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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기대작①] 김용화 감독 ‘더 문’, “가장 큰 화두는 하이퍼 리얼”
임수연 사진 오계옥 2023-01-12

제작 블라드스튜디오 / 감독 김용화 / 출연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 배급 CJ ENM / 개봉 2023년

얼마 전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호가 달 상공 100km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아시아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이 등장하는 김용화 감독의 <더 문>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상당히 진척된 2030년을 배경으로 한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나래호가 폭발하고 5년 후, 다시 달로 향한 대원들 중 황선우(도경수)는 홀로 생존해 달로 향하고, 전 우주센터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은 그를 구하기 위해 분투한다. 한편 미항공우주국(나사) 우주정거장 총괄 디렉터 문영(김희애)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다. 제작비 280억원에 이르는 우주영화 <더 문>의 후반작업을 한창 진행 중인 김용화 감독을 블라드스튜디오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과 함께> 시리즈가 ‘쌍천만’ 기록을 세운 이후 차기작이다. 언제 처음 접한 아이템이었나.

=<신과 함께> 시리즈 촬영 전에 시나리오 원안을 읽었다. 지금 버전과 전체 서사는 비슷하지만 당시엔 엔딩 부분의 감정이 잘 정비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판타지 장르인 <신과 함께> 시리즈를 찍으면서 좀더 현실 세계에 발붙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 끝나자마자 <더 문> 각색 작업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스토리는 훨씬 심플하게, 기술적 완성도는 극대화되게, 후반 하이라이트에서 감정적 충만도가 높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고쳐나갔다.

화성 혹은 가상의 행성이 주 무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달을 소재로 한 배경은 무엇인가.

=한번도 우리에게 뒷면을 보여준 적 없는 달에서 어떤 이유로 재난이 펼쳐졌을 때, 이는 정서적인 따뜻함과 공포심을 모두 줄 수 있는 곳이 된다. 경제적 가치가 풍부한 희소 자원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각국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날도 언젠가 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시의적절한 소재였다.

아직은 우주산업 강국이라고 할 수 없는 한국이 극중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호가 달 궤도 안착에 성공했다. <더 문> 시나리오를 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당초 2030년으로 설정한 배경을 좀더 앞당겨도 될 정도로 한국 우주과학 기술이 매우 발전하고 있다. 다누리호 안착 성공 이후에는 2030년대를 목표로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고 있다고 한다. 나사에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계획에 착수한 후 지구와 달을 잇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을 준비 중이며,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실제 루나 게이트웨이가 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달에 사람을 보낼 수 있다는 설정을 전제로 한 <더 문>은 어느덧 현실에 가까운 이야기가 됐다.

흥미로운 스토리와 과학적 고증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았나. 보여지는 스펙터클과 드라마 사이의 균형 역시 중요하다.

=비주얼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처음과 끝을 정확히 정해놓고 가는 타입이다. 그 과정에서 2~3년 정도 시나리오 단계별로, 나중엔 미술까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런데 영화는 기본적으로 재미있어야 한다. 관객이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후,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재미와 고증 사이를 고민하며 쓴 부분은 오히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영화적 과감성을 인정하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시나리오 원안에 담겨 있던 유사 부자 관계는 내가 도달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달에 남겨진 우주인을 구해야 하는 당위와 드라마적 개연성을 주어진 플롯 안에 설득 가능하게끔 각색했다.

영화적 체험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우주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달의 비주얼과는 다른 모습이 담길 것이다. 어떻게 해석했나.

=우리가 보는 달은 지구 대기를 통해 반사된 달의 모습이다. 대기가 없는 우주에서 달을 바라볼 때는 착륙선의 상대적인 밝기, 피사체와의 거리, 상대적인 광량과 카메라 렌즈 조리개 등이 영향을 준다. 기술적으로 가장 큰 도전은 한국영화 최초로 전체를 4K로 출력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고해상도로 달을 담아내는 화각과 카메라 조리개를 <더 문>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큰 화두는 ‘하이퍼 리얼’이었다. <신과 함께> 시리즈는 판타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네마틱한 룩을 설정할 수 있지만, <더 문>은 극사실적인 영화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VFX로 만들어내지 않았다. 실제 우주복과 우주선, 우주센터와 달 표면을 구현해내 기초 데이터를 수집했다.

실제 우주에서는 매질이 없기 때문에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사운드는 어떻게 다뤘나.

=라이브톤에서 미국 업체와 연계해 사운드 디자인을 하고 있다. <더 문>은 무척 현실적인 영화다. 유사한 작품들의 사운드 디자이너들이 해석하는 흐름을 따라가긴 하겠지만, 이 영화에서는 소리의 차이에서 오는 공포가 강조될 것이다. 우주복 밖은 하이 주파수가 상쇄돼 육중한 타격감이 있다면, 안쪽은 공기가 있기 때문에 하이 주파수가 다시 살아 올라오면서 편차가 생긴다. 청각적으로도 만족감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도경수 배우와는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인연이 있었지만 설경구, 김희애 배우와는 첫 작업이다. 이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내가 나태하고 교만해질 때쯤 <더 문>이 신선한 자극이 됐다. 내가 왜 감독을 해야 하는지, 감독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일깨워준 현장이었다. 설경구 선배님에게는 연기 연출법 이론서에 나오는 방식으로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으로 디렉팅을 했다. 그런데 실제 연기는 내가 직접 연기 시범을 보였던 것처럼 감독이 생각한 바를 프레임 단위로 구현했다. 역으로 (도)경수에게는 굉장히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줬다. 그가 나를 신뢰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실제 경수가 해석한 결과물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고, 그게 더 좋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시나리오에 a가 있고 감독이 b로 디렉팅을 하면, 배우가 c로 해석해내서 연기한다. 음악의 아버지가 바흐, 음악의 어머니가 헨델이라면 연기의 어머니는 김희애 선배님이다. (웃음) 배우로서 연기를 준비하는 자세, 현장을 신성시하며 긴장감을 만드는 태도까지 모든 것이 베스트다.

아이맥스는 물론 다른 특별관 상영을 기대해봐도 되나.

=한국에 존재하는 모든 포맷으로 상영한다고 보면 된다. 아이맥스 기준 포맷에 <더 문>을 촬영한 카메라 아리 알렉스 65 역시 포함된다. <더 문>은 한국 최초의 돌비 시네마 영화이기도 하다. 돌비 애트모스 음향뿐만 아니라 영상까지 돌비 시네마관 기준에 부합한다. 나도 관객으로서 4K 화질이 큰 스크린에서 구현됐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

김용화 감독이 꼽은 <더 문>의 이 장면

“후반 40분에 감정적으로,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국가대표> 마지막 부분이 줬던 벅찬 감정 같은 것을 응축해 녹여내는 것을 연출 목표로 삼았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를 함께했던 이재학 음악감독은 편집본을 보고 ‘상황은 다르지만 <신과 함께> 시리즈보다도 슬펐다’고 했다. 그의 스코어도 굉장히 좋다.”(김용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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