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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너무 길어 끼어들 틈이 없는 스토리 <마법의 성>
2002-10-08

■ Story

결혼을 앞둔 성빈(구본승)은 파혼 위기에 처해 있다. 섹스에서 번번이 약혼자보다 먼저 끝을 내는 조루 때문이다. 약혼자 지혜(김지은)는 실수를 만회할 세번의 기회를 준다. 성빈은 친구 정우의 도움으로 자신의 문제를 치료 장담하는 탁월한 실력의 소유자 빅맨과 장군을 소개받는다. 그는 거금을 바쳐가며 수업을 받지만 결국 세번의 섹스 모두 실패로 끝난다. 파혼당한 성빈은 섹스의 도인인 시골의 한 노인을 찾아가고 지혜는 완벽한 조건의 비뇨기과 의사 석규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 Review

동서양의 권위있는 성지침서와 의학서적 86권을 참조해 완성했다는 <마법의 성> 시나리오는 감수한 비뇨기과 의사들로부터 “교묘하게 엮어서 만든 교과서 같은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아닌게아니라 이 영화는 상당부분을 성인들을 위한 성교육 비디오처럼 성지식에 관해 상세히 설명하는 데 할애한다.

실은 발기부전인 장군은 인체모형도를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남성 성기의 구조에 대해 강의하고 노인은 마루타처럼 여자를 눕혀놓고 어떤 부분을 어떻게 애무해야 여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등장인물들이 먹는 음식조차 그냥 올려놓은 게 아니라 양한방 의료서적에 나오는 발기부전 치료식과 정력보강 식품이라고 한다. 이 영화의 교과서적 설명의 압권은 마지막에서 드디어 조루 콤플렉스에서 탈출한 성빈이 지혜와 섹스하는 장면이다. 굳이 방 안을 놔두고 무주리조트 스키장 한가운데서 하는 둘의 섹스는 체위가 바뀔 때마다 ‘원박’, ‘호보’, ‘절기’, ‘익액’ 등 알아듣기도 힘든 용어와 그 설명이 성빈의 내레이션으로 흘러 나온다. 중국의 카마수트라라고 할 수 있는 ‘중국선도방중술’에 등장하는 용어들로 성빈이 노인의 집에서 오랜 기간 물을 긷고 맷돌을 갈며 전수받은 기술들이다. 또한 성빈은 매일 달리기와 토끼뜀 등을 하며 노인으로부터 섹스의 기본은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라는 히딩크식 수업도 받는다.

문제는 설명이 너무 길어 스토리가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인물들의 밥상까지 꼼꼼하게 챙긴 제작진의 노력은 가상하지만 그 가운데 일부만이라도 줄거리와 캐릭터를 다듬는 데 들였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성애를 나누는 커플들에 돌을 던지는 할아버지와 난데없이 등장해 일당백으로 상대편을 무너뜨리고 신음소리 ‘세번’ 만에 섹스를 끝내는 조폭, 노인의 집에서 매일 집단 목욕을 하는 젊은 여인들 등 등장하는 인물은 많은데 왜 나오는지, 왜 사라졌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웃음이 나오는 건 부조화한 장면에서다. 이를테면 세번 모두 일찍 ‘쌌다’고 지혜가 파혼을 선언할 때 밥 말리의 <노 우먼 노 크라이>가 배경에 깔린다. 영화 내내 섹스 기술만 연마하던 성빈이 지혜와 완벽한 섹스를 끝내고 허탈감에 빠져 잠시 괴로워하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정말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결론짓는 것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믹스포츠영화를 표방한 <교도소 월드컵>을 만든 방성웅 감독의 두 번째 작품으로 이번 작품에서도 섹스코미디라는 타이틀에서 ‘코미디’는 빼는 게 좋을 뻔했다. 김은형/<한겨레>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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