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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하이 컨셉트’로 설명하는 ‘대박’영화의 비밀

"만약 어떤 사람이 스물다섯 개 혹은 그 이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주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스티븐 스필버그). 일단, '좋은 영화'라는 얘기는 제쳐놓자. '돈 되는 영화'의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 영화계는 올해 초 1천만명 이상의 '초대박'을 기록한 영화를 두 편이나 탄생시켰고, 영화계와 경제계는 나름대로 그 원인을 분석하기에 바쁘다. 한 편의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갖춰야 할지 그 원인을 한 단어로 꼽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성공한 영화들의 공통 분모를 찾아보면 얼마간 해답이 보인다. 최근 출판된 '하이컨셉트-할리우드의 영화 마케팅'(아침이슬 刊)은 영화의 성공 비결을 '하이 컨셉트'라는 말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 저스틴 와이어트는 하이컨셉트를 "비용의 최소화와 수입 극대화를 통한 이윤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할리우드에서 경제학과 미학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결과"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미국의 상업영화가 시장에서 경제성을 보장받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적 장치라는 것. 스티븐 스필버그의 얘기처럼 "직설적으로 쉽게 전달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러티브"라는 것은 하이 컨셉트의 내적 속성이다. 외적 속성은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는 투자를, 마케팅 과정에서는 대중을 끌어들이는 선전으로 활용"된다는 것. 저자는 블록버스터 영화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조스>의 광고를 예로 하이컨셉트 영화를 설명한다. 당시 영화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인쇄 광고를 통해 영화를 하나의 이미지로 포장하려 했다. 포스터는 상대적으로 큰 상어, 불길해 보이는 이, 태연하게 수영하고 있는 사람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위협적인 상어의 이미지를 극대화시켰다. 비슷한 이미지는 텔레비전 광고나 원작 소설의 표지에서도 사용됐다. 강한 캐릭터와 뚜렷이 대조되는 선과 악의 구조, 압도적이고 강렬한 이미지 등 하이 컨셉트의 특징이 잘 구현됐기 때문에 <조스>는 단일 이미지와 단일 마케팅 접근이 가능하게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책은 이처럼 외적인 배급방식과 전략, 파생상품의 기획같은 영화 마케팅 전략이 어떻게 내적인 내러티브와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하이 컨셉트 영화가 할리우드의 고질병인 아이디어 고갈을 낳았으며, 영화가 상업과 예술사이에서 상업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지게 된 데에는 하이 컨셉트 영화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평론가들의 비판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제일기획에서 광고기획전문가로 일했고 영화 인터넷 마케팅 전문회사인 '헬로우 타임'을 설립해 운영중인 조윤장씨가 외대 통역대학원에 재학중인 홍경우씨와 함께 번역했다. 328쪽. 1만5천원.(서울=연합뉴스)

오락계의 희귀종

KBS1 <가족오락관>은 멸종동물을 보는 것 같은 신기함을 준다. 이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닫는다. 1984년 4월에 첫 방송을 시작해 20년 동안 장수하고 있는 <가족오락관>이 6월19일로 방송 1000회를 맞는다. 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이 토요일 오후 6시 ‘황금시간대’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20년 전의 원형질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근근이 연명하는 것도 아니다. 아직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같은 시간대의 오락 프로그램에 전혀 밀리지 않는 수치다. 장수 중에서도 건강 장수인 셈이다. 무릇 모든 장수에는 ‘비결’이 있게 마련이다. <가족오락관>의 장수 비결은 사람의 그것과 비슷하다. 우선 장수의 기본원칙인 단순함을 잃지 않는다. O, X 게임, 스피드 퀴즈, 앙케트 맞히기…. 조금만 ‘참고’ 보면 단순한 즐거움에 빠질 수도 있다. 조금만 더 ‘참고’ 보면 그 단순함이 멈춰서 있지 않고 서서히 진화해왔음도 눈치챌 수 있다. 스피드 퀴즈는 단순한 문제 맞히기에서 문제 맞히면서 돈세기로 진화했다. 센 돈까지 정확히 기억해야 맞힌 점수를 주는 것이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오락 프로그램들이 외국 프로그램 베끼기 시비에 휘말릴 때, 이 프로그램은 나름의 양식을 진화시켜온 것이다. 그 진화의 동력은 주요 시청층인 주부들의 날로 높아져가는 ‘눈높이’였을 게다. ‘오버’해서 말하면, 장수 프로그램답게 인생철학도 담고 있다.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룰루랄라 시스터즈가 나와 엉뚱한 노래에 이상한 가사를 붙여놓고, 그 가사 중의 일부가 어떤 노래인지에서 따왔는지를 맞히는 ‘룰루랄라 노래방’이란 게임이 있다. 이 게임에서 어떤 노래인지를 맞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노래를 맞힌 팀이 먼저 노래할 기회를 갖지만 음정, 박자, 가사 중 하나만 틀려도 땡! 기회는 상대팀으로 넘어간다. 그 노래를 상대팀이 ‘완창’하면 승리. 이처럼 ‘룰루랄라 노래방’에는 ‘인생역전’의 진리가 담겨 있다. 또 다른 코너인 ‘퀴즈 5인5답’에는 ‘인생무상’의 교훈이 녹아 있다. 예컨대 사회자가 동명이인 연예인을 대라는 문제를 낸다. 5명이 잇따라 정답을 맞혀야 승리할 수 있다. 4명이 정답을 맞히더라도 마지막 1명이 틀리면 꽝! 역시 기회는 상대팀에 돌아간다. 색다른 룰은 상대팀은 먼저 팀이 말한 정답을 그대로 반복해도 된다는 것. 이런 식으로 게임을 하다보면 결국 두팀이 서로 ‘공조’하는 효과가 생긴다. ‘커닝’만 잘하면, 정답을 더 적게 생각해내고도 이길 수 있다. 잘난 놈이 꼭 승리하지는 않는다는 인생 교훈, 이라면 오버일까? 이 프로그램에서 진짜 ‘오버’하는 사람들은 방청객이다. 아니 그들은 박수치는 방청객이 아니라 참여하는 응원단이다. 부녀회, 동창회 등에서 나온 중년 여성들은 도통 가만히 앉아 있지를 않는다. 박장대소를 하고, 정답도 슬쩍 알려준다. 게임에 참여해 노래도 부른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돼, 방청객이 출연진을 초청해서 동네잔치를 벌이는 분위기다. 동네잔치를 벌이려는 부녀회가 너무 많아서 방청을 하려면 6개월씩 기다려야 한다. 이제는 ‘브라운관’에서 보기 힘든 그때 그 얼굴들을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얼굴의 늘어난 주름살을 보면서 가끔 ‘센치멘털’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물간 연예인만 나올 것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최근에만 코요테, 베이비복스가 <가족오락관>에 떴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는 사회자 허참이다. 허참은 87년 교통사고로 입원해 단 한번 쉰 것을 빼고는 20년 동안 개근을 했다. 그동안 정소녀에서 장서희를 거쳐 이주희까지, 16명의 여성 사회자가 거쳐갔다. 터줏대감 이경규에 김용만, 박수홍 같은 ‘잘 나가는’ 연예인을 내세워 여전히 시청률 30%대를 유지하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와 20년 동안 같은 사회자를 고수한 <가족오락관>은 대조되는 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 사이 <가족오락관>은 ‘주부오락관’이 됐다. 가족 모두가 보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주부들이 주로 방청하고, 시청하는 마니아 프로그램으로 바뀐 것이다. 돌이켜보면, 20년 전에는 <가족오락관>의 이름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 시절에는 주말이면 엄마, 아빠, 아들, 딸이 모여 앉아 <가족오락관>을 보고는 했다. 하지만 20년이 흐르는 동안, 텔레비전 앞에 ‘바람난 가족’들은 떠나고 주부들만 남았다. 토요일 저녁, 남편은 일하느라 늦고, 자식들은 노느라 바쁘다. 그 변화는 한국사회 가족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 <가족오락관>은 또한 한국사회의 ‘비동시성의 동시성’을 상징한다. <가족오락관>은 트렌디한 드라마, 화려한 쇼 못지않게 순박한 오락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직도 한국사회의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세월이 갈수록 세대 차이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오락관>은 자주 잊혀지고, 때때로 무시당하는 그 감수성의 존재증명이다. 그래서 <가족오락관>은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한 시대를 상징하는 지표처럼 보인다. 이 프로그램들은 가족드라마, 가족오락 프로그램이 사라진 (혹은 사라져가는) 시대에 살아남은 희귀종들이다. 비록 화려한 조명은 받지 못할지라도 굵고 짧게 살다가 숱한 인기 프로그램의 묘비명 틈새에서 <가족오락관>은 가늘고 길게 살아남았다. 그 질긴 생존은 한 시대가 완전히 저물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전원일기>의 종결이 한 계층 역사적 퇴장, 한 시대의 마감을 상징했던 것처럼. 신윤동욱/ <한겨레21> 기자 syuk@hani.co.kr

[비평 릴레이] <블러디 선데이> 정성일 영화평론가

“나는 오늘 뉴스를 믿을 수 없었어, 난 눈을 감을 수 없었고,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었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오래 우리는 이 노래를 불러야 하는 걸까, 얼마나 오래 오늘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야, 아이들 발아래 깨어진 병들, 막다른 골목을 뒤덮은 시체들, 그러나 나는 전쟁의 부름에 망설이지 않을 거야. 내 등을 기대고, 벽에 내 등을 기대고, 일요일, 피의 일요일” 록 그룹 U2의 세 번째 앨범 <전쟁>의 첫 번째 트랙 ‘일요일, 피의 일요일’은 그렇게 시작한다. 그 피의 일요일은 1972년 1월 31일 북 아일랜드 데리시에서 벌어졌다. 영국 정부의 불법 억류에 반대하고 시민권을 주장하기 위하여 데리시는 평화 행진을 하겠다고 선언한다. 같은 시간에 영국정부는 모든 집회와 시위는 불법이며, 따라서 원천봉쇄 하겠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풍경. 데리 시민권협의회 대표이자 영국의회 하원의원인 아이반 쿠퍼는 비폭력시위만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시민들에게 참여를 하소연한다. 같은 시간에 영국 공수부대가 도착한다. 결국 피는 흘려야만 한다. 역사는 없고 사건만 있다, 북아일랜드 데리는 광주가 아닌데 폴 그린그래스가 연출한 <블러디 선데이>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그날의 24시간을 따라간다.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들고 찍었으며, 심하게 흔들리는 카메라는 그날 그 장소에 온 것 같은 숨막히는 현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린그래스의 관심은 말 그대로 그날 그 장소에 가는 것이다. 영화는 시위를 주도한 아이반 쿠퍼와 군지도부 사무실, 그날 시위에 참여했다가 (죽은 다음 그의 손에 총이 들려지면서) 테러범으로 조작 당한 17살 소년 제리 도너히, 그리고 공수부대 통신병 로마스 일등병 사이를 오간다. 검은 화면의 페이드를 인서트하면서 서로 다른 네 개의 입장을 시종일관 번갈아 보여준다. 영화는 그날의 데리시를 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날 데리시에 ‘정말’ 있었던 사람들과 죽은 이들의 유족들이 모여서 다시 한번 비극을 재현한다. 그린그래스의 목표는 명확하다. 그는 그날 그 장소를 다시 한번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시종일관 텔레비전 방송 ‘라이브’ 중계를 하듯이 찍혀졌다. 아무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며, 일체의 효과음을 배제하고 대부분 동시녹음으로 현장음을 살려서 생생하게 전달하는 사운드가 오히려 화면보다 더 무시무시하다. 이 모든 것은 물론 감동적이며, 때로 탄식하게 만들고 온 몸에 밀려오는 분노로 보는 내내 몸을 뒤척이게 만든다. 그건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때 비로소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에 북아일랜드의 무장독립단체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입장이 없는 것은 이상하다. 영국과 북아일랜드 사이의 복잡한 정세와, 아일랜드 내의 과격파와 온건파 사이에서 데리시의 평화행진 시위의 선택과 그 결과에 대해서 이 영화는 침묵한다. 오직 그날 그 사건의 재현만으로 이 영화는 자기 할 일을 다 한다. 눈물의 역사는 없고 피에 젖은 사건만이 있다. 그래서 데리시의 참살은 400년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협상 아래 여전히 반복될 수밖에 없는 비겁한 무능과 속임수와 교활한 타협의 필연적인 산물로서의 영원한 전쟁이라는 구체적인 사실로부터 이 영화는 살짝 비켜선다. 그 대신 자유와 인권을 향한 시민들의 시위와 바보 같은 군대가 정부의 명령 아래 저지른 무고한 살인을 고발한다. 그때 가해자의 구체적인 역사는 숨고, 희생자의 슬픈 명단만이 넘겨진다. 하지만 시민과 군대의 전쟁이라는 이분법은 역사를 추상적 수준으로 타락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법정으로의 소환이 지닌 오류다. 북아일랜드 데리는 광주가 아니며, 칠레의 산티에고가 아니다. 그걸 같은 수준으로 말하면 안 된다. 칼날을 내리칠 때 우리가 역사를 추상화시켜버리고 대상을 괄호 치면 결국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혹은 그 누구도 죄인이 아니며, 그 모두가 희생자다. 알고 보면 모두가 불쌍하다고 나는 그게 엿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보노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U2의 노래 ‘일요일, 피의 일요일’은 이렇게 끝난다. “사실은 거짓이 되고 텔레비전이 리얼리티가 될 때, 우리가 무뎌지는 건 맞아, 그렇지만 오늘 수백만 명이 울었어, 내일 그들이 죽는 동안 우리는 쳐 먹고 마실 거야, 진짜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된 거야, 예수님이 이겼던 그 승리를 선언하기 위하여, 일요일, 피의 일요일”

멜로박약 장진의 <아는 여자> 만들기 -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우린 한달가량의 준비 기간과 3개월 동안의 촬영을 했다. 멜로드라마를 찍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만들어져 나가는 과정을 편집하며 보고 있노라면 어느 남녀가 점점… 점점… 가까워지고…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이 사랑일까 추측하게 되고… 그러다가 손을 잡고 사랑하게 되는 순간을 엿보듯이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배우들에게 질투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아는 여자>와 같이 즐거운 로맨스영화 일때는 더욱 그렇다. 화면 속의 그 둘이 너무 예쁘고 유쾌해서 그런 만남을 꿈꾸다가 그 남녀를 질투하게 된다. 정신병자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다보면 그렇게 된다. 그것은 관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크린에서 만들어놓은 로맨스에 자신들 모두가 주인공이 되고 싶은 어느 순간들에… 관객은 스크린 속 인물들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샘을 낼 수 도 있는 것이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멜로드라마, 특히 우리 영화와 같은 로맨틱코미디를 할 땐 최대한 배우를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줘야 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 배우가 즐겁게 카메라 앞에 서 있을 때 그 행복한 심정에서 닮고 싶은 로맨스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이제야 알겠다. 힘들고 고생스러운 촬영과 후반작업을 끝마치고 배우들에겐 칭찬보다 감사보다 사과를 먼저 하고 싶다. 정재영은 나의 질책 때문에 기가 죽은 적도 있고 내 편협한 독선 때문에 맘상처도 입었을 것이다. 이나영 역시, 내 경솔한 말이나 행동 때문에 속상해서 울기도 했고 자신에게 중요한 것들에 대한 내 가벼운 판단 때문에 실망했을 때도 많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 두 배우에게 사과드립니다. “재영아, 너 머리 크게 나오는 거 뻔히 알면서도 널 카메라 앞으로 자꾸 오게 한 거 내 독선이고 고집이었어. 미안해… 하지만 나중에 명절 때나 텔레비전에서 보면 그렇게 크게 안 보일 거야… 아무튼 미안하다.” “그리고 나영씨, 나영씨 의견 한번도 귀담아 듣지 않고 식사 메뉴 정한 거 미안해요…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거만 시킨 건 아니었어요… 해산물 못 먹는 거 몰랐어요… 그리고 김밥 종류 나열할 때 내가 조용히 하라고 소리친 거 미안해요. 하지만 속으로 놀랐어요. 그렇게 많은 김밥 종류를 달달 외우고 있을 줄은… 얘기하다보니 나영씨는 대부분 먹는 거네… 미안해요 맘에 담아두지 말아요.” “어땠어? 재미있어? 이상한 데는 없어?” 이나영은 내게 말했다. “내가 이 작품을 하게 된 것은… 또 하는 동안엔 감독님을 믿는 것밖엔 없었다.” (그렇다고 내게 이런 식으로 반말을 했다는 것은 아니다.) 정재영도 말했었다. “난 그냥 장진 선배님 코미디가 좋아서 한다”고….처음으로 완성된 영화를 보는 자리에서 난 그 둘의 표정을 상상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그 둘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과연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아쉬움과 후회가 생겨날까? 물론 보람도 어쩌면 느낄 수 있겠지… . 그들은 내가 그려놓은 이야기에 자신들의 숨을 불어넣었다. 난 그것을 다듬고 조합했고 그들은 그 영화를 본다. 그들은 멋진 로맨스를 만들었고 유쾌한 코미디의 주인공이었다. 손 한번 안 잡는 멜로드라마에 걸쭉한 사랑을 즈려 밟고 그들은 나와 함께 가을 겨울 그 사이를 지나왔다. 그리고 이젠 그 둘이 우리의 영화를 본다. 그 둘의 가족들 친구들도 우리의 영화를 본다. 이나영은 아, 장진 코미디가 이런 거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고 정재영은 전혀 다른 멜로를 만들겠다더니 이거였구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나만의 고유한(?) 긴장 속에 우리의 영화 첫 시사가 끝나고 난 그 둘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장진 - 어땠어? 재미있어? 이상한 데는 없어? 이나영 - 극장이 왜 이리 추워요? 정재영 - 그러게… 에어컨 무지 세게 나오네…. 장진 - 어 … 그래?… 근데 영화는 뭐 이상한 거 없었어? 이나영 - 마지막 장면요…. 장진 - 어… 그래 마지막 장면… 뭐? 이나영 - 나 바지가 너무 큰 거 같지 않아요? 정재영 - 난 내 머리가 너무 크게 나온 거 같아… 앞머리 좀 내릴걸… 하긴 짧아서 내릴 게 없구나…. 장진 ……… 이나영 정재영 장진 이 영화처럼 모두 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지상에서 가장 유명한 토크쇼가 온다

2004년 6월1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를 ‘2004 세계 100대 스타파워’ 순위에서 3위로 뽑았다. 앞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에 이어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타임 100)’에 올렸다. 두 해 연속 이 명단에 든 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그뿐이었다. 1월30일 미국 전국지 〈유에스에이투데이〉와 〈시엔엔〉 여론조사에서 그는 힐러리 클린턴 의원에 이어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여성 2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21일 미국 대중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브이에이치1〉이 발표한 ‘가장 위대한 대중문화 아이콘 200선’에선 1위를 차지했다. 방송사 쪽은 “이 순위는 정치인·학자·스포츠스타·영화인·가수 등 각계 캐릭터 가운데 뽑힌 스타 중의 스타를 뜻한다”고 밝혔다. 그의 재산은 무려 1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는 사생아였다. 미시시피강 근처의 가난한 흑인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홉살 때는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사춘기 시절 삼촌에게 성희롱을 겪었다. 14살 땐 조산아를 낳았다. 아버지는 그의 구원 호소를 차갑게 외면했고, 이복동생은 그가 유명해진 뒤 그가 미혼모였음을 세상에 폭로했다. <오프라 윈프리 쇼>7월 2일부터 온스타일 채널서 “진솔한 내면 토로”‥“심리적 상투성”평가 갈려 1986년 그는 미국 시카고의 텔레비전 아침프로 〈에이엠 시카고〉의 진행자가 된다. 〈에이엠 시카고〉는 방송 한달 만에 같은 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고, 1년도 안 돼 그의 이름을 따 제목을 바꿨다. 지금껏 18년 동안 미국 낮 시간대 토크쇼 시청률 1위는 줄곧 그의 독차지다. 미국 내 시청자만 2200여만명에 세계 104개국에서 1억명이 그의 쇼를 지켜본다. 그가 소개하는 책은 순식간에 수십만부가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된다. “전 흑인인데 그건 바꿀 수 없어요. 뚱뚱한 것도 아마 못 바꿀 거예요.” 〈에이엠 시카고〉 오디션에서 그가 했다는 말이다. 그의 말 그대로 그는 자신을 바꾸는 대신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스타가 됐다. 95년 방송에서 중산층 마약 사용에 관한 책 이야기 도중 자신의 마약 사용 경험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픈 경험을 토대로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는 솔직함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그의 가장 큰 매력이다. 7월2일부터 그의 진솔한 토로를 국내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여성 라이프스타일 채널 ‘온스타일’을 통해 매주 월·화·금 오전 11시 방송되는 〈오프라 윈프리 쇼〉다. 2003년 연말에 방송됐던 〈섹스 앤 시티〉와 〈프렌즈〉 종영 특집 토크쇼를 시작으로 한국 문화에 맞는 에피소드 78화가 먼저 전파를 탄다. 9월부터는 미국 현지에서 방송되는 에피소드를 거의 동시에 내보낼 계획이다. 그의 쇼를 두고는 “내면 깊숙이 감춰둔 속마음을 만인 앞에서 드러내 보이게 한다”(〈월스트리트 저널〉)는 찬사만 있지는 않다. 〈뉴욕타임스〉는 “백색 트레일러 쓰레기통”, “심리적 상투성을 제공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화 차이를 넘어 그의 이야기가 한국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까 궁금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파리] 프랑스, 공연예술계 비정규직의 손 들어줘

장-자크 아야공에 이어 2004년 3월31일부터 문화통신부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르노 돈느듀 드 바브르는 지난 6월10일 각 영화사 사장을 포함한 텔레비전 및 시청각 부문의 고용주들에게 비정규직 공연예술계 종사자들(intermittents: 앵테르미탕)의 실업수당과 관련된 법제를 악용하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서신을 보냈다. 공식회견에서 드 바브르 장관은 이 서신이 파트릭 르 레이 TF1 사장, 마크 테시에 프랑스 텔레비전 사장, 독립영화 제작자 협회장들, 알렝 라발 영화 및 영상물 제작자 협회장, 피에르 졸리베 작가·감독·제작자 협의회(ARP)장, 알렝 테르지앙 영화제작자 협의회장, 장-프랑스와 르프티 프랑스 영화제작 및 수출조합장 등에게 전해질 것이며, 고용주쪽의 부정행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서신에는 “과거에는 묵과되었던 법제적 남용행위들이 더이상 용납될 수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고용주쪽의 각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서신의 발송에 앞서 열린 공식회의에서 드 바브르 장관은 지난해부터 적용된 새로운 실업수당 시스템으로 인해 수혜에서 제외된 앵테르미탕들 중 1만3천명에서 1만4700명에게 2004년 7월1일부터 새로 마련되는 특별수당을 선별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특별수당 역시 모든 비정규직 예술계 종사자들에게 지급되는 것은 아니어서 7월1일 이후에도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는 앵테르미탕들은 계속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비정규 노조쪽의 반발은 쉽게 누그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대해 드 바바르 장관은 지난해 아비뇽연극제 점거를 시작으로 올해 클레르몽 페랑 단편영화제, 칸영화제 등 연이은 문화예술 행사와 거리에서 지속적인 투쟁을 해온 비정규직 노조쪽에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문화통신부 장관의 과감한 조치가 최근 몇년간 프랑스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공연예술계 종사자들의 처우문제를 둘러싼 갈등에 유효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보아야겠다. 파리=차민철 통신원

이병헌-송혜교 VS 최진실-조성민 ‘이별방식’

“여자로서 더할 나위없이 훌륭했지만 연기후배로서도 가능성을 지녔다. 앞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나이에 재능도 가지고 있다.” “사귀는 도중에 잘 해주고 잘 챙겨줬는데 헤어지는 순간까지 걱정하고 배려해줘서 고맙다.” 그들의 헤어지는 방식은 여느 스타커플과 사뭇 달랐다. 지난 18일, 19일 따로 결별기자회견을 연 이병헌과 송혜교의 목소리에는 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섭섭함이 없음은 물론 오히려 걱정과 배려가 넘쳐났다. 60년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최무룡-김지미 부부 이후 가장 애정어린 결별사를 남긴 스타커플로 기록될 만하다. 만약 두 사람이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다면 충분히 성공적이었다. <연예가중계> 등 텔레비전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이 장면을 본 사람들한테는 “이런 마음이라면 왜 헤어졌을까”라는 안타까움이 들었을 테니까. 사실 두 사람은 결별마저도 관리한 흔적을 남겼다. 이미지가 생명인 스타에게 헤어지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터득하고 있다고 할까 이병헌과 송혜교가 소속한 연예기획사는 14일 오후 동시에 결별 보도자료를 내보내는가하면 지난 5월 헤어지기로 한 뒤 두 소속사는 한달여 동안 대책회의를 통해 5가지 신사협정을 맺었다고 <스포츠서울>은 15일 보도했다. 양쪽은 어떻게 하면 보기좋은 ‘이별’의 모양새로 비칠 수 있을까 고심했다고 한다. 언론에 결별시점을 공개하는 날짜도 택일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4일 한국방송 2텔레비전 미니시리즈 <풀하우스>의 방영을 앞둔 송혜교의 기획사쪽로서는 이미 헤어진 이병헌과의 열애 사실이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에 빨리 털어버리는 것이 드라마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병헌-송혜교 커플과 달리 어정쩡한 상태로 각자의 활동을 재개한 최진실-조성민 부부의 경우는 다른 의미에서 안타까움을 남긴다. 2002년 12월 대선 전날밤 노무현-정몽준의 결별 못지않은 뉴스를 제공했던 최-조 부부의 요란한 상호비방전은 이후 이혼조건 언론폭로를 둘러싸고 법정공방으로 번진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진실은 2년만에 문화방송 주말극 <장미의 전쟁>에 의욕적으로 출연했지만 10% 초반의 시청률을 기록해 전작에 이어 두번씩이나 흥행실패의 쓴맛을 봤다. 이를 두고 발랄하고 상큼한 이미지로 90년대 초반 자신의 시대를 화려하게 열어나갔던 최진실이 30대 중후반 나이에 걸맞는 변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미지 관리의 실패탓이 더 큰 것같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대방에 대해 갈 데까지 가는 공방을 벌인 최진실이 어떤 방식으로든 이를 정리하지 않은채 다시 대중 활동에 나선 결과 시청자의 평가는 혹독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떤 시청자는 “무능한 남편을 구박하는 똑똑한 여의사 역과 최진실의 사생활이 중첩돼 보였다”고 말했다. 물론 연애중 결별과 결혼의 파경은 그 무게와 고민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한묶음으로 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또한 남녀관계의 문제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섣부른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스타급 연기자의 경우 부부 및 연예관계 등 가장 은밀한 사생활마저도 사적영역으로만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최진실은 최근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조성민의) 서로 깨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혼은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의 복잡한 심경을 대중들은 이해할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도 돈 된다

웬만한 흥행대작 못지 않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화씨 9/11>의 개봉을 계기로 그동안 수익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다큐멘터리 영화의 상품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화씨 9/11 (Fahrenheit 9/11)>의 대단한 성공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들에게는 흥행성있는 대중오락으로, 영화 배급업자들에게는 잠재적인 수입원으로 받아들여지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만 사실 <화씨 9/11>은 지난 몇년 사이 잇따르고 있는 다큐멘터리 흥행작 가운데 가장 최근이자 가장 성공적인 사례일 뿐이라고 5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4일까지 무려 5천60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린 <화씨 9/11>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5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둔 다큐멘터리는 적지 않고 그 대부분이 최근 몇년 사이 개봉된 작품들이다. 최근 개봉된 또다른 다큐멘터리로 패스트 푸드의 위험성을 지적한 영화 <슈퍼 사이즈의 나(Super Size Me)>도 1천만달러에 가까운 흥행수입을 기록 중이다. 이밖에도 지난 2002년 개봉된 <볼링포컬럼바인>의 흥행수입은 2천160만달러, 지난해 개봉된 자연 다큐멘터리 <날갯짓 이동 (Winged Migration)>은 1천80만달러에 각각 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행작으로서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높인 작품은 <화씨 9/11>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할리우드 관계자들은 <화씨 9/11>을 보기 위해 극장 앞에 길게 줄지어 서있는 관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다큐멘터리 영화의 새로운 장이 열렸음을 보고 있다. <슈퍼사이즈의 나>의 배급업체 로드사이드 어트랙션스의 하워드 코언 공동사장은 "마이클 무어가 감독한 <화씨 9/11>은 특별한 사례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이 전례없이 다큐멘터리에 익숙해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화씨 9/11>의 배급업체인 미라맥스의 하비 웨인스타인 공동회장은 "이 영화의 붐은 과거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 (Sex, Lies and Videotapes)> 이후 독립영화(인디) 붐과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이후 외국어 영화 붐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바커 소니 영화사 공동사장은 텔레비전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리얼리티 쇼'들이 다큐멘터리 영화의 인기에 일조했지만 무엇보다 히트한 다큐멘터리들은 다큐멘터리는 진지하고 사실에 입각해야 한다는 명제에 집착하지 않고 흥행성을 중시했다는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뉴욕=연합뉴스)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6]

부시 겨냥한 정치적 다큐멘터리들 〈Control>〈Bush's Brain>〈Persons of Interest>(위부터) 이번 여름! 미국은 가짜 이미지들로 가득 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의 낭만적인 잔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거대한 상상의 성채들 사이로 현실정치를 쏘아보고, 풍자하고, 파헤치고, 가격하고, 뭉개버리려는 정치적 다큐멘터리들이 ‘밀려든다’. 그들 대부분이 조롱하고자 모셔오는 주인공은 대통령 부시이며, 부숴버리고 싶어하는 것은 그의 대이라크 정책이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쟁의 종식이고, 보고 싶어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인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선봉장은 독설 다큐멘터리의 일인자 마이클 무어와 그의 영화 <화씨 9/11>이지만, 그와 같은 정치적 염원을 가진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생각보다 많다. 〈Uncovered: the Whole Truth about the Iraq War>는 부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장하는 전쟁의 정당성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를 세세한 예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비판한다. 영화는 ‘이라크 전쟁의 그 모든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던 것의 조작임을 강조한다. 밝혀질 것이 없다는 말이다. 감독 로버트 그린왈드는 부시의 전쟁에 대한 정책 발언과 이전 정부에서 고위 관리직을 지낸 25명 인사들의 인터뷰를 서로 대치시키면서 현재의 모순적인 정치적 당위를 무너뜨리고자 노력한다. 이 영화는 원래 2003년 60분 분량 DVD버전으로 먼저 나와 10만명 이상의 관객이 보았고, moveon.org 등 몇몇 진보적 웹사이트를 통해 방영되면서 대중적 관심을 끌게 됐다. 배급업자 필립 디아즈의 제안으로 90분 분량의 35mm 극장용 영화로 재편집되어 8월 중순 뉴욕을 중심으로 개봉예정이다. 비판의 대상은 대통령 부시뿐만이 아니라 그의 측근도 포함된다. 다큐멘터리 〈Bush’s Brain>은 대통령 부시의 정치담당 수석 보좌관인 칼 로브를 비판의 주적으로 등재한다. 그 온건한 강도 때문에 한편으론 역공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감독 조셉 밀레이와 마이클 스웁은 말 그대로 부시의 브레인이라 할 만한 칼 로브의 정치적 권모술수와 행로를 해부함으로써 왜 부시가 오판을 거듭하는지, 왜 국민들이 부시 행정부의 정책적인 악화일로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지를 질문한다. 6월 말 인터넷을 통해 DVD발매된다. 한편, 아랍계 미국인 다큐멘터리 감독 예하네 노우자임의 영화 〈Control Room>은 이미 몇몇 상영을 통해 엄청난 사회적 동의를 가져왔다. 이 영화는 아랍계 텔레비전 방송사로 잘 알려진 <알자지라>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여름 미국 내 전국적으로 200개 이상의 극장에 걸릴 예정인 〈Control Room>은 이라크 전쟁 초기 반미국 방송사로 오인받았던 그들의 공정성에 대해 주시하고, 카타르 주둔 미군의 언론통제 영향 속에서 축소 보도 및 오보를 일삼는 미국의 일부 방송들과 달리 꾸준히 그 전쟁의 진상을 전하려는 <알자지라> 사람들의 현실을 냉정하고 담담하게 뒤쫓아간다. 이 밖에도 각종 페스티벌과 아트하우스를 근거지로 이번 여름 순회 상영을 예정 중인 앨리슨 매클린과 토비아스 퍼스의 〈Persons of Interest>는 2001년 9·11 이후 미 연방정부로부터 아무 근거없이 구금조치당한 12명의 뉴욕 내 무슬림과 아랍인들의 법정 투쟁기를 그린 다큐멘터리이며, 10월에 개봉예정인 제랄드 엉거맨과 오드리 브로이의 〈The Oil Factor Behind the War on Terror>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사진 자료 및 부시 행정부 관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 군사행동의 이유를 중동의 원유에서 찾는다. 또는 스티븐 로젠바움처럼 직접적으로 존 F. 캐리의 정치 캠페인 활동을 주시하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선거가 있던 어느 해에도 이처럼 광범위하게 영화적 행동주의가 일었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LA 타임스>는 미국 역사가들의 지적을 받아 적는다. 〈Bush’s Brain>의 공동감독 조셉 밀레이와 마이클 스웁은 “만약 사람들이 사실에 대한 막연한 느낌과 부정확한 보고를 믿고 표를 던진다면, 그건 정말 이 나라에 슬픈 사태를 몰고 오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해 11월 미국에서는 대선이 열린다. 그들 나라의 어느 사이트에 떠 있는 문구. “여러분은 부시가 이번에도 재선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예 또는 아니오를 눌러주세요.” 마이클 무어를 포함하여 미국의 몇몇 정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그 선택안 중 한쪽은 이미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미국인 모두가 그래야만 세상이 좋아진다고 믿는다.

광활한 대륙의 안을 엿보다, 제3회 호주영화제

광화문 씨네큐브, 제3회 호주영화제 개최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호주의 영화산업은 정부와 ‘선’을 대고 있는 다양한 영화기구를 딛고 개성어린 입지를 다져왔다. 예컨대 제인 캠피온 감독을 비롯해 <뮤리엘의 웨딩>과 <피터팬>의 P. J. 호건, <꼬마돼지 베이브>의 크리스 누난 등이 모두 ‘호주영화·텔레비전·라디오스쿨’(AFTRS) 출신이다. 피터 잭슨의 아낌없는 지원에 힘입어 이웃나라 뉴질랜드가 세계적 촬영지로 각광받는 바람에 다소 빛이 바래는 듯하나 호주산 영화는 꾸준히 자기만의 향취를 만들어내고 있다. 배우와 배경은 서구적이나 내러티브와 캐릭터는 인종과 민족을 살짝 뛰어넘는 진지함이 특징적이다. ' 광활한 자연을 안고 살아가는 그곳이지만 인간의 삶이란 늘 강퍅하고 위태롭다. 네쌍의 부부가 기묘한 인연으로 이어지는 <결혼의 비밀>(Lantana, 감독 레이 로렌스, 2001)(사진)은 권태의 위기를 쓸쓸하고 불완전한 개인의 내면에 얹혀놓고 보는 이의 호흡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정신과 의사인 한 여인의 실종이라는 스릴러적 변주에 섹스와 배신, 죽음의 다양한 표정까지 담아냈다. 40대의 형사 레온(앤서니 라파글리아)은 번듯한 가정을 두고 있지만 댄스 동호회에서 만난 제인과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레온의 아내는 유명한 정신과 여의사를 찾아가 공황상태를 맞이한 자신의 심경을 토로하며, 이 여의사는 외동딸이 강간살해된 사건으로 인해 남편 존(제프리 러시)과 보이지 않는 단절의 고통을 겪고 있다. 이들의 관계는 딱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는 사건으로 한순간에 엮이며 전환의 계기를 맞이한다. <숭어>(감독·각본 데이비드 시저, 2001)(사진)에서 그려지는 호주 내부의 풍경도 코믹하지만 신산스럽다. 시드니 근처의 해변 도시에서 자란 에디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버리고 모종의 꿈을 안고 무작정 도시로 떠나간다. 3년 뒤 허망하게 돌아온 고향은 일견 그를 반기지만 관계의 위험한 변수가 되어버린 그 때문에 점차 갈등이 표면화된다. 호주는 이민과 이산의 땅이기도 하다. <어느 스페인 여인의 이민사>(La Spagnola, 감독 스티브 제이콥스, 2001)(사진)는 호주로 이민 온 어느 스페인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관능과 코믹으로 다루고 있지만 여성 내부의 소통에 방점을 찍는 여성드라마이며, 홍콩계 호주인 클라라 로의 <떠도는 인생>(1996)은 이민으로 삶의 업그레이드 혹은 탈출을 꿈꾸는 중국계 이민자의 삶을 서늘하게 펼쳐간다. 호주영화의 또 다른 미래는 장편의 완성도를 뺨치는 단편들에서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2004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단편애니메이션 최우수상을 받은 <하비 크럼펫>은 폴란드에서 이민 온 한 사내의 인생유전을 코믹하게 그린 클레이애니메이션으로, 번뜩이는 재치와 위트가 일품이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 단편상을 받은 <폭죽이 가득한 가방>(Cracker Bag)은 사춘기 소녀 에디의 소박한 계획이 어이없게 어그러지는 과정에다 성장기의 씁쓸한 단면을 배치했다. <미미>(Mimi)는 경매를 통해 원주민 공예품을 사들인 도시의 세련된 여성이 호주 원주민의 정령인 미미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소동을 유쾌하게 그렸고, <영사기사>는 픽시레이션(Pixilation)이라는 라이브-액션 애니메이션 기술을 사용해 실사를 독특한 속도감과 화질로 만들어낸 실험성이 돋보인다. 또 <영사기사>는 2003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영화의 영상이미지로 영사기사의 과거를 회상한다는 설정에서도 묵직한 인상을 남긴다. 이성욱 lewook@hani.co.kr <제3회 호주영화제> 일시 7월10일(토)∼15일(목) 6일간 장소 광화문 시네큐브 주최 호주 외교통상부, 호주영화진흥위원회 주관 주한 호주대사관, (주)영화사 백두대간 후원 호주 정부 관광청, 아시아나 항공 내용 장편영화 8편, 다큐멘터리 1편, 단편 19편 등 총 28편 오프닝 리셉션 7월9일(금) 저녁 6시30분 광화문 씨네큐브 예매 및 문의 02-747-7782, www.ciness.co.kr(씨네큐브), www.australia.or.kr(호주대사관) ※입장객 추첨을 통해 1주일간 호주 무료 여행의 기회가 제공된다(1팀 총 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