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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기훈 괴수영화 전문가, “괴수 박물관을 여는 그날까지”
송경원 사진 오계옥 2023-04-07

- ‘괴수의 왕’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괴수영화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타칭이 되길 바라며 지은 자칭이다. (웃음) 어릴 때 괴수영화에 반해 지금까지 쭉 좋아하고 있다. 영화 제작쪽에서도 근무했고, 특수효과 관련 회사에서도 일했다. 지금은 작은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괴수영화 관련해서는 ‘괴수영화 대백과’(가칭)라는 책을 준비 중이다. 10년 전부터 차근차근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데 출판사와 조율이 필요해 현재는 잠시 중단한 상태다. 서두르지 않고 꼼꼼히 준비해 말 그대로 괴수영화를 총정리하는 기록물을 만들려고 한다.

- 괴수 피규어를 수집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 정확히는 피규어가 아니라 괴수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자료를 전부 모은다. 피규어가 가장 눈에 띄지만 감독과 배우들의 사인이나 팸플릿, 기사와 보도 자료 등도 수집하고 있다. 모아서 어떤 방식으로든 정리해보기로 결심한 건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부터였던 것 같다. 한국에도 이런 괴수영화가 나올 수 있다면 체계적인 정리가 필요하고,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의식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괴수영화 관련 자료나 피규어들을 모으는 것 자체는 평생 해온 일이라 특별한 계기 같은 건 없다. 어릴 적 괴수영화에 반한 그날부터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 괴수영화의 매력을 알려준다면.

= 개인적으로 괴수의 정의를 아주 넓게 잡는 편이다. 현실에 없는 존재가 나오는 영화는 모두 괴수영화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괴수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제대로 설명을 하고 싶어졌고, 그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 본격적으로 공부도 했다. 단국대학교 영상디자인대학원을 나왔는데 논문도 한국의 역대 괴수영화와 영화 속 특수효과에 대해 썼다. 괴수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괴수 피규어를 모으는 즐거움은 조금 결이 다른데, 영화를 좋아하다 보니 영화와 관련한 모든 것을 가지고 싶다. 지금은 유튜브나 해외 마켓 등을 통해 상당히 대중화됐지만 과거에는 워낙 소수 마니아의 시장이었다. 국내에는 시장 자체가 없어서 괴수영화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 CG 이후에 나온 대중적인 괴수물과 과거 특수촬영 위주의 아날로그 괴수영화는 그 결이 차이가 있다.

= 맞다. 과거에는 미니어처로 괴수를 표현했다. 이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는데 미국 몬스터 스톱모션영화들이 많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직접 인형 탈이나 슈트를 입고 연기하는 특수촬영물이 대세를 이뤘다. 일본의 가이주(怪獣) 특촬물이 대표적이다. CG로 넘어가면서부터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괴수영화라는 장르 패턴을 따르기보다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크리처로서 괴수가 출현한다고 보면 된다. 봉준호 감독이 괴수물을 대중영화 화법에 탁월하게 녹여낸 사람 중 한명이다. 넓은 범주로 보면 <괴물>은 물론 <옥자>도 괴수영화라고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CG가 낯설었지만 보다 보니 리얼함에서 오는 맛이 있더라. 미니어처, 슈트, CG까지 각각의 괴수영화는 다른 매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다 모을 수밖에 없다. (웃음)

- 괴수 전문가로서 목표가 있다면.

= 우선 준비 중인 ‘괴수영화 대백과’를 제대로 완성하고 싶다. 아마 모든 수집가가 비슷할 텐데 언젠가 괴수 박물관을 지어 체계적으로 전시하고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안되면 작은 카페와 전시관이라도. (웃음) 언젠가는 괴수영화의 특수효과 등에 참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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