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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영화듣기’를 위한 안내서

미셸 시옹, <오디오-비전>(L’audio-vision)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간다고 말하지 ‘들으러’ 간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또한 보다가 놓친 이미지를 아쉬워할지언정 미처 듣지 못하고 무심결에 흘려넘긴 소리 때문에 안타까워하지는 않는다. 분명 영화는 시청각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매체인 것이 사실이지만 이처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여 기억하게 된다. 또는 무언가를 귀기울여 듣는다고는 해도 대개의 경우 말(parole)에 집중하게 마련이다. 1990년에 초판이 나온 <오디오-비전>은 <영화와 소리>에 이어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미셸 시옹의 주저 가운데 하나다.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이 책은 영화가 관객에게 제공하는 청각적-시각적 경험, 특히 시옹이 ‘시청각적 계약’이라고 부르는 바에 대한 현상학적 고찰을 제공하고 있다. 간혹 심리학적 용어들이 눈에 띄기는 하나, 엄격한 인지심리학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다기보다는 시옹의 다분히 직관적인 통찰의 결과물들을 명명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옹이 영화사운드의 분석을 위해 제안하고 있는 다수의 생경한 용어들- 음원이 화면상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지칭하는 ‘아쿠스마틱’(acousmatique) 사운드, 청각적 현상과 시각적 현상이 동시에 맞아떨어질 때 생겨나는 정신적 융합을 의미하는 ‘싱크레즈’(synchrese) 등- 과 분류법 등을 음미하면서 우리의 영화 듣/보기의 경험을 재고해보는 것은 꽤 흥미진진한 일이다. 한편 ‘소리와 영상 저 너머’라고 이름 붙여진 두 번째 장에서, 시옹은 지금까지의 유성영화가 그 이름에 걸맞은 사운드 활용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텔레비전이나 뮤직비디오와 같은 매체들- 통상 시네필들의 경멸의 대상이 되곤 하는 매체들- 이 시네마(cinema)와 근본적으로 다른 소리의 활용을 제시하고 있음을 입증하면서 조심스럽게 그것들의 가능성을 타진해보기도 한다. 어느 정도 교과서로 쓰일 목적으로 집필된 책이니만큼 시옹의 이전 저서인 <영화와 소리>나 특히 <자크 타티의 영화> 같은 작가론 등에서 빈번히 눈에 띄었던 문학적 표현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줄었고 논쟁적인 쟁점들 또한 드문 편이다. <오디오-비전>의 영역판을 낸 클라우디아 고브먼에 의해 “이론가의 외피를 두른 시인”이라고도 일컬어진 바 있는 시옹 특유의 문장을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옹의 이론적 작업의 전반을 개괄하고 영화사운드 이론의 현재를 파악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안내서다. 유운성/ 영화평론가

한국영화 세대교체와 르네상스의 신호탄, <칠수와 만수>

DVD에 들어 있는 감독과의 인터뷰를 보자. <칠수와 만수>는 검열을 통과하기 위해 1988년 올림픽 개막일의 분위기를 이용해야만 했단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당시 사회와 영화현장의 열악함을 기억하는 것은 <칠수와 만수> DVD를 감상하는 데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하겠다. 영화로서 <칠수와 만수>는 한국영화 세대교체와 르네상스의 신호탄을 쏘아올렸으며, 연출을 맡은 박광수의 전후에 위치한 유영길, 황규덕, 김동빈, 이현승, 안성기, 박중훈, 김수철의 이름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대만 소설이 원작인 연극으로 먼저 인기를 얻었던 <칠수와 만수>는 영화로 영역을 옮긴 뒤에도 사실성을 잃지 않았다. 비전향 장기수의 아들과 기지촌 출신의 두 청년이 마주한 현실사회를 가감없이 표현한 <칠수와 만수>엔 상업영화로선 드물게 힘과 진실이 담겨 있다. 16년 사이에 세상은 바뀌었지만 칠수가 타던 버스의 모양은 그대로인 지금이고 보면, 칠수와 만수가 2인승 자전거를 몰고 가던 모습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새로이 제작된 영화가 아니라면 리마스터는커녕 텔레시네의 과정을 거쳐 DVD로 제작되는 것만도 고마운 한국영화의 현실은 <칠수와 만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화질은 그런대로 감안한다고 쳐도 갈라지는 음성을 듣는 건 괴롭다. 짧은 감독론과 인터뷰를 포함한 20여분의 부가영상은 영화와 당시 상황을 이해하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

<올드보이> 궁금점 DVD에서 쏜다

<올드보이> DVD가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이것은 “영화가 잊혀졌을 무렵, DVD가 나오는 것이 좋다”라는 박찬욱 감독과 DVD 제작사인 스타맥스의 절충안이다. 4∼5월 중에 일반판 <올드보이> DVD를 출시하고, 10월경 UE(Ultimate Edition) <올드보이> DVD를 내놓는다는 계획이 최근 3월8일 공개되었다. <올드보이> DVD 텔레시네는 네거 상태가 불안해서 마스터 포지로 진행되었다. 2월25일 일본에서 텔레시네 작업이 완료되었고 현재 HD 테이프 마스터가 확보된 상태이다. DVD제작에 참여한 이상우 PD는 “DVD가 본래 SD급 화질임에도 불구하고 HD급 마스터를 사용하는 것은 엔코딩 과정에서 생기는 화질과 정보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수공으로 제작되는 아웃케이스, 다섯 파트로 나눠지는 코멘터리, 철저한 사전주문 제작 등이 10월에 출시될 <올드보이> UE의 특징이다. 코멘터리의 다섯 파트는 제작스탭들의 독립적인 코멘터리 셋, 비평가의 장면 분석에 의한 코멘터리 하나, “제일 걱정되는 본인” 박찬욱의 코멘터리로 이루어진다. 그외 서플먼트에 들어갈 내용은 <올드보이>의 메이킹을 다큐전문가가 재편집한 <다큐멘터리 올드보이>, <올드보이> O.S.T와 화보집이 추가된다. 사운드 지원은 일반판은 DTS이며 UE는 DD 5.1이다. 제작사인 스타맥스의 김환기 대리는 UE가 수작업 패키지라는 특성으로 인해 “100장을 제작하든, 1만장을 제작하든 추가이익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한정기간 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 1인 주문 상한선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극장판과 다른 삽입장면에 관해서는 펜트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대결에 앞서 “우진이 최면술사를 만나는 장면이 가장 긴 신이 될 것”으로 박찬욱 감독은 예상했다. 김수경 ozu@hani.co.kr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그 열풍의 핵심은 무엇인가 [3]

얄팍한 영혼이 거둔 상업적 성공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센세이셔널리즘 비판 데릭 엘리/ <버라이어티> 수석 영화평론가각 영화관객 세대는 자기가 받아 마땅할 역사 서사물을 받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멜 깁슨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어떻든 간에 신세기 영화에 어울리는 반영이다. 영상에 찌들고 MTV에 길들여진 세대를 위한 성서드라마로서 이 영화는 과잉 자체를 메시지로 받아들이며 영화와 텔레비전 폭력을 종교로 삼는 관객을 위한 영화이다. 또한- 우연에 의한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 몰라도- 이 영화는 <블레어윗치> 이후 미국에서 나온 가장 영리하게 마케팅된 영화이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것은- 3억달러를 거둬들일 전망인 듯한데- 요즘 다른 할리우드 제작물의 거의 절반이 갖는 무미건조한 보수성과 미국 이익단체들의 상업적 인식을 생성할 수 있는 힘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미국 평단의 의견은 대략 50 대 50으로 갈렸지만, 이 영화는 바로 그것이 불러일으킨 격한 감정들- (복음서 자체가 분명히 그리스도의 죽음을 유대인 탓으로 돌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대인 조직이 영화의 ‘반유대주의’를 한탄하는 것에서부터 영화평론가들이 드디어 무언가 정열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이 나타나 기뻐하는 것- 때문에 화젯거리가 됐다(이 기사 역시 다를 바 없다. 만일 이 영화를 메이저 할리우드 스타가 만들지 않았고, 북미 2800개 스크린에 개봉하지 않았고, 미국의 마케팅 연동장치의 국제적 위력 덕을 보지 않았다면, 독자 여러분도 <씨네21>에서 자막 입힌 그리스도영화에 관한 기사를 읽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할리우드의 영혼을 가진 자, 그 이름 멜 깁슨 우선적으로 말하자면, 멜 깁슨의 이 영화는 처음 발표된 바와 같이 작고, 비의(秘儀)의, 리얼리즘영화가 절대 아니다. 와이드스크린이며 의상과 촬영이 CGI(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표현)와 특수효과(사탄의 시험 표현)를 포함하여 멋지게 된 영화이다. 깁슨이 진정으로 개인적인 작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했다면 이런 외양을 갖추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사람을 할리우드에서 빼낼 수 있다 하더라도 할리우드의 영향을 사람에게서 빼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다.영화의 외견상 “리얼리즘” 역시 문제삼을 만하다. 영화는 (셈계의) 아람어와 라틴어로 대사를 쓴다 해서 드라마 면으로 득하는 것이 별로 없다. 단지 겉치레의 리얼리즘 한층- 그리고 독특한 홍보 관점을 보태주는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 라틴어로 찍힌 유일한 다른 영화는 1976년 영국에서 제작된 데릭 저먼의 저예산 동성애주의영화 <세바스찬>(Sebastiane)으로, 이 영화 대사는 부자연스럽고 설득력이 없었다. 이것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이탈리아인들이 대부분 라틴어 대사를 맡음으로써 좀더 유창해지긴 했지만, 일부 발음(뿐만 아니라 어휘까지도)이 고대 라틴어보다 오히려 오늘날 이탈리아어에 가까울 때가 많다. 리얼리즘을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 영화의 극심한 폭력성 때문에 무산된다. 로마 병정들이 예수를 오랫동안 피고문한 부분은 역사적으로 의문스러울 뿐만 아니라(왜냐하면 로마 군사는 전문 군인이었지 깔깔대는 사디스트는 아니었기 때문에), 믿기 어렵다. 영화 속에 나타난 학대 정도를 받았다면 거대한 목조 십자가를 끌고 가기는커녕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순수하게 드라마틱한 면에서만 평가해도 영화는 부족하다. 단지 그리스도 생의 마지막 12시간에만 초점을 맞춤으로써 멜 깁슨은 그리스도의 수난이 그리스도의 목회활동 전체, 이른바 “지상에서의 시간”의 절정으로서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무시한 것이다. 이 수난이 아무런 드라마틱한 긴장감의 고조없이 동떨어져 재현됐을 때, 그저 고집과 고난의 일람에 그치게 될 뿐이다. 시나리오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그리스도의 목회활동에 대한 짤막한 플래시백을 가미했는데, 이것들은 영화의 감정적 질감을 더해주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된다. 특히 대부분의 다른 인물들이 이름으로 소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감정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유일한 역할은 본디오 빌라도로서, (아이러니하게도) 유대계 불가리아인 배우 흐리스토 나우모브 쇼포브가 연기한 것이다. 그리스도 역할에 미국 배우 제임스 카비젤은 무미건조하다. 그리스도의 어머니 역과 막달라 마리아 역에 유대계 로마니아인 여배우 마이아 모르겐스턴과 이탈리아 여배우 모니카 벨루치는 그저 중세의 교회당 성화상처럼 카메라에 시선을 보낼 뿐이다. 너무도 빈약한 21세기 역사 서사물의 시금석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보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실제 개인적인 작은 영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리스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멜 깁슨에 관한 것이다. 영화의 핵심은 육체적 고난이다. 가톨릭 교회의 극단적이고 엄격한 순수주의 종파 교인인 것을 떠나서(가톨릭 교회 자체도 고난과 참회의 교리에 근본을 두고 설립됐지만), 깁슨은 그의 연기자 커리어 동안 마조히스트적인 면을 강하게 드러내는 인물 역을 곧잘 선택해왔다(<브레이브 하트> <리쎌 웨폰> <랜섬> <매드 맥스> 등).<벤허> <왕중왕> <엘 시드> <클레오파트라> <바라바> <로마제국의 쇠망> <성서> 등과 같은 50년대와 60년대의 위대한 역사 서사물들에 감탄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이 장르의 부흥이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영화들 중 최고의 것은 개종한 사람에게 설교를 하는 쓸데없는 참견을 하거나 충격성의 가치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 영화들은 다이얼로그, 아이디어, 훌륭한 연출법, 그리고 명백하고 전통적인 엔터테인먼트성을 이용했다. 1962년작 <왕중왕>은 당시 많은 평론가들의 비웃음을 받았지만, 그 이후 복음서를 드라마틱하게 재해석하고 심지어는 20세기 시오니즘에 대한 풍유까지 포함하여 정치적인 영화로 인정받게 됐다. 영적인 것과 리얼리즘을 혼합한 것이라면 프랑코 제피렐리의 1978년작 <나자렛 예수>가 영국 배우 로버트 파웰의 무서울 정도로 강렬한 연기를 포함한 그리스도의 삶의 가장 훌륭한 재현으로 남는다. 50년대와 60년대의 가장 훌륭한 역사 서사물들은 풍부한 프로덕션디자인과 대형 인물들로 관객에게 경외심을 심어줬다. 비교를 하면,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빈약한 영화제작이고 보잘것없는 인물들과 통탄할 정도로 진정한 영성이 부족한 영화이다. 이미 믿음이 있는 자들이라면 이 영화는 의심할 여지없이 강렬한 경험이 될 것이다. 교회 설교단에서 두 시간 동안 호통을 맞는 것에 상당하는 영화적 경험일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 스페인, 이탈리아, 필리핀, 라틴아메리카 등 지배적으로 가톨릭 국가인 데서는 흥행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비신자나 하루 저녁 엔터테인먼트를 찾는 사람에게 이 영화는 길고, 과도하게 폭력적이며, 반복적이고, 표면의 창의성이 재빨리 신선미를 잃는- 그렇다- 지겨운 영화이다. 이 모든 것의 가장 안타까운 점은 멜 깁슨의 영화가 오늘날 세대의 서사물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글래디에이터>는 잔혹성의 표준을 높였지만 동시에 강렬한 휴먼드라마로 남는 데 성공했다. 이제 모든 것은 볼프강 페터슨의 다가오는 <트로이>(Troy)와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Alexander)가 이 장르가 한때 누렸던 품위와 진정한 힘을 회복하는 데 걸려 있다. * 런던에 거주하는 데릭 엘리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업계지 <버라이어티>의 수석 영화평론가이다. 그는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대학에서 공부했고, 서적 <서사영화: 신화와 역사>(The Epic Film: Myth and History, 1984)를 저술했으며, 기독교인도 유대인도 이슬람교도도 아니다(!)

[새영화] <허니>

<바람의 전설>(4월9일 개봉), <더티 댄싱>2편(4월15일 개봉) 등 올 봄 극장가에 불 ‘춤바람’의 첫 스탭을 밟는 영화 <허니>가 26일 개봉한다. 거리와 뒷골목에서 아이들이 추는 힙합 춤을 스크린 안으로 옮겨온 <허니>는 매력있는 춤꾼의 꿈과 투쟁이라는 면에서 80년대 춤영화의 최고 인기작이었던 <플래시 댄스>와 같은 모태를 가지고 있다. 뉴욕 브롱크스의 청소년 센터에서 댄스 강사를 하는 다니엘즈(제시카 알바)의 꿈은 전문 안무가가 되는 것이다. 연줄도 돈도 없어 번번이 오디션에 낙방을 하던 어느 날 댄스바에서 발휘한 실력이 유명한 뮤직비디오 감독에 눈에 띄면서 다니엘즈는 쇼비즈니스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러나 현실의 역학논리 앞에서 그가 꿈꾸던 춤의 세계는 치졸한 욕망과 권력의 투기장으로 변질된다. <허니>는 ‘춤의 달인’이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플래시 댄스>와 통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건전’하다. 그 건전함은 영화의 관객층을 더 넓힐 수는 있겠지만 춤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매력은 반감시킨다. 다니엘즈의 꿈은 프로 안무가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춤을 추면서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마약과 범죄의 음지에서 끌어내 양지의 무대 위로 올려놓으려고 한다. 이런 그의 꿈은 뮤직비디오 감독의 음험한 욕망으로 좌절된다. 이제는 지극히 상업적인 대중문화의 코드가 됐기는 했지만 무기력한 현실에 대해 내뱉는 독설같은 거리의 힙합문화를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학예회’같은 무대로 끌어놓는다는 발상이 지나치게 계도적으로 느껴진다. 그 탓인지 춤 자체가 관객을 빨아들이는 흥분도 그리 강력하지 않다. 다만 이 영화로 주인공 데뷔를 한 제시카 알바의 상큼한 매력은 영화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다크 엔젤>에 출연했던 제시카 알바는 할리우드의 최고 유망주 가운데 한 명이다. 역시 이 영화로 장편영화 감독 데뷔를 하게 된 빌리 우드러프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백스트리트 보이즈 등 미국 최고 스타들과 작업했던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다.

[새영화] <어린 신부>

로맨틱 코미디라는 산 정상에 ‘결혼’이라는 고지가 있지만, 고지를 점령했다고 해서 반드시 두 남녀 간의 로맨스가 끝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개봉작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가 보여주었듯이 말이다. 결혼이 곧 인격적 성숙의 척도라고 말했다가는 구시대의 유물을 보는 듯한 눈초리를 받을 법한 요즘, 영화도 결혼이라는 분기점에서 가족드라마로 넘어가기보다는 로맨틱 코미디의 2차전, 또는 속편을 따라가고 싶어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김래원, 문근영 주연의 <어린 신부> 역시 결혼 뒤에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그린 영화다. 결혼한 남녀의 아웅다웅 싸움과 달콤한 화해를 그리지만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나 텔레비전 드라마 <천생연분>보다 극단적인 설정이다. 열여섯 여고생과 스물넷 대학생이 결혼을 했으니 한세기 전이 아니고서야 정상으로 보일 리 만무다. 그러나 이게 말이 되나라고 흥분하거나 두 사람이 결혼한 이유의 빈약함을 꼬투리잡는 건 ‘이유없는 반항’처럼 보인다. 영화의 관심사는 오로지 상종가를 치고 있는 두 청춘배우의 모습을 좀 더 예쁘고 사랑스럽게 보여주는 데만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별다른 줄거리나 굴곡 없는 이야기를 이끌어 가며 특별한 캐릭터도 없는 인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남녀 주인공 김래원과 문근영의 힘이다. 특히 뽀얀 얼굴과 맑은 눈망울의 문근영은 영화 속 가장 사랑스러운 신부 베스트에 꼽힐 만큼 깜찍하다. 할아버지의 ‘협박’으로 얼떨결에 결혼한 둘에게 결혼생활은 그야말로 소꿉장난이다. 음식을 한답시고 주방에서 야채를 서로에게 던지며 놀거나, 친구들과 우루루 노래방에 가서 신나게 놀아제끼며, 할인마트에 가서는 장바구니용 카트를 놀이기구처럼 타고 논다. 여기에 남편 상민이 교생실습 간 보은이네 학교 노처녀 여교사의 육탄공세와 아내 보은의 학교 야구선수 ‘오빠’를 향한 당돌한 첫사랑이 끼어들어 웃음의 조미료를 첨가한다. 두 사람의 갈등조차 부드러운 솜사탕 같이만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여고생의 결혼이라는 ‘센’ 설정이 ‘약한’ 이야기를 온전히 만회하지는 않는다. 결혼을 하고 나면 여자는 모두 억척스럽게 남편을 챙기는 아줌마로 변한다는 진부한 발상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도 영화의 매력을 깎아먹는다. <편지> <산책>의 조감독을 했던 김호준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4월2일 개봉.

대한민국 1%

나는 ‘대한민국 1%’다. 물론 고급승용차를 타는 1%가 아니다. 92년 1.0%, 97년 1.2%, 2002년 3.9%. 내가 찍은 대통령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이다. 투표 경력 10년이 넘었지만, 내가 찍은 후보가 당선은커녕 당선권에도 들어가본 적이 없다. 좋게 말해서 정치적 소수자고, 나쁘게 말해서 철없는 똘아이다. 축제가 한창이다. 뉴스에도 중계된다. 축제의 슬로건은 ‘Again 1987’, 노래는 ‘아 옛날이여’, 준비물은 촛불이다. 긴 밤 지새우며 이들이 할 일은 “6월 항쟁의 쓰다만 뒤 페이지를 다시 쓰는 일”이다.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촛불을 들어야 마땅한 분위기다. 잠시 그의 과오는 잊고, 적들의 침탈에 맞서야 한다. 상식있는 자는 광분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 1%는 그 상식에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는다. 1%는 공화국의 헌정질서에 흔쾌히 동의할 수 없다. 그저 대한민국에 대한 ‘안 좋은’ 기억만 많다. 초라한 1%는 졸지에 상식없는 놈까지 된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또다시 두개의 계급만이 존재한다. 탄핵 찬성이냐, 반대냐. 이쪽이냐, 저쪽이냐. “음… 이쪽에 반대하지만, 저쪽도 잘못한 점이…”라고 설명하려는 순간 양비론이라는 비아냥이 돌아온다. 회색지대는 없다는 충고가 들려온다. 대한민국 1%의 말문은 막힌다. 아나키스트 봉기는 왜 안 하냐는 농담을 하며 배시시 웃어야 한다. 뜬금없는 ‘막말’을 해서 망가뜨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때때로 세상이 두쪽으로 갈라져 싸우는 시절이 오면, 1%는 ‘비국민’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한다. 어느 방송사도, 어떤 신문도 그들의 목소리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전투가 부럽고, 왕따라는 사실이 뼈저리다. 요즘엔 온통 탄핵 반대의 목소리에 포위된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온갖 상념이 스친다. 저 무수한 선후배, 친구들처럼 왜 ‘상식’을 가진 시민이 되지 못하는가? 자유주의 정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혹시 사촌이 땅사니까 배아프냐?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알 수 없는 분노가 들끓고, 약간의 우울증마저 도진다. ‘옳은’ 쪽으로 가 있는 사회에 태어난 팔자 탓이다. 텔레비전마저 지루해진다. 솔직히 13시간 탄핵 관련 방송이 지겹고, 비슷비슷한 인물이 왈가왈부 시시비비하는 모양새도 짜증난다. 탄핵 직후, “현 정권의 수도 이전 공약에 기대를 걸었던 충청권 시민들은 탄핵안 통과에 실망하고…”라는 지역주의 리포트를 할 때는 그저 경악할 뿐이다. 차라리 앵무새 같은 뉴스보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가 궁금하다. 그렇다, 다시 양비론이다. “군사정권 때도 없었던 여론 조작”이라는 ‘한민당’의 억지생떼는 일고의 가치조차 없지만, “우리는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공영방송의 변론도 솔직하지는 않다. 한국의 리버럴은 ‘공공선’을 참 좋아한다. 어떤 연예인은 입당 하루 전까지 손사래를 치고, 누가 봐도 정파 모임인데 시민단체라고 우긴다. 이런 ‘위선’을 깨는 일도 정치개혁의 일부다. 정치란 무릇 나쁜 것이라는 ‘구시대’적인 사고를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당파적이라는 게 뭐가 부끄러운가. 사실 대한민국 뉴스는 아주 정치적이다. 그것은 무엇을 보여주느냐만큼 무엇을 보여주지 않느냐로 드러난다. 브라운관 너머로 공영방송이, 상업방송이 어떻게 진보정당을 왕따시켜왔는지 돌아보자. 여론조사 발표에서 제외하고, 토론 프로그램에서 배제하고. 물론 고의가 아니라고 한다. 고의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고의가 아니라서 더 무섭다. 진보는 안중에도 없는 그들의 무의식이 더 무섭다. 오늘도 광화문 축제는 계속된다. 친구는 오늘도 전화를 걸어 축제에 초대할지 모른다. 그러나 부안과 이라크를, 김주익과 박일수를, 다라카와 비쿠를 기억하는 한, 그를 위해 촛불을 들 수는 없다. 짱나는 세상, ‘발리’가 그립다. 재민씨∼, 수정아! “사랑해요”. 그 마지막 한마디가 사무친다. 발리러버 만세! 만세! 만세! 추신. 그날 국회 의사봉은 절대반지 같았다. 사악한 무리들이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순간, 나 또한 경악했고, 절망했다. 세상은 파멸로 치닫고, 악의 제국이 태어나는 줄 알았다.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그 절대반지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들의 애국가도 내 마음을 치지는 못했다. 그저 절대반지는 위험하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원정대가 필요하다.신윤동욱/ <한겨레> 기자

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3]

3. 양동근, 나는 언제나 나인 거지 뭐 연예인이란 게 그리 좋지만은 않아 내가 공인이란 것이 그리 자랑거린 아냐(알어) 여기서든 저기서든 개인일 수 없는 것이 권리보단 의무를 나보다 먼저 팬들을 내 웃음을 선사하고 나의 몸을 부식부식 -양동근 2집 <착하게 살어> 중에서- -친구들은 많은가. =다 음악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쪽보다는 음악쪽 사람들. 같이 음반작업 스튜디오에서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힙합의 브러더 후드(brotherhood) 같은 정신. =음. 그건 무슨 특별한 정신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밤새고 작업하고 녹음하다 같이 밥먹고 하다보면 친해지게 되어 있는 거지 뭐. 밖에서 영화찍거나 드라마할 때는 카메라 앞뒤에서 긴장하고 하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런데 음악작업은 그런 게 아니거든. 항상 같이 지내잖아. 같이 일하고 쉴 때는 같이 놀고 그러니까 영화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한테는 편한 사람들이 되는 거지. -남자팬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우리우리 동근이 형님’하는 남자애들. (웃음) =남녀노소(웃음) 가리지 않고 많다. 아줌마들 팬이… 아우… 특히 많다. 일본에서도 아줌마들이 찾아오고. (웃음) 일본 아줌마들 대단하다 정말. -이전의 인터뷰들에서는 ‘나는 솔직히 팬들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골똘히 생각) 근데 팬이라고 하면 말이지. 어느 특정한 팬클럽에 있는 그 사람들말고 날 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다 팬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가 없다는 거다.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만들며) 요만∼큼 있는 사람들이 다가 아니잖나. 어디서든 구석에서든 어디서든 나를 보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어느 특정한 팬들만 어쩌고저쩌고 좋다하기는 좀 그런 거 같다. 내가 받아들이는 팬은 나를 알고 TV나 영화로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니까. -어느 특정한 팬들에게 등급을 주고 싶지는 않다. =주자면 등급을 줄 수는 있지. (웃음) 그런데 그게 좀 웃기잖아. (웃음) -보통 젊은 배우들 인터뷰 보면 항상 그러잖나, 어떠어떠한 배우가 나의 목표다. 양동근은 그런 롤모델 없을까. =(주저없이) 양.동.근.이 되야지. 언제나. 배우라는 사람들이 원래 항상 이런 얘길 많이 하지. 누구는 연기를 이렇게 하고 누구는 이런 식으로 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나인 거다. 4. 장사가 끼니까 골 아파지는 거지 뭐 말로 표현 안 돼 말도 안 돼 내가 평범한 놈이었음 말도 안 해 심장을 빨래 짜듯 쥐어짜고파 또 콧구녕도 목구녕도 막아다가 물에 던지고파 -양동근 2집 <청춘> 중에서- -연기와 음악이 인간 양동근을 살아있게 만들어주는 것들이 분명한데. 솔직히. 아주 솔직히. 둘 중 뭐가 더 재미있나. =연기는 즐겁게… 즐거… 즐거… 운 면이 근데 좀… 좀… 힘들지. 아직까지 연기는. 그러니까. 왜냐하면. 먹고사는 수단이 이거,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언제나 힘들게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즐겁기 힘들지. 즐거운 거는, 음악할 때다. 그런데 음악도 장사가… 휴우… 이거 뭐 돈하고 장사가 끼니까 그냥 막 골 아파져서. -돈은 둘째로 치고, 대체 1집과 2집의 사이. 그 기간 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 어떻게 그렇게 음악이 푸욱 숙성된 건가. =모르겠다. 1집 때는 앨범 하라니까 그냥 무작정 갖다 들이받은 거였다. 1.5집은 그 과도기였고. 2집 때는 아무래도 앨범을 두개를 해봤으니까 느낌을 좀 찾은 거 같다. 그러니까 모니터를 한 거지. 일단은 뭔가를 집어내지 않나. 이 사람은 이 영화 저 영화 찍었을 때 연기 못했는데 다른 영화에서는 연기가 좀 나아졌다. 뭐 그런 거랑 비슷한 거지. -가사의 영감은 어디서 가져오나. =강원도 왔다갔다 하다가도 쓰고. 혼자 밖에 있다가 갑자기 ‘어!’ 하고 생각나면 그대로 쓰고. 음악 들으면서도. 왜냐하면 전체 음반 분위기에 맞아야 하니까. 음악은 어둡게 가는데 혼자 신나서 가사는 ‘너무 좋아 너무 좋아’ 그럴 순 없으니까. 거의 음악 틀어놓고 그 음악에 그 기분에 휩싸이면서 자연스럽게. -어떤 음악 제일 자주 듣나. =양동근의 앨범들. 제일 자주 듣는다. (웃음) 정말이다. -양동근의 랩에 대해서 그것을 듣는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은가. =그런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 그건 나오는 그대로 하는 거지, 누가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쓰는 일은 없다. -배우로서 양동근이랑 래퍼로서의 양동근. 솔직히 어디에 더 애정이 가나. =애정?… 근데. 그게 래퍼다 배우다 하고 그냥 밖에서 나눠진 거지, 그게 다 양동근인데 어디에다 더 애정을 두고 그럴 순 없지. -하지만 힙합 가수로서의 양동근에 더 개인적인 애정이 실린 것은 아닌가. =(의아하다는 듯이) 애정? (목소리 살짝 높아지며) 그러니까 겉과 속이 공존해 있는 거다 지금의 양동근은. 화면에서 보여지는 그 모습이 겉모습이면 나는 나의 속사정도 랩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거다. 어떤, 일찍 포장이 돼서, 상품이 돼서 텔레비전에 ‘짜잔’ 하고 나오는 겉모습뿐만 아니고 그 화면에 보였던 사람말고도 양동근은 있는 거니까. 인터뷰 같은 데서 사람들이 이랬다저랬다 떠들어대는 그 양동근은 양동근이 아니다. 진짜 양동근은 이렇다라는 것을 나는 음악으로 보여주는 거다. (잠시 침묵) 연예인이라면 연예인으로서의 자신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나는 진짜 양동근으로서의 나 자신도 얘길 같이 한다. 그런 것 같다. 그런 게 정말로 가치있는 것 같다.

충무로 청춘 스케치 [1] - 마케팅 권미경

더 물을 필요도 없는 당연한 진리.‘모든 일에는 시작이 있다.’ 그러나 <씨네21>은 갑자기 그 시작점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일면이 궁금해졌다. 여기에 어떤 거창한 예측과 기대가 숨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앞으로 한국영화의 현장을 이끌어갈 그들의 살냄새나는 생활의 발견을 놓고 대화하고 싶어졌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동력으로 현재를 살아가는가? 그래서 마련한 질문은 다소 짓궂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다. 우리는 그들을 ‘초보 영화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이 자리에 초청된 ‘초보 영화인’은 연출, 촬영, 녹음, 미술, 배우, 마케팅, 제작, 영사, 좀더 넓혀 영화과 신입생, 고등학생 감독에 이르기까지 모두 10명이다. 한국영화의 재목들과 나눈 솔직한 10문10답의 대화를 여기 싣는다. 권미경(23)씨는 한달 반 정도 인턴사원을 거친 뒤, 지난주부터 영화사 씨네와이즈필름의 정식 사원이 됐다. 우연한 기회에 한 잡지에 난 공모를 보고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 하지만 이미 ‘영화홍보관리사’라는 선배들도 잘 모르는(?)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오히려 놀림도 받는다고 토로한다. 대학에서는 록음악 동아리 보컬도 했었다는(물론 그 실력은 의심받고 있다) 씩씩한 그녀의 요즘 슬로건은 “앞만 보고 달릴 거예요 파이팅!”이다. 회사에서는 그 말 한마디로 예쁨을 독차지하는 눈치다. 실수담도 많지만, “저희 이번에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반 헬싱> 하는 거 아시죠?”라며 잊지 않고 묻는 걸 보면 앞만 보고 달리는 건 확실한 듯싶다. -01 어쩌다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됐나. =한 잡지사에서 인턴사원해 볼 수 있는 공모지면을 보고 응모했다. 그중 영화사는 두 군데가 있었는데, 여기는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같이 하는 곳이어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았다. -02 일을 시작하고 예상했던 것과 너무 달랐던 점은. =한 영화사에서 한 작품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과정이 길다는 것을 알았다. 또,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홍보만 말하는 게 아닌 것도 알았다. -03 일하면서 욕먹었던 일이나 칭찬받았던 일은. =크게 혼난 적은 없지만 소소한 실수를 좀 많이 한다. 언젠가 <씨네21> 기사를 보던 중에 전화받은 적이 있는데, 평소에 하도 힘없이 말한다고 해서 얼떨결에 수화기에 대고 “예 <씨네21>입니다” 하고 크게 대답한 적 있다. 또, 잘 못 알아듣는 경우도 많다. 회의 때였는데 실장님이 감기가 걸리셨는지 코를 만지면서 무슨 계획인지 ‘휴지화’됐다고 했다. 그 말을 못 알아듣고 ‘휴지’를 건네준 적도 있다. 컴맹이라 사무적인 서류 만들 때 애먹은 적도 많다. 신문기사 관리 안 해서 혼난 적도 있고. 하지만, 작품 분석하는 과정에서는 인정까지는 아니지만, 점수 많이 딴다. -04 친구들이 내가 하는 일을 부러워할 때. =친구들은 영화사하고 매니지먼트 회사하고 좀 헷갈려 한다. 친구들에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가서 김태우 봤다. 사진도 찍었다”고 자랑하면, “야, 네가 짱이다, 연예인하고 사진찍은 애 너밖에 없다”면서 다들 부러워한다. 그러고나서 “다음에는 꼭 권상우하고 사진찍고, 사인도 받아달라”고 한다. -05 친구들이나 가족이 쯔쯔 혀를 찰 때. =보다시피 내가 외모가 좀 얌전하게 생기지 않았나? (웃음) 가족들은 얌전한 애가 그런 거 잘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지금 큰언니하고 같이 사는데 늦게 들어가면 형부가 더 걱정한다. 술먹고 늦게 들어가면 쟤 술먹고 또 아무 데서나 헤롱거리는 것 아닌가 걱정한다. -06 그때 엎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적은 있다. 기자, 방송사, 평론가까지 목록 정리할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하도 많이 바뀌는 거라 일일이 찾아서 목록에 올려야 되는 일이었다. 컴퓨터도 서툰데 그걸 하려니 완전 중노동이었다. 그때 속으로 이건 자기들 일 아닌가 하고 생각한 적 있다. 하지만 지금은 동생처럼 너무너무 잘해주신다! -07 힘들 때 위로하는 방법은. =요즘 생긴 나만의 비법이 있다. 얼마 전 회사에서 워크숍 갔다 왔는데 거기서 번지점프를 했었다. 대표님이 여자 중에 뛰어내리는 사람 5만원 준다고 해서 ‘5만원’ 하고 소리치면서 뛰어내려 돈벌었다. 뛰기 전에 발등을 조금 내놓아야 하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정신이 좀 든다. -08 혹시 벌써 직업병이. =텔레비전에서 하는 영화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했는데, 예전하고 달리 요즘은 저거하고 저거하고 비교하면 상대 영화가 별로 안 돋보일 텐데, 하는 생각도 한다. -09 로또에 당첨돼도 계속 이 일을 할 생각인가. =내가 차리고, 부리고 싶다. 나는 보고 감상하는 수준에서의 대표만 하고 싶다. 즐기고 싶다. -10 당신이 지금 갖고 있는 이상은. =일을 빨리 배워서 제대로 해보고 싶은 것이 당장의 꿈이고, 멀게는 내가 쓴 시나리오로 영화가 만들어져서 극장에서 눈물 흘리면서 그걸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홍상수 감독의 신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제작 미라신코리아, 투자 및 공동제작 유니코리아)가 다음달 12일 프랑스에서 개막하는 제57회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이 영화의 한 관계자는 18일 영화제 집행위원회로부터 공식경쟁부문 진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홍 감독의 칸느 진출은 한국 영화 사상 세번째의 쾌거. 홍 감독은 그동안 <강원도의 힘>과 <오!수정>이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돼 칸을 방문한 바 있지만 세계 3대 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칸 영화제에는 임권택 감독이 2000년과 2002년 각각 <춘향뎐>과 <취화선>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했으며 이 중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홍상수 감독의 경쟁부문 진출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 최근 전작 네 편이 잇따라 프랑스에서 개봉되며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환호를 받았으며 리베라시옹, 텔레라마 등 현지 유력지들도 인터뷰 기사를 실으며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유부남 대학강사 문호와 미국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귀국한 헌준이 옛 연인 선화를 만나러 가는 이틀간의 일을 그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홍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등이 출연한다. 한편 영화제의 초청작 공식 발표를 이틀 앞둔 18일까지 다른 한국 영화의 초청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미국의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14일자 인터넷판에서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을 왕가위 감독의 ,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Fahrenheit 9/11)와 함께 아직 예심위원단이 보지 않았지만 경쟁부문 진출이 유력한 작품이라고 분류했다.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우리의 음악>(Our Music)과 함께 비경쟁 특별상영 부문에 초대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이 감독주간(Director's Fortnight)에서 상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영화제 경쟁부문에는 개막작인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나쁜 교육>(Bad Education)과 코언 형제의 <레이디 킬러스>(The Ladykillers),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라이프 이스 어 미라클>(Life is a Miracle)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는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엘러펀트>가 황금종려상과 감독상을 차지했으며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은 <킬빌>의 쿠엔틴 타린티노 감독이 맡는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