연을 결정하기 전부터 한 생각이지만 2집을 낼 계획은 당분간 없다. 솔로 1집을 낸 후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했고 한동안 단점을 보완하는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영화 촬영 기간이 홍콩 관행으로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고 하더라. 한 편을 끝내고일지 두 편 다 마친 다음일지, 2집 음반을 낼 시기는 유동적이다. 영화 출연 준비는 어떻게 할 계획인가? ▲어학이나 연기 공부를 위해 개인교습 받을 생각이다. 외국어 선생님을 하루 20시간 이상 붙어 있게 하면서 어학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연기 수업도 별도로 받겠다. (서울=연합뉴스)

2004년 한국영화 트렌드 [5]

<내 사랑 싸가지> 신동엽 감독 톡톡 튀는 10대 아이들의 캐릭터 인터넷 소설의 인기에 신호탄이 된 이햇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등학교 3학년생 하영이 남자친구에게 차인 화풀이로 찬 콜라캔이 외제차에 흠집을 내면서 하영과 형준의 노비 관계가 시작된다. 명품족 형준은 돈이 없다는 하영에게 100일 동안 노비가 될 것을 강요한다. 둘 사이에 벌어지는 옥신각신 전투가 곧 사랑의 감정을 가져오게 된다.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하는 2004년의 첫 번째 작품.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일단 인터넷상에서 노출이 많이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 하이틴이 직접 쓴 소설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 아마도 인터넷상에서 인정받은 그 인지도를 상업적으로 연관할 수 있다는 가능성때문인 것 같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너무 십대, 중고생 위주의 이야기라서 처음 읽었을 때는 솔직히 잘 맞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중고생 시절과는 차이가 많이 느껴졌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거기에 담겨 있는 사랑 이야기였다. 캐릭터가 생생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에는 두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원작에 충실하게 만드는 영화, 원작의 기획력만을 갖고 만드는 영화. 내 영화는 후자쪽이다. 영화와 책의 드라마구조는 다르다. 영화적인 옷을 입혀야 하는데, 기승전결 구조가 그 기본이다. 원작에는 갈등구조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원작이 그대로 영화가 되기를 바라는 독자층에 영화를 맞출 순 없었다. 읽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인터넷 소설 붐이 막 일어날 때 나왔다. 그 영화가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지금은 다른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지만 완성물은 별개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일이다. 기존에 원작에 충실했던 영화와는 그 점에서 차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소설이라고 해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별개의 하이틴영화로 봐줬으면 좋겠다. <그놈은 멋있었다> 이환경 감독 편한 친구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은 인터넷 인기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외모도 멋지고, 싸움도 잘하는, 그래서 인기도 많은 꽃미남 지은성과 평범하게 생긴 여고생 한예원과의 엎치락뒤치락 사랑 이야기. 어쩌다 실수로 한예원과 입맞춤을 하게 된 지은성은 예원에게 그의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한다. 그러나 한예원은 인기 좋은 지은성의 제안이 못내 의심스럽기만 하다.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여주인공 정다빈이 한예원 역을 한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간략하게 말해서 친근감이다. 가장 친한 사람들끼리 가깝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처음엔 거부감도 있었다. 이거 애들 장난 치는 것 아닌가. 문학적인 완성도도 떨어지고. 나도 안티쪽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책도 안 읽어보고 있었다. 연출할 생각으로 책을 본 게 아니라 독자 입장에서 보게 됐다. 그런데 6시간 만에 다 읽어버렸다. 편한 친구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듣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만 갖고 그대로 찍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생길 정도였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삼각관계에 중점을 뒀고, 멜로코드를 넣었다. 캐릭터의 발랄함을 꾸미는 경우에도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리얼리티를 가미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앞뒤 장치를 많이 뒀다. 또,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을 더 보여주려 했다. 예를 들면, 원작에는 지은성이 여자들을 때리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용납이 안 되더라. 그래서 구타 묘사를 병원 창문을 부수는 것 정도로 바꿨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엽기적인 그녀>의 사랑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교훈적인 내용을 강조하기보다는 놀이터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풀어갈 것이다. 물론 어떤 답습을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엽기적인 그녀>에도 진지함이 있었지만, 그것이 에피소드의 진지함이었다면 그것과는 상반된 구조의 진지함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늑대의 유혹> 김태균 감독 어느 순간 끌어당기는 대사와 감정 인터넷 인기작가 귀여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강신고와 성권고의 ‘짱’, 반해원과 정태성은 동네에서 소문난 킹카들이다. 이들이 서울로 전학온 ‘평범한’ 여학생 정한경과 만나면서 서로 연적이 되어 사랑 쟁탈전을 벌인다. 반해원과 정태성의 사랑공세에 한경은 어리둥절하고,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진다.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무협영화 <화산고>를 만들었던 김태균 감독이 각색과정을 거쳐 현재 촬영을 진행 중이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인터넷 소설들을 읽어보질 않았다. 귀여니의 다른 작품들조차 읽지 않았다. 그래서 그 점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인터넷 소설이어서가 아니라 원작을 읽어보고 재미있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처음에는 읽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가 말이 안 되고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조금 읽다가 던져버릴까 했다. 그런데 1권 뒷부분부터 걸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끌어당기는 정확한 대사와 감정이 있었다. 감정선이 마음에 들었다. 캐릭터뿐 아니라 언어적으로도 잘 정리되어 있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시나리오가 나온 뒤 귀여니에게 보여줬는데, 원래 자신의 원작과 많이 다른 것 같지는 않다고 하더라. 많이 변형하긴 했지만, 그 이야기축 내에서 내 영화에 맞게 재배치를 한 것이다. 물론 원작 자체가 전형적인 드라마트루기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고 만화 같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논리적인 인과관계보다는 감성에 의해서 배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캐릭터 못 잡겠다고 하면 그런 거에 관심갖지 말라고 말한다. 캐릭터도 변할 수 있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엽기적인 그녀>나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별 재미가 없었다. 나하고는 맞지 않는다. <늑대의 유혹>은 우선 멜로드라마다. 슬픈 영화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액션 스타일을 어떻게 새롭게 갈까 생각 중이다. 액션멜로? 그래서, 액션신도 많이 등장한다. <화산고>보다 더 젊은 영화가 나올 것 같다. <옥탑방 고양이> 김대현 감독 스스럼없는 에피소드 김유리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젊은 남녀의 동거 이야기. 동거라는 소재만을 가져왔던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원작의 많은 부분을 충실히 재현할 것이라고 한다.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국문과에 입학한 여대생 ‘주인이’와 헐렁하지만 착한 남자친구 ‘야옹이’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의 결실을 맺어간다는 내용이다. -왜 인터넷 소설이 영화의 소재로 각광을 받는다고 생각하는가. =우선 표현을 정확히 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어서 대중성이 있다’기보다는 ‘재미있는 소재들이 인터넷상에 많이 올라와 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인터넷 소설이 아니어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사람들은 보게 된다. 그렇게 역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인터넷이 바로 그런 역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요새는 출판 등을 목적으로 의도적인 창작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초기에는 스스럼없는 일기체이다 보니 에피소드들이 많고, 그것을 다시 소설로 옮기다 보니 어떤 전통성을 갖지 않게 된 것 같다. 그 점이 새롭게 보였던 것 같다. -원작에 어떤 매력을 느껴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는가. =<옥탑방 고양이>는 젊은 친구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게 정성스럽게 연구를 하는 것이라면 나이든 사람이든, 어린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방법에 관해서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인터넷 소설들은 읽다가 그만두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이 이야기는 자꾸 생각이 났다. 본격적이고, 전면적이다. -영화화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 =기승전결을 갖고 가야 할 것 같다. 시작을 해서 끝을 맺겠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됐다네, 하는 식의 톤을 살리고 싶다. 물론, 영화적으로 독특한 장치들도 갖겠지만 되도록 쉽게 풀어갈 생각이다. -기존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는 어떤 차별점이 있나. =이런 식의 너무 많은 작품들이 있어서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는 것 자체가 폄하받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이걸 하려고 마음먹었던 건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가 나오기 전이니까 유행의 시류에 편승한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갖고 있는 건강함에 주목해주었으면 한다.

영화사 신문 제29호 (1968∼1969년)

영화, 정치의 심장을 향해 쏴라 군사독재 그린 코스타 가브라스의 성공…“기회주의적” 비판도 1960년대 후반 유럽영화의 화두는 단연 정치다. 파시즘에 관한 영화가 기획되는 중이었고, 노동 쟁의나 테러리즘 같은 심각한 사회문제들도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내에서 영화의 ‘정치성’은 조만간 상업화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도 했다. 그같은 상업화는 정치가 스릴러를 만나는 순간 이뤄졌고, 성공적이었다. 정치와 스릴러의 결합은 ‘정치영화’ 전공 아닌 스릴러 전공 감독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 65년 <침대차 살인>이란 전형적 스릴러로 데뷔했던 코스타 가브라스는 69년 자신의 스릴러 연출 솜씨에 ‘군사독재’란 정치 테마를 끌어들이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다. 이브 몽탕이라는 스타의 출연으로 인해 와 코스타 가브라스는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는다. 독재에 반대하는 정치인의 암살을 둘러싼 이야기다. 그러나 <카이에 뒤 시네마> 등의 진보적 편집자들은 를 비롯해 상업성을 띤 정치영화들에 비판적이었다. 68년 이후 <카이에 뒤 시네마>는 정치적으로 어떻게 기능하느냐에 따라 영화들을 분류하는 데 재미를 느꼈는데, 그같은 스펙트럼 속에서 는 정치적인 비판을 기회주의적으로 이용하는 영화로 자리매김됐다. 실제 가브라스의 정치스릴러는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내용에도 불구하고 상투적인 주류영화의 관습에 빠져 있기도 했다. 그러나 코스타 가브라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주류적 관습 안에서 영화를 찍을 때에만 많은 관객에게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관객이 영화가 상영 중일 때 영화를 숙고할 수 있도록 훈련돼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뒤에 프랑스 시민이 된 코스타 가브라스는 원래는 그리스 출신. 영화 에 등장하는 지중해 연안의 나라를 쉽게 그리스로 떠올릴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18살 때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국립영화학교를 나왔고 <태양은 가득히>의 르네 클레망 감독 밑에서 연출수업을 했다. 등급제, 불황 타개책 될까? 연령 따라 구분된 ‘영화 상품’으로 관객 유혹 TV의 ‘공격’을 극복하고 전성기 수준 영화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1960년대 후반 들어 명백해졌다. 60년대 초중반 <사운드 오브 뮤직> <닥터 지바고> 등 대작들이 대성공을 거두자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블록버스터가 TV의 공격을 이겨낼 대안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68년 영화 <스타>, 바로 전해의 <닥터 두리틀>은 그 길이 잘못된 것임을 일깨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 영화산업은 68년 말 기상천외한 해법을 내놓았다. 바로 미국 영화사상 최초의 자발적 등급제다. 그간 영화적 표현의 한계를 정해왔던 ‘헤이스 윤리규정’의 권력은 이미 약화돼 폭력, 섹스, 거기에 신성 모독적인 내용의 영화까지도 상영이 허용되고 있던 상태. 할리우드는 검열이 그처럼 완화되면서 넓어질 대로 넓어진 표현의 영역을 연령에 따라 세분화했고, 영화는 새로운 방법으로 상품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68년 10월9일 미국영화협회(MPAA) 잭 발렌티 회장은 “11월부터 등급제가 시행된다”고 밝혔다. 주(州)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큰 기준은 G(general: 모든 연령 입장), M(mature: 미성년자 관람불가), R(restricted: 16세 이하 관객은 보호자 동반), X(완전성인용) 등의 4개 등급이다. “할리우드-작가주의영화 다 가라” 남미 영화인들 ‘제3영화’ 선언 라틴아메리카의 영화인들이 독특한 영화문법과 이론 체계로 특유의 ‘정치적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영화를 ‘제3영화’라 부르고 있다. ‘제3영화’의 주축은 아르헨티나의 좌파 페론주의자들인 페르난도 솔라나스와 옥타비오 게티노. 이들은 69년 ‘제3영화를 위하여’ 선언을 통해 자신들의 영화를 이론적으로 규정했다. ‘선언’은 할리우드영화를 ‘제1영화’로 자리매김한다. 자본주의와 부르주아 이데올로기를 소비하게 만드는 영화가 ‘제1영화’다. ‘제2영화’는 개인적인 표현을 중시하고 작가가 중심이 되는 예술영화들. ‘제3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간다. 영화를 해방의 무기로 사용한다. 솔라나스와 게티노는 ‘선언’을 통해 “모든 관객을 영화 게릴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두 사람의 ‘선언’은 앞서 68년에 자신들이 제작했던 영화 <불타는 시간>의 이론적 응결이다. 세 부분으로 나뉜 4시간짜리 <불타는 시간>은 작정을 하고 영화 관객에게 토론을 청하고 또 실천을 요구하려는 듯하다. ‘신식민주의와 폭력’을 통해 착취당하는 아르헨티나의 모습을 비추고, ‘해방을 위한 실천’에서 페론주의의 실패를 분석한다. 이어 활동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폭력과 해방’을 통해 변혁의 전망에 대해 얘기한다. <불타는 시간>은 편집 측면에서도 할리우드의 관행을 버리고 에이젠슈테인식의 ‘지적 몽타주’로 되돌아갔다. 영화 속에서는 대량 학살과 현란한 춤판이, 그리고 청량음료 CF와 소 도살장면이 부딪치며 사회적인 인식의 깨임을 요구한다. 솔라나스와 게티노 외에 훌리오 가르시아 에스피노자도 69년 ‘미완의 영화를 위하여’란 논문을 통해 남미의 정치적 열망과 영화의 상관관계를 정리하는 데 힘을 쏟았다. 마약 남용으로 사라진 도로시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깜찍한 도로시로 등장했던 주디 갤런드가 올해(1969) 6월 약물남용으로 사망했다. 47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그녀는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신경쇠약과 자살기도, 숱한 소송과 빈센트 미넬리를 포함한 다섯명의 남편 등 굴곡 많은 생을 살았다. 1939년 <오즈의 마법사>를 시작으로 갤런드는 재능있는 여배우의 탄생을 예고했고, 1954년 그녀의 대표작 <스타탄생>(A Star is Born)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퇴락해가는 왕년의 인기배우 노먼 메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주목! 이 영화 <이지 라이더> -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결정판1967년에 개봉한 <졸업>(The Graduate)이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와 같은 ‘청춘영화’(youth pix)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1969)에는 청춘영화의 원형격인 <이지 라이더>(Easy Rider)가 만들어졌다. TV의 승승장구에 위축되어 있던 영화 제작자들이 아마도 청춘영화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다. 텔레비전에서 다룰 수 없는 과감한 주제, 그리고 현재 미국 영화관객의 절반가량 차지하고 있는 16살에서 24살 사이의 젊은 관객군이 이들의 승산에 장밋빛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올해 가장 성공한 영화 중 한편으로 기록될 <이지 라이더>는 많은 메이저 영화사들을 자극시켜 모방작 제작을 부추기고 있다. 50만달러도 안 되는 적은 예산으로 빅히트를 친 이 영화는, 모터사이클로 미국 횡단 여행을 하는 두 마약 거래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청춘영화는 양식적 실험을 과감히 시도하기도 했는데, 미국 횡단여행을 함께한 록 음악과 마약말고도 전에 없이 충격적인 스타일이 젊은 관객을 매혹시켰다. 그 예가 불규칙한 장면전환이다. 한 장면의 마지막 숏에 있는 몇개의 프레임들이 다음 장면의 첫 번째 숏에 있는 몇개의 프레임과 엇갈리는 식이다. 그리고 고다르가 개척했던 점프 컷도 수용했다. 미국을 횡단하는 히피 짝패 역엔 피터 폰다와 데니스 호퍼가 출연했는데, 피터 폰다는 이 영화의 프로듀서를 데니스 호퍼는 연출을 각각 맡았다. <내일을 향해 쏴라> - 라스트신서 영원히 멈춘 레드퍼드와 뉴먼 서부의 전설적인 무법자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두 사람을 다룬 영화는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제대로 된 연기 커플을 만난 적은 없었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폴 뉴먼. 69년 조지 로이 힐 감독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를 통해 두 사람은 과거 스크린에 등장했던 부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를 깨끗이 잊게 했다. 탈진 상태의 두 사람이 볼리비아 군인들을 향해 죽으러 뛰어나가면서 영화화면은 정지했다(freeze frame). 그리고 바로 그 순간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퍼드의 ‘양심적인 무법자’ 연기는 영화사에 영원히 남게 됐다. 과거 두 무법자를 다룬 영화들과의 차별화가 그냥 이뤄졌을 리 없다. 레드퍼드와 뉴먼, 두 주인공의 매력적인 연기도 연기지만, 조지 로이 힐은 그 두 사람을 카메라 앞에 그냥 세우는 법이 없었다. 그들 앞에 무언가 배치하고 중첩시킴으로써 끊임없이 그들에 대한 ‘논평’을 시도했다. 엷은 커튼을 슬쩍 삽입해 신비로움을 강조했고, 그물 모양의 창틀을 끼워넣어 그들의 자아분열을 암시하기도 했다. 스크린 위의 모든 동작을 중지시킨 마지막 장면의 ‘프리즈 프레임’ 역시 괜한 것일 리 없다. 사살당하기 직전, 모든 것을 정지시킴으로써 조지 로이 힐은 레드퍼드와 뉴먼, 서부의 두 무법자가 죽음에 대해 궁극적인 승리를 엮어내도록 주선했다. 영화인들이여 양심과 도덕을 찾아라! 68혁명에 저지당한 칸 68년 5월18일 프랑스 남부 칸, 필름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해변의 대극장. 스페인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가 막 상영되려는 찰나 일군의 시위대가 무대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외쳤다. “수많은 학생들이 파리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판에 페스티벌은 계속될 수 없다.”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 진보적 영화인들이 이끄는 시위대였다. 그들은 파리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사회변혁 요구를 먼 발치에서만 바라볼 수 없었다. 극장을 점거한 뒤 상영을 물리적으로 방해했고, 그해 칸필름페스티벌은 취소됐다. 칸 취소와 함께 68혁명의 불길은 영화계로 확산됐다. 영화 노동자들은 ‘영화 삼부회’를 조직했다. 기존의 제작-배급-상영 시스템을 뜯어고치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갈수록 상품화하고 있는 영화산업의 반동적인 구조를 차단하고 공격하겠다”며 파업을 시작했다. 파리의 국립영화학교 학생들도 뉴스 릴과 팸플릿을 만들어 뿌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본주에 동화된 영화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킹 암살 추모하는 오스카 칸영화제에 한달 앞섰던 68년 4월의 아카데미 시상식도 쉽지 않았다. 시상식이 열릴 즈음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이 암살됐다. 그 탓에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는 48시간 늦춰졌다. 매년 시상식 직후 열리던 대규모 무도회도 취소됐다. 킹 추모 분위기는 아카데미 수상작 선정에서도 나타났다. 이해의 중요한 아카데미 상들은 인종차별을 다룬 2편의 영화들에 돌아갔다. 노먼 주이슨 감독의 <밤의 열기 속에서>(In the Heat of the Night)와 스탠리 크레이머 감독의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다.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밤의 열기 속에서>는 한 지방 도시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함께 일하게 된 흑인과 백인 형사 얘기를 다뤘다. 시드니 포이티어의 맞수로 노란 선글라스를 낀 채 줄기차게 껌을 씹어댔던 로드 스타이거가 최우수 남우주연상까지 받았다.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결혼문제를 따뜻하게 다룬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캐서린 헵번에게 두 번째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이 영화에도 흑인 연기자인 시드니 포이티어가 의사로 나왔다. 로만 폴란스키, 맨해튼에 주술을 걸다 <악마의 씨>로 할리우드 성공적 데뷔 로만 폴란스키는 현대적 맨해튼 한복판에 중세식 마녀집회 이야기를 끌어왔다. 폴란드 출신인 폴란스키는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이라 레빈(Ira Levin)의 소설을 각색한 공포영화 <악마의 씨>( Rosemary’s Baby, 1968)를 택했다.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한 그는 여주인공인 로즈마리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해, 관객이 그녀의 임신이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를 점차적으로 깨달아가게 했다. 문제의 아기를 잉태하는 희생양 로즈마리 역으론 창백하고 깡마른, 그러나 뉴욕적인 세련됨이 풍기는 미아 패로가 열연했다. 공간적 배경은 맨해튼에 있는 고딕풍의 아파트 단지. 신혼인 로즈마리 부부가 이곳으로 이사를 온다. 이들은 나이 지긋한 이웃인 루스 고든과 시드니 블랙메르 부부와 친자식처럼 친해지나 고든 부부의 친절한 관심 이면엔 사악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악마주의자들로서, 로즈마리에게 자신들의 제사에 쓸 악마의 아기를 잉태하도록 주문을 건 것. 현명한 로즈마리는 자기에게 걸린 주문을 용케 알아내 빠져나오려 애를 쓰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를 둘러싼 모든 사람이 악마주의자라는 소름끼치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재잘거리며 항상 자기를 챙겨주던 고든 부인과 점잖아 보이는 블랙메르, 놀라운 것은 자신의 남편도 이들과 한통속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녀는 이들이 바라다보는 섬뜩한 분위기 속에서 아기를 낳게 된다. 오싹한 분위기의 뉴욕 다코타 아파트를 배경으로 촬영한 <악마의 씨>는 몽환적으로 흥얼대는 주제음인 자장가 소리와 묘한 대조를 이루며, 현대적인 뉴욕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중세의 마녀집회를 그럴듯하게 받아들이게 한다. 편집인 김재희

영화계도 ‘해적’ 비상

한국 영화계도 ‘인터넷 해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영상협회(회장 권혁조 콜럼비아 트라이스타 대표)가 온라인상 불법 복제된 영화를 적발한 결과, 지난 한해 10만560건의 ‘해적판’ 영화들이 P2P 사이트를 중심으로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서 떠돌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수치는 영상협회가 적발해낸 건수이므로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해적판의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영상협회는 이중 9만5408건에 대해 폐쇄 또는 삭제를 요청했으며, 9만3866건이 실제로 폐쇄되거나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의 불법 복제·유통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3년 가장 많은 불법 복제판이 유통됐던 작품은 <매트릭스2 리로디드>(사진)로 총 4651건이었으며, <엑스맨2>(3495건), <나쁜 녀석들2>(3096건), <터미네이터3>(3067건), <젠틀맨리그>(3036건)가 그뒤를 이었다. 이처럼 적발된 해적판 중 대다수가 외화인 것은 해외에서 촬영되거나 발매된 소스가 유통되는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2554건이 적발된 <클래식>이나 2206건이 적발된 <선생 김봉두>처럼 한국영화의 불법 복제·유통 또한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불법 복제물이 적발된 사이트는 2만5394건의 P2P 사이트 G사이트였다. 영상협회에 따르면, 극장 안에서 캠코더로 촬영된 기존의 ‘캠버전’ Divx 파일 외에도 사운드 부분만 따로 녹음한 ‘텔레싱크’ 파일 등 새로운 포맷의 복제물도 증가하고 있다. 영상협회는 이같은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를 전체 시장의 10~15%로 예측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불법 복제물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 12월29일부터 1월3일까지 6일 동안의 조사에서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의 영상파일은 100건 이상 적발됐으며 국내에서 캠버전으로 ‘제작’된 <실미도>의 불법 복제 파일도 유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불법 복제 파일이 증가한 것에는 지난해 개정된 저작권법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영상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불법 복제 콘텐츠가 유통되더라도 해당 사이트의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이들 불법 저작물을 삭제하는 탓에 갈수록 유통 규모가 확대된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영상협회는 2003년 7월 7개 사이트를 상대로 고소조치를 취했으나, 현재 합의를 본 상태이며, 대신 복제물을 유포시킨 개인을 상대로 재고소에 들어갈 방침이다. 영상협회의 불법 저작물 적발을 담당하는 IPS의 배원직 팀장은 “저작권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해야 하고, 경찰과 검찰에도 전문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