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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할리우드 영화전문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탐방기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생각해보면 영화는 처음부터 ‘산업’이었다. 영화를 찍고, 관객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 영화로 돈벌기는, 전통적인 극장 상영부터 비디오, DVD, 사소하게는 캐릭터 인형까지 다양화, 세분화되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의 ‘영화테마파크’이다. 영화세트를 이용한 구경거리와 간단한 놀이기구로 시작한 영화테마파크는,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처럼 거꾸로 영화화되기도 하는 등 더욱 긴밀하고 영리한 방식으로 영화를 이용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영화테마파크의 현재를 확인하러 오사카에 있는 할리우드 영화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다녀왔다. 6호 태풍 디앤무의 영향으로 일본 간사이 지방의 국내선 비행기들이 결항됐던 6월21일. 그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연간 1천만 관람객을 자랑하는 테마파크답게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은 관람객들로 제법 북적대고 있었다. 속편 아닌 속편, <슈렉 1.5> <백 투 더 퓨처 3.5>? <슈렉> <터미네이터> <백 투 더 퓨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가장 큰 공통점은 아마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시리즈 중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그런데 만약 극장에서 개봉한 속편 시리즈들이 아닌 또 다른 버전의 속편이 있다면? 시리즈의 팬들로서는 그 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당연지사. <슈렉4D 어드벤처> <터미네이터2: 3-D> <백 투 더 퓨처 더 라이드> 등은 이런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이용한 어트랙션이다. <터미네이터2: 3-D>는 사이버다잉사에 의해 다시 지구의 미래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존 코너가 터미네이터와 함께 미래로 날아가 스카이넷을 폭파한다는 설정을 실제 배우와 3D입체영화를 섞어가면서 보여주는 3D쇼이다. △ 특수효과 쇼인 <백 드래프트>에서는 화염 특수효과를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다. 공장으로 꾸며진 세트는 정교하게 계산된 프로그램에 따라 불꽃을 터트리며 무너진다. <터미네이터3>가 개봉한 지금은 전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가 되었지만, <터미네이터3>의 내용을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롭다. 또한 <슈렉4D 어드벤처>는 슈렉과 피오나가 신혼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4D 어트랙션으로 만든 것으로, 1편과 이번 여름에 개봉한 2편의 사이에 들어갈 내용으로 손색이 없다. 애니메이션의 질이나 캐릭터의 매력도 본편 영화들과 다르지 않다(스토리 이외에 본편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유령이 되어 나타난 파콰드 영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정도랄까?). 이런 종류의 어트랙션에서 흥미로웠던 것은 비슷하게 생긴 대역전문 배우들이 아닌 실제 출연배우들이 나와서 ‘어트랙션용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 3D 화면 속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본편에서와 다름없는 매트릭스식 날아차기를 하는 피오나 공주를 보고 있자면 실제 속편을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게 한다. 실제 무대로 옮겨온 영화적 스펙터클<슈렉4D 어드벤처> 등이 본편과 또 다른 에피소드를 이용해서 또 한편의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라면, 스턴트 쇼 <워터월드>와 라이브 공연인 <유니버설 몬스터 라이브 로큰롤 쇼> 등은 원작영화의 컨셉과 기본 내러티브를 실제 무대로 옮겨온 경우다. 물 위에 세워진 세트를 배경으로 영화의 줄거리를 그대로 본떠 만든 <워터월드>는 “영화 <워터월드>는, <워터월드> 어트랙션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평가처럼 영화보다 훨씬 박진감 넘치는 쇼를 보여준다. 특히, 벽을 뚫고 비행기가 불시착하는 장면과 30m는 족히 되어보이는 곳에서 몸에 불이 붙은 채 물로 떨어지는 연기에서는 스크린에서 느낄 수 없는 ‘실제상황’의 스펙터클을 느낄 수 있다. <유니버설 몬스터 라이브 로큰롤 쇼>는 비틀주스, 프랑켄슈타인, 드라큘라 등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에 등장했던 각종 몬스터들이 등장해 각 캐릭터에 어울리는 라이브 무대를 선보인다. 늑대인간이 〈who let the dogs out>을 부르고, 프랑켄슈타인의 신부가 프랑켄슈타인을 떠나보내며 〈I will survive>를 부르는 등 할리우드식 위트가 느껴지는 뮤지컬 공연이다. 단순 세트가 아닌 영화의 공간 속으로 △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등 <피너츠>의 캐릭터들로 꾸며놓은 스누피 스튜디오. 미국에는 없고 오사카에만 있는 어트랙션 중의 하나. 캐릭터 쇼도 있기는 하지만 기념품 가게로 눈길을 더 끈다. 작품의 내러티브나 캐릭터가 아닌 ‘영화제작’ 자체에 대한 흥미를 이용한 어트랙션도 있다. <백 드래프트> <텔레비전 프로덕션 투어> <몬스터 메이크업> 등이 그것이다. <백 드래프트>에서는 영화 <분노의 역류>의 론 하워드 감독과 주연배우였던 커트 러셀 등이 직접 코멘터리를 한 메이킹필름을 보여준 뒤, 실제로 눈앞에서 화염 특수효과를 시연한다. 기름통이 터지고 철제구조물이 무너지는 것을 보다보면 메이킹필름에서 감독과 배우가 강조했던 ‘스턴트맨과 스탭들의 수고로움’을 느끼게 된다. 이들 외에도 영화의 설정과 캐릭터를 배경으로 한 ‘탈거리’들도 있다. <쥬라기 공원>이나 <어메이징 어드벤처 오브 스파이더맨 더 라이드> 등이 그것이다. ‘무서운 놀이기구’에 중점을 맞춘 어트랙션인 만큼 영화적인 재미는 덜하지만 뉴욕의 마천루에서 수직으로 떨어지고, 실제 쥬라기 공원을 방문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는 충분하다. 영화테마파크는 영화로 수익을 내는 방법으로는 가장 초기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임에 틀림없지만, 영화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시리즈의 새로운 에피소드를 발견하고 영화의 실제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놀이기구’로 만들어질 만큼 산업적으로 장르화되지 않은 한국 영화계를 생각하면 우리나라에 한국영화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은 가까운 미래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실패작임에도 불구하고 <워터월드>를 놀이공원 내 최고의 인기 쇼로 만들어낸 할리우드식 놀이기구들은 영화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단순하지만 명확한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오브 더 라이드> (왼쪽) <백 드래프트> 어트랙션 건물 앞에서 소방수 차림으로 스턴트 쇼를 보여주고 있는 연기자들. 파크 곳곳에서 작은 쇼가 진행된다. (오른쪽 사진)

나카타니 미키, “전 정말 한국영화 왕팬이에요”

<역도산> 출연중인 일본 최고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 인터뷰 "저는 정말 열렬한 한국영화 팬입니다. 이제는 일본영화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앞서가는 한국영화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집에서 한국영화를 즐겨봅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감독, 배우와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너무 기쁩니다." 일본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치열한 삶을 그리는 영화 <역도산>(싸이더스 제작)에서 역도산(설경구)과 사랑을 나누는 연인으로 출연하는 일본의 인기 여배우 나카타니 미키(28)는 자신을 한국영화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나카타니는 이 영화에서 요정 게이샤로 일하던 중 1940년 일제시대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와 스모 선수로 활동하던 역도산을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역도산의 평생의 안식처가 되었던 아내 아야로 나온다. 나카타니는 청순함과 기품을 간직한 채 남편 역도산을 위해 헌신하며 역도산의 분노와 아픔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마음 넓은 아내 역할을 소화한다. 그녀는 지난 8일 일본 히로시마현 미노쿠노사토 산등성이를 깎아 만든 오픈세트에서 <역도산>의 일본 현지 로케이션을 끝냈다. 나카타니는 국내에는 이름이 덜 알려져 있지만 일본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통하는 최정상급 연기자. <링> 시리즈와 <카오스>, <호텔 비너스> 등의 영화와 <한여름의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의 톱 레이디>, <아버지> 등의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했다. 싱글을 포함해 20여장의 독집 앨범을 내며 가수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광고 모델로도 활동중이다. "정말 좋은 캐릭터를 맡게 돼 기분 좋다"는 나카타니는 <역도산>의 메가폰을 잡은 송해성 감독의 전작 <파이란>뿐 아니라 주연배우 설경구가 출연한 <실미도>, <오아시스>, <박하사탕> 등을 모두 보았을 정도로 한국영화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녀는 특히 <역도산>에서 남편과 아내로 서로 호흡을 맞추는 설경구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지난 2001년 일본 NHK가 제작한 특집드라마 <성덕태자>에서 이미 설경구와 함께 연기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것. 그녀는 당시 "설경구의 연기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표정을 보았다"며 "정말 훌륭한 배우"라고 치켜세웠다. 또 이번에 역도산에 출연하기 위해 무려 23㎏을 불려 거구로 변신한 설경구를 보며 "개인적으로 날씬한 남자를 선호하지, 뚱뚱한 남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살찐 남자의 모습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일본의 국민적 영웅 역도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역도산은 2차대전에서 패전, 패배주의에 빠져 있던 일본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일본 사회의 빛과 같은 존재로, 덩치 크고 강한 사나이로만 알고 있었으나 영화 <역도산>을 찍으면서 세심하면서 섬세한 인물일 뿐 아니라 삶의 이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완벽한 장면을 찍기 위해 인내하고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한국영화의 제작방식에 대해서도 부러움을 표시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일본에서 영화를 찍을 때 보통 제작기간은 한 달 가량이며, 길어도 3개월을 넘지 않고 짧으면 3주 만에 한편의 영화를 만들기도 하는데, 한국영화 제작진은 한컷 한컷 온갖 정성을 다해 찍는다는 것. "지금껏 이렇게 여유있는 제작현장을 경험해 보지 못했습니다. 일본영화 풍토에서는 '사치스런 현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태양 각도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30분 이상을 기다린 적이 있는데,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런데도 웃음을 잃지 않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한국 스태프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영화 <역도산>은 이날 일본 현지촬영을 모두 끝내고 8월부터는 부천에 마련한 오픈세트에서 본격적으로 프로레슬링 장면을 촬영한다. 늦어도 9월 말에는 후반작업에 들어가 역도산의 41주기 기일인 오는 12월15일에 국내 개봉될 예정이다.(미노쿠노사토=연합뉴스)

[도쿄] 영화와 CF의 동침, 네트 무비

일본에 최근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이른바 ‘네트 무비’의 제작경쟁이 치열해졌다. 대부분 기업들이 자사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 의뢰하는 10분 정도의 짧은 작품이지만, 국내외 유명 감독과 탤런트들이 뛰어들며 화제가 되고 있다. 기업들도 네트 무비를 텔레비전 CF의 연장이 아니라 독자적인 광고 매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모리나가는 6월부터 알로에 요구르트 광고를 위한 단편 <비밀> 3부작을 인터넷에서 상영 중이다. 주타깃층인 젊은 여성들에 맞춰 다나카 레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연애드라마를 만들었다. 텔레비전 광고 때는 <비밀>의 한 장면을 예고편으로 내보내 사람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찾도록 하는 식이다. 자동차회사 마쓰다는 스포츠카 ‘아덴자 23z’의 단편 <러시>에 뤽 베송 감독을 기용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를 무대로 속도감 있고 서스펜스 넘치는 자동차 추격신이 펼쳐지는 작품으로 당연히 그가 제작한 <택시>가 떠오르게 된다. BMW는 오우삼 감독에게 네트무비를 맡겼다. 이전에도 네트 무비는 간간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붐을 일으킨 것은 네슬레가 ‘킷캣’ 선전을 위해 이와이 순지 감독에게 의뢰해 만든 <하나와 아리스>(사진)가 지난해 히트하면서다. 원래 텔레비전 CF는 미야자와 리에 등이 출연했지만, 네트 무비에선 요즘 최고 인기있는 스즈키 앙과 아오이 유를 기용해 첫사랑을 테마로 모두 3장4화의 영화를 만들었다. 아스라한 첫사랑을 떠오르게 하는 시적인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액세스만 298만건에 달했고, 아예 이를 재편집한 같은 제목의 장편영화가 올해 3월에 극장공개되며 인기를 모았다. 한국보다 인터넷 환경이 뒤처지긴 하지만, 일본도 최근 몇년 새 초고속통신망의 보급이 확대되며 급속히 사정이 바뀌고 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ADSL, 광통신 등 일본 내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한 회선은 4월 말 현재 1600만 회선. 네트 무비는 노골적인 제품 홍보에 치우칠 경우 외면받기 쉽기에 사람들의 삶에 밀착하는 촘촘한 스토리텔링과 색다른 영상이 있어야만 눈길을 끈다. 새로운 대중매체로 떠오른 인터넷에서 영화와 기업의 동침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오 놀라워라, 강렬하고 지독한 블록버스터

<특전 유보트 완전판> Das Boot-the Original Uncut Version 1981년 감독 볼프강 페터슨 출연 위르겐 프로흐노프, 헤르베르트 그뢰네마이어, 클라우스 베네만 상영시간 293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컬러 음성포맷 독일어, 영어 DD5.1, 독일어, 영어 DD 2.0 서라운드 부록 제작과정 출시사 콜럼비아트라이스타홈비디오(미국) 현재 할리우드에서 상업감독으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독일 출신의 감독 볼프강 페터슨의 1981년작 <특전 유보트>는 독일인의 시각에서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솔직하게 그려낸 반전영화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물론 조너선 로젠봄처럼 이 영화의 반전성의 의도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평론가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영화산업적 측면에서 <특전 유보트>를 회고해보면 바다 속 잠수함 전투장면을 실제의 상황보다도 몇배 더 실감나고, 긴장감 있고, 어쩌면 현실의 경험보다 더욱 강렬하고 지독하게 표현/모사해낸 극사실주의적 연출이 오늘날 컴퓨터그래픽에 기반한 정교한 극사실적 블록버스터영화의 선구적인 존재였을 뿐 아니라 현대 상업감독들에게 지속적인 영화적 영감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 또한 부정하기 힘들다. 원래 <특전 유보트>는 텔레비전 상영을 위한 5부작으로 기획된 미니시리즈였으나,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2시간30분가량으로 재편집되어 극장용 영화로 상영된, 나름대로 독특한 사연을 가진 작품이다. 작품의 지속적인 인기에 힘입어 1997년에 감독판으로 3시간30분 버전이 발표되었고, 그 버전의 AV적인 우수함 때문에 초기 DVD 시장에서부터 준레퍼런스급의 타이틀로 대접받아왔고, 심지어는 20여년 전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슈퍼비트 에디션으로 출시되어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이번에 북미에서 출시된 완전판은 작품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가려는 듯 5부작 텔레비전 시리즈를 2장의 DVD로 담아 출시한 버전이다. 무려 5시간에 걸친 완전판은 감독판에서 보여준 극사실적인 전투 세계의 아비규환을 좀더 유연하고 뚜렷한 스토리라인으로 마무리짓고 있지만, 원작이 텔레비전 시리즈인 만큼 내러티브의 전개방식이 극영화의 리듬과는 달리 구성되어 있는 점이 극장용 버전과의 비교 시청을 더욱 재미있게 한다. 아나모픽으로 처리된 화면은 감독판 슈퍼비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고, 5.1 채널로 새로 마스터링된 사운드도 제작사의 열의를 느끼게 해준다. 부록으로는 제작과정만이 들어 있을 뿐이지만, 5시간 동안 몸이 녹초가 되도록 감상한 사람에겐 이 정도의 부록도 벅차게 느껴진다. 사실 <특전 유보트> 극장판은 우리나라 영화팬들에게는 1980년대 후반에 텔레비전에서 아무 예고도 없이 기습적으로 일주일 동안 방영했던(방송사고에 가까운) 사건으로 더욱 기억이 새로운 작품이다. 지금도 인터넷 게시판에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회고담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작품 자체의 기운이 당시에 얼마나 강렬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그때 사고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팬의 입장에서 국내 출시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이교동

“젠킨스는 북에서 꽃미남배우”

25년전 북 영화 출연 최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납북됐다 일본으로 돌아간 아내 소가 히토미(45)를 만난 월북 미국인 찰스 젠킨스(64)가 25년 전 북한 영화에 출연한 내용이 북한 잡지를 통해 16일 확인됐다. 북한의 대표적 예술잡지 <조선예술> 1980년 12월호에는 젠킨스가 70~80년대 북한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이름없는 영웅들>(20부작)에서 칼 스미스라는 미8군 방첩장교로 출연했던 사진이 실려 있다. 한국전쟁 때 북한 첩보원들이 영국 국적의 기자와 미8군 방첩장교 등으로 위장해 활약하는 얘기를 그린 이 영화에서 젠킨스는 북한 첩보원에게 호감을 품고 그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돕는 역할을 했다. 젠킨스는 이 영화에서 영국 첩보물 007 시리즈의 주연 배우처럼 멋진 모습을 보여 북한 여성들에게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탈북자는 “젠킨스는 당시 훤칠한 키와 매력있는 얼굴로 많은 여성들을 열광시켰다”며 “북한 영화에 외국인이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어서 더욱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젠킨스가 인민무력부 산하 외국어 교육기관인 압록강대학(당시 외국어강습소)에서 영어교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빠르게 퍼져나갔다. 다른 탈북자는 “영화 자체가 박진감 있는 첩보물인데다 주인공들의 정체가 탄로나면서 생사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 펼쳐져 영화관 객석이 부족할 정도였다”며 “텔레비전에서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역시 탈영 미국인인 앱셔와 드레스녹이 ‘루이스’라는 영국 첩보원과 ‘아서’라는 미국 기업가로 각각 등장했다. 젠킨스는 1965년 1월 미 제1기병사단 8연대 1대대 중사로 한국에서 근무하던 중 베트남전쟁에 투입되는 것을 피해 월북했다. 연합뉴스

영화인들의 파병반대 선언 [4] - 정성일

여기 녹화 테이프가 하나 있다. 그 테이프의 녹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일부 편집된 내용으로 방영되었기 때문에 원본 테이프의 시간은 알 수 없다). 화면 비율은 DV로 찍힌 것으로 보아 두 가지 비율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중 3 대 4의 비율을 택했다. 김선일씨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의 수를 생각하면 1.66 대 1의 비율이 더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이 테이프는 처음부터 텔레비전 방영을 목표로 만든 비율인 것 같다. 그래서 텔레비전 방영시 레터박스 처리될 수 있는 것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라크어가 각국어로 번역될 것을 염두에 두고 그 비율을 생각한다면 1.66 대 1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테이프는 알자지라에 제공되었지만, 결국 이 테이프가 해외방송에 방영될 때 번역의 문제가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은 뒤에 늘어서 있는 ‘유일신과 성전’(이라고 알려진 무장단체)의 테러리스트들과 그 앞에 앉아 있는 김선일씨가 전부이다. 배경은 장소를 알 수 없게 별다른 특징이 없는 벽을 기대고 서 있으며, 그 벽에 ‘유일신과 성전’을 나타나는 커다란 휘장이 걸려 있었다. 아마도 이것은 장소를 추정할 수 없게 만들면서, 동시에 자신들을 나타내는 효과적인 미장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여기에 더해 좀 복잡한 문제가 있다. 알자르카위로 추정되는 복면 괴한과 그 주변의 테러리스트들이 들고 있는 총기의 종류와 발음 악센트, 인질을 앉혀놓은 의자의 색, 그리고 벽면 색과 미군 이라크 수용소 사진을 추정해서 첫 번째 미국인 인질 테이프 자체가 미국의 조작이라는 음모론이 있다. 그러나 그 문제와 이 테이프의 진위 여부를 판독하는 것은 내 능력을 훨씬 벗어나는 일이다). 카메라의 구도는 좀 특별하다. 생각하기에 인질로 잡힌 김선일씨를 잘 보여주기 위해 화면 비율 3 대 1의 지점에 놓을 것 같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구도상으로 김선일씨 부분은 화면 프레임에서 상반신 바스트숏만 나오며, ‘유일신과 성전’ 인물들이 거의 니숏으로 잡힌다. 아마도 이 구도는 ‘유일신과 성전’을 나타내는 휘장을 중심에 놓고 마스터숏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별다른 기교없이 찍혔으며, 우리가 볼 수 있는 테이프만으로는 녹화 카메라 기종을 알 수는 없을 것 같다. 조명을 하지 않았지만, 배경의 벽이 보여주는 반사광과 인물들의 그림자를 보건데 실내의 차단된 공간에서 키 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메인 전광등 아래서 찍힌 것으로 보인다. 전체를 원 테이크로 찍지는 않았지만 일체의 인위적인 편집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기 위해 거의 원본 테이프에 손을 대지 않았다. 몇번의 카피를 거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화질이 거칠기는 하지만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카메라는 고정된 장소에서 고정된 앵글로 찍혔으며, 의도적으로 아무런 감정없이 찍혔다. 인물의 반응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으며, 김선일씨의 모습이나 표정, 얼굴, 자세, 행동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말하자면 카메라의 개입이 없다. 그러나 개입하지 않은 카메라가 오히려 김선일씨의 대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래서 이 테이프의 효과는 사실상 이미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에 있다. 김선일씨의 말은 알자르카위가 요구한 것인지, 그 자신이 한 말인지는 (내가) 알 수 없다. 다만 그 내용은 명확하며, 오해의 여지가 없다. 가장 중요한 말, 나는 살고 싶다. 그러나 그는 죽었다. 더 정확하게 그를 살리지 않았다. 김선일 테이프는 짓밟힌 휴머니즘의 유령 (영화평론가로서의) 나는 이것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이 녹화 테이프에 대해서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않는 점이 하나 있다. 이 테이프가 ‘이제부터 항상 현재로서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만일 김선일씨가 살아났다면 이 테이프는 과거의 역사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그러나 김선일씨가 죽는 순간 이 테이프는 역설적으로 불멸성을 획득했다. 왜냐하면 이제는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살려달라고 하소연했던 그를 살려낼 수 없기 때문이다. 삶을 하소연한 그 순간은 앞으로 영원히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우리에게 하소연하게 될 것이다. 불가능의 역설. 그러므로 이 테이프에 담긴 내용은 항상 우리의 휴머니즘을 질문할 때 실제시간이 될 것이다. 이 말이 중요하다. 우리가 죽은 다음에도 우리는 녹화 테이프의 저 살려달라는 비명과 함께 기록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판의 현장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녹화 테이프와 함께 부끄럽게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이 테이프는 미안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지금의 정부)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입으로 휴머니즘을 이야기할 때마다 돌아와서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할 것이다. 비유가 아니라 그 화면이, 그 이미지가, 그 얼굴이, 울부짖으면서, 비명에 차서, 우리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무엇보다도 직접적으로 한 인간의 있는 힘을 다해서 하소연할 것이다. 그 앞에서 휴머니즘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지금의 정부가 퇴진한 십년 뒤에도, 찬성을 찍은 국회의원들이 다 죽은 백년 뒤에도, 그리고 다시 천년 뒤에 (혹시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그저 역사 안의 국호만으로 남는다 할지라도) 2004년 대한민국에 살았던 인간들의 휴머니즘에 대해 질문할 때마다 ‘라이브’하게 돌아와서 우리의 휴머니즘에 대해서 증언할 것이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울부짖을 것이다. 그렇게 이 녹화 테이프는 살아남은 우리를 영원히 죽기 직전의 그 시간으로 데려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죽기 직전의 순간에 번번이 무기력해질 것이다. 같은 장면의 영원한 반복. 테크놀로지의 시대가 보여주는 플래시백의 끝없는 재생 효과가 가져온 지옥의 영겁회귀. 아무리 사과하고 끝없이 용서를 빌어도 녹화 테이프는 그보다 더 오래 살려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 어떤 후회도, 그 어떤 반성도, 그 어떤 용서도 오늘날 녹화 테이프보다 더 진실되지 못하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재생된 장면 앞에서 잘못의 시인 이상의 의미를 얻지 못한다. 김선일씨는 지금도 우리 앞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그렇게 간절하게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그는 죽었지만, 그는 녹화 테이프 속에서 지금도 우리의 결정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러므로 이 녹화 테이프는 우리 시대의 짓밟힌 휴머니즘에 대한 유령이다. 이 테이프는 하나로 끝나야 한다. 정말로, 정말 끔찍한 말이지만, 이 녹화 테이프가 우리 시대의 예고편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계속)

‘럭셔리 멜로’ <파리의 연인> 열풍 분석

<씨네21>의 정씨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다. 오래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인가 하는 긴 제목의 단막극을 보고 대낮에 방바닥에 퍼질러 앉아 펑펑 운 적이 있지만, 그래서 이후 그 작가의 히트작들을 가끔 보면서 달동네 뒷골목의 사랑에 눈을 돌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공감을 하긴 했지만, 친구들의 부지런한 칭찬에도 불구하고 <거짓말>은 지루하기만 했다. 어느 날인가는 홀로 잠실야구장에 앉아 김밥을 우겨먹으며 야구를 구경하다, 치어리더 중에 낯익은 얼굴 한명이 끼어 있는 걸 보고는 ‘중학교 동창이었나’ 기억을 더듬던 중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순박하게 생긴 아저씨가 연출하는 <네 멋대로 해라>의 여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뒤로 혹시 텔레비전에 내 얼굴도 나오지는 않았을까 궁금해서 챙겨보기 시작한 적은 있지만, 그리고 재미있다고는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그 드라마를 보기 위해 시간 맞춰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못 봐서 서운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맞으면 그냥 보았다. 혹은 어머니가 갑자기 병이 든 것처럼 밥상 앞에만 앉으시면 장금이, 장금이 하며 잠꼬대처럼 읊기 시작하자 이게 또 어인 일일까 궁금하여 <대장금>을 몇번 보았지만, 그것이 <허준> 식의(의술을 칼싸움의 긴장으로 찍어내고, 요리를 대결의 식탁으로 표현하는) ‘무협 내러티브를 변형한 드라마’라고 단정짓게 되었고, <씨네21>의 몇몇 기자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부러 침묵하게 되었다. 또, <다모>의 몇 장면을 본 적이 있지만 그 드라마에 홀려지지 않았고, 단지 그안에 탁월한 선택이 있었다면 은연중에 배우 ‘하지원’의 문화적 아이콘의 위치를 정확하게 간파했다는 것 정도라고 꼽고 있다. 정씨는 지금도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는 그 시간에 영화 한편 더 보거나, 그도 아니라면 술 한잔 더 하는 것이 인생에 이롭다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어차피 스스로 설득하고 납득할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일어나버린 욕망의 지각변동을, 그리고 이미 뱉어버린 방심의 고백을 어떻게 다시 주워담을 것인가? 정씨는 <발리에서 생긴 일>(극본 김기호, 연출 최문석)의 첫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단 한회도 빼놓지 않고 기계적으로 보았고, 같은 방송사의 제작진이 기획 제작하여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파리의 연인>(극본 김은숙·강은정, 연출 신우철·손정현)이 <발리에서 생긴 일>의 뒤집힌 손바닥 같은 이데올로기와 환상을 전파한다고 간파했으면서도 그 유사한 기획력에 끌려 여전히 주말이 되면 텔레비전 앞을 서성인다. 이 모든 것이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다가 생긴 일이다. 정씨는 왜 <발리에서 생긴 일>에 끌려 <파리의 연인>까지 훔쳐보는지 스스로에게 그 점을 해명하고 싶어진다.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자신까지 홀릴 정도면 거기엔 뭔가 있을 거라고 자뻑 비슷한 자평을 한다. 사실 정씨는 자기 혼자 <파리의 연인>을 본다고 착각했었다. 그런데 웬걸. <파리의 연인>은 방영 8회 만에 43.7%의 시청률을 기록(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했고, 10회째에는 시청률 46.1%(전국기준 TNS집계)를 넘어섰고, 지난 5년간 방영된 드라마 중 시청률 40%에 가장 일찍 도달한 드라마라는 집계도 나오고 있다. 남자주인공 박신양이 타고 다니는 고급 승용차의 차종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그가 매고 나오는 넓은 넥타이는 갑자기 값이 치솟고 있다. 갑자기 정씨는 <발리에서 생긴 일> 종영 직후 여행 사이트에서 세부, 방콕, 파타야 등등등 다른 곳은 다 놔두고 발리만 온통 예약 매진됐던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람시가 뭐예요?” 마치 음식 이름 물어보듯, 극중에서 하지원이 묻자마자 먼지 속에 깔려 있던 안토니오 그람시의 <옥중수고>가 평소의 6배에 달하는 판매율을 보였다는 기사도 떠오른다. 모르긴 해도 요즘 파리행 티켓은 연인들의 보물찾기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정씨는 <발리에서 생긴 일>과 <파리의 연인>의 캐릭터 구성 및 스토리가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가난한 선녀, 그녀를 둘러싸고 애정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두명의 남자, 그 두명의 남자 중 하나를 차지하려는 악녀가 이 두 드라마의 기본 스토리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은 이수정(하지원)-강인욱(소지섭)-정재민(조인성)-최영주(박예진)의 관계로 끌어갔고, <파리의 연인>은 강태영(김정은)-한기주(박신양)-윤수혁(이동건)-문윤아(오주은)로 끌어가고 있다. 하지만 <발리에서 생긴 일>과 <파리의 연인>에는 차이가 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 마지막회에 이르러 예고했던 비극적 결말을 끝내 실천하면서 시청률 40%를 겨우 넘어섰던 것에 비해 <파리의 연인>은 이미 초반부터 그 수치를 뛰어넘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좋게 표현하면, <파리의 연인>이 훨씬 대중적인 소구력이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포장된 판타지 세계로의 중독성이 훨씬 더 강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대해 정씨는 약간의 사견이 있지만, 이런 경우 제일 좋은 건 제작진을 먼저 만나보는 거다. 사견은 그 다음에 얘기해도 된다. 정씨는 두 드라마 모두를 기획한 SBS 특별기획팀의 김양 프로듀서를 만났다(괄호 안은 정씨 생각).

‘럭셔리 멜로’ <파리의 연인> 열풍 분석 - 인기 원인은?

돌아와서 정씨는 사견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인기가 <파리의 연인>으로 어떻게 확장된 것인지 그 맥락을 생각해본다. <파리의 연인>의 현재 인기몰이를 정리해보기로 한다. 이하는 정씨 생각. 첫 번째, ‘엑조티즘’(이국성)이다. 두 드라마를 제작한 SBS 특별기획팀뿐 아니라 타방송사에서도 이국에서의 사랑은 지금 인기가 높은 소재다. 일에 매여 오도가도 못하는 시청자들은 매주 저녁마다 주중에 지쳤던 몸을 이끌고 돌아와 앉아 브라운관 안에서 펼쳐지는 이국적인 풍경들 안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현실을 잊게 할 만한 아름다운 풍경의 어느 도시. 과연 홀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생각해보니, 정씨가 처음 <발리에서 생긴 일>의 첫회를 보면서 자리를 잡고 앉은 이유도 난생처음 나가본 해외 여행지 방콕의 풍경이 언뜻 스쳐서인 것 같다. 엑조티즘으로 현실의 고통을 날려버리는 것. 정씨는 스스로에게 이 점이 옳지 않다고 반복한다. 하지만, 이것이 다른 이에게 독인지, 약인지 판단하는 건 지금 정씨가 할 몫은 아니다. 어쨌거나 이국의 풍경으로 드라마를 여는 것이 시선을 끌 수 있는 매혹의 요소로 작용한 것만은 분명하다. 두 번째, 여주인공의 캐릭터다. <씨네21>에 기고하는 어느 필자는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이 연기한 이수정을 두고 신데렐라라고 불렀지만, 정씨의 생각은 다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은 신데렐라가 아니라, 그냥 ‘하녀’다. 그것도 아주 비천한 하녀다. 게다가 그 비천함을 즐기는 독한 하녀다. 정씨가 정말로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이다. 이 비참한 하녀가 두 남자 모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고 또 미루면서, 그러나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계급 사이를 오가면서, 쫓아도 쫓아도 다시 기어들어와 일을 하겠다고 뺨을 맞으면서, 결코 뒤집어지지 않을 계급 모순을 그 독한 행동으로 오락가락하면서 갈피를 못 잡게 흔들어버리는 그것이 정씨의 눈길을 끌었다. 젊은 청춘 남녀의 독한 사랑 이야기로만으로도 인기의 이유는 충분했다고 <발리에서 생긴 일>을 평할 수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파리의 연인>보다 시청률이 낮았다는 것은 그 하녀의 힘이 대중의 시선 어딘가에 무의식적으로 끼어들어 신분상승의 욕망에 껄끄러운 균열을 냈기 때문이라고 정씨는 생각한다. 때문에 진짜 신데렐라는 <발리에서 생긴 일>의 이수정이 아니고, <파리의 연인>의 강태영이다. 가령, 이수정이 “마음을 주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에 반해 강태영은 “내 자존심 지키자고 어떻게 당신 망신 줘요”라고 말한다. 이수정은 독하지만, 강태영은 착하다. 하지원은 강하지만, 김정은은 부드럽다. 시청자들은 후자를 더 보고 싶어한다. 별 마찰이 없기 때문이다. 분명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건드리는 부분이 있는데, <파리의 연인>은 그 클리셰를 클리셰로 돌파한다. 가령, 지구상 최고의 낭만적 도시로 손꼽히는 파리에서, 단숨에 꿈의 프리티 우먼이 되는 드라마로 시작하고, 서울에 와서도 잊을 만하면 <문 리버>(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보석을 동경하던 오드리 헵번의 그 주제가)를 틀어준다. 시청자들은 그 판타지의 실체를 분석하는 것까지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이다. 시청률이 그걸 말해준다. 세 번째, 그 여주인공을 둘러싼 남자주인공들의 배치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재벌 정재민은 그저 연민의 대상이었다. 그는 돈을 뿌리고, 떼를 쓰는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그것이 매력이었다. 강인욱은 지성적이고, 강인했다. 그 점이 그 인물을 덜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이 둘은 비교의 대상이었고, 서로가 져서는 안 되는 경쟁의 대상이었다. 지면 죽는 게임이었다. 그래서 드라마는 전멸을 택했다. 그 점이 오히려 인기 상승을 불러오긴 했지만, <파리의 연인>이 처음부터 명확한 대조점들을 두루두루 뒤섞으면서 얻은 수치에는 못 미친다. <파리의 연인>에서 연적인 두 남자주인공은 피붙이로 묶였고(석연치 않지만), 그 매력을 반반 나눠가졌다. 그것이 유도하는 바가 크다. 그러면서 <파리의 연인>은 프리티 우먼을 꿈꾸는 여성 시청자들만이 아니라 정씨 같은 평범한 남성들의 판타지를 끌어들인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던 남성 판타지가 <파리의 연인>에서는 마구마구 자극된다. 아! 멋지다고. 멋지고 싶다고. 그래서 <발리에서 생긴 일>의 하지원 어록은 비수가 되지만,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 어록은 솜사탕이 되는 법이다. 지금까지 말한 이러이러한 이유들로 <파리의 연인>은 <발리에서 생긴 일>과 유사하기도 하지만, 인기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정씨는 결론내린다. 하지만, “럭셔리 멜로”… 이 말 참 슬프게 들린다고 되뇐다. 그러나 다시 또, 정씨는 이번 주말에도 영화를 보지 않거나, 술을 먹지 않는다면 텔레비전 앞을 서성거릴 것이다. 남들 다 보는 거 나 혼자 꺼리지 말고 하던 대로 쭉 볼 것인지, 아니면 금단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한편으론 그렇게 정씨를 고민에 빠뜨리게 하는 것만으로도 <파리의 연인>의 힘은 대단하다고, 또 자뻑 자평할 것이다. 드라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정씨가 ‘<파리의 연인>이 인기있는 이유’에 대해 털어놓은 해석은 그저 이 정도다.

<인형사> VS <분신사바> 공포 대결

<페이스>와 <령> 등 올 여름 극장가에서 부진을 면치못한 한국 공포영화의 ‘재기’를 다짐하는 공포영화 두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서구영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인형의 공포를 소재로 끌어온 <인형사>(7월30일 개봉)와 집단 따돌림 문제를 모티브로 하는 <분신사바>(8월5일 개봉)는 원귀가 등장하는 복수극이면서 두 편 모두 ‘슬픈’ 공포영화를 지향한다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버림받은 인형의 분노와 슬픔 <인형사> 악마의 영혼이 깃든 인형이 사람을 공격하는 영화 <사탄의 인형>시리즈가 아니더라도 인형은 사람과 비슷한 생김새 때문에 공포영화가 애용해온 소도구다. <인형사>에서 공포를 일으키는 가장 큰 이유와 도구도 인형이다. 한때 피붙이처럼 사랑받았으나 다른 장난감에게 자리를 빼앗겨 버림받은 인형이 영혼을 얻어 전 주인에게 복수를 꿈꾼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뼈대를 이루며 사람처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구체관절인형(관절이 공모양으로 된 인형)들이 공포의 디테일을 구성한다. 사람같은 인형들 등골이 오싹 연쇄살인 추리 형식은 어설퍼 외딴 숲속의 작은 인형박물관에 서로 초면인 네명의 남녀가 초대받는다. 일주일 동안 이곳에 머물며 구체관절인형의 모델이 될 이들은 옷장 안의 인형이 움직인다거나 집에서 가져온 인형이 발기발기 찢겨지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조각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해미(김유미)가 자신의 주변을 배회하는 검은 머리 소녀를 이상하게 여길 때쯤 초대받은 이들이 하나씩 잔인하게 살해당한다. <인형사>는 인형이 원귀가 되어 나타난다는 귀신영화에 연쇄살인의 미스테리를 풀어가는 추리극 형식을 가미해 ‘공포’와 ‘긴장’이라는 두가지 목표에 다가가려한다. 유난히 깊은 눈망울에 사람과 유사한 체형을 가진 구체관절인형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섬뜩함을 유발하는 전략은 비교적 성공적인 듯하다. 그러나 잇다른 죽음을 풀어가는 추리를 엮어가는 형식은 미숙하다. 특히 생면부지의 네명이 한 장소에 모이게 된 사연이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오늘”이라는 말로 시작돼 줄줄이 말을 통해 밝혀지는 장면은 극적 긴장감을 뚝 떨어뜨린다. 인형을 연기한 ‘인형같은 외모’의 배우 임은경은 특별한 연기를 하지는 않지만 깊은 눈망울에서 버림받은 자의 슬픔이 느껴진다. 마을과 학교의 집단 따돌림에 대한 복수극 <분신사바> 여학생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친구들과 함께 시도해본 ‘분신사바’ 기도에 사연을 엮은 <분신사바>는 <가위>, <폰>으로 공포영화 전문감독 직함을 얻게 된 안병기 감독의 세번째 연출작이다. 왕따당하는 소녀가 친구들과 함께 ‘분신사바’기도를 해서 원귀를 불러들인다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한때 스크린에서 유행했던 학교괴담을 연상시키지만 <분신사바>는 집단따돌림 문제를 학교에서 한 마을로 확장시켜 평온해 보이는 마을이 숨긴 잔인한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낸다. 서울에서 전학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유진(이세은)은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분신사바 기도를 한다. 다음날부터 그들이 노트에 이름을 적었던 아이들이 한명씩 비닐봉지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불을 붙이는 잔인한 방식의 자살을 한다. 한편 학교에 전근온 미술교사 은주(김규리)는 30년 전 죽었다는 인숙의 유령을 교실에서 본다. 학교 울타리 넘은 집단 따돌림, 공포 느끼기엔 익숙해진 공식 <분신사바>는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원귀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 복수를 감행한다는 귀신영화의 공식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천천히 발목을 감아오는 귀신의 손이나 옷장 안, 문틈에서 쓱 나타나는 귀신의 얼굴 등 관객을 놀래키는 방식도 이 공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곳저곳에서 기어나오는 귀신들 역시 <링>의 아찔했던 텔레비전 귀신 장면을 연상시키지만 이제는 공포를 일으키기에는 너무나 익숙해진 관습들이다. 최면을 이용한 심리살인극이 마지막에서 갑자기 사지절단하는 스플래터 영화로 바뀌는 건 영 어색해보인다.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