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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세대교체, 제3의 물결
2001-03-12

오기민, 조민환, 김미희, 심보경, 김익상, 최낙권, 김광수 - 3세대 프로듀서 7문7답

프로듀서도 신인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인가? 90년대 이후 봇물터지듯 신인감독이 대거 등장한 데 이어 최근 프로듀서들의 면면도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오기민, <주유소습격사건>의 김미희, <퇴마록> <가위>의 김익상, 우노필름과 명필름의 숨은 실력자 조민환과 심보경, <번지점프를 하다>의 최낙권, <해피엔드>의 김광수, <순애보> <하루>의 구본한, <수취인불명>의 이승재, <미술관 옆 동물원>의 이미영, <소름>의 황필선, <불타는 우리집>의 이관학, <슬로우 불릿>의 조종국, <엠바고>의 김병재 등 젊은 프로듀서들이 차승재, 심재명의 성공신화를 뒤쫓고 있다. 이태원, 황기성 등으로 대표되는 1세대, 유인택, 신철, 안동규, 이춘연, 차승재, 심재명, 이은 등으로 대변되는 2세대를 지나 이제 3세대 프로듀서들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굳이 엄격한 역사적, 미학적 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3세대 프로듀서들에게 전 세대와 다른 특징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극장자본이나 지방배급권 등 전통적 충무로 자본과 인연이 깊었던 1세대나 대기업의 영화계 진출과 맞물려 등장한 2세대와 달리 3세대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시대에 독립된 영화사를 만들었다. 그들 대부분이 90년대에 입문, 2세대와 함께 작업하며 영화 일을 배웠다는 점에서 2세대와 다를 바 없지만 <결혼이야기>나 <마누라 죽이기> 시절 제작환경과 지금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종로3가 극장들이 배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비디오 판권이 제작비의 절반을 충당하며 한국영화가 어딜 가나 푸대접받던 시절과는 작별한 것이다. 메이저 배급사와 금융자본은 이들 3세대 프로듀서들을 길러낸 토양이다. 시네마서비스는 1년에 10편 넘는 한국영화를 제작, 배급하는 계획을 세우면서 품에 안을 수 있는 제작사를 늘렸고 우노필름도 제작편수가 많아지면서 프로듀서 양산시스템을 갖췄다. 좋은영화의 김미희, 쿠앤필름의 구본한, 씨네2000의 이미영, 우노필름의 조민환, 명필름의 심보경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영화계에 새로 진출한 금융자본들도 능력있는 프로듀서를 발굴하는 데 혈안이 됐다. 자본을 쥐락펴락할 만큼 커진 명필름이나 우노필름 같은 메이저 제작사 대신 능력있지만 기회가 없던 신생 영화사들이 파트너로 떠오른 것이다. 최근 <번지점프를 하다>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른 눈엔터테인먼트(대표 최낙권)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영화제작에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KTB네트워크는 눈엔테테인먼트, 드림맥스(대표 황필선) 등 신생 영화사의 작품에 전액을 투자했다. 튜브엔터테인먼트, 코리아픽처스, KM컬처 등 대부분의 금융자본들이 3세대 프로듀서들과 손잡고 변란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영화’, ‘다양한 장르영화’라는 깃발 아래 모여 충무로의 혁신을 도모한 2세대와 달리 3세대 프로듀서들의 꿈은 아직 모호하다. 그들이 내놓은 작품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공동의 적 또는 함께 이뤄야할 목표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3세대’라는 규정 자체가 성급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다분히 편의적인 우리의 세대구분은 그런 모호함에 주목하려는 시도다. 그들은 과연 무엇을 꿈꾸며 프로듀서의 세계라는 정글에 뛰어들었고 어떤 영화를 만들려 하는가? 혹 정해진 하나의 정답이 없다는 점이 그들의 특징이자 그들이 이끌 변화의 실체가 아닐까? 전 세대들이 그랬듯 그들의 답변은 다음 세대를 길러낼 밑거름이다.

남동철 기자 namdong@hani.co.kr

▶ 일상은 NO, 주변은 YES! - 오기민

▶ 단군신화를 꿈꾼 적 있나 - 조민환

▶ 울리거나, 혹은 웃기거나 - 김미희

▶ 십대영화 욕심난다 - 심보경

▶ 영화, 이렇게 만들면 두배로 재미있다 - 김익상

▶ 좋은 나이 마흔, 늦게 핀 영화인생 - 최낙권

▶ 아름다웠던 80년대, 액션으로 풀어볼까 - 김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