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스크린에서 보아온 과감한 패턴의 벽지를 두른 방, 살아 움직이는 듯한 푸른 난초, 더글러스 서크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꽉 짜인 실내 인테리어, 신비로운 난실 등 <작은 아씨들>은 논리 이전에 시각으로 각인된다. 류성희 미술감독(사진)에 따르면, 서사의 미스터리와 판타지적 매력을 배가한 프로덕션 디자인은 “에피소드를 거듭할수록 서서히 환상성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꾸려졌다. 여기엔 류성희 감독의 오랜 고민이 있었다. “각본에서부터 리얼리티와 판타지가 공존하는 당위가 명확했기에, 사실성만을 추구해서는 오히려 부정확한 결과물이 나올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말을 완벽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베팅하듯 묘수를 발휘하는 미술 작업”은 류성희, 이내경 미술감독에게 “정말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짜릿한 성취감도 남겼다”. 가령 후반부 등장하는 닫힌 방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언젠가 화영의 집이 중요한 모티프가 될 거라 예감하며 푸른 카펫이 깔린 인상적인 공간으로 디자인하는 식이었다. 이 모든 난관을 유려하게 돌파한 <작은 아씨들>의 미술에 “명성이 이유 있는 명관을 만들었다”(복길), “미스터리에 특유의 색감을 덧입힌 미술감독의 작업이 시리즈에 품격을 더했다”(장영엽) 등의 찬사가 쏟아지며 스탭 부문 설문의 지지를 얻었다.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에 가장 이국적인 스타일을 입히는 그의 작업은 기시감과 경외를 동시에”(복길)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