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에 윌슨이 있다면, <터널>엔 탱이가 있다. 터널 속에 정수(하정우)와 함께 고립돼 동고동락하는 신스틸러, 탱이의 연기 비결은 바로 강성호 훈련사의 세심한 지도에 있다. 사전훈련, 현장지도까지 탱이의 모든 것을 책임진 강성호 훈련사는 곰탱이, 밤탱이 두 마리의 퍼그를 섭외했다. “개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스트레스를 덜 주기 위해, 꼭 두 마리 이상이 한 역할을 번갈아 연기해야 한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곰탱이는 천방지축에 겁이 많아 잘 도망다녀서 차분한 밤탱이에게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하니 곰탱이의 활동성이 돋보이더라. 대부분의 액션 연기는 곰탱이가 소화했다. (웃음)” 그들의 명연기 덕에, 포즈별로 만든 더미들은 영화에 사용될 일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어둡고 비좁은 세트에서의 촬영을 위해, 두 탱이는 정수의 차와 똑같은 폐차에서 3개월간 훈련을 거쳤다. “차 유리를 깨고, 시트와 보닛을 넘나드는 동선을 훈련시키며 공간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어둠에 적응시키기 위해 밤 시간대를 이용했고 경적에도 놀라지 않게 하는 훈련을 거쳤다.” 사전훈련을 마친 두 탱이의 연기는 실전에서 빛을 발했다. 탱이의 명연기엔 배우 하정우의 공도 컸다. “촬영에 들어가면 나는 차 문 밖 먼발치에 있으니 배우가 탱이를 컨트롤해야 한다. 하정우씨가 평소에 직접 기본 훈련을 하며 친밀감을 쌓았고, 현장에서 나는 혼내고 하정우씨는 달래주는 역할을 맡았다. 나중엔 하정우씨를 졸졸 쫓아다니더라. (웃음)” 그는 또 다른 인상적인 장면으로 정수와 탱이가 절망에 빠진 순간을 꼽는다. “정수가 무기력해진 상태라 ‘이리 와’ 같은 말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탱이가 먼저 정수에게 다가가더니 품으로 파고들더라. 추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훌륭한 연기였다. (웃음)”

그는 동물을 훈련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교감이라고 말한다. “모든 개들은 주인의 감정 표현을 알아듣는다. 개를 기쁘게 하려면 나부터 기쁘게 개를 대해야 한다. 동물 연기에선 훈련보다 환경을 조성해 어떤 행동을 유발시키는 게 필요하다.” <곡성>에서 외지인(구니무라 준)이 키우는 개, 카네 코르소를 훈련시킨 것도 그다. <밀정>에서 김우진(공유)을 추격하는 군견,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최민식)이 기르는 진돗개의 연기 훈련도 맡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영화 속 동물 연기를 지도하고 싶단다. “군중 속의 고독에 처한 인간에게 개는 사람이 줄 수 없는 위로를 준다. 언젠가 동물과 인간이 깊게 교감하는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

훈련용 간식 ‘트레이닝 타임’

개를 훈련시키는 데 있어 교감 다음으로 필요한 건 적절한 보상. 개를 훈련시킬 때 폐차 여기저기에 숨겨둬 동선 훈련을 시키고, 현장에서도 연기를 유도하고 격려하기 위해 유용하게 사용됐던 간식이다. “잘해냈을 때 간식을 주는 게 중요하다. 퍼그가 식탐이 많아 효과가 좋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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