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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핑크랑 초록은 잘 어울려!”, <위키드>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
이자연 2024-11-28

뮤지컬 무대에서 과감히 생략한 이야기를 영화 <위키드>는 오래된 진실을 찾아 나선 탐험가처럼 보다 자세하고 친절하게 포획해낸다. 영화 언어로 새롭게 태어난 <위키드>는 각본가 위니 홀즈먼, 작곡가 스티븐 슈워츠의 깊은 애정과 고민으로 고유한 색깔을 선물받았다.

위니 홀즈먼, 스티븐 슈워츠

- 원작도 뮤지컬 작품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된 작품이다. 어떻게 영화 <위키드>만의 이야기를 구성하고자 했나.

- 위니 홀즈먼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스티븐 슈워츠와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제일 먼저 이야기한 것은 영화로 가장 보고 싶은 장면. 무대에 없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이 무엇인지, 영화라는 포맷 안에서 펼쳐질 수 있는 순간에 대해 정말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를 들어 영화 초반부에는 초록빛의 어린 여자아이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엘파바의 어린 시절이다. 우리가 뮤지컬 무대를 구성할 때에도 이 파트를 넣는 것을 일찍이 의논한 적 있다. 하지만 이 단편소설 같은 파트가 뮤지컬 형식에는 자연스럽지 않았다. 반면 영화에 넣어보니 극 전반에 풍부한 감정을 더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가 극에서 얼마만큼 활용되는 게 적합한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무수히 많은 신을 미리 준비해놓기도 했다. 현재의 엘파바만을 조명하지 않고 그의 복잡한 감정을 다룰 수 있어서 좋았다.

- 스티븐 슈워츠 <위키드>의 원작자 그레고리 매과이어가 <오즈의 마법사>로부터 이름도 없던 서쪽 마녀의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다채롭게 펼쳐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그런데 우리가 또 그레고리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빈틈을 발견해서 상상을 불어넣고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낸다. 위니가 말했던 대로 영화와 스크린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접목하여 <위키드>의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 위니 홀즈먼 특히 존 추 감독은 아름다운 이미지를 좇는 사람이라 시네마의 언어로 모든 것을 바라보고 드러낸다. 눈으로 수용하고 눈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심미적인 장면들. 그의 시선과 선택을 빌리면 수준 높은 단계의 이야기를 다층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다. 어떤 지점에서는 <위키드>가 뮤지컬 무대처럼 보인다. 그러다 장면 곳곳에 놓인 섬세한 디테일은 또 그 자체를 영화적으로 만든다.

- 전세계적으로 아리아나 그란데가 글린다를 맡는다는 소식에 큰 기대를 받았다. 아리아나 그란데 버전의 글린다를 위해 시나리오와 음악에서 각각 가미하거나 부각한 점이 있다면.

- 위니 홀즈먼 아리아나 그란데는 정말 냉철한 배우다. 너무 남용된 단어이긴 하지만 그는 타고난 스타다. 글린다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글린다의 성향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쉽게 집중시킨다. 주변 사람이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글린다의 사랑스러운 면모는 아리아나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리아나는 보다 복잡한 사람이다. 그래서 글린다 또한 표면적인 면만 보여주기보다 내면의 깊이와 갈등을 함께 보여주고자 했다. 엘파바와 마음의 거리가 부쩍 가까워질 수 있었던, 함께 춤추는 장면이 그의 배려 깊고 타인을 생각하는 면을 보여준다.

- 스티븐 슈워츠 처음에 스크린 테스트를 하러 왔을 때 나는 그냥 글린다가 들어온 줄 알았다. (웃음) 아리아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대중에게 각인된 인물인데도 어떻게 글린다로서 색다르게 보였을까. 그가 대중음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능수능란한 희극인이 될 수 있는지 아무도 몰랐던 것 같다. 그가 뛰어난 가수라는 사실에 가려져 그 뒤에 어떤 가능성이 놓여 있는지 모두가 놓쳤다.

- 아리아나 그란데의 글린다와 신시아 이리보의 엘파바의 노래 녹음 과정은 어땠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었다면.

- 스티븐 슈워츠 그들은 그냥 내게 행운처럼 찾아온 선물 그 자체다. (웃음) 아리아나와 신시아는 타고난 자기만의 악기를 품고 있다. 신시아가 엄청난 음역대와 음악적 유연성을 갖고 있다면 아리아나는 그간 아무도 몰랐던 소프라노적 재능을 발견했다. 정말 놀랐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태도다. 이 둘은 노래를 부르는 자기만의 숙련된 방식을 지니고 있지만 작품이 많은 것을 시도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를 보였다. 피드백과 요청도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신시아와 프리 리코딩을 하던 날이 기억난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순간 머리털이 삐쭉 섰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랬다. 이렇게 훌륭한 가창자 덕분에 <위키드>는 전체 내용의 절반 이상을 라이브로 노래하며 촬영했다. 할리우드에서 흔한 사례는 아니다. 스크린을 통해 마음에 든 넘버가 있다면, 그건 사실은 라이브였을 수 있다! (웃음)

- 뮤지컬 1막이 1시간이 조금 넘는 것에 비해 <위키드> 파트1은 3시간가량이다. 이야기가 지루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들였나.

- 위니 홀즈먼 작가가 짧은 찰나도 놓치지 않으면 이야기는 절대 지루해지지 않는다. 작가로서 지닌 내 믿음이다. 혹시 지루해진다면 이야기 겉 표면을 맴돌면서 진짜 다뤄야 할 감정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또 나는 스토리의 탄력성을 어떻게 주는지 잘 알고 있다. 코믹하게 긴장을 주는 장면을 중간중간 균형 있게 배치했다. 사실은 더 길었다. (웃음) 기차역에서 또 다른 장면이 있었지만 신중하게 잘라냈다. 대신 에메랄드시티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글린다와 엘파바의 모습에 무게를 실었다. 선택과 집중이 도움이 되었다.

- 뮤지컬 넘버로 유명한 <Popular>와 <Defying Gravity>는 새로이 편곡할지, 오리지널리티를 따를지 초반에 고민이 많이 되었을 것 같다. 후자로 결정한 듯한데 어떤 논의의 과정이 있었나.

- 스티븐 슈워츠 일단 이전의 것을 따라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신시아와 아리아나는 캐스팅만으로도 영화에 충분히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었다. 관객이 오롯이 이들에게 몰입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샛길을 만들어선 안되었다. 다만 신시아의 색깔과 아리아나의 색깔을 음악적으로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방향을 찾으려 애썼다. 평소 쇼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다르더라도 배우로서 느껴지는 감정이 유기적으로 전해지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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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