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도시 할리우드에는 영화 같은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할리우드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일명, ‘펠리카노 케이스’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1920년대 패티 알버클 사건 이후 1993년 하이디 플리스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방탕한’ 할리우드의 스캔들은 그 스케일도 남다르다. ‘빅 원'이 한번 터졌다 하면 난다 긴다 하는 할리우드 스타뿐 아니라 그들의 후광을 좌지우지하는 영화계 실세들이 줄줄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누아르판’ 스캔들이다.
할리우드의 음지에서 일해온 일급 사설탐정 앤서니 펠리카노. <LA 컨피덴셜>에서 그대로 걸어나온 듯한 이 61살의 노탐정이 누아르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20년간 헤집고 다닌 발자취는 가히 영화감이다. 죄목은 불법 도청, 증인 협박, 경찰 뇌물 매수, 개인 정보 판매 등 해결사 전문의 범죄들. 고객이자 동시에 피해자들은 할리우드의 톱스타, 감독, 에이전트, 할리우드에 터를 둔 백만장자, 스튜디오 대표들과 그들의 배우자 또는 전처들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전문 로펌의 일류 변호사들. 이들이 얽히고 설켜 각종 소송을 벌일 때(주로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고가는 이혼 소송이나 매니지먼트 계약 갈등) 혹은 경쟁자와 심각한 대치 상황에 있을 때, 단순히 누군가의 마음에 안 드는 기사를 쓴 기자가 있을 때(<뉴욕타임스> 버나드 와인럽, 2002년 애니타 부시 사건) 펠리카노의 활약이 눈부셨으니, 사건당 최소 1억원이 넘는 수수료가 그의 ‘레벨’을 짐작게 한다.
이번 스캔들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현재 펠리카노 본인을 포함한 14명이 형사범으로 기소되어 있는데 사건에 연루된 유명인들의 이름은 늘어만 간다. 더구나 수사 도중 드러난 새로운 범죄에 대해 독자적으로 민·형사 소송이 계속 제기되고 있어 사건의 규모가 얼마만큼 커질지 예측불허다. 최근 <다이 하드>의 감독 존 맥티어넌이 불법 도청과 위증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는가 하면, 전 뮤직 프로듀서 로버트 파이퍼, 파라마운트픽처스 사장 브랫 그렉, 왕년의 톱매니지먼트 에이전트 오비츠, 실베스터 스탤론, 스티븐 시걸 등이 유죄 인정 혹은 참고인 자격으로 FBI 수사파일에 올라 있다. 이들은 현지 언론이 할리우드의 밥그릇 전쟁 기간이라 부르는 1997년에서 2000년까지 돈과 권력을 놓고 피흘리는 소송을 치르던 주역이었으며, 이들에게 ‘더러운 정보’를 물어다주던 펠리카노는 탄탄한 조역이었다. 사실 불법 폭탄물 소지 혐의로 2년 반을 살고 나온 펠리카노가 다시 수사의 표적이 된 것은 스티븐 시걸에 대한 의혹을 추적하는 기사를 썼던 <뉴욕타임스> 여기자의 집 앞에 놓인 ‘죽은 생선 협박 사건’의 수사가 발단이었다. 시걸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명났지만, 마피아의 관습을 흉내내 죽은 생선을 보내 협박하는 이 고전적인 수법, 너무 영화적이지 않은가.
돈과 성공을 위해서면 무슨 짓이든 한다는 할리우드의 전설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꿈의 공장’ 속사정이 이러할진대 이제 악취나는 그 화려한 간판은 좀 내려주심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