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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200회 맞은 ‘KBS 독립영화관’ 이관형 PD

지난 9일 한국방송의 ‘KBS 독립영화관’이 200회 고지를 밟았다. 평균시청률이 2% 남짓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일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6일부터 3주에 걸쳐 ‘200회 특집 다큐 잔치’를 벌인다. 이 뜻깊은 잔치의 주인장, 이관형(38·1994년 입사) 프로듀서를 만났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2002년 초~2004년 초 ‘독립영화관’ 프로듀서를 맡았고, 지난해 말 다시 복귀했다. 또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하는 ‘KBS 프리미어’ 시리즈 처럼 새로운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큼 ‘독립영화관’에 애착도 각별했다. 16일부터 3주간 ‘특집다큐’ “신인감독들 실험자세 변치말고 기성감독들 독립영화 관심갖길” “2001년 11월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독립 영화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단편영화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리고 단편 독립영화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중·장편 독립 영화들도 소개하기 위해 이름을 ‘KBS 독립영화관’으로 바꿨지만, 애초 기획 의도는 그대로 이어받았다.” ‘KBS 독립영화관’은 지난 4년 동안 기획의도에 맞춰 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생들은 물론 일반 대학·대학원 영화과 재학생 등 신인감독들의 독립·실험·다큐멘터리 영화들을 소개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1년에 100여편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틈틈히 외국의 의미있는 작품들도 방영했다. 하지만 ‘독립영화관’이 토대를 다지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독립영화들은 매너리즘에 빠졌다. 이 프로듀서는 “‘독립영화관’ 초반까지만 해도 눈에 띄는 영화들이 많아 작품을 선정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신선하고 독창적인 작품들이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며 “매년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500여편의 독립영화 가운데 눈에 띄게 독창적인 작품은 이제 20여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외국 작품의 비중을 늘일 수 밖에 없게 됐고, 현재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소개 비율은 단편 7:3, 장편 5:5 수준이다. 이 프로듀서는 한국의 신인 감독들에 대한 애정어린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최근 만들어지는 독립영화들을 보면 감각적이고 재기발랄하기는 하지만, 기성 상업영화의 기본 틀을 좇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신인 감독들이라면, 무슨 메시지를 담아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탐구하는 자세를 잃지 않길 바란다.” 끝으로 기성 감독들에게 덧붙이는 한마디. “심의때문에 방영하지는 못했지만 박찬욱 감독의 독립영화 <심판>이 기억에 남는다. 기성 감독들이 자기 활력을 찾고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독립영화를 만드는 데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연인’ 누구를 꼽지?

‘스크린 속 나의 연인’을 한 명 꼽자니 그리스 신화 속의 파리스가 된 기분이다. 곤혹스러우면서 동시에 우쭐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흠…, 중학교 때 좋아했던 소피 마르소로 할까? 아니면 최근 들어 좋아하는 스칼렛 요한슨으로 할까? 아니지. 우리나라 배우도 많은데 왜 외국 배우를 꼽아? 고두심으로 할까? 김태희로 할까? 잠깐, 그러고 보니 김태희가 배우던가?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가끔 보기는 했는데 연기하는 것은 통 본 기억이 없는 걸?’ 나는 한 명을 꼽기 전에 스스로 몇 사람으로 분열하여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책상머리에 앉아 일은 안하고 여인들을 밤하늘의 별처럼 세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했는지 아내가 한 수 거든다. “책에다가는 올리비아 뉴튼 존이 좋다고 썼잖아, 그새 마음이 바뀌었나 보지?” 며칠 전에 나온,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쓴 수필집을 보고 하는 소리다. “에이, 한번 쓴 사람을 또 써?” “어머나? 좋아하는 스타가 그럼 맨날 바뀌어? 바람둥이 같으니라고!” 바람둥이라고? 어차피 보통 사람들은 스타를 일방적으로 흠모하고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또 다른 스타로 옮겨가 사랑에 빠지고,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 스타를 한 명 찍어 죽도록 좋아하면 그게 스토커지 팬이냔 말이다. 몇 년 전에 이런 경험을 했다. 주간 영화잡지(21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잡지라는 것은 굳이 말하고 싶지 않다)에 만화를 하나 그렸는데 고소를 당한 일이 있다. 담당기자와 편집장과 나, 이렇게 셋이 고소를 당했다. 별 내용 아니었는데 기분이 나빴던 독자가 있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름대로 마음이 몹시 상해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조사를 받으러 불려갔는데, 정작 조사하는 사람은 아주 친절하고 여유롭게 진술서를 작성했다. “아, 그러니까 개인을 모독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럼요. 보시다시피 입니다.” 한 이삼십 분 그러고 있는데 옆 자리에 차림새가 남루한 아가씨가 들어와 앉았다. 얼핏 보니 수갑까지 차고 있었다. 잠시 후 그를 담당한듯한 조사관이 호통을 친다. “그러니까, 김미숙씨네 집에 왜 또 갔어?” 아, 그는 영화배우 김미숙씨를 스토킹 한 죄로 붙잡혀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쪽은 조용조용한데 반해 그 쪽은 제법 분위기가 살벌했다. 나는 덩달아 잔뜩 겁먹은 채로 그와 조사관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나를 담당한 조사관도 나를 조사하는 것은 대강대강이고 옆으로 완전히 몰두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요점은, 그는 김미숙씨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데, 보고 싶은데 어쩌란 말이냐? 그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그러나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스크린 속 나의 연인’에 대해 써달라고 기자가 당부를 했는데, 엉뚱한 경험담을 늘어놓고 말았다. 억지로 마무리를 하자면, 누구 하나 꼭 집어 스토킹 할 정도로 좋아했던 스타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을 책받침으로 코팅해 수업시간에 들여다 볼 정도의 스타는 밤 하늘의 별처럼 많았다는 것을 고백한다.

애니메이션 총량제로 <섀도우파이터> 등 국산 애니 봇물

오는 7월부터 지상파 텔레비전 방송 3사에 ‘애니메이션 총량제’가 실행됨에 따라 TV에서 볼 수 있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애니메이션 총량제란 방송사가 그 해에 방송하는 전체 프로그램 시간의 100분의 1 이상을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으로 신규 편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령으로 인해 국내 전체 애니메이션 방송 분량은 현행 8,182분(재방 포함)에서 10,500분으로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총량제로 MBC는 26부작 국산 애니메이션 <셰도우파이터> <이야기여행>을 새롭게 방영할 예정이고, SBS는 <고미의 만화 호기심 천국><파닥파닥 비행선> 등을 마련했다. 국산 애니메이션의 TV 방영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 산업도 동반적인 상승 효과를 볼 전망이다. 일례로 <셰도우파이터>는 TV 방영에 맞추어 캐릭터 상품 및 만화 단행본, 게임도 함께 선보인다. <섀도우파이터>를 제작한 옐로우필름의 오민호 대표는 “이번 7월에 시행되는 애니메이션 총량제는 침체 중인 국산 애니메이션 사업에 새로운 기회 요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며 “특히 애니메이션 제작에 따른 신규 제작 창출 및 고용 효과 등의 직접적인 효과 외에 캐릭터, 만화, 게임 등 연관 사업으로의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포스터 촬영현장 [2]

“그래도 우리 커플이 가장 정상적일껄” 최고령 커플 주현 & 오미희 최근 <고독이 몸부림칠 때> <가족> 등을 통해 스크린 나들이가 잦아진 주현과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오미희는 단관극장 주인 곽 회장과 극장 옆 매점 주인 오 여인으로 등장한다. 언뜻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진 듯한 영화 속 두 인물은 오드리 헵번을 우상으로 삼고, 여배우의 꿈을 버리지 않는 등 한번 애정을 기울인 것들을 오랫동안 사랑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최고령 커플이지만 열정과 애정, 낭만에 있어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했다. =오미희 | 2001년에 SBS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라디오만 계속 해와서 취재진들을 만나는 것도 오랜만이다. 모든 걸 설명해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출연을 결정했다. 특히 상대배역이 주현 선배님이라는 것이 좋았고. 상대의 영향력으로 인해 그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 -영화 속 상대 캐릭터를 소개하자면. =오미희 | 곽 회장은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를 대표한다. 극장 옆에서 커피점을 운영하는 오 여인을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친숙함이 사랑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늪에 빠지는 거다. (웃음) =주현 | 오 여인은 곽 회장에게는 영원한 오드리 헵번이고, 우상이다. 곽 회장과 연령 차이가 나다보니, 쉽게 프로포즈를 하지 못하고 계속 머뭇거리게 만든다. -이 커플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장면을 꼽자면. =오미희 | 곽 회장이 오 여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몰래카메라로 찍는 장면. 오 여인은 늘 혼자만의 꿈에 젖어 있고, 그런 오 여인을 사모하는 곽 회장은 자신의 감정을 담아 카메라에 오 연인을 담는다. =주현 | 그래도 우리 커플이 이 영화 속 커플들을 통틀어 가장 정상적이지 않나, 싶다. 다른 커플들은 다 조금씩 정상이 아니다. -촬영 당시 서로 호흡은 잘 맞았나. =오미희 | 단 둘이서만 등장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보니까, 다른 사람들 속에 묻어갈 수도 없고 그 관계에 집중해야 했다. 주현 선배님 애드리브 덕을 많이 봤다. 그리고 선배님이 영화가 처음이라 많이 쑥스러운 나에게 “지금, 좋았어”라며 끊임없이 격려해주셨다. =주현 | 라디오 프로그램을 많이 해서 그런지 처음에 오미희씨는 대사가 기복이 별로 없이 지나치게 일률적이었다. 아나운서 같은 대사가 아무래도 많이 어색했다. 그래서 대사톤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 캐릭터에 집중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는데, 금방 알아듣더라. “우린 거의 모든 장면에서 싸우는 것 같다” 가장 바쁜 커플 황정민 & 엄정화 새벽까지 <너는 내 운명>을 촬영하다 비행기로 상경한 황정민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피곤해 보였다. 쓰레기매립지에서 <오로라 공주> 촬영이 한창이라는 엄정화의 다리에는 밤샘촬영 때 모기에 물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강간을 최악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노총각 나 형사와 여우 같고 당당한 의사 허유정을 연기할 이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인 한 무리의 배우들 중에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내 생애…>의 가장 마지막 커플인 이들은, 6월22일까지 각자 출연 중인 영화를 마무리하고 23일쯤 다시 만날 예정. -각자의 캐릭터를 가장 잘 드러낼 만한 장면을 뽑는다면. =황정민 | 나 형사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이 특징이다. 허유정을 좋아하면서도 늘 덤덤하게 대하고 돌아서면 후회하는데, 그런 장면이 몇번 반복된다. =엄정화 | TV 토론회에 나와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 형사와 허유정이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많다. 모든 장면에서 싸우는 것 같다. 주로 허유정이 나 형사에게 관심이 많아서 시비를 거는 식인데, 여자가 먼저 사랑을 표현하는 게 재밌다. -여러 커플이 비슷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영화라서, 부담이 좀 적을 것 같다. 시간이나 에너지도 좀 덜 소모되지 않을까. =황정민 | 더 수월하다든가 그런 건 없다. 커플마다 제 몫을 해줘야 영화 전체가 완성되는 등 각 커플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니까. 7개의 영화가 모여 <내 생애…>를 이룬다고 생각한다. 좋은 점은 최고의 배우들과 한 영화에 출연할 수 있다는 점. 이런 배우들이랑 같이 작업하는 기회가 몇번이나 있겠나. 각각의 영화를 잘 축약하면서도 조화를 유지해야 하는 감독이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엄정화 | 어차피 세상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 영화에 등장하는 커플 역시, 영화 속 1주일 동안에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거니까 모두 똑같이 중요하다. 그리고 영화가 진행되면서 다른 커플과 서로 얽히고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꼽자면. =황정민 | 결혼하기 이틀 전부터 신혼여행 끝날 때까지 1주일. (웃음) 남들은 그 기간에 신경질도 많이 내고 싸운다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로라 공주>와 이 영화가 많이 다른데, 바로 이어서 촬영하려면 좀 힘들 것 같다. =엄정화 | <오로라 공주>는 배우가 마음을 많이 닫아야 하는 영화인데, <내 생애…>에선 통통 튀어야 한다. 병원장면을 몇신 찍었는데 바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게 생각보다 어색하더라. 그래도 이제 밝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다. (웃음)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익숙하고 새로운 얼굴들 정경호 정경호가 연기하는 전직 가수 유정훈은, 그를 스타덤으로 이끌었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보인다. 하루아침에 소속사에서 퇴출당한 유정훈은 예비수녀 수경(윤진서)과 아슬아슬한 사랑을 선보일 예정. “수경과 정훈은 완전히 딴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둘이 정신병원에서 만나는데, 진서랑 저랑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니죠. (웃음) <광식이 동생 광태>와 이 영화를 동시에 촬영했는데, 영화는 드라마에 비해 배우를 많이 배려하는 매체인 것 같아요. 서로 격려도 많이 해주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 음. 목욕탕에서 샤워하는 장면에서 엉덩이를 노출하면서 전라연기를 펼쳤는데 많이 춥고 힘들었죠.” (웃음) 김진아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모 정보통신 회사 CF 속 깜찍한 여자아이로 익숙한 김진아는 최근에는 <친절한 금자씨>에도 출연했다. 이 꼬마는 <내 생애…>에서 무려 두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아빠(김수로),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남자친구 지석(이병준)이 바로 그 주인공. “이 영화에서 아픈 애로 나오기 때문에 머리를 빡빡 깎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매번 머리에 뭐를 뒤집어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엄마가 나 때문에 죽었다’며 아빠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땐 많이 울었어요. 그럴 땐 아무 생각을 안 해도 저절로 눈물이 나요. 그리고 사실은요, 저 진짜로 지석 오빠 좋아해요. 오빠한테도 벌써 얘기했어요.” (수줍은 웃음) 서영희 상반기 최고의 히트작 <마파도>에서 로또를 들고 사라진 끝순이였던 서영희. 이 영화에선 임창정과 함께 가난한 신혼부부로 등장하여 닭살 커플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주말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에 출연 중이다. “<질투는 나의 힘> 하숙집 딸로 처음 영화에 출연해서 벌써 다섯 번째 영화인데,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모두 절대적인 분량보다 중요한 역할들이었어요. 이 영화에서 제일 힘들었던 장면은 임창정씨와 함께 김밥을 말면서 넌 단무지, 난 소시지, 이러면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신. 너무 쑥스러웠어요. 때로 여자가 더 적극적이기도 한 평범한 신혼부부의 일상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배역을 맡고 싶어요. 그동안 한 역할들이 비중은 작아도 모두 극단적이어서.” (웃음)

‘개그 콘서트’ 마데홈쇼핑 떠나는 개그맨 안상태씨

“한 번 빠져보실랍니까아~? 자! 빠져 봅시다!” 많은 이들이 빠져들었던 ‘안어벙’의 미소를 당분간 텔레비전에서 볼 수 없게 됐다. 70년대 구식 양복을 입고 ‘2대8’ 가리마를 한 엉터리 홈쇼핑 쇼 호스트는 잊어야 할 듯싶다. 개그맨 안상태(27)씨가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개그콘서트>를 떠났기 때문이다. 다음해 방송 복귀를 기약하며, 그는 다음달부터 석 달여간 서울 대학로에서 공연을 펼친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아요. 끝났는데도 다음주에 또 동료들과 아이디어 회의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에요.” 지난 22일 ‘마데 홈쇼핑’ 마지막 녹화 때 그의 표정은 시원섭섭해 보였다. 눈가는 촉촉이 젖었지만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은 천상 개그맨의 것이었다. 7월부터 대학로에서 3달 동안 공연 뜨기 전 길거리 공연하던 초심 복귀 “인기에 안주해 반복하면 미래 없어” 새 아이디어로 내년 방송 복귀 기약” “안어벙 말고 안상태의 매력에 빠져봅시다.” 녹화에 들어가서는 <개그콘서트> 무대를 떠나는 아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제 ‘안어벙’이 아닌 ‘안상태’ 본연의 모습으로 더욱 당당히 팬들에게 사랑받고 싶은 솔직함이었다. 그는 한국방송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들어오기 전, 4년여 동안 길거리 공연을 했다. 대학로 거리 곳곳을 비롯해, 지하철, 경찰서, 공원, 찻집…. 가리는 곳 없이 열정을 바쳤고, 소극장에서도 하루에 8차례까지 공연에 나설 정도로 강행군을 마다지 않았다.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 공연을 보려는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 앞이라 어려움이 덜 하지만, 길거리에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사람들의 시선을 온전히 내 끼와 노력만으로 사로 잡아야 하는 거라 집중력이 훨씬 중요하고 높아야 했죠.” 옛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에선 그 시절 치기 어린 즐거움이 살아나는 듯, 눈빛도 반짝인다. 그는 길거리 공연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지금 재미있고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고 같은 걸 계속하면 절대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없어요. 길거리 공연을 하며 ‘한번 웃긴 것은 버려야 한다’는 걸 배웠죠.” 이젠 거리 공연을 하던 시절과 한참이나 달라졌지만, 아직까지 그때의 마음가짐을 잃지 않은 덕에 다시 대학로로 나섰다는 말이다. 그러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할 리 없다. 날로 치열해지는 연예계 생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란,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겐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다. 한참 주가를 올리는 터에 과감히 자리를 박차고 떠나기가 생각만큼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안씨는 결연하다. “안어벙은 이제 나의 한 부분으로 소중히 간직하고 앞으론 더욱 다양한 캐릭터를 들고 나올 겁니다.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학로에서 공연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고 기운도 차려 다시 시작할 겁니다.” 그는 다음달 7일부터 대학로 탑아트홀에서 열리는 <안어벙의 깜짝 콘서트>의 주인공으로 선다. 혼자서 여러 인물을 소화할 예정이다. 바보스러우면서 동시에 아이의 천진함과, 아저씨의 능청스러움과 여성스러움까지 빠지지 않는 복합적 캐릭터가 ‘안어벙’이었던 까닭에, 변신 연기 또한 낯설진 않을 듯하다. 그는 1인 다역의 개그와 함께 노래와 춤, 마술 실력도 펼쳐 보일 계획이다. 최근 영화 <야수와 미녀>에 출연한 그는 “기회가 되면 영화뿐 아니라, 시트콤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3] - <…김삼순> 인기 비결

삼순이 덕에 ‘음메~, 기 살어’ 아는 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삼식이밖에 없다. 삼순이에 대해 뭘 써야 하나 고민한다.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본다.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기껏 한다는 생각이 그래도 24부가 아니라 아직까지 4부밖에 안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위안 아닌 위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작정하고 <내 이름은 김삼순>을 주말 동안 몰아 본다. 먼저 약간의 진부함으로 여겨지는 것들. 주인공 김삼순(김선아)과 그의 적수이자 (아직까지는 가짜) 연인인 현진헌(현빈), 그리고 그의 옛사랑 유희진(정려원), 삼순의 옛사랑 민현우(이규한), 현우의 현재 애인 장채리(이윤미), 뒤에 유희진의 또 다른 파트너로 등장할 헨리 킴(대니얼 헤니)까지 그들의 관계 구성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척척 장단을 맞추며 서로 막가고 있는 김삼순과 현진헌의 관계가 재미있기는 해도, 그 한쪽 현진헌의 캐릭터는 솔직히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의 변형인 듯한 느낌이다. ‘부잣집 아들에 싸가지 없는 냉정한 “얼음왕자”이지만, 싸가지가 없으면 없을수록 더 멋있는 “미지왕”에, “뽀삽질”한 걸로 착각할 만큼 미남인데다, 능력까지 출중하고, 가슴 한구석에는 슬픔과 순수함까지 지닌 젊은 이 총각’(아~~ 써놓고보니 속이 쓰릴 만큼 멋지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은 역시 여전하다). 김선아의 코믹연기가 선사하는 통쾌한 웃음 하지만 뭐가 힘인지도 보고나니 좀 알겠다. 일단 웃기다는 것을 알겠다. 억지로 웃음을 강매하는 충무로의 일부 허접한 영화들보다 한수 위이니, 그 방면에서만큼은 분명 더 후한 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도 하게 된다. 나오자마자 왜 30% 시청률을 훌쩍 넘어섰는지도 알겠다(시청률 조사기관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6월1일 첫회 방영 이후 4회 만에 30.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시청률 감응 속도로만 보면 지난해에 인기를 끌며 방영했던 <파리의 연인> 수준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평소에 은둔하여 짱박혀 살던 대한민국 삼순이 삼식이들이 이미 곳곳에서 모여들어 공식 클럽 ‘3344’(‘삼’순이와 ‘삼’식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결성해놓았다. 3344 결사대원 중 닉네임 용가리 통뼈님은 “<대장금>의 음식 이야기와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는 것 같은 두 가지 느낌이 팍팍 드네요… 역시 코믹의 여신 김선아”라는 짧은 문장 하나로 드라마의 앞뒤를 한번에 꿰뚫어보는 독창적인 소감을 올려놓았고, 닉네임 꽃사슴님께서는 “히히히 오늘은 재방 봐야 한다. 요번 주 벌써 5번째다. 그래도 재밌는데!!!!!”라며 요즈음 삼순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반복 무한 시청’의 기현상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재방송 시청률만 해도 12.2%를 넘겼다고 한다). 인터넷, 종이매체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삼순이를 주시한다.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 도대체 <내 이름은 김삼순>의 무엇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되는 걸까?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매력은 누구나 다 느끼듯이 ‘김선아가 연기하는 김삼순의 캐릭터’다. 그냥 김삼순의 캐릭터가 아니라 김선아가 연기하는 김삼순의 캐릭터다. 거기에서 첫 번째 흥미로운 건 인터넷 원작소설에서 빌려온 동명의 제목이다(원작자 지수현은 얼마 전 타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열여덟 스물아홉>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정기적으로 방영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경우 제목은 쉽게 그 극의 흐름을 한눈에 포괄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어진다. 이를테면 제목은 드라마의 첫회와 마지막 회 모두에서 유효해야 한다. 그 점에서 보면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제목은 거의 선언이다. 주인공 캐릭터를 이해하는 어떤 단초로 그 제목이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촌스러운 이름은 콤플렉스에 억눌린 현대인 비교하자면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하며 삼순이만큼이나 인기를 얻고 있는 또 하나의 순자 돌림 드라마 <굳세어라 금순아>하고는 다른 차원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타자의 응원 형태로 지어진 제목이다. ‘어리고 착한’ 금순이에게 힘을 내라고 격려를 하는 제목이다. 세상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고, 그 세파를 꿋꿋이 헤쳐가는 금순이의 일거수일투족이 극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힘들어도 네 곁에 ‘매일매일’ 우리 시청자가 있을 테니 용기를 잃지 말라는 메아리다. <굳세어라 금순아>가 정 많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일일드라마라는 점은 왜 격려조의 감정이입 유도로서의 제목이 지어졌는지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은 말 그대로 주인공 스스로 이름을 밝히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다. 그래서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핵심적인 두 가지의 뉘앙스를 모두 갖고 있다. ‘어쩌다가 나는 삼순이인가’라는 자학과 ‘어쩔래, 그래도 나는 삼순이다’라는 자신감이 동시에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와 어쩔래’ 이 동석할 수 없어 보이는 두 성격의 공존이 바로 그녀 캐릭터의 본색이다. 김삼순. 30살(홈페이지에 따르면 29살). 방앗간 집 셋째 딸.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시장상인들을 상대로 조그만 금융업을 하시는데 그녀 말에 따르면 “일수를 살짝 놓고 계신다”. 큰언니는 힘들게 사는 것 같고, 둘째언니는 이혼한 뒤 집에 돌아왔고, 남자 친구에게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를 계기로 차였고, 새로 알게 된 한 남자는 싸가지가 없어도 매력은 있는 직장 사장이다. 능력있는 파티셰지만 지금은 돈이 궁해 그 사장과 가짜 계약을 하고 그의 연인 흉내를 내고 있다. 이게 김삼순의 지금 모습이다. 여기서 첫 번째 ‘어쩌다가 삼순이’는 그녀의 피할 수 없는 결점을 자학하고, 내로라 하는 푼수 기질의 태생으로 사고를 치고 다니는 여자다. 어릴 때부터 바꾸고 싶어 안달이 났던 창피한 이름 삼순은 결국 희진으로 가명을 쓰면서까지 감추고 싶은 자신의 결점이다. 삼순이 자신을 김희진으로 부를 것을 레스토랑 입사 계약 최대의 조건으로 내거는 것으로도 그건 쉽게 알 수 있다. 게다가 어쩌다가 삼순이에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푼수 기질이 가득하다. 어쩌다가 남자에게 채여 바짓가랑이 잡고 울고불고 매달리며 화장범벅으로 울어젖히기, 어쩌다가 남자 화장실에 잘못 들어가 변태로 오인받기, 어쩌다가 상대방 얼굴에 씹던 밥풀 몽땅 쏟아붓기, 어쩌다가 술 취해 업혀가다 남자 등에 실례하기 등등등. 거참 삼순이 같은 짓만 하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그녀의 푼수짓은 끝이 없다. 그동안 영화계에서 다른 여배우들이 기피하던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인식시킨, 혹은 다른 여배우들에게서는 끌어낼 수 없었던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확정해버린 김선아의 연기가 이 드라마의 푼수짓을 단단하게 뒷받침하고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김선아가 아니라, 김정은이었거나, 예지원이었다면 드라마의 주인공은 삼순이가 아니라 다른 것이 되어야 했을 정도다. 실력과 능력으로 세상에 맞서는 당당함 하지만 두 번째 ‘그래 어쩔래 삼순이’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사랑이자 자신감으로 가득 찬 여자다. 그걸 말하기 전에 종종 어쩌다가와 어쩔래 사이의 중간 형태로 벌어지는 것이 ‘은어와 쌍말과 성질부리기’라는 걸 먼저 말해야겠다. 잘난 척하는 사장 현진헌에게 미지왕(미친놈 지가 무슨 왕자인 줄 알아의 줄임말)이라고 말해서 그를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은어 사용의 대표 사례다. 헤어진 남자 친구가 어이없는 소리를 하자 “너 지금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냐?”라고 말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 새끼 저 새끼는 기본이고, 이년 저년은 보통이다. 현진헌의 옛 여자친구와의 첫 만남. 커피 잘 마셨다고 쪽지를 남겨둔 예쁜 글씨를 보고 삼순이가 칭찬하는 말. “얼굴도 이쁜 년이 글씨도 잘 써요.” 그래서 멋모르고 약올리는 새끼들은 다 봉변당하게 마련이다. 현진헌을 처음 만난 날, 그의 양복 윗도리에 ‘어쩌다가’ 낀 그녀의 머리카락을 그가 대뜸 잘라버리자, 바로 뒤이어 달려가 얼굴에 케이크 날려버리는 삼순이. 성질이 막무가내다. 그래 어쩔래. 그런데 얼굴 위로 곤죽이 된 케이크 맛을 본 현진헌의 반응은 환호다. 그래서 그 맛에 반한 레스토랑 사장 현진헌이 자신의 레스토랑에 그녀를 전격 파티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래 어쩔래 삼순이의 특징이 바로 이거다. 그녀는 성질만 끝내주는 게 아니라 자기 본업에서의 기술도 환상이다. 그래 어쩔래의 삼순이가 그렇게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욕을 잘해서도 아니고, 발길질을 잘해서도 아니다. 그녀가 갖춘 전문 분야 여성으로서의 성실함과 능력 덕택이다. 사장과 ‘야자’ 뜰 수 있는 막나가는 사랑의 줄다리기도 실력을 인정받은 이때부터 시작이다. 성질만 있고 능력이 없는 김선아가 <위대한 유산>의 백조 미영이라면, 그 둘을 모두 갖추고 있는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인 거다. 자학에서 자존심 회복으로 말하자면, <내 이름은 김삼순>은 궁극적으로 자학에서 자존심 회복으로 나아가는 드라마다. 세상 삼순이들을 대표해서 자존심을 지켜주는 드라마라고 표방하고 있는 거다. 비교하여 <파리의 연인>이 여자들의 있을 수 없는 환상과 남자들의 있지도 않은 환상을 동시에 자극했다면, <내 이름은 김삼순>은 촌스러운 태생에 대한 자학에서 시작하여 그녀들의 자존심을 성대하게 회복해주는 전략을 택한다. 그래서 처음 시작이 좀 구차했으나 그 끝이 아름다울 거라는 걸 누구나 알게 된다. 때문에 어쩌다가의 삼순이가 지금까지 억척으로 코미디를 끌어안은 것처럼, 어쩔래의 길로 막 접어든 삼순이에게는 앞으로 순수하게 사랑에 성공하는 일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녀가 아름답고 감동적인 문장들을 무척 많이 외우고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 언젠가는 정말 중요한 순간에 자신을 위해 그걸 쓰게 될 거다. 삼순이는 “음식은 만드는 사람의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여자가 달콤한 케이크를 만들 순 없다”고 생각한다. 능력만큼 중요한 게 사랑이라는 말이다. 그 말은 앞으로 만들어질 러브 케이크의 이름이 그녀의 촌스러운 이름과는 달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지어질 거라는 이 드라마의 약속처럼 들린다. 추신: 재치있는 또는 얄팍한 또는 사소한 재미 하나. <내 이름은 김삼순>은 다른 기존의 드라마 장면들에 대한 언급을 서슴지 않는다. 레스토랑 무대에 올라 피아노를 치기 직전의 현진헌에게 삼순이는 “텔레비전 안 보는 척하면서 볼 건 다 보네”라고 말을 던진다. <파리의 연인>을 흉내낸 것이라는 비난을 아예 톡 까놓고 흉내낸다고 공언하면서 피해가는 방편이다. 사람들은 그래 알겠다고 한번 웃고 난 뒤 그 다음은 다시 흉내냈다는 사실을 잊은 채 흘러나오는 음악과 진지한 표정을 처음 보는 것처럼 열심히 감상할 것이다. 고단수는 아니지만 대략은 통하는 전법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작가 김도우 “취재는 무슨… 내가 오래 묵은 싱글, 평범한 삼순이다” -김삼순은 예쁘지도 않고 나이도 많다. 이런 인물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위험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김윤철 PD와 나는 모두 일상성이 있는 캐릭터를 선호하고 그걸 표현하는 데 장점이 있다. 드라마적인 캐릭터였다면 취하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위험부담은 느끼지 않았다. -김삼순과 다르게 진헌과 희진, 헨리 등은 어느 정도 비현실적이고 전형적이다. 그들과 삼순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만들어내는가. =작가로서 지키려고 노력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진정성, 리얼리티, 관습적이지 않기…. 그걸 지켜나간다면 잘되리라고 나를 압박하고 있다. -원작소설과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소설에선 진헌이 연하가 아니고 희진도 진헌을 사이에 두고 삼순과 경쟁하지 않는다. 어떤 점들을 염두에 두고 각색했는지. =원작이 괜찮다. 좋은 점들은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가장 염두에 둔 것은 ‘관습적인 틀 안에서 관습적이지 않기’, ‘사실적인 로맨틱코미디 만들기’. 그 결과 좀 새로운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삼순이는 좀더 어른스러워지고 일상성이 더 부여됐다. 그리고 희진의 역할. 후반에 살~짝 나타났다 사라지는 희진을 갈등의 핵으로 키웠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대사는 현실적이고 구어에 가깝다. 뽀삽질이나 미지왕 같은 단어도 사용하고. 대사를 쓸 때 기준이 있는가. =대사가 본질은 아니다. 캐릭터를 잘 받쳐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미지왕>은 처음 봤을 때 시대를 앞서간 그 엽기정신에 박수를 보냈는데 문득 생각나서 인용한 것뿐이다. 그리고 삼식이는 좋아하는 소리꾼 장사익의 노래 <삼식이>에서 따왔다. -<파리의 연인> <가을동화> 같은 드라마 대사를 패러디하는 부분이 재미있다. =작정한 건 아니다. 불현듯 덤으로 얹어주는 한줌의 콩나물 같은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30대 독신여성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다. 원작이 있다고는 해도 다른 취재나 경험도 필요했을 듯하다. =취재는 무슨… 내가 오래 묵은 싱글, 평범한 삼순이다(내가 못한 연애질을 시키려고 벼르고 있음. 지둘려 삼돌이들~). -김선아의 대사나 행동, 에피소드는 지금까지 그녀가 해왔던 연기의 톤과 비슷하다. 대사나 에피소드를 쓰면서 배우가 김선아이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는가. =김선아의 연기가 기존의 것들과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버 더 레인보우>를 연주할 때 진헌과 희진을 번갈아보던 표정연기를 보라. 새로운 연출과 융합하여 더 구체적이고, 더 사실적이고, 더 섬세해졌다. 그리고 지금이 가장 아름답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도 지금 대본대로 갔을 테지만 고농축우라늄 같은 그녀를 만나 상상치 못한 핵폭발을 일으켰다. 방송을 본 뒤로는 “선아가 이렇게 해주겠지?” 하며 두려움 없이 쓴다. 맑고 사랑스러운 현빈과 정려원도 내게 상상력을 불어넣어준다. 배우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

이스트만 단편영화 만들기 [1]

촬영전투, 기쁨과 절망의 좌충우돌 엉뚱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단편영화는 미래의 영화”라는 앙드레 바쟁의 유명한 전언은 단편 영화의 서글픈 운명을 암시한다. 미래를 꿈꾸는 자가 현실의 궁핍함을 견뎌야하듯, 단편영화 작가는 현재의 한기(寒氣)를 참아내야 한다. 그래서 단편영화 작가들은 언제나 목이 마르다. 군소 단편영화제가 많아지고 대중의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편영화의 존재감은 전보다 훨씬 두터워졌다. 하지만 따지고보면 기획에서 유통까지, 단편영화에 짐지워진 숙제는 속시원히 풀린 게 없다. 관객과의 만남이 빈번해지고 인디스토리나 미로비전 같은 배급사의 노력으로 해외영화제 나들이가 잦아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배급시스템 자체가 변한 것은 아니다. 영화만들기는 온전히 작가들의 몫이다. 아직까지는 단편영화 작가가 지원을 요청할 만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게, 아쉽지만 우리의 현실이다.그런 풍토에서 이스트만코닥 단편영화 지원제도는 거의 파격에 가깝다. 이스트만은 35mm필름 1만자를 제공하고, 제반 후반작업을 지원하는 제도인데, 이를 현금으로 환산하면 1천2백∼3백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스트만 제도의 미덕은 그 규모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제작지원 방식에서 ‘이스트만 시스템’의 장점을 찾아야 한다. 코닥필름주식회사가 주관하지만 이스트만 제도에 무게를 실어주는 건 각종 영화기관들의 협찬이다. 곧 카메라 대여에서 현상, 편집, 사운드 믹싱, 텔레시네까지 관련 회사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기가 가진 것을 조금씩 내놓고 있다. 3회에 이르는 동안 이스트만에 뜻을 함께하는 회사가 늘어난 것은 이 제도의 안정성을 보증하며, 동시에 ‘또다른’ 이스트만 제도의 가능성을 암시한다.<우아하게…>와 <터틀넥 스웨터>는 98년, <장롱>은 99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을 받았다. 이스트만 당선작은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상영이 약속돼 있다. ‘미래의 영화’감독들에게 35mm필름으로 영화를 찍을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행운이다. 이는 단순히 35mm 영화가 16mm보다 더 훌륭하다거나, 필름의 크기가 영화의 질을 좌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사이즈가 문제인 것은 35mm필름으로 또다른 형식실험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1회 공모 당선작인 김진한 감독의 <장롱>은 이같은 35mm필름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한 영화로 꼽을 만하다. <장롱>은 공간의 짜임새가 도드라지는 영화다. <장롱>은 벽을 경계로 집안의 공간을 나눠 두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하거나, 길을 가는 아버지와 길 위 육교를 걷는 딸을 부감으로 동시에 잡는 등 넓은 화면을 최대한 사용한다. 사운드 또한 영화의 주요 모티브로 작용하는 괘종 시계소리를 선연하게 들려준다. <장롱>은 이사를 가면서 말뚝처럼 박혀 있는 할머니의 장롱을 버리고 가야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움을 어린 아들의 시선으로 그려낸다. 또다른 1회 당선작은 이형주의 <우아하게 걸어라>와 육상효의 <터틀넥 스웨터>. <우아하게…>는 아내 대신 가사일을 도맡은 남편의 자질구레한 일상을 묘사해 관성처럼 받아들여온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터틀넥 스웨터>는 오랜만의 재회에서 한 남자와 그의 옛 애인을 통해 관계의 가벼움과 소통의 불가능함을 묘파하는 영화다. ‘유명인사들’이 섞여 있던 1회에 비해 제2회 이스트만 공모에서는 신예들에게 기회가 주어졌다. 염정석의 <광대버섯>은 흑백화면의 고절한 아름다움을 잘 살렸다. 죽어가는 여동생의 고통을 덜어줄 모르핀을 구하기 위해 위험한 줄타기에 나서는 광대오빠의 서글픔보다는, 줄 위에 주렁주렁 달린 백열등이 물 위에 드리운 빛그림자가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민동현의 <지우개 따먹기>는 아이들의 사소한 장난에서 권력과 폭력의 문제를 제기한다. 지우개 따먹기 싸움에서 늘 이기고도 질 수밖에 없는 힘없는 소년의 이야기를, 경찰에 쫓기는 운동권 학생인 소년의 누나와 대비시킨다. 이동하의 <블랙 컷>은 영화에 끼어드는 블랙 컷을 징검다리 삼아 물처럼 덧없이 흘러가는 일상을 건너간다. 감독의 자전적 체험과 고민이 물씬 배어나는 흑백 영화다. 세편 중 <광대버섯> <지우개 따먹기>는 99년 부산국제영화제 출항 전에 완성돼 부산에서 관객과 첫만남을 가졌고, <블랙 컷>은 최종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이렇듯 세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단편영화를 길러내는 일은 우리 영화 토양을 기름지게 한다. 그렇다면, 단편영화 제작지원의 길은 더 넓어져야 마땅하다.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잉그리드 버그만

‘살아있는 그녀’ 미소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잉그리드 버그만을 기억하는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폭행당해 잘린 머리와 야성의 눈빛으로 처음 만난 게리 쿠퍼를 바라보며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그녀. 흰 이빨이 드러나는 눈부신 미소를 지으며 말없이 많은 사연을 품고 있던 그녀. 키스할 때 코는 어디다 두어야 하냐고 묻던 그녀. 내 어린 시절, 주말의 명화에서 보았던 그녀는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그 영화를 언제 처음 보았는지 몇 번이나 보았는지 기억할 순 없지만 난 똑똑히 기억한다. 그녀의 미소를. 그녀의 눈빛을. 그녀가 꿈꾸던 세상을. 평범한 소년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되었고, 그 감독이 동경하는 여성의 캐릭터엔 언제나 마리아 역의 잉그리드 버그만이 내재돼 있다는 생각을 오늘 했다. 그녀는 전쟁 중에 희생의 위기에서 구출된 스페인 여자였고, 짧은 머리였으며 학살 중에 생존했다. 그녀의 야생적인 순수함은 마땅히 지켜져야만 하는 것이었다. 지금 글을 쓰며 생각하는 것이지만 나는 한참 동안, 어떤 식으로든지 희생당하는 여성을 구하려고 내 영화 속에서 무진 애를 썼던 것 같다. 그 중심에는 아마도 잉그리드 버그만의 ‘마리아’가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폴란드에서 영화 공부를 하던 수년 전 한참 밤샘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였는데도, 나는 텔레비전을 끄지 못한 적이 있다. 잉그리드 버그만에 관한 다큐멘터리인데 뭐 시나리오가 대수인가! 잉그리드 버그만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웨덴 출신의 배우다. 당대 최고의 감독과 남자배우들과 연기했고 그녀에 관한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남성들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그녀는 화산같은 심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총명했으며 배우로서 열정은 그녀의 안정적일 수 있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녀는 유부녀였으며 열한 살의 딸까지 있었지만 촉망받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영화를 보고 그 감독과 그의 영화 <무방비 도시>에 매료된다. (나는 별 감동없이 그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 극사실주의 시점에서 전쟁과 전쟁 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강렬하고 과장없이 보여 주었던, 당시 할리우드 영화와는 정반대편에 서 있던, 어쩌면 미국사람들의 생각에선 좌파 성향이 강했던 작품이었다. 그녀가 그런 작은 유럽의 영화를 보고 매료당하다니! 그리고 가족을 버리고 바람둥이 유부남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져 모든 부와 영광을 버리고 이탈리아의 작가 감독에게 가다니! 가슴에 불이 붙었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타락한 우상’이라며 손가락질했고 그녀가 재기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시련과 시간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의 유작인 <가을 소나타>라는 잉마르 베르히만 감독의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다시 자신의 고향인 스웨덴으로 돌아와서 모국어로 연기했다. 그녀는 67살이었고 촬영할 때 암 투병 중이었지만 아무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았고 자신의 생과 똑같은 상황의 배역을 맡았다. <가을 소나타>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명성 때문에 버리다시피 한 딸과의 화해와 용서의 과정에 관한 영화였다. 그 영화를 찍고 곧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실제로 그녀는 자신의 딸을 버리면서까지 그녀의 열정을 위해, 전세계 사람들과 정반대편에서 그녀의 꿈을 위해 살았다. 그녀처럼 용감하게 자신의 예술적 열정과 사랑을 위해 살기는 쉽지 않다. 완벽한 여신으로서의 조건이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까지 살아 있으며 그녀의 미소를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페이크 다큐 ‘목두기 비디오’ 윤준형 감독 인터뷰

올여름 극장에서 개봉하는 공포영화 가운데 다크호스가 한편 있다. 7월15일 서울 동숭동 하이퍼텍 나다에서 개봉하는 한국 독립영화 <목두기 비디오>(무엇인지 알 수 없는 귀신이 찍힌 비디오)이다. 지난 2003년 9월 인터넷을 통해 상영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 ‘괴담’으로 떠돌던 이 대단한 영화의 감독은, 뜻밖에 현재 시오필름에서 기획·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윤준형(31)씨다. “네이버, 피디박스 등 포털사이트 15곳에서 상영돼 유료 관객만 7500명이 들었다. 2년 동안 서울독립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 등 6개 영화제에서 상영됐고, KBS 독립영화관을 통해 방영까지 한 영화를 극장에서 상영하게 된 것이 새삼스럽지만, 기쁘다.” 인터넷용으로 만든 영화가, 인터넷은 물론 각종 영화제와 텔레비전을 통해 알음알음 인구에 회자하고 2년 뒤 극장 개봉까지 하는 것을 보면 이 영화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얘기. 윤 감독은 “인터넷 개봉 당시 ‘페이크 다큐멘터리’(가짜 기록필름)라는 형식을 미리 알리지 않은 탓에 관객들이 ‘너무도 다큐멘터리스러운’ 이 영화를 ‘사실’로 믿어버리고 말았다”며 웃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초짜 감독이 사설 영화학원에서 만난 후배들과 함께 3천만원을 들여 만든 52분짜리 독립영화는 그렇게 ‘인터넷 괴담’이 됐다. 그 결과, 숱한 누리꾼들이 까무러친 것은 물론, 영화를 사실로 착각한 경찰과 주간지 기자가 윤 감독을 찾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윤 감독은 “코흘리개 초등학생 누리꾼들의 주머니를 턴 ‘사기꾼’으로 몰리기도 했다”며 또 웃었다. “비록 실험적인 성격이 강한 독립영화지만 관객들이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저예산 영화의 한계를 뛰어넘어 완성도를 높이려고 다큐멘터리 같은 공포영화를 만들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공포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을 놀라게 한 감독의 변이다. <목두기 비디오>는, 한 프로덕션의 피디가 여관 몰래카메라에 잡힌 남자의 형상을 좇다가 21년 전 일가족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친다는 내용의 영화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반전까지 매우 그럴듯한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왔다. 특히 지상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단골 성우인 이봉준씨의 해설을 듣고 있자면, ‘페이크 다큐’라는 사실을 알고 봐도 ‘다큐’로 착각하게 될 정도다. “관객들이 영화와 현실을 동일시할 때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감도 극대화될 것 같았다”는 감독의 말이 이처럼 실감나는 영화는 드물다.

[도쿄] 20년 전 TV 방영됐던 <기동전사 Z건담> 극장흥행 호조

지난 5월 말 일본에서 개봉한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Z건담-신역: 별을 잇는 자>(이하 <제타건담>)가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화제다. 83개라는 비교적 적은 스크린으로 출발했지만 4주째 연속 톱 10 안에 머물며 흥행수익 10억엔 달성은 무난하리라 예상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앞으로 이어질 3부작의 1부이며, ‘새로운 번역’이라고는 하지만 옛날 텔레비전 방영분을 디지털 처리해 만든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관심이다. 1979년 텔레비전에 첫 등장한 이래 <건담> 시리즈는 사실감 넘치는 로봇 액션과 함께 기존의 로봇물과 다른 인간 군상의 드라마를 그려넣음으로써 애니메이션에 대한 성인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시리즈마다 새로 등장하는 모빌슈트들은 프라모델로 불티나게 팔리며 작품과 관련 상품이 동시에 기획, 출시되는 지금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구조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특히 <제타건담>은 1985년 방영 당시부터 무겁고 어두운 세계의 표현으로 찬반이 확실히 나뉘었던 문제작. 지구연방군의 엘리트 집단 디당스와 이들 집단에 저항하는 에우고 사이의 싸움에 휘말리게 된 17살 소년 카미유 비당은 버거운 운명에 미쳐버리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다. 극장판을 공개하기 앞서 도미노 감독은 이번 작품이 ‘해피엔딩’이라고 예고해 건담팬들 사이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감독은 “내 메시지를 전하려 하기보다 카미노라는 관찰자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인간 군상극을 펼쳐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며 자신하고 있다. 카미유의 성격변화를 암시하듯 1부에서부터 카미유의 대사는 원작보다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작진은 4:3 비율에 16mm 네거필름 상태였던 원판을 하이비전 영상으로 데이터화해서 16:9 비율의 극장판으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원판에 쌓여 있던 먼지나 흠집이 사라진 건 물론, 새로운 배경이나 디테일이 덧입혀지기도 했다. 새롭게 추가한 영상들은 기존의 영상과 위화감이 없도록 세심한 처리를 했다. 주제가는 각트(Gackt)가 불렀다. 이렇게 탄생한 극장판 <제타건담>은 20년 전의 질감을 지니고 있되, 전혀 낡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부의 지루함을 제외하면, 카미유가 아버지와 맞서는 장면이나 양쪽 모빌슈트의 전투신 등은 큰 스크린에 <건담> 특유의 사실감과 박진감이 살아나 압도적이다. 관객의 반응은 엇갈린다. 새로 삽입된 영상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예고편 때문인지 이전 영상을 대부분 사용한 데 대해 “속았다”라는 반응이나, 원작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겐 이해하기 힘들다는 불만, 최근의 <시드 건담>이 훨씬 세련됐다며 비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신 초기 건담팬일수록 호의적인 편. 적어도 아무로 레이와 샤아가 재회하는 마지막 장면의 아련함은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2부 ‘연인들’은 오는 10월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