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2
[인터뷰] ‘드림’ 배우 아이유, 있는 그대로의 열정
조현나 2023-05-04

“안녕하세요, 평소 팬은 아니지만 너무 잘 보고 있었습니다!” 축구 선수 홍대(박서준)와의 첫 만남에서 소민(아이유)이 살갑게 인사를 건넨다. 솔직하게, 딱 필요한 만큼의 친근함을 내보이는 그를 보며 쌓인 내공을 짐작해봤다. 연기할 때는 물론 무대 위아래에서 아이유가 카메라 뒤에 서본 적이 몇번이나 될까. 그런 그가 <드림>에서 다큐멘터리 PD 소민으로 분한다. 드라마를 위해 실력보다 사연으로 홈리스 축구단의 멤버를 뽑고, 그들의 매 순간을 카메라로 기록한다. ‘열정리스(less) 직장인’이었던 소민은 어느새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팀을 응원하는 이로 변모한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영화 <브로커>에서 보여준 차분한 모습과 또 다른 에너지를 펼쳐 보이는 순간이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촬영을 바쁘게 소화하는 와중에도 아이유는 <씨네21>의 서면 인터뷰 제안에 흔쾌히 응해주었다.

- <브로커>가 먼저 개봉했으나 촬영 순서로는 <드림>이 앞선다. <드림>을 첫 영화로 택한 이유는.

= 당시에 몇 작품 연속으로 서사가 많고 기저에 슬픔이 깔려 있는 역할들을 맡다보니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밝고 사연이 적은 소민에게 눈길이 갔다. 시나리오도 술술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병헌 감독님 작품답게 글로만 읽어도 ‘풋’ 하고 웃음이 나는 대사들도 인상적이었다. 소민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모두 매력적이었고 영화에서 담고자 하는 주제도 좋았다.

- <드림>을 통해 첫 코미디 장르에 도전한 셈인데 그 소회가 궁금하다.

= 빠른 호흡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코미디란 장르의 특성이 그렇지만 이병헌 감독님의 현장 자체가 속도감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초반에는 (박)서준씨를 비롯한 다른 선배 배우에 비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 자책도 많이 했다. 그러다 감독님의 디렉션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나만의 속도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서로의 호흡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현장이었다. 확실히 이번 현장에선 웃음소리가 많이 들렸다. 엔지가 한번 나더라도 평범하지 않게, 웃기게 났다.

- 소민은 다큐멘터리 PD로서 관찰자의 위치에 놓일 때가 많다. 또 갚아야 할 학자금이 있고 열정 페이로 착취당한다는 설명은 있어도 홍대나 다른 선수들에 비해 전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 소민의 배경을 어디까지 설정했나.

= 현장에서는 지휘권을 갖고 있어도 막상 결과물은 윗선의 컨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애매모호한 위치의 리더라는 설정이 대본에 잘 담겨 있었다. 그외에 소민이도 분명 한때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사람이었을 거라는 전제를 뒀다. 일에 대한 본인의 진심이 번번이 외면당하다 보니 마음의 문을 닫은 게 아닐까 생각하며 접근했다.

- 소민은 ‘열정리스’라고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무엇 하나 허투루 일을 처리하는 법이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내면에 열의를 지닌 프로라고 느낄 때가 많았다.

= 기본적으로 뜨겁고 열정적인 친구인 것은 맞다. 착하고, 급발진도 잘한다. 사회생활을 하며 본인의 그런 면모를 여러 번 부정당하다보니 방어기제로 시니컬한 척하는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짐작했다. 그래도 그 정도면 함께 일할 때 든든하고 호감 가는 타입 아닌가? 나는 소민이 참 좋다. 나 역시 사회인으로서 소민 같은 동료가 있으면 고맙고 좋을 것 같다.

-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경험에서 얻은 것을 연기에 녹여내는 스타일의 배우다. 이번 작품에선 카메라를 잡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자세가 무척 자연스럽던데.

= 우리 소속사에도 가까이서 날 찍어주는 PD님들이 계셔서 그분들의 모션을 많이 참고했다. 그리고 예능 방송에 나갔을 때 야외 촬영에서 PD님들이 대부분 목에 수건을 두르거나 땀복을 입고 계신 걸 봤고, 그런 부분을 캐릭터 의상에 차용했다. 머리는 항상 같은 스타일로 편하게 묶는 식으로 가고. 소민이는 늘 적당히 밝은 텐션을 유지하는데 자세히 보면 표정과 말투에 묘하게 영혼이 없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많이 했다.

- 표정과 대사에 관해 이병헌 감독이 세심하게 디렉팅을 줬다고.

= 소민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 되도록이면 아주 빠르게 대사를 치고 잔동작을 끊임없이 하면서 홍대의 정신을 사납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감독님께서 직접 시연을 해주시기도 했는데 그게 너무 소민이 같아서 ‘아, 감독님 머릿속에는 캐릭터의 이런 작은 동작 하나하나까지 다 계산이 돼 있구나’ 하고 놀랐던 기억이 난다.

- 기자회견에서 “소민의 대사를 좋아해 잘 살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가장 좋았던 대사, 가장 어려웠던 대사는 무엇이었나.

= “이 미친 세상에 미친년으로 살면 그게 정상 아닌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게 소민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한줄이라 여겼다. 가장 어려웠던 대사로는 “쇼, 끝은 없는 거야.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가 있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쳐야 할까, 미친 척 노래를 불러버릴까 등 고민이 많았다.

- 박서준 배우와 빠른 호흡으로 주고받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작품으로 만난 게 처음인데도 두 배우의 합이 잘 맞아 들어갔다.

= 정말 매력적인 배우다. 센스 넘치고 뭐든지 빨리 성공한다. 덕분에 시너지를 많이 받아 감사한 마음이 크다. 그런데 오케이를 빨리 받는 편이라 친해질 만하면 촬영이 끝나버려서 대화를 많이 나누진 못했다. 자신감과 차분함,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일하는 사람이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느끼기에 서준씨가 그런 파트너였다.

- 홈리스 축구단의 경기는 월드컵이 시작되는 극의 중·후반부에 주로 펼쳐진다. 카메라와 함께 항상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던 소민이 이때만큼은 경기장 가까이서 온 힘을 다해 성원한다.

= 초반부에 소민이 가면을 쓴 대사 자체로 이미 너무 잘 드러나서 오히려 소민이의 ‘진짜 성격’이 드러나는 중반부의 신들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왔다. 소민이가 사실 이 프로젝트에 얼마나 진심이었는지 보이는 장면들 말이다. 초반부와 다르게 진심으로 화내고, 진심을 담아 웃고, 경기에 몰입하고, 상처받고, 홈리스팀을 응원하고…. 그런 모습을 통해 소민이가 확연히 다르게 느껴지길 바라며 촬영했다. 특히 홍대와 서로 ‘구리다’며 상처주는 장면에서 소민이 진심으로 상처받은 표정을 잘 담아내려 했다.

- 이병헌 감독이 “감히 제가 캐스팅한 게 아니라 아이유가 선택한 게 맞다”고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촬영 중 이병헌 감독이 한 칭찬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뭔가.

= “다음에 또 같이 할래?” (웃음)

- 첫 영화 주연작인 <드림>을 통해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하나.

= ‘절대로 내가 준비한 것에만 의지하면 안돼!!’라는 교훈을 얻었다. (웃음) 그리고 물론 꼭 소민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소민이를 만난 기점으로 성격이 굉장히 심플하고 밝아졌다. 전에는 잘 몰랐는데 그때그때 임하는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인 것 같다. <드림>을 촬영한 이후로 밝은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연구하는 재미도 컸고, 현장도 즐거웠다. 또 워낙 많은 배우들과 호흡하다 보니 배울 점도 많았다.

-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무척 좋아한다고. 부치진 않았지만 영화감독에게 편지를 쓸 정도였다던데 영화의 어떤 점이 그토록 마음을 사로잡던가.

= 일단 이 작품의 유머 코드가 내게 딱 맞았다. 계속 웃다가 마지막엔 많이 울었다. 그리고 살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문했던 주제들을 발견할 때마다 반가웠다. “삶에서 나도 당신과 같은 방황을 한다. 나도 삶에게 당신과 같은 질문을 한다. 질문하고 방황하다 지친 당신의 노고를 나도 안다”고 관객에게 위로를 주는 것 같았고, “그럼에도 친절하고 사랑하자. 우리는 서로 적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사랑스럽고 기발했다. 낙관주의와 허무주의를 오가며 등장인물들의 상반된 가치관을 모두 설득력 있게 그려낸 점도 정말 정말 좋았다.

- <브로커> 때 <씨네21>과 인터뷰에서 “30대 때는 어떤 것도 계획하지 않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드라마 촬영, 공식 유튜브 채널 <이지금> 운영까지 아주 바쁘게 지내고 있다. 이 계획은 여전히 유효한가.

= 현재도 큰 계획이나 목표 없이 지낸다. 말한 대로 아주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긴 해서 그날그날 주어진 일들을 충실히 해내고 퇴근하는 것만이 목표다.

- <폭싹 속았수다>에선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을 연기한다.

= 애순은 착하고 인간적이고, 그래서 강한 사람이다. 태어나 가장 다양하게 웃고 가장 다양하게 울고 있다.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 매일 긍정적인 마음으로 리듬감 있게 살 수 있는 건 애순이의 영향도 크다.

관련영화

관련인물

사진제공 EDAM 엔터테인먼트