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 최종인 레드독퍼블리싱그룹 대표 인터뷰
“브랜드화하려면 캐릭터가 가장 중요”
작품의 기획 의도와 작품이 지닌 강점은 뭔가.
=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소설, 웹소설)는 정연 작가가 8년 전쯤 온라인 연재를 시작해 종이책으로도 출판했던 인기 시리즈다. <넋 보자기> 이야기처럼 한국에 전해져 오는 매력적인 기담, 설화들을 현시대에 맞게 잘 녹여냈다. 기존의 이야기들을 잘 비틀어서 새로 창작한 부분도 많다. 이런 신선함이 독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작품이 내용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돼 있어서 웹툰, 영화,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로 변환하기에도 무척 유용하다.
이후에 콘텐츠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
= 회사(레드독퍼블리싱그룹)에서 판권을 맡은 후에 웹소설로 작품을 개정하여 발간했고 큰 인기를 얻었다. 올해엔 웹툰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다. 외전을 단행본 형태로 새로 출판하는 등 기존 독자들의 마음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이후에는 부산영상위의 도움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영상화 작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사업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스토리 IP의 중요 요소는 무엇인가.
= 브랜드화하려면 무엇보다도 캐릭터가 중요하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적이면서 매력적인 성격의 캐릭터가 있어야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기가 쉽고 2차 저작물을 만들기에도 좋다. 한국 웹소설은 서사가 탄탄한 대신 캐릭터 구축이 다소 약한 편이었는데 최근엔 캐릭터 측면에서도 좋은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 중이다. <반월당의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유단도 평소에는 굉장히 삐딱하지만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위험을 감수하고 도와주는 입체적 인물이다. 고등학생이라는 설정도 학생과 폭넓은 독자층을 품기에 적절했던 것 같다.
지역의 스토리 IP를 발굴하고 발전시킨다는 이번 공모전의 의의를 어떻게 생각하나.
= 수도권에 비해 지역에서는 콘텐츠 IP를 구축하고 유통할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IP 관련 행사나 공모전이 대체로 수도권에서 열려 개인 창작자나 영세한 사업자들은 참여에 물리적인 한계와 여건상의 불편을 많이 느낀다. 자연스럽게 창작자·제작자간의 교류도 쉽지 않다. 창작자가 작품의 매니지먼트와 IP 사업을 혼자 부담할 수는 없으니 출판사나 제작자의 도움이 꼭 필요한데, 그런 기회가 적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 공모전이 지역 창작자와 제작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특히 영상산업을 도시의 주산업으로 키우고 있는 부산에서는 이렇게 체계화된 공모전이나 제작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
우수상 <사라진 아이> 이민지 작가 인터뷰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을 수 있다면”
“실종 아동들의 현실이 너무 놀랍고 슬펐다.” <사라진 아이>는 이민지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에서 시작됐다. 국내 실종 아동 신고가 매년 2만건이 넘고, 10년 이상 장기 실종 아동이 800여명에 이른다는 얘기를 뉴스에서 접한 후였다. “사라진 아이들이 지금 어디 있을지, 과연 어떻게 하면 돌아올 수 있을지 하는 마음에서 작품을 구상했다.” 필요한 건 돌아온 아이들의 모습이 실종 당시 그대로라는 판타지 요소였다. 아이들과 가족들이 그동안 잃어버렸던 세월을 모두 되찾길 바라서였다. “그렇지 않으면 한없이 어두운 이야기가 마냥 슬프게 흐를 것만 같았다. 대신 행복한 이야기로 마무리 짓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에서 따스함이 느껴졌다. <사라진 아이>는 영화, 드라마로의 제작 가능성에서 좋은 심사평을 거뒀다. “아무래도 시즌제를 고려하며 썼던 드라마 각본이라 이야기의 지속 가능성을 심사위원들이 괜찮게 봐주신 것 같다.” 2년 넘는 집필 기간 동안 틀이 단단히 잡힌 캐릭터와 서사도 작품의 큰 강점이다. 드라마 각본가로 활동하면서 축적된 기본기 덕분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하나의 작업 방식을 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콘텐츠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다른 콘텐츠로 시작한 스토리가 생각보다 더 성공적으로 영상화되거나 2차 제작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부울경 지역의 창작자를 위한 공모전이라는 점도 무척 반가운 일이었다. 지역의 창작자, 특히 신진 창작자들이 대체로 수도권에 포진해 있는 제작사와 업무를 협약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기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공모전이 지역의 신진 창작자에겐 굉장히 좋은 협업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수상 <이계장 수사일지> 김진 작가 인터뷰
“언제나 현실이 가장 무섭다”
창작의 계기는 팬심이었다. 김진 작가는 원래부터 열렬한 수사·법정물 마니아다. “수사·법정물은 극적인 미스터리를 만들기에 가장 좋은 구조다. 누가 어떻게, 왜 사건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서사를 매끄럽게 진행하기가 좋은 장르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으니 캐릭터 설정도 명확해진다고 한다. “특히 주인공이 형사나 검사, 수사관이면 CCTV를 확인하기 쉬워 사건을 전개하기도 편하다”라는 말은 농담만은 아니다. <이계장 수사일지>의 주인공은 검찰 수사관이다. 대부분의 수사·법정물은 검사가 주인공이지만, 실제 검찰 구성원 중 검사는 2천명뿐이고 8천명이 검찰 수사관 등의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그는 조사하며 알게 되었다. “그러니 검찰 구성원의 다수인 수사관, 관계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맡은 바를 해낸다면 어려운 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택한 주요 사건의 소재는 의료사고다. 한 고등학생이 임신중절수술 중에 사망했지만 유가족조차 진실을 묻으려 한다는 설정이다. 피해자를 진심으로 아끼는 친구가 노력한 끝에 주인공 수사관이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일찍이 딸을 버렸던 부모가 딸의 사망 보험금만 찾아가려 한다는 실제 사건을 반영했다. 언제나 현실이 가장 무섭다.” 김진 작가는 스토리 IP 공모전에 도전한 이유로 최근 대중의 콘텐츠 소비 흐름을 언급했다. “요즘 독자들은 어떤 캐릭터와 스토리에 매력을 느끼면 웹툰,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의 형태와 무관하게 관련 콘텐츠를 다 챙겨본다.” 시대에 적응하고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작품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