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015년은 <씨네21>의 창간 2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창간 특별호인 1000호의 표지는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김태리·하정우가 장식했다. 2015년 3월은 <아가씨>의 촬영을 약 두달 앞둔 시점. 역사적인 영화와 기념할 만한 표지가 될 것을 예상하듯 <씨네21> 또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문화역서울284를 대관했고, 40여명의 참여 스태프, 3대의 분장차, 4명의 취재기자, 3명의 사진기자까지 도합 50여명이 동원된 대규모 표지 촬영 현장이었다.
<씨네21>과 부산국제영화제는 나이가 같다. 탄생은 <씨네21>이 1년 빠르지만, 주년으로 나이를 셈하는 <씨네21>과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날 때부터 1회였기 때문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을 맞아 <씨네21>은 영화의전당과 함께 ‘아시아영화 100선’을 선정했다. 한편 <씨네21>은 영화제 20주년을 맞아 사진전 <씨네21이 기록한 BIFF 20년의 기억>을 열었다. 20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 데일리로 참여하며 찍은 143점의 사진이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 걸렸다.
창간 30주년을 맞아 한국영화계와 함께한 <씨네21>의 역사를 돌아보는 지금처럼, <씨네21>은 20주년에도 역대 인상적인 표지와 임수정, 강동원 등 배우들의 첫 순간을 모아 기록했다. 독자 여러분, 영화인 여러분, 모쪼록 40주년, 50주년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2016년
2016년의 한국영화계는 말 그대로 ‘#영화계_내_성폭력’의 해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각종 문화계 내 성폭력 이슈가 대두됐고, 영화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캐스팅, 촬영 현장, 마케팅, 비평에 이르기까지 영화계 전반에 오랫동안 묵인돼왔던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례가 터져나왔다. <씨네21>은 여러 제보를 통해 피해 사례를 토로하는 창구로 기능했고, 11주 동안 영화계 내 성폭력에 대한 대담을 진행했다. 또한 영화계 내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와 개별적인 사례들, 사건의 종류에 따른 대처 방안과 법률 자문 방식 등을 공유했다.
영화계 내 성폭력 대담에는 최대한 다양한 경력, 세대, 직군에 종사하는 여성 영화인들과 해당 이슈에 공감하는 남성 영화인들이 등장했다. 첫 대담에는 ‘#영화계_내_성폭력’에 관련해 활동 중인 배우 이영진·김꽃비, 안보영 PD, 남순아 감독이 나서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오랜 고름과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서 여성 감독, 마케터, 제작자, 학자, 활동가, 평론가, 독립영화감독, 남성감독, 현장 스태프, 영화과 학생들이 대담에 참여해 각 분야의 너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17년 1월 <씨네21>은 한국여성민우회와 함께 긴급포럼 ‘그건 연기가 아닌 성폭력입니다’를 개최했다.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이언희 감독 등이 영화계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발제를 공유했다. 영화계에 존재하는 남성적 카르텔이 어떻게 여성배우를 대상화하고, 반발을 제기하는 여성배우가 어떻게 “큰돈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망쳐먹는 쌍년”(손희정)이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는 자리였다.
2017년
2017년 장미 대선 직전 <씨네21>은 대선주자들을 만나 영화·문화계 이슈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씨네21>의 대선후보 인터뷰는 16대 대통령 선거 이전 고 노무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후보의 인터뷰 이후 약 15년 만이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원칙을 이어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한 저작권, 공정한 제작 구조, 공정한 수익분배 구조를 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미투(#MeToo) 운동 특집을 위해 2018년 3월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을 찾았다. 당일 현장 기록에 그치지 않고 국제영화제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을 후속 취재하고 해결책을 논의하는 전문가 대담과 ‘미투’를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Q&A도 덧붙였다. 피해자 혼자만의 싸움이 되지 않도록 <씨네21>도 연대의 힘을 보탰다.
근로기준업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바쁘디바쁜 영화인들을 위한 주 52시간 근무제 가이드라인을 준비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마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영화계 현안 설명회에 참석해 정부와 현장의 목소리를 고루 듣고 미술, 조명, 배우 등 파트별로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했다. 영화 현장이 열정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좋아하는 일을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면서 할 수 있도록 <씨네21>은 계속 주시할 것이다.
2018년
<씨네21>은 2018년 11월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넷플릭스 See What’s Next: Asia’ 행사도 취재했다. 국내 유일의 영상전문지로서 한국에 상륙한 새로운 시청 플랫폼이 국내 미디어 시장에 미칠 변화를 예측하고자 했다.
2019년
송강호, 이선균, 최우식, 장혜진, 봉준호, 박소담, 박명훈, 조여정(왼쪽부터).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해 열린 기자회견 현장에도 <씨네21>은 있었다. 현장의 환호를 담는 것에서 끝난다면 <씨네21>스럽지 못하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코멘터리부터 전세계 각국의 <기생충> 아트워크 작업자와 <기생충>의 해외 배급사 관계자 9인의 이야기, <씨네21>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봉준호 감독의 연대기까지. 이 모든 걸 눌러 담은 <기생충>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해 전무후무한 역사를 기록했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가지고 <씨네21>과 여러 차례 마주 앉았다. 약 4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는 <기생충>을 “아주 한국적인 영화이고 한국적인 디테일로 가득한 영화지만 동시에 전세계 모두가 동일하게 처한 현시대에 대한, 아주 보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이야기”라고 귀띔했다. 개봉 뒤에 만난 자리에서는 스포일러 상관없이 털어놓은 덕분에 <씨네21>은 <기생충>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문광이 인터폰 모니터에서 ‘안녕하세요오?’ 하는 장면이 영화의 진짜 시작인 거다. 안전벨트를 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