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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장 서사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조각’, <무도실무관> 김주환 감독

김주환 감독은 청년 유니버스라고 부를 만한 자기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진 감독이다. 30대 초반 사장의 창업 도전기를 다룬 데뷔작 <코알라> (2013)를 시작으로 경찰대생 콤비가 납치 사건을 쫓는 <청년경찰>, 격투기 챔피언이 악에 맞서는 오컬트 액션물 <사자>, 젊고 가난한 복서들의 생존극 <사냥개들>까지 각본과 연출을 겸했다. 재미가 우선인 청년 정도(김우빈)가 상관인 보호관찰관 선민(김성균)과 함께 전자발찌 부착자 등을 밀착 관리하는 법무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무도실무관)로 일하면서 겪는 이야기를 담은 <무도실무관>은 김주환의 청년 유니버스에 속하는 안정적인 작품인 동시에 그 세계의 변화를 가져오면서 상징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 -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에 대한 존경과 호기심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이 직업을 어떻게 처음 알게 됐고 시나리오까지 쓰게 됐나. 보호관찰관을 먼저 알게 됐는데 그때가 입봉 전이니 벌써 10년도 더 됐다. 세상에 묵묵히 헌신하는 직업군에 관심이 많다. 좋은 사람이 되기에 부족한 인간이라 그런 것 같다. 3교대라 고되고 업무 자체가 험해 고생스럽겠다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보호관찰관의 삶을 이야기로 만들겠다는 생각까진 들진 않았다. 무도실무관을 알고 나서야 퍼즐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관찰관을 도와 일하는 직군인 만큼 나의 또 다른 관심사인 성장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각박한 세상에서 진정 우리가 이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이 깊어지면서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 예상을 비켜나가는 인물들이 흥미롭다. 우선 정도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동과 게임을 즐기는, 현재 삶에 만족하는 청년이다. 보통이라면 방황하는 청춘이나 부모의 눈치를 보는 취업준비생으로 그려졌을 법한 캐릭터다. 이렇다 할 꿈이 없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면 불만족스러운 상태라고 단정하는 건 옛날식 사고가 아닐까. 지금 상황에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고, 요즘 젊은 세대는 각자의 가치와 재미에 맞춰 삶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 정도를 행복한 청년으로 설정한 건 그가 주인공으로서 자기 세상이 흔들리는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 선민은 대단히 온화하고 친절한 상관이다. 얼마든지 센 캐릭터로 만들 수 있는 역할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하다. 사실 선민은 내 바람이 섞인 인물이다. 곁에서 따뜻하게 감싸줄 존재가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길을 가는 주인공에 동화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선민은 내가 실제로 갖고 싶은 형이다. (웃음) 외롭고 막막할 때마다 먼저 다가와 주고 밥도 사주는 형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정도와 선민의 신을 쓰면서 대리만족했다. - 전개도 신선하다. 아동 성착취물을 만드는 관리 대상자 강기중(이현걸)을 정도와 선민이 함께, 혹은 정도와 친구 3인방이 협력해 잡을 거라 예상했는데 그 기회 전부를 정도에게 주었다. 정도가 홀로 서길 원했던 건가. 자기 행복이 최우선이지만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인물이 자기 욕망 때문에 모두를 파괴하는 인물을 이김으로써 본인의 성장 서사를 완성하는 그림을 원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정도와 강기중의 일대일 대결이 결말이었고 미란다원칙을 외치는 사람은 선민이 아닌 정도여야만 했다. - 성폭행범과 성 착취물 제작 일당을 빌런으로 설정한 만큼 피해 장면을 어느 정도까지 노출할지가 중대한 고민거리였을 것 같다. 어떠한 대원칙을 세웠나. 무도실무관과 보호관찰관이 싸우는 범죄가 무엇이고 그들의 직업 세계에 대한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피해 장면을 아예 제거할 수는 없었다. 다만 내 기준에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의문이 들 정도로 거둬냈다. 글로벌 OTT에서 공개되는 만큼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볼 거라는 생각에 더 예민하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그럼에도 옛날 영화의 표현 수위에 길들여진 마흔 중반의 남성인 나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내부적으로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 기교적인 표현보다 사실감을 기반으로 하는 액션이다. 주인공이 건실한 공무원이라는 설정상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는 액션은 불가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무엇에 주안점을 두었나. 먼치킨 액션을 기본으로 잡았다. 정도가 유단자이니 엎어치기 같은 기술도 쓰고 공무를 수행하면서 쓰는 삼단봉도 활용하면서 액션의 색채를 넓혀보려 했다. 복싱을 다룬 전작 <사냥개들>과의 차별점도 고려했고 장르극의 심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액션의 규모와 강도를 점진적으로 늘려갔다. 현장 출동 신이 많은 만큼 인물들이 정말 많이 뛰고 움직인다. 특히 중반부에 정도가 지하로 내려가 강기중을 쫓는 컷과 사무실에서 지휘하는 선민의 컷 그리고 지하 주차장에서 강기중이 성 착취물 일당과 모의하는 컷까지 인터컷 3개가 도는 구간이 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바스트숏에서 바스트숏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어 작은 화면상에서는 자칫 모두가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보이겠더라. 그만큼 영화의 현실적인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라이팅과 색감을 확실하게 주고자 했다. - 청년 콤비를 주연으로 하는 작품을 꾸준히 만들다가 <무도실무관>에 이르러 청년과 중년, 멘티와 멘토로 주인공들의 관계가 바뀌었다. 감독에게 어떤 변화의 저점이 있었던 걸까. 80년대생 감독으로서 나를 항상 시작하는 입장에 두곤 했다. 거장 선배들이 이미 잘 구축된 동시대의 한국 장르영화의 세계 안에서 배우려는 자세가 우선이었다. 세월이 흘러 내게도 운 좋게 <청년경찰>이라는 첫 번째 표본 같은 작품이 생겼고 이제는 아이도 생기면서 내 아래 세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자주 한다. 후배들을 잘 이끌고 싶다는 마음은 큰데 아직 많이 서툴다. 어쩌면 선민은 갖고 싶은 형이 아닌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 경찰대생(<청년경찰>), 격투기 챔피언(<사자>), 복서(<사냥개들>), 보호관(<무도실무관>)까지. 신체적 능력이 요구되는 직업을 주인공에게 부여하는 이유도 궁금했다. 싸움을 못해서 그런지 몸을 잘 쓰는 사람에 관한 부러움이 있다. 운전도 못하는데 차에는 관심이 많고. 실제로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다. (웃음) 대신 영화에서 푼다. 결정적인 이유는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고 나는 액션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쇼박스에서 홍보팀 직원으로 근무하던 시절에 <고지전>을 담당했다. 당시에 장훈 감독님이 “주환아, 3막은 액션으로 끝내는 게 맞아”라고 말씀하신 적 있다. 그땐 이해가 안 갔는데 지금은 그렇게 맞는 말이 없다. 외적 갈등의 극대화, 아크 플롯의 절정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액션이다. - <사냥개들>을 보는데 코로나 시대를 이렇게까지 현실적으로 반영한 영상 콘텐츠는 처음이라 놀란 기억이 있다. 데뷔 때부터 취재 베이스로 시나리오를 써왔고 극에 사회 이슈를 많이 끌고 들어온다. 당면한 현실 문제에 더 관심이 가는 편인가. <사냥개들>에서 배우들이 마스크를 끼고 대사를 해야 하고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큰 시도였지만 도전해보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특정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걸 얘길 하고 싶다는 데에서 글을 시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현실적이고 한국적인 소재를 찾는 게 아닌가 싶다. - 김주환 감독은 영화 만드는 전 과정을 통틀어 어느 단계에서 가장 재미를 느끼나. <사냥개들> 홍보 기간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작품 홍보 배너가 붙은 택시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신기해서 그 광경을 핸드폰으로 찍고 있었다. 그런 내 뒷모습을 나와 다섯 작품을 함께한 스크립터가 촬영하고 있더라. 그 순간에 우리 사이에 역사가 이렇게나 쌓였고 앞으로 한두 작품만 더하면 곧 10년이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가족애 같은 감정이 올라왔다. 동료들이 곁에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가장 재밌다.

[리뷰] 하나는 결코 어느 하나로만 성장하고 살아가지 않음을, ‘와일드 로봇’

동물의 본성과 기계의 프로그래밍은 얼마나 다를까. 외딴섬에 불시착한 로봇 ‘로줌 7134’, 로즈(루피타 뇽오). 해달 가족이 전원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깨어나지만 기계에 불과한 로즈가 야생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다행히 환경에 적응하고 행동을 모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이 탑재되어 주변 동물을 흉내내며 섬에서 살아남은 가운데 로즈는 본사로 귀환하기 위해 통신을 시도하나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기러기 둥지에 홀로 남겨진 알을 발견하고, 갓 부화한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키트 코너)은 처음 본 로즈를 엄마로 여기며 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가 되기 위한 프로그램이 없는 로즈는 브라이트빌이 기러기답게 자라도록 보살필 수 있을까. 크리스 샌더스 감독이 원작자 피터 브라운과 함께 각색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와일드 로봇>은 야생에 던져진 로봇 로즈를 주인공으로 한다. 기계의 매끈한 표면이나 동물의 털을 사실적 묘사 대신 붓이 쓸고 지나간 결로 표현한 작화가 우선 눈길을 끈다. 풍경을 회화적으로 묘사하며 환경과 생태주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 이 SF애니메이션의 진가는 기계 로봇을 무지에서 앎으로 성장하는 우화적 존재로 그려냈다는 점에 있다. <와일드 로봇>은 작은 교훈을 던지는 대신 선의를 끼치며 살아가는 관계를 통해 삶의 조화를 보여준다. 서로의 처음을 같이하는 부모와 아이, 가족과 친구는 너무 다르게 태어났지만 어느덧 서로에게 필요하고 소중한 관계로 그려진다. 결국 살아가며 만난 이들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는 모두의 성장을 가슴 뭉클하게 담아내고 있다.

[인터뷰] ‘열중한 사람들의 무방비한 상태가 좋다’,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월경전증후군(PMS)으로 인해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는 주기적으로 짜증을 참지 못하는 시기를 맞이한다. 몇년 전 시작된 공황장애의 영향으로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의 삶의 반경은 한없이 좁아졌다. ‘쿠리타 과학’에 입사한 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는 동료가 된다. 미야케 쇼 감독은 세오 마이코 작가의 동명 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어 신작 <새벽의 모든>을 세상에 내놓았다.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 작품은 타인과의 연대가 지닌 온기를 세심하게 그린다. - 원작 소설의 어떤 점 때문에 영화화를 결심했나. = 후지사와와 야마조에, 두 캐릭터에게 끌렸다. 이들은 병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난 이제 틀렸다. 더이상 일을 하지 못할 거야’라고 낙담하는 순간도 있지만 맨 마지막엔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생각이 달라지는 과정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 이어 다시 한번 16mm 필름으로 촬영했다. =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이전에 16mm 필름으로 촬영할 때 정말 흥분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활용하고 싶었고, 다만 같은 16mm 필름을 사용하되 접근법을 다르게 가려 했다. 둘째로 이 영화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갖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회사에 입사한 후 동료들을 만나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으로 세계가 확장되고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경험을 관객들도 할 수 있길 바랐다. 관객들이 등장인물들에게만 집중하다 불현듯 ‘여기서 바람이 부네, 가을빛이 참 아름답다, 작은 꽃이 여기 있었네’라고 느끼는 체험을 하기를 바랐다. 16mm 필름이 이런 상황을 부드럽게 담아낼 거라 판단했다. - 후지사와가 야마조에에게 자전거를 발려주고 유족들의 그리프 케어 모임도 진행하는 등 인물들이 서로를 보살펴주는 과정이 더해졌다. 각색하며 인물들의 관계성, 연대를 강화한 이유는. = 뉴스나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일본과 다른 나라에서 상처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렇게 고통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그다음 단계에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영화를 통해 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케어’라는 키워드를 담은 스토리를 생각해보게 됐다. 일본에서도 한국 소설이 많이 번역되어 있는 상태다. 여러 소설을 찾아 읽은 것이 케어라는 키워드에 관해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 - PMS나 공황장애를 잘 모르는 관객이라면 특정 신에선 인물들의 언행이 과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들의 상황을 잘 전달하기 위해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내레이션이 적지 않은 이유가 그에 해당하나. = 영화를 만들며 중요하게 여긴 건 이 영화에 등장하는 PMS와 공황장애는 어디까지나 일례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PMS여도 누군가는 분노가 아닌 눈물로 감정을 표출할 수 있고 공황장애도 발작이 발생하는 상황이 사람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플라네타륨 전문가는 플라네타륨이 별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얻어가는 장소라기보다 상상력을 펼치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다. 밤하늘만 멀뚱히 바라보면 10초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질릴 테지만 조금만 정보를 넣어주면 더 크게, 더 멀리 상상할 수 있다. <새벽의 모든>에 그런 형식을 반영하고 싶었고 PMS에 관한 후지사와의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 - 로케이션 헌팅을 세심하게 하는 것으로 안다. 이번에 중요하게 고려한 장소는. = 언덕이다. 언덕길을 찍고 싶어서 야마조에가 자전거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장소를 신경 써서 골랐다. 도쿄는 언덕이 정말 많은 지역이다. 경사가 크진 않지만 걷다 보면 항상 오르락내리락하게 되는 길이 많다. 그런 굴곡 있는 지형이 변화가 큰 후지사와와 야마조에의 컨디션과 유사하다고 생각해 제작진과 알맞은 곳을 오랜 시간 찾아다녔다. - 쿠리타 회사 로케이션은 어떤 점을 중요하게 보았나. = 사무실과 작업장, 그 두 공간이 있어야 했고 가능하다면 사원들이 모여 라디오 체조를 할 안뜰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길 바랐다. 마침 로케이션 헌팅을 하며 발견한 영화 속 건물이 그런 형태였다. 또 2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 밤에 건물을 보면 내부가 우주선 같은 인상을 준다. 그 공간에서 상당히 많은 자극을 받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쿠리타 과학이라는 공간의 조건에 관해 까다롭게 보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장소를 발견한 덕에 영화의 내용이 풍부해진 지점이 있다. - 쿠리타 과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전작 <와일드 투어>가 연상됐다. 사람들이 뭔가를 조사하며 촬영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아내길 좋아하나. = 좋아한다. 왜 좋아하는 걸까. (웃음) 우선 나 역시 <새벽의 모든>과 가장 가까운 작품이 <와일드 투어>라고 여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중학교 시절이 매우 진지하게 살아가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40대인 지금보다 15살 때가 훨씬 진지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작품에서 학생들을 등장시킨 건 그들이 그 나이 또래여서라기보다 무언가를 매우 진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흥미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와일드 투어>와 <새벽의 모든> 모두 극 중 인물들이 완성한 작품보다는 그걸 만들어나가는 이들의 얼굴, 그들의 관계를 더 보여주려 한다는 인상이다. 가령 쿠리타 과학에 관한 다큐멘터리보다는 이를 함께 관람하는 직원들을, 플라네타륨이 구현한 우주가 아닌 그것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표정, 정보를 전달하는 후지사와의 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처음 받는 질문이다.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과도 맞닿은 질문이라 답하기가 조심스럽다. 첫째로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며 프레임 바깥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로운 영화 체험을 하길 바랐다. 둘째로는 무언가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것에 관해 열심히 상상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좋아하고 그 얼굴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볼 때에 누군가를 의식하거나 폼 잡을 필요가 없지 않나. 뭔가에 열중한 사람들의 그런 무방비하고 순수한 상태를 좋아한다. 이 답이 질문에 대한 전체적인 답이 되지 않을 텐데 남은 답에 대해서는 다음 영화를 만들면서 곰곰이 생각해보겠다. - 빛, 특히 자연광을 섬세하게 썼다. 자전거를 타는 야마조에 위로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그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실감했다. = 빛이 존재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러다보니 굳이 빛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를 찍지 않았다면 나 역시 그랬을 텐데 카메라 덕분에 특정 계절, 시간대의 빛이 아름답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말한 장면에선 심박수가 올라 발작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야마조에가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나아간다. 만약 빠른 속도로 자전거를 탔다면 야마조에가 그 아름다운 빛에 관해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천천히 자전거를 타다 보니 바람이 불고, 새가 지저귀고, 빛이 아름답다는 걸, 이 넓은 세상에 관해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을 관객들도 영화를 보며 함께 체감할 수 있길 바랐다. 때문에 그 장면에서 겨울의 아름다운 빛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했고 그 자전거 신만 나흘을 촬영했다. -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의 마지막 시퀀스는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신의 연출 의도에 관해 말해준다면. = 쿠리타 회사의 장소가 정해졌을 때 사람들이 안뜰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담아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프레임 바깥으로 나가기도,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런 자유로운 모습을 담아내는 것이 이 영화에서 무척 중요하다고 여겼다. -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과 <새벽의 모든> 모두 밀접하고 친밀하기보다는 거리감이 있되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관계에 주목한다. 타인의 존재, 타인과의 연대가 가지는 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남과 같이 일할 때 상대에 따라 성가시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사람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이처럼 살아오면서 느낀 것들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새벽의 모든>은 같은 사람이어도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에 집중했다. 예를 들어 야마조에가 후지사와와 있을 때, 전 상사인 츠지모토와 있을 때, 쿠리타 사장과 있을 때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른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 제3자로서 관찰할 때 상당히 흥미롭다고 느꼈다. -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혹은 앞으로 반드시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다면. = 차기작은 내년 중·하반기나 내후년 정도에 공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앞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는… 비밀이다. (웃음)

BIFF #1호 [뉴스] 배우 강동원, 박정민의 비프의 추억 外

강동원 2년 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브로커>로 왔을 때,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 영화제에 많이 놀러왔다. 고마운 마음에 바 하나를 통째로 빌려 이곳 저곳 반가운 얼굴들을 불러모았다. 그런데 이 소식이 어디론가 순식간에 퍼졌는지 정신 차리고 보니몇 백 명이 모여있더라.(웃음) 정말 바글바글했다. 당시 부산영 화제 근방에서 열렸던 파티 중 가장 큰 대규모 파티가 되어버 렸다. 부산영화제 방문이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많은 사람을 한공간에서 모두 만날 수 있어 너무 반가웠다. 그때 공간 분위기와 풍경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영화인들이 부산에 모여 있어 가능했던 일 아닐까. 박정민 2010년 <파수꾼>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갔다. 그 다음 해에는 초대받을 일이 없어서 서울에 있었는데 당시 장영엽 기자 (현 대표)님이 영화제 맛집을 추천하는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2011년 공식 데일리 4호 ‘타인의 식도락’에 실렸 다. 당시 안상훈 감독,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배우 류현경, 장철수 감독,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뮤지션 오지은 등이 필자로 참여했다. -편집자) “그래, 할 일도 없는데 부산이나 내려가자”며 영화제를 찾았다. 이만한 배낭을 메고 이것저것 먹으며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저 멀리서 사람들이 소리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와우, 연예인 왔다 보다! 누구지?” (이)제훈이 형이었다. “와~. 제훈이 형 떴네, 떴어” 하고 관객들과 같이 구경하며 사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웃음) 한국영화의 다음을 장식할 올해의 배우는? <거인>의 최우식, <꿈의 제인>의 구교환, <죄 많은 소녀>의 전여빈 등 쟁쟁한 이름을 거쳐 작년 <해야 할 일>의 장성범, <딸에 대하여>의 오민애까지. ‘올해의 배우상’은 매년 한국영 화의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왔다. 올해는 배우 김선영, 류준열이 심사위원으로 나서 신선한 안목을 보여줄 예정이다. 심사 대상은 뉴커런츠와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서 상영되는 한국 장편 독립영화 출연 배우들이다. 심사 결과는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두 배우의 감각적인 선택을 기대해 보자. 극장가기 전 상영 정보 확인은 필수 설레는 맘을 안고 극장으로 향하기에 앞서 영화제 홈페이지를 들러 상영 정보 변경 사항을꼭 점검하자. 10월 9일 오후 5시 반과 10월 10일 오후 8시 반에 상영하는 <잇츠 낫 미> (상영작 번호 440, 521)의 GV가 추가되었다. 한편, 10월 6일 오전 9시 반, 10월 8일 오후 3시 반에 상영 예정이었던 <바람의 도시>(상영작 번호 285, 407) GV는 취소되었다. 이밖 에도 상영 시간과 GV 일정의 변동, 러닝타임및 상영등급 조정 등의 변경 사항은 부산국제 영화제 홈페이지(http://biff.kr)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돈내산 맛집 pick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의 스페인클럽 스무 해 넘게 영화제를 오고 있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제를 찾았고 지금은 모더레이터를 하기 위해 부산에 온다. 내가 정말 사랑 했던 부산 맛집은 거의 사라졌지만, 날씨만 좋다면 스페인클럽 해운대점에 가고 싶다. 이곳이 내가 기억하는 오래된 가게다. 해운대와 바르셀로나는 도시 구조가 닮지 않았나. 이곳에 가면 바르셀로 나를 느낄 수 있다. 예전엔 해운대에서 행사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영화의전당으로 다 옮겨갔다. 센텀시티에만 머물다 가면 바다 냄새도 못 맡고 돌아갈 수 있다. 스페인클럽은 호젓하고 가격이 비싸 지도 않고 하우스 와인 하기도 좋다. 영화도 좋지만 잠시 축제와 거리를 두고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꼭 가보시라.

[masters’ talk] ‘장르의 규칙을 사수하되 자기복제의 덫을 피하기,’ <베테랑2> 류승완 감독, 시리즈 한준희 감독을 만나다

류승완 감독이 인용한 이명세 감독의 말에 따르면 형사와 영화감독은 제법 닮은꼴이다. 양쪽 다 목표물을 쫓아 밤낮없이 일하고, 납득할 만한 시나리오를 필요로 하며, 체력과 협력이 관건이다. 두 직업은 자주 낭만화되어 누군가의 설익은 꿈이 되기도 한다. 바람이 적당한 공력을 만나서 무르익을 때, 선배들은 좋은 영향을 받고 자란 새 형사와 감독을 환영할 수 있다. 한쌍의 감독들에게 그 만남의 때가 왔다. <베테랑2> 초반부, 서도철(황정민)이 박선우(정해인)를 ‘내 과’라고 칭했듯, 류승완 감독이 언젠가 대화하길 고대한 후배를 콕 집었다. 신입 형사 역에 정해인을 캐스팅하기까지 한몫을 단단히 한 시리즈의 연출자이자 학원 액션의 혈기를 소환한 <약한영웅> 시리즈의 크리에이터, 그리고 올여름 유의미한 박스오피스 성적을 거둔 영화 <파일럿>의 제작자인 한준희 감독이다. 류승완 감독의 팬을 자처하며 부름에 응한 한준희 감독은 자신의 감상을 바탕으로 <베테랑2>의 거름이 된 창작자의 속내를 물었다. 그 대답은 영화 개봉 4주차를 지나는 시점에 한번 더 고개를 끄덕여보게 하는 밀도를 지녔다. 덕분에 액션, 윤리, ‘영화적인 것’이라는 주제를 넘나들며 문답이 이어졌다. 그 틈으로 “안락한 내리막길을 걷기보다 가시밭길이라도 약간 더 올라가보고 싶은” 두 사람다운 고백들이 새어나왔다. 류승완 <베테랑2>에 어떻게 정해인 배우를 캐스팅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시동> 때문이었다고 얘기해왔지만 사실 덕도 컸어요. 는 공교롭게도 저와 <모가디슈>를 함께한 구교환 배우가 어떻게 연기했는지 궁금해 보기 시작했다가 정해인 배우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한 드라마예요. 한준희 감독의 <차이나타운>도 너무 좋아하고, <뺑반>도 재밌고, 심지어 최근에 저와 인연이 많은 고민시 배우가 출연한 삼성전자 단편영화 도 잘 봤어요. 어떻게 짧은 시간에 세 가지 이상의 장르를 뒤섞어 영화를 만들었지? 정말 바짝 긴장해야겠다고 생각했죠. 한준희 제 작업은 늘 감독님의 자장 아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거든요. 에서 고민시 배우가 했던 액션도 사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피도 눈물도 없 이> 같은 작품들에서 영감을 얻었고, 그동안 작품을 해오면서 감독님처럼 복싱 베이스 액션들을 많이 했어요. 에서 (정)해인씨가 했던 액션도 그렇고요. 물론 <주먹이 운다>도 있지만 제가 감독님 작품 중 가장 인상 깊게 봤던 복싱 베이스 액션은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정재영 배우가 했던 액션이에요.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어요. 영화가 나온 지 10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액션 디자인을 할 때 연출부에 <주먹이 운다> 속 감정을 예로 들고, 알게 모르게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의식하며 만들어왔죠. 류승완 감독님의 ‘찐팬’으로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영광입니다. 류승완 액션영화를 만들면서 복싱 베이스 장면을 연출할 때 애를 먹는 것이, 우리가 가진 팔다리 두개씩을 갖고 움직임을 구성해야 하는데 테크닉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에요. 단조로울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컷을 다양하게 구성하거나 화려한 테크닉을 동원하려는 욕망에 빠질 수 있죠. 그런데 는 그걸 안 하더라고요. 인물들이 어디서 어떻게 싸우는지가 명확히 보여서 관객으로서 볼 때 시원했어요. 한준희 감독이 앞으로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지 기대돼요. 쾌감과 윤리 사이에서 한준희 흔히 형사영화, 경찰영화라고들 하죠? 감독님 작품도 액션의 자장 안에서만 얘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이번 <베테랑2>는 결말로써 경찰영화에 한획을 그었다고 봐요.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장르적 쾌감을 좇으며 길을 갈 수밖에 없고, 당연히 그걸 지향해야 하지만, 어쩌면 감독님이 마지막에 서도철이 박선우를 심폐소생하는 장면을 넣은 것이 이 작품을 만든 이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라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주는 쾌감이 결코 옳은 게 아니라고 말하는 영화적, 장르적 윤리가 느껴져서 그 장면이 좋았어요. 서도철이 그런 선택을 해버리는 순간, 감독님이 선배로서 이 장르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말해주는 느낌이 들어서 감동하면서 엔딩을 봤어요. 류승완 제가 지금 약간 소름이 돋을 정도예요. 아무래도 같이 창작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한 감독이 제 의도를 짐작해주는 것이, 이렇게 정곡을 팍팍 찌를 수 있을 만큼 깊이 감상해준 것이 너무 고마워요. 말씀하신 그 장면은 속편을 만들기까지 9년이 걸린 이유와도 맞닿아 있는데, 전편 <베테랑>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정도의 성공을 거두니 좋으면서도 겁이 났어요. 그전까지 그 정도 크기의 대중적 성공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어요. 숫자가 주는 부담감이 생겼죠. 웬만한 유럽 국가의 국민 수보다도 많은 관객이 <베테랑>을 본 거잖아요. (<베테랑>은 2015년 개봉 당시 약 1341만 누적 관객수를 기록했다.-편집자) 그런데 막 자랑하고 싶어지는 게 아니라 덜컥 두려웠어요. 실은 1편을 만들 때 워낙 호흡이 좋아서 손익분기점만 넘으면 2편을 만들자는 무언의 약속이 있었어요. 크랭크업하자마자 의상팀에 서도철 형사의 옷을 잘 보관해달라고 부탁까지 했었죠. 현장 분위기가 좋다보면 속편 아이디어가 오갈 때가 종종 있잖아요. 그래도 그렇게 구체적으로 뭘 준비한 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모두 그 속편이 나오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릴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고, 거기엔 제 책임이 제일 크겠죠? 너무 큰 성공을 거둔 영화의 다음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부담에 더해 시간이 흐를수록 일종의 정의 구현을 해 관객에게 쾌감을 주는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나왔잖아요. <베테랑>이 굳이 비슷한 통쾌함을 주는 대열에 합류하는 건 의미가 없겠다, 다른 것을 해야겠다 싶었죠. 그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했는데, 결국 시리즈물의 관건은 주인공의 매력에 있잖아요. 주인공이 관객에게 얼마나 응원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속편이 나오기까지 5년이 지난 이상 꽤 긴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주인공이 어떻게 변했을지를 고민해봐야 했어요. 실제 시간의 흐름도 무시할 수 없으니 5년이 지나고부터 그게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런 장르적 고민부터 시작해 영화 외적인 환경을 생각했어요. 서도철이라는 서민 영웅이 갖는 의미, 형사영화의 역사 속에서 우리 영화가 갖는 개성을 고민하다 생각한 것은 윤리와 도덕의 문제였어요. 고리타분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원칙을 지키는 자의 미덕이 더이상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았어요. 그런 가치가 무너지니 사회가 더 혼탁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죠. 게다가 서도철이 지키려는 건 세계평화가 아니라 자신과 가족의 일상인데, 이 일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개인의 삶은 얼마나 가치 있는가를 말하고 싶었어요. 더불어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은 얼마나 고귀한가를 묻고 싶었죠. 그렇게 9년이 흐르는 동안 여전히 거칠지만 관객에게 응원받을 만한, 반보의 성장이라도 이룬 서도철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 것 없이 장르적 쾌감만을 좇기엔 이미 너무 잘 만들어진 장르영화들이 많아 자신이 없더라고요. 한준희 영화적 윤리와 영화적 쾌감은 같이 가기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베테랑2>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지점을 다 구현하면서도 영화적 쾌감이 절대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프닝 시퀀스도 그렇고, 메인 테마가 나오는 순간 관객이 영화에 집중하게 하죠. 정해인 배우가 보여주는 계단 액션 신이나 빗속에서 안보현 배우가 슬라이딩하는 장면들은 벌써 회자가 되고 있고요. 지난해 개봉한 <밀수>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류 감독님은 해보지 않은 장르의 액션을 계속 개발하려 노력하는데 나는 오히려 반복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류승완 과찬의 말씀이고요, 다른 재주가 별로 없으니 액션을 찍을 때만큼은 기를 쓰고 다른 방향으로 비집고 들어가려 합니다. (웃음) 방금 한 감독이 얘기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제게 시즌2가 무척 흥미로웠는데, 한 감독은 의 성공 비결이 어디에 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럼에도 극이 흘러갈수록 ‘이런 선택을 한다고?’ 싶은 지점이 많았어요. 감독은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는 걸 알았을 텐데 말이죠. 시리즈가 응원받을 수 있는 포인트는 명확했잖아요. 주인공들을 방해하는 자들만 시원하게 제거해줘도 성공이 보장되는데, 전편에서 다룬 쟁점을 확장해서 주인공들이 그들을 둘러싼 세계, 그러니까 시스템과 대결하는 구도로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할 때 이 감독은 믿을 수 있겠다 싶었어요. 자기 성공을 재탕하려는 욕망에 빠지기 쉬운데, 한준희 감독은 성공을 자신이 본질적으로 가보고 싶었던 여정의 발판으로 삼는 유형의 연출자라는 점이 흥미로웠거든요. 저도 그런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었으면 해요. 안주하는 순간 죽는다는 생각이에요. 한준희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류승완 진심이에요. 저도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해봤지만, 우리가 사실 다 알잖아요. 성공 패턴에 안주하면 당대에는 주목받을 수 있고 주머니도 두둑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어가고 있다라는 걸요. 우리는 안락한 내리막길을 걷기보다 좀 가시밭길이라도 약간이라도 더 올라가보고 싶은 생각이 있잖아요? 한준희 감독님이 서도철 형사의 성장을 고려했듯, 제가 시즌2를 할 때도 안준호(정해인)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거라는 짐작을 했었어요. 그의 생각과 상황이 바뀌었으니 해야 할 일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서도철은 직관적으로 얘기하잖아요. 나쁜 놈이 죽는다고 모두가 통쾌하고 유쾌한 게 아니라고. 그런데 많은 장르영화에서 그런 죽음들을 개의치 않아요. 감독님은 이런 종류의 대중영화에서 어떠한 장르적 쾌감보다도 ‘이야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게 느껴졌어요. 대중영화를 할지언정 그 가운데서 무언가 논의할 거리를 던지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류승완 1편을 만들 때만 해도 내 안의 분노를 일으키는 사건들을 조합해 영화 안에서라도 정의를 구현하고, 대리로 복수해서 관객에게 쾌감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어요. 그 마음이 컸고, 대중이 거기에 반응해줬죠. 그 이후에도 어떤 사안의 가해자를 비난하며 감정적인 반응을 했던 적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 진실을 보니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적이 몇번 있었어요. 제가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누군가를 판단하기 좋았던 거예요. 그리고 더 섬뜩했던 건, 제가 처음 가해자라고 믿은 대상에게 퍼부었던 만큼의 비난을 실제 가해자에게 하고 있지 않더라고요. 이미 그 분노의 온도가 식었으니까요. 그러면서 내 안의 분노가 과연 정당한지 묻게 되었어요. 제가 만든 영화 중 <부당거래>도 일종의 분노 마케팅을 해버린 거란 말이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표현 뒤에 숨어서 더 중요한 문제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주인공 가족도 자신들이 악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잖아요. 그들에게는 나치의 기준이 사회정의였으니까요. 시간, 지역, 문화에 따라 정의의 개념이 달라질 수 있는데, 내 안의 가치관이 생겨서 그 선을 넘을 때 분노하는 게 옳은 걸까 의문이 들었죠. 내가 가진 정의의 개념 자체가 잘못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는 요즘 너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무섭거든요. 저 스스로도 확고한 신념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좋은 장르영화 중에는 시원하게 마침표, 종지부를 찍어주는 영화도 있지만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져주는 영화들도 있잖아요. 예를 들면 <기생충> 같은 영화가 훌륭한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면서 물음표를 던져주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능력은 부족하지만 <베테랑>이라는 전작의 힘, 그리고 9년이 흐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성장했을 대중들을 믿었죠. 그래서 제가 택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소통의 방법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한준희 그 의도가 장르적 쾌감이 거세된 채작품에 들어갔다면 관객의 동의를 얻어내기 어려웠을 텐데, 우리가 한번도 보지 못한 액션 시퀀스와 정해인, 안보현의 새로운 얼굴이 군데군데 드러났어요. 그래서 저는 충분히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극장에 가서 <베테랑2>를 봤는데, 내 안에 있던 <베테랑> 시리즈에 대한 인식 위에 감독님이 말씀한 의도가 더해지는 경험을 했어요. 제가 기대한 극장 경험을 하면서 나온 거죠. 그런 기회를 주는 영화가 많이 적어진 것 같아요. 모처럼 많은 분들이 보게 될 추석 시즌 영화가 이런 의미도 같이 가져갈 수 있어서 저는 너무 좋고 부럽네요. 고전적 영화의 확실한 매력 류승완 관객들이 그렇게 반응해주신다면 영화를 만든 사람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지만 저는 400석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되면 401편의 영화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영상과 음성이라는 물질 체계로 된 영화가 있고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도 영화가 다 다르게 자리 잡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를 가벼운 장르영화로 보셔도 무방해요. 영화에 대해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관객도 있고 영화에 실망하는 관객도 있겠죠. <베테랑2>가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음에도 잃지 않으려 한 게 있긴 해요. <베테랑>의 주인공들을 다시 끌어온 작품이기 때문에 전작을 응원한 관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는 있어야 했죠. 그래서 전작의 경쾌한 방식대로 오프닝 시퀀스의 팀플레이를 선사한 후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가길 택했어요. 무엇보다 여전히 액션영화를 관람하는 걸 좋아하고, 액션영화 만들기에 갈증을 느끼는 저로서는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고 재밌는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하거든요. 영화는 사실 현실을 모사하는 것에서 출발하잖아요. 유튜브의 시대에는 이종격투기 경기도 쉽게 접할 수 있고, 길거리 싸움, 경찰이 범인 검거하는 영상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카체이스 신도 실제 교통사고 블랙박스 영상만큼 서스펜스가 있을 수 없고요. 우리가 촬영 현장에서 “이게 진짜 같아?”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하고, 가짜 같을 때 엔지를 내는 거잖아요? 사실 우리는 다 가짜를 갖고 사기 치는 사람들인데, 관객이 극장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현실감을 가장 최전선에서 고민하는 장르가 저는 액션이라고 생각해요. 한준희 무슨 말씀인지 알 것 같아요. 류승완 오히려 호러는 장르만의 익스트림한 지점이 있어서 그 자체를 관객이 잘 받아들이고, 코미디도 배우가 연기로 잘 구현만 하면 현실과의 경계를 넘나드는 턱이 낮아질 수 있어요. 그런데 액션은 배우들이 진짜로 치고받을 수 없지만 진짜로 치고받는 것처럼 관객이 느껴야 해요. 그 안에서 관객이 품을 감정의 흐름까지 리드해야 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저는 어떻게 액션을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이 크죠. 답은 저도 모르고, 이전에 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으려 할 뿐이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데이터가 생기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실수한 것과 상대적으로 잘한 것들을 갖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취사선택하는 거죠. 한준희 이제 모두가 OTT, 특히 유튜브와 경쟁할 수밖에 없는 시대인데, 그렇다면 무엇이 영화적인지를 제 또래 감독들과 많이 이야기해요. <베테랑2>를 보면서는 오프닝에서부터 완벽한 블로킹에 반했고, 각 프레임이 어떤 정보를 어떻게 보여줄 건지를 컷 바이 컷으로 완성해가는 걸 보며 ‘맞아, 이게 영화였지’ 하고 느꼈어요. <밀수>를 볼 때도 그런 느낌이 있었거든요. <베테랑2>는 첫 시퀀스에서부터 완벽한 풀숏과 클로즈업이 등장하고, 언제 무얼 보여줄 것인지, 스코어는 어떻게 들어올 것인지, 배우가 어떤 대사를 할 때 프레임 인 아웃을 할 것인지가 명확하잖아요. 그 콘티뉴이티가 정확해서 좋았어요. 저는 흔히 말하는 ‘고전적’인 영화가 그런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정확하게 보여주는데 관객이 홀린 듯이 따라갈 수 있게 하는. 류승완 제가 유행을 못 따라가는 걸 수도 있죠. (웃음) 한준희 그런 부분이 오히려 사람들이 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준다고 생각해요. 지난해에 본 <서울의 봄>도 그런 영화였거든요. 그런 영화들을 선배들이 계속 찍어주시니 저희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요. 류승완 엄청난 칭찬을 듣네요. 결국 영화를 만든다는 건 무질서한 상태에서 출발해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만들 때, 세상에 없던 세상을 만드는 거잖아요. 이건 사실 신의 영역인데, 우리는 어쩌면 사이비종교 지도자 같은 걸 수도 있어요. 모든 스태프와 배우에게 나를 믿어달라고, 내 ‘구라’가 맞는다고 속여가면서 작업하니까요. 그래서 제가 유행을 못 따라가는 것 같은 지점들이 뭐냐면,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다보면 이상하게 가상선을 넘어갈 때 인물이 왼쪽을 보다가 갑자기 오른쪽을 보면 확 깨요. 한준희 저도 그렇거든요. 류승완 그런데 지금의 현대 관객들은 그걸 개의치 않죠. 이미 어려서부터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자기가 동영상을 찍은 세대들은 이미지너리 라인(imaginary line) 규칙 같은 것은 아무 상관을 하지 않는데, 저는 그게 그렇게 걸려요. 그리고 액션 장면에서 타격 위치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사람이 뛸 때 오른쪽에서 출발해 왼쪽을 향하는지 왼쪽에서 출발해 오른쪽을 향하는지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런 게 깨지는 걸 못 견디겠거든요. 자유롭게 찍어서 자유롭게 편집할 수도 있을 텐데 저는 좀 꼰대 같은 거죠. 그런 규칙을 위반하면 제가 막 사기꾼이 된 것 같으니까요. 물론 저도 이런 규칙을 넘어설 때가 있어요. 이를테면 조명 위치를 바꿀 수 없어 넘기는 경우도 있고, 어깨선을 오른쪽에 걸었다가 반대로 걸어야 하는데 같은 어깨만 걸고 찍거나 할 때가 있죠. 하지만 선배들이 쌓아놓은 클래식의 영향을 받아 최대한 규칙을 지키려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 거죠. 그래도 현대 영화 중에서 그런 규칙을 넘어서서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낸 영화를 볼 때 참 대단하다 싶어요.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지? 나는 왜 아직도 이렇게 보수적일까 되묻고요. 한준희 예전에 김성수 감독님이 제게 그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우리는 그런 규칙들을 좋아하고, 그게 맞는다고 생각하고, 배운 게 그런 것이다 보니 그 안에서 따박따박 잘해내는 게 중요한 거라고. 그게 장르고, 거기서 무언가를 해내는 게 재밌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감독님도 장인이시잖아요? 액션만이 아니라 계속 작품을 만드시고, 계속 무언가를 시도하시고, 좋은 의미로 관객과 세상이 원하는 경향과 항상 싸우시고. 저는 그게 작가고 장인이고 감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감독님 영화 속 특정 장면들이 늘 제 기억에 남아 있어요. 이를테면 시즌2에서 구교환 배우가 누군가를 잡으려고 야쿠르트 카트를 타고 쫓아가는 장면은 명백하게 <베테랑>의 오마주에 가까워요. 류승완 그 장면만의 독창성이 뛰어났기 때문에 연상이 안되는데요? 한준희 완전히 흉내내려 했던 거예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류승범 배우가 고깃집에서 뒤집고 싸우던 액션도 자주 떠올려요. 예상치 못한 상황과 공간에서 펼쳐지는 액션의 쾌감도 있지만, 주인공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이 신이 끝난다는 복합성이 지금도 어떤 액션 장면을 구성할 때 떠오르곤 해요. 그래서 제가 무의식중에 계속 감독님의 자장에 있구나 싶어요. 저희 세대는 사실 홍콩영화나 할리우드영화를 보고 자랐다기보다 한국영화를 보고 자랐기 때문에 그런 색이 묻어 있는 작품들이 너무 재밌어요. 류승완 내 영화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받아서 자기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을 만나는 일이 드문데, 그럴 때마다 참 신기해요. 선배들의 기분이 이랬겠구나,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는데, 그냥 한 건데 싶을 때도 있고. 저도 이제 경력이 좀 쌓인 감독으로서 앞으로 내가 영화를 만들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신경이 쓰여요. 누군가가 내 영화를 보고 극장 안에서 반응하는 것을 넘어 자신의 삶에도 영향받을 수 있겠구나 싶어서요. 그래서 더 신중해지려고요. 제 영화,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한 불만도 더 심플해졌어요. 물웅덩이에 비친 뼈가 탐나서 자기가 물고 있던 뼈를 놓치는 개처럼 저지른 실수들이 있거든요. 이제는 더 단순 명확하게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 숙제예요. 한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도 너무 궁금해요. 한준희 저도 경찰에 관한 무언가를 좀 쓰고 있습니다. 류승완 다른 거 해! (웃음) 한준희 저도 형사 얘기를 해보고 싶어서…. (웃음) 류승완 이 경쟁자들이…. 한준희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경찰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서요. 류승완 경찰 얘기는 진짜 매력 있죠. 이명세 감독님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만들 때 하신 이야기가 생각나요. 형사와 영화감독은 되게 비슷하다는. 형사가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의 실체를 추적하는 과정이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파고드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거죠. 저도 형사영화를 만들면서 비슷하게 느꼈어요. 한준희 또 하나 힌트를 얻네요. 류승완 그리고 제가 볼 때 형사들이 작성한 조서만큼 완벽한 기승전결 구조를 가진 시놉시스가 없어요. 기가 막혀! 그럼 다음 프로젝트는 영화인가요? 드라마인가요? 한준희 지금 쓰고 있는 중인데 어떤 형태로 갈지는 조금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단계여서요. 그리고 오늘 꼭 드리고 싶었던 말씀이 있어요. 제가 20년 전에 독립영화 워크숍에서 공부할 때 감독님이 그 워크숍 출신 중 가장 잘된 선배로 알려져 계셨어요. 류승완 저희가 한국독립영화협회 워크숍 동문이에요. 한때는 제가 잘나갔는데 지금은 한준희 감독이죠. 한준희 아닙니다. 그리고 10년 전 제가 전주국제영화제 기획팀 스태프였을 때 감독님의 이름이 박힌 기념품 가방을 제가 기획해서 만들었어요. 류승완 깜짝 놀랐어요. 근데 그 가방 남아 있나요? 한준희 그때 품절돼서 이젠 없을 겁니다. 오늘 이렇게 뵙게 돼서 성덕이 된 기분이에요. 너무 영광이고요. 저도 더 열심히 해서 감독님처럼 재밌는 영화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류승완 한준희 감독은 제가 길게 대화해보고 싶었던 젊은 감독이었고, 항상 작품을 보면서 응원했었어요. 공교롭게도 <밀수>의 두 주인공이 한준희 감독과 작업을 했었잖아요? (한준희 감독이 연출한 <차이나타운>에 김혜수 배우가, <뺑반>에 염정아 배우가 출연했다.-편집자) <밀수> 시사 때 한준희 감독이 두 배우에게 꽃다발을 전달하는 걸 보고 저 감독은 함께 작업한 인연을 되게 소중히 여기는 연출자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그래서 더욱 응원하게 됐고, 고마웠습니다. 한준희 감독의 경찰영화 너무 기대됩니다! 한준희 한번 잘 써보겠습니다!

BIFF #2호 [뉴스] 배우 심은경의 비프의 추억 外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붉은수염’이라는 이자카야가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산영화제) 기간에 행사가 마무리되면 다들 붉은수염에 모여 있었다. 근처에 촬영이 있을 때나 부일영화상에서 상을 받을 때 잠시 놀다 가라는 어른들의 연락에 붉은수염으로 향하곤 했다. 술 마시는 어른들 사이에서 ‘영화제는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는 거지?’ 라며 궁금해하던 시절이었다. 부산영화제를 제대로 체감한 건 2년 전이다. 감사하게도 미야케 쇼 감독님의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페셜 토크에 함께 자리했었다. 일본에서 영화를 봤을 때 무척 인상 깊었고 미야케 쇼 감독님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 주연을 맡은 키시이 유키노 배우와 회사가 같아 잘 알고 있어서 같이 대담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부산영화제에 출연작이 공식초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개막식 날 레드카펫에 오르며 ‘이 길을 걷는 데에 10년이 넘게 걸렸구나’ 싶었다.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페셜 토크 때 ‘관객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구나’ 하며 귀담아들었었는데 올해는 <더 킬러스> 관객과의 대화 일정을 앞두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고 만감이 교차한다. 이제는 붉은수염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더 기쁘게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알맞은 표현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의 칸영화제 같다고 생각한다. 평소 보기 어려운 좋은 영화들을 만날 수 있고, 여러 영화인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에서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을 봤던 때를 잊지 못한다. 다들 이 맛에 ‘피켓팅’ 하는구나 싶고. (웃음) 앞으로도 이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가고 싶다. 오세연 감독의 국이네낙지볶음 내가 부산 출신이라 사람들이 부산에 올 때마다 무엇을 먹어야 하냐고 엄청나게 물어 온다. 지난해 처음 가본 맛집이 있어서 꼭 추천하고 싶다. 밀면이나 국밥은 아무 데서나 먹어도 되지만 낙곱새는 여기다. 국이네낙지볶음의 낙곱새를 먹고 다른 집은 다 가짜고 여기만 진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을 알게 된 이후로 부산에 내려올 때마다 꼭 방문하고 가족들도 데려갔다. 중요한 건 낙곱새가 너무 맛있다고 다 먹어버리면 안 되고 적당히 남았을 때 우동사리를 꼭 추가해야 한다는것이다. 내가 밥에 비벼 먹는다고 냄비를 바닥내는 바람에 우동사리를 거절당해서 너무 속상했다. 수영역에 있으니까 체감상 해운대역보다도 가깝다. 영화와 영화 사이 두시간 정도 여유 있을 때 꼭 가보시길~! 가는 길 – 수영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분

BIFF #2호 [스코프] 바람과 함께 BIFF하다

전날에 이어 오늘도 BIFF 야외무대를 찾은 <전,란> 팀! 한층 편안해진 착장과 분위기로 제작 과정의 이모저모를 소개했다. 왼쪽부터 김상만 감독,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배우. 역시 조선 최고의 무신 집안 도련님다운 날카로운 사진 솜씨~! 박정민이 BIFF 야외무대를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그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도 우리의 최애인데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의 배우 다현, 진영, 조영명 감독(왼쪽부터). 하트가 세 개인 줄 알았겠지만, 다현의 배우 데뷔를 축하하는 팬들의 하트까지 더해 총 다섯 개! 배우로서 첫발을 내딛는 트와이스 다현. 영화제도, 야외무대인사도, 모든 것이 처음이지만 해맑은 미소와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 <청설>의 상큼한 3인방 노윤서, 홍경, 김민주 배우(왼쪽부터). 팬들의 요청에 새침한 표정으로 ‘볼하트’로 화답하는 친절한 홍경씨~! 비가 간간히 오던 흐린 날이었지만, 하늘색 가디건을 입고 햇살 같은 미소로 관객들의 질문에 답한 노윤서 배우 덕분에 오늘 영전은 하루 종일 맑음! <이별, 그 뒤에도>의 커피보다 더 깊고 쌉싸름한 눈빛이 그대로 부산의 심장을 관통하는 순간. 야외무대인사에 나선 사카구치 겐타로도 한 컷.

BIFF #2호 [인터뷰] 안녕과 행복을 잠시 빌려온 이들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박송열 감독

한창 전성기를 맞이한 유명 야구선수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선발 투수로 나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 상황상 키케 에르난데스의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감독은 류현진 선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팀의 승패를 염려하는 류현진에게 감독은 그의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 마디를 전했다. “너무 걱정 마.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새로운 월셋집에 이사 온 미주(원향라)와 영태(박송열)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지만 마음과 달리 현실은 버벅거린다. 300만 원이 없다는 이유로 동업자에게 버림받은 영태는 아내에게 ‘키케가 홈런을 칠 거야’ 라는 메시지만 덜렁 남기고 일하기 위해 떠난다. 녹록지 않은 상황 속에 키케가 되어버린 영태를 두고 박송열 감독은 “언젠가 영태가 홈런을 치기를, 꼭 성공해서 돌아오기를 바라는 미주는 홀로 자기만의 현실에 묵묵히 임하”지만, 장면 사이마다 불규칙하게 등장하는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은 영태의 안녕을 확신할 수 없는 미주의 불길한 상상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영태 부부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내 집 마련이 요원한 현실 속에서 두 부부에게 집은 안정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을 뜻한다. “미주와 영태는 여전히 월셋집에 머물지만 지난번보다 더 살기 좋은 환경을 갖췄다. 남들과 같은 평범한 소망을 꿈꾸는 것이다. 이 부부의 바람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들의 꿈이 어떤 사회적 환경을 딛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뉴스로 부동산 자율화를 언급했다. 이들은 각자의 삶에서 밖으로 빠져나가는 형식보다, 부부 안쪽으로 수렴하는 감정을 지향한다.” 전작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에서 등장하는 정희와 영태는 이번 작품에서 미주와 영태로 거듭났다. 일명 ‘영태 세계관’은 박송열의 페르소나처럼 보이지만 그사이에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진 않다. “<키케가 홈런을 칠거야> 의 영태 부부가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의 영태 부부냐고 묻는다면 다소 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싶다. (웃음) 작품을 세계관이라는 둘레에 묶는 순간 그 이후의 순간들이 발목 잡히는 것만 같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펼치고 싶다. 하지만 서로의 이야기 안에서 조각조각 모티브를 얻곧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