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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봄 이야기

A Tale of Springtime (1990)

관객 별점

10.00

시놉시스

단순한 대화는 인간관계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잔느는 프랑스 고등학교의 철학 선생님. 그녀의 약혼자는 멀리 떠났고, 그녀는 그의 아파트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혼자지내기가 적적하여 그녀의 사촌의 집에 방문하기도 하다가 파티에서 만난 음악을 배우는 학생 나타샤와 함께 살기로 한다. 나타샤는 잔느의 아버지 이고르의 방에 머물게 된다. 아버지가 집을 나간 것은 아니지만, 이고르는 그의 어른 연인 이브의 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나타샤는 잔느에게 목걸이를 잃어버렸다는 말을 하고, 이브가 의심스럽다고 한다. 마침내 그들이 모두 모인 저녁 식사 시간. 나타샤는 드이어 입을 열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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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이야기 예고편

      관련 기사(1)

      리뷰(2)

      • scu*****
        2011-10-02 00:11:22

        10

        모두가 왜 그를 사랑하는지 이제 조금 알것 같다.
        아마도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으셨겠지.
        정말 부러운 분.
      • qui*****
        2008-02-22 10:53:42

        10

        헛소동

        =======================
        [봄 이야기 Conte de Printemps]는 에릭 로메르(Eric Rohmer)의 사계절 시리즈 중 첫번째 영화입니다.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잔느(Anne Teyssedre)는 고등학교 철학 교사입니다. 어느날 수업을 마친 뒤 집에 와보니 남자친구는 외국으로 여행을 갔고 집안은 엉망으로 어질러진 상태죠. 그녀가 사용하는 또다른 집은 사촌인 가엘과 그 남자친구가 점령한 상태구요. 갈 곳이 없어진 잔느는 친구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 갔다가 나타샤(Florence Darel)라는 피아노 전공의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나타샤는 자신의 집에서 머물 것을 제안하고, 둘은 친구 사이가 되죠.

        영화의 초반, 나타샤와 잔느가 나누는 대화 또는 수다를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정보를 알게 됩니다. 우선 나타샤의 부모는 이혼했고, 그녀의 아버지 이고르(Hugues Quester)는 딸과 비슷한 나이의 여자와 사귀는 바람둥이 -돈 주앙- 기질이 다분한 사내라는 점이 드러나죠. 그리고 나타샤가 아빠의 여자친구인 에브(Eloise Bennett)를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것, 그렇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잃어버린 목걸이 사건 때문이라는 사실도 대화 속에서 제시됩니다. 에브에 대한 나타샤의 반감은 정도가 좀 심해 보입니다. 우리는 그녀가 사용하는 격렬한 표현들을 통해 설사 에브 쪽에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더라도 결코 나타샤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죠. 그렇다고 에브가 고분고분한 성격도 아니예요. 네 남녀의 철학 토론 장면에서 드러나듯 에브는 도전적이고 자신을 어필하는데 적극적인 여자입니다. 감성적인 나타샤와 도무지 잘 어울릴래야 어울릴 수가 없죠.

        중간에서 난처해지는 것은 외부인인 잔느입니다. 어제 처음 만난 친구의 아버지 방을 쓰는 것도 민망한 노릇인데 두 여자와 한 남자의 감정싸움에 휘말려서 중재자 노릇을 하게 생겼거든요. 그리고 잔느가 생각하기엔 나타샤가 자꾸 아버지와 자신을 연결짓고 에브를 떨궈내려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생각은 잔느 혼자만 하는게 아니라 아버지 이고르도 대충 눈치채고 있어요. 헌데 이고르 입장에서 잔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별 상관이 없을텐데, 그녀는 지적이고 미인인데다가 여지껏 만난 여자들과는 달리 성숙한 면도 갖추고 있거든요. 어쩌다보니 잔느와 이고르는 별장에 단 둘이 남게 되고, 두 사람은 '이게 다 나타샤 때문이다'라는데 동의합니다. 이고르는 잔느를 원하지만, 잔느는 그렇게 순순히 나타샤의 계략(?)대로 끌려갈 생각이 없습니다. 자신의 감정이야 어찌됐든, 잔느는 이게 자신이 원했던게 아니라 나타샤가 만들어놓은 상황이란 생각에 이고르를 남겨두고 별장을 떠납니다. 그리고 다음날 쌓였던 오해가 폭발하죠.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차분하고 진지한 무드와는 달리, [봄 이야기]의 사건들은 굉장히 극적이고 담아낼 수 있는 감정의 폭이 넓습니다. 음모와 오해, 잘못된 만남, 삼각관계, 엘렉트라 컴플렉스, 도난사건 등이 이리저리 뒤엉켜 있거든요. 이건 마치 주인공인 잔느의 성격과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잔느는 본인의 말대로 남자친구와 사는 집에 들렀을 때 '폭발' 직전까지 화가 난 상태였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녀가 그렇게 화가 났으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듭니다. 잔뜩 어질러놓은 집안을 보는 그녀의 표정이나, 자기 집인양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사촌의 남자친구를 본 그녀의 표정이나 담담하고 침착하기는 마찬가지거든요. 이성으로 감정을 다스리고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잔느처럼, [봄 이야기]도 열정적인 드라마를 에릭 로메르 특유의 차분한 톤으로 그려 나갑니다. 물론 언성을 높이고 유치하게 싸우는 나타샤와 에브가 나오지만 그것도 일정한 데코룸(decorum)을 넘어서는 선까지는 가지 않죠. [봄 이야기]는 식사자리에서까지 철학을 갖고 논쟁을 벌일만큼 문명화된 교양인들의 이야기니까요.

        '여섯 개의 도덕 시리즈'에서 파스칼의 [팡세]가 화두였다면, [봄 이야기]에서는 칸트(Immanuel Kant)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카메라가 [순수이성비판] 표지를 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죠. 등장인물들이 겪는 오해와 딜레마는 하나같이 선험적 판단력의 한계에 의해 비롯됩니다. 그들이 직관적 판단력에 대해 식탁에서 열띠게 토론하는 장면을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죠. 에브의 말을 빌리자면 상황이 "진행되는 도중"이라, 즉 자신들이 상황 한복판에 들어와있는 중이라서 미처 자신들의 입장을 "분석"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잔느의 직업이 철학 교사라는 점은 에릭 로메르 특유의 철학적 대화가 펼쳐지기 좋은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그녀가 겪는 딜레마를 한층 정교하게 만들어 줍니다.


        봄의 계절적 특성은 영화 전체에 깊숙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의상에서도, 나타샤네 별장의 정원에서도, 화사한 화면의 톤에까지 봄 내음이 가득하죠. 그리고 포근한 봄날의 날씨처럼, 인물들을 둘러싼 오해와 문제들도 끝에 가서는 눈녹듯 해결되고 새로운 가능성의 싹이 피어납니다. 영화는 순환적입니다. 도입부에서 봄 거리를 지나 집에 도착했던 잔느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차창 밖에 가득한 봄을 만끽하며 집으로 돌아오죠. 다시 돌아온 그녀의 집은 모든 것이 말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습니다. 마치 모든 오해를 풀고 편안해진 그녀의 마음 상태처럼요. 가을 겨울 지나면 봄이 돌아오듯이, 잔느도 잠깐의 소동을 마치고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겁니다. 그건 언제나와 똑같은 봄일 뿐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세상이 살만하다고 느끼는 건 무언가가 분명 달라졌단걸 알기 때문이겠죠. 자그마한 오해와 다툼 같은 헛소동은 아마도 그래서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다음 봄을 새롭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

        Rat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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