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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1997)

단편영화 만들기

#Scene 6 감독의 위치를 확고하게 하라 며칠 전 어느 청소년영화캠프의 강사로 아이들과 함께 4박5일간 영화를 찍고 왔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들이 모두 감독이었던 점이다. 한명의 연출자를 정해서 그 아이의 진두진휘 아래 일이 진행되는 게 아니고, 영화 촬영장에서 토론하고, 말싸움하고, 영화는 대체 누가 찍고 있는지…. 난 어떤 조보다 많은 시간을 PRE-PRODUCTION에 투자하도록 아이들에게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정작 촬영 때는 준비했던 사항들을 잊어버리고, 다들 각자의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옛말이 틀린 게 없다고, 정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그러나 이 문제는 많은 단편영화 현장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 아이들이 어려서라기보다는 누구나 이 아이들 같은 맘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친구들과 함께 봐도 누구는 좋다고 하고, 누구는 싫다고 하는데 영화를 찍을 때 그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각자 얼마나 다르고 다양하겠는가? 여기 감독의 역량과 위치가 정해진다. 감독은 괜히 감독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진두진휘하고 진행시켜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고함을 질러가면서 악을 써가면서 사람들을 몰아세우라는게 아니다. 모든 사람에게 감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그들이 이해하고 함께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서 스토리보드가 중요한 것이다. 난 항상 스토리보드를 모든 스탭에게 쥐어주고 다음 찍을 게 무슨 장면인지를 말해준다. 그러면 모든 스탭들이 그 장면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다음 장면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고 각자의 일을 해나갈 수 있다. 감독이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해나가고 있어야만, 다른 스탭들도 자신의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한번 장편영화의 엔딩크레디트를 보라. 그 많은 사람들은 각자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그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감독의 생각을 읽고 배를 저어가는 것과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고 각자 배를 저어가는 것과 어느 배가 빨리 목적지에 도착하겠는가? 감독의 권위는 스탭들에게 얼마큼 이해받는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쉰들러 리스트>를 만들 때 폴란드에서 9일간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그날 촬영본 러시필름을 바로 뽑아서 자신의 스틴벡에 앉아서 밤새 편집을 해보고는 다음날 촬영계획과 함께 추가로 어제의 모자란 부분을 촬영했다고 한다. 이런 감독에게 어떤 스탭이 헌신하지 않겠는가? 아무리 현장에서 친절하고 스탭들에게 잘해주더라도 소용없다. 영화가 엉망으로 나오면 어느 누구도 당신을 감독이라 부르지도 다시 함께하지도 않을 것이다. 난 그 점을 항상 기억하려 한다. 마지막 시사회날 스탭들의 만족스럽고 기뻐하는 표정. 난 그 모습을 위해 영화를 찍을 때 악을 쓰고 찍는다. 그런 모습이 바로 감독의 권위를 찾아가고 스탭간에 서로 하나가 되는 길인 것 같다. #Scene 7 찍은 필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어봐라 난 집에 있는 잡지들의 멋진 사진이나 그림들을 잘라서 모으는 것을 즐기곤 한다. 그리고 그 여러 사진들을 이리저리 잘라서 붙여보곤 한다. 그 중에 하나는 영화 <터미네이터> 레이저디스크의 재킷사진을 복사한 것에다가 모청바지회사의 광고에 쓰인 “WOW∼”라고 적힌 만화 글풍선을 잘라서 붙인 게 있다. 복사한 검은색 거친 ‘터미네이터’의 얼굴에 밝은 노란색 글풍선에 빨간색의 만화스런 글자체의 “WOW∼”가 옆에서 반짝이는 것. 그 그림엔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듯해서 난 그 그림을 내 책상 앞 창문에 붙여놓았다. 내가 생각할 때 편집이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한다. 영화를 순서와 계획에 맞게 찍고 나면 남는 건 찍은 필름 또는 비디오테이프다. 이젠 그걸 어떻게든 순서를 정해서 이리저리 붙여서 뭔가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편집은 내 책상 앞 터미네이터 그림처럼 엉뚱한 화면을 연결시켰을 때 묘한 감정과 긴장감을 일으킬 때가 있다. 나의 4번째 창작작업인 편집은 그래서 더욱더 설레는 작업이기도 하다. 혹 당신이 영화를 찍을 돈도 없고, 카메라도 없다고 불평한다면 친구네집 비디오를 빌려와서 당신의 비디오와 연결하여 녹화 버튼과 일시정지 버튼을 쉼없이 눌러가면서 편집연습을 해보라고 말할 것이다. 예전에 군대에서 나를 가르쳐주셨던 중사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넌 1년간 편집만 해라. 그 전엔 카메라 찍을 생각도 마. 편집을 하면서 어떤 화면이 편집 때 쓰일 만한 건지 알아두고 나중에 카메라를 들 때 그런 화면을 찍어와∼.” 난 아직도 이 말을 머릿속에 신조처럼 기억하고 있다. 편집을 알아야 무슨 화면이 필요하고, 어떻게 만들어낼지를 알게 된다. 영화를 찍을 돈과 여력이 없다면, 기존에 출시된 영화를 1시간 또는 30분짜리 영화로 재편집해보는 연습을 해보라. 난 군대에서 모특수부대 홍보영화를 찍을 때 찍은 화면이 너무 평범해서 고민하다가 영화 <지 아이 제인>의 몇 장면을 집어넣은 적이 있었다. 그 영화 시사회날 특수부대 대장님의 뿌듯해하던 미소를 난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 기억으론 얼굴은 한국군이고 다리는 미군들이고, 헬기가 지나가는 5컷이 모두 다른 헬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좋은 화면들을 볼 줄 알기 시작하면 곧 그런 화면들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날로그로 할 것이냐? 디지털로 할 것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나에게 편집은 개인적인 작업 중의 하나이고, 최종적인 창작단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편집에 들어가기 전에 가장 떨리고 두렵다. 내가 뭔가 모자라게 찍어온 것은 아닐지 항상 두렵고, 이제까지 스탭들의 노력을 내가 망칠 수도 있는 작업이기에 더욱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편집은 크게 러프필름을 뽑아서 스틴벡 등의 편집기로 편집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촬영한 필름의 키코드를 입힌 키코드 텔레시네를 아비드 등의 디지털 편집기에 입력하여 편집하는 디지털 편집의 두 가지로 나뉜다. 현재는 대개 아비드를 이용한 디지털 편집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디졸브나 오버랩 같은 여러 옵티컬 효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우개 따먹기>도 아비드를 이용한 디지털 편집이 없었다면 부산국제영화제의 데드라인에 맞추지 못했을 것이다. 한 5일간 편집한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시간의 문제도 있지만, 아이가 누나를 그리워하는 장면에 쓰인 환상장면 등에는 옵티컬 효과만 40개가 넘게 들어가서, 아비드로 옵티컬 효과들을 즉각적으로 프리뷰하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그리고 지우개 따먹기 시합장면같이 한 프레임 단위로 느낌이 달라지는 장면 등에는 디지털 편집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광모 감독님의 <아름다운 시절>같이 풀숏이 많은 영화들은 디지털 편집으로는 그 효과를 제대로 보기가 힘들다. 특히 텔레시네한 화면으론 그 화면이 포커스가 맞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기 때문에 경제적 사정만 가능하다면 꼭 러프필름을 뽑아보고 체크하여 문제가 없는 화면들만 텔레시네를 해서 디지털로 편집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스티븐 스필버그는 편집을 스틴벡으로 한다는 사실도 꼭 기억하기 바란다. 필름으로 직접 편집하고 가편집한 것을 영사해가며 모니터하는 것과 29인치 텔레비전에 그것도 주사선의 한쪽만 주사하느라 떡이 된 화면을 보며 모니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테니 말이다. 무엇이든 각각의 장단점은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편집방식을 선택하길 바란다. #Scene 8 뻔한 음악보단 독창적인 소음이 낫다. 이제 우리에게 다가온 작업이 바로 믹싱이다. 영화를 동시녹음으로 했는가에 따라서 약간의 공정에 차이가 있지만, 동시녹음을 했어도 어차피 소리의 입체감을 위해서 후반 음향작업은 필요하기에 믹싱작업은 중요하다. 믹싱은 크게 ADR이라고 부르는 대사녹음과 FOLLY라고 불리는 효과음 녹음이 추가로 입혀지는 창작작업이다. 그리고 음악도 입혀야 하고, 만약 35mm라면 돌비 스테레오에 맞게 5.1채널로 디자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구체적인 사항들은 비전공자인 내가 설명하는 것보다 일단, 영화를 찍고 녹음실을 찾아가서 겪어보면서 배우는 게 빠를 것이다. 그러나 믹싱은 이런 기술적인 작업들이 전부가 아니다. 믹싱이 중요한 이유는 소리를 통해서 만들어진 화면에 또다른 창작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만든 단편영화를 보면 음악이 과잉으로 쓰이는 경향을 보이곤 하는데, 그것은 마치 편집에서 앞뒤 장면의 연결이 어색해서 디졸브나 여러 효과들로 어색함을 감추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흔히들 믹싱에 대해서는 영화를 다 찍고 나서 “이제 무슨 음악을 깔아볼까나?” 하는 식으로 접근하곤 하는데 적어도 이 부분에선 어떤 음악을 아니면 음향 등을 쓸지를 찍기 전부터 계산해야 한다. 마틴 스코시즈는 <좋은 친구들>을 찍을 때 주인공이 집에서 나와 차에 타는 장면에서 실제 믹싱에 쓸 음악을 틀어놓고 촬영했다고 한다. 먼저 생각한 것을 기본으로 하고, 그것에 덧붙여서 더 좋은 음악과 음향을 쓰는 것과 그저 좋은 음악들만 열거하듯 풀어놓은 것은 누가 생각해도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뻔한 음악보다는 생생한 실제음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얼마 전에 풀장이 있는 건물 앞을 지나가다가 풀장에서 들려오는 소음들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공간에서 울려퍼지는 사람들의 노는 소음들이 매우 몽환적으로 들려서 이 음을 따다가 살인마가 사람을 죽이는 장면에 피해자의 신음소리로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처럼 어떤 실제의 음들은 다르게 적용하고 차용하면 어떤 음악보다 효과적으로 쓰일 수가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촬영이 끝났다고, 편집이 끝났다고 창작의 고민에서 해방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믹싱도 당신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기다린다는 걸 잊지 말길 바란다. #Scene 9 아트영화로 찍어서 블록버스터처럼 홍보하라 흔히들 사람들이 <지우개 따먹기>를 기억할 때 함께 생각하는 게 지우개를 나눠줬던 기이한 홍보활동일 것이다. 민동현은 몰라도 <지우개 따먹기>는 알더라. 우리 스탭 중의 한명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영화는 어떻든 그 태생부터가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대개의 창작자들 흔히 처음 영화를 만든 이들은 남들 앞에 쉽게 영화를 못 내놓는 경향이 있다. 바로 자신이 생각했던 영화의 경지에 이르기 전에는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겠다는 그런 뜻이란다. 뭐 좋다. 그렇게 자신에게 철저해지는 것도 좋지만, 내 생각에는 그 사람은 장롱을 하나 더 사야 할 것이다. 영화를 찍을 때마다 장롱에 보관해야 할 테니 말이다. 영화는 일단 보여져야 한다. 그 작품이 저질이건 고급 예술영화이건 간에 보여져야 그 작품에 대한 평가를 자신 스스로 정의내릴 수가 있다. 난 아직도 <지우개 따먹기>를 혼자 보곤 한다. 이유는 어떻게든 내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영화제를 가보면 자신의 작품이 상영되는 것을 보지 않는 감독들이 있는데 난 어떻게든지 내 영화가 상영될 때는 관객과 함께 있는다. 영화를 보는 게 아니고 관객을 보기 위해서다. 어떤 때 웃는지, 어떤 때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보고, 내 스스로 평가를 내리고 공부를 하는 것이다. <지우개 따먹기>도 이탈리아에서 상영할 때와 노르웨이에서 상영할 때 서로 관객의 반응이 달랐다. 그러나 두 나라에서 본 사람들이 지적한 문제점은 내가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만은 남들이 몰라주길 바랐던 창피한 부분이었다. 난 그 관객에게 그런 반응과 질타들을 들으면서 더욱더 커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영화는 장롱에서 들어가기도 힘들지 모른다. 그럴 가치조차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억하라! 당신은 결코 지금의 모습에 만족하거나 멈춰 있을 사람이 아니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고, 날 감동시킬 그런 감독이 될 사람이다. 보여주자∼. 그리고 알리자! 돈도 한푼 못 받아가면서 끼니도 걸러가면서 나의 스탭들이 헌신해준 이유는 무엇인가? 함께한 영화를 관객과 만나고 세상과 만나게 하려는 거다. 그리고 더욱더 좋은 모습으로 성장한 모습으로 서로서로 함께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단편을 지속적으로 찍으려는 이유이다. 영화를 최대한 홍보하자! 영화제는 많다. 영화제에서 꼭 상을 타거나 본선에 진출해야 하는 건 아니다. 영화제는 그저 패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상영할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나에게 영화제가 중요한 것은 그저 관객과 소통할 유일한 출구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영화제에 가게 되었다면 문방구에서 색지라도 사서 거기에 당신의 영화제목과 상영날짜와 못 그리는 그림이라도 아니면 영화스틸이라도 붙여서 곳곳에 붙여라! 그것이 당신을 성장시키고 단련시킬 선생들을 극장으로 불러모을 테니 말이다. #Scene 10 에필로그: 이제 자기만의 작업방식을 찾아가라 이제까지 내가 말한 사항들은 처음 영화를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편하게 이야기하고픈 사항들이었다. 모든 사람은 각각 생각과 느낌이 다르듯 어느 누구처럼 살아가거나 영화를 찍을 순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영화 작업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다. 나의 방식들은 그저 당신이 영화로 뛰어들어가게 만들 수 있는 단초에 불과하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영화엔 무수히 많은 공정들이 있고, 복잡다단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모든 공정들은 직접 영화 한편을 만들기 시작하면 어떻게든 부딪쳐서 극복하게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무식하게 일을 벌려보는 용기다. 지금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서 우선 영화를 아니 영화라고 불리지 않아도 좋다. 잡지라도 잘라서 이어 붙여보면 된다. 뭔가 자신 안에서 밖으로 표출하고자 하는 것을 담아두지 말고 뿜어내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 당신의 아름답고 도발적인 영화인생에 작은 보탬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이 모자란 글을 마감한다. 민동현/ 단편 <지우개 따먹기> <외계의 제19호 계획> 감독 ▶ 이렇게 하면 누구나 민동현만큼 만들 수 있다 (1) ▶ 이렇게 하면 누구나 민동현만큼 만들 수 있다 (2) ▶ 카메라 장만부터 워크숍까지

카메라 장만부터 워크숍까지

카메라 구입·대여 6mm: 6mm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가격대별로 다양한 것들이 있다. 400만원대 캐논 DM-XL1, 300만원대 소니 DCR-VX2000, 200만원대 소니 DCR-TRV30, TRV900, 100만원대 파나소닉 PV-DV200, 캐논 ZR10 등. 전문가용인 소니 VX시리즈는 좋은 화질을, 일반소비자용으로 나온 TRV시리즈는 여러 가지 화면연출의 기능을 특징으로 한다. 각종 영화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영화과 게시판, 영진위 게시판 등)을 수시로 살펴보면 저렴한 가격으로 중고 디지털카메라를 내놓은 사람과 연결될 수도 있다. 16mm: 16mm 카메라는 대여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방배동의 동우필름(02-595-7964), 동대입구의 신성사(02-2266-2043), 세운상가 근처의 진영사(02-2275-9925) 등에서 대여할 수 있다. 대여료는 동시녹음이 되는 아리플렉스 16BL의 경우 카메라 상태에 따라 1일 12∼14만원, 최상급 카메라인 아리플렉스 SR시리즈는 1일 30∼50만원이다. 동시녹음이 되지 않는 아리플렉스 ST는 10만원, 캐논 스쿠픽은 5만원 등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가 된다. 테이프·필름 구입 6mm 테이프: 종로4가 세운상가나 남대문 숭례문 수입상가, 미디어포트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살 수 있다. 가격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60분짜리의 경우 6천원 내지 6500원. 소니와 TDK의 제품이 있다. 16mm 필름: 태창엠피필름(02-516-4575), 신성사, 대성필름(02-508-4387), 코닥프로센터(02-2277-1356) 등에서 코닥필름을 살 수 있고, 후지포토살롱(02-2266-3722), 후지필름 본사(02-3281-7700), 윤필름(02-511-5641) 등에서 후지필름을 살 수 있다. 가격은 코닥의 경우 100피트 1롤에 3만원대이고, 후지는 2만원대다. 감도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의 필름이 있다. 조명기 대여 조명기는 동우필름, 신성사 등에서 대여할 수 있다. 동우필름에서는 텅스텐 조명기의 경우 1kW 이하는 1만원, 2kW 2만원, 5kW 5만원에 대여하며, 극영화제작에 주로 쓰는 HMI 조명기는 4kW일 경우 1일 20만원에 대여하고 있다. 신성사에서는 텅스텐 조명기의 일종인 요소라이트를 1일 1만원에, 주피터라이트를 1일 2만원에 대여한다. 구입을 하여 쓸 경우, 동경조명 혹은 세트스토어를 이용할 수 있다. 동경조명에서는 요소라이트를 30만원, 주피터라이트를 20만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SMG(3141-1675)는 KINO FLO 전문업체로, 200만원대의 조명기를 1일 10만원에 대여하고 있다. 편집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경우: 6mm 데크 2개를 가지고 하는 방법, 프리미어, 파이널 컷 프로 등 편집프로그램이 깔린 사양높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프리미어나 파이널 컷 프로가 깔린 컴퓨터를 시간당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대학로에 있는 채널인의 e-cafe(02-747-0108)와 흥국생명 빌딩 내 일주아트하우스 스튜디오(02-2002-7779)가 있다. e-cafe는 시간당 5천원이고 일주아트하우스는 이용내역에 따라 3천 혹은 5천원을 받는다. e-cafe는 프리미어 5.1이 깔린 컴퓨터 14대와 RT, 랩터 등 캡처보드를 갖추고 있다. 렉스, 랩터, 매킨토시 G4, 아날로그 자막기 등을 갖추고 있는 일주아트하우스에서는 1년에 한번씩 영상작가들이 시설을 1년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지원작가프로그램도 실시한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경우: 일반편집실에 맡겨 아비드편집을 하거나 현상소 등에 있는 스틴벡 수동편집기로 편집할 수 있다. 아비드편집을 해주는 고임표편집실(3448-0062)의 경우 동시녹음 사운드 매칭, 러시편집, 네가커팅을 모두 포함하여 10분짜리 필름편집에 50만원을 받는다. 텔레시네를 하여 프리미어나 파이널 컷 프로로 동영상편집을 한 뒤 이를 편집실에 맡겨 아비드로 컷 일련번호를 내고 네가커팅을 할 수도 있다. 박곡지편집실(02-3442-7216), 이경자편집실(2279-5732) 등에서 16mm 작업을 해준다. 녹음장비 대여 및 믹싱 녹음은 동시녹음을 하는가 후시녹음을 하는가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많다. 동시녹음 장비는 보통 전문가가 장비를 가지고 나와 일을 하는데, 이에 1일당 15만원 내지 2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장비만 대여해주는 곳으로는 동우필름이 있다. DAT(디지털오디오테이프)를 이용한 동시녹음과 믹싱을 전문으로 하는 사운드퍼퓸(02-517-5604)의 경우, 학교나 단체의 장비를 쓰는 학생들에게 장비 다루는 법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비전문가가 동시녹음을 했을 때, 나중에 쓸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믹싱비용은 10분당 50만원. 영동사거리 부근에 있는 동양녹음실(02-517-5006)은 광학녹음을 포함하여 10분당 40만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받는다. 비디오를 떠오거나 필름 자체로 갖고 오거나 모두 작업해주는 장점이 있다. 동시녹음 장비를 구하는 게 여의치 않을 경우 마이크가 내장된 디지털카메라에 붐마이크를 연결하여 동시녹음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녹음 장비를 쓰는 것에 비해 음질이 떨어지므로, 보통 후시녹음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소리를 따놓는 용도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녹음실에서 후시녹음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분에 4만원이다. 한양녹음실(02-752-1246), 돌코녹음실(02-783-1573), 사운드스케치(02-514-3750), M&M(02-793-0401), 영진위 녹음실(0346-579-0652). 남양주시에 있는 영진위 녹음실은 영화과 학생에게 50% 할인을 해준다. 현상 및 색보정 서울역 부근의 세방현상소(02-392-0066), 방배동의 제일현상소(02-523-3390), 잠원동의 서울현상소(02-516-8031), 선릉역 부근의 헐리우드 현상소(02-555-7300), 영진위 현상소(02-958-7500+4) 등에서 현상과 색보정작업을 해준다. 영진위 현상소의 경우 네가현상은 피트당 120원, 프린트현상은 피트당 100원을 받는다. 사운드를 입히는 데에는 피트당 100원이다. 예를 들어 10분짜리(900피트) 단편을 만드는 데 3000피트의 필름을 썼을 경우 54만원이 드는 셈이다. 현상을 맡기면 색보정은 보통 그냥 해준다. 텔레시네 및 키네코 필름을 비디오테이프로 전환하는 텔레시네는 삼성역 근처의 무비라인(02-539-1110), 마포역 근처의 A&D(02-715-4011) 등을 이용하면 된다. 비용은 무비라인의 경우 10분당 10만원, A&D는 10분당 6만원선이다. 디지털을 필름으로 전환하는 키네코작업은 양재동에 있는 디엔비필름(02-589-0044)에서 하면 된다. 비용은 1분당 15만원. 키네코작업에다가 외부업체와 연결하여 현상과 프린트까지 해주는데 10분 기준으로 200만원이다. 학기 초인 3월과 9월에는 키네코비 15만원을 12만원으로 할인해주는 선불쿠폰을 판매한다. 키네코작업 시간은 10분을 기준으로 했을 때 1주일. 전체 작업은 10분 기준 약 2주 정도면 된다. 단편영화제작 워크숍 독립영화협의회(02-2237-0334)에서는 매년 6회 3개월 과정의 워크숍을 시작한다. 워크숍은 원칙적으로는 3개월 과정이나, 최근에는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4개월 정도로 기간이 지연되기도 한다. 회비는 기초이론교육 및 정해진 시나리오로 6mm 실습을 하는 1차실습, 창작시나리오로 6mm 실습을 하는 2차실습까지 35만원, 16mm 작품제작을 하는 3차실습 이후로는 30만원의 회비를 받는다. 1인당 200피트의 필름과 조별로 40만원의 녹음비, 카메라와 아날로그 편집기를 제공한다. 독립영화협의회에서는 워크숍과 별도로, 기자재 지원과 완성 뒤 상영까지를 포함하는 ‘열린영화제’를 열기도 한다. 전혀 포트폴리오가 없는 초보자도 서류심사를 통해 공모에 응할 수 있다. 선정되면, 독립영화협의회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 프랑스제 동시녹음카메라인 ‘에클레어’나 아날로그 편집기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으며, 필름쿠폰도 제공받는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는 6개월 과정의 영화제작학교와 1년 과정의 영화연출학교를 개설해놓고 있다. 지난 2월부터 3월에 걸쳐서는 디지털영화제작의 전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한겨레영화학교의 가장 전문적이고 집중적인 코스인 영화연출학교는 1년간 3개학기에 걸쳐 영화개론, 시나리오 창작, 촬영, 영화사, 연출론, 디지털비디오 실습 및 필름 실습 등 9개과목을 강의 및 실습한다. 현역 감독과 스탭들이 직접 지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제작학교는 직장인이나 학생도 참여할 수 있도록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 영화연출학교는 좀더 집중적으로 1주일에 3일 평일에 강의가 있다. 그 밖에 영화제작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다음과 같은 곳이 있다. 서울필름아카데미(566-6176): 3개월 과정의 16mm 영화제작코스가 있다. 이론 및 실습과정인 1단계는 49만원, 제작과정인 2단계는 34만원의 회비를 분납받는다. 2달짜리 디지털편집워크숍에서는 디지털편집 시스템을 익힌다.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워크숍(063-255-3800): 기초반인 열린 강좌는 1개월코스에 10만원의 회비를 받고, 완성된 작품을 자체상영한다. 숙련반인 전문강좌는 4개월 코스에 30만원을 받고, 전주국제영화제 때 작품이 상영된다. 모두 6mm 디지털작업이다. 네오영화아카데미(02-422-5009): 1년짜리 영화제작 코스가 있다(www.neofilm.co.kr 참조). 영화의 공개장소, 영화제 완성된 작품이 관객을 만날 수 있도록 여러 단편영화제들이 열리고 있다. 매년 5월 경 인디포럼(02-595-6002), 겨울에는 한국독립단편영화제(02-334-3166)가 열리며, 디지털영화만을 상영하는 레스페스트(02-3275-3747)와 서울넷페스티벌(02-325-4095)도 있다. 이 밖에도 부산국제영화제(02-3675-5097), 전주국제영화제(0652-255-3800),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032-345-6313), 서울여성영화제(02-541-3917) 등에서 단편섹션을 두고 있으며, 단편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051-622-0048)도 있다. 고등학생일 경우 고딩영화제(02-2238-8753), 혹은 초·중·고생의 작품을 두루 받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02-755-6712)에도 출품할 수 있다. 6mm나 8mm 캠코더로 찍은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십만원비디오영화제(02-333-3995)도 있다. ▶ 이렇게 하면 누구나 민동현만큼 만들 수 있다 (1) ▶ 이렇게 하면 누구나 민동현만큼 만들 수 있다 (2) ▶ 카메라 장만부터 워크숍까지

그 여자, 아직도 그곳에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던 때가 기억난다. 매맞는 남편도 많다고 농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 남자였다. 그들은 농담으로 진심을 가장했던 것이다. 묵은 신문을 뒤져보면 아마, 그 즈음해서 매맞는 남편에 관한 기사들이 심심치않게 발견될 것이다. 세태가 이런 데 매맞는 여자들만 편들다니 섭섭 또는 고약하다는 심사를 환기시키는, 맞불효과 비슷한 것을 일시적으로 내기도 했다. 남자가 매맞는 데 찬성하지는 않지만, 두 현상을 그런 방식으로 섞는 데는 더욱 찬성할 수 없었다. 비슷한 분위기는 성희롱 방지법 때도 되풀이됐다. 공격적인 여주인공과 수동적인 남자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가 올여름 <친구>의 흥행바톤을 이어 받았다. 어디서나 맘에 안드는 사람들에게 시비걸고, 정신을 놓칠 정도로 술을 마시고, 토사물을 토해놓는 전지현을 차태현도, 관객들도 사랑스럽다 한다. 그렇다고 전통적 여성관과 남녀관계가 바뀌었다고 환호할 수준은 아직 아니다. 천방지축 날뛰는 듯 하지만, 엽기적인 그녀는 희망없는 남자친구를 만나지 말라는 부모의 말에 순종할 줄도 알고, 순결의 이데올로기를 섬길 줄도 안다. 무성하게 소문이 들려오는 <나를 강간해> 따위의 프랑스 영화는 말할 것 없고, <노랑머리> 시리즈의 여자들보다 훨씬 안전하다. 그러니까, 관객들이 그녀의 엽기에 호감을 느낀다해서 우리사회의 여성관이 바뀌었다고 지레 짐작할 일은 아니다. 핵가족 시대가 번져가던 60, 70년대에도 비슷한 그 여자, 그 남자가 강조됐었다. ‘여성상위시대’라는 그 시대의 유행어에는 변화하는 남녀관계에 저항하는 남자들의 불안이 스며 있었다. ‘매맞는 남성’을 강조하던 최근의 전략과 맥락이 비슷하다. 오늘의 엽기적인 그녀는 그때의 그녀와 달라보이지만, 결국 돌아가는 곳은 비슷하다. 스타일이 바뀐 전통적 가치관. 자기안의 여성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남자주인공 견우가 그래도 새로운 건가. 하긴 안전지대의 ‘엽기’가 그리 두려울 일도 없다. 영화 한편이 모든 세상을 짊어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강인한 듯한 N세대 여자가 귀엽게 좌충우돌 하는 동안, 텔레비전의 현장중계 화면 속에서 매맞던 아내는 고층 아파트 창문으로 떨어져 내린다. 순수한 동화의 외장으로 지켜낸 영화의 순결 이데올로기는, 영화밖의 여자들을 지난 시대에 묶어두는 밧줄이 되는 건 아닐까. 너무 비현실적으로 앙징맞아서 끊어져 버릴 지도 모르지만.

SICAF 개막작 <메트로폴리스> 린타로 감독

제5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SICAF)의 개막작으로 지난 11일 상영된 <메트로폴리스>는 놀라운 화면을 선보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미래의 가상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상층부부터, 지하 구역까지 이 애니메이션은 이제껏 보지 못한 거대 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디자인해냈다. 각종 건축양식을 망라한 건물 하나하나의 외관에서부터 광고탑과 건축물,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철망, 전자제품 폐기물이 즐비한 달동네까지 이 도시가 펼쳐보이는 스펙타클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가 각본을 쓰고, 데츠카가 63년에 차린 무시프로덕션의 창단멤버였던 린타로가 감독한 <메트로폴리스>는 총제작비 10억엔에 제작기간 5년이 걸려 지난 5월 일본에서 개봉한 역작이다. 화면 뿐 아니라 내러티브도 정치하게 짜여진 이 작품은 데츠카에 대한 헌사로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번 상영을 계기로 방한한 린타로(60) 감독을 지난 12일 만났다. 중학교 졸업 뒤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도에이동화사에 들어가 40년간 애니메이션에 몸담아온 린타로는 말 그대로 `저패니메이션'(일본 애니메이션)의 산 증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 제임스 카메론 모두 저패니메이션의 오타쿠(열혈 팬)들이다. <메트로폴리스>를 완성한 뒤 제임스 카메론에게 보여줬다. 그는 `지금까지 본 저패니메이션과 전혀 다르며 이게 차세대를 대표하는 방식이 될 것 같으니 힘내라'고 말했다. 이건 내가 일본에서도 언젠가는 만들어 놓아야겠다고 생각한 `풀 애니메이션'으로, 앞으로 이런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60년대 <철완 아톰> 등의 텔레비전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만들면서 제작비를 줄이고자 1초당 24프레임을 다 쓰지 않았다. 대신 동작이 거칠어지는 걸 가리기 위해 앵글을 바꾸거나 장면을 전환하는 등 저패니메이션 특유의 기법을 개발해왔다. <철완 아톰>부터 <하록선장> 등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수도 없이 만들어온 린타로는 이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이라 불렀고, 그 상대어로 작화수를 충분히 늘려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는 걸 `풀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으면 계속해서 풀 애니메이션을 추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나 오토모 가츠히로, 오시이 마모루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만큼은 작화 수를 아끼지 않고 만들었다. 그 결과 총 작화수가 15만매로 저패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많다.” <메트로폴리스>는 바벨탑의 전설처럼 과학의 힘을 과신하고서 지구를 인위적으로 개조하려다가 파멸되는 미래의 묵시록이다. 음울한 이야기지만 시종 경쾌한 재즈음악을 내보내 화면과 절묘한 조화를 시도하고, 레이 찰스의 <아이 캔트 스탑 러빙 유>가 완주되는 가운데 이 거대도시가 무너져내리는 종반부는 실사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한다. “내가 태어난 41년은 뉴올리안즈에서 재즈가 부흥할 때다. 메트로폴리스의 이미지를 당시의 맨해튼에서 찾았고 거기에 재즈를 썼다. 레이 찰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이고 처음부터 <아이 캔트…>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너짐, 망가지는 것의 아름다움을 이 노래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다.” 린타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마음에 드는 건 <피노키오> 정도 뿐”이라며 “테크닉은 있지만 감동이 없다”며 디즈니에 대한 염증을 감추지 않았다. 그에게 40년 애니메이션 인생의 소회를 물었다. “먹고 산다는 생각으로 일해왔다. 그게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에 좀 낫다고 생각했고. 오랫동안 작가라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 스타일은 일상적인 것 보다는 판타지나 에스에프처럼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선에 서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원래는 영화감독을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애니메이션에서 그걸 추구하고 있으니 상관없다.” 글 임범 기자isman@hani.co.kr 사진 서경신 기자raoul@hani.co.kr

<스파이더 게임> 연쇄 납치극 겹겹의 반전 묘미

범죄스릴러 <키스 더 걸>은 제임스 패터슨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었다. 정신분석학자 겸 형사인 크로스가 특이한 강박증에 사로잡혀 미모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쇄 납치극을 벌이는 범인과 대결하는 이야기다. 새로울 게 없어보이는 게임이었지만, 다소 맥빠지는 결말의 흠만 빼놓으면 깔끔한 성공작이었다. 패터슨의 크로스 시리즈를 또 다시 영화화한 <스파이더 게임>은 여러모로 <키스 더 걸>과 비교된다. 모건 프리먼이 심리분석에 뛰어난 크로스 역을 다시 맡았고, 전작에서 애슐리 주드를 파트너 삼아 사건을 풀어갔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시(모니카 포터)라는 여자 경호원과 짝을 이룬다. 처음부터 범인을 드러내놓고 시작함에도 긴장감이 좀체 흐트러지지 않는 건, 거미줄처럼 겹겹이 쳐진 반전의 그물망이 효과적으로 굴러가기 때문이다. 인질이 또 다른 인질을 불러내고, 납치범이 또 다른 납치범에게 이용되는 발상은 신선하다. 뉴질랜드 출신의 리 타마호리 감독은 데뷔작 <전사의 후예> 이후 미국으로 건너와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머홀랜드 폴스>나 텔레비전 시리즈 <소프라노스> 등에서 안정된 연출력을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 경찰국 소속의 크로스 박사는 동료 여자형사를 범인에게 위장접근시키는 작전을 펼치다 그만 파트너를 잃고 만다. 이 충격으로 칩거하던 그에게 뜻밖의 전화가 날아오는데, 삼엄한 경계망을 뚫고 상원의원의 딸을 납치한 게리 손지(마이클 윈콧)가 자신과 게임을 벌이자고 호출한 것이다. 자신의 경호망이 단숨에 뚫려 허탈해하는 제시가 크로스의 새로운 짝이 돼 납치 목적조차 불분명한 사건에 빠져든다. 이성욱 기자lewook@hani.co.kr

진리는 어렵다

옛말에 ‘修身齊家 연후 治國 平天下’라고 하였으되 실은 맨 앞머리의 格物致知, 誠意正心을 빼먹는 수가 더러 있다. 독재 시절, 입신양명의 율법으로 수신제가 운운하는 실용적 처세를 최고 덕목으로 강요한 탓이겠으나 어쨌든 이 항목 중에 가장 어려운 대목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격물치지, 네 단어다. 치국 평천하라고 해서 왼발로 프리킥 차듯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 일은 물론 아니지만 격물치지, 이조차 해석이 달라서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궁극의 앎에 이른다’는 주희의 성리와 ‘마음을 어둡게 하는 물욕(격)을 물리쳐야 한다’는 왕양명의 도덕적 실천의 두 갈래로 나뉜다는데 실은 고현의 가르침을 편취하여 '혀를 놀리는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한 천박함의 소산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격물치지’라! 아쉬운 대로 들리는 뜻 그대로 받아들이되 ‘사물의 본질에 도달하는 앎’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한때 우리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과연 바보상자이기만 한 것일까. 즉물적 미디어 비평의 한계에 불과한 게 아닌가. 파시즘의 ‘3S 정책’ 역시 부족하기 이를 데 없다. 스포츠, 섹스, 스크린을 우민화 방략의 표본으로 앞세우고 그에 대한 비판적 언어를 뒤따르게 하는 것은 손쉬운 분석이지만 사물의 본질에 이르는 앎과는 거리가 멀다. 요컨대 인간의 삶이란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어서 그것에 이르고자 하면 할수록 복잡하게 뒤엉킨 사유의 미로를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호 <씨네21>에 실린 김규항씨의 ‘진리는 쉽다’는 이상의 내 생각을 되새기게 만든 바 있어, 며칠 궁금했다. 물론 김규항씨는 지식인 집단이 어떻게 견고한 지배블록을 형성하는가, 그렇게 하기 위해서 그들의 지식은 어떻게 오남용되는가를 비판하고자 했음이 틀림없으나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진리조차 알아먹기 힘들게 만드는 행태’라는 지적과 바로 이러한 지식인에게는 마오쩌둥이 1942년 연안강화 이후 시도한 하방(下放)을 되새겨야 한다고 한 점은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발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우선 앞말에 대하여. 한마디로 진리란 도달하기 어려운 것이며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물론 <조선일보>가 수구보수언론이고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은 장승업에 관한 영화이며 센강은 파리를 좌우로 가른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항이다. 이는 진리가 아니라 상식의 문제이며 이에 의문이 들 경우 옆집에 가서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인간이란 누구이며 그것도 추상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아니라 뚜렷한 시공간의 좌표 속에서 지금 당장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 한반도에서의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모두가 ‘떨쳐 일어나면’ 풀릴 문제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회주의권의 패망과 분열 당시 리영희 선생이 <사회평론>의 ‘공세적 인터뷰’에서 말한 ‘인간의 얼굴을 한 중국 인민’에 대한 성찰이 좋은 예가 되겠는데,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는 한 인간의 내면에 더하여 수많은 갈등과 모순이 중첩된 현실을 겹쳐놓으면 진리란 ‘손바닥을 뒤집으면 손등이 보인다’는 식으로 풀리는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왜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세계화에 반대하는가. 한 인간의 기호품 속에도 손쉬운 언어로는 설명하기 힘든 역사적 상황들이 중첩되어 있는 것이다. 가령 유시민의 <거꾸로 보는 세계사>는 이른바 시각교정용으로 더없이 좋은 책이겠으나 그것은 엘리아스와 홉스봄과 브로델이라는 문을 여는 열쇠로 요긴한 것이지 그 ‘쉬운’ 책 한권으로 역사와 인간을 ‘수난과 저항’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은 저자는 물론 김규항씨 역시 바라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럴진대 진리를 쉽게 전달하는 일이란 그것을 얻는 일보다 어렵다고 하겠다. 아도르노는 “알기 쉽도록 의역하는 것에 대해 저항하는 사유가 바로 진정한 철학”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이 때문에 그의 평전을 쓴 마틴 제이는 몹시 송구스러워 하였다. 손쉬운 의사전달이란 사유의 핵심적 실체를 고갈시키는 것이라고 저항했던 아도르노의 자세란 “의미는 설명할수록 무의미해진다”는 스탠리 큐브릭의 말로써 더욱 값진 경우가 된다. 그에 대응하여 ‘쉽게 쓰여진 책’이 빚을 수 있는 선의의 왜곡과 조작을 항상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또한 독자의 ‘실천’ 영역이다. 물론 김규항씨는 미로를 즐기고 궤변을 탐하는 지식인들의 행태를 비판한 것임이 틀림없지만, 그것이 어려운 책을 소화하기 힘드니까 쉬운 글 좀 써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다음 하방에 대하여. 나는 그것을 김규항식 비유라고 이해하고 싶다. <조선일보>의 궤변과는 다른 맥락에서 하방과 홍위병은 또다른 비판적 성찰을 필요로 한다. 그것을 위하여 우리는 첸카이거 감독의 청년 시절을 기록한 책을 섬세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어쨌거나 어떤 사람이 실제로 하방을 감행한다면 그로서는 나름의 성찰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좀더 유익하기로는 ‘하방을 감행하는 심정으로’ 책을 읽어야 좋을 일이다. 카센터 직원이 하이데거까지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지식인들이 커먼레일 디젤 엔진의 원리를 굳이 알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최대공약수가 어디쯤 있을 것이다. 그 최대공약수를 위하여 카센터 직원은 운전은 하지만 자동차는 모르는 사람들을 위하여 성실히 직업의 윤리를 다해야 하며 동시에 지식인들은 ‘책을 읽고 공부하라’고 사회가 허락해준 시간과 경제의 여유를 부끄러워하며 정녕 안광이 지배를 철하는 신념으로 장식용으로 사모은 서가의 책들을 밤새워 읽어내야 하는 것이다. 정윤수/ 문화평론가 prague@naver.com

마크 다아시 역의 콜린 퍼스

“선한 역은 연기하기도 보기도 지루해” 공명정대한 변호사인 것은 확실하지만 유머와 관련된 신경계에 손상이라도 입은 듯한 남자. 브리짓이 주책을 부릴 때면 황당함을 넘어서 분노에 가까운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남자. 그러고도 유사시에는 브리짓이 망친 파티 요리를 대신해 와이셔츠 소매를 걷고 오믈렛을 만들어주는 이상한 남자. “나는 지금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좋아요.” 마침내 마크 다아시가 꾹 다문 입매 사이로 빌리 조엘의 발라드 가사 같은 고백을 억지로 끄집어내듯 건넬 때, 브리짓과 여성 관객은 그만 그의 모든 ‘과오’를 용서하고 싶어진다. 루돌프 무늬 스웨터를 입는 그의 범죄적인 패션감각까지도. 전혀 매력없는 남자처럼 등장해 결국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어려운 다아시 역을, 힘도 안 들이고 연기한 콜린 퍼스(41)는 적어도 영국인들에게는 다아시 역의 배우가 아니라 미스터 다아시 자체다. 국내 케이블채널에도 방영된 바 있는 1995년 시리즈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역이 그를 스타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영국 햄프셔 태생인 퍼스는 친가와 외가의 조부모 중 세명이 감리교 선교사였던 관계로 나이지리아에서 유아기를 보내고 다섯살 때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유치원 연극의 잭 프로스트 역으로 첫 무대에 선 퍼스는 대학 시절부터 연기자로서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 초크 팜 드라마센터에서 연기 수업을 마친 퍼스는 연극 무대에서 주목받은 뒤 영화 <어나더 컨트리>(1983), <발몽>(1989), <단짝 친구들>(1995)에서 주·조연으로 활약했다. 최근작으로는 <잉글리시 페이션트>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축구광으로 열연한 <피버 피치>가 있다. <오만과 편견>은 큰 유명세를 가져다준 만큼 그의 연기 반경을 제약한 작품. 의도적으로 다아시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것을 기피해왔던 그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캐스팅에 대해 “이 영화에서 다아시 캐릭터는 일종의 ‘인용구’이며 아이러니를 품고 있기에 수락했다”고 <텔레그라프>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선한 역은 연기하기도 보기도 지루하다”는 그의 신작은 나치의 변호사로 분하는 영화 <컨스피러시>와 주디 덴치, 루퍼트 에버렛, 리즈 위더스푼과 공연하는 오스카 와일드 원작의 <정직의 중요성>이다. 콜린 퍼스는 2001년 <피플>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5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 브리짓 존스의 일기 ▶ 마크 다아시 역의 콜린 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