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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도 좋아> Free Talking, 조광희 vs 임상수(1)

<죽어도 좋아>의 제한상영 결정은, 잡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도 참 갑갑하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논리와 국면을 달리하면서 전개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한 99년부터 지금까지, 싸움의 내용이 똑같다. "체모와 성기 노출 때문에 못 튼다",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는 이 지겨운 공박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얘길 조금 달리 풀어보자는 취지로, 영화감독 가운데 독설이 심하다고 알려진 임상수 감독과 지금까지 영화계의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소송에 쉬지 않고 관여해온 조광희 변호사의 대담을 마련했다. 임 감독의 다음 영화 <바람난 가족>(가제)의 시나리오 작업을 '관리'하고 있는 명필름 심보경 이사가 대담 도중에 자리에 동참했다. 대담 기사에는 포함시키지 말라며 개인 의견을 개진했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 함께 넣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대담인 만큼, 남녀 성기에 대한 표현을 살리되 '♂지', '♀지'로 '모자이크 처리'했음을 미리 밝힌다. ■■■ 임상수(이하 임) :: :: 며칠 전 한 신문사에서 감독 데뷔기를 써달라고 연락이 왔어요. 바빠서 못 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내 데뷔기가 검열과의 투쟁이더라고. 98년에 <처녀들의 저녁식사> 필름을 지금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등급위)의 전신인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이하 공진협)에 냈는데, 그때 영화국장이 어떤 장면이 어떻다, 이런 말을 하는 거야. 그래서 삿대질하고 싸웠지. 헌법이 검열하지 말라는데 당신이 왜 관여하냐. 그뒤로 등급이 안 나오는 거야. 전에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 심의위원을 오랫동안 하셨던 아버지께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지. 이러시는 거야. 기기묘묘하게 뇌물을 주면 받을 것이고 받으면 해결이 될 것이다. (웃음) ■■■ 조광희(이하 조) :: :: 그래서? ■■■ 임 :: :: 계속 등급은 안 나오고, 결국 제작자 차승재가 그때 <유령> 작업실에 가서 편집기로 직접 자르더라고. 나중에 다 복원될 수 있게 해줄게, 하면서. 필름 자르는 제작자 옆에 앉아서 해삼탕하고 고량주 시켜 혼자 홀짝홀짝 먹고 있었지. 제작자는 자르고, 감독은 열 올라서 옆에서 술먹고, 희한한 풍경이었지. (웃음) 자르고 넣었는데 또 등급이 안 나와. 차승재가 혼자서 한번 더 잘라 넣고 등급을 받았지. 그리고는 차승재가 수완을 부려서 메인 상영관에는 자른 걸 틀고, 날개 극장에는 자른 걸 다시 붙여서 틀었지. ■■■ 조 :: :: <죽어도 좋아>는 어떻게 봤어요? ■■■ 임 :: :: 지루하게 봤어요. 지루하게 봤는데, 한 가지 충격이 나도 별 수 없이 저렇게 늙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딱 오더라고. 그 영화가 코미디처럼 안 느껴지고 되게 슬프게 다가오더라고. 그 영화 되게 괴상한 영화예요. 다큐도 아닌 것이, 극영화도 아닌 것이 세계 영화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괴상한 영화. ■■■ 조 :: :: 어제 아는 분이 식사하면서 말라르메 시구라며, '육체는 슬프다. 모든 책을 다 읽었건만' 나이든 분이 이런 말을 하시더라고. 그때 이 영화가 떠오르더라고. ■■■ 임 :: :: 한국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다니, 한국영화의 자산으로 여기려는 어른스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이걸 잘라서 훼손하고 못 틀게 하려는 건, 사회에서 밥깨나 먹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거지. 돈도 없고 젊은 감독이 이런 영화를 찍었으면 이걸 문화자산으로 품을 노력을 하기는커녕 훼손하려는 건 이해가 안 가. ■■■ 조 :: :: 아까 얘기로 <처녀들의…> 때도 이미 법이 바뀌어서 공진협은 등급만 매기도록 한 뒤인데, 어디어디를 자르라는 사인이 왔단 말인가요. ■■■ 임 :: :: 그게 놀라우면서도 핵심적인 거예요. 그렇게 법이 바뀐 뒤에 문제된 게 내 영화가 처음인 것 같아. 등급위원들도 당황하고 있었지. 정홍택씨 만났는데, 왜 삼각팬티 입으면 털이 넙적다리로 이어지는 남자 있잖아, 그걸 갖고 "야, 상수야, 그거 잘라야 되겠더라"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선생님, 수영장도 안 가보셨어요? 수영장 가면 그런 남자 천지인데, 그랬지. (웃음) 또 그때 박종원 감독이 등급위원이었는데, 내가 조수도 했고 조연출도 해서 찾아가 만났어. 왜 등급이 안 나오는 거냐, 물었지. ■■■ 조 :: :: 등급이 안 나왔다는 건…. ■■■ 임 :: :: 법적인 보류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보류를 한 거야. 박종원 감독 말이 자기가 이렇게 주장했다는 거야. 내부적으로는 어디어디를 잘라라 하는 식으로 요구하지 말자, 법이 바뀌었는데. 그러면서 '그렇지만 상수야, 너 이거 그대로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잖아' 그러더라고. (웃음) 그 논리는 그런 거야. 어디어디를 자르라고 말은 안 하겠는데 알면서 왜 그러니, 정리 해와라. 그때 충격받았어. <구로아리랑> 때 가위질 당해서 영화가 개판이 된 사람인데. 그때 내가 연출부였고. ■■■ 조 :: :: 김수용 위원장도 같은 맥락이네. ■■■ 임 :: :: 나도 질문을 던지고 싶어. 당신도 한다 했던 감독인데, 당신 영화를 온전하게 볼 수 있냐 이거야. <허튼 소리>가 문제돼서 영화계를 떠났던 적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영화가 문제될 이유가 없어. 그런데도 영화공부하는 사람들, 후배 감독들이 보려야 볼 수가 없어.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 조 :: :: 세월이 지나면 다 수용할 수 있는 걸 텐데.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2)

짧은 에피소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TV시리즈와 달리, 극장용 <파워퍼프 걸>은 이처럼 단순한 스토리에 기대어 87분을 끌어간다. 사고뭉치 조연들이 빠진 빈자리를 메우는 요소는 스크린에 걸맞게 파워있는 액션. <파워퍼프 걸>은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나면 미련없이 번개처럼 번쩍이는 액션 시퀀스로 돌진한다. 파워퍼프 걸이 난생처음 술래잡기를 하던 날, 파스텔톤의 아담한 도시 타운스빌은 이 괴력의 소녀들에게 고스란히 희생제물이 된다. 빌딩이 꺾이고 천지가 진동하는, TV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파괴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파워퍼프 걸>은 줄줄이 뚫린 빌딩 구멍 사이로 뛰어노는 세 꼬마를 보여주는 독특한 시점을 취하면서, 타운스빌을 강타한 비극과 어이없는 아이들 장난을 균열없이 이어나간다. <파워퍼프 걸>의 감독 크레이그 매크라켄이 "열정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임을 져라"라는 카툰 네트워크의 자유로운 풍토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런 구성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펼쳐지는 현실적인 이야기 <파워퍼프 걸>의 감독 크레이그 매크라켄은 칼 아츠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서른한살의 젊은 애니메이터다. 그는 92년 초능력 소녀들과 녹색 피부의 갱단, 아메바 삼형제가 등장하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우패스 걸>이라는 제목을 가진 이 두편의 에피소드가 바로 <파워퍼프 걸>의 전신. 카툰 네트워크는 여자아이들을 사로잡을 만한 캐릭터와 TV애니메이션의 변화를 반영하는 깜찍한 액션에 주목해 98년부터 시리즈를 방영하기로 결정했다. 매크라켄은 카툰 네트워크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덱스터의 실험실>을 연출하고 있었고, 이 시리즈를 함께 만든 겐디 타르타코프스키가 <파워퍼프 걸>에 참여했다. <파워퍼프 걸>은 재능있는 두 애니메이터의 실험정신이 에피소드마다 밀봉돼 있는 시리즈다. 시장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왜 웃는 거지?>는 <파워퍼프 걸>이 갖는 매력을 농축해 보여주는 에피소드. 모조 조조에게 납치당한 시장님은 파워퍼프 걸에게 구조된 뒤, 그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는다. 20분 중 2분 조금 넘는 시간을 암흑으로 처리한 기법도 특이하지만, 더욱 파격적인 것은 화자에 따라 내용과 스타일을 바꾸는 구성이다. 정의감 넘치는 블로섬이 화자가 될 때는 조명이 분명하게 대비되는 배경 속에 카리스마 넘치는 세 영웅이 시장님을 구조한다. 버터컵으로 시점이 넘어가면 아동용으로 버전을 바꾼 쿵후영화의 분위기가 되며, 버블은 크레파스로 그린 듯한 질감에 어린아이다운 산만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매번 이런 식이다. 모조 조조가 타운스빌 시민들을 몽땅 강아지로 바꿔놓는 에피소드에선 내레이터마저 '멍멍'하며 짖는 것이다. 매크라켄은 <파워퍼프 걸>을 보편적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려 했다. "우리는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 매크라켄은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배트맨> 시리즈를 볼 때 부모가 함께 웃곤 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배트맨>의 박쥐 마크 대신 분홍색 하트 마크가 비상사태를 알리는 것이나, 미스 벨럼을 중심에 둔 성(性)적 농담은 매크라켄이 성인 시청자를 염두에 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렇더라도 <파워퍼프 걸> 시청자의 58%가 남자아이들이라는 결과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카툰 네트워크는 <우패스 걸>의 캐릭터를 재패니메이션에 길든 아이들도 친숙하게 느끼도록 바꾸라고 요구했다. 애니메이터의 창의력을 존중하지만, 매회 50만달러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는 통로는 열어놓겠다는 의지였다. 결국 <파워퍼프 걸>은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 비현실적 세계에서 펼쳐지는 놀랍도록 현실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호평을 얻으면서 높은 시청률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극장판에서 탈락한 조연들 퍼지 럼킨: 산 속 오두막에 혼자 살면서 누구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퍼지 럼킨은 슈렉과 닮은 캐릭터. 고독을 달래줄 벤조와 자기 한몸 수호할 장총만 있다면 세상에 부족할 것이 없다. 잠깐 시장이 되는 바람에 욕심을 부리기도 했지만,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해될 것 없는 분홍색 시골총각. 갱그린파: 제각기 다른 모습을 지녔지만 초록색이라는 공통점으로 모인 스트리트 갱. <파워퍼프 걸>의 전신인 <우패스 걸>에 등장한 최초의 악당이지만, 아깝게도 극장판에는 등장하지 못했다. 가는 곳마다 행패를 부리는 갱그린파는 사실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조무래기다. 아메바 삼형제: 애타게 악당이 되고 싶어하지만 재능도 지능도 없는 탓에 일이 그리 잘 풀리진 않는다. 모조 조조의 도움을 받았을 때도 결국 파워퍼프 걸의 놀림만 받다 끝나버린 비운의 악당들. 이들이 전파하는 바이러스 역시 아메바 삼형제처럼 모자를 쓰고 말이 많다. 하미: 미국판에선 'Him'이라고 불린다. 워낙 무섭기 때문에 이름을 부르면 "심장이 멎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 남자와 여자의 목소리를 번갈아 내며 바닷가재의 집게발을 휘두른다. 파워퍼프 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악당. 크레이그 매크라켄은 애니메이션 <옐로우 서브마린>에서 하미의 모티브를 얻었다. 강도 삼인조: 깜찍한 <파워퍼프 걸>에서 가장 '언더그라운드' 같다고 할 수 있는 못생긴 강도단이다. 은행과 보석이 주요 타깃. 털이 난 다리와 큰 키에도 불구하고 파워퍼프 걸로 변장한 적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파워퍼프 걸 자신마저 친구들과 강도 삼인조를 구분하지 못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1)

"괴상한 여자애들이 도시를 파괴하다!" 카툰 네트워크의 간판 프로그램 <파워퍼프 걸>이 스크린을 습격했다. 타운스빌을 수호하는 꼬마 영웅들, 가끔은 우주까지 뛰쳐올라가 지구를 지키는 여섯살배기 귀여운 소녀들이 수십배나 커버린 모습으로 "용서할 수 없어!"를 외치는 것이다. TV에선 볼 수 없던 속도와 스케일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건물을 때려부수는 파워퍼프 걸. 이번엔 평면적인 배경을 벗어나 3차원의 깊이를 가진 우주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자아이들 양말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색깔"로 채색된 <파워퍼프 걸>은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서 결코 오만하거나 복잡해지지 않았으니까. 98년 방영을 시작한 이래 전세계 아이들과 그 부모마저 사로잡은 신기한 애니메이션 <파워퍼프 걸>. TV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괜찮고, TV시리즈를 봤다면 더욱 재미있을 극장판 <파워퍼프 걸>이 힘찬 걸음으로 한국에 상륙했다.편집자 아니, 이 꼬마들은 누구지? 분홍색과 하늘색, 초록색 광선을 무지개처럼 붙이고 하늘을 나는 세 꼬마, 손가락도 발가락도 없는 2차원 캐릭터 주제에 스크린 무서운 줄 모르는 파워퍼프 걸을 본 어른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정지동작만 연이어 붙인 액션과 누구든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배경을 보면 잠시 재개봉 영화일 거라고 짐작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파워퍼프 걸>은 14개국에서 방영된 카툰 네트워크 최고의 TV시리즈를 극장판으로 버전업한 최신 장편애니메이션. CD 케이스와 시리얼 박스, 마우스패드, 열쇠고리 등을 장식하며 10억달러 넘는 캐릭터 상품 수입을 올린, 'TV애니메이션의 <스타워즈>'라 할 만한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행복한 도시 타운스빌을 지키는 파워퍼프 걸이 없다면 수백만 부모들은 수천만 아이들의 오후를 어떻게 지켜야 할까 고민에 빠지고 말 것이다. 10억달러 벌어들인 TV애니메이션의 <스타워즈> "잘 시간이 되기 전에 지구를 구해라!" <파워퍼프 걸>의 미국 내 광고문구는 결코 농담이 아니다. 유토늄 박사가 설탕과 향신료, 온갖 좋은 것들을 넣어 보글보글 끓이다가 사고로 정체불명의 화학물질 케미컬 X를 첨가해 만든 파워퍼프 걸은 고작 여섯살배기 꼬마들에 불과하다. 빨간머리 분홍 원피스의 블로섬과 노란머리 하늘색 원피스의 버블, 검은머리 초록 원피스의 버터컵. 이 아이들은 우유와 쿠키를 먹은 뒤 낮잠을 자야 하고, 바퀴벌레를 보면 "살려줘!" 하며 비명을 지르는 유치원생인 것이다. 박사님이 외출할 때면 베이비시터까지 붙여야 하는데, 파워퍼프 걸은 어쩌다 타운스빌을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떠맡게 됐을까? 극장판 <파워퍼프 걸>은 TV가 과감하게 생략하고 시작한 파워퍼프 걸의 탄생으로 거슬러올라 그 해답을 보여준다. ★★★ 블로섬이름: 블로섬 주성분: 온갖 좋은 것 캐릭터 설명: 블로섬은 파워퍼프 걸의 리더다. 시장님의 비상전화를 받거나 작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블로섬의 주된 임무. 유치원에서도 헤드폰을 끼고 중국어 공부를 하는 모범생이다. 블로섬은 박사님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탓에 초능력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충고를 곧이곧대로 따른다. 이 때문에 파워퍼프 걸은 뜻하지 않게 악당 모조 조조의 하수인이 되고 만다. ★★★ 버블 이름: 버블 주성분: 설탕 캐릭터 설명: 버블은 겁많은 소녀. 어둠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밤에도 불을 살짝 켜줘야 잠들고, 터프한 버터컵에게 밀려 자주 장난감으로 얻어맞곤 한다. 그 때문에 바퀴벌레나 좀비처럼 특별히 징그럽게 생긴 악당들만 보면 도망간다는 약점이 있다. 악당이라도 귀엽게만 생겼다면 잠시 전투의지를 버리는 것 역시 타고난 약점. 대신 다람쥐와 대화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이 있다. ★★★ 버터컵 이름: 버터컵 주성분: 향신료 캐릭터 설명: 버터컵은 자다가도 주먹을 휘두르는 터프한 매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샌드백. 여자아이답지 않게 쌍절곤 같은 무기 이름도 줄줄이 외우고 있다. 싸울 때 가장 힘이 솟는 버터컵이지만, 가끔 힘을 제어하지 못해 타운스빌 파괴의 주범이 되곤 한다. 파워퍼프 걸이 태어나기 전, 타운스빌은 <배트맨>의 고담시를 방불케 하는 생지옥이었다. 이 도시 교외에 사는 천재 과학자 유토늄 박사는 범죄자들이 판을 치는 타운스빌에 절망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소녀들을 만들어 위안을 얻으려 한다. 설탕처럼 달콤하고, 향신료처럼 톡 쏘며, 온갖 좋은 것들이 들어 있어 착한 아이들. 그러나 실험실 원숭이가 케미컬 X를 쏟는 바람에 파워퍼프 걸은 엄청난 파워와 레이저 빔을 가진 슈퍼 소녀로 태어나고 만다. 그래도 기쁘기만 한 박사님은 쟁반만한 눈동자를 굴리며 키득대는 아이들에게 빠져 다른 사람들은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깜빡 잊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이 사고의 시작. 천진난만한 파워퍼프 걸은 술래잡기를 하겠다며 도시 전체를 폐허로 만들고, 죄책감에 시달린 나머지 연속해서 더 큰 사고를 치다가, 박사님과 타운스빌을 구하는 영웅이 되기에 이른다. ★★★ 박사님 이름: 유토늄 직업: 박사님 캐릭터 설명: 끊임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천재 과학자. 하룻밤 사이에 파워퍼프 걸을 만들 정도로 똑똑하지만, 실험용 원숭이가 악당 모조 조조가 됐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무심한 면도 있다. 하지만 파워퍼프 걸에겐 세상에서 가장 자상한 아버지다. ★★★ 시장님 이름: 시장님 직업: 시장님 캐릭터 설명: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파워퍼프 걸에게 전화만 하면 되고, 무슨 일을 해야하는지 모르면 미스 벨럼이 가르쳐준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푸들 도자기 인형"과 온갖 보석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재력도 상당한 듯. 모자를 목숨처럼 아낀다. ★★★ 모조 조조 이름: 모조 조조 직업: 악당 캐릭터 설명: 타운스빌에 있는 화산 꼭대기 전망대에 사는 악당. 출연 빈도가 높아 악당 중 가장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 만든 함정에 걸려 강아지가 되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 파워퍼프 걸의 임무를 돕는 것. 한국에선 아직 방영되지 않은 시즌 중 무책임한 시장님 때문에 파워퍼프 걸의 베이비시터 노릇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 이전 페이지 기사처음 다음 페이지 >>>

영화가 낳은 장선우 감독의 시편 11(2)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꽃 달린 배타고 나는 가요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만 데리고 나는 가요포다 섬 가는 길. 금강경 한줄이 하늘가에 걸렸어요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모래꽃 그이는 모래꽃나쁜 아저씨에게 총 맞고 죽어버렸어요열빵쯤 배에 총알 맞고산호사 모래밭에 얼굴파묻고 쓰러졌어요저는 나쁜 아저씨들에게 끌려갔어요모래꽃 밟으며… 끌려가던 모래 위엔 바람을 이기려고 낮게 낮게모래꽃이 피었어요피안개 눈앞을 가로막는데노란 모래꽃이 멀어져 갔어요. --- 해인(海印) 데이터의 바다삼라만상을 비추는 모니터그 속에서 당신이란 데이터는왜 지워도 지워도 다시 뜨는지요 휴지통을 비워도 왜 당신은 뜨는지요해인삼매모든 상은 공하다던데 당신도 어차피 데이터일 뿐인데…. --- 금강경소(金剛經疏)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하자 이 말은 사실인가?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너라는 건 있지 않고 사랑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나는 너를 미워했다 라고 하자이 말은 진실인가?이 말은 진실이 아니다너라는 건 있지 않고 미워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너를 미워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자기라는 생각도 살아 있다는 생각도개인이라는 생각도 개체라는 생각도생각하고 있다는 생각도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도 없는데 너를 사랑했다는 말은 너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고 너를 미워했다는 말은너를 결코 미워하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그래서 너를 미워했다고 말하는 것이다그래서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는 것이다. --- 티어스틱 --- 눈을 맵게 하여 눈물 흘리게 하는 티어스틱그 때문에 은경이는 많이도 슬피 울었습니다무엇을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그렇게 그녀는 울었나요?영영 떠나가는 그이를 위하여 울었나요? 아니면 그녀 자신을 위하여영화를 위하여 영화를 볼 이들을 위하여아니면 말 못하시는 엄마 아빠를 위하여 모래꽃을 위하여 바다를 위하여 하늘을 위하여…그렇게 슬피 울었나요?아니요 사실은 그 아무것도 위하여 울지 않았어요그냥 티어스틱 때문일 뿐그래서 은경이는 더더욱 서럽게 울었읍니다그날 저녁 은경이는 김치찌개 시켜 밥 두 그릇 뚝딱그리고 계란 후라이 다섯개 혼자 시켜 먹어치웠습니다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안녕히 가세요.jsw020903 --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

인권, 생각해 보셨습니까?

박광수·이현승·여균동·박찬욱·정재은·송해성, ‘차별’ 주제로 단편영화 제작충무로 감독들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 이하 인권위)가 손잡고 옴니버스 형식의 인권영화를 만든다. 박광수, 이현승, 여균동, 박찬욱, 정재은, 송해성 등 여섯 감독이 대표선수. 주제는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이며, 감독들은 성별, 종교, 사상, 성적 지향 등 인권위가 법으로 명시하고 있는 18가지 차별 유형 중 하나를 택해서 각각 10분 길이의 단편영화를 만들게 된다.인권위는 9월12일 “과거에 비해 인권상황이 진일보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들의 인권 감수성은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영화가 대중들이 접근도가 높은 매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기획 배경을 밝혔다. 어느 감독이, 어떤 소재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을 끌지만, 아직은 변수가 많아 미정인 상태. 대략의 윤곽만 드러나 있다.이현승 감독은 외모지상주의 등 여성이 겪는 사회적 편견을 다루고, 박찬욱 감독은 이주노동자를 그리되 다큐멘터리식으로 풀어낼 예정. 이들 중 여균동 감독은 가장 앞서 있다. 이미 <대륙횡단>이라는 제목까지 뽑았을 정도다. 두 다리를 못 쓰는 장애인이 광화문에서 기발한 시위(?)를 벌이는 이야기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은 감독은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둘러싼 상황을 그릴 예정이고, 가장 먼저 참여의사를 밝힌 박광수 감독과 맨 마지막에 합류한 송해성 감독은 조만간 소재를 정할 것으로 보여진다.이번 프로젝트의 산파는 인권위에서 일하고 있는 남규선씨다. 1991년 앰네스티 창설 3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던 인권영화에 관한 단편영화 모음이 단초가 됐다.앰네스티 프랑스 지부가 중심이 된 이 프로젝트는 <망각에 반대하며>라는 제목으로 장 뤽 고다르, 알랭 레네, 샹탈 애커만, 베르트랑 타바르니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이 참여해 주목을 끌었는데, 당시 민가협 총무로 활동했던 남씨는 한국의 양심수를 다뤘던 코스타 가브라스로부터 테이프를 건네받고서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를 꾸려보겠다”고 계획했다고 한다. 여균동 감독의 <외투>(1995)와 <내 컴퓨터>(1999) 등을 기획한 것은 돌아보면 일종의 워밍업.현재 인권위의 계획에 따르면, 여섯 감독들의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는 대로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가 연말까지는 제작을 마칠 예정이다. 6편의 단편영화 제작을 책임질 이진숙 프로듀서는 “영화가 완성되면 일단 영화제 중심으로 출품을 계획하고 있으며, 좀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극장 개봉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편당 제작비는 5천만원. 영화진흥위원회가 후반작업 지원을 약속했고, 필름을 지원받기 위한 교섭도 따로 진행 중이다. 인권위쪽에서도 <망각을 반대하며>의 제작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가 차질없이 굴러가도록 애쓰고 있다. 선의가 더해져 결실을 맺었으면, 하는 바람은 비단 프로젝트에 참여한 감독들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이영진

[베이징 리포트] 왕가위 신작은 대체 언제?

새 영화 , 촬영 중단되었다는 소문 속에 인터넷으로 공개된 사진 화제 눈썰미 있는 관객이라면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은밀한 만남을 가졌던 방의 호수가 ‘2046’호였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왕가위 감독의 열혈팬들은 아마 그 시점부터 을 손꼽아 기다리지 않았을까. <화양연화>가 공개되기 전인 지난 1999년 4월 크랭크인한 은 현재 알려진 바로는 촬영 중단 상태이다. 촬영 전부터 다양한 국적의 배우 기용과 왕가위 최초의 SF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은 그동안 왕가위와 주연배우인 일본의 스타 기무라 다쿠야의 불화설, 예정된 촬영기간을 훌쩍 넘겨버린 왕가위의 연출방식에 대한 투자자와 배급업자들의 노골적인 불만표시 등으로 오리무중에 빠져 있었다.이제는 언론뿐만 아니라 왕가위 팬들의 구미 또한 돋우지 못하던 이 최근 인터넷상에서 공개된 사진으로 다시 한번 중국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중국의 전통의상인 치파오(旗袍)를 단아하게 차려입은 장만옥으로 <화양연화>에서 수차례 봐왔던 이미 익숙한 그 모습이다. 이 사진을 두고 과 관련된 영화인들의 의견이 분분하다.우선 왕가위 감독 본인은 공개된 사진에 대해 “만약 노출된 극중 사진이 있다면, 단지 사용될 캐릭터와 의상을 시험삼아 찍어본 것 중 하나일 것이다”라고 일축해버리고 있다. 하지만 이전 <화양연화>가 상영되었을 당시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왕가위는 “<화양연화>와 의 촬영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두 영화의 줄거리는 약 100년의 시차를 가진다. 이러한 두 영화를 고루 돌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치 동시에 두명의 여인을 사랑하게 된 것과 같다. 앞으로 두편의 영화가 한편의 영화로 보여지는 것이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편의 영화가 서로의 요소를 가지고 있고, 인물과 줄거리가 연계되어져야 하지 않을까?<화양연화>가 ‘상하이’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은 ‘홍콩’ 이야기를 다룰 것이다”라며 두 영화의 연관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기무라 다쿠야와는 달리 출연이 확실시되는 양조위 또한 “에서 처음으로 미래를 배경으로 삼는 캐릭터를 연기하겠구나 생각했지만 최근에 이라는 책에 몰두하는 60년대 작가를 연기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혀 두 영화의 연계성을 암시했다.은 양조위 외에 이른바 ‘왕가위 사단’이라 불리는 왕비, 장진, 유가령 외에 장만옥, 그리고 대륙 배우로서는 유일하게 장쯔이가 가세할 예정이다. 한국 배우들의 출연도 점쳐지는데, 기무라 다쿠야의 중도하차 소식 즈음 이미지가 비슷한 원빈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였다. 이들 중 양조위, 왕비, 장진 등은 올 초 제작된 중국의 설 특선영화(賀歲片)인 <천하무쌍>(天下無雙)에서 먼저 호흡을 맞추었는데, 이는 <동사서독>(東邪西毒) 바로 직전에 제작된 영화 <동성서취>(東成西就)의 사례와 비견된다. 왕가위가 제작하고 유진위가 감독한 가벼운 코믹물인 <천하무쌍>은 을 애타게 기다리는 관계자와 팬들을 위한 왕가위의 전략이 느껴지는 작품이다.한편 이번에 공개된 사진에 대해 제작을 맡고 있는 홍콩의 택동(澤東)영화사쪽은 “우리는 어떤 언론매체에도 이러한 사진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사진의 진원을 부인하고 있다. 현재 중단 상태인 촬영일정에 대해서는 "잠시 준비 상태 중이다. 많은 정보를 노출시킬 순 없다. 왕가위의 스타일을 잘 알지 않는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 계획이 없다는 건 아니다. 배우들의 안배 등 구체적 내용은 모두 정하고 있는 중이고 모든 결정에 대한 변수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왕가위가 반드시 을 찍으려 한다는 것이다. 늦어도 10월 중에는 촬영을 재개할 예정이다”라고 말하고 있다.지난 5월 개최된 칸영화제에서는 개봉에 앞서 <화양연화>의 미공개 필름이 수록된 <화양연화2001>이 공개되었으며 필름 견본시에서는 의 판권 예매가 이미 시작되었다. 공개시점을 2003년 5월로 못박아 많은 영화상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을 내년 칸영화제에서는 볼 수 있을까? 언제나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인 왕가위에게 큰 기대는 걸지 말아야 할 것이다.베이징=이홍대 통신원

[현지보고] 제2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2]

9·11을 둘러싼 다른 세계의 반응상영작 편수가 워낙 방대한 만큼, 화제작이나 베스트 목록에 오르내리는 영화도 천차만별. 바다에 둘러싸여 고립된 아이슬랜드, 가업인 수산가공업을 이어가려는 아버지와 자식들의 갈등과 <셀레브레이션> 못지않은 가족사의 파국을 통해 아이슬란드의 현재를 담아낸 <바다>부터 뉴욕의 전화박스에서 자신의 위선을 폭로하기를 종용하는 괴전화에 시달리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조엘 슈마허의 스릴러 <폰 부스>까지, 변방의 예술영화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아우른다. <프리다>의 히로인 셀마 헤이엑과거 터키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파헤친 에고이얀의 <아라라트>는 가장 규모가 큰 갈라 스크리닝의 첫 영화이자 공식 개막작으로 화제에 올랐으며, 그 밖에 디파 메타의 <발리우드/할리우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과거 없는 남자>, 켄 로치의 <스위트 16>,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 불명>, <프리다> 등이 인기를 끌었다. 칸에서 외면당했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심리극 <스파이더>, 선댄스에서 격론의 대상이 됐던 구스 반 산트의 <제리> 등은 토론토에서 호평과 함께 복권의 행운을 누리기도. 10대의 무차별 총기난사사건을 다룬 마이클 무어의 <컬럼바인을 위한 볼링>, 히틀러의 여비서의 기억에 바탕한 오스트리아 감독 오트마 슈미더러의 <블라인드 스팟: 히틀러의 비서> 등의 다큐멘터리도 호평받았다.프로그램이 프로그램인 만큼, 영화 관련 미디어 및 평론가들의 호응도 대단하다. <내셔널 포스트>와 <글로브 앤 메일> <토론토 스타> 등 현지 주요 일간지들은 거의 매일 영화제 관련 섹션을 발행하며 화제작의 리뷰와 감독들, 할리우드 스타들의 동정을 보도하고, 케이블TV인 <로저스TV>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24시간 영화제의 이모저모를 방송하고 있다. 너무 많은 기자와 평론가들이 몰리는 바람에 미디어 및 산업관계자 시사회 문전에서 걸음을 되돌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파 프롬 헤븐>의 시사회에서는 미처 들어가지 못한 로저 에버트가 격노해서 소리를 지르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스위티 16> <컬럼바인을 위한 볼링> 영화제가 중반으로 접어들 무렵, 신문과 뉴스를 도배한 9·11 1주년을 맞이해 공개된 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제작. 프랑스의 프로듀서 알랭 브리냥이 제작하고,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영국의 켄 로치, 프랑스의 클로드 를르슈 등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11명의 감독들이 11분 9초 1프레임에 담은 9·11에 대한 단상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이미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됐으며, 특히 미국 언론으로부터 ‘안티 아메리카’라는 낙인을 받기도 했다. 토론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일부 기자들은 정치적이다, 반미국적이다 등등의 의문을 제기했지만, “TV를 도배했던 미국의 비극과 그들만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9·11을 둘러싼 다른 세계의 반응을 담고 싶었다”는 프로듀서의 말대로 영화는 11명의 작가 각자의 사회적, 문화적 이해에 바탕한 갖가지 폭력과 편견에 대한 우화에 가깝다. 많은 공감을 얻어낸 미라 네어의 영화는 9·11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 지하에서 소방관을 돕다가 유명을 달리했으나 사체가 발견되기 전까지 테러리스트 취급을 당했던 아랍계 청년의 가족들의 실화를 다루며, 2차 세계대전 뒤 사람이 아닌 뱀을 흉내내며 살아가는 군인의 이야기인 이마무라의 영화는 “신성한 전쟁은 없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오아시스>, 베니스 여세 몰아 관심 집중한편 내셔널 시네마 부문에 소개된 한국영화 10편에 대한 반응도 흥미롭다. “지난 15년간 계속된 내셔널 시네마는 헝가리, 인도 등 북미를 비롯해 서구 문명이 잘 알지 못하는 영화들의 세계에 주목해왔다”는 페스티벌 디렉터 피어스 핸들링은, “중국이나 대만에 비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국영화는 지난 2년간 젊은 감독들의 참신하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특별전을 하기에는 적기”라며 한국영화 프로그램을 마련한 배경을 밝혔다. 한국영화 가운데 유일하게 2천석 이상의 규모인 갈라 상영작에 선정된 <취화선>에 대해서는 “예술가에 대한 보편적인 진술일 뿐 아니라 지금껏 알지 못했던 한국사를 한 예술가의 삶에 겹쳐 보이는” 웰 메이드 영화로 갈라에 충분했다고 언급하기도.중년의 기혼남녀의 불륜을 통해 관계에 대한 탐색을 보여주는 박기용 감독의 <낙타(들)>은 <글로브 앤 메일>에서 <과거 없는 남자>와 나란히 별 세개 반의 평점을 받고 공식 데일리에서도 따로 언급되는 등 비평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과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 김기덕의 <나쁜 남자> 등은 <취화선>과 더불어 감독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작품들이다. 공식상영에서 매진을 기록했던 <고양이를 부탁해>와 <집으로…>는 특히 관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고양이를 부탁해>는 20대 전후의 젊은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으며, <집으로…>의 Q&A에서는 비전문배우인 김을분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지기도. <죽어도 좋아>는 토론토에서도 만나기 쉽지 않은 독특한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현지 한국계 중년 관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영화제 후반에 배치된 <오아시스>는 11일 현재 아직 상영되지 않았지만,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수상과 함께 호의적인 리뷰와 많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전부 혹은 전무>의 공식 상영장에 나타난 마이크 리가 “정말 방대하고 큰 영화제, 특히 관객의 열정이 대단한 영화제”라고 말했던 것처럼, 토론토영화제의 가장 매력적인 장점은 관객의 축제라는 것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혼자 달려온 20대 여성 관객부터 어린아이를 대동한 가족들, 십수편의 티켓을 끊었는데 <고양이를 부탁해>의 상영에 지각해서 못 들어갔다며 안타까워하던 노부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상영관 주변에 굽이굽이 줄지은 광경을 매일 접할 수 있다. 마음에 든 영화에는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고, 상영 뒤 감독과의 대화 시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꼼꼼히 질문을 던지는 열기는 부산국제영화제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토론토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이라면 비경쟁이라는 것”이라는 핸들링은, “경쟁영화제는 결국 상이 중요한데, 심사위원이라고 해봤자 9명 정도가 아닌가. 그들이 어떤 영화가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것과 달리 토론토에서는 수천명의 관객이 심사위원”이라며 관객을 위한 영화제임을 재차 강조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줄을 선 채 영화에 대한 수다를 나누고, 그러다가 부부의 연을 찾는 커플이 있는가 하면 달라스에서 날아온 부부와 현지의 관객이 친구가 되어 매년 영화제에서 다시 만나는 것 같은 일이 빈번할 만큼 관객이 즐기는 영화의 축제. 하루에 5∼6편을 몰아봐도 상영작의 절반도 볼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와 함께, 각국의 영화가 담아내는 다양한 세상의 표정을 진심으로 즐거이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이야말로 토론토영화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힘만 같다. 토론토=황혜림 blauex@hani.co.kr▶ [현지보고] 제2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1]

커다란 눈망울,뿌리칠 수 없는 절대매력 <파워 퍼프 걸>

■ Story 바람 잘 날이 없는 도시 타운스빌의 과학자 유토늄 교수는 설탕과 향신료, 그리고 온갖 좋은 것들을 넣어 아주 예쁜 꼬마들을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실수로 케미컬X가 이 속에 떨어지면서 엄청난 힘을 가진 세 명의 소녀가 탄생한다. 유토늄 교수에 의해 블로섬, 버블, 버터컵으로 이름지어진 이들 파워퍼프걸들은 학교에 간 첫날 자신의 막강한 힘을 제어하지도 못하고 온 도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타운스빌의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 이 철부지 소녀들은 돌연변이 악당 조조의 꾀임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지구 파괴계획을 돕게 된다. ■ Review 국내 케이블TV와 공중파 방송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세 명의 깜찍발랄 소녀들이 스크린으로 날아왔다. 영화화된 TV시리즈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파워퍼프걸>의 영화 버전 역시 독립된 장편영화 보다는 시리즈의 특별 에피소드 쪽에 가깝다. 이 영화 버전은 그동안 시리즈를 보던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기던 블로섬, 버블, 버터컵의 '출생의 비밀'과 이들이 어떻게 악당들로부터 타운스빌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렇다고 모든 궁금증이 풀린다는 얘기는 아니다. 도대체 설탕과 향신료 따위로 어떻게 소녀들을 만들 수 있으며, 케미컬X라는 물질은 무엇인지, 타운스빌에는 왜 그리 악당들이 들끓는지, 모조 조조는 왜 그렇게 나쁜 짓만 연구하는지 등등을 설명하지 않은 채, 이야기는 뻔뻔스럽게 진행된다. 이런 점은 TV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녀들에게 허구한 날 두들겨맞는 모조 조조는 왜 감옥에도 갇히지 않은 채, 항상 재기를 노릴 수 있는지, 가끔씩 얼굴을 비추는 타운스빌의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매 에피소드마다 무참히 파괴되는 타운스빌의 건물들은 어떻게 금세 새 건물로 변신하는지(이는 <마징가 Z>를 보면서도 궁금했던 점이기도 하다) 등 <파워퍼프걸>의 세계를 논리로 짜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허술한 듯 보이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파워퍼프걸>에는 누구라도 결코 뿌리칠 수 없는 절대적인 매력이 있다. 얼핏 곤충을 연상케할 정도로 커다란 눈망울의 소녀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 이 소녀들의 매력은 굵은 외곽선으로 과장스럽게 묘사된 앙증맞은 캐릭터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 꼬마들은 악당을 만나면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지만, 일상 생활에선 취학을 앞둔 또래 아이들과 똑같이 살아간다. 어른들로부터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고, 샘이 많으며, 늘 미숙한 행동을 하지만 뭔가를 계속 깨달아나가려 한다는 점 말이다. 이들 세 소녀들의 꾸밈없는 세계를 엿보면서 행복한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이미 TV를 통해 파워퍼프걸들과 행복하게 지냈던 팬이라면 이 영화에 좀 불만을 가질지도 모른다. 영화를 통해 이들을 처음 만나는 관객을 의식했던 탓인지, <파워퍼프걸>은 날고 부수고 때리는 무용담에만 주된 초점을 맞췄다. 때문에 캐릭터에서 비롯되는 맛깔난 재밋거리는 부족한 편이다. 또 성인까지 충분히 포괄하는 내용을 담았던 TV물과 달리 극장판은 어린이들에게만 초점을 맞춘 듯, 지나치게 단순하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소녀의 귀여운 모습을 이토록 큰 화면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문석 ssoony@hani.co.kr

희미한 홍콩액션의 흔적,<버추얼 웨폰>

■ Story 란(서기)과 아군(조미)은 부모가 살해당한 뒤 킬러로 성장한 자매다. 우연히 예전에 사랑했던 옌(송승헌)을 만난 란은 평범한 행복을 찾기로 결심하지만, 범죄증거를 없애기 위해 란을 제거하려는 컴퓨터 재벌의 음모에 희생되고 만다. 홀로 남겨진 아군. 그녀는 자신들의 뒤를 쫓던 형사 홍(막문위)과 손을 잡고, 아버지가 남긴 인공위성 프로그램 '월드 파노라마'를 무기삼아 언니의 복수를 준비한다. ■ Review <버추얼 웨폰>은 한때 아시아를 사로잡았던 홍콩 액션영화의 흔적을 희미하게나마 간직하고 있다. 스스로 사지(死地)를 향해가는 희생, 무덤 앞에서 눈물로 맹세하는 복수, 적으로 마주선 두 사람의 미묘한 공감. 이 낯익은 순간들은 난데없는 액션마저 비극으로 감싸안을 수 있는 홍콩영화만의 무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로미오 머스트 다이> <리쎌웨폰 4> 등에 참여하면서 할리우드를 경험한 원규 감독은 이런 비장미를 아주 잠깐씩만 기억해냈던 것 같다. 홍콩 최고의 육체가 맞부딪치는 리듬과 관능. 원규는 오랜 파트너인 이연걸과는 다른 방식의 액션을 창조하면서, 정직한 무술 대신 보다 감각적인 몸짓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버추얼 웨폰>은 첫장면부터 분명한 승부수를 던진다. 최첨단 빌딩에 침입한 흰옷의 킬러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움직임을 지시하는 살인의 방식은 영화 전체를 압축하는 예고편과 같다. 이 영화는 바람처럼 움직이는 여체 위에 사이버 세계의 은색 광택을 덧입힌 것이다. 높은 굽의 하이힐 때문에 더욱 길어보이는 다리가 아찔하게 천장을 내리꽂을 때나 분명한 굴곡을 지닌 여배우들이 허공에서 교차하며 긴 머리카락을 잔상처럼 흘려보낼 때, <버추얼 웨폰>의 빈약한 드라마는 탄탄하게 다져진 무술의 기초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볼거리 뒤에 잠시 모습을 숨길 수 있다. 원규는 "컴퓨터그래픽을 과도하게 사용해선 안 된다. 액션과 맞아야 한다"고 홍콩으로 돌아와 만든 자신의 신작을 설명했다. 분명 <버추얼 웨폰>은 CG로 범벅이 된 요즈음 홍콩 액션영화보단 훨씬 진실한 면이 있다. <버추얼 웨폰>은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이 승부를 겨루는 영화이며, 아군이 죽은 언니의 마지막 모습이 박힌 캠코더를 땅에 묻을 때처럼, 속도 빠른 액션영화들이 흘리고 가는 감정을 잡아낼 때도 있다. 그러나 원규는 또 하나 장담한 것이 있다. 이 영화는 "드라마가 있는 액션영화"라는 것. <버추얼 웨폰>은 액션에 드라마가 있다기보다 액션과 드라마가 서로 상관없이 교대하는 영화에 가깝다. 일본도가 날카로운 쇳소리를 울리는 마지막에 도달할 때까지,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김현정 para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