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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능의 시대 밤의 여왕 <애마부인> 20년, 그 환각과 도피의 초상

지금부터 20년 전, 첫 번째 애마가 말을 달렸다. 안소영은 말한다. “내가 굴욕감을 무릅쓰고 잠자리를 요구할 때마다 당신은 냉정하게 거절했어요. 저도 사람이에요. 당신과 똑같이 하겠어요.” 가부장적 도덕률로부터 관능을 해방시킨 선언은 그렇게 시작된다. 젖은 입술, 게슴츠레 풀린 눈동자, 살포시 드러난 속살에 남자들은 넋을 잃었다. 그녀의 복수는 부드럽고 짜릿하고 황홀했다. 아랫도리가 뜨거워지는 바람에 불그레 얼굴이 달아오른 사내들은 고개를 숙인 채 극장문을 나섰다. 부끄러워 극장 간판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던 여자들도 애마가 유혹하는 시선을 느꼈다. 그녀들도 극장의 어둠 속에서 안소영의 몸을 빌려 성애의 숲을 가로질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해방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애마의 가슴에 매달려 걸음마를 배웠다 82년 2월6일 서울극장에서 개봉한 <애마부인>은 6월11일까지 4달간 장기상영하며 31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들였다. 개봉관 상영이 끝나면 재개봉관에 걸리던 당시 극장의 상황이나 인구비율을 염두에 둔다면 오늘날 서울관객 100만명에 맞먹는 결과였다. <애마부인>은 그해 한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됐다. 82년 외화로는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가 흥행 1위였고 <애마부인>은 <샤키머신> <보디히트> <레이더스> <헬나이트>에 이어 전체 순위 6위에 꼽혔다.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개인교수>가 <애마부인> 바로 다음인 7번째 흥행작으로 집계된 해였다. 지금의 10대, 20대 관객에겐 <젖소부인 바람났네>만한 울림도 전해주지 못할 영화지만 <애마부인>은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애마부인>을 기점으로 에로영화는 폭발했다. 70년대를 풍미했던 <꽃순이를 아시나요>나 <나는 77번 아가씨> 같은 이른바 호스티스영화가 남녀의 육체가 포개질 때 ‘컷’을 외쳤던 반면 <애마부인>은 억눌려 있던 포르노적 욕망을 집중적으로 분출시켰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성애를 갈구하는 노골적인 환상이 그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80년대의 아이들은 애마의 풍만한 가슴에 매달려 걸음마를 배웠다. <애마부인>이 나온 82년은 80년 광주에서 피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이 이른바 3S정책을 꽃피운 시기였다. 스크린, 스포츠, 섹스라는 3S의 요소 가운데 섹스와 스크린이 결합한 프로젝트로 <애마부인>의 흥행성공이 있었고 88년 서울올림픽 유치, 프로야구 출범이 스포츠에 대한 열광을 부추겼다. 물론 <애마부인>의 흥행을 3S정책의 결과물로 단순해석할 수는 없지만 성적 묘사에 관한 검열이 조금 느슨해진 것은 사실이다. <애마부인>은 이런 시기를 잘 탔다. 비록 검열과정에서 ‘말을 사랑하는 여인’인 ‘愛馬婦人’이 ‘대마초를 사랑하는 여인’인 ‘愛麻婦人’으로 둔갑했지만 당시 기준에서 에로틱한 표현 수준이 상당했던 이 영화는 ‘노컷’으로 극장에 걸렸다. 37년간 존재했던 야간통행금지도 82년 1월6일부터 없어졌다. 전두환 정권은 유흥업소의 심야영업을 풀어준 다음 중·고등학생 머리와 교복을 자유화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1월 첫호에 폴란드 자유노조의 지도자 레흐 바웬사의 얼굴을 내세우며 계엄령으로 치달은 폴란드의 정치상황을 다뤘고 빌보드 차트에선 J. 게일스 밴드의 <센터폴드>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코미디언 이주일이 <얼굴이 아니고 마음입니다>라는 노래가 들어 있는 음반을 준비중이었고 가수 이은하는 <날마다 허물벗는 꽃뱀>이라는 영화에 출연, 배우 변신을 선언했다. 기억을 돕고자 하나 더 짚고 넘어간다면 이무렵 소니에서 출시한 베타 비디오가 널리 퍼졌다. 비디오 보급의 선봉장이 된 영화는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엠마누엘>을 비롯한 각종 포르노였다. 당시의 연예주간지인 <주간중앙> 1월17일치는 통행금지가 해제된 직후 서울의 풍속도 가운데 하나로 강남에 새로 생긴 숙박업소를 예로 들었다. “영동의 신흥 숙박업소들이 활황이다. 이들은 컬러TV에 침대는 물론 도색필름을 구경할 수 있는 VTR 시설까지 완비, 시간제를 구가하고 있다.” 얼어붙은 정치상황 숙 달콤한 해빙 정치적인 폭압 아래 숨죽이던 사람들, 이상향을 향한 꿈과 열정이 좌절된 인간들에게 성애의 유혹은 은밀하지만 강력하게 작용한다.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이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가 보여주는 바이다. 이들 영화가 시대에 대한 반성과 도발이었다면 <애마부인>은 시대가 원했던 음탕함에 몸을 섞었다. 정인엽 감독은 <엠마누엘>의 영향을 부정했지만 대중은 <애마부인>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엠마누엘>을 연상했다. 결혼한 여인의 방황을 다룬 이야기는 <보바리 부인>이나 <채털리 부인의 사랑> 같은 고전에서부터 깊이 뿌리박혀 있었지만 당시 사람들이 ‘<엠마누엘>=<애마부인>, 실비아 크리스텔=안소영’이라는 도식을 머리 속에 넣고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당시 <애마부인> 신문광고 중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이제 이런 비디오가 필요없다. X.” 이 광고에는 X에 괄호를 열어 ‘X는 완전성인영화의 세계공통 심벌입니다’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놓았다. 그때 서울극장 기획실장이었던 이황림 감독은 개봉 당시를 이렇게 술회한다. “개봉 첫날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극장 유리창이 깨졌다. 인천, 수원 등에서 올라온 관객도 많았는데 표가 없어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되자 어떻게 해서든 들여보내 달라고 난리가 났다. 소문을 들은 일본 에서 정인엽 감독과 배우 안소영 인터뷰를 했을 정도였다.” <애마부인>은 첫 심야상영 영화이기도 하다. 통금해제의 효과를 보고자 자정에 한회를 더 튼다는 극장쪽 계획은 제대로 먹혀들어갔다. 처음 맛보는 심야의 자유를 만끽하고자 극장을 찾은 부부, 연인, 친구들은 <애마부인>을 보고 나와 종로3가를 메운 포장마차에서 밤을 새웠다. 정치상황은 살을 에는 겨울바람을 실감케 했지만 스크린이 선사한 몇 시간 동안의 달콤한 해빙마저 얼어붙게 만들지는 못했다. <애마부인>은 그 시기 개봉했던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밤마다 천국> <유부녀> 등 에로티시즘을 내세운 다른 한국영화들을 압도적으로 누르며 속편 제작이라는 운명에 포섭된다. 1대 애마 안소영에 이어 역시 풍만한 가슴을 내세운 오수비가 2편의 주인공이 됐고 3편 염해리(김부선), 4편 주리혜, 5편 소비아, 6편 주리혜+소비아, 7편 강승미, 8편 류미나, 9편 진주희, 10편 오노아, 11편 이가연 등이 말에 올랐다. 대개의 시리즈물이 그렇듯 화려한 성공신화는 2편까지로 끝났다. 3편부터 내리막길에 들어선 징조가 확연했고 뒤로 갈수록 값싼 영화의 흔적을 숨길 수 없었다. 애초에 속편 제작이 탐탁지 않았던 정인엽 감독은 3편까지 연출하고 손을 뗐다. 제작사인 연방영화사가 그뒤로 계속 시리즈를 만들자 원작자 조수비씨와 더불어 영화사를 상대로 <애마부인>이라는 제목에 대한 권리를 다투는 소송까지 냈다. 영화사가 자체적으로 시리즈를 계속하자 정인엽 감독은 88년 유혜리를 캐스팅해 <파리애마>를 연출하고 90년 이화란이 주연한 <짚시애마>를 제작했다. 관객의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애마의 이미지가 안소영, 오수비, 염해리, 유혜리, 이화란인 것은 분명 정인엽이라는 연출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는 당대 영화인 가운데 보기드물게 관능적인 여인을 만드는 솜씨가 있었다.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에서 브리지트 바르도를, <바바렐라>에서 제인 폰다를 섹스 스타로 만든 로저 바딤처럼 정인엽은 평론가들이 박수칠 수 없는 영화에서 한 가지를 확실히 해냈다. 대다수 남성들이 성적 환상 속에서 만나고 싶어하는 여자를 ‘창조’한 것이다. 애마부인, 사라져간 어떤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로 남다 오늘날 <애마부인> 시리즈는 싸구려 비디오 에로영화의 원조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적어도 시리즈의 출발점인 1편은 한국의 멜로드라마 연구자들에게 재평가받을 만한 작품이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대를 애마의 세 남자로 설정하고 단독주택, 아파트, 초원이라는 서로 다른 공간을 여인의 심리와 결합시킨 이야기 구조가 제법 탄탄하고 당시 사회적 공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진지함도 느껴진다. 가정으로 돌아가는 애마의 마지막 장면 역시 보수적인 결론이라기보다 냉소적인 결론이라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물론 어설픈 후시녹음, 엉뚱한 대사 때문에 이따끔 폭소를 터트릴 준비는 해야 한다). 일본의 로망포르노처럼 전복적 에너지를 뿜어낼 수도 있었던 <애마부인>은, 그러나 쉽게 몰락의 길로 들어섰다. 당시 사회나 영화계가 주목한 것은 은폐된 포르노의 가능성뿐이었고 태생 자체가 주류 영화계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한 <애마부인>은 순순히 그런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야기는 차츰 진부해지고 성욕을 배출하는 하수구는 점점 더러워졌다. 무엇보다 80년대에는 이런 유의 영화들이 너무 많이, 천편일률적으로 제작됐고 추레한 삼류극장에선 헉헉거리는 신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장선우 감독이 83년에 쓴 글 <새로운 삶, 새로운 영화>에서 “소비적인 성유희를 위해 창녀, 호스티스, 여대생, 유부녀 할 것 없이 모두 끌어내 분칠했다”고 일갈했던 대로다. 정치적 박해와 인권탄압, 고문과 의문사가 일상이던 현실에서 에로영화라는 음습한 도피처는 공분을 자아낼만했다. 80년대 초반 대학을 다녔던 시나리오 작가 심산씨는 <애마부인>의 시나리오 작가 이문웅씨에 관한 글에서 “낮에는 전두환의 폭압정치에 맞서 돌을 던지고 밤에는 전두환의 자유화정책에 발맞춰 싸구려 에로영화를 보며 킬킬댔던 것이다”라고 썼다. 당시의 그로테스크한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무기력한 시대에 여체의 매혹을 피할 수 없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애마부인>은 어떤 죄의식의 징표 같은 것이기도 했다. 딱지가 앉아 헐어버리고 새살이 돋은 그 오래된 상처를 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김창진씨의 시 ‘외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른 봄, 나는 외출을 하였다. (중략) 이 낯선 곳으로 애마부인7과 외유를 나왔다./ 난 그 앞에서 문맹이 되고픈 충동을 느낀다./ 귀중하다는 나의 한 표 행사를 고민해야 할 걱정에 싸였다가/ 딴전 피듯 파란 하늘을 본다.”(생략) 만약 이 시에서 ‘애마부인7’ 자리에 <매춘>이나 <젖소부인 바람났네> 같은 영화를 넣어도 똑같은 울림이 있을까? 결코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만든 제작진의 의도와 무관하게 ‘애마부인’은 사라져간 어떤 시대를 대표하는 단어가 됐다. 애마부인의 젖을 먹고 자란 사내들과 애마의 성적 도발에 가슴이 저렸던 여인들이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지금, 욕정과 황홀함, 죄의식과 해방감이 뒤섞인 기억에도 차곡차곡 먼지가 내려앉았다. “애마야, 니 몸은 언제 봐도 예뻐. 불꽃을 숨기고 있는 몸이야”라는 대사를 다시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나오지만, 안소영, 오수비가 미국에 건너가 살고 있다는 소식에 괜스레 코끝이 시큰해지는 이 아련한 추억의 실체는 무엇일까? 인터넷으로, 비디오로 손쉽게 포르노를 볼 수 있는 시대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그때 그들은, <애마부인>에서 만났던 것 같다. 남동철 namdong@hani.co.kr ▶ 불능의 시대 밤의 여왕 <애마부인> 20년, 그 환각과 도피의 초상 ▶ <애마부인> 감독 정인엽 인터뷰 ▶ 1982년 <애마부인>, 그리고 에로영화는 어떻게 달려왔는가 ▶ 기억1 <애마부인>을 따라 욕망의 비빔밥을 맛보다 ▶ 기억2 고교 졸업식 예행연습날 <애마부인>을 만나다 ▶ <애마부인> 20주년 단편소설

<뉴욕타임즈> 평론가들 <카네마 순보> 선정 최고의 영화

엘비스 미첼 1.<화양연화> 2.<루뭄바>(Lumumba) 3.<아모레스 페로스> 4.<악마의 등뼈>(The Devil’s Backbone) 5.<몬스터 주식회사> 6.<알게 되리라> 7.<섹시 비스트> 8.<팟 키네>(Faat-Kine) 9.<아멜리에> 10.<고스트 월드> A. O. 스콧 1. 2.<써클> 3.<고스트 월드> 4.<고스포드 파크> 5.<우리의 노래>(Our Song) 6.<글리너스 앤 아이>(Gleaners and I) 7.<섹시 비스트> 8.<바란>(Baran) 9.<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10.<세계의 심장>(The Heart of the World) 스티븐 홀든 1.<인 더 베드룸> 2.<아모레스 페로스> 3.<조용한 동네>(The Town is Quiet) 4.<멀홀랜드 드라이브> 5.<고스포드 파크> 6.<웨이킹 라이프> 7.<부정(不貞)>(Faithless) 8.<헤드윅과 앵그리 인치>(Hedwig and the Angry Inch) 9.<슈렉> 10. 데이브 커 1.<로얄 테넨바움> 2.<테일러 오브 파나마> 3.<아멜리에> 4.<웨이킹 라이프> 5.<써클> 6.<팻 걸> 7.<슈렉> 8.<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9.<송장들의 연대기>(A Chronicle of Corpses) 10.<유레카>(Eureka) <뉴욕 타임스>의 영화면을 고정적으로 메우는 네명의 평론가가 뽑은 2001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는 다채로우면서도 작은 공감대를 보여준다. <아모레스 페로스> <아멜리에> <고스포드 파크> <써클> <고스트 월드> <웨이킹 라이프> <슈렉> 는 네 평론가의 톱10에 중복 언급돼 ‘크림 중의 크림’으로 대접받았다. 엘비스 미첼은 1위로 꼽은 <화양연화>를 왕가위 감독의 성숙을 입증하는 작품으로 간주했으며, 4위의 스페인 내전기 유령이야기 <악마의 등뼈>를 길레르모 델 토로의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로 평가했다. 8년 만에 컴백한 우스만 셈벤의 <팟-키네>에 주목한 반면, 입봉작들에도 주목해 <섹시 비스트>의 드라마와 캐릭터 이해력, <고스트 월드>의 각색, <아모레스 페로스>가 지닌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을 연상시키는 중량감과 리듬을 높이 샀다. 를 최고작으로 선정한 A. O. 스콧은 “올해 가장 훌륭한 영화일 뿐 아니라 가장 오해받은 영화”라고 규정한 뒤 “근년 들어 어떤 작품도 이만큼 영화 매체의 기술적 자원을 황홀하고 인간적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었다”고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 밖에 스콧의 순위에는 <고스트 월드>와 <우리의 노래>,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써클>과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바란>이 진입해 90년대 말 유행한 10대 영화들과 맥을 달리하는 새로운 성장영화와 이란영화에 대한 선정자의 관심을 반영했다. 한편 스콧은 “<숏 컷> 이후 알트만의 최고작”이라고 평가한 <고스포드 파크>를 4위에 올렸다. 스티븐 홀든은 많은 평론가 집단이 2001년 최고의 데뷔작으로 선정한 토드 필드 감독의 <인 더 베드룸>을 베스트 필름으로 기록했다. <인 더 베드룸>은 총격으로 아들을 잃은 중산층 부부의 ‘그날 이후’를 관찰한 드라마. 데이브 커가 뽑은 2001년의 최고작은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은 뉴욕의 엉뚱하고 비범한 가족이야기 <로얄 테넨바움>. 할리우드가 만화의 재활용에 부심할 때 등장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풀어놓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존재를 귀하게 평가했다. 2위에 오른 <테일러 오브 파나마>는 존 부어맨 감독의 노련하고 고전적인 절제와 디테일에 대한 배려가 점수를 얻었다. <키네마 순보> 선정 최고의 영화 센과 치히로 찾아, 가자! 일본영화 베스트 100 1.<고> 2.<허쉬!> 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4.<유레카> 5.<바람꽃> 6.<나쁜 친구들> 7.<릴리 슈슈의 모든 것> 8.<워터보이즈> 9.<빛나는 비> 10.<붉은 다리 아래 미지근한 물 *독자가 뽑은 최고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해외영화 베스트 텐 1.<트래픽> 2.<화양연화> 3.<빌리 엘리어트> 4.<산 속의 우체부>(Postmen in the Mountains) 5.<공동경비구역 JSA> 6.<아멜리에> 7.<마리 포사> <플랫폼> 9.<고스트 월드> 10.<올모스트 훼이모스> ▶ 세계의 영화지와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 · 최악의 영화 ▶ <뉴욕타임즈> 평론가들 <카네마 순보> 선정 최고의 영화 ▶ <필름 코멘트>, 선정 최고·최악의 영화 ▶ <타임> 선정 최고·최악의 영화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최고의 영화 ▶ <빌리지 보이스> <카이에 뒤 시네마> 선정 최고의 영화 · 최고의 연기 ▶ 영화평론가 7인의 BEST ▶ 영화평론가 홍성남을 살찌운 10권의 책 ▶ 대중음악평론가 성기완이 못 잊는 O.S.T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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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트선재센터 ㅣ 문의 : 02-595-6002·6004 18일(월) 19일(화) 20일(수) 21일(목) 22일(금) 23일(토) 24일(일) 25일(월) 12:00 탐정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 꽃과 성난 파도 육체의 문 겐카 엘레지 문신일대 위안부 이야기 아지랑이좌 도쿄 방랑자 14:40 야수의 청춘 지고이네르바이젠 유메지 아리랑이좌 가와치에서 온 카르멘 피스톨 오페라 가와치에서 온 카르멘 살인의 낙인 17:20 간토 방랑자 위안부 이야기 살인의 낙인(Q&A) 피스톨 오페라(Q&A) 꽃과 성난 파도 지고이네르바이젠 유메지 간토 방랑자 20:00 문신일대 겐카 엘레지 * * 야수의 청춘 도쿄 방랑자 탐정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 육체의 문 *Q&A는 상영 지구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작품 소개 및 관객과의 질의·응답으로 이루어진다. *관람료 1회 5천원, 10회 관람권 4만원(현장 예매 가능)(문화학교 서울 회원 할인 혜택 1회 4천원, 10회 관람권 3만원. 회원증과 신분증 지참 요) *사정에 따라 시간표가 변경될 수 있으니 관람 전 홈페이지(www.cinephile.co.kr)를 참조 바람. 부산 시네마테크 부산 ㅣ 문의 051-742-5377·5477 3월2일(토) 3월3일(일) 3월4일(월) 3월5일(화) 3월6일(수) 3월7일(목) 3월8일(금) 3월9일(토) 14:00 유메지 지고이네르바이젠 겐카 엘레지 꽃과 성난 파도 탐정사무소23-죽어라 악당들(13:00) 도쿄 방랑자 문신일대 꽃과 성난 파도 15:50 피스톨 오페라(16:20) 강의2(16:40) 가와치에서 온 카르멘 야수의 청춘 아지랑이좌(14:40) 살인의 낙인 육체의 문 탐정사무소23- 죽어라 악당들 17:40 강의1(18:30) 살인의 낙인 위안부 이야기 간토 방랑자 유메지(17:00) 겐카 엘레지 위안부 이야기 야수의 청춘 19:30 아지랑이좌 도쿄 방랑자 문신일대 육체의 문 지고이네르바이젠 피스톨 오페라 가와치에서 온 카르멘 간토 방랑자 *관람료 1회 5천원(회원 3천원), 10회 관람권 4만원 *강의는 무료▶ 일본 B급영화 미학의 극점,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 스즈키 세이준 상영시간표 및 관람안내 ▶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 상영작 15편 미리 보기

장진과 문화유격대 ‘수다’ [2] - 2002 수다 단편 프로젝트

유부녀는 키스에 미치고, 중학생은 나이키에 미치고 “배우 신하균, 유명 여배우 B양과 키스하다 들켜….” ‘필름있수다’홈페이지(www.filmitsuda.com)의 ‘수다뉴스’ 중에 올라와 있는 다소 도발적인 카피만 보자면 이건 웬만한 스포츠신문 일면을 장식할 만한 특종이다. 여기서 잠깐! B양은 누구인가. 다 아는 사실인데 뭘 그걸 새삼스럽게 물어보냐고?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 평소 신하균은 함께 작업하는 동료, 스탭들에게 예의바르고 성실하다는 좋은 평판을 얻고 있던 터, 이같은 소문이 흘러나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발빠르게 진위여부 확인에 나선 결과, 지난 연말 파주에서 촬영을 마친 단편영화 <사방에적>에서 키스에 미친 유부녀의 정부로 출연, B양과 장시간(밝히길 꺼려함) 키스한 것을 두고 퍼진 뜬소문. 화제의 여배우 B양은 극중 ‘키스에 미친 유부녀’ 역의 방(Bang)은진으로 밝혀졌다….”(중략) 한참 바쁜 신하균이 단편영화에 출연한다는 사실도 그렇거니와 한국영화 제작진행표에서도 본 적 없는 금시초문의 <사방에적>이라니…. 이건 필시 유령영화다, 라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소리소문 없이 진행되고 있는 필름있수다의 ‘2002 단편 프로젝트’ <사방에적> <내 나이키> <간이역> 중 하나인 <사방에적>은 신하균 외에도 류승범, 임원희, 정재영, 방은진, 윤주상 등 기존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을 뿐 아니라 35mm로 촬영되었으며 보통 장편영화와 다르지 않은 후반작업을 거쳐 시장출하를 기다리는 멀쩡한 영화다. “우리끼리 보긴 너무 아깝네” “원래 이렇게 거창한 프로젝트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니까요.” 지난해 수다에서 기획·제작했던 디지털 단편영화 프로젝트 <다찌마와 리> <극단적 하루> <커밍아웃>이 예상 외로 큰 인기와 반응을 얻고난 뒤, 또 한번 재미있는 그러나 부담스럽지 않은 무언가를 찾고 있던 수다는 애초엔 “우리 스탭과 배우들이 모여 재미있는 단편영화 한편 만들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방에적>을 찍어나가기 시작했다. “찍다보니 아! 저 최고의 배우들이 저렇게 망가지는데 우리끼리 보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그저 흘러가듯 만난 감독들과 뜻이 맞아 30분 분량의 단편 2편을 더 기획하게 된 거고….” 지난해 10월에 들어가 12월 초 작업을 마친 <사방에적>(四房에敵)(감독 박상원·시나리오 장진)은 <포룸>을 연상시키는 상황극이다. 한적한 도심 외곽의 모텔. 오로지 키스에 미친 유부녀(방은진)와 그녀의 젊은 정부(신하균)가 격렬한 키스를 벌이며 813호로 오르고 있다. 이 시간 변심한 애인을 방화살인하려는 810호의 남자(정재영)는 약먹고 잠들어 있는 애인의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댕기려 한다. 그 순간, 헉! 성냥이 없다. 801호에는 ‘도라이바’를 무기로 사용하는 킬러(박상욱)에게 용문신의 한쪽 눈알이 뚫리는 치명적 상처를 입은 조직 보스(윤주상)가 있고 옆방 802호에는 그의 똘마니들이 복수를 위한 출격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명의 똘마니가 “너무 과하게 일을 보는” 바람에 변기가 막히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고 ‘뚫어 기술자’를 기다리는 조직의 방으로 십자 드라이버를 들고 킬러가 들어선다. “마저 뚫으러 왔다!” “어이∼ 연장을 보아하니 진짜 기술자구만….” 현재 막바지 촬영중인 <내 나이키>(각색 장진 감독·각본 박광현)는 따뜻한 향수를 자극하는 시대극이다. 1981년 이후 전국에 불어닥친 나이키 열풍에 감염돼 나이키 운동화를 갖는 것이 소원인 중학생 명진에겐 하늘에 떠 있는 달모양도 나이키, 칠판을 봐도 나이키, 자나깨나 나이키 생각뿐이다. 사실 명진의 가족들에겐 저마다, 통일보다 더 간절한 소망들이 있다. 개인택시기사가 되는 게 꿈인 회사택시기사 아빠(임하룡), 개인택시기사 마누라가 되는 게 꿈인 엄마, 어서 빨리 죽었으면 하는 할머니, 교회에 미친 누나는 쌍꺼풀 수술, 큰형(임원희)은 일등먹는 게, 작은형(류승범)은 짱먹는 것이 꿈이다. 어느날 명진은 빨간 물감 하나로 꿈을 이루는 방법을 생각해낸다. “내 꿈이 이루어지던 날, 그것을 시작으로 다른 모든 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졌다….” 2월20일경에 촬영에 들어가는 마지막 프로젝트 <간이역>(가제, 각본·각색 장진, 각색 조정화, 감독 이현종)은 이룰 수 없어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다. 휴가 마지막날, 유부녀가 되었지만 한때 사랑했던 누나 주희(박선영)를 만나는 이등병 영일(김일웅). 남의 여자가 되어버린 그녀를 보며 착잡함을 숨길 수 없는 영일은 귀대 시각이 다가오자 조급해진다. 한번도 고백하지 않았던 마음을 말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나 그런 마음은 주희도 마찬가지. 기차역 플랫폼. 출발을 알리는 기적이 울리자 영일은 참았던 사랑을 고백한다. “누나… 사랑했어….” 그러나 여기까지, 제작진들이 “<식스 센스> 이상의 반전이 있다”고 과도하게 ‘뻥’치는 엔딩은 이 멜로영화가 ‘메이드인 수다’임을 입증해준다. 충무로 밖의 신선한 감독진 영입 지난해 인터넷 프로젝트가 기성 장편감독들의 단편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면 올해 단편 프로젝트는 영화경험이 전혀 없는 딴 매체의 감독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장 감독의 고등학교 친구인 ‘도라이바’ 킬러 박상욱의 친동생인 <사방에적>의 박상원 감독은 미시간대학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한 영화학도. <내 나이키>의 박광현 감독은 마이클럽닷컴의 ‘선영아 사랑해’ 시리즈를 기획했고, 직접 감독한 맥도날드 CF 신하균편으로 얼마 전 뉴욕광고페스티벌에서 금상을 획득한 재능있는 CF감독. <간이역>의 이현종 감독은 베이비복스, 고재근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서울예대 출신의 젊은 뮤직비디오감독이다. “장편으로 가기 위한 브리지가 아닌 진정한 30분의 재미와 미학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로 제작중인 이 프로젝트는 ‘단편영화는 예술, 장편영화는 상업’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뒤집어 엎고 칙칙한 자취방의 어둠을 벗어나 재미있게 잘 만든 단편영화는 상업적인 가치도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감히 자신한다. 2억원이 조금 넘는 총제작비에 마케팅비를 포함해 전체 2억5천만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가며 “배우들 개런티를 안 줘서 저예산이지 웬만한 장편영화 수준”는 이라는 것이 제작실장 지상용씨의 자랑. 이 세편의 영화를 이어서 보는 무엇보다 큰 재미는 3편에 동시에 출연하지만 매 작품마나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는 배우들. 적당한 역할이 없으면 길거리 전단지나 나이트 벽보에라도 얼굴을 비칠 예정이라고. 각각의 단편은 해외 페스티벌, 소도시 영화제에 “가리지 않고” 출품시킬 예정이며, 올해 5월쯤 3편을 묶어 전국 극장에서 관객과 조우코자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내 나이키> 박광현 감독 인터뷰 “타매체에 대한 수용력, 수다의 힘이다” -어떻게 수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나. =맥도날드 CF를 류승범, 임원희, 정재영, 이문식씨 등과 찍게 되면서 수다쪽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사실 원래 장진 감독 팬이었다. 수다에서 장편 준비하는 광고계 선배인 이경일 감독이 장 감독을 만나러 간다기에 ‘나 좀 데려가 달라’고 무작정 따라나섰다. 마침 수다에서 단편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그간 남몰래 준비했던 시나리오 몇편을 내밀었다. -시나리오를 준비해왔다는 것은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었다는 건가. =영화는 언제나 내 꿈이었다. 홍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자연스럽게 광고일을 시작했다. 어릴 땐 다 카메라 들이밀고 찍는 건데 뭐가 다를까 했으니까. <홍대 전철역 WC 세남자 이야기>라는 습작이 신영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데 힙입어 근무시간 외에 틈틈이 시나리오를 써왔다. 공모도 많이 냈는데 다 떨어졌다. (웃음) -‘선영아 사랑해’ 기획도 그렇고 맥도날드 CF도 ‘빅스타, 빅버젯’이라기보다는 소소한 상황적 재미나 따뜻한 정감이 묻어난다. =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면, 웃음이 작위적이지 않았으면, 그러면서 재미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안고 일해왔다. CF에서 단편, 장편영화로 사이즈가 커지더라도 이런 기본 맥락은 잃고 싶지 않다. -나이키를 갖고 싶어하는 소년의 꿈,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썼나. =30대 초, 중반의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다.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도 있고 따뜻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구체적인 것은 술자리에서 친구가 해준 이야기를 듣고 생각해내게 되었다. -CF작업만 하다가 영화작업이 처음이라 어려움이 있겠다. 너무 꼭꼭 눌러서 찍는다고 스탭들의 원성이 자자하던데…. (웃음) =그럴 거다. 아직 미숙해서 그렇다. 트레이닝하고 있는 느낌이다. 스스로에게 혹독히 깨지고 있다. 처음엔 영화현장에 내 스탭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CF현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면 될 텐데 여기서는 낯설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몰랐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다. 게다가 배우들이 죄다 노개런티로 출연해주기 때문에 엄하게 지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특히 CF 출신이기 때문에 “나는 그림엔 강해”라고 생각하는 건 장점이 아니라 함정이란 걸 깨달았다. 지금은 많이 적응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이런 단편작업이 나를 실험할 수 있게 하고 제대로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시간이다. -수다와 함께 일해보니 어떤가. 이 집단의 힘은 무엇인 것 같나. =일단 실력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인 건 분명하고, 무엇보다 타 매체에 대한 수용능력이 뛰어나다. 미술만 해도 순수회화하는 사람들은 디자인하는 사람들을 은근히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 영화쪽도 CF쪽에 대한 마음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수다 사람들은 오히려 ‘그 부분의 장점을 살려보라’고 할 정도였다. 이런 수용력이야말로 발전의 밑거름인 것 같다.

베를린영화제 초청감독 <고양이를 부탁해>의 정재은

"독일 베를린영화제는 지난 3일 끝난 네덜란드로테르담영화제에 비해 훨씬 대규모여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초청작이 너무 많은데다가 경쟁작 중심으로 진행돼 각국 영화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는 로테르담이 훨씬 좋았습니다." <낙타(들)>의 박기용 감독과 함께 <고양이를 부탁해>(제작 마술피리)를 제52회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출품시킨 정재은(33) 감독이 15일 기자시사회를 시작으로 영화제 관객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비경쟁부문이어서 공식 기자회견은 없었으나 많은 기자들이 개별 인터뷰를 신청해오고 있고 「스크린」의 일일소식지 15일자에서도 영화 스틸사진이 크게 실려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16일과 17일 세 차례 열릴 일반시사회에서는 관객과의 질의응답 순서도 마련될예정이다. 바이어들의 상담문의도 활발해 스칸디나비아제국, 일본, 홍콩 등에 대한수출계약도 이뤄졌다."여성의 성장을 다룬 영화가 유럽에는 워낙 많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대단히 궁금했습니다. 독일 관객들은 주인공인 지영(옥지영)과 태희(배두나)의 관계에서 동서독의 관계를 연상하며 공감을 표시하더라구요. 경제적 여유가 있고 마음씨도 너그러운 태희(서독)가 가난에 찌들어 탈출구가 없는 지영(동독)을 포용한다는설정이 닮았다는 것이지요. 또 태희가 먼길을 떠나면서 독일제 쌍둥이표 칼을 사는장면이 등장하는데, 별 반응이 없었던 한국과 달리 이곳 관객들의 표정에는 반가운기색이 완연하더군요." 지난해 10월 개봉된 <고양이를 부탁해>는 관객들의 재상영운동까지 불러일으킬 정도로 골수 영화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제6회 부산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NETPAC)상, 춘사예술제 기획상ㆍ연기상ㆍ심사위원특별상, `2001년 여성관객이 뽑은 최고영화`,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상,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등을 휩쓸었다. 로테르담영화제에서는 네덜란드비평가협회상 부문에서 특별언급됐다. 여자상업고교를 막 졸업한 5명의 친구가 사회와 맞닥뜨리면서 각기 놓인 처지에따라 다양하게 살길을 찾는다는 것이 기둥줄거리로 섬세하고도 차분한 연출 솜씨가높이 평가됐다.베를린영화제가 올해부터 비경쟁부문 초청작까지 포함하는 데뷔작상을 신설하기로 결정해 정 감독은 내심 수상 가능성도 기대했으나 심사대상에서 다른 영화제 수상작 등을 제외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베를린에 처음 출품할 걸 그랬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지만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덕분에 쉽게 오기 어려운 유럽을 실컷 구경하고 있으니까요.로테르담 폐막 후 영국을 거쳐 이곳에 왔고 베를린이 끝나면 체코로 넘어갈 거예요.이달 말 한국에 돌아가 다음 영화를 천천히 구상해봐야죠." 그의 차기작 구상은 더 늦어질지도 모른다. <고양이를 부탁해>가 이미 프리부르(스위스), 마델 프리타(아르헨티나), 홍콩, 에딘버러(영국) 등의 초청작 명단에도올라 그의 해외 나들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베를린/연합뉴스)

오스카는 누구 손에?

제74회 아카데미상 후보작 발표, <반지의 제왕> 13개 부문 올라그 어느해보다 수작들이 각축을 벌였던 제74회 아카데미상이 지난 2월12일 24개 부문 후보작을 발표했다. <반지의 제왕>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총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부문 후보작이 되었고 각각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뷰티풀 마인드>와 <물랑루즈>는 최우수작품상을 비롯 남녀 주·조연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실속있는 성과를 얻었다.역대 최고인 <이브의 모든것>과 <타이타닉>에서 하나가 빠지는 숫자지만 <반지의 제왕>이 올린 13개 부문 후보지명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포레스트 검프>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동일한 스코어. 통상 ‘최다부문 후보작=오스카의 주인공’이라는 공식이지만 올해 <반지의 제왕>의 경우엔 확언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후보부문이 시각효과, 음향, 의상디자인, 편집 등 기술부문으로 기울어져 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아카데미가 환타지 어드벤처물에 작품상, 감독상같은 실속있는 영광을 돌린 일이 거의 없기 때문. 최우수작품 후보로는 <뷰티풀 마인드> <고스포드 파크> <인 더 베드룸> <반지의 제왕> <물랑루즈>가 선정되었다. 비평가들의 호평 속에 기대를 모았던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나 리들리 스콧의 <블랙 호크 다운>은 감독상 후보에 그쳤고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른 <물랑루즈>의 바즈 루어만은 감독상 후보에서는 제외되었다.올해 골든글로브가 사랑했던 <뷰티풀 마인드>는 주요부문 수상 외에도 남우주연상의 향방으로 관심을 모은다. 최근 베를린영화제 기자회견장에서 “내 연기의 변화를 모르겠다. 상당부분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는 러셀 크로가 지난해 <글래디에이터>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2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물론 올해 <뷰티풀 마인드>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든든한 후광을 업은 러셀 크로지만 <알리>의 윌 스미스, <트레이닝 데이>의 덴젤 워싱턴, <아이 엠 샘>의 숀 펜, <인 더 베드룸>의 톰 윌킨슨 등의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 키드먼, 르네 젤위거, 주디 덴치 등이 포진된 여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흑인여성으로 유일하게 <몬스터즈 볼>의 할리 베리가 이름을 올렸다. 할리 베리 외에 윌 스미스, 덴젤 워싱턴이 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어서 수십년에 걸쳐 백인들의 잔치에 머물렀던 아카데미가 올해는 보수적인 갑옷을 벗을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러운 낙관을 이끌어내고 있다. 결과는 오는 3월24일 LA 할리우드 거리의 코닥극장에서 발표된다.백은하 <주요부문 후보 목록>[최우수작품상]<뷰티풀 마인드> <고스포드 파크> <인 더 베드룸> <반지의 제왕> <물랑루즈>[감독상] 론 하워드(<뷰티풀 마인드>), 리들리 스콧(<블랙 호크 다운>), 로버트 알트먼(<고스포드 파크>), 피터 잭슨(<반지의 제왕>), 데이비드 린치(<멀홀랜드 드라이브>)[남우주연상] 러셀 크로(<뷰티풀 마인드>), 숀 펜(<아이 엠 샘>), 윌 스미스(<알리>), 덴젤 워싱턴(<트레이닝 데이>), 톰 윌킨슨(<인 더 베드룸>)[여우주연상] 할리 베리(<몬스터즈 볼>), 주디 덴치(<아이리스>), 니콜 키드먼(<물랑루즈>), 르네 젤위거(<브리짓 존스의 일기>)[남우조연상] 짐 브로드벤트(<아이리스>), 에단 호크(<트레이닝 데이>), 벤 킹슬리(<섹시 비스트>), 이안 멕켈런(<반지의 제왕>), 존 보이트(<알리>)[여우조연상]제니퍼 코넬리 <뷰티풀 마인드>, 헬렌 미렌(<고스포드 파크>), 메기 스미스(<고스포드 파크>), 마리사 토메이(<인 더 베드룸>), 케이트 윈슬렛(<아이리스>)[외국어영화상] <아멜리에> <엘링> <라간> <노 맨스 랜드> <선 오브 브라이드>[애니메이션부문상] <천재소년 지미 뉴트론> <몬스터 주식회사> <슈렉>

[해외신작] 웨슬리 스나입스의 <블레이드2>

소스라치게 다가오는 입술의 유혹, 뱀파이어. 그 오싹함이 관능과 입맞추고 있을 즈음, <크로노스> <미믹>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갈수록 로맨틱해지는 ‘요즘 뱀파이어들’이 못마땅하다며 <블레이드2>를 만들어냈다. “나는 그들을 다시금 두려운 존재로 만들어놓고 싶었다. 당신을 죽이고 당신의 피를 마시는 뱀파이어들의 동물적인 요소를 찾고 싶었다”는 그가 고안해낸 것은 뱀파이어보다 더 무서운 변종 뱀파이어. 지구에 생겨난 변종 뱀파이어 ‘리퍼’는 인간뿐만 아니라 뱀파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급속히 번식하며 손바닥에 있는 빨판을 이용해 인간과 뱀파이어 모두의 피를 빨아먹는다. 이들의 걷잡을 수 없는 번식으로 인해 인간의 수는 뱀파이어가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고, 뱀파이어들도 멸종의 위기에 놓인다. 이에 오랜 친구 위슬러와 함께 블레이드는 고도로 훈련된 뱀파이어 군단 블러드 팩을 이끌고 리퍼 사냥에 나선다는 이야기. 그 드라마틱한 격돌을 <블레이드2>는 묵직한 호러와 날렵한 액션의 결합을 통해 리드미컬하게 그려낸다. 전편 <블레이드>에 이어 주인공 블레이드를 연기한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레이드2>에 비하면 <블레이드>는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며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과연 그의 액션 연기는 전편보다 강하고 화려해졌다는 중평. 위슬러 역에도 전편에 이어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나온다. 할리우드에 불고 있는 무협액션 바람을 입증하듯, 이 영화의 무술감독은 <신용문객잔> <철마류>의 견자단이 맡았다. 장중한 블랙 호러액션의 진수를 보여줄 <블레이드2>는 4월4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최수임

<피도 눈물도 없이>의 독불이, 정재영

이 날을 기다렸다. 단 하루 촬영한 <초록물고기>부터 인터넷 영화 <극단적 하루>까지 꼽으면 출연작은 줄잡아 10편. 눈 까뒤집고 찾지 않아도 정재영이 발견되는 영화는 <킬러들의 수다> 정도일까.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하고 대학로에 뛰어든 스물여섯부터 약 6년. 연극무대와 조·단역 생활을 거쳐온 많은 배우들의 길을 따라 걸으며 정재영은 묵묵히 기다렸다. <킬러들의 수다>의 냉철하고도 엉뚱한 킬러로 멋지게 한방 날렸던 그는, 마침내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펄펄 난다. 전직 복서 출신의 투견꾼 독불이로 물고 물리는 개싸움 같은 인생의 진창을 뒹굴며, 살기 위해 한없이 비굴해지는, 그러나 원시적 폭력성이 터져나오는 순간 마침내 모든 곤경을 휴지통에 처박아버리는, 거세당한 마초의 속살을 드러내면서. 삐쭉삐쭉하게 내린 앞머리도 독불이의 컨셉 때문이라지만, 예쁘장하기까지 한 눈에 사람좋은 웃음만 봐서는 그에게서 좀체 험악한 구석을 찾아보기 힘들다. 하긴 <박봉곤 가출사건> <조용한 가족> <공포택시> 등의 단역부터 <간첩 리철진>의 택시강도, <킬러들의 수다>까지 웃음기 어린 양아치, 깡패 역할이 많았던 것도 진지해 보이는 외모 때문은 아니었다. <피도…>를 하게 된 것은, 거슬러 올라가면 <간첩 리철진> 때 만난 김성제 PD와의 인연 때문이다. 유망한 감독 지망생이 단편을 찍는데 무보수로 도와달라는 그의 소개로, <현대인>에서 주인공 성빈의 형을 맡아 류승완 감독과 처음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킬러들의 수다>를 찍을 때 <피도…>의 시나리오를 건네받고는, “우리 같은 인간군상들”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독불이가 되기로 했다. “그처럼 강한 이미지와 맞는지도, 해본 적 없는 액션도 자신은 없었지만”, 모험이라서 더욱 끌린 것도 사실이다. 각오는 했어도, <피도…>는 꽤나 고된 작업이었다. 정두홍 액션스쿨에서 3개월간 훈련은 기본, 남녀 할 것 없이 치고 받는 액션을 찍느라 “나이 먹고 군대 다시 갔다온 느낌”이었다고. 과장이 아닌 게, 발톱이 뒤집히고, 투견장 철조망에 걸려 손이 찢어져 난생처음 스무 바늘을 꿰맨 부상의 흉터가 훈장처럼 남아 있다. 맞는 것도 고됐지만, 정말 난제는 두 여배우, 특히 애인역의 전도연씨와 무지막지하게 싸우는 연기.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면 몸으로 때워야 되는데, 머리채를 잡을 때 머리카락이 한움큼씩 빠지면” 마음이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도 머리 잡혔을 때 악 하는 게 연기가 아니다. 진짜 아팠다.” “예전엔 시나리오를 보면 이 배역 좋다, 그러곤 내가 할 건 뭐 없나 하고 한참 아래에서 찾고 그랬는데, 기회의 폭이 많이 커졌다.” PD나 기자를 꿈꾸던 고교 방송반 시절 우연히 시작한 연극에서부터 <허탕> <매직타임> 등의 무대에 서고 10편의 영화를 기다리는 사이, “조금씩 배우로 보기 시작하는, 배우로 인정하는 것 같은 시선”이 가장 기쁜 변화다. 겨울에는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함께 일해온 선배 장진 감독과 LG아트센터에서 연극을 한편 같이 한다며, 영화는 아직 정해진 게 없지만 또 안 해본 것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과 함께 다짐처럼 남긴 한마디. “앞으로도 계속 이럴 수 있을까요?”

내가 만족할 때까지,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서진호

아직은 어색한 모양이다. 배우가 되고 나서 제일로 좋은 게 뭐냐고 했더니, 물어본 사람 무안하게, 서진호는 화들짝 놀란다. 작은 얼굴이 발개지고 까만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응대하길, “저, 아직 배우 아니에요”. 단골 커피숍 점원이 어느날 자신을 ‘공인’으로 대하는 데 놀라서, 커피도 안 마시고 뛰쳐나왔다니, 아직은 ‘배우’라거나 ‘공인’이라는 타이틀이 많이 낯선 모양이다. 의 여전사 오혜린으로 전국 150만 관객을 마주했지만, 스크린 밖의 서진호는 넉살 좋고 재치 만발한 요즘 세대치고는 ‘별종’이다 싶을 만큼 여리고 수줍고 조용하다. 2년 전 겨울 오디션장에서 서진호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알았다.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그녀에게, 이시명 감독은 “누구나 다 노력하고 다 간절하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부담이 동기가 되고 매혹이 된 것. 서진호는 라는 영화를, 오혜린이라는 캐릭터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결국 3개월에 걸친 오디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 바다가 꽁꽁 얼 만큼 추웠던 강원도의 겨울, 무술과 총격 훈련에 홍일점으로 참여했던 것보다 힘들었던 기억은 “대의를 위해 마음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여전사의 한(恨)”을 살리는 것이었다. 액션영화에서 여배우의 자리가 흔히 그렇듯 “꽃이 되거나 짐이 될까봐 두려웠다”는 것이 서진호의 솔직한 심경. 아쉬움도 많지만, “배우로서 알아야 할 100 중에서 0.001 정도는 터득했다”는 데 만족하고 있다. 서진호의 첫 영화는 <불후의 명작>이다. 송윤아가 짝사랑하는 선배와 맺어지는 여배우를 연기했는데, 여성적이고 화려한 이미지가 비련의 여전사 오혜린과는 사뭇 달랐다. “아무것도 몰랐고, 연기를 했다기보다는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게 자평. <불후의 명작>에 출연하기 전에는 MBC 공채 탤런트 타이틀로 <연예 스테이션> MC와 <출발 비디오여행>의 한 코너 ‘뜰까’ 진행을 맡았다. 짧은 경력에 비해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은 스스로에게 부족한 듯싶은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그 과정중에 있다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서진호는 생각한다. 피겨스테이팅, 체조, 킥복싱, 요리, 꽃꽂이, 플라멩코…. 서진호는 못하고 안 한 게 별로 없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성향도 있지만, 어떤 역할, 어떤 기회에도 덤빌 수 있는 다재다능한 배우가 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인 셈이다. 다음 프로젝트로는 굴곡이 많은 연애를 하는 역할, 음울한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스스로에 만족하는, 그래서 행복한 배우”가 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관객 제일주의 운운하는 것보다 솔직해서 예쁜 대답. 배우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됐다. <그리스2>의 미셸 파이퍼에게 반해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중학교 3학년 때지만, 집에 알린 건 진로를 결정해야 했던 대학 입시 때다. “미리 혼날 필요없으니까 발설 안 했죠. 배우는 보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부모님도 설득 못하면 누굴 설득할 수 있겠어요.” 그러고보니 서진호는 조용히 ‘사고’치는 스타일. 조만간 대형사고 한건 더 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