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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황진영 작가, "악역이 온전히 악하기만 한 것도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3-03-11

세상에 이해 못할 사람은 없다는 믿음으로

- 작가님 작품의 공통점은 ‘아래로부터의 혁명’입니다. 민중의 갈증과 염원, 민중에서 시작된 평등에의 실현 등을 담고 있어요.

= 이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작품을 통해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제 가치관을 드러내기보다 재미있는 이야기와 교감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그 ‘재미’에는 다양한 요소가 들어 있잖아요. 그중 자연스러운 개연성과 간절한 감정을 북돋기 위해 혁명이라는 장치가 필요했을 뿐, 혁명에 대한 저의 사견을 더하고 싶었던 건 아니에요. 저는 모든 이에게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편이에요. 그게 악한 사람이더라도요. 굳이 누군가를 미화하거나 동정하는 방식이 아니어도, 그가 처한 상황의 인과관계만 정확히 밝히면 모두가 그 사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그러니 혁명을 위해 주인공을 앞세웠다기보다는, 주인공이 내린 결정의 당위성을 드러내기 위해 혁명이라는 소재를 가져왔다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아요.

- 극적인 인물을 오히려 보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네요.

= 그래서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연산군(김지석)도 사실에 기반해 쓰려 노력했어요. 저만의 특정한 기조를 정해두고 인물을 보여주려 하지는 않는 거죠. 올해 공개 예정인 MBC <연인>에도 인조가 등장해요. 막강하게 부상하는 강대국을 상대하기 위해 인조도 나름의 준비를 하지만 그럼에도 패전국의 임금이 되죠.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비범하게 상황을 헤쳐나가지 못한다고 해서 ‘비범하지 못함’을 비난할 수 있을까, 하고요. 물론 인조를 동정하거나 연민할 생각은 없지만, 사람들이 누군가를 고착된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않길 바랐어요. 그게 저의 평소 가치관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최근에는 이런 재평가의 관점을 담은 연구도 많이 이뤄졌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작품 속 악역의 감정과 사정을 보여주는 편이에요. 누군가가 온전히 악하기만 한 것도 너무 비현실적이지 않나요? 진짜같이 느껴지지 않는 순간, 이야기의 몰입도가 떨어지거든요. 모든 사람은 입체적이에요.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 사진제공 MBC

- 저도 작가님이 빌런을 그려내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인물이 변모하는 과정을 드러내주거든요. 그런데 시청자가 주인공을 지지하고 안타고니스트를 견제하려면 빌런을 공동의 악으로 구체화해야 하잖아요. 그 사이에서 고민의 지점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 이런 게 제 작품의 시청률이 고공행진하지 않는 이유인 것 같기도 해요. (웃음) 빌런을 막강하게, 다 같이 욕하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하지만 훌륭한 콘텐츠는 역시 인간의 이해를 담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면모와 모습을 통해 그 사람을 통찰해가는 작품이요.

- 작가님 전작에 대해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볼게요. <절정>은 이육사의 삶에서 광복을 향한 열망의 절정을 그려요. 이 스토리를 구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 다양한 방식으로 이육사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거예요. 이육사에게는 본부인과 또 다른 연인이 있었기 때문에 그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생애를 풀어나갈 수 있을 테고요, 또 가족의 삶이 워낙 파란만장해서 가족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갈래 중 저는 이육사의 시를 부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벽 전체에 연대표를 붙이고 시기마다 나왔던 이육사의 시를 이어붙이며 그의 삶에 대해 생각했어요.

- 여러 키워드 중에서 구체적인 중심 키워드를 잡는 거네요.

= 정확해요. 스케치 과정에서 범위를 좁히고 구체적인 테두리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거기서 진짜 이기를 끄집어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 한쪽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 잡힌 관점을 담고 싶어서일까요? 역사물이라 더더욱 그런 부분을 신경 쓰게 될 것 같은데요.

= 불가능하더라도 진실에 근접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수백년 전에 벌어진 일의 진상은 무슨 수를 써도 알 수 없겠지만 최대한 진실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연인>에도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어요. 기존의 역사적 관점에서는 최명길과 김상헌이 관념적 대립 때문에 화친파와 척화파로 갈라졌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연구 자료와 실록을 계속 보다보니 결과적으로 화친파와 척화파 모두 공통적으로 왕을 지키고 싶어 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만 그 수호의 방식이 달라서 성문을 여네 마네 격렬하게 토론한 거죠. ‘정강의 변’이라고, 과거에 성문을 열었다가 임금이 끌려가 사직을 지키지 못했던 슬픈 경험 때문에 대립이 첨예하게 나뉜 거죠. 시시비비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경험에서 체득한 방식 차이라는 것을 <연인>에서 드러내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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