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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돌아온 이명세, 신작 <형사>를 이야기하다 [2]

‘액션의 방법’과 ‘감정의 액션’에 대한 이명세의 모색 대신, 이 영화의 전모는 동력이 될 영화적 개념과 구성의 과정을 통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형사>는 범죄자 집단을 쫓는 하지원과 안성기를 신참과 베테랑 형사(포교)의 캐릭터로 놓는다. 그리고는 그 상대 진영에 ‘슬픈 눈’이라는 범죄자를 대치시킨다. “<형사>는 간단하게 말해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조선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추적편’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대결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영어 제목도 듀얼리스트이고, 한글 제목도 <형사: 듀얼리스트>로 할까 생각 중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추적신을 공들여 찍고, 영화의 전체 구조를 추적이라는 설정에 맞춰갔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영화의 ‘대결이라는 구조’가 어떻게 표현될지가 궁금하다. 그 예로 지금까지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어떤 영화에서건 한번 찾을 수 있으면 찾아보라고 장담한다) 오버 더 숄더 숏- 한 인물의 어깨를 걸어 건너편 인물을 담는 숏- 을 들 수 있다. 왜 지금까지 의미없다고 생각한 그 숏이 필요해진 것이냐고 묻자, “거기에 왜 뒤통수를 보이고 서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후경에 잡힌 인물의 얼굴과 전경에 잡힌 인물의 뒤통수가 똑같이 중요해지는 순간. 대결의 구도를 보여주는 그 일각이다. 사실 이런 점이 이상하긴 했다. 말하자면 첩보요원이 등장하는 할리우드 액션영화에 사용하려던 아이템이 어떻게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무협영화의 일면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그 사이의 간격은 어떻게 좁힐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 이명세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중점을 두는 바가 “액션의 새로운 방법”이라고 응축하여 대답한다. “액션을 어떻게 유니버설하게 만드느냐, 내 모든 관심은 거기에 있다. 나는 액션의 승부가 무술의 움직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관습적인 무술에 이제 사람들은 많이 익숙해져 있다. 그런 점에서 <형사>는 무술과 영화의 결합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처럼 격렬한 격투장면을 한밤의 다정한 댄스로 바꿔놓는 걸 기억한다면 <형사>에서의 무술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무술과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실은 비밀인데…”라며 그가 가리킨 한쪽 벽면에 붙어 있는 사진들이 그것을 추측하게 한다. 그것들의 대부분은 다정하게 춤을 추는 두 남녀, 아름다운 포즈로 상대방을 찔러 들어오는 펜싱선수, 역동적인 육체의 모습을 선보이는 미식축구 선수들, 솟아오르는 발차기를 서로 나누는 태권도 선수 등이다. 이명세 감독은 지금 그 사진들 속에서 ‘액션의 방법’에 대한 영감을 간절히 구하고 있다. 한편, “패밀리와 패밀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감정의 싸움이라는 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액션이라는 것이 꼭 물리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의 액션도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걸 보면, 여주인공 하지원과 아직 캐스팅이 완료되지 않은 ‘슬픈 눈’ 사이에 기묘한 감정이 쌓일 것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형사>는 심신의 액션이 어떻게 파장을 이루는지 관심을 두어야 할 영화가 될 것이다. ‘이명세표 영화’, 여전히 진화 중 ‘무슨무슨 표’라는 말은 흔하지 않은 칭찬이다. 감독 이명세는 ‘이명세표 영화’라는 고유의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런 별칭을 얻을 수 있는 건 그의 영화가 좀처럼 자신만의 리듬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그런 점에서 그의 첫 번째 액션영화라는 전환점을 이루었다. 그 영화는 여타의 액션영화들이 갖는 표현의 관습을 피하고 자신의 양식으로만 최선을 다한 영화였다. 이제 <형사>는 감독 자신의 질문처럼 그 성공을 재심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지금 이명세 감독은 거기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한다.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숏마다 다른 영화라고 생각해도 상관없다. 그때마다 다 다르다. 촬영감독에게도, 배우들에게도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내가 달려가는 방향만큼은 안다. 대결의 구조라고 말했는데, 이것을 어떻게 갖고 갈지는 분명히 알고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누구도 그 구조 자체만을 놓고 볼 때 흔들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형사>는 액션의 방법을 연구하는, 감독 이명세의 새로운 화두이다. 신작 <형사>는 어떤 영화인가? 조선 시대판 <인정사정 볼 것 없다> <형사>는 18세기 후반의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원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조선, 정도로 특정시기 구분이 가지 않도록 설정했다고 한다). 왕권의 찬탈을 둘러싸고 반역을 꾀하는 무리와 그들의 음모를 캐내는 포교들이 서로 대결하게 된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두 명의 주인공인 안성기, 하지원은 마치 “<투캅스>의 경찰처럼” 한명은 베테랑이고, 또 한명은 신참이다. 영화속에서는 노련한 ‘안포교’(안성기)와 왈가닥 신참 ’남순’(하지원)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텔레비전드라마 <다모>에서 이미 걸출한 여장부 역을 해냈던 하지원이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 것인지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명세 감독은 “하지원 같은 경우 무채색이기 때문에, 내 상상으로 다시 색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여배우”라고 말하면서, <다모>에서의 이미지는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역의 무리 중에, ‘슬픈 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또 한명의 인물이 가세하면서 육체의 액션은 감정의 액션으로까지 연결될 것이다. “<형사>는 조선 시대판 <인정사정 볼 것 없다>”라고 못박은 이명세 감독은 <형사>에 등장하는 이 세명의 캐릭터를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온순한 장동건이 맡았던 이미지가 이번 영화에서 안성기씨가 맡을 ‘안포교’역의 이미지와 같고, 박중훈이 연기했던 거친 이미지가 하지원이 맡을 ‘남순’의 성격이다. 아직 캐스팅되지 않은 ‘슬픈 눈’은 안성기씨가 했던 장성민 역할에 가깝다. 그러니까 <형사> 역시 두 형사와 한 범인이 부딪치는 이야기다. 부딪치면서 만들어지는 관계가 있다. 살인사건이 있지만, 사실 그것이 중요한 건 아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박중훈의 연기 영역을 몇배나 더 넓혔던 그 저돌적인 이미지의 ‘영구’가 하지원의 ‘남순’ 캐릭터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욕하고, 패고, 건들거리고, 막가는 조선의 여자 포교다. <형사>는 경북 포항 보경사 근처의 세트를 포함, 현재 여러 곳을 헌팅 중이다.

투자자 찾아 부산에 온 화제의 세 감독 새작품 윤곽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장선우, 봉준호, 한국계 중국 가수 최건 등 관심가는 감독들의 신작이 윤곽을 드러냈다. 감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PPP(부산 프로모션 플랜) 올해 행사에서 이들 감독의 신작 개요가 발표된 것이다. 봉준호 감독 <괴물> 한강 괴물과 한 가족의 사투 지난해 <살인의 추억>이 흥행과 비평 모두 성공하면서 차기작에 관심이 커지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신작은 <고질라> <에이리언> 같은 괴물 장르 영화로 제목도 <괴물>이다. 67년 김기덕 감독의 <대괴수 용가리>와 심형래 감독이 만든 일련의 괴수영화를 빼면 한국에선 드문 장르다.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 고수부지 공원에서 장사하는 박강두의 아들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을 죽인다. 이런저런 사건이 얽혀 박강두의 가족은 괴물과의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게 발표된 개요다. 봉 감독의 보충설명. “괴물이 클수록 비현실적이지 않은가. 이 영화의 괴물은 <고질라>보다 <에이리언>에 가깝다. 백두산 천지에 괴물이 나타났다는 뉴스를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처럼, 영화에서 괴물만 뺀 나머지는 다 현실적이다. 50~60년대 괴물영화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에이리언>이 에이즈에 대한 공포의 반영이다 하는 식으로 이 영화도 괴물이 만들어진 배경을 두고서 나중에 정치적 맥락을 부여하는 해석이 나올 여지가 있을 것같다. 그정도 선에서 장르의 관습을 따를 것이고, 영화는 드라마가 강하게 있고 또 어디까지나 괴물보다 인간이 주인공이다. 한국적인 괴물영화를 만든다는 게 목표다.” 인간이 주인공인 만큼, 톱 스타가 나오지 않는 할리우드 괴물 영화와 달리 <괴물>엔 관객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톱 스타가 내정된 상태다. 봉준호 감독에 톱 스타도 있다면 투자자 구하기가 힘들 것같지 않다. 봉 감독은 부산에 와서 “너까지 (투자자 못 구하는 감독들이 모이는) PPP에 오면 어떻게 하냐”는 말도 들었다. 예상 순제작비 60억~70억원인 <괴물>은 PPP에서 상금 1천만원의 MBC무비상을 받았고, 일본 투자자들과도 얘기가 잘 돼 투자 계약이 곧 성사될 전망이다. 장선우 감독 <마두금> 몽골 배경 평화 전하는 동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참패한 뒤 2년 동안 잠수해 있던 장선우 감독은 몽고의 악기이름에서 따온 <마두금>을 들고 부산에 나타났다. 몽고의 설화를 각색했고 1800년전 몽고가 배경이다. 흉노족이 대륙을 오가며 전쟁을 벌이던 당시에 할머니와 둘이 사는 아이가, 엄마 말이 죽고 홀로 남은 새끼 야생마를 집에 데려온다. 아이가 말과 함께 자며 자라 소년이 됐을 때 말이 전쟁에 징발된다. 말은 전쟁터에서 도망쳐 소년에게 오다가 화살을 맞고 죽는다. 소년은 그 말의 가죽과 뼈, 갈퀴로 현악기를 만들고, 이 악기 마두금의 소리는 세상에 평화를 전파한다. 개요가 비교적 자세하지만 장선우의 영화를 줄거리로 판단하는 건 무리다. “소년에게 말은 엄마에 대한 사랑일 것이고 그걸 잃고서 고통과 집착에 괴로워한 끝에 악기를 만들어 평화를 준다는 건데… 한 1,2년 어린이처럼 살아보고 싶다. 난 영화를 닮아가니까 어린이 영화를 만드는 거다. 현지배우를 쓸 거고 동화를 들려주는 구연(口演)자를 쓸거다. 그 구연자가 각국의 언어로 대사도 들려줄거다. 그러니까 그림을 보면서 동화같은 이야기를 듣는 영화다. " <마두금>은 이스트필름이 제작하고, 전부 몽골 현지촬영할 예정이다. 최건감독데뷔작 <색을 보여드립니다> 3색음악에 녹인 중국의 오늘 조선족 3세로 중국 록의 대부인 최건이 부산에 들고 온 감독 데뷔작 <색을 보여드립니다>는 ‘세가지 색과 4개의 이야기로 구성된 뮤지컬’이다. 70년대에 음악인 남녀가 문화혁명으로 배신과 이별을 하게 된다. 30년 뒤 이들의 아이들이 커서 어머니와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를 듣고 각기 다른 길을 간다. 이 셋의 삶을 노랑, 빨강, 파랑의 세가지 색과 락앤롤, 힙합, 재즈 세가지 음악 스타일에 견주며 그려간다. 최건이 밝힌 연출 의도. “사람들이 영화 속 폭력에 몰두하지만 생활에서는 폭력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떤 이는 힘있는 음악 역시 폭력이 충만한 것이라고 본다. 그건 건강한 것이며 정복할 수 없는 영원한 자유의 원천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요즘 중국 젊은이들이 결코 어리석지도 폭력적이기도 않으며 음악 안에 잠재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PPP 직후 한국의 쇼이스트가 이 영화에 5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해 내년 4월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나 그냥 콩가루로 살아가게 해주세요∼ <가족>

‘가족주의’라는 말은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구석이 있지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표현은 공포스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가족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걸러 엄마와 싸우고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 때면 싸돌아다니기 바빴던 당신이 왜 가족을 좋아하는가 묻는다면 답변으로 <꽃피는 봄이 오면>에서 현우가 화장실에 앉아 있는 장면을 제출하겠다. 집 안의 창문은 하나도 열지 않고 화장실 문은 활짝 열어젖힌 채 텔레비전을 켜놓고 담배를 피우면서 응가를 하는 현우. 담배 냄새, 똥 냄새로 뒤덮인 집 안에 들어선 엄마는 잔소리를 하지만 “우리 헤어져”라거나 “호적 파가라” 따위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대신 창문을 연다. 물론 엄마의 이런 행태가 현우를 더욱 한심한 인간으로 키웠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래도 가족이란 이런 거 아닌가. 그러나 정작 제목마저 결연한 <가족>이라는 영화는 정말 아무나 가족하는 거 아니라는 두려움만 잔뜩 안겨줬다. 이 영화는 가족간의 사랑과 이해를 목청 높여 외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임무라는 걸 보여준다. 가족의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조폭이 왜 등장하는가. 이 질문은 주인공 주현이 왜 훤한 인물을 가발로 가리고 나오느냐고 흥분하는 것보다 더 멍청한 질문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조폭의 노골적인 위협이 가족을 결속시키는 모티브로 나오는 건 납득 불능을 넘어서 차라리 슬픔을 던진다. 사시미 칼을 든 조폭이 목을 따겠다고 공갈협박하는 수준의 위기가 오지 않는 한 어떤 자극도 가족의 의미를 환기시키거나 해체된 가족을 복원할 수는 없다는 단언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전과 3범의 정은이는 훔쳐간 돈을 가져오라는 과거 동료의 위협을 받는다. 정은에게 “빨리 집을 나가라”고 성화하던 모진 아빠는 문제의 깡패를 찾아가 무릎을 꿇는다. 돈도 갚아준다(생각해보니 용기도 용기지만 그 못지않게 가족의 화해에 중요한 건 돈이다. 역시 돈 없으면 가족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안 된다). 결정적으로 몸소 칼을 드신다. 정말이지 살떨리는 부정이다. 나는 백만이 넘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돌아가는지 정말 궁금하다. 나로서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우리 가족 중에 운나쁘게도 조폭과 어울릴 만큼 호기있는 구성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이 모양 이 꼴로 단란, 화목 따위의 단어와는 거리가 멀게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용서? 화해? 다 필요없다. 난 그냥 내 한 목숨 보존에 신경쓰며 앞으로도 쭈욱∼ 콩가루로 살아가련다. 김은형/ <한겨레> 기자 dmsgud@hani.co.kr

[왓츠 업] 리처드 링클레이터, 영화에 고교동창생 이름 썼다가 소송당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지만 스크린의 경우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 텍사스주 헌츠빌에 사는 세명의 40대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사진)과 유니버설픽처스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링클레이터의 고등학교 동창들인 이들은 1993년에 발표된 <라스트 스쿨>(Dazed and Confused)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사용된 이후 끊임없는 모욕 속에서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1976년 학기의 마지막 날,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소동을 그린 이 영화에서 리처드 플로이드는 랜달 ‘핑크’ 플로이드, 바비 우더슨은 데이비드 우더슨, 앤디 슬레이터는 론 슬레이터로 이름만 바뀌어 나오며, 이들 캐릭터는 실제 자신들의 삶과 무관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영화에서 플로이드는 70여명의 캐릭터 중 몇 안 되는 제대로 정신이 박힌 인물로 나오고 우더슨은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도 여고생들에게 ‘작업’을 일삼는 인물로 등장하며 슬레이터는 대마초에 환장한 ‘또라이’로 보여진다. 현재 플로이드는 자동차 딜러이며, 슬레이터는 건축회사 사장, 우더슨은 기술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당사자인 리처드 플로이드는 “우리는 고등학교 시절을 즐겁게 보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사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변호사는 “이름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은 그들 삶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면서 “잔인하게 괴롭히고 당혹감을 주며 조롱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93년 개봉 당시 극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했던 이 영화는 얼마 뒤 비디오로 출시되면서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후 이들 세명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동일시되면서 사인 공세에 시달렸으며 “의도치 않은 명사가 돼 사생활을 대중에게 빼았겼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질 것을 기대했으나 2002년 DVD가 출시되며 다시 주목을 받게 되자 소송을 준비해왔다. 자신의 실제 삶에서 영화 캐릭터를 뽑아내는 감독들이여, 미리미리 ‘이름 사용 승낙서’를 받아놓을지어다!

MBC 라디오 ‘문화속으로’ 진행맡은 오지혜

“당대 문화의 여러 빛깔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아마 단순한 공연 소개 프로그램이었다면 굳이 저를 택하지도 않았을 거라고 봐요.”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잘 알려진 배우 오지혜(사진)씨가 문화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로 나선다. 오는 31일 첫 전파를 타는 에이엠 및 표준에프엠(95.9Mhz) <오지혜의 문화 속으로>가 그가 맡게 될 프로그램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10분부터 50분 동안 방송된다. 제목대로 연극과 영화, 음악, 미술 등 문화 전반을 다루게 된다. “굳이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짓고 어느 쪽에만 틀어박힐 생각은 없어요. 문화라는 게 가방끈 긴 사람들만 이해하는 얘기가 아니잖아요. 연극도 어려운 말 많고 난해한 게 좋은 게 아니듯이 말이예요. 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대중적인 화법으로 쉽고도 재미난 문화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렇다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그렇고 그런 단순 정보 프로그램을 보태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좀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었으면 해요. 문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 있는 거라고 봐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주 토요일 열리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화제’ 같은 행사도 많이 소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지혜의 문화 속으로>를 기획한 홍동식 문화방송 라디오 제1책임피디는 “오지혜씨의 서민적이면서도 진보적인 이미지가 프로그램과 딱 들어맞는다고 봤다”며 “오지혜씨 색깔에 맞춰나갈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라디오 진행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교통방송 <오지혜의 여행스케치>라는 주말 교통정보 프로그램을 1년 동안 맡은 적이 있고, 최근엔 두달째 교육방송 에프엠의 <만나고 싶었습니다>(오후 1시40분)란 20분짜리 일일 인터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교통방송에선 교통이 주인공이었고, <만나고 싶었습니다>는 음악과 음향 등은 전혀 없이 대담만 하는 프로그램이예요. 이번엔 저도 뭔가 알고 할 말도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니 제대로 궁합이 맞는 것 같네요.” 최근 영화 <안녕 형아>와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출연 등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진행 제의를 받곤 별 고민없이 덜컥 받아들였다고 한다. “라디오를 좋아해요. 매력 있잖아요. 집에서도 아이는 텔레비전으로 유아 프로그램 보는 동안 저는 살림하면서 라디오 들어요.” 그는 “26일 첫 녹음인데, 벌써부터 설렌다”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계 위기는 입장료 할인 때문”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 젊은영화비평집단의 포럼에서 밝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해치는 가장 근본적 원인은 계속되는 정부의 투자과잉, 카드사와 연계한 극장료 할인 정책이다." 지난 22일 열린 젊은영화비평집단의 포럼에서 이색 주장이 나왔다. 정부의 영화진흥정책의 과잉과 극장료 할인이 지금의 영화계 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이다. 서울예대 강한섭 교수는 "한국영화계는 완전히 속았다. DJ정권 경제 정책과 영화 진흥정책은 쌍둥이 같다. 소위 '대박 마케팅' 때문에 지금 한국영화계의 거품이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500억원이 움직이던 시장에 2000년 정부가 갑자기 1700억원의 영화진흥기금 조성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은 대책없이 커졌다"면서 "정부는 돈이 너무 많아 문제인 산업에 국민세금으로 돈 벼락을 내린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는 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아이디어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펀드가 조성한 돈은 엄청나기 때문에 스타급 연기자들의 몸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제작비가 급증했고 어느 순간에는 마케팅비가 순제작비보다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흥행에 대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영화의 붐은 돈의 흐름과 속도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이 점만으로는 한국 영화 붐의 가장 특이한 현상인 '극장의 이상 호황과 비디오 시장의 이상 몰락'은 설명되지 않는다"면서 "비디오 시장 몰락의 가장 중요하고도 치명적인 이유는 극장요금의 덤핑이다. 특히 부실 운영으로 정부 공적지원을 받는 카드사와 연계한 할인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요즘 7천원 입장료 다 주고 영화보는 사람은 아줌마나 아저씨뿐이다. 카드할인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박스 오피스의 99%는 의미가 없다. 박스 오피스의 25-30%를 카드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대납해주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극장요금의 덤핑은 필연적으로 영화가격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극장요금이 할인되면 박스오피스는 증가하지만 비디오, 케이블 등의 시장은 축소되기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강교수는 "대학생이 극장에 와서 영화를 보는데 정부가 돈을 대주는 형국이다. 전국 대학에 오전에 학생이 없다. 다 극장에 가 있다. 과수요이고, 교육 파탄이다"면서 "극장요금을 이렇게 깎아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뿐이다. 불법복제와 다운로드 때문에 비디오 시장이 죽은 것이 아니라 덤핑 때문이다. 이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지 못하면 큰일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교수의 주장에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2000년 정부의 영화진흥기금 조성은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었다. 당시 대우, 삼성 등 비디오를 통해 영화계에 진출했던 대기업들이 서서히 영화에서 손을 떼던 시기라 영화계에서는 자본이 말라갔다. 그러던 차에 정부가 1천700억원을 지원한 것은 매우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CJ의 김종현 상무는 "극장의 제휴사 중 카드 사업자는 10%에 불과하다. 카드 보다는 정부의 공적 자금을 하나도 받지 않는 텔레콤 3사의 비중이 훨씬 크다"며 강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서울=연합뉴스)

22살 되는 K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1월 1~5일 건강정보 특집 연속편성

2000년 12월 초 온나라 약국에 일대 소동이 빚어졌다. 비타민 시를 사려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20~30배나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소동 배후엔 한국방송 1텔레비전의 생활정보 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월~금 오전 10시)가 있었다. 서울대 의대 교수 등 전문가들을 출연시켜 비타민 시가 여러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내보내면서 비타민 시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갖가지 실용 지식을 전파하며 시청자의 의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끼쳐온 〈무엇이든…〉이 어느새 22살이 된다. 11월1일 마침 한국방송 가을개편과 함께 온 생일을 기념해 1~5일 닷새 동안 건강 관련 궁금증을 풀어보는 특집을 내보낸다. ‘습관을 바꾸면 10년 젊어진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었다. 1일 ‘그리스식 식단’, 2일 ‘걷기’, 3일 ‘잠’, 4일 ‘식습관 5계명’, 5일 ‘웃자! 웃자!’ 차례다. 〈무엇이든…〉의 역사는 ‘바보상자’ 텔레비전이 ‘척척박사’로 변신하는 여정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그야말로 ‘무엇이든’ 물어왔다. “어제 뉴스에 나온 사람 이름은 뭐예요?” “우리 동네 이름의 유래가 뭐예요?” ‘만물박사’를 넘어 ‘해결사’이기를 바랐던 것일까? 심지어 “우리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고 일러오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텔레비전이 상식의 표준을 규정하는 존재로 자리잡는 데는 실용 지식 프로그램 〈무엇이든…〉의 고투도 한 꺼풀 깔려 있다. 세월 따라 물어오는 방식에도 변화가 거셌다. 10년 전만 해도 시청자 문의는 거의 엽서나 편지로 이뤄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문의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온다. 다만 중국이나 미국 등 재외 동포들은 여전히 온갖 궁금증을 담은 편지를 부쳐온다. 이런 왕성한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무엇이든…〉은 1년 365일 중 240일을 생방송한다. 가장 힘든 때는 시청자 관심이 쏠리는 갑작스런 사건이 발생할 경우다. 조류독감이나 극심한 황사, 식중독 따위가 벌어지면 그때까지 준비한 방송 아이템은 전면중지된다. 재빨리 전문가를 섭외하고 자료 화면을 만들고, 대본을 써야 한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커, 이렇게 시의성 있는 내용의 방송은 시청률이 평소보다 높게 치솟는 편이다. 급작스레 바뀐 대본을 차분히 소화해 전달하느라 진행자들도 맘 고생이 적잖았다. 83년 ‘김동건·유애리’ 아나운서로 시작해 어느새 ‘전인석·신윤주’(사진) 11번째 짝이 진행을 맡고 있다. 왕종근 또는 이창호 아나운서가 여전히 진행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꽤 남아있다. 제작진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현명하고 똑똑한 주부의 생활 동반자, 가족의 건강 지킴이 노릇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생일 다짐을 했다.

단추들

우리 주위에는 평소에 그 존재감이 거의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하찮은 사물들이 많이 있다. 사람의 시선을 끌며 당당하게 자기를 주장하는 물건들의 그늘에서 이들은 ‘엑스트라’로서 가까스로 제 위치를 지키며 그 나름의 존재를 이어간다. 옷의 단추도 그런 물건들 중 하나다. 셔츠에 달린 단추의 존재는 그것들을 매일 채우고 푸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거의 잊혀지다시피 한다. 셔츠는 주목을 받지만 단추에는 웬만해선 눈길이 가지 않는다. 그것은 목걸이 같은 장신구와 친척관계라 할 수 있으나, 값싼 대량생산의 길에 들어선 이래 그 자체가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어졌다. 남성 정장에서 와이셔츠의 단추는 그나마도 넥타이에 의해 가려진다. 이 영원한 단역의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그것의 뜻밖의 부재 또는 왜곡을 통해서 드러난다. 단추가 떨어져서 셔츠의 소매를 채울 수 없게 되었을 때, 또는 채워야 할 단추가 풀어졌거나 첫 단추를 잘못 끼웠을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존재를 의식한다. 어렸을 때 옷의 단추를 채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손가락들을 상당히 섬세하게 다룰 줄 알아야 단추 구멍에 단추를 밀어넣거나 다시 끄집어낼 수 있고, 그 일에 익숙해진 다음에도 단추를 엉뚱한 자리에 끼우고 있지 않은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이 동작은 SF영화에서처럼 사람과 똑같은 로봇을 만들려는 과학자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이다. 단추는 원시적인 형태이긴 하지만 일종의 자물쇠이며, 그것을 열고 닫는 열쇠는 바로 우리의 손가락이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우리는 몇개의 손가락을 단추의 열쇠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요령을 터득한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혼자 옷을 입을 수 있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기술로서, 이 일을 능숙하게 할 수 있어야 아이는 유아의 단계를 벗어난 것으로 간주된다. 단추에 의해서 나는 나와 바깥세계, 나 아닌 것과 나를 구분하는 법을 배우고, 그럼으로써 내가 누구인지를 의식하는 독립된 개체로서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한편 이와는 다른 종류의 단추들이 있다. 옷의 단추와는 전혀 구조와 기능이 다른데도 우리는 기계들에 붙어 있는 그 사촌들에도 같은 이름을 사용한다. 형태가 서로 비슷하고, 그것들을 다루는 신체부위가 손가락 끝이라는 공통점 때문일 것이다. 컴퓨터 자판에, 휴대전화에, 엘리베이터에, 텔레비전 리모컨에 붙어 있는 이 새로운 단추들은 우리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에서 매일같이 자신들의 영토를 늘려가고 있다. 그것은 옷의 단추들처럼 여전히 그것에 연결되어 있는 기계장치 본체의 부속품으로서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며 얌전히 우리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들은 결코 옷 단추와 같은 세계의 단역이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일에서 이 단추들에 의존하며, 단추가 없으면 불안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이미 우리 주변에 급속히 늘고 있다. 이런 유형의 단추는 인류문명을 치명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핵공격 시스템에도 들어가 있다. 이 새로운 단추들의 고전적인 원형은 아마 피아노나 타자기 같은 것이지만, 그것들을 사용하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없다.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했던 미다스처럼 그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된다. 아이가 옷 단추를 채우는 법을 배우거나 피아노와 타자를 배울 때처럼 공을 들여 손가락을 훈련시킬 필요가 없다. 필요한 기술은 이 단추 뒤에 프로그램으로 내장되어 있다. 손끝으로 누르기만 하면 되는 이 친절한 단추들에 의해 사람들은 세상과 접속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세계는 단추 뒤에 있으며 그것을 누르면서 나는 누가 만든 것인지도 모르는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에 개입한다. 예전에 엑스트라였던 단추가 세상과 우리의 미래를 지배하는 주인공의 지위에 오르고 있다. 글·드로잉 안규철/ 미술가

내 나라는 내가 지키겠다

이라크에 파병된 한국군은 예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다. 그들의 적들은 그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 그 소식을 전하면서 텔레비전 뉴스는 한가롭게도 새마을운동에 나선 자이툰 부대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이래서는 안 된다. 새마을운동중앙본부가 파병을 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정말 슬픈 일이지만 이제 우리는 형제와 아들이 흘리는 피를 보게 될 것이며, 슬픔은 분노와 두려움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욱 두려운 일이 있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NKHRA)안이 9월28일 상원을 통과했다. 이로써 미국은 부시에게 악의 축으로 손꼽혔던 3국 모두에 적당한 미국법 하나씩을 선물했다.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이라크해방법(1998), 이란민주법(2003) 그리고 북한인권법(2004)이다. 알려진 것처럼 현재 미상원에는 북한에 관한 또 다른 법안인 ‘북한자유화법안’(NKFA)과 이란을 겨냥한 ‘이란 자유와 지원을 위한 법안’(IFSA)이 상정되어 있다. 자유와 인권, 민주와 해방 등 이 법들을 수식하고 있는 현란한 미국식 수사가 개입과 간섭, 전복, 나아가 전쟁을 의미해왔다는 점에서 모골이 송연해진다(이 법이 ‘해방’으로 수식되는 날 한반도의 우리는 밤마다 불바다의 악몽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 법에 부시가 서명을 하건 케리가 서명을 하건 달라질 것은 없다. 이라크해방법에 서명한 것은 클린턴이었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인권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제는 구태의연하기까지 한 사실이다. 가깝게는 그레나다 침공 이후 걸프전과 소말리아, 수단, 유고연방,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수행한 전쟁터에서는 예외없이 자유와 인권, 민주, 해방이라는 고귀한 단어들이 검은 포연에 더럽혀져왔다. 때문에 미국이 북한에 대해 노골적으로 법의 이름까지 빌려 ‘인권’을 말할 때 우리는 부득이하게 전쟁의 그림자를 떠올려야 한다. 이라크해방법은 5년 만에 침략전쟁으로 이어졌다. 빌미는 대량살상무기였지만 완벽한 사기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이 천인공노할 ‘범죄의 재구성’에 대해 분기탱천하는 자가 없다. 의당 그러려니 하는 것이다(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이것을 국제정치의 냉엄함이라고 읊조리며 강 건너 불쯤으로 치부하는 자들은 다음 순서가 북한이, 아니 한반도가 될 가능성이 이른바 북한인권법으로 배가되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전쟁시계는 5분 앞으로 당겨졌다. 상황이 이처럼 불길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때에 한나라당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 쏟는 정성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정도이다. 지난 8월 한나라당의 김문수 의원은 ‘인권없는 통일보다는 통일없는 인권을 택하겠다’는 다소 과격한(?) 발언까지 불사하며 인권에 대한 소신을 피력했다. 같은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소신을 ‘수구꼴통과 반통일분자로 매도하는 한심한 사회분위기’를 질타하기도 했다. 이해한다. 양자택일 이전에 인권도 통일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난 7월 당신과 33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이 연명으로 북한인권법안의 상원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의회로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말하자면 당신들은 전쟁불사론자이거나, 더 낫다고 해봐야 정신 나간 인간들이다. 이건 해도 너무한다. 현재의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세계의 그 어느 지역보다 전쟁의 가능성이 농후한 지역임이 세계적으로 공인되어 있다. 전후사정, 특히 이라크의 선례로 보건대 전쟁이 발발한다면 미국이 시작하는 것이다. 북한인권법과 같은 도발적 법안에 대해 그것을 촉구하고 또 쌍수를 들어 환영한 당신들은 미국의 전쟁도발 가능성을 고무하고 거들고 있는 것이며, 인권이 아니라 전쟁을 고무한 것이다. 그렇게도 불바다 구경이 하고 싶은 것인가. 아니면, 철부지 어린아이로 돌아가고 싶은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나라당보다 낫다고 할 것인가. 언감생심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수구꼴통들보다 더 위험한 집단이다. 노무현과 이들은 이라크해방법의 예고된 종장인 이라크 침략전쟁에 미국의 또 다른 푸들을 자청하며 3위권의 파병을 결행했다. 이들이 한 짓은 미국에 북한을 침공한다면 국군을 앞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끔찍한 판단에 힘을 실어준 것이며 한편으로 전쟁의 위기를 한층 고조시킨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한다. “네 나라는 네가 지켜라.” 어금니를 꽉 물고 나는 대답한다. “그래,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xXXXXXXxxx아.” 유재현/ 소설가·<시하눅빌 스토리> ※http://stopwar.jinbo.net/의 게시판에 “xXXXXXXxxx”의 원래 말을 올려주세요. 맞히시는 분에게 이번 원고료의 절반을 드립니다(1분 이상일 경우는 10월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에 참가하셨던 분에게 우선권을 드립니다. 마감은 10월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