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을 종결하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의 종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을 다룬다. 해전 신만 100분에 달하는 영화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지나 아침녘까지 이어진 긴 전투를 선보이며 이순신 장군을 향한 애도의 마음을 담았다. 배우 최민식·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비장함과 간절함이 뒤섞인 우직한 이순신으로 분했다. 맹렬한 전투의 전신을 건네받은 그를 통해 김한민 감독이 세공한 충무공의 세 번째 조각을 맞춰볼 수 있다.
현재 <노량: 죽음의 바다>는 어느 단계까지 와 있나.
=후반작업 편집이 70% 정도 끝난 상태다. 한창 음악 작업과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더하고 있다.
이순신 3부작의 시나리오 단계를 거치면서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가장 염두에 둔 부분이 있다면.
=노량해전은 7년의 임진왜란을 종결하는 마지막 전투이자 이순신 장군의 죽음이 담겨 있는 전투다. 단일 전투로서 사상자가 가장 많았던 만큼 그 치열한 과정을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전투의 치열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순신 장군이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무엇을 던져주려 했는지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려 했다.
세 번째 이순신으로 김윤석 배우를 낙점했다.
=<명량>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는 각기 명량해전, 한산도대첩, 노량해전의 특색과 본질에 맞춰 주인공을 섭외했다. 김윤석 배우는 묘한 지점이 있다. 최민식의 이순신 장군과 박해일의 이순신 장군을 절묘하게 조합한 느낌을 준다. 용장(勇將)과 지장(智將)을 합쳐 지혜롭고 현명한 장수의 모습인 현장(賢將)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순신 3부작의 종결작으로 김윤석 배우가 적역이라고 생각했다. 김윤석 배우도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무척 좋아했다. 다만 이순신으로 자신이 정말 적합한지 고민했다.
이순신 장군 역을 제안받은 세 배우 모두 망설인 셈이다. (웃음)
=워낙 우리 역사의 성웅이다 보니까. (웃음) 부담감이 이해된다. 그래서 김윤석 배우에게 말했다. 음악으로 따지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레퀴엠이라고. 세상을 떠난 누군가를 기억하는 진혼곡에 가깝다고 설명하자 확신이 선 듯 긍정적인 출연 의사를 전해주었다. 김윤석 배우와 함께하면서 많은 질문을 나누었다. 김한민이라는 감독이 이순신의 세계를 어떻게 그려내고 싶은지, 본인이 배우로서 어떤 식으로 참여하길 바라는지 진중하게 묻고 또 물었다. 이 초상을 자신이 어떻게 수용하고 표현할지 고민하는 듯했다.
<한산: 용의 출현> 이후 <노량: 죽음의 바다>가 연속해 개봉한다. 두 작품 사이에 어떤 차이를 두었나.
=한산대첩이 여름 한가운데의 전투라면 노량해전은 겨울의 전투다. 해전의 배경 차가 교전의 성격을 달리한다. <한산: 용의 출현>이 팡파르를 울려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등장을 알린다면 <노량: 죽음의 바다>는 조선 수군의 최정점을 그려낸다. 이순신 장군의 트릴로지로서 임팩트와 비주얼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목에서부터 지난한 해전이 예상된다.
=해전 시간만 1시간40분에 달한다. <명량>이 61분, <한산: 용의 출현>이 51분이니 두 작품의 전투 시간을 합쳐놓은 분량에 가깝다. 이순신 3부작이 지금까지 갖춰온 컴퓨터그래픽 기술도 절정에 이른다. 사실 노량해전은 밤을 건너 해가 뜨고 아침이 되는 시간까지 지속된 전투다. 밤 전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걸 자연스레 표현하는 것도 이 영화의 관건이자 목표였다. 슬레이트가 아주 너덜너덜해졌다. (웃음)
어두운 환경에선 VFX 기술 적용이 쉽지 않았을 텐데.
=그래서 실내 세트가 반드시 필요했다. <한산: 용의 출현> 때부터 활용한 평창동계올림픽 400m 스케이트장은 따지고 보면 <노량: 죽음의 바다>에 더 적합했다. 물과 불, 각종 폭약과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야 했다. 세트장 전체를 LED 조명으로 설치하고 VFX 실내 세트를 꾸미는 게 여느 할리우드영화 못지않았다. 쉽지 않았다.
평소 소품과 실내 장식의 디테일을 추구한다. 이번 작품에서 미술적으로 기대해볼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의상이 고급스럽다. 이순신의 갑옷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제 갑옷들을 구현한 것이다. <명량>에서는 철갑,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안쪽으로 징을 박은 두정갑을 선보였다. 이번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물고기 비늘 모양의 미늘갑이 등장한다. 훨씬 고급스럽고 멋진 매무새를 볼 수 있다. 털을 둘러 겨울 전투의 느낌도 풍기게 했다. 권유진 의상감독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량해전에는 명나라 수군들이 참전했기 때문에 당시 명나라 갑옷이나 칼과 전쟁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볼거리가 전반적으로 다양해졌다.
<한산: 용의 출현>은 화기애애한 팀워크로 유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한산: 용의 출현>과는 다른 방식으로 팀워크가 좋았다. 분위기가 무척 차분해서 서로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효율성이 높았달까.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존중하는 마음이 강했다. 워낙 집중력과 몰입력이 높은 배우들이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회식 자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웃음) 으쌰으쌰하며 마음을 모았다.
2023년, 올해 극장가에 어떤 기대를 품고 있나.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싶다. 연말연시를 맞이해 <아바타: 물의 길>부터 <영웅>까지 훌륭한 작품이 개봉하면서 관객에게 긍정적 탄력을 주고 있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고 대면하는 시기가 오면 외출에 대한 부담감이 더 낮아지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지 않을까.
김한민 감독이 꼽은 <노량: 죽음의 바다>의 이 장면
고니시 유키나가의 등장. <명량>에서 도도 다카도라가 해전 출정 준비를 마치면서 “고니시가 나를 재촉하는군!” 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한산: 용의 출현>에서는 “평양까지 가 있는 고니시를 지원해야 한다”는 대사가 나온다. 이렇게 말로만 나오던 고니시 유키나가가 드디어 <노량: 죽음의 바다>에 얼굴을 내보인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적군의 등장과 함께 치열하고 집요한 이순신 장군의 전투를 들여다볼 수 있다. 외적을 끝까지 응징하려는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자연스레 연결하는 장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