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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에어 콘트롤>

늘 좀더 새로운 재료 찾기, 혹은 익숙한 재료를 낯설게 요리할 방법 찾기에 골몰하는 할리우드가 주목한 신소재 하나. 바로 <에어 콘트롤>이 파고든 관제사들의 세계다. <에어 콘트롤>의 시작은 96년 <뉴욕타임스 선데이 매거진>에 실린 기사로 거슬러올라간다. 다시 프레이가 쓴 그 글은 관제탑 업무와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관제사들에 대한 것이었다. <히트> <파이트 클럽> 등을 제작한 중견 프로듀서 아트 린슨은 일 자체의 극적인 위험과 직업상 독특한 생활문화를 갖는 그들의 세계가 새로운 소재라는 판단에서 이내 영화화 판권을 확보했다. 인기 TV시리즈 작가 글렌과 레스 찰스 형제가 시나리오를 맡았고, 감독 제의를 받은 마이크 뉴웰은 <도니 브래스코>를 마치고 원래 쉬려던 계획을 접고 합류할 만큼 흥미를 보였다. 뉴웰의 말을 빌리자면 <에어 콘트롤>은 “비행기 충돌이 아니라 사람들의 충돌”을 다루는 코미디. 원제 ‘푸싱 틴’은 관제사로서 유능하다는 의미의 은어다. 유능하지만 상반된 성격을 지닌 두 관제사 닉과 러셀은 일상에서 사사건건 경쟁을 벌인다. 일급 인생을 살던 닉의 평화는 자기보다 더 유능한 러셀을 보는 순간 깨어진다. 러셀은 과감하면서 실수없는 항공교통 관리로 닉의 명성을 흔들어놓고,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젊고 육감적인 아내를 뒀다. 열등감과 경쟁심에 이성을 잃어가는 닉은 불붙은 성냥을 오래 들고 있는 장난 수준부터, 자유투 내기, 목숨을 건 난폭운전 등 여러 가지 승부를 벌이지만 번번이 동요없는 러셀에게 승기를 뺏기고 만다. 두 사람의 과열된 경쟁은 급기야는 서로 상대방의 아내와 부정을 저지르는 파괴적인 승부에까지 이른다. 안온한 중산층의 틀을 유지했던 닉의 인생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모든 것을 잃은 닉은 벼랑으로 내몰린다. 얼핏 보면 전자오락 화면 같은 레이더스코프를 들여다보며 수신기를 통해 비행고도와 속도를 지시하는 숫자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관제사들의 공간은 색다른 세계다. 한순간에 수백명의 목숨을 책임지고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직업적 특성상 극도의 긴장과 집중력을 요구받는 이들은 거칠고, 자기 중심적이다. 아직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고도의 전문직 사회로, 남성성이 강한 세계이기도 하다. 이런 공간에서 만난 두 남자의 라이벌 관계는 유치할 만큼 단선적인 승부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하나의 정점에서 몰락해가는 전개과정 자체는 제법 사실적이다. 세련된 달변의 이탈리아계 뉴요커 닉과 과묵하고 신비스러운 남부의 인디언 혼혈 러셀의 갈등구조로 끌어가는 만큼, <에어 콘트롤>은 캐릭터 위주의 드라마다. 관제사라는 특수 환경 속에 살아난 일상의 디테일과 냉소적인 유머감각, 설득력 있는 캐릭터에서 뉴웰의 연출력은 여전히 탄탄하다. 닉이 몰락해가는 과정의 세부묘사에 비해 회복 과정의 단순함과 빠른 결말은 다소 싱겁다. 아름답고 착실한 조강지처 코니, 불안정한 메리 등 여성 캐릭터가 사실상 남자들간 승부의 소모품으로 전락한 감도 없지 않지만, 케이트 블랑슈, 안젤리나 졸리 등 여배우들과 존 쿠색, 빌리 밥 손튼 등 주연급들의 연기는 탁월하다. 감독 마이크 뉴웰 영국과 미국, 장르와 장르 사이의 종횡무진 마이크 뉴웰은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 등으로 널리 알려진 영국 감독. 스티븐 프리어즈, 마이클 앱티드 등과 함께 60년대 영국 텔레비전의 황금기에 장르를 불문하고 드라마를 찍으며 연출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다. 42년생인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했으며, 그라나다TV에서 63년부터 3년간 연수를 받았다. TV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던 뉴웰이 감독에 데뷔한 것은 TV일을 하고 약 10여년이 흐른 뒤였다. 초기에 이집트의 유적의 저주를 그린 공포영화 <어웨이크닝>, 2차 세계대전중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린 <배드 블러드> 등을 만들었던 뉴웰은 85년작 <낯선 이와 춤을>부터 감독으로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낯선 이와 춤을>은 아들과 함께 사는 바걸 루스와 상류층 사내 데이비드의 위험한 사랑, 그리고 의혹의 살인을 그린 수작 범죄드라마. 87년 <좋은 아버지>는 앤서니 홉킨스가 주연한 범작이었으나, 이탈리아의 성을 배경으로 여성 4명의 낭만적인 사랑을 그린 <4월의 유혹>은 뉴웰을 아카데미 수상 후보에 올려놓았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이자 감독 짐 셰리던이 시나리오를 쓴 <오씨>는 고대 켈트족의 신화와 집시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들의 근원을 찾아가는 두 형제의 여정을 다룬 작품. 하지만 그의 대표작은 <풀 몬티>가 기록을 경신하기 전까지 한동안 영국 영화사상 흥행 1위였던 <네번의 결혼식 한번의 장례식>이다. 자유분방한 미국 여인과 소극적인 영국 신사의 사랑을 소재로 영국식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준 이 영화는 일부 작품에서 변주된다. <에어 콘트롤>의 파티장면 등에서도 약간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비밀근무를 하는 FBI와 마피아 세계를 무대로 인간에 대한 신의를 그린 최근작 <도니 브래스코>까지 뉴웰의 연출은 캐릭터를 잘 살리고 냉소적인 재담을 선호하면서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희비극이 어우러진 담담한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동아TV ‘세기의 여성들’ 다큐 방영

성공한 그녀들의 애환·인생 담아 올브라이트, 머라이어 캐리 등 11명 정치, 경제, 음악, 영화, 패션, 시민운동 등 각 부문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여성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전파를 탄다. 동아텔레비전은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를 비롯해 세계적인 화장품 사업가 에스티 로더,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 등 11명의 뛰어난 여성들의 인생을 그린 다큐 <세기의 여성들>을 15일부터 방영한다. <세기의 여성들>은 1993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라이프타임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인기 프로그램. 15일 방송되는 제1편의 주인공은 빌 클린턴 2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올브라이트.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 나치와 공산당을 피해 체코슬로바키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으로 옮겨다닌 유년시절과 세번째 아이의 죽음, 갑작스런 남편의 이혼 통보, 뒤늦게 유대인임이 밝혀지면서 불거진 논란 등 순탄하지 못했던 삶을 솔직하고도 당당하게 전한다. 유엔대사와 국무장관 시절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아 능력을 발휘했음에도,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정치외교계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기도 한 그가 이런 편견을 지혜롭게 극복해낸 과정이 힐러리 클린턴, 동료 정치인, 가족, 주변인들의 인터뷰와 올브라이트 자신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또 자신의 이름을 단 화장품 브랜드로 유명한 바비 브라운이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화장품회사 최고경영자로 성공하기까지의 인생 이야기가 제2편에서 방송된다. 제3편에선 세계적인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가 유명 가수가 되기 전 무명시절에 오디션을 전전하며 고생하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다음 편에는 줄리아 로버츠가 열연했던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제 주인공인 에린 브로코비치가 불우한 어린시절을 이겨내고 방송 진행자, 작가, 환경운동가로 활약하고 있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밖에도 헝가리 유대인 출신으로 가족이 개발한 크림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화장품 사업가 에스티 로더, 피겨 스케이팅 선수에서 <보그> 최연소 편집자를 거쳐 유명 디자이너로 성공한 베라 왕, 여성잡지 <미즈>의 발행인으로 다양한 사회운동을 펼치다 70년대 이후 여성운동에 전념하고 있는 글로리아 스테이넘 등의 인생을 살펴본다. 매주 월요일(오전 7시30분, 오후 5시10분) 방송되며, 수요일(오전 11시, 새벽 1시), 토요일(오전 6시30분), 일요일(오후 2시) 재방송된다.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 재일동포 성우 박로미씨 내한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점을 특별히 의식하지는 않는다.” 일본 최정상급 성우인 재일동포 3세 박로미(33)씨는 12일 내한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재일동포라는 정체성과 관련된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 인정하듯 ‘일본에서 한국 이름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성우’다. 박씨는 일본의 메가히트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에서 주인공 에드워드 엘릭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고, 이를 영화화한 <샴바라의 정복자>에서도 같은 역을 맡았다. <강철의 연금술사> 디브이디 발매에 앞서 한국을 찾은 그는 “가슴이 떨릴 정도로 몰입했던 작품”이라며 “애니메이션이라 전쟁의 아픔과 비극, 고통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오히려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중 도미노 요시유키 감독의 눈에 띄어 본업을 성우로 바꿨다. 도미노 감독의 <브레인 파워드>로 데뷔했고, 같은 감독의 <턴에이 건담>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연극배우는 상대배우가 있지만 성우는 오직 상상력에만 의존해 연기를 해야 한다”며 “성우의 목소리는 그 자체가 삶의 모습이 드러나는 혼의 소리”라는 말로 성우의 매력을 설명했다. 일본에서 성우는 탤런트나 영화배우에 버금가는 ‘스타’다. 한국에서는 낯선 풍경이지만, 스타 성우인 박씨도 이날 매니저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대동하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한국에도 이미 수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12일 한국 팬들과 만난 뒤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MBC 월화드라마 ‘변호사들’ 후속작 ‘비밀남녀’

텔레비전 드라마가 그리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결혼은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문화방송 <변호사들> 후속작으로 오는 29일 시작하는 <비밀남녀>가 그 한계를 확인할 수 있을 듯하다. 드라마의 ‘비밀 남녀’는 서른 전후반의 남녀 4명이다. 가난하지만 긍정적이고 순진한 고졸 동화작가 지망생 서영지, 첩의 딸이라는 것만 빼면 어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성형외과 전문의 정아미, 모범생으로 자라난 유학파 프리랜서 예술감독 김준우, 신용금고에서 일하다 해고된 지방전문대 체육과 출신 최도경이 그들이다. 서영지는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아미를 알게 되고, 정아미 대신 맞선 보러 나가 김준우를 만난다. 최도경은 축하노래 도우미 아르바이트를 하다, 김준우의 신청으로 각각 정아미와 서영지를 찾아간다. 이렇게 인연으로 엮인 4명은 모든 가능한 짝짓기의 경우의 수를 놓고 갈등한다. 이렇게 보면 요즘 흔한 4각 사랑이다. 게다가 코믹적 요소까지 가미됐다. 또 ‘로맨틱 코미디야?’라는 실망감이 터져나올 법하다. 그러나 지난해 방영된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김인영 작가가 대본을 쓴다는 대목에선 좀 달라진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32살 동갑내기 세 여성들의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살이를 경쾌하면서도 때론 가슴 찡하게, 곧 현실감이 살아나게 그려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이번에도 현실감을 담보하는 구어체 대사와 드라마의 정형화된 틀을 깨는 기발한 상상력이 기대된다. 코믹적 요소도 휴머니즘 또는 은근한 세태 풍자와 엮이면, 차별 지점을 얻을 수 있다. 일찌감치 선보인 네 주인공의 톡톡 튀는 대사의 맛은 기대를 더욱 돋운다. 서영지를 좋아하게 됐으나 서영지의 환경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김준우는 “신데렐라와 결혼한 왕자도 이런 갈등을 겪었을까? 그 자식, 사나이 중의 사나이다”라고 말한다. 최도경은 한 술 더 뜬다. 정아미에게 고백하는 말이 “당신은 모든 남자들의 이데아입니다. 예쁜 데다가 돈도 많잖아요”다. 그런 최도경에게 정아미는 “학벌 후지고 가난한 당신, 나를 갖고 싶나요? 그럼 다시 태어나세요”라고 일갈한다. 정아미도 김준우에게 빠져들며 “하느님… 저 어쩌면 좋아요. 가질 수 없는 걸 원하게 됐어요”라고 속삭인다. 거침없는 대사가 상당한 논란을 낳을 듯하지만, 뒤에는 상당히 날카로운 풍자의 뜻도 읽힌다. <비밀남녀>가 첫 미니시리즈 연출작인 김상호 프로듀서 또한, 여러 <베스트극장>을 통해 섬세하고도 세련된 감수성을 인정받아 왔다. 출연자들은 다소 약한 감이 없지 않다. 최근 한국방송 <부모님 전상서>에서 한 단계 연기가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은 송선미가 정아미로 나오지만, 김준우로 나오는 김석훈은 얼마 전 <한강수 타령>에서 그리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서영지 역의 한지혜도 지난해 에스비에스 <섬마을 선생님>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섬마을 선생님>에서 단역을 맡았던 권오중이 <비밀남녀>의 중요 배역을 잘 소화할 수 있을지도 적잖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중국, 9월1일부터 문화산업 시장 단계별 개방

중국이 오는 9월1일부터 문화산업 시장을 개방한다. 이에 따라 외국 공연기획사의 중국 공연장 진출이 일부 가능해지고, 외국자본의 중국 내 공연장·영화관 투자가 제한적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영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제작, 신문·방송 등에는 여전히 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금지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시장 개방 시간표에 따라 1차적으로 진행되는 이번 문화산업 시장 개방은 매우 제한적이고 초보적인 데 그칠 예정이다. 중국 문화부는 8월9일 오는 9월1일부터 개방할 문화산업 시장을 △외국자본의 직접투자가 허용되는 분야 △중국 기업의 주도 아래 외국자본의 합자·합작이 허용되는 분야 △외국자본의 투자가 아예 허용되지 않는 분야 등 세 등급으로 나눠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중국 문화부가 이날 4개 관련 부처와 함께 제정한 ‘문화 분야 외자 도입에 관한 몇 가지 의견’에 따르면 외국자본의 합자·합작·독자투자 등이 허용되는 분야는 △포장 인쇄 △출판·정기간행물의 판매 △빈 CD 생산 △예술품 경영 기업 등이다. 또 중국 기업이 지분의 51%를 확보하는 조건 아래 외자와 합자·합작이 허용되는 분야는 △출판 인쇄와 CD 복제 △영화 이외의 음향·영상 제품 판매 △기획사·영화기술 지원사 등 △공연장·영화관 등이다. 외국 기업의 참여가 금지되는 분야는 △신문 △방송 △프로그램 제작 프로덕션 △영화 제작사 △인터넷 문화 경영 기구 △인터넷 서비스업 △영화 수입사 등이다. 문화산업 정책에서 진일보한 대목은 외국 공연기획사의 참여를 막아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고 중국 합작기업이 51%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외국 공연기획사의 중국 내 공연기획·연출을 허용한 점이다. 중국 당국은 한편으론 외국자본의 중국 내 문화산업 투자를 엄격히 제한하는 조처를 발표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국 민간자본의 문화산업 분야 투자를 촉진하는 장려 정책을 발표해 중국 당국이 문화산업 보호·육성을 ‘발등의 불’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중국 국무원은 8일 ‘비공유자본의 문화산업 진입에 대한 국무원의 몇 가지 결정’을 발표해 ‘비공유자본의 문화산업 진입을 고무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정’은 중국의 민간자본이 공연,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의 제작과 상영, 공연장, 박물관, 전람관, 인터넷 서비스, 예술교육, 문화예술 기획, 관광, 인터넷 게임, 광고,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 등의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국무원의 이런 조처는 문화산업 분야의 대외개방에 대비해 민간자본의 투자 기회를 넓힘으로써 중국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미국선 대박영화…한국 오니 ‘찬밥’

미 흥행 1위 <은하수를 여행하는…> 예술영화상영관으로 직행 단관 개봉 극장 근처도 못가보는 화제작들 많아 소극적 배급·관객 편식에 다양성 위축 최근 할리우드 흥행작들 가운데 한국에서 단관 개봉을 하거나 개봉도 못한 채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하는 작품이 줄을 잇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 영화 가운데 할리우드 영화와 유럽 영화로 흥행 기대치가 갈렸지만 이제 할리우드 영화 안에서도 ‘한국인의 입맛’이라는 잣대가 좁게 적용돼 상당수의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조차 개봉기회를 놓치면서 다양한 영화를 볼 기회가 더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국에서 개봉돼 주말 흥행 1위를 차지했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오는 26일 예술영화상영관인 필름포럼에서 단관 개봉한다. 할리우드 흥행작이 한국 시장에서 저조한 성적을 낸 경우는 적지 않지만 이 작품처럼 예술영화관으로 직행한 영화는 없어 이례적이다. 디즈니 계열사인 브에나비스타가 배급한 이 영화는 미국 개봉 당시 높은 수익을 거뒀을 뿐 아니라 평단의 반응도 좋았던 영화다. 그러나 한국에서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개봉이 불투명해졌다가 필름포럼을 통해 예술영화 대접을 받으며 가까스로 스크린 빛을 보게 됐다. <은하수...>는 ‘철거 직전’의 지구에서 탈출한 지구인과 외계인들이 우주를 떠돌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엮은 에스에프 코미디이다. 1978년 영국의 라디오 드라마로 처음 만들어졌다가 열광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소설과 텔레비전 드라마, 게임 등으로 만들어졌으며 소설은 에스에프 걸작에 수여 되는 휴고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전통적인 이야기 구조를 깨는 플롯과 지적, 철학적 농담이 버무려진 ‘썰렁한’ 유머, 한국 시장에서 유달리 대접을 못 받는 에스에프 장르라는 이유 등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은하수...>가 비록 단관이나마 개봉 기회를 잡은 반면, 개봉조차 못 하고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한 화제작들도 많다. <로얄 테넌바움>의 웨스 앤더슨 감독이 만들고 올해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올랐던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과 주드 로, 마크 월버그, 더스틴 호프만, 이자벨 위페르, 나오미 왓츠 등 출연진 목록만으로도 궁금증을 일으킬만한 <아이 ♥ 허커비>, <레인맨>의 베리 레빈슨이 감독했고 벤 스틸러, 잭 블랙이 주연한 <엔비>도 미개봉인 채 디브이디 시장으로 직행했다. 네편의 영화는 모두 코미디 장르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유머 감각’이 개봉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됐다. 그러나 2~3년 전이라면 출연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극장행이 어렵지 않았을 작품들이다. 극장 흥행수익이 좋지 않더라도 이를 보완할 만한 부가판권, 즉 비디오 시장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소니픽처스코리아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의 구창모 상무는 “3년 전만 해도 극장 개봉만 하면 비디오가 평균 1만장 이상 팔리면서 극장의 마이너스 수익을 상당부분 보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웬만한 흥행작이 아니면 디브이디가 1천장도 판매되지 않아 극장에서 실패할 경우 손해를 줄일 완충장치가 없다”면서 “‘안전한’ 작품이 아니면 개봉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흥행작이라고 해도 한국에서는 홍보와 프린트 제작 비용을 줄여 소규모 개봉을 하거나 이조차 불확실할 때는 아예 개봉을 포기하고 1천장 미만의 디브이디와 비디오를 출시하는 ‘(돈)안 쓰고 안 벌기’식 소극적 배급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니픽처스의 <아직 멀었어요?> 역시 올초 미국에서 흥행 1위에 올랐던 영화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개봉일정을 못 잡고 있다. 랩퍼 출신의 아이스큐브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로 한국에서 유달리 인기가 없는 ‘흑인영화’이기 때문이다. 올해와 지난해 한국에서 개봉하지 못한 미국 흥행 1위작 5편 가운데 4편이 흑인이 주인공인 드라마로 이 역시 “흑인이 주인공인 데다 액션까지 없으면 시장에서 죽는다”는 한국 영화시장의 불문율 때문에 극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2000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5] - <비밀> 外

<비밀> 이런 영화 98년 <여고괴담>으로 신인 감독 돌풍의 주역이 되었던 박기형 감독의 두 번째 영화는 ‘일상에 지친 30대 남자와 15세 초능력 소녀의 신비한 교감을 그린 초현실 감성영화’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판타지 미스터리 영화. 서로에게 뭔가 비밀스런 구석이 있고, 이런 비밀이 다른 비밀을 낳고, 비밀은 결국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다. 이런 비밀을 벗겨내고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음울한 시대의 희망을 모색하겠다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다. 겨울비가 추적이는 새벽, 생명보험회사 보상담당 직원인 30대 남자는 말과 기억을 잃어버린 소녀를 만나 돌보게 된다. 남자는 신비한 매력을 가진 이 소녀와 텔레파시로 교감을 체험한다. 두사람 사이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소녀의 초능력은 물질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에너지까지 발산한다. 하지만 이들의 순수한 사랑은 현실에서 외면당하고 베일에 쌓여 있던 소녀의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남자는 혼란에 휩싸인다. 직접 독립프로덕션을 차려 제작에 나선 박기형 감독의 실험이 관심을 끈다. 일찌감치 박기형 감독의 ‘상품성’을 본 강우석 감독이 ‘찜’한 작품이다. 감독 한마디 “장르적 색채보다 미스터리 같은 한 소녀의 초능력을 통해 사람이 잠재력으로 버티는 방식,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인간에너지라고 하는 초능력을 통해 살아가는데 힘을 찾는, 뭐 그런 걸 실험해보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는 영화 형식으로 담아내려고 한다. 초현실적인 코드도 있고, 소녀의 정체를 밝혀가는 과정의 미스터리이도 있고, 30대 남자와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라는 멜로 요소도 있고, 사회적인 코드도 숨어 있다. 해피한 끝은 아니지만 희망을 비치면서, 희망이 배어나는 꼴로 마무리할 생각이다. 판타스틱한 면이 있지만 만화처럼 펼쳐지는 게 아니라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영화적 리얼리티를 확보할 것이다. 프로덕션쪽에서는 판타스틱한 면이 있다고 해서 덩치크고, 특수효과가 주를 이룬 영화가 아니라 제작비 10억원 정도 규모에서 영화적인 고민을 재미있게 짜나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시·월·애> 이런 영화 <시·월·애>는 이현승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95년 <네온 속으로 노을지다>를 연출한 후 ‘영화는 이제 싫다’ 했던 그의 마음이 동한 건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빈소에서였다. 그 곳에서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동료들을 보았다. 좋아보였고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고 유영길 촬영감독의 ‘영혼’이 손놓고 있던 그를 다독인 셈이다. ‘시간을 훌쩍 넘어선 사랑’이라는 뜻의 <시·월·애>는 1999년 집을 떠나는 은주가 자신의 옛 애인에게서 혹시 올지 모를 소식을 받아달라는 편지를 다음 입주자에게 남기면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편지를 받아보는 이는 2년 전 그 집의 첫 입주자인 성현. 편지는 계속해서 오가고 ‘집’은 이제 성현과 은주의 감정을 실어나르는 ‘우편배달부’가 된다. ‘시월애’는 성현이 은주를 위해 설계하는 집의 이름이다. 시간 축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들의 기억과 감성은 ‘집’을 통해서 풍부한 형태로 간직되고 에누리없이 전달된다. 이때문에 공간을 컷으로 분할하는 것은 자제할 생각이다. 1월 말 크랭크인 할 <시·월·애>의 카메라는 <유령>의 홍경표 촬영감독이 잡는다. 이현승 감독은 성현 역으로 일찌감치 이정재를 낙점했다. 감독 한마디 “이번 영화는 철저하게 밑바닥에 깔린 감성만으로 만들 거다. 그래서 영화에 매혹됐던 출발점, 그 때의 설렘으로 돌아가자고 스스로에게 주문한다. 시놉시스 보면 알겠지만 이번 작품에선 전에 짓눌렸던 중압감을 벗어던질 생각이다. 그렇다고 요란한 판타지 멜로물은 절대 아니다. 시나리오가 맘에 들었던 건 같은 장르에 속한 작품들의 패턴이나 스타일과 다른 잔잔함 때문이었다. 이번 작품은 미장센에 치우쳤던 전작들과 달리 인물들의 경험과 기억과 감정들을 소중하게 다룰 것이다. 물리적인 시간과 공간은 중요치 않다. 연기자들에게도 철저하게 모노로그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표현을 소화하라고 주문할 생각이다. 부딪힘 없이 각각의 감정만으로 서로 다른 시간 좌표에 놓인 두 인물이 감정적인 유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말이다.” <눈물> 이런 영화 학교와 가정에서 소외된 10대들에게 제 심신 하나 누일 자리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눈물>이 가닿을 곳은 그런 10대들이 부초처럼 배회하는 가리봉 거리의 삶. 집을 나와 한평 될까말까한 벌방에서 새우잠을 자고, 돈을 벌기 위해 술집도 나가면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네 아이의 일상을 들여다본다. 섹스와 출구없는 분노에 빠져있는 반항아 창, 친구인 그와 함께 우연히 가리봉 생활에 발을 들여놓고 삐끼일을 하는 한, 부탄가스를 마시고 술집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려 애쓰는 새리, 단란주점에 나가며 몸도 팔지만 창에게 만은 헌신적인 란, 규범적 삶의 안전장치를 일치감치 풀어버린 10대들. 규범의 틀에서 비교적 자유롭지만 생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상은 분방하기도, 위태롭기도 하다. 임상수 감독이 꽤 성공적으로 장편 데뷔 신고를 올린 <처녀들의 저녁식사> 전부터 준비한 작품. 원래 <나쁜 잠>이란 제목으로 알려졌으며, 감독이 직접 가리봉 벌방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만나 함께 지내면서 얻은 체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제작자가 붙지 않아 오래 지연됐다가 제작비 3억5천만원의 저예산 디지털 영화로 제작된다. 전문배우가 아니라 실제 거리의 아이들, 혹은 이를 연기할 만한 신인들을 오디션을 통해 뽑는다. 충무로 메이저에서 제작하는 첫 디지털 영화. 감독 한마디 “95년 실업자고 백수였을 때, 그런 애들이 나오는 가리봉 술집에 간 적이 있다. 얘기야 들었지만 보기는 처음이었는데, 그애들의 삶에 관심이 갔다. 그애들에 대한 연민, 애정이 하나의 모티브였다. 처음엔 35mm로 하려고 했는데, 투자자가 안 붙었어서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로 하기로 했다. <나쁜 영화>가 비정통적 픽션과 논픽션 을 섞는 장르 파괴였다면 <눈물>은 정통 픽션, 캐릭터가 강한 극영화에 더 가깝다.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이든 슬픔이든 지루하지 않게 얘기해야 하는데, 픽션이란 것을 다 알지만 정형화된 영화가 아닌 느낌을 주는 다큐멘터리 같기도 한 영화면 좋겠다. 최근에 재밌게 본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에서 새로 약간의 힌트를 얻었다. 성인들에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랄 수 있는 청소년들의 얘기를, <여고괴담…>은 설득력 있게 해냈다. <여고괴담…>은 학교 안 아이들 얘기고 <눈물>은 학교 밖 아이들 얘기가 되겠지만, 관계, 소통, 애정에 굶주린 채 그것을 원하는 게 요즘 아이들에게 핵심적인 문제 아닐까 싶었다.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커질 것 같다.”

다니엘 고든 다큐 <어떤나라> <천리마축구단>

체조선수인 열세살 현순이는 오늘 체조연습을 ‘땡땡이’치고 놀다 온 것이 들켜 엄마한테 야단맞았다. 현순이보다 두살 어린 송연이는 아침밥을 남겨 엄마의 성화를 듣고 어려운 숙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주변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집 안 풍경 같지만 두 소녀가 살고 있는 곳은 평양. 영국인 감독 다니엘 고든(33)의 <어떤 나라>는 북한의 국가적 행사인 대규모 집단체조(매스게임)에 참여하는 두 소녀의 일상을 따라간 다큐멘터리다. 구호나 이데올로기의 필터를 걷고 들여다 본 이들의 생활과 행동은 남한의 또래 소녀들과 다를 것이 없어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그러나 강냉이죽을 올린 생일상이나 ‘수령님’을 향한 소녀들의 끝없는 존경의 눈빛은 여전한 이질감으로 다가 온다. <어떤 나라>는 1966년 런던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팀의 활약과 현재를 담은 데뷔작 <천리마 축구단>(2002)을 찍으며 서구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절차를 거쳐 북한의 민간인들을 인터뷰한 고든 감독의 두번째 영화다. 그가 26일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나다에서 함께 개봉하는 두 영화를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북한은 벌써 열세번이나 가봤지만 남한은 지난해 부산영화제를 방문하고 이번이 두번째다. 김일성보다 익숙한 ‘박두익’ 북 8강 주역 향한 호기심 서구인 최초 당국 허가받아 ‘인민들의 일상’ 담았다 “어릴 때부터 ‘김일성’보다 ‘박두익’(런던월드컵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은 선수)이라는 이름을 더 자주 듣고 자랐어요. 축구광인 아버지에게도 당시의 북한팀은 잊을 수 없는 역전의 영웅이었죠. 당시의 기록 테이프를 보다가 지금 이들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서 영화제작을 추진하게 됐죠.” 물론 쉽지 않았다. 촬영은커녕 들어가면 못나올 거라는 의심과 우려가 그를 저지하자 오히려 오기가 발동해 3년 동안 끈질기게 접촉을 시도했다. 결국 북한 정부의 허가가 나자 이번에는 제작하겠다던 영화사가 발을 빼는 바람에 다시 제작비를 모으느라 1년이 더 걸려 2001년에 북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떤 나라>는 <천리마축구단>을 제작하면서 구상하게 됐다. “북한을 오가며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어요. 이들의 삶이 영화적으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죠. 물론 드물게 접근 허가를 받은 일종의 특권적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구요.” 역경을 딛은 ‘승리’의 드라마인 <천리마축구단>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어떤 나라>는 제각각이었다. “누군가 <어떤 나라>를 보고 나서는 맨날 보는 생활이라 지루하다고 했고, 인터뷰를 한 현순이나 송연이네 가족은 아직도 왜 자신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영화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역설적으로 제대로 만들었구나 느꼈죠.” 최근 촬영을 마친 <크로싱 더 라인>은 60년대 비무장지대에서 북한으로 넘어간 미국병사들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텔레비전 스포츠 다큐멘터리를 찍다가 축구를 매개로 북한과 인연을 맺게 된 그는 북한 전문 다큐멘터리스트를 고집하고 싶지는 않지만 “찍을 때마다 힘이 들어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다시 가는 걸 보면 앞으로도 기회 되는 대로 또 북한을 찍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7일 인터뷰를 하기 전날 <송환>의 김동원 감독과 밤늦게까지 소주를 마신 그는 남북한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로 ‘소주 문화’를 꼽았다. “<천리마축구단>의 평양 상영 때도 당시 선수들과 밤새도록 소주를 마셨어요. 순전히 취중에 북한이 8강전을 뛰었던 도시인 미들스브르에 다시 한번 가자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결국 전부 모시고 다녀오게 됐죠.(웃음)”

NHK <박하사탕> 특집 취재차 방한한 오구리 고헤이 감독

일본을 대표하는 ‘휴머니스트’ 오구리 고헤이 감독(56)이 한국을 찾았다. 영화를 찍기 위해서? 아니다. 영화를 취재하러 왔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취재하기 위해 특별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리포터 자격으로 일행에 합류했다. NHK는 매년 5편의 아시아권 영화를 선정해 제작을 지원하고 있는데 <박하사탕>은 작년에 낙점받은 영화 중 한편이다. 평소 오구리 고헤이 감독은 어드바이스 자격으로 NHK의 제작 지원작 선정 작업에 참여해왔으며 이번에 <박하사탕>이 한국에서 개봉하자 감독과의 대담을 겸해 한국을 방문한 것.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잠자는 남자>를 출품하는 등 오구리 감독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지면이 모자랄 정도. 감독의 데뷔작 <진흙강>(81)은 재일한국인 가족의 빈곤하고 누추한 삶을 포착한 영화였으며 재일한국인 작가 이회성 원작의 <가야코를 위하여>(84)는 일본 국적의 여성과 한국 남성 사이의 가슴 저미는 사랑이야기다. <잠자는 남자>(96)에선 ‘국민배우’ 안성기씨가 출연해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오구리 감독의 한국에 얽힌 인연은 개인사까지 포괄한다. 아버지는 일제 식민시대에 한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으며(직업이 경찰이었던 탓인지 감독은 아버지에 관한 질문에는 끝내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감독의 아내는 재일교포다. 사정이 이러하니 오구리 감독이 한국인 못지 않은, 한국영화팬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방문 기간 동안 임권택, 이창동, 박광수, 이광모 감독 등과 만나 교류를 가졌음을 밝힌 그는 “이창동씨, 박광수씨”라고 또박또박 발음하면서 국내 영화 연출자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좀 피곤해보인다. =일정이 좀 빠듯했다. <박하사탕>이 개봉중인 극장을 찾아갔었고 신년회를 겸해서 한국 감독들과 자리를 가졌다. 임권택, 이광모, 이창동 감독이 합석했고 배우 안성기씨도 왔었다. 그리고 NHK 방송을 위해 이창동 감독과 대담을 했고 영화 <이재수의 난>도 봤다. 영화가 끝난 뒤 박광수 감독과 술을 마셨는데 늦게까지 자리가 이어졌다(웃음). 그리고 내 영화들을 특별상영하길 원하는 극장이 있어서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했다. -<이재수의 난>은 어떻게 보았는가. =좋았다. 자막없이 감독의 설명을 미리 듣고 봤는데 충분히 이해가 가는 영화였다. 부분적으로 성공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감독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민란이라는 소재를 관념이나 표면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까지 깊숙이 그려낸 영화였다. 새로운 시도와 영화적 힘도 느껴졌고. 아마도 박 감독은 역사 속에 존재하는 개인들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적도 없고, 친구도 없는 시대극 말이다. 움직임과 액션은 영화에서 참 다루기 힘든 부분인데 재미있게 담아낸 것 같아서 인상적이었다. -<박하사탕>도 보았다고 들었다. 개인적 소감을 듣고 싶다. =이창동 감독 영화는 전에 <초록물고기>도 봤었다. 두 영화 모두 감탄스러운 구석이 있다. 이야기 전개가 탁월한 영화들이다. 난 이따금 영화를 만들면서 스스로가 스토리라는 것에 지나치게 지배당하고 있지 않은가 자문하는 경우가 있다. 이 감독은 영화에 왜 스토리라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박하사탕>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주인공 김영호가 군산에서 한 여성과 잠자리에 누워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다. 자신들의 사랑에 관해 거짓말을 늘어놓지 않는가. 거짓이란 것, 즉 픽션이 사람이 살아가는데 왜 필요불가결한 것인지 절절하게 말하는 대목인 것 같다. -시대 배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는가. 80년대 한국 사회가 배경으로 나오기도 하는데. =가능했다. 이창동 감독은 당시 한국 사회를 객관적으로, 그러니까 마치 남의 일처럼 표현하지 않았다. 감독 자신의 감정을 당시 시대와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참 훌륭한 자세다. 사회의 모순을 감독 자신의 모순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하사탕>에선 총을 든 군인과 총구를 마주한 인물이 똑같은 인간으로 나타난다. 감독이 영화 속 인물을 제3자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이창동 감독과 대담에서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었나. -(잠시 생각하다가) 이 감독이 이런 이야길 했다. ‘촛불은 그냥 놔두면 오래가지 않는 법이다. 바람불면 꺼져버린다. 영화는 그 불꽃을 손으로 가리고 보호해서 오랫동안 남아있게 하는 행위다’라고. 좋은 이야기였다. -당신 영화는 <진흙강>을 비롯해 50년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다. <아름다운 시절> 같은, 비슷한 시기를 다룬 영화도 봤나. =동경국제영화제 기간에 봤다. 사실 아주 먼 과거보다 가까운 과거를 영화로 만들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역사를 감독이 직접 체험했으므로 더 고단한 작업이 되는 것이다. 감독의 개인적 문법없인 다루기 힘들다. 문법이 없다면 찾아나서야 하는 난관이 있다. 이광모 감독은 그점에서 자신만의 문법으로 시대를 고찰했다.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연출자다, 그는. -이창동 등 한국 감독과 당신 사이에 어떤 유사점이 있을까. 연배로 따지면 엇비슷한 시기를 살아온 세대인데. =있을 것이다. 우린 전후(戰後)영화세대다. 세계전쟁 이후란 의미도 있지만, 영화가 활발한 시기가 지나고 잠잠해진 시기라는 의미도 있다. 말하자면, 시대가 영화에서 작가성을 요구하는 시대에 활동하는 감독들이다. 이제 영화의 전성시대는 막을 내렸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영화가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뒤따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일본에서도 ‘좋은’ 영화를 발견하기가 차츰 힘들어진다. 흥행영화는 꾸준히 있지만. 이점에서 이창동이나 박광수 등 한국 감독들은 훌륭하다. 시대와 그 속에서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 아닐까. 평가할만한 자세다. -최근 본 다른 한국영화가 있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봤고…. 기억하긴 싫지만, 아니 보고난 뒤 금방 잊게되는 영화지만 <쉬리>도 봤다. <쉬리>에 대해 불만을 말해도 될까? (좋다고 하자) 한마디로 가치와 의미를 파괴하는 영화다. 재미는 있을지 모르지만 실상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 뭐가 있겠는가. 사상? 오로지 보는 이를 흥분시키는데 집중한 영화 같다. <쉬리>를 보고난 뒤 이런 생각을 했다. 멀리 산이 하나 보인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이는 산을 개발해서 콘도와 골프장을 지을 상상을 할 것이다. 혹은 어떤 이는 산 주위에 아담한 공원과 산책로를 만들고 싶다는 상상을 한다. 전자가 <쉬리>의 감독이고 후자가 나다(웃음). -당신 영화엔 유독 이별에 관한 대목이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글쎄, 특별히 슬픈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감수성의 문제라고 본다. 영상을 예를 들어 설명해볼까. 영화란건 어차피 사물의 일면만 보여주는 매체다. 같은 화면을 보여줘도 어떤 이는 기쁨을, 어떤 이는 슬픔을 느끼기 마련이다. 슬픔이란 화면 밖의 공간이 화면에서 이탈되었음에 관한 감정이다. 내 생각에 클로즈업은 만남의 의미다. 그러니 어떤 물체건, 사람이건 카메라가 가까이 들어가 포착하면 영화 자체의 온도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반대로, 롱쇼트는 이별의 의미다. <아름다운 시절>을 예로 들면, 감독은 영화에서 롱쇼트를 많이 썼다. 만남이 아닌 이별의 의미로 영화를 찍었다는 거다. 실제로 영화가 주인공과 친구의 이별로 결말지어지지 않나. 요즘엔 클로즈업을 지나치리 만큼 자주 사용하는 영화가 많은데, 실제 인생에선 만남보다 이별이 많은 법이지. -<박하사탕>도 결국 첫사랑과의 이별에 관한 영화 아닌가. 특별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있었나. =당신은 그 영화에 대해 어떻게 느꼈나. -글쎄…. 영화 속 인물이 순수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순수성을 부둥켜안고 좌절하다가 끝내 자살을 택한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잠시 생각하다 슬쩍 눈물을 닦으며) 그렇겠지…. 어쩌면 첫사랑에 관한 영화라서 좋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모든 사람은 나이를 먹어도 은연중에 순수를 간직하고픈 욕구를 느낀다. 첫사랑이라는 건 가장 순수한 기억의 일부겠지. 난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처음 좋아했던 여자를 이따금 꿈에서 본다. 마음이란 건 참 신기하지 않은가. <박하사탕>은 그밖에 시간의 역전이 마치 시간의 옷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구성 같아서 좋았다. 감동적이다. -느린 작업 속도로 봐서(감독은 대략5-6년에 한번꼴로 영화를 찍는다. 데뷔한 지 20여년이 지났지만 발표작은 단4편이다) 다음 영화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계획은 없는지. =나도 다음 영화가 나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슬슬 만들어야겠지. 한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 생각도 있다. 제의를 받은 것도 있지만 실현된 단계는 아니고…. 한일합작도 언젠가 더 활발해질 것이다. 서두를 필요있겠나?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기다리면 되겠지(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