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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과 왕가위 감독 단독 인터뷰
김성훈 2023-03-31

제50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왕가위 감독을 순식간에 거장 반열에 올린 <해피 투게더>(1997)는 왕가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여러모로 독특한 위치에 놓인 작품이다. 홍콩의 낮과 밤, 그리고 홍콩의 길거리와 골목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았던 ‘홍콩 야상곡’인 <중경삼림>(1994)과 <타락천사>(1995)를 연달아 끝낸 뒤 왕가위 감독이 홍콩 밖으로 눈을 돌린 첫 영화이자 두 남자의 반복된 사랑과 이별을 그린 첫 퀴어영화다. 1998년 국내 개봉 당시 동성애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 불가라는 철퇴를 맞는 등 극장 개봉까지 꽤나 길고 복잡한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홍콩과 중국에선 ‘춘광사설’(春光乍洩)로,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선 ‘해피 투게더’로, 일본에선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불리는 등 제목만 세개인 이 영화가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이라는 새 이름으로 2월4일 극장 개봉한다.

“우리 다시 시작하자.”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은 홍콩을 무작정 떠나 아르헨티나로 건너간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 두 남자의 관계를 다룬 로맨스영화다. 보영은 아휘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 말은 아휘에게 상처다. 둘은 함께하고,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1995년 5월12일, 둘은 또다시 새로 시작하기 위해 홍콩을 떠나 아르헨티나로 간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이구아수폭포로 향하지만 길을 잃은 탓에 끝내 가지 못한다. 늘 그렇듯이 보영은 아휘를 떠나고, 홍콩으로 돌아가지 못한 아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한 탱고바에서 안내원으로 일한다. 보영이 아휘가 일하는 탱고바를 찾으면서 둘은 다시 만난다. 밀레니엄을 앞두고 왕가위 감독이 아르헨티나라는 미지의 공간으로 향한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해피 투게더>의 시간적 배경은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인들의 심리적 불안감과 맞닿아 있다. 이 영화는, 낯선 공간을 떠도는 두 남자의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서사에 펼쳐내고, 서로에 대한 애증의 드러냄과 감춤을 묘하게 넘나든다. 어쩌면 <해피 투게더>야말로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에 대한 왕가위의 질문이자 대답인지도 모른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이 그랬듯이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또한 <열혈남아>(1989), <아비정전>(1990), <중경삼림>, <타락천사>, <2046>(2004) 등 장편 7편, <에로스>의 단편 <그녀의 손길>(2005)과 함께 4K로 리마스터링됐다. 이중에서도 <해피 투게더>를 4K로 리마스터링하는 건 왕가위 감독에게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고 한다. 2019년 화재로 <해피 투게더> 원본 필름 일부가 소실됐고, 몇 개월 동안 네거티브필름을 가능한 한 복원하려고 시도했지만 일부는 영구적으로 손상을 입어서 몇몇 장면의 영상과 사운드가 복원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씨네21>은 지난해 12월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왕가위 단독 인터뷰 ‘그 시절은 지나갔지만 영화가 남아 사랑을 증언한다’(<씨네21> 1286호 기획) 이후 한달 만에 왕가위 감독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텐센트 시리즈 <블로섬즈 상하이> 촬영 때문에 정신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왕가위 감독은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을 보내왔다. 다만,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의 두 주인공인 배우 장국영과 양조위, <해피 투게더>의 특정 장면에 대한 인상,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과 관련된 질문 등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때도 그랬듯이 국내외를 통틀어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에 대해 왕가위 감독이 공식적으로 인터뷰한 매체는 <씨네21>이 유일하다.

*이어지는 기사에 <해피 투게더 리마스터링> 왕가위 감독과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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